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유혹이다. 벌과 나비를 비롯해 자신의 꽃가루를 수정시켜줄 생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화려한 색을 자랑하거나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그렇기에 자가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궂이 꽃을 화려하게 피어낼 이유가 없다. 아니, 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수한 꽃의 백미는 벼꽃이다. 



마치 하얀 가루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벼꽃의 수술이다. 암술은 벼 껍질 안에 있다. 벼꽃은 단 하루만 핀다. 그것도 주로 10시~2시 사이에. 한 볏대의 이삭 전체에서 꽃이 피는 기간은 3~5일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벼꽃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 벼꽃이 자가수분을 통해 수정이 된 것이 쌀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른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쌀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끼 식사를 통해 그 많은 꽃들을 삼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그 꽃들이 논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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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함께 농사를 짓다보면 풀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바로 풀 베기와 풀 뽑기다. 


풀 베기는 말 그대로 낫이나 예취기를 이용해 풀을 잘라내는 것이다. 풀 베기는 보통 풀 하나 하나를 잘라내지 않는다. 풀 무더기를 자른다. 속도전이다. 쭉쭉 쳐 내려간다. 뭉텅이로 잘려 나가는 풀들은 마치 사람이 상처를 입을 때 흘리는 피에서 냄새가 나듯 풀 잘린 냄새가 난다. 어떤 풀을 베든 그 냄새는 비슷비슷하다. 마치 어떤 사람의 피 냄새든 모두 비슷하듯 말이다. 


하지만 풀을 뽑는 것은 다르다. 풀을 뭉텅이로 잡고서 뽑으려고 하면 잘 뽑히지 않는다. 하나 하나 손으로 움켜쥐어야 한다. 풀 하나 하나를 손으로 잡다보니 손아귀 안의 풀이 어떤 풀인지를 알게 된다. 이름을 모르더라도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가 눈에 보이고 손에 감각되어진다. 즉 풀을 뽑으면 그 풀이 손에 느껴져 새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뿌리채 뽑히며 내뿜는 냄새는 피비린내 같은 풀냄새가 아니라 풀 고유의 향이 난다. 풀 저마다의 향을 내뿜는 것이다. 


베어진 풀은 다시 자라난다. 우리가 상처를 받고 피를 흘려도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뽑혀진 풀은 뿌리에 흙을 머금은채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풀이 자신의 향을 세상에 내뿜고 사라지듯, 우리는 나만의 향을 뿜어내고 돌아갈 것인지 모를 일이다. 풀이 뿌리를 흙에 내리듯, 우리는 온 몸에 나의 향기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흙으로 돌아갈 때 나의 향이 드러날 것이다.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향이 아닌 나만의 향을 갖는 일은 오늘 하루 온몸으로 내가 행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날, 세상을 향해 내뿜을 그 향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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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장터 거리에 제비가 날아다닌다. 한 두 마리 귀한 모습이 아니라 그야말로 제비들의 도시다. 



전혀 과장하지 않고 상점마다 최소 제비집이 한 개 씩은 지어져 있다. 



자주가는 식당의 제비집에는 새끼가 다섯 마리나 주둥아리를 벌리며 둥지에서 꼼지락 거린다. 



어미는 쉴 새 없이 먹이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준다. 둥지 바로 앞에 사람이 있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새끼들에게 다가가 먹이를 준다. 다른 새라면 사람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사람이 사라진 후에 둥지로 가거나, 사람을 내쫓으려고 난리법석을 떨텐데 말이다. 그러고보니 둥지도 사람들 눈에 탁 뜨이도록 지어놓았다. 시장의 상인들도 제비가 있든 없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새다. 


제비 보는 것이 귀하다고 하는 소식조차도 최근엔 접하지 못했다. 제비가 있고 없고는 이제 문제거리조차 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아마도 몇 년 째 꾸준히 찾아오는 이 제비들이 무척 다정스럽다. 제비 소식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처럼 멸종되어가는 생물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선 안된다고 이 제비들이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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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6-0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사는 전 제비 본지 백만 년은 넘은 거 같습니다. 과장 아닙니다. ^^

하루살이 2021-06-04 13:07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ㅋ 50년 전 서울에선 제비가 많이 돌아다녔다는데....
정말이지 도심에선 제비 보는 게 힘들겠죠.
잠깐만 교외로 나가 흙냄새라도 한 번 제대로 맡아보신다면 좋을것 같네요.
^^
 

26일 금요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우리나라 5대 명절(설, 추석, 단오, 한식)로 다양한 세시풍속이 있습니다. 지금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는 오곡잡곡밥을 해 먹는 것입니다. 찹쌀, 차수수, 차좁쌀, 붉은팥, 검정콩 등 5가지 곡식을 섞어 지어 먹는 밥으로, 오행의 기운으로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등 견과류를 부럼이라 하여, 이날 아침 일찍 자신의 나이만큼 부럼을 깨물어 먹으면 한 해 동안 피부에 종기가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이와 함께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등의 놀이도 있지만, 도시에 살고 있는 가정집에서는 어려운 일이죠. 반면 ‘더위팔기’ 놀이는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어느 곳에서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보름날 아침 가장 먼저 만난 사람에게 더위를 팔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죠. 물론 더위를 사게 된 사람은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말하면 이 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더위를 팔지 말고 사는 놀이를 하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로부터 더위를 사가는 것이죠. “지구야, 네 더위 내가 사갈게”하며 더위를 사가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더위를 사가는 것이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진다면 더욱 좋겠죠. 화석에너지를 덜 쓰고, 플라스틱과 일회용을 최대한 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농사 또한 친환경농사를 응원하고 지지해준다면 힘이 날 것입니다. 이렇게 지구의 더위를 사 가면 우리도 더위를 조금 덜 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올해 정월대보름엔 지구의 더위를 사 가는 놀이를 한 번 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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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고 나서야

내가 어떻게 걷는지가 보인다

눈 위에 콕 찍힌 발도장이

나의 걸음걸음을 말해준다

팔자로 걷는지 

질질 끌면서 걷는지

보폭이 큰지

힘있게 내딛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내 삶에도 가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알려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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