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라면 자신의 니즈 시절을, 단체나 국가라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욕망을 갖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욕망은 그 욕망의 주체를 뒤틀리게 만들어 괴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젊은 시절 화려한 외모에 집착해 성형 중독에 걸려버리거나, 과거 제국 시절을 그리워하며 극우에 빠져버린다거나. 


<젠틀맨 더 시리즈>가 2년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2를 보려다 보니 시즌1의 기억이 가물가물해 시즌1을 다시 역주행해야만 했다. 그 덕에 잊혀졌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시즌2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시즌1은 군인이던 주인공 에디가 공작의 지위를 물려받고, 현재 재정이 가능케했던 것이 아버지가 시작한 대마초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사업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과정을 그렸다. 시즌2는 주인공 에디가 자신의 공작 가문의 과거 영화로웠던 시기를 재현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대마초 사업을 더 확장하려 하면서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젠틀맨 더 시리즈>의 매력은 범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살인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계속해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고,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데,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이 펼쳐지지만 결코 실망스럽지 않다는 것에도 있다. 예상할 수 있음에도 긴장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극단적 클로즈업과 강렬한 음악으로 시각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사실적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고 액션의 강도는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강해진다. 범죄 집단도 영국 내에서 남미와 유럽 곳곳으로 확대되어 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젠틀맨 더 시리즈>시즌2. 26년 9월 3일 공개. 영국, 드라마. 8부작. 19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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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형성된다. 이는 어떤 행동을 위해 생각과 의지를 쏟아야 하는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뇌의 효율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습관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신체화된 인지이론>이라고 하는데, 반복된 행동이 특정 신경망의 결합을 강화시켜 특정한 사고방식이나 기분, 판단 기준을 만드는 내적 기준의 틀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반복된 행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고 이 틀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 <신의 악단>은 뇌과학적 측면에서 습관이 인지구조를 바꾸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로도 볼 수 있다.

 

1990년대 북한은 대북제재로 돈줄이 막혀 있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교회 운영을 위한 종교적 지원은 가능했다. 그래서 당에서 교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고, 이들이 부흥회를 선보이도록 명령한다. 영화 <신의 악단>은 실제 북한에서 발생했던 가짜 부흥회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영화의 내용을 봤을 때 종교가 억압된 체제 속에서 가짜로 찬양단을 만들고 부흥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블랙코미디로 표현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영화 <신의 악단>을 보면 코미디적 요소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블랙코미디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내용을 다시 뜯어보면 뇌과학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볼 수 있다. 당의 지시에 따르던 이들이 부흥회를 위해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는 행위를 계속해서 되풀이 한다.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뇌는 이런 반복적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고 이 습관이 정서와 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젓가락이 겹쳐져 있는 것이 십자가로 보이는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모두 기독교와 관계되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찬송가와 성경을 읽으며 감동이 벅차 오른다. 기독교를 믿는 이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울 영화 <신의 악단>. 하지만 꼭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반복이,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참고해볼 만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영화 <신의 악단>. 드라마. 대한민국. 110분. 25년 12월 개봉. 넷플릭스 26년 7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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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의 승패는 당연히 액션에 달려 있다. 영화 <존 윅>의 성공은 액션의 표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총은 거리가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기에 좋은 무기임에도, 마치 칼처럼 근거리에서 싸움을 벌인다. 게다가 방탄 외투에 주위 날카로운 도구들을 활용해 투척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새롭다. 새로운 액션이 어디 있을까 싶음에도, 액션 장면은 놀랍도록 새롭게 태어난다.  



영화 <쉘터>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액션 영화다. 액션 영화의 단골 주인공인 제이슨 스타뎀은 온몸을 사용하는 액션이 눈에 띈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터>에서 드라이빙과 액션의 접목이 가져 온 신선함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무술을 배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영국 다이빙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운동신경과 체격, 핏이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연걸과 나온 영화 <더 원>이후 무술을 배우면서 정통 액션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그의 액션은 비슷비슷하게 펼쳐졌는데 어떤 영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빛나기도 하고 빛이 바래기도 한다.


영화 <쉘터>는 비밀 첩보원이었지만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어기면서 조국으로부터 버림받고 한 섬에서 은둔해 살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 섬에 식량을 조달하는 옛 동료와 그의 조카가 하루는 폭풍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 한다. 제이슨 스타뎀이 조카를 구하고, 먹을 것과 치료를 위해 뭍으로 나온다. 하지만 길거리 아이들의 휴대폰 라이브 방송에 얼굴이 찍히면서 첩보기관에 들통이 난다. 비밀첩보 조직에 쫓기게 된 제이슨은 자신은 물론 조카를 구할 수 있을까.


본 시리즈의 정체를 감춘 첩보원의 추격과 레옹의 어린 소녀와의 우정을 합친 전개다.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액션 또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면 평균은 한다. 하지만 새로운 액션을 원한다면 글쎄.....     


<쉘터>는 영국, 미국, 캐나다 합작 영화, 107분, 액션, 26년 4월 15일 개봉, 넷플릭스 8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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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래동화 <들쥐>는 게으른 선비가 자신의 손발톱을 함부로 버려, 그것을 먹고 기운을 훔친 들쥐가 그 선비로 변신해 자리를 대신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전래동화에는 '부모님이 물려 주신 신체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유교적 교훈과 함께 게으르지 말고 주위를 정돈히 하며, 성실히 살아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이 전래동화의 모티브를 가져와, 주인공 제문재의 신분을 가로챈 누군가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자신이 자신임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이도록 만든다. 신분을 가로채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여서,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와 이를 드라마화한 <리플리>를 비롯해 한국의 <안나>까지 많은 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쓰였다. 다만 이런 신분 가로채기 이야기는 대부분 가로채는 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면 <들쥐>는 가로채기를 당한 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이 바로 자신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문재는 정체를 밝히지 않은 필명을 가진 유명 작가이다. 그는 3년 째 은둔 생활 중이다. 그의 집과 재산은 모두 친구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휴대폰 지문이 인식되지 않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활동이 중지된다. 여기에 더해 집까지 팔려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아무리 자기가 주인이라고 주장해도, 자신의 명의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것이라 증명할 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제문재는 자신의 신분을 찾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도용한 사람을 찾아내야만 한다. 제문재는 자신을 도용한 자를 찾아내고, 자신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가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 모든 것이 복사가 가능하고 원본의 중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신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여전히 사람에게 중요한 질문인 '나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진짜가 꼭 선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한편으론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종자 문제와 함께 무연고자 문제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시리즈 <들쥐>는 초반 자신의 신분을 뺏어간 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중후반 이후에는 도대체 왜 신분을 뺏어갔는지 이유를 들여다본다. 중후반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만 종반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거야 라며 시청자에게 혼돈감을 주려 하는데, 오히려 자승자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싶다. 명확하지 않은 전개에 오히려 집중감이 떨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신분을 빼앗긴 자의 신분 찾기라는 재미는 시리즈 내내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결국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그것은 바로 관계성에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나 혼자 살아가는 인간에게 나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듯, 결국 인간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구성되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26년 8월 28일 넷플릭스 공개. 총 10화. 19세 이상. 웹툰 원작. 스릴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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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지금 일어날 것인지, 조금 더 잘 것인지, 점심은 무얼 먹을 것인지와 같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업무상 중요한 결정들까지. 그런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시리즈 <7초>(세븐 세컨즈)는 잘못된 선택 하나가 나비 효과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보여준다.


뉴욕 인근의 저지타운. 이른 아침 눈이 내린 공원 길을 운전하고 있는 경찰은 전화로 아내의 사촌으로부터 임신한 아내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지난번 사산의 경험이 있었기에 경찰의 마음은 급하다. 전화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는데 갑자기 차에 무언가 부딪힌 것을 느낀다. 차를 멈추고 밖으로 나와보니 자전거 한 대가 바퀴 밑에 찌그러져 있다. 경찰은 자신의 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팀장과 팀원은 사건 현장으로 와 피해자의 상태를 살핀다. 죽었다는 판단 하에 아무도 보지 않는 한적한 곳임을 파악하고 그냥 달아나기로 결심한다. 피해자는 흑인 소년이었다. 부서진 자전거는 동네 마약 판매상 조직원들이 타는 것이다.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치우고 경찰들은 자리를 뜬다. 


시리즈는 이 교통사고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다. 흑인 소년은 사고 당시 죽지 않은 중태 상태였고, 12시간이 지나 발견돼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이윽고 사망하고 만다. 경찰들의 은폐 속에서 범인을 찾기 위해 검사와 새로 경찰서에 배정 받은 경찰관이 힘을 합쳐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총 10회 중 증거를 모아가는 과정이 2/3를 차지하고 마지막 2회는 법정 다툼을 다룬다. 법정 다툼은 뒤집기에 뒤집기를 거듭하며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소 논리적이지 못하고 어긋남이 잘 짜여지지 않은 허술한 부분이 있지만, 예상을 뒤엎는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7초>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그런데 이 등장인물 모두가 뚜렷한 캐릭터를 지니며, 시리즈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사망한 흑인 소년의 아버지는 신심이 가득한 기독교인이지만 일종의 꼰대(?)같은 모습으로 아들과의 소통이 순조롭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거의 실성한 듯 분노와 슬픔에 가득 차 있어, 복수만이 삶을 지탱하게 한다. 그의 삼촌은 마약 조직원이었다 손을 끊고 군에 들어갔지만, 제대 후 귀향하고 나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황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검사는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으로 어린 아이들이 죽게 된 트라우마에 갇혀 술에 절어 산다. 뺑소니 치기로 결심한 마약반원들은 지역의 마약상과 카르텔을 맺고 뒷돈을 챙기면서 한편으론 이 카르텔 덕으로 커다란 사건 없이 마을의 평온을 지켜가고 있다. 


<7초> 속 등장인물들은 흑인 소년 사망 사건으로 혼돈에 휩싸인다. 잔잔한 호수에 돌맹이 하나가 파장을 일으키듯 등장인물들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찰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갓 태어난 아기와 가족을 위해 정직함을 버리려 한다. 검사는 트라우마 속에서 또 다시 소년이 죽게 된 사건을 맡으면서 갈팡질팡하게 된다. 죽은 소년의 부모는 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간다. 


<7초>에서는 목숨의 가치가 서로 다른지를 묻는다. 미국 사회에서 수많은 흑인 아이들이 죽어 가지만, 아무도 이 죽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검사는 이런 차별에 반감을 갖고 흑인 소년의 죽음을 혐오살인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과연 이 사건은 단순한 뺑소니 교통사고 였을까, 아니면 혐오 살인인 것일까? 이런 의문 속에서 시리즈의 제목이 왜 <7초>인지를 알게 된다. 넷플릭스 2018년 공개. 10부작. 미국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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