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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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야 읽었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못 읽고 지나간 게 벌써 몇 년. 책도 시절인연이 있는가 보다. <아몬드>는 2016년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20년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부문 아시아권 최초 1위도 달성했다. 손원평 작가는 그 이후로도 <서른의 반격><프리즘>으로 이 부문 1위와 2위를 수상했다. 또한 <침입자>라는 영화의 각본과 감독이기도 하다. 


2. 소설은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으로 태어난 윤재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렸을 적 미아가 되어서 중국인 가정을 시작으로 여러 가정을 거치며 불운한 성장기를 지나온 곤이라는 아이와의 우정, 그리고 윤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변화를 가져오게 만든 도라라는 아이와의 사랑이 그려진다. 알렉시티미아는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작게 태어나면서 감정 표현에 서툰 증상을 일컫는다. 제목 아몬드는 편도체를 은유하고, 이는 감정의 또다른 표현이라 여겨진다.


3. <아몬드>는 윤재의 변화와 성장을 담은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가 비극적 사건을 겪고 나서,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감정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은 소위 '정상'이라 표현하는 평범한 이들에게 정말 당신은 그 감정으로 타인과 충분히 공감하며, 그들과 무엇인가를 나누고 있는 지를 묻게 만든다.


4. <아몬드>라는 소설을 읽게 된 것이 시절인연이라 말하게 된 것은, 윤재의 성장이 꼭 생성형AI의 진화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윤재를 휴머노이드 생성형 AI라고 가정해도 이야기가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현재의 AI 기술로 윤재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그리고 생성형AI의 진화는 인간의 감정마저도 읽어 내고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감정에 두고 있는 많은 상상들이 철회되는 시기가 올 것만 같다.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게 만드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이 가져오는 행동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우정 등 콕 집어서 무엇이라고 엄격하게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개념이 생명이나 목숨의 위협마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는 이런 행동이 인간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괴물'이라 불렸던 윤재가 인간답게 느껴지고,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들이 '괴물'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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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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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꽤 충격적이었다.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의 여부를 떠나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거기에 더해 인간의 '거짓말'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보게 만드는 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시즌이 3개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원작이 3부작인 것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원작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2015년 휴고상을 수상한 류츠신 작가가 쓴 SF 장편소설이었다. 이 책이 휴고상을 수상한 데는 켄 리우라는 작가의 번역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평도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켄 리우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찾게 되었고, 그의 대표작 <종이동물원>이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거머쥔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2. 긴 호흡의 글 보다는 짧은 글에 익숙해지다 보니, 단편 모음집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찾아본 켄 리우 작가의 단편 모음집 <종이동물원>은 흥미진진함으로 넘쳐났다. 물론 모든 단편집이 독자의 흡입력을 폭발시키지는 않았다. 어떤 단편들은 용어를 쫓아가기가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편들은 중간에 잠깐 끊어서 읽기가 아쉬울 정도로 집중하게 만든다.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 보여지는 통찰력 또한 빛을 발한다. 


3. 예를 들면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의 경우엔 양자얽힘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뵘기리노라는 가상의 입자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과거로의 여행을 가능케 한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731부대의 만행을 고발한다. 하지만 뵘기리노의 과거 여행은 그 시간대에 딱 한 번만 이루어지고, 여행이 이루어진 그 시기는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즉 과거를 지움으로써 과거를 밝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목격된 과거의 사건은 과연 진짜 역사일까 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과거를 영영 잃어버리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인지, 과거의 역사는 과연 누구의 소유인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 속에서 과거 역사 속의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의 필력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일제 치하의 우리 역사에 있어 위안부의 슬픔을 부정하거나,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단편소설이기도 하다.


4. 단편모음집 <종이동물원>은 과학의 기술이 과거의 역사와 만나 빚어지는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고, 또다른 축은 우리가 SF소설이라고 하면 익히 떠올리는 가까운 또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둘 모두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 기억, 이념, 역사, 추억, 사랑 등등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켄 리우의 또 다른 작품집을 얼른 만나보고 싶다는 유혹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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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로 본 <삼체>는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류츠신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3개의 시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시즌1 8부작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웹툰으로 먼저 <삼체>를 보았는데, 소설과 웹툰, 드라마의 각본상 차이를 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를 줄 듯하다. 



류츠신이 중국을 대표하는 SF 소설가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종의 기원담] 등으로 한국 SF소설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를 개인적으로 손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종의 기원담] 소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소설을 접한 입장에서는 인류와 로봇의 순환론적 기원- 인류가 로봇의 기원이 되었다가, 로봇이 인류의 기원이 되는?-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가까운 미래, 인간의 입장에서 암울한 미래를 그린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AI가 고도로 발달이 되면서 인공지능로봇의 발달-진화-이 이루어지고,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자초한 인간이 결국 인간 거주가 가능한 환경의 임계치를 넘겨버림으로써 인간의 생존이 거의 불가능해져버린 지구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멸종 상태이지만, 로봇은 생명이 거주하기 힘들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아 스스로 계속 진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로봇이 자신들의 기원과 발전을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담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거주할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지 반문하게 만들고, 또한 이 소설이 내비치고 있는 인간과 로봇의 공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탁월한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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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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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 아파트 단지가 새로 들어섰다. 아직 사람들이 다 입주가 되지 않았는데도, 가장 먼저 가게를 연 곳은 편의점이다. 아파트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시골 역 앞에 편의점이 생긴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이런 곳에 편의점이 왜 생겼지? 고개를 갸우뚱 거렸는데, 이번 아파트 단지 편의점은 대번 이해가 갔다.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앞 도로를 지나칠 때면, 편의점으로 항상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편의점에 드나드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쳤을지도 모를 편의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장과 점원, 고객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속내는 마치 TV프로그램 <인간극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작용한다. 세상이 이런 선한 영향력으로 굴러간다면 좋으련만, 세상은 결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게, 그냥 그렇게 굴러갈 뿐이다. 그래서 선한 영향력으로 가득 채워진 <불편한 편의점>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사람의 따듯한 손길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일듯 싶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편의점에 들어섰다면, 그 안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따듯한 인사말이라도 건네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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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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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개념이 생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인권이 인종, 성별, 나이, 지역 등의 차별없이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 것은 체 100년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국민인권위원회가 생긴 것도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인권을 넘어 동물권에 대한 개념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동물을 학대하면 처벌을 받는다. 또한 초중고 교육과정에 동물보호와 동물복지교육이 곧 포함될 예정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이들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덕분일 것이다. 

 

이렇게 생명에 대한 권리의 대상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식물권에 대해선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최근의 연구 등을 살펴보면 식물들도 자신의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주위 나무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벌레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고통을 느끼고, 땅 속 미생물을 포함해 주위 생명체와 협력하는 등등, 동물과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즉 동물권에 이어 식물권도 생각할만큼 우리의 사고가 확장돌 수 있는 지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식물권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인권, 동물권, 식물권 이라고 나누긴 했지만, 이는 모두 생명에 대한 권리이다.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자각이 필요한 것이다.   

 

2019년 풀리처상을 수상한 소설 [오버스토리]는 나무와 숲을 통해 식물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려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100여년에 다다르는 수대에 걸친 시간과, 십여명의 주인공이 잘 직조된 방직물마냥 꽉 짜여진 이야기다. 

 

소설 초반부에는 마치 성경의 창세기 마냥 어떤 가족들의 계보가 이어진다. 그리고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처럼 잠언이라 여겨지는 문구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난다. 하지만 결국 소설 속 인물과 이야기는 한 사건으로 응결된다. 내가 어렸을 적 외신을 통해 보았던 사진 중 아직도 인상 깊었던 바로 그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듯하다. 숲과 나무를 지키기 위해 수십미터 되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환경운동을 펼쳤던 모습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극렬한 저항을 통한 환경운동이 비극을 자아낸다.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 속 이야기는 나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나무를 베고 숲을 파헤치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을 방관자 효과라고 지적한다.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도움을 줄거라며 자신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체 방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UN에서 외친 것처럼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당장의 행동이 시작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도 식물권을 위해 행동에 나설 때다. 그럴 때가 돘다. [오버스토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일어서라고 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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