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20도~33도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비


"아빠, 라면전 해줘~"

딸내미가 웬일로 메뉴를 콕 찍어서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라면전? 이라고. 라면전은 또 뭐지? 라면에 부침가루 묻혀서 전 부치듯 하는건가? 가만있어라, 그럼 집에 부침가루가 있던가....


"딸내미, 라면전이 뭐야?" 딸내미가 유튜브를 보여준다. 즐겨보는 '흔한 남매'다. 오빠가 컵라면볶음밥을 여동생이 라면전을 하는 편이다. 보고 있자니, 분명 어디 다른데서 보고 따라한 듯 하다. 이럴땐 불꽃검색! 라면전 검색을 해보니 '백사부' 백종원 레시피였다. 별로 어려워보이지도 않고 요리 재료도 따로 필요없어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마침 비도 오고 그러니 전이 딱이지 않은가. 



1. 먼저 라면을 끓인다. 건더기와 스프를 넣지 않고 면만 넣고 끓인다. 



2. 끓인 라면은 물을 제거한다. 찬물로 식히면 보다 탱글탱글한 느낌이 있을 것도 같지만 그냥 물만 빼고 뜨거운 면을 이용하기로 한다.



3. 물기를 뺀 끓인 면에 스프와 대파를 넣고 섞는다. 스프는 라면 1개당 1개를 다 쓰기보다는 3/4 정도 쓰는게 적당할 듯. 1개를 다 넣으면 너무 짜다. 물론 짜게 먹는 사람에겐 괜찮겠지만. 대파는 취향에 따라 다른 채소를 넣어도 괜찮을듯 하다. 나중에 먹을 때 보니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대파 양도 개인 취향에 맞추어 조절하면 될듯.



4. 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데운다. 처음 해본 것인데 아무래도 라면만 들어가는 것이다보니 튀김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름을 넉넉히 부었다. 완성된 걸 먹어보니 기름을 조금만 붓고 전 부치듯 해도 될 성 싶다. 기름이 많다보니 느끼한 맛이 난다.



5. 스프와 섞은 면을 부어 모양을 잡아주면서 지진다. 중불로 3~4분 정도 지져야 면과 면들이 잘 들어붙었다. 



6. 후라이팬으로 뒤집기 신공을 펼쳐보이고 싶었으나 기름이 워낙 많아서 그냥 주걱으로 뒤집어주었다. 그런데 면들이 꽉 달라붙지는 않아서 뒤집으면서 자꾸 부서지려고 한다. 조심히 뒤집어서 다시 모양을 잡아주면 된다.



7. 드디어 라면전 완성. 겉은 약간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느낌이 남아있는 라면전. 기름이 많아 느끼한 것을 빼면 그냥 별미로 먹기엔 그럭저럭 괜찮긴 하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별다른 재료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맛 측면에서 보자면 중하 정도.


캔맥주 한 캔에 한 접시를 비웠다. 딸내미도 처음엔 맛있다고 먹더니 서너번 입에 넣고선 느끼하단다. 콜라라도 있었으면 괜찮았을려나... 뭐, 어쨋든 한 끼는 때운 셈인데, 다시 해 먹을 정도로 매혹적인 맛은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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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밥을 먹다 한가지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아무 맛도 못 느끼는-그러나 막 지은 밥은 또 얼마나 달콤한가?- 쌀을 왜 사람들은 예전부터 주식으로 삼은 걸까? 물론 맵거나 시다거나 쓴 맛은 매일 먹기 거북할테니 주식으로 쓰일 수 없다지만 단맛이 나는 것을 주식으로 삼을수도 있지 않은가? 곡류가 아닌 사탕수수와 같은 것을 말이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아무 맛이 안난 듯 맛을 내는 곡류가 주식이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것도 같다. 자신은 맛을 내지않지만 그 중용의 맛으로 인해 다른 반찬류의 맛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싶다. 날마다 좋은 일이라든가, 날마다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설령 어떤 일이 발생했을때 희노애락의 감정이 그 일에 따라 급물결을 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삶도 특정한 맛을 내지 않지만 그렇게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의 맛으로 다른 자극적인 희노애락의 반찬을 보다 잘 느끼며 찬찬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기쁜 일이 없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마음에 평화와 얼굴에 미소가 머금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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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rk829 2004-09-1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춰볼까요? 당신은 나보다 한살많은-나보다 많은것을 알기때문에 제가 읽은책은 당신보다 적긴적습니다. 왜냐면 난 당신이 읽은 책들을 하나도 모르거든요- 언니 입니다. 제가 맞습니까?
제발 힌트라도 하나 주시지요. 이건 너무 범위가 넓어서 제게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yrk829 2004-09-1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를하면 평화가 온다. 맞습니다. 저도 요즘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평안한 마음이되고 정성을 다한 요린 못생겨도 맛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해주는 요리는 사랑이란 조미료가 있어 더 맛납니다. 비록 소금을 한통넣었어도.

yrk829 2004-09-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남성의 여부만 알려준다면 제가 100날을 1살부터 늘려가며 맞추지요 ㅋ

yrk829 2004-09-1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쌀(우리나라의 짧은 쌀 종류)이 길러지기 좋은 기후입니다. 문화는 기후에 의해 생성됩니다.

icaru 2004-09-3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은 맛을 내지않지만 그 중용의 맛으로 인해 다른 반찬류의 맛들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음...!!

하루살이 2004-10-0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사람 모두가 밥이 될 순 없겠죠. 누군가는 입맛을 자극하는 반찬이 되야 할테고.
아마 반찬은 예술가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밥은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맛있는 밥이 필요한 세상에 죽도 밥도 아닌게 밥상에 올라오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눈과 입과 혀와 코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밥을 지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한바를 위해 쌀을 씻어야 겠습니다.
 

---성미정 시집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중 <곰국을 끓이다 보면> 중에서

곰국을 끓이다 보면 더 이상 우려낼 게 없을 때

맑은 물이 우러나온다 그걸 보면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뽀얀 국물 다 우러내야 나오는

마시면 속이 개운해지는 저 눈물이

진짜 진주라는 생각이 든다

뼈에 숭숭 꿇린 구멍은

진주가 박혀 있던 자리라는 생각도

 

---곰국은 오래 끓여야 제맛이다. 사람도 진국이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 어떤 품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 단순히 그 표면적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교언영색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그 진주같은 눈물일 것이다.

그 진주를 알아보기 위해선 오래 오래 끓여야 한다. 오랜 시간 사귄 친구들, 그리고 변함없는 우정, 내게도 진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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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rk829 2004-09-1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곰국을 싫어해서 180이 안된거라고 엄마가 그러셨습니다. 헤헤

2004-09-13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미로 한 밥은 말고 현미로 밥을 하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쌀을 불리는 것에서부터 뜸을 들이는 것까지 모두가 공이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 밥은 그 먹는 시간도 많이 걸리게끔 된다. 현미를 백미먹듯이 먹었다가는 아마도 소화가 잘 안되 배가 고생할 것이다. 그래서 꼭꼭 씹고 또 씹어 먹어야만 하는게 현미다.

무척 다행히도 이렇게 현미를 꼭꼭 씹다보면 그 맛이 우러난다는 것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나는게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빨에 씹히는 그 질감은 부들부들한 백미와 비교할 수조차없다.

이렇게 꼭꼭 씹어 제 맛이 우러나는 것은 꼭 현미만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깊이도 꼭꼭 씹어야지만 제대로 여문다. 꼭꼭 씹고 씹혔을때 나라는 사람도 맛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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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rk829 2004-09-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학교 공부로 만성 위염을 얻었는데 의사선생님이 꼭 현미밥을 먹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멋진 분이시니 안산 다농마트쪽 사랑의 병원 내과 과장님을 찾아가보시고 김예린 학생(캐나다에있는 매년오는)이 고마와하고 선생님같은분과 결혼하신 분은 좋겠다고 좀 전해주세요. ^^ 시간낭비는 아니겠지만 싫으시면 안하셔도 되고 해주시면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004-09-13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등어 조림엔 뭐니뭐니 해도 신김치다.

아~그 신맛이 불을 닿아 변해가는 단맛.

오히려 고등어보다 그 김치맛에 자꾸자꾸 손이 간다.

그렇다고 김치가 맛있다고 조림에 김치를 많이 넣는 순간 조림의 맛은 싹 변해버린다.

적절히 조화되었을때 풍기던 그 단맛은 사라지고 오히려 시큼한 맛이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양념과 본재료의 적절한 양이 배합되었을때만 기막힌 맛이 발생한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희노애락애오욕의 7정이 조화스럽게 발생하고 그것을 잘 조절했을 때 살아가는 맛이 있을것이다. 오직 희와 락이 좋다고 그것에만 빠져 있다면 결코 그것은 참다운 행복이 아닐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나치지 않음. 알지만 행하기엔 쉽지않은 인생의 교훈이다. (그 맛있는 것들을 어찌 참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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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11-18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가 과학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하루살이 2004-11-19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리를 하다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정성을 들여 요리를 했는데 먹을 사람이 나 혼자일 땐, 비로소 주는게 행복임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때 훨씬 더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받는 것보다 주는게 행복임을 비로소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