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0년 시작했던 시즌1이 2024년 시즌3로 마무리. 시즌1은 'K크리처의 탄생'이라는 찬사 속에 흥행에 성공. 기존의 좀비와 같은 전염성에 비롯된 동일한 형태의 크리처가 아니라, 개개인의 욕망에 따라 가지각색의 괴물이 나타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시즌2는 수호대와 안전캠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뚜렷한 목표 없이 갈등만을 보여주어 실망을 많이 주었지만, 시즌3의 떡밥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안겨줬다. 


2. 매몰비용의 오류! 시즌2까지 본 것이 아까워 시즌3까지 보았지만...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떡밥이라 표현되었던 시즌2의 이야기가 시즌3에서 마무리는 되었지만,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무리 된 이야기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여전하다.


3. 시즌2와 시즌3의 빌런이라 할 수 있는 편상욱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그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좀 더 강한 육체를 욕망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육체를 발판으로 다른 목표가 있는 것일까. 현수(송강)에게 자신의 편에 서라고 말해왔지만, 도대체 그 편에 서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 시즌3의 주요 등장요소라 할 수 있는 신인류라는 것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감염이 되어 괴물이 되고, 다시 진화하여 신인류가 된다는데, 은혁을 통해 보여지는 신인류는 감정이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괴물이라는 과정 속에서 욕망이 사라지고 신인류가 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인류가 괴물이 되어 신인류로 살든, 그냥 인류로 살든 별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궂이 괴물을 죽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감정을 지닌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 그저 괴물로부터 벗어나 있으면 그만일 듯 싶은데....


4. 이상하게 시즌3를 보면 촬영장 모습이 떠오른다. 극에 집중하여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못하고, 지금 이 장면이 어떻게 촬영이 되고 있을까 하는 상상이 머릿속을 채운다. 등장인물들이 죽을 때마다 나타나는 신파적 요소가 너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일까, 오히려 더 어색해진 CG때문일까, 다양한 괴물보다는 일대 일에 가까운 대결 구도 때문일까. 아무튼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머릿속에 촬영장 모습이 떠오르는 것도 별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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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권의 프레임 중 하나는 <운동권>이다. 소위 386이라 불리던 세대로, 지금은 686이라 할 수 있는 1980년대 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세대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부흥기를 이끌고, 그 결과도 함께 만끽하고 있는 세대라고 할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이 운동권 세력이 권력의 중심 한 편에 서서, 자신이 그리는 공정한(?) 미래를 위해 최고 권력, 즉 대통령이 되기 위한 싸움을 전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기에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를 담아내면서, 얼핏얼핏 우리 역사 속의 정치가들과 역사적 사건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차용해, 예수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제자들의 배신을 정치권력을 향한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삼국지의 계략을 떠오르게 만드는 갖가지 술책이 등장한다.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내 그럴 줄 알고~' 처럼 상대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전술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물론 예측 가능한 클리셰도 많다. 


<돌풍>의 두 주인공 설경구와 김희애는 시리즈 12편 내내 역사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양 진중하고 가열차게 그려진다. 그런 이미지의 표현으로 목소리는 짙게 깔려, 간혹 자막을 통하지 않고는 그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까지 되어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아무튼 <돌풍>을 보고 있으면 현실을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하지만, 가끔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과장된 경우도 있으니.... <돌풍>의 핵심 키워드는 설경구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라 더 큰 거짓이다"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목적론적 윤리관 그 자체. 결과를 위해선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가치관은 시간과의 싸움과도 연관되어 있다. 긴 호흡이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경구는 이 주장과 함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을 달라고 계속해서 부탁을 한다. <돌풍>을 보면서 이내 씁쓸해지는 것은 설경구의 주장이 드라마 끝까지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스포일러 주의-

<돌풍>에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더 큰 거짓말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두 가지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언론과 검찰. 현 정권을 포함한 기존의 권력 집단들이 손에 쥐고 싶어 한, 또는 개혁하고 싶어한 두 세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설경구의 주장처럼 '거짓말을 이기는 더 큰 거짓말'이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집단이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더 큰 거짓말이 이기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진실이 이기도록 만들 수 있는 세력일 수도 있다. 


<돌풍>에서는 단 한 번도 언론이 더 큰 거짓말을 밝혀 내지 않고-못하고가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지 않는다. 그저 더 큰 거짓말에 놀아나고 그대로 전달하는 앵무새일 뿐이다. 그나마 검찰은 더 큰 거짓말과 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는 순전히 설경구와 친구 관계인 검사가 진실을 향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결국 목적론적 윤리관에 자리를 내어주고 말지만. 


칸트가 말한 "네가 행하는 규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하라"라는 의무론적 윤리관, 더 나아가 중용에서 말하는 신독()까지 나아가는 도덕적 자세는 <돌풍>에서 사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설경구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돌풍처럼 쓰레기 같은 세력을 깨끗이 씻겨낸 바로 그 자리에 무엇이 새롭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 <돌풍>이 불어 깨끗해진듯 보이는 거리가 또다시 쓰레기로 채워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은 더 큰 거짓말의 부작용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돌풍>을 보고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기분도 바로 이 부분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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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여전히 낭만적인 이들을 위한 서사시

디즈니+ 의 16부작 <삼식이 삼촌>은 5.16 쿠데타라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극 중 주인공 삼식이는 국민 모두가 하루 세 끼 모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그리고 이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만한 인물인 김삼을 만나서 그를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된다. 과연 그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1. 피자와 시루떡

<삼식이 삼촌>에서 나오는 음식 중에는 피자와 시루떡이 있다. 피자는 국민 대다수가 들어보지도 또는 먹어보지도 못했지만,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꿈의 메뉴로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론 삼식이(송강호)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사람으로 지원하게 되는 김삼(변요한)을 시루떡으로 표현한다. 시루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지만, 보기엔 탐스럽지 않아도 먹으면 맛있는 메뉴다.

피자와 시루떡은 혼자 먹는 메뉴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먹는 메뉴다. 드라마 속에서는 같이 잘 살고 싶은 염원을 담은 소재라 할 수 있다. 이는 삼식이 삼촌이 꿈꾸는 세상과 닮아 있다. 그것이 피자가 되었든 시루떡이 되었든 배부르게 먹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2. 지구의 자전과 공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에게 감각되지 않는다. 역사를 움직이는 힘도 마찬가지다. 삼식이 삼촌은 역사를 움직이는 것이 리더가 아니라 감추어진 힘, 즉 모략가들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는 스스로 역사의 뒤편에서 작용하는 숨겨진 힘이라 생각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일반 대중들은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삼식이 삼촌은 이러한 배후의 움직임이 결국 역사를 바꾼다고 믿었다. 이는 우리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실재하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도 그렇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리더나 반대로 대중이 역사의 주체라는 시점과는 궤를 달리한다. 

3. 목적을 위한 수단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강구해도 괜찮은 걸까. 삼식이 삼촌은 하루 세 끼 배부른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불법과 탈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삼식이 삼촌의 방식은 목적 달성에 있어서 수단의 도덕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이었다. 

배부른 나라를 위해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가 억압되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목적을 이루었기에 그 과정도 모두 용인될 수 있을까. 


삼식이 삼촌의 재미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에 있다. 군부에 의해 잡혀가 심문을 받는 삼식이와 김삼, 그리고 그의 동지들. 그들의 진술 중 엇갈리는 부분들이 나오고,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또한 이들은 왜 심문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하고, 심문 후 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알고 싶어진다. 처음엔 이 시간을 왔다갔다 하는 편집이 상투적으로 느껴졌지만, 점점 진술이 엇갈려가면서 편집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종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과연 삼식이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이 그냥 잊혀지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묻게 만든다.  


<삼식이 삼촌>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희생되어진 것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시킬 것인지를 곰곰히 묻게 만든다. 정치가 권력을 다투는 싸움이지만, 결국 <원대한 꿈>을 이루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삼식이 삼촌>은 정치가 여전히 낭만적인 이들에게 다시 불리워질 이름일 듯하다. 이제 삼 시 세 끼 배부른 대한민국의 원대한 꿈은 무엇일지, 소위 이 시대의 삼식이 삼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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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특기가 살아날지 궁금해지는 10부작 드라마. 배양육을 생산하는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의 경호원으로 접근하게 된 퇴역장교 우채운(주지훈)이 대통령 테러 사건을 비롯해 윤자유의 목숨을 노리는 일련의 사건, 또 윤자유 주위 인물들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2. <비밀의 숲>2에서는 검경수사권을 둘러싼 양방의 논리가 이야기의 양념이 되었다면, <지배종>에서는 생명공학기술을 둘러싼 혜택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양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양념은 10부작 중 7~8부에서야 드디어 드러난다. 다소 양념이 늦게 처지는 바람에 초반의 밍숭맹숭한 맛을 잘 견뎌내야 본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배양육은 애피타이저 였을뿐, 본 요리는 배양장기라는 생명공학기술이었고, 이 기술을 어떻게 다룰 지가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이었던 것이다. 


3.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짧은 대사가 명연기에 입혀져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냈다. <지배종>에서는 한효주가 생명공학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보여준다. [모두가 혜택을 본다면 진화, 혼자서 차지한다면 변이]라는 것이다. 변이를 통해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 말 자체는 어찌보면 모순적이라 보여지지만,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정말 기억에 남는 대사라 할 만하다.

물론 생명 연장에 대한 공학기술을 다루는 SF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기술의 혜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빈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제는 자주 다루는 내용이긴 하다. <지배종>의 윤자유는 BF가 내놓는 생명공학기술이 빈부의 차이 없이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연구자이자 사업가로서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생명공학기술이 아니라, 모든 이가 육체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기술을 돈벌이 또는 권력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세력과는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4. <지배종>에 나오는 BF는 배양육 뿐만 아니라 배양식량, 배양생선, 배양식물 등 모든 1차 생산물을 2차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다. 당연히 이로 인해 1차 생산에 종사하는 농부, 어부 등은 생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지금도 배양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생산과 도축 과정의 비도덕적  또는 비건강적 조건을 없앤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산업의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풀어가야 하는지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 앞에 닥친 AI도 이런 문제를 품고 있다. 


5. 드라마 <지배종>에서는 이런 갈등을 1차 생산자의 시위와 자살, 또는 무력봉기로 간략히 비쳐준다. 윤자유의 대척점에 있는 국무총리(이희준)는 이 갈등을 자신이 생명공학기술을 독점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생명연장의 기술이 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그리고 이 기술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앞으로 닥칠 명약관화한 문제다. 에너지 혁명으로 산업화, 기계화가 되어지면서 우리에게 닥쳤던 문제가 새로운 옷을 입고 또다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배종>은 테러와 살인을 일으키는 범인의 윤곽이 잡혀가는 재미와 함께 기술이 가져올 갈등에 대한 예고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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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6부작(1부당 50~60분). 카카오페이지 웹툰

연출 민홍남 극본 연상호

출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등


감독 또는 극본가로서의 연상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지극히 개인적으로 주술이 먼저 떠오른다. 그의 작품 <방법;재차의>와 <지옥>의 영향이 큰 듯하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이나 <부산행>, <반도>에서 다루는 좀비물도 이런 이미지에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모두 이런 좀비물이나 주술을 소재로 하는 것은 아니다. <돼지의 왕> 같은 초창기 애니메이션들은 사회 고발, 비판적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어찌됐든 드라마 <선산>은 제목부터 왠지 주술과 관련됐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선산>은 주술적 요소가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주요 소재는 아니다. 작가나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선산>이 주는 강렬함은 피와 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극의 흐름은 주인공 김현주의 주위 사람들이 살해되면서 그 범인을 찾는 추리물과 스릴러적 성격을 띠고 있다. 


김현주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작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단지 핏줄이 얽혀 있다는 것 만으로 장례를 치러야 했기에, 얼른 이 일이 끝나기 만을 바란다. 하지만 작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선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뜩잖지만 선산을 물려받기 위해 장례를 치르고 유산을 상속 받을 준비를 하는데, 난데없이 이복 동생이 찾아와 선산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골프장이 들어설 곳에 위치한 선산은 그 값어치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주 주위 사람들의 죽음. 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찾아 경찰과 김현주가 따로 움직인다. 


제목 <선산>은 핏줄과 관련 있다.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 바로 선산이지 않은가. 여기서 핏줄은 가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산이 유산으로 남겨지게 되면, 가족 간의 싸움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유산을 둘러싼 형제 자매간의 싸움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듣는 사건 부류의 하나다. 혈통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서 돈이 중요한 자본주의로 사회가 바뀌면서 가치 또한 변화를 맞이했다. <선산>은 피에서 돈으로 가치의 중심이 변해가는 현실을 유산으로 남겨진 선산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단서가 약하고, 반전의 강도가 크지 않아 극의 재미가 살짝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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