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1972년 미국 심리학자인 로젠한 교수가 8명의 가짜 정신병 환자를 정신병동에 수용하는 실험을 했다. 이들 가짜 정신병 환자는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정상적인 행동을 취하지만, 계속해서 정신병동에 갇혀 지내게 된다. 이들은 평균 19일이 지나서야 정신병동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재현불가능성 등 실험 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비판을 받았지만, 정신병을 진단하는 기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유명한 연구로 회자된다. 


영화 <신의 구부러진 선>은 한 여성 사립탐정이 정신병동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정신병자인 것처럼 위장해 사건이 발생한 정신병동에 입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탐정은 유명 정신과 의사로부터 타인에 대한 설득력이 뛰어나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주장이나 변론을 즉시 지어낼만큼 지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정신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권유서를 보이고 입원한다. 자살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의 정신과 의사 일부와 치료과정에서 감추어진 입원 목적과 감정적 공유를 통해 친분을 맺는다. 탐정은 점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만, 사건을 해결할 시점에서 정신병원 밖으로 나올 수는 없었다. 병원장이 그녀를 여전히 정신병 증세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탐정은 <합법적 강제 감금>이라며, 자신이 병원에 들어와 지내는 것은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였음을 주장한다. 폐쇄형 병동에서 나갈 수 있으려면 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정상인임을 판명해야지만 가능하다. 과연 그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정신병동을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영화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이며,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여기에 더해 <신의 구부러진 선>이 갖는 매력은 이 사립탐정이 정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일부러 병원에 들어간 것인지, 실제 정신병력 때문에 입원하게 된 것인지를 알 수 없도록 모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면서 탐정의 정신병력에 대한 의구심이 풀린 듯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정말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의 흐릿함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영화라 할 것이다. 


영화 <신의 구부러진 선>. 넷플릭스에서 2022년 12월 공개, 스페인 영화, 미스터리. 1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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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보는 오랜만의 중국 본토 영화. <소실점>은 숨겨진 시체, 사라진 아이, 감춰진 성폭행이라는 세 가지 사건이 공동주택단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영화 속에서 특정되어 나오지는 않지만 인구 3천 만의 충칭시로 보여진다. 거대 아파트와 공동주택단지가 몰려 있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수많은 집과 가구들이 즐비한 곳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라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영화 <소실점>에서는 세 가지 사건이 점점 하나의 특별한 장소로 모아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사라진 아이의 경우엔 집 안에 들어간 건 확인되지만, 나온 것은 확인 안 된 사건이다. 일종의 밀실 추리인 셈. 여기에 이 사건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알려지지 않은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또한 범인이 CCTV에 잡히지 않고 외부에서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기 어려운 조건. 이 또한 밀실 추리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집에서는 시체를 감추기 위한 일이 벌어진다. 


밀실 추리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지만, 단서가 충분하지 않아 범인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꼼꼼히 짜여진 단서를 합쳐서 범인을 맞추기 보다는 누군가 범인일 것 같다는 추정 정도만 가능하다. 즉 범인 찾기의 머리 쓰는 재미는 없다. 다만 시간을 꼬아 놓아서, 세 가지 사건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측면에서 스릴러 또는 미스터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현재를 보여주다 갑작스레 다른 사건의 주인공들 관점에서 사건 발생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구조를 통해 점점 비밀의 소실점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공동주택단지에서 벌어지는 이 세 가지 사건은 각각 별개의 사건 같지만, 감추고 싶은 욕망이 빚어낸 사건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 공안이 내뱉듯 "각 집마다 비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을 꼭꼭 감추고 싶다는 것이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 비밀들이 밝혀지면 그것을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는 지독히도 무겁다. 모든 비밀이 다 밝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과감히 비밀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세 사건의 주인공들은 용기를 내기도 하고, 뒤늦게 용기를 내지 못함을 후회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용기도 내지 못한다.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만들어 낸 공간을 통해 벌어진 사건들. 영화 <소실점>은 욕망과 비밀이 대도시 공동주택단지에서 숨죽인 채 드넓게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미스터리. 스릴러. 청불. 넷플릭스 26년 9월 10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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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커버리>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만약 사후세계가 증명이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며, 만약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넷플릭스에서 2017년 공개된 영화 <디스커버리>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사후세계를 증명한 하버 박사로 출연하는 SF 미스터리 영화이다. 청불. 미국 인디영화.


하버 박사는 믿음의 영역이던 사후세계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낸다. 실은 사후세계 자체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고, 죽은 이의 몸에서 어떤 파동이 나와 사라진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파동을 영혼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의 증명이라는 것이다. 즉 기차가 역을 떠나 출발한다는 것은 다른 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첫번째 역이 이승이라면 다른 역이 바로 사후세계인 셈이다. 이 증명 이후 4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택한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이 확실하기에,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운 이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해 지금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이다. 

하버 박사는 사후세계 즉 디스커버리의 증명이 가져온 부작용에 놀라 잠적한다. 그가 잠적한 곳에는 죽음을 결심했지만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버 박사의 아들 윌은 아버지와 함께 이 사후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는 실험을 하다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다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 아일라라는 여인을 만난다. 자살을 하려 하는 아일라를 구해 아버지와 그 일행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 온다. 

하버 박사는 이제 사후세계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장치를 개발해, 사후세계를 증명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이의 영혼이 향해 가는 곳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게 됐는데.....


영화 <디스커버리>의 소재는 굉장히 흥미롭다. 믿음의 영역이던 사후세계가 과학적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세상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 사후세계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영화를 이끌던 질문의 흥미로움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름 반전적 결말이라 할 수 있지만, 다소 아쉬운 설정이다.   


아무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 쯤 꿈꾸어 봤던 인생의 리셋! 만약 죽음을 통해 인생의 리셋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죽음을 택하겠는가? 그럼에도 지금의 삶을 계속해 갈 것인가? 영화는 잔잔하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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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형성된다. 이는 어떤 행동을 위해 생각과 의지를 쏟아야 하는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뇌의 효율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습관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이라고 하는데, 반복된 행동이 특정 신경망의 결합을 강화시켜 특정한 사고방식이나 기분, 판단 기준을 만드는 내적 기준의 틀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반복된 행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고 이 틀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신의 악단>은 뇌과학적 측면에서 습관이 인지구조를 바꾸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로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은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교회 운영을 위한 종교적 지원은 가능했다. 그래서 당에서 교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고, 이들이 부흥회를 선보이도록 명령한다. 영화 <신의 악단>은 실제 북한에서 발생했던 가짜 부흥회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의 내용을 봤을 때 종교가 억압된 체제 속에서 가짜로 찬양단을 만들고 부흥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블랙코미디로 표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영화 <신의 악단>을 보면 코미디적 요소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블랙코미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내용을 다시 뜯어보면 뇌과학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볼 수 있다. 당의 지시에 따르던 이들이 부흥회를 위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를 계속해서 되풀이 한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뇌는 이런 반복적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고 이 습관이 정서와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이 겹쳐져 있는 것이 십자가로 보이는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모두 기독교와 관계되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찬송가와 성경을 읽으며 감동이 벅차 오른다.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울 영화 <신의 악단>. 하지만 꼭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반복이,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참고해볼 만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영화 <신의 악단>. 드라마. 대한민국. 110분. 25년 12월 개봉. 넷플릭스 26년 7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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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의 승패는 당연히 액션에 달려 있다. 영화 <존 윅>의 성공은 액션의 표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총은 거리가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기에 좋은 무기임에도, 마치 칼처럼 근거리에서 싸움을 벌인다. 게다가 방탄 외투에 주위 날카로운 도구들을 활용해 투척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새롭다. 새로운 액션이 어디 있을까 싶음에도, 액션 장면은 놀랍도록 새롭게 태어난다.  



영화 <쉘터>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액션 영화다. 액션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제이슨 스타뎀은 온몸을 사용하는 액션이 눈에 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터>에서 드라이빙과 액션의 접목이 가져 온 신선함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무술을 배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운동신경과 체격, 핏이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연걸과 나온 영화 <더 원>이후 무술을 배우면서 정통 액션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그의 액션은 비슷비슷하게 펼쳐졌는데 어떤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빛나기도 하고 빛이 바래기도 한다.


영화 <쉘터>는 비밀 첩보원이었지만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어기면서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한 섬에서 은둔해 살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 섬에 식량을 조달하는 옛 동료와 그의 조카가 하루는 폭풍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 한다. 제이슨 스타뎀이 조카를 구하고, 먹을 것과 치료를 위해 뭍으로 나온다. 하지만 길거리 아이들의 휴대폰 라이브 방송에 얼굴이 찍히면서 첩보기관에 들통이 난다. 비밀첩보 조직에 쫓기게 된 제이슨은 자신은 물론 조카를 구할 수 있을까.


본 시리즈의 정체를 감춘 첩보원의 추격과 레옹의 어린 소녀와의 우정을 합친 전개다.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액션 또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평균은 한다. 하지만 새로운 액션을 원한다면 글쎄.....     


<쉘터>는 영국, 미국, 캐나다 합작 영화, 107분, 액션, 26년 4월 15일 개봉, 넷플릭스 8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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