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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3월
평점 :
뉴스에 나오거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나오지만, 가난(돈의 결핍)한 이들이 한 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간혹 우리는 이런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이 빚을 해결하지 못하고 빚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개인의 차원에서 비난을 하곤 한다. 게으르거나, 계획성이 없거나, 경제관념이 없거나,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등등.
돈의 결핍만 이런 것은 아니다. 항상 바쁘다 바빠 하며 지내는 사람들, 즉 시간의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도 좀처럼 마감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한 번 마감을 어기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마감에도 영향을 미쳐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마감을 놓치는 이들에게도 우리는 시간 개념이 없다거나 시간 관리를 못한다거나 등등 개인을 비난하기 일쑤다.
물론 이런 결핍을 맞이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 역량 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돼 먹은 존재라면 어떡해야 할까. 즉 결핍에 빠지면 그 빠져있는 당장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것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못함으로써 연쇄적으로 결핍의 굴레에 빠지는 현상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개개인만을 탓해서 개선되어질 수 있을까.
이 책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결핍에 빠지면 다른 것을 일절 생각하지 못하는 터널링(터널에서는 다른 외부의 것을 전혀 볼 수 없는 현상)과 정신적 소모로 인해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을 갖지 못한다는 정신적 대역폭의 문제를 제기한다. 즉 인간의 본성적 측면에서 결핍은 우리를 또다른 결핍으로 내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들은 결핍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널링과 대역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법으로는 어떤 해결책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야 한다는 것,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등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순간 떠오른 것이 <넛지>였다. 넛지 또한 행동경제학에서 나온 용어로 인간의 인지적 편향으로 인한 비합리성을 사소한 개입(넛지)으로 긍정적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거미를 그려 넣으면 오줌을 흘리는 것이 줄어든다는 실험에서 소변기에 그려진 거미가 넛지가 된다. 즉 터널링과 정신적 대역폭의 문제에서도 넛지를 활용해 정신적 소모와 터널링에 갇힌 사고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느슨한 시간을 확보하고, 미래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 시간과 계획을 확보하기 위한 넛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면 결핍의 늪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은 커지지 않을까.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시간이든 돈이든 사랑이든(?) 무엇인가 결핍되어졌다고 느끼며, 이것이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왜 결핍이 우리를 자꾸만 결핍으로 더 몰아가는지를 알려주고, 그 해결의 실마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끔 도와주는 책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