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시리즈 <미싱 유>. 영국. 드라마, 스릴러, 15세 이상, 5부작.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할런 코벤 소설 원작. 원작은 2015년 출간되었고, 한국어 번역으로 2016년 출판됨. 사랑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진 연인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 살고 있을까. 특유의 반전은 쫄깃하지만, 한 번 더 내민 또 다른 반전은 살짝 억지스럽다. ★★★ 7점/10점


2. 캣 도너번 형사는친구가 깔아놓은 음악 매칭 데이트 앱에서 11년 전 헤어졌던 약혼자의 프로필을 보게 된다. 아직도 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기에 연락을 취해 보지만, 거절 당한다. 때마침, 자신의 어머니가 캣 형사의 전 약혼자와 만나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한 소년이 사건을 의뢰한다. 캣은 자신이 알던 전 약혼자와 다른 모습을 전해 들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전 약혼자를 찾아 나선다. 과연 전 약혼자는 어디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3. 할런 코벤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다만 이번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감상. 2010년대 쓰여진 할런 코벤 소설의 특성일까. 처음 보았던 폴란드 드라마 <단 한 번의 시선>과 얼개가 많이 닮아 있다. 먼저 작품의 제목은 노래 제목을 따 왔다. 2.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여성이다. 3.이들은 사건 해결에 나서면서 자신의 연인이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4.그의 주변 인물들과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과거의 사건과 얽혀 있음도 드러나게 된다.  


4. <미싱 유>에서는 데이트 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앱을 통해 범죄가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엔 중고마켓 앱 등을 통해 범죄가 발생한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간간히 접하곤 한다. 신혜선이 주연했던 2023년 영화 <타겟>이 이를 소재로 하기도 했다. 

사기범죄는 인간의 욕망과 직결되어 있다. 사람의 욕망을 이용해 범죄 대상자를 꾀어낸다. 욕망에 휩싸여 있는 상태에서는 그것이 사기임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중의 하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이런 연결의 욕망이 원동력이다. 지금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짝짓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리즈 <미싱 유>에서 데이트 앱을 범죄의 도구로 들고 나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기가 판을 친다 해도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5. <미싱 유>에서는 두 개의 반전이 있다. 전 약혼자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과 캣 형사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반전이다. 첫 번째 반전은 이야기의 소재와 잘 버무러져 흥미를 돋궈 준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은 조금 억지스럽다. 반전을 위한 반전이라고나 할까. 두번째 반전을 가져다 준 사건이 물론 가능한 일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번째 반전이 있어야 시리즈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반전은 약점이 되기도 강점이 되기도 한다. 


6. 아무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부디 감추지 말고 솔직해지자. 때론 묻어두고 감추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배려라는 명목으로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이들에겐 감춘다는 배려가 독이 될지도 모른다. 힘들지라도 함께 헤쳐나가는 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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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SAC2045>. 2020년 시즌 1 12화, 2022년 시즌2 12화 완결. 3D 애니메이션. 1편의 애매한 액션을 참고 넘기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보다 정교해진 액션이 23편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24편 마무리는 너무 무책임하다. 그럼에도 22개 편의 재미에 흠뻑 빠질만하다. SF의 주된 관점 중 하나는 이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 인간 없는 세상은 평화로울까.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게 각성하기를 바라본다. 8점/10점 


2. 2002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원조(?)는 나라는 자아가 기억 덩어리라는 깨우침을 주었다. 어떤 철학적, 인문학적 책 보다도 강렬하게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다. 나라는 것이 어떤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존재라기 보다는 쌓이고 쌓인 기억들의 총합임을 실감케 한 것이다.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된 A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실제 자신이 행했던 것들의 총합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총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A가 생각하는 A와 타인이 생각하는 A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타인이 A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해도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A를 저버릴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언제든 변형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변하는 나 A란 있을 수 없게 된다. <공각기동대>는 개인적으로 기억으로서의 나에 대한 벼락같은 꺠우침이었다.   


3.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사이보그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이다. 미래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서 타인의 기억(생각)을 조작하고 변형시키는 해커 <인형사>를 제거하기 위해 공안 9과가 만들어지고, 임무에 뛰어든다. 

20년이 지나 새롭게 만들어진 <공각기동대SAC2045>는 해체되었던 공안 9과가 다시 만들어지고, '포스트 휴먼'이라는 존재를 찾아 범죄를 막는 이야기다. 인물은 동일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4. 미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선 '전뇌화'가 가능하다. 나의 뇌를 정보화 시켜 전산시스템과 연결해서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몸뚱아리도 의체화가 가능하다. 쿠사나기 소령은 전뇌화 된 사이보그이자 의체화된 용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뇌화를 넘어서 슈퍼컴퓨터의 역량을 지닌 개체가 나타난다. 이들은 순식간에 총알의 궤적을 계산해서 피할 정도의 슈퍼맨들로 '포스트 휴먼'이라 불린다. 공안 9과는 '포스트 휴먼'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5.<공각기동대SAC2045>는 3D 애니메이션으로 1화에서는 다소 3D 웹 애니메이션이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차음 이 작화에 익숙해지면 정밀한 액션신에 감탄하게 된다. 배경 또한 뭉뚱그려진 표현이 없이 세밀해서 그야말로 볼 맛이 난다. 총격신은 물론이거니와 오토바이와 차량 추격신 등 액션장면이 눈에 띈다. 핵잠수함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 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재미이다. 


@@@@ 스포일러 주의

6.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일례로 공상과학에서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 AI에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라'고 명령하면 AI는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상상. 만약 AI가 이런 행동에 나선다면 인류는 AI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SAC2045>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23편까지 차곡차곡 쌓아간다. 23편 마지막 부분의 장면은 눈물이 나올 것 마냥 아련하고 슬플 정도다. 그런데 마지막 편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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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애니메이션 <아인>은 2016년 작품이다.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이제서야 작품을 접했지만, 방금 갓 방영된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작화가 뛰어나다. 특히 총격신을 비롯한 액션 장면은 정말 실감난다. 이 장면 그대로 실사로 옮긴다해도 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흥분을 자아낸다. 다만 인물들이 걸어가는 모습은 다소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있다. 9점/10점 


2. 고등학생인 나가이 케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열공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정하고, 감정적인 것을 멀리하고 차갑고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한다. 그러다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죽었다가 멀쩡하게 다시 살아난다. 항간에 알려진 죽지 않는 존재, 다시 부활하는 존재 아인이었다. 일본에서 발견된 세번째 사례다. 나가이는 자신이 실험실에 끌려가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공권력으로부터 도망을 친다. 그의 도주는 어떤 결말에 이를까.


3. 애니메이션 <아인>에서는 아인이라는 존재를 상업적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죽었다 다시 살아난다는 성질을 이용해 각종 위험한 실험에 피험체로 쓰는 것이다. 생화학 무기나 살인 무기를 비롯해 의약품의 임상 실험 등등, 차마 인간에게는 하지 못하는 적용 실험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 댄다. 정부는 기업체와 함께 이 사실을 숨기고, 돈벌이에 혈안이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말은 아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아인을 인간으로 분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대부분 수단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또는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말 속엔 이미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을 때 목적으로 대하라는 것이지 일(노동) 대 일(노동)로 만났을 때는 수단으로 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인이 이용되어지는 모습은 수단으로 대해지는 극단적인 모습일 것이다. 목적으로 대해지는 순간은 찰나조차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인권을 단순하게 수단과 목적으로 분류해 나눌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삶이 평생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면 그 속에 인권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론 목적으로서 대해진다 하더라도 생명을 해하거나, 폭력이 동원되어진다면 그 속에도 인권은 없을 것이다. 목적을 잃지 않는 수단, 그 속에 인간이라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5. 한편 사토라는 아인은 아인의 인권을 위해 테러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아인을 실험체로 사용해 왔던 것을 폭로하고 아인의 자치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보낸다. 아인을 수단으로 여기로 함부로 대했던 정재계 고위 인물의 명단 15명을 공표, 이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실제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사토의 목적은 아인의 인권 수호가 아니라, 재미다. 죽고 죽이는 전투, 전쟁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반면 사토의 테러는 나가이가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또는 조용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인간 대 아인의 대결은 사토 대 나가이의 대결로 바뀐다. 


6. 사토의 테러에 동참했던 아인들은 점차 사토의 테러가 도를 지나치고, 그 목적을 도외시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들은 사토의 명령을 거부하고, 그의 곁을 떠난다. 그 중 일부는 사토를 배반하는 것이 곧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알고도 반대편인 나가이를 돕는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지금 현실과 겹쳐 보인다. 항상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고 캐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저 주어진 대로, 명령 받은 대로 맹목적으로 실행하다간 자칫 목적으로서의 삶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삶을 자처할 수 있다. 우리가 목적을 잃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맹목적이기 보다 항상 선택의 경우를 만들고,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이 목적으로서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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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루토>는 넷플릭스 23년 10. 26 오픈 된 일본 애니메이션 8부작 작품이다. 2003년 공개된 <몬스터> <20세기 소년>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동명의 원작 만화가 있다. 이 원작의 원작은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중 일부 편이다. SF. 스릴러라 할 수 있으며, 액션은 살짝 가미.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강추. 한편으론 주제면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도 있다. 8~9점/10점


2. 세계 최강의 로봇 7인 중 하나인 스위스의 '몽블랑'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몽블랑은 자연을 보존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존재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 존재였기에 세상은 충격에 빠졌다. 그의 잔해에는 사슴뿔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막대가 놓여져 있다. 이어 '로봇은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로봇법을 만든 사람과 대규모 학살 로봇이라 추측되는 '보라'를 검증했던 박사들도 사슴뿔이 남겨진 채 죽음에 내몰린다. '몽블랑'뿐만 아니라 다른 최강의 로봇들도 하나, 하나 죽어나가면서 세상은 혼돈에 빠지는 듯하다. 이 사건은 최강 로봇 7인 중 하나이기도 한 유로폴의 형사 게지히트가 맡는다. 이 연쇄살인(?)범은 누구이며, 그 목적은 무엇일까. 


3. 애니메이션 <플루토>는 로봇이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고, 가장 발달한 로봇의 경우엔 인간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발달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AI의 경쟁을 통한 발전 속도와 AGI에 대한 기대감은 이런 로봇이 결코 공상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마저 주게 하고 있다. <플루토>가 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이런 현실감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연쇄살인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풀어나간 스릴러가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4. <플루토>에서 등장하는 지상 최강의 로봇은 모두 인간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그들은 로봇의 이상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완전한 로봇 또는 인공지능은 없을까. 완전하다는 의미란 인간에 가까운 이라는 뜻일 것이다. 극 중 천재적인 박사는 이런 완벽한 로봇을 꿈꾼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로봇보다는 오히려 인간에게 사랑받는 로봇이란 존재가 더 인간의 꿈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꼭 닮은 로봇이라면 인간이 일으키는 문제 또한 똑같이 만들어 낼 테니 말이다. 


5. '플루토'와 한 번 죽었다 다시 생명을 갖게 되는 '아톰'의 경우가 완벽에 가까운 로봇이라 할 수 있다. 애니 <플루토>에서는 99억 명의 인간을 모두 시뮬레이션 하고 이들을 분석해 가장 인간다운 로봇으로 태어나도록 프로그래밍 된 로봇이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아마도 완벽에 가까운 형상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로봇을 깨어나게 하는 방법은 인간의 일부 감정을 극한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다. 극 중에서는 특히 '증오'가 로봇을 깨우는 방편으로 사용된다. 


6. 인간의 감정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이며, 감정이 없는 인간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는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극한에 도달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플루토>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이 결국 사랑이나 가족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치우친 것은 위험한 것일지 모른다. 증오 또한 그 밑바탕엔 사랑의 감정이 있어야 생겨나는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사랑 없이 증오가 발생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기에 최상의 로봇이 인간으로 깨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극한의 감정이라는 설정은 소름이 돋는다. 인간의 비극이 이 극한의 감정이라는 씨앗으로부터 맺어진 결실이 아닐까 해서다. 


7. AI와 로봇이 일상으로 점차 스며들기 시작하는 이때.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잘 만들어진 애니 <플루토>를 통해 이야기의 재미를 만끽하면서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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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드라마 4부작, 총 160분 정도로 보통 영화 1편보다 살짝 긴 정도. 스웨덴. 실화 바탕. 원작소설 각색,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8살 아이와 50대 여자가 한 곳에서 동시에 칼에 찔러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16년 간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집념 어린 형사가 새롭게 등장한 DNA족보학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이 사건은 스웨덴 역사상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수사력이 동원되었다. 외로움은 죽음을 불러오는 병이자 죽음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범인과 형사, 피해자의 가족과 목격자까지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이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2. 북유럽의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사실에 흥미가 갔다. 소위 살기 좋은 나라라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곳에선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다. 시리즈 속에 비쳐진 모습 속에서는 스웨덴만의 독특한 삶의 풍경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축구클럽의 성황, 의무교육의 절대성?(족보학자의 딸이 학교를 결석하자 족보학자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결코 결석은 용납될 수 없다는 말을 건넨다. 실제 스웨덴에서는 홈스쿨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비슷비슷한 집의 규모와 풍경 등을 얼핏 엿볼 수는 있었다.


3. 독일어처럼 들리기도 하는 스웨덴어의 낯설음이 드라마 초반 집중력을 잃게 하지만 이내 화면 속에 집중하게 된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두 가족과 담당 형사의 사건 당일 아침 풍경이 교차 편집되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목격자도 있는데다 혈흔을 통한 범인의 DNA까지 확보해서 범인은 쉽게 잡힐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격자는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만 간다. DNA대조를 위해 프로파일링을 통해 밝혀진 15~30세 남성의 DNA를 확보하려 하지만,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DNA를 확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면요법으로 겨우 범인의 몽타쥬를 작성해 배포하지만, 범인은 찾을 수 없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 16년이 흘렀다. 이제 이 이중살인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넘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 담당형사 욘은 최근 40년 만에 사건을 해결하게 도움을 준 DNA족보학을 알게되면서 마지막 희망을 건다. 


4. 시리즈는 담당 형사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쏟다 가족 간의 관계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막 태어난 아기와 부인을 돌보지 못하면서 별거에 들어가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피해자 가족 중 한 가족은 이민자 가족으로 살인 사건의 피해가 도리어 인종차별로까지 이어지면서 이사까지 가게 된다. 목격자는 기억나지 않는 범인의 얼굴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어떻게 이 파장으로부터 힘들어 하는지를 과장되지 않게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야 할 부분들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5. <브레이크 스루>라는 제목처럼 이 사건을 해결하는 돌파구는 DNA족보학이다. 시리즈 후반부에선 이 족보학에 꽤나 시간을 들이지만, 짧은 설명만으로 족보학의 의미를 알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시리즈 속 족보학자가 족보학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다면서 화를 내지만, 좀처럼 그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족보학자가 자신이 밝혀 낸 범인이 틀리면 어떡할 지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는 학자로서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6. 올해 발표된 케임브리지 연구에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건강을 악화시키며 그 원인이 단백질에 있다고 밝혔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과 연관된 단백질이 있으며, 이로 인해 수명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 스루>의 범인은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었다. 최근 2년 동안 전화통화와 문자 등 타인과 소통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스웨덴에서는 이런 사회적 고립을 특히 두려워하는 듯 보인다. 족보학자의 딸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야단치는 행동에서 보여지듯 말이다.

실제 스웨덴을 포함해 노르딕 국가에서는 얀테의 법칙이라는 것을 중시한다고 한다. 얀테의 법칙은 평범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나 개인적으로 야심을 품는 행동을 부적절하다고 본다.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1등을 칭찬하지도 꼴등을 비난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대한민국에서 눈 여겨 볼만한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집단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게 지나쳐 개인이 설 자리가 빈약해지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다른 길을 걷는 나라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외로움이라는 병만큼 무한경쟁이 가져다 주는 병리적 현상도 못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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