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24년 1월 26일 출시

액션 / 107분

감독 허명행 / 출연 마동석, 이희준, 노정의, 안지혜, 장영남


대지진으로 문명사회가 멸망한 미래 어느 시기. 지구는 물과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이 되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 남산(마동석)은 사냥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남산이 식인집단으로부터 구해낸 수나(노정의)에게 선생님(장영남)이라고 불리우는 사람과 일행이 찾아온다. 이들은 수나를 깨끗한 물과 식량이 풍부한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곳은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로(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 양기수(이희준)라는 박사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양기수는 인류의 존속보다는 죽음 앞에 처한 자신의 딸을 살려내려는 목표로 딸 또래의 아이들을 실험체로 사용해 왔다. 남산은 선생님 일행의 수상한 행동에 의심을 품고, 수나를 구하기 위해 아파트를 찾아간다. 


<황야>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마동석의 액션에 있다 할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며 정체불명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세력들을 처참하게 짓밟는 과정에서 엔도르핀이 치솟고, 정의감이 불타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이번 마동석 액션은 영화 <범죄도시>류와는 달리 주먹 뿐만 아니라 총과 칼도 등장한다. 물론 무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일격필살의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한 방에 끝내버리기! 마동석의 액션이 호쾌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특수부대 소속 중사 이은호(안지혜)의 아기자기한 액션이 더해지면서 일률적인 액션 장면에서 벗어나는 재미도 준다. 


한편으론 항간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닮은 듯 다른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 <황야>를 보고 나니,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생각된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라는 설정만 똑같을 뿐,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계관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패거리, 소유, 계급으로 인한 갈등과 인간성이 주 모티브라면, <황야>는 급속하게 변한 지구의 환경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적응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즉 급격한 변화에 맞춘 우리 인류의 신체적 적응을 위해 진화라는 긴 시간은 생존의 가능성이 낮으니, 유전자 조작을 통해 속도를 맞추는 것이 나쁜 것이냐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냥 식량작물의 진화를 기다리기 보다 우리 필요에 맞추어 유전자 조작, 즉 GMO 작물을 생산, 소비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라는 질문으로 확대되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마동석의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쾌히 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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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라워 킬링 문> 원제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릴리 글래드스톤, 로버트 드니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 / 206분 

개봉 2023년 10월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 지역의 인디언 부족 오세이지족이 거주하고 있는 땅에서 석유가 나오면서 이들은 갑자기 부자가 되고, 오세이지족의 돈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백인 남성 어니스트와 오세이지족 여성 몰리의 사랑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영화.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온 어니스트는 돈을 벌기 위해 삼촌 헤일이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거주 지역을 찾는다. 헤일은 어니스트에게 운전수 일자리를 주고, 어니스트는 운전을 하다 오세이지족의 여인 몰리를 단골로 맞게 된다. 헤일은 오세이지족이 오일머니로 돈이 많기에 이들과 결혼하는 것은 좋은 투자라고 말한다. 어니스트는 몰리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헤일의 권유에도 응해 몰리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헤일은 겉으로 오세이지족을 위하는 일을 하는 척 하며, 실제론 이들을 살해하면서 자신의 부를 채우고 있다. 어니스트의 부인 몰리 가족들도 차례로 죽여가면서 몰리의 유산을 차지하려고 한다. 몰리의 가족뿐만 아니라 오세이지족이 연쇄적으로 살인 당하고 있지만, 지역의 경찰과 법은 헤일의 편에 서 있고, 워싱턴에 이 사실을 알리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은 어니스트의 몰리에 대한 사랑과 재산에 대한 욕심 사이에서 다소 방관자적 입장에 있게 되면서 겪게되는 갈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헤일의 야망을 과장되지 않게 보여준다. 또한 오일머니로 부자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인디언들의 모습과, 사람을 마치 투자 대상으로 여겨 함부로 대하는 백인들의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영화 속에서 자신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외압에 저항하고자 하는 오세이지족은 나약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경악스러울 뿐이다. 


영화 속 헤일은 로버트 드니로가 맡고 있는데, 그가 이곳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원주민을 위하는 사업을 벌이는 척 하지만, 뒤로는 이들을 해치는 모습은 로버트 드니로가 영화 <대부>에서 연기했던 비토 콜레오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물론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로버트 드니로의 이미지로 인한 자연스러운 연상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투자(이익)의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은 1920년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얼필 얼핏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되어 슬프고 안타깝다. 장장 3시간 가까운 긴 영화임에도, 또한 한 컷 한 컷의 길이가 꽤 김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 생각된다.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어니스트의 모습과 이런 그를 사랑하면서도 믿을 수 없는 몰리의 심정. 그리고 인디언을 죽여가며 돈을 챙기는 백인과 이들에게 맞서려 하지만 힘을 쓰지 못하는 인디언 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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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

중국 명대의 소설 <봉신연의>를 기반으로 <武王伐纣外史>(무왕이 주를 토벌한 이야기)를 합쳐 이야기를 만든 판타지 역사극, 

감독 우얼산 출연 크리스 필립스(은수), 우적(희발), 나란(달기), 이설건(희창), 황발(강자아) 등

개봉 2024년 1월 / 148분 

중국 주나라의 개국 시기를 담은 3부작 중 1부라 할 수 있음.(영화 말미 쿠키 영상 2개가 있어요.) 


5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거작. 아마도 그래픽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을텐데, 이 정도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든다면 1000억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래도 꽤나 정성이 들어간 장면들이 많다. 


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은 은나라 말기 마지막 임금인 은수(걸주나 걸왕, 주왕으로 불리는)와 요괴가 들어가 은수를 미혹하는 달기, 이들과 대립하는 서백후의 아들 희발, 곤륜산의 선인 강자아와 제자들 등의 갈등과 싸움이 영화의 주 흐름이다. 은수와 달기의 폭정으로 세상에 요기가 넘쳐나자(마계의 꿈틀거림) 신계의 명을 받고 수행 중이던 강자아가 '봉신방'이라는 명물을 들고 인간계에 내려온다. 신계와 마계, 인간계의 환타지적 모습과 왕권과 봉신방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는 것이다. 


은이 망하고 주가 세워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위의 내용을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와 드라마는 중국에서 넘쳐난다. <삼국지><서유기> 등이 다양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여러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봉신연의> 또한 다양한 버전과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봉신방>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종류도 많고, 최근 애니메이션에서는 강자아와 그의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나타지마동강세>, <강자아>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은 다소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정리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보는 재미를 더하는 전쟁신과 액션신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해 망작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한편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 없다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후에 은을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우게 되는 서백후 희창의 둘째 아들 희발의 시점으로 사건을 지켜본다는 부분이다. 영화의 중심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작하지 않고 있는 2,3부를 감안해 영화 말미 희발의 시점을 내세우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임금과 신하의 도리, 아버지와 자식의 도리를 저버린 은수와 달리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도리를 지키고자 했던 희발 즉 주 무왕의 관점에서 지켜보는 봉신방을 둘러싼 싸움. 앞으로 전개될 2, 3부 속 희발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그 시작인 <봉신연의 ; 조가풍운>을 한 번 쯤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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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124분 / 액션, SF 

DC 코믹스 원작 / 아쿠아맨 시리즈 2탄


아틀란티스 왕국을 이끌 왕의 자리에 오른 아쿠아맨. 육아에 통치에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편 블랙 만타는 강력한 무기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게 되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아쿠아맨을 공격한다. 최악의 위협을 맞이한게 된 아쿠아맨은 전편에서 블랙 만타와 손을 잡은 벌로 갇혀 있던 동생 옴을 찾아 도움을 청한다. 아쿠아맨과 옴은 함께 블랙 만타를 무찌를 수 있을까. 


전편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아쿠아맨은 속편에서도 그 기세를 계속 펼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바닷속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던 아쿠아맨은 속편에선 그 매력이 조금 떨어졌다. 일단 그래픽 티를 일부러 팍팍 내는듯한 일부 장면들은 상상력을 불러와야 할텐데, 그러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할텐데, 아쿠아맨과 옴의 타협은 얼렁뚱땅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블랙 트라이던트의 막강한 힘의 원동력은 지구온난화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설정으로 야기된 기후 위기의 해결은 싱겁기까지 하다. 마지막 보루로 액션 장면의 시원함을 기대할 텐데, 게임을 할 때면 항상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마지막 보스와의 전투가 오히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서는 너무나 쉽게 끝나버려 김이 빠져 버린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초반 육아로 지쳐버린 아쿠아맨의 모습이랄까. 그러면 이 영화의 주제는 육아의 어려움? ^^; 들인 공력에 비해 이야기도 액션도 설정도 촘촘하게 얽혀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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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킬 룸> 블랙코미디 미국 98분

주연 우마 서먼(패트리스), 조 맹가리엘로(레지), 사무엘 잭슨(고든)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이나 문화로 불리어지는 것들은 때로는 마음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그림이나 조각 등의 현대미술은 점차 난해함이 더해져 교육과 훈련 없이 이해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영화 <더 킬 룸>은 이런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낳은 허영심을 자본주의의 속물적 성격과 맞물리게 해서 실소나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갤러리의 주인이자 아트딜러인 패트리스는 작품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든은 빵집을 운영하는 마약상이자 살인청부업 중개자인데, 돈세탁을 해주던 동료가 잡혀가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때 패트리스를 알게 된 고든은 그림 매매를 통해 합법적으로 돈세탁을 하자고 패트리스에게 제안하고, 고민하던 패트리스는 이 제안을 받아 들인다. 그리고 돈세탁에 쓰이게 되는 그림은 비닐봉투를 도구로 청부살인을 해서 빚을 갚고 있는 레지가 맡는다. 돈세탁을 위해 레지가 1주일 동안 뚝딱 그려낸 그림이 비싼 가격에 매매되고, 이게 외부에 알려지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된다. 레지의 그림은 범죄현장에서 발생하는 피 튀김의 흔적을 차용한 것이다. 레지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가 범죄 도구로 쓴 비닐봉투마저 최고의 미술 작품이 된다. 레지가 관람객들이 모인 곳에서 실루엣으로 볼 수 있는 킬 룸에서 러시아의 갑부를 비닐봉투로 죽이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점입가경이다. 과연 패트리스와 레지, 고든은 사람들에게 들통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는 현대미술의 속성과 그것이 돈과 맺어지는 관계 등을 비꼰다. 값비싼 금액으로 거래되는 현대미술(모든 현대미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오르게 만든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모두가 스스로를 속여가며 임금님이 벌거벗지 않았다고 여기듯 현대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가격은 정말 온전한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까. 돈이 가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잣대일까. 등등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영화 <더 킬 룸>은 결말을 맺기 위해 급작스럽게 달려가는 느낌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간만에 통쾌한 블래코미디 한 편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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