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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 바츨라프 스밀의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맬서스가 인구의 증가 속도에 비해 식량생산의 증가 속도가 늦어 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류는 언제 이런 비상상태가 닥칠지 걱정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비상 상태는 찾아오지 않았다. 인구 증가의 속도보다 식량생산의 속도가 더 빠른 덕분이다.
하지만 인류가 이렇게 식량생산을 극도로 빨리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소수 곡물에 대한 집중, 화학비료, 공장식 가축 사육 등등에 의해 가능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농경의 발달로 인해 그토록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는 있게 됐지만, 수렵채집 시기에 비해 먹는 것의 다양성이 떨어져 영양분이 불균형하게 됐고, 노동의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좋지 않은 결과도 가져왔다는 것이다. 농경은 인류 최악의 실수 또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늘어날 인구를 지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질문 앞에서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농경의 비율이 1% 남짓에 불과해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점도 이런 질문을 자연스레 회피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경제활동 중 농경의 비율이 실제로는 25~30% 가량 차지하며, 현재와 같은 곡물과 가축 생산은 인간의 어리석은 결정이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에 의해 이루어진 필연적(?) 선택의 결과임을 각종 통계와 숫자로 보여준다. 그의 주장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 근거가 각종 연구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으로의 농경이 유기농이나 생태농업으로 전면적으로 바뀌거나, 인류가 채식주의로 완전히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여러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또한 배양육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가까운 미래에 달성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도 밝힌다.
그렇다면 스밀이 제시하는 인류 전체가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 버려지고 있는 음식 쓰레기에 초점을 돌린다. 생산 후 보관, 유통, 가공, 소비의 과정에서 버려지고 있는 음식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과, 이것을 최대한 버려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굶주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육류에 대한 소비를 줄여가고, 특히 붉은 고기-소와 양-에 대한 소비를 일부 가금류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붉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막대한 양의 곡물을 비롯해 환경적 부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육류 소비의 변화는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가 아니라 최근 선진국 식생활의 변화 속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음을 여러 통계치로 제시한다.
바츨라프 스밀의 주장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소수의 연구나 논문을 근거로 희망적인 제안을 내놓거나, 가치관의 변화를 수반하는 어려운 주장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통계치와 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알려진 자료 속 숫자를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다만 그의 주장이 큰 틀의 제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보다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그의 주장과 다른 제안도 다양하게 체택되어 실행되어질 가능성과 희망도 찾아볼 수 있다.
유기농이나 지속가능농업의 방식이 전체 영농 방식으로 체택되는 것이 인구를 부양할 만한 농산물을 수확할 수 없다는 측면과 모두가 채식으로 전환하여도 육류를 대체할 견과류나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경우 실제로 지구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이 차이가 날 만큼 줄어들지 않는 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런 유기농이나 지속가능 농업, 채식주의로의 전환이 곳곳에서 일정 부분 행해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 또한 완전히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아무튼 앞으로 우리 인류에게 닥칠 가능성이 높은 진짜 위기가 무엇이고, 이를 극복할 현실가능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이책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를 통해 통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기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