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117분 넷플릭스 감독 김태준 출연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
스마트폰을 주운 자가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후 주인에게 되돌려 준 후 주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주인공인 나미(천우희)도 스마트폰을 되돌려받고 나서 일상을 잃어버리고 목숨마저 위협받는다.
1. 나는 정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 이후, 나를 규정하는 일은 꽤나 철학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나는 철학으로 정의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구성되어진다. 그리고 그 정보는 스마트폰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즉 '스마트폰이 나'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인트로에서 스마트폰으로 현대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현란한 화면과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매개된 생활은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위기를 맞게 된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나미는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임시완)으로부터 스마트폰을 되돌려 받지만, 그 안에는 스파이웨어가 깔려 있다. 나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게 된 준영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나미의 주변 사람들을 나미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원격 조정을 통해 나미가 잠든 사이 나미인 척 타인을 헐뜯는 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오해를 받게 만든 것이다. 이 오해의 파장을 꽤나 거세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뭉개버릴만큼.
2. 나는 믿는다
사람들은 사람의 말보다 미디어 속 말을 쉽게 믿는다. 미디어 속에서 가치 판단 없이 퍼 날라지는 정보는 사람의 주목을 끌고 믿음을 준다. 사람은 거짓말 하지만 기계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착각도 한 몫 한다.
게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준영의 이간질에 나미는 베프마저 잃는다. 스마트폰의 분실과 그 주인의 연쇄적인 죽음을 수사하던 형사 지만(김희원)은 지금까지 획득한 정보로 범인이 가출한 아들이지 않을까 의심한다. 그리고 이 의심은 파고 없이 잔잔하게 범인의 행각을 뒤따르던 영화의 흐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재미(?)를 가져온다.
3. 도대체 왜?
그나저나 준영은 왜 연쇄살인이라는 행각을 벌인 것일까. 나미의 물음에 준영은 "스마트폰을 주었으니까"라는 답을 한다. 이 말은 "지금 너는 너 자신을 잃어버린거야, 아니 너를 버린거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 당연히 너는 없어져도 무방한 것이라는 의미일지도.
나의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보고 스마트폰을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스마트폰이 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소셜미디어 속 나를 가꾸고 만들어가는데 너무 많은 애를 써서도 안되겠다. 나는 미디어 속 정보로만 구성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더 많은 행동으로 구성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