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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시민으로 사는 법 - 농촌, 귀농 컨설턴트 정기석의
정기석 지음 / 소나무 / 2011년 9월
평점 :
귀농이란 농촌으로 가서 먹고 살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농사를 짓는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농사짓기는 경험이 재산인 경우가 많다보니 도시에서 쌓아온 경력은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 또한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단절을 통한 재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이 농촌에서의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농은 어렵고도 힘든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밖에도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삶의 행태나 교육, 의료, 문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도 결정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귀농이 꼭 농사만 짓고 살아가는 방식이어야만 할까. 농촌도 하나의 마을이라면 그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들 모두가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지않을까. 즉 마을에서 마을시민으로 사는 것은 다양한 직업들로 구성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어우러지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런 고민이 이 책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을 관통하고 있다.
한씨는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은퇴자들의 전원생활을 뜻하는 그런 의미의 귀촌도 아니다. 귀농이 단순히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마음 자세로 농부가 되는 것을 뜻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 농촌공동체 재건에 소용이 될 만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들이 농촌공동체 곳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178쪽
즉 도시에서 쌓아왔던 기술과 경력을 사장시키지 말고 그 능력을 살리는 귀촌의 방식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런 가능성이 있는 24가지 생활형 귀농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학교 교사, 농산촌유학 활동가, 교육농장 교사, 문화예술인, 공예가, 작가, 농업회사원, 농식품가공 사업자, 농산물유통상, 마을사무장, 마을조사원, 마을컨설턴트, 시민사회단체활동가, 풀판 언론인, 농정공무원, 생태마을 운동가, 농촌사회복지사, 마을 성직자, 농촌형 사회적 기업가, 로컬푸드 사업자, 도농교류 사업자, 생태건축가, 대안기술자, 생태쉼터 운영자 등등이다.
물론 이런 형태의 귀농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규모가 이루어진 곳이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공공단체와 원거주자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수많은 갈등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만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이런 생활형 귀농자들을 환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생활형 귀농이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분명 도시에서의 수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지속가능할지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철저한 준비와 마음자세,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생활형 귀농 또한 사람농사이기 때문이다.
농자천하지대본. 그 본이 된다는 것은 보람차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님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마을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