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지의 그림자>는 2012년 브라질에서 실제 일어났던 존속살해사건을 다루고 있다. 엘리지라는 부인이 남편인 마르쿠스를 총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 유기한 사건이 그 배경이다. 엘리지는 16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2년 가석방되었다. 그런데 2026년 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영화로 이야기되는 사건은 엘리지의 입장에서 다루어진 듯하다. 엘리지는 상파울루에서 VIP고객을 접대하는 매춘부다. 그녀의 꿈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접대부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그녀에게 팝콘 왕자가 나타났다. 브라질 거대 식품기업인 요키(대표상품이 팝콘)의 후계자 마르쿠스가 그녀의 단골이 된 것이다. 잦은 만남으로 점차 사랑에 빠진 이들은 마르쿠스가 이혼한 후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둘이 모두 원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결혼 생활도 점차 파탄에 빠지기 시작한다. 결혼 초기 엘리지는 자신의 과거가 알려질까봐 전전긍긍했다. 온전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 마르쿠스가 VIP 매춘접대를 계속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격분하고 흥신소를 고용해 증거물을 모은다. 남편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훔쳐 보고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그러던 중 아이를 갖게 되고, 둘의 사이는 온전하게 돌아온 듯 보인다. 엘리지의 평생 꿈이었던 행복한 가정에 한 발 다가선 듯 했지만, 마르쿠스의 외도는 여전했다. 엘리지의 의심, 집착과 마르쿠스의 비하, 멸시가 이어지면서 둘의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 <엘리지의 그림자>는 엘리지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엘리지에 대한 이해는 가능하지만, 마르쿠스에 대한 이해는 다소 어려워진다. 특히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말다툼을 하다 총을 쏴 살인하는 장면은 지극히 엘리지의 입장에 서 있다. 즉 이 살인사건은 계획적이라기 보다는 우발적이었다는 관점이다.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고 생각된다. 과연 이 사건이 우발적인 것인가, 계획적인 것인가를 놓고 미스터리하게 풀어갔더라면 훨씬 영화적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사족

엘리지는 실제로 간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간호사 경력을 조금도 다루지 않고, 마치 접대부가 아닌 척 하기 위한 변명거리처럼 살짝 묘사된다. 아무튼 이 경력이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낼 때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임을 설명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실제 사건을 대하는 검찰과 변호사 입장에서 우연인지 계획인지를 주장하는 잣대가 된다. 영화 속 시신을 토막내는 장면에선 화면보다는 소리로 치를 떨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넷플릭스 시리즈 <카틀라>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 아이슬란드의 카틀라라고 하는 빙저화산(빙하밑에 묻힌 화산)을 소재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도 카틀라라는 화산이 언제 또다시 분화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영화를 만든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카틀라 화산의 분화로 재가 날리면서 주위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로 떠난 사람들이 많다. 소수의 남은 사람들은 화산층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거나, 관리자, 그리고 어떤 사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거처를 옮기기를 거부하는 몇몇의 마을 사람들이다.

그러던 중 화산재를 몸에 잔뜩 묻힌 알몸의 여자가 터벅터벅 마을 쪽으로 걸어온다. 관광객 중 길을 잃은 사람이라 생각한 주민들은 병원으로 데려가 씻기고 응급 처치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화산재를 묻힌 알몸의 사람들이 하나 둘 더 늘어난다. 문제는 이들 중 몇 명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알몸을 발견한 마을 사람과 똑 닮은 생명체까지 나타난다. 호텔을 운영하는 마을 사람은 예전부터 내려온 전설 <체인질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도대체 무엇인가가 사람으로 바뀌는 체인질링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이 생명체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마을에 나타난 것일까. 시리즈는 이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 속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스포일러 주의

카틀라의 분화 이후 나타난 재를 묻힌 사람들은 실제 살아있는 또는 살았었던 사람들이다. 즉 새로운 사람이 아니라 과거 존재했거나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이들의 과거 모습인 것이다. 재를 묻히고 나타난 이들은 대체로 현재 살아가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몹시 후회하고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그 시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티격태격하던 천방지축 언니,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녀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려워했던 아들, 아내 몰라 만났다 결국 헤어지게 된 연인 등등. 

후회하고 망설였던, 다시 돌아간다면 결코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시기의 상대가 눈앞에 당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어떻게 상대를 대할 수 있을까. 현재의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과거의 그들 또는 자신과 맞닥뜨리면서 현재의 자신은 과거의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시리즈는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슬픔과 후회의 무게를 잔잔하게 그리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엄마와 수영 시합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루트는 20년 후 스페인 고향을 떠나 베를린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엄마의 전화가 자꾸 걸려오지만 통화가 싫었던 루트.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것. 루트는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가 죽은 사고 현장을 둘러본다. 본가의 샤워실에서 술에 취해 미끄러져 머리에 충격을 받고 죽었다는 자리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다. 루트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통화 메시지를 듣는다. 엄마는 최근 아빠가 이상한 음모론에 빠져 변했으며, 충격적인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했다. 반면 아빠는 최근 엄마가 술을 먹기 시작했으며, 항상 열어두었던 문도 잠그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정말 엄마는 사고로 죽은 것일까? 루트는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매력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 대상이 수시로 변하는 데 있다. 처음엔 아버지를 의심했다가, 점차 엄마가 수상해 보이고, 이내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딸 루트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한 가족의 일원이 죽음을 통해 가족 구성원 전체가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우리는 음모론에 빠져 드는가? 라는 부분에 있다. 영화는 음모론에 빠질 만한 단서를 여러 곳에 배치한다. 최근 스페인 고향에 본부를 옮긴 다국적 제약회사, 그리고 이 동네에서 발생한 아이의 실종 사건, 그리고 엄마의 죽음. 이 사건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을까. 인간의 뇌는 우연한 사건에서조차 그 특정한 원인이나 논리적 근거를 찾고자 하고, 더해서 어떤 패턴을 그려내려고 한다. 그러한 영향으로 각각 떨어져 있던 사건들은 패턴 속으로 모여 근거를 갖는다. 이 근거는 믿음의 기반이 되어 반론도 무시되어지고, 더욱 비약한다. 영화 <믿는자들>은 음모론이 어떻게 한 개인을 집어 삼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렇게 살면 지옥에 간다' 만약 유명한 점술가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실제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점술서로 1억 권의 판매량을 넘기고, TV예능에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독설을 퍼부으며 인기를 끌었던 괴물 점쟁이 호소키 카즈코라는 인물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이 카즈코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다. 미노리라는 작가를 통해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한 취재 내용과 미노리 작가의 갈등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로 시리즈는 진행된다.


카즈코는 전후 시대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가판 장사를 했는데, 어느날 보리차를 넣은 맥주를 구입하는 사기를 당했다. 카즈코는 이 맥주를 다른 상인에게 팔려다 들통이 난다. 이때 카즈코는 '속이는 놈보다 속는 놈이 더 나쁜거야'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 생각은 그의 전 생애의 선택을 결정짓는 그녀만의 가치관이 된다. 

시리즈는 일본 전후 시대를 지나 올림픽 개최, 거품경제 등의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변해가는 카즈코의 모습을 그린다. 마치 한국영화 <국제시장> 처럼 시대와 개인의 역사가 들줄과 날줄로 얽혀져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카즈코는 올림픽 개최 등 일본 경제가 부흥하는 시기, 긴자에 클럽을 만들어 성공해 긴자의 여왕이라 불린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클럽도 위기에 처하고 이때 그녀는 점술의 가능성을 엿보고 점술가로 변신해 TV예능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유명해진다. 카즈코의 이런 성공 가도는 '마케팅 천재'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카즈코를 취재하던 미노리는 주변 인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카즈코가 마케팅을 비롯해 사업 수완이 좋다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야쿠자를 비롯해 권력을 스스럼 없이 이용하는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드러나면서 시리즈는 재미를 더해 간다. 미노리는 카즈코에 관한 책이 어떤 모습으로 쓰여져야 할 지 고민에 빠진다.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실제 인물인 카즈코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에 대한 흥미와 그것을 완벽히 재현해 낸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일본 경제의 흥망성쇠는 우리나라와 비슷해 카즈코의 변화무쌍함 또한 우리 주변의 어떤 인물일 것 마냥 친숙해 거부감이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과 타인의 욕망을 통해 성공한 이들에게 우리는 도덕이라는 잣대를 어디까지 들이댈 수 있을지 고민도 해 본다. 부정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성공한 사업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돈이 최고'인 극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 쯤 물어보아야 할 질문이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총 9부작. 리미티드 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5월 초가 되니 집에 있던 뽕나무에서 비로서 순이 나기 시작했다. 한 번 순이 나오니 순식간에 자란다. 순이 나왔다 싶었는데, 열매도 함께 맺혔다. 



이맘때 나오는 뽕잎순은 나물로 해 먹기 좋다. 순하고 여리여리한 것이 자꾸 손이 간다. 뽕잎순나물은 열매도 함께 따서 해 먹는다. 



뽕잎과 익지 않은 오디를 끓는 물에 데쳐서 들기름/참기름과 간장, 소금, 깨를 뿌려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데친 나물은 향이 약하다. 뽕잎 만의 특유한 향이라기 보다는 희미한 풀 냄새가 난다. 그래서 기름을 많이 뿌리면 기름 냄새가 뽕잎의 향을 다 감싸 버린다. 기름은 살짝 뿌려주는 것이 좋다. 



잎을 데친 물은 음료로 마셔도 좋다. 차를 마시듯 홀짝홀짝 마시면 된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으니, 적당히 마시면 좋겠다.  


뽕잎 나물은 5월 중순이 되면 잎이 드세져 나물을 해 먹기엔 부담스럽다. 2주 정도 실컷 잎을 따서 나물을 해 먹는다. 자기 향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설탕 대신 매실청이나 오미자청을 사용한다면, 매실이나 오미자 향을 즐기면서 뽕잎나물을 먹을 수도 있다. 마치 흰 쌀밥이 다양한 반찬과 어울리듯 뽕잎 나물도 중도의 멋과 맛을 뽐내는 것 같다. 


5월 초엔 뽕잎나물을 실컷 즐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