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주는 지리멸렬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한다. 어떤 이는 여행을 넘어 목숨을 걸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험준한 산 속 깎아지른 암벽을 등반하거나, 거센 물줄기를 카약을 타고 헤쳐나가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등정에 성공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영화 <정점>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샤를리즈 테론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과몰입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암벽등반에서 꽤 실력 있는 파트너를 몰아 세우며 악천후 속에서도 등정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 탓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파트너를 버려야 하는 악몽같은 경험을 치른다.

시간이 흘러 샤를리즈 테론은 호주에서 홀로 카약을 탄다. 여자 혼자 깊은 산속에 들어가려 하자, 시골의 남성들이 추태를 보인다. 하지만 한 남자의 도움으로 실랑이에서 벗어나고, 그 남자의 추천으로 크리킹(좁고 물살이 급한 계곡에서 카약을 즐기는 것) 장소에 도달한다. 크리킹을 즐기던 샤를리즈 테론은 야영을 하다 자신의 배낭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이후 사냥감 신세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과연 그녀는 이 사냥으로부터 벗어나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액션배우로 일가견이 있는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다. 여기에 암벽등반과 크리킹이 주는 짜릿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이 쫓기면서 물살에 휩쓸리는 장면을 원컷으로 보여주는 편집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안전하게나마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갈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의 선택 앞에 놓여진 인물의 생존을 향한 분투가 제법 쫄깃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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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사람들>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하정우 감독의 4번째 작품이자 첫번째 19금 영화다. 19금이 된 이유는 폭력이나 선정적 이미지 떄문이 아닌 대사의 선정성 때문이다. 영화가 성적인 금기에 대한 벽을 깨는 자유스러움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찌보면 당연한 연령제한일 수도 있겠다. 공적인 기준을 정할 때 금기를 말하고, 그것의 작동 방식을 논하는 것은 성인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금기에 대한 도전은 청년의 특권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적 금기와 기준, 자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15세 이상 관람도 어찌 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성적 담론에 취약한 한국에서, 보다 자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청소년들에게도 성교육(이야기)의 소재로 가능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영화는 아파트 윗층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래층 부부(김동욱-공효진)의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아랫집을 배경으로 한 연극적 요소가 가득하다. 

아랫집 부부의 집에 초청된 윗층 부부는 아랫집을 방문하면서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일부일처제라는 제도를 지키면서도 실상은 자유로운 성적 관계를 지향하고자 하는 부부의 제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아랫층 집을 배경으로 네 명의 인물이 티키타카를 선 보인다. 이들 부부의 대화를 듣다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가 당연시 해 온 제도적 틀이 혹시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감옥은 아닐까 의심을 갖게 한다. 과연 어디까지 자유를 허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 더해 부부관계라는 이름 하에 일상 속에 깊이 자리박고 있는 허례나 허영은 없는 것인지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 다만 영화 초중반의 파격적 전개가 후반으로 가면서 정신병적 상담과 치유라는 다소 온건한(?) 결말로 향해가는 것이 아쉽다. 끝까지 파격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지는 <윗집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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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가 개봉한 지 두 달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나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보통 극장 개봉에서 OTT로 넘어가는 홀드백 기간이 아무리 빨라도 석 달 정도는 되었는데, 7주 만에 OTT로 보게 된 것이다. 23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왕과 사는 남자>에 밀려 200만 관객을 넘지 못하자, 재빠르게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나름 적중해 국내에선 4월 첫째주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세계적으로는 80개 국가에서 톱10 진입에 성공했고, 20개 가까운 나라에서 1위에 올랐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베를린>처럼 첩보물로 보여지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범죄물에 가깝다.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에 나선 국가보위성의 간부(박해준 역)가 러시아 범죄조직과 연계해 마약과 인신매매를 저지르고, 이에 맞서서 남한의 국정원 요원(조인성 역)이 활약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해 요원의 휴민트(인간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 역할을 하는 북한 여성(신세경 역)과 한때 이 여성과 연인이었던 보위성 소속의 활동요원(박정민 역) 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그려진다.


류승완 감독은 <휴민트>를 통해 인간+정보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답하고 있다. 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이 시기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또한 국가의 이익 앞에서 개인의 생명이 무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류승완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액션이다. 특히 타격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천만영화의 기세를 자랑하는 <범죄도시>의 액션은 카메라와 배우의 위치를 통한 트릭으로 주먹 한 방의 위력을 보여주는 반면, <휴민트>는 그야말로 진짜 얻어맞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이번 액션에도 이런 타격감이 살아 있다. 그럼에도 세 사람이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되는 장면 등 곳곳에서 클리셰가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 모든 장면이 새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와 액션 장면의 일부가 너무 익숙한 모양새인 것은 살짝 실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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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제목 <대홍수>를 들었을 때, 그리고 예고편을 봤을 때 이 영화의 장르는 재난영화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홍수가 발생하고, 도시의 고층 아파트까지 잠기는 위기가 닥친다는 설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생존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지에 대한 긴장과, 그 과정에서 나타날 다양한 갈등 상황이 흥미를 끌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 아닌 반전을 맞는다. 대홍수가 일어나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곳에서 감성적 인공지능(심장)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아이를 들쳐업고 아파트 3층에서 고층으로 피난한다. 이때 그 연구원의 가이드팀원이 연구원을 구하기 위해 이 아파트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의 탈출은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한다.(이 과정에서 말 안 듣는 아이가 얼마나 짜증나고 답답한지.... 하지만 나중에 왜 이 아이가 그렇게도 답답한 캐릭터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아파트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재난영화가 아닌 타임루프 영화로 장르를 변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타임루프 영화도 아니다. 다시 한 번 반전이랄까.(충격과 재미를 주는 반전은 아니다. 그냥 이야기를 틀어버리는 반전.) 지금까지 봤던 것, 그리고 계속 보여지는 것은 연구원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임무를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마치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톰 크루즈가 계속되는 타임루프를 통해 목표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듯 말이다. 다만 이 시뮬레이션은 인류 종말을 맞이한 인간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고, 이들을 인간답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감정이라고 확신하고, 인공지능에 모성을 가르치기 위한 과정이었다. 


결국 영화는 인공지능이 모성을 배우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아이는 그다지도 답답했던 것이고. 하지만 영화가 상정하는 이 모든 전제는 그다지 설득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재미도 감동도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 AI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제프리 힌턴은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게 하려면 이들에게 모성 본능을 프로그래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홍수>가 차라리 이런 주제로 모성 본능을 AI에게 입력하는 과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었다면 보다 흥미진진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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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6-01-05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봤습니다. 전 평덤 5점 줬습니다..ㅎㅎ
 



미국의 레이더망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잡혔다. 정보를 분석해보니 탄도미사일이다. 불운인지 해킹인지 알 수 없지만 미국의 군사위성은 이 미사일이 발사됐을 찰나의 순간 작동하지 않았다. 즉 이 미사일이 어디에서 발사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다만 미사일의 궤도를 추정해보니 한국의 동해상 근처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모두 해당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 미사일이 무엇을 싣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핵탄두를 싣고 있는 것인지, 탄두 없는 발사 시험체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 미사일이 현재의 궤도로 계속 날아간다면 시카고 어디 쯤엔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만 추정할 뿐이다. 


백악관의 상황실은 혼돈에 빠졌다.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갈팡질팡이다. 다행히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매뉴얼이 있다. 상황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이 매뉴얼에 따르기 시작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이 미사일이 미국에 떨어지는 일을 막는 것이다.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다. 매뉴얼 대로 두 개의 미사일만 발사된다. 혹시나 모를 연이은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요격 미사일 모두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데 실패한다. 미국의 시카고 시민을 대피시키기엔 늦었다. 앞으로 남은 대책은 이 미사일에 대한 보복 여부 뿐이다. 어디서 발사 된 지 알 수 없고, 아직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참극에 대한 보복을 강력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의견일치를 보인다. 하지만 어디로, 어느 수준까지 보복해야 하는 것일까.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지만 벌어질 가능성이 언제든 있는 탄도미사일 한 방의 여파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세 파트로 나누어져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에 이어 대통령까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 사건을 바라본다. 결국 마지막 결정은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 과연 미국의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는 이 과정을 세 가지 시선으로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고 세차게 몰아간다. 이 급박한 전개로 숨이 멎을 정도로 흥분이 된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의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를 지켜보고 있자면, 세계 최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위기 대처 시스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짐작하면서도 이 시스템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정보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발생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시스템으로 보완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결국 모든 선택의 권한이 지도자 한 명에게 주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현재 어떤 이가 지도자로 있는지에 따라 세계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이 세상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폭탄 속에 파묻혀 있는 집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또한 정말 이대로 영화가 끝나는 거야? 라는 탄식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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