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2월 27일~28일 맑음


성목이 되기 전 블루베리의 가지치기(전정)시기는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론 잎이 나기 전까지 최대한 줄기를 살려두어서 뿌리가 활성화되도록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3월 초 앞뒤로 한다. 줄기에 잎이 나기 시작하면 영양분을 많이 뺏기고 난 뒤라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가지치기 시기에 신경쓰는 이유이다. 



블루베리를 가지치기하는 법을 한번도 배운 적은 없다. 그냥 상식선에서 한다. 가지가 땅과 평행하거나 밑으로 자라는 것은 잘라주고, 너무 밀집된 형태로 있는 것은 솎아주는 정도이다. 


그런데 올해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나무줄기의 형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꼭 고추가 성장하는 모습같다. 줄기 하나가 자라고 거기에서 방아다리를 형성해 두 개로 분화되고, 다시 한 줄기마다 방아다리가 나고.... 즉 위로 자랄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고추의 경우 방아다리 사이에서 나오는 곁순들은 제거해준다. 블루베리도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아다리 이외 자라는 가지들은 모두 제거해주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블루베리를 잘 자라도록 해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절반 정도만 이렇게 가지치기를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이틀간 가지치기를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겨우 100그루 정도 끝냈다. 


나머지 60그루 정도는 다시 틈틈히 전정을 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래저래 블루베리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블루베리가 진달래과의 관목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즉 주줄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고추는 사실 원줄기 하나에서 퍼져나가는 방식이다. 고추를 따라하는 전정이 관목의 성질과는 맞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1/3은 관목의 성질에 맞추어 위로 자라나는 줄기의 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지치기를 해볼 생각이다. 


올해 이렇게 가지치기 방식의 차이가 앞으로 블루베리 수확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관찰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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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맑음 영하 1~22도


그야말로 봄날씨다. 오후 기온이 22도까지 올라가니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다. 기온이 널뛰기다. 3한 4온의 온도변화가 아니라 4한 3열의 느낌이다. 풀과 나무들이 언제 잎을 내고 꽃을 피울지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 부디 인간이 불러온 자연의 변화를 잘 견뎌내기를 바랄 뿐이다.  


블루베리밭에 발효톱밥을 뿌린지 2주 정도가 지났다. 톱밥은 물론 발효톱밥은 산성을 띤다. 산성을 좋아하는 블루베리에겐 최적의 유기물인 셈이다. 하지만 톱밥이 토양의 산성도를 적합하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블루베리가 먹을 양분은 충분치 않다. 그래서 양분은 물론 이들을 분해해줄 미생물을 함유한 균배양체를 뿌려줬다. 



이 균배양체는 쌀겨와 버섯폐배지, 아주까리유박이 주성분이고 석회고토와 미생물이 조금 들어가 있다. 기름을 짜고 난 박과 곡물의 껍질인 겨는 식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다. 물론 비료만큼 조금만 주고도 충분한 양분을 보급할 정도의 함유량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작물이 자라는데는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참나무톱밥이 주성분인 버섯폐배지도 있어 유기물 증가에 한몫을 한다. 물론 생톱밥에 비해 버섯폐배지의 톱밥성분은 리그닌이라는 성분이 1/3 정도 수준이라, 생톱밥 정도의 유기물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많은 양을 투입해야 한다. 리그닌은 일종의 섬유질로 미생물이 분해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유기물 함량을 늘리는데는 이 리그닌 성분이 중요하다. 



블루베리 1주당 균배양체 5kg을 주었다. 2주 전엔 발효톱밥을 1주당 10kg씩 주었으니, 1주당 총합 15kg 정도의 퇴비가 들어간 셈이다. 균배양체의 경우 발효가 이루어지면서 바로 양분이 공급될 수 있다. 지금 뿌려준 것들은 3월부터 블루베리에 양분을 공급할 것이다. 봄에 꽃눈과 잎눈을 내놓을 블루베리의 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과 겨는 분해가 빨라 2~3개월 정도면 대부분의 양분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블루베리가 막 열매를 맺을 즈음부터는 다소 양분이 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블루베리의 절반 정도만 균배양체를 뿌려주었다. 나머지 절반은 2~3주 후에 뿌려줄 생각이다. 뒤에 뿌린 것은 열매가 한창 자랄 때까지 양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랬을 때 이 둘의 성장과 열매의 맛 정도의 차이가 어떻게 발생할지 궁금하다. 올해 비교 대상은 균배양체의 투입 시기인 셈이다. 


이제 블루베리도 4년생이 되었다. 쉽게 죽지 않을만큼은 자라준 셈이다. 내년까지는 톱밥과 균배양체를, 그리고 그 이듬해부터는 균배양체만 1~2년 정도 더 주고나면 무투입이 가능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미생물이 풍부한 살아있는 흙을 만들어준다면 주위의 풀만으로도 잘 자랄 수 있을까 염려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지 296호에는 21년에 걸친 유기농업연구결과가 소개되어있다. 유기재배 포장지에서는 양분을 순환시키는 미생물이 증가되어 양분 가용화 효율이 높아져 관행재배 절반 이하의 양분으로 관행재배 수확량의 80%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 아무튼 올 한 해도 블루베리가 튼튼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며 균배양체를 한 삽 한 삽 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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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2월 7일 맑음 



산수유 나무의 샛노란 꽃잎이 비쳐보인다. 올 겨울 몇번의 북극한파가 지나가고, 제법 따듯한 날이 몇일 지속되다보니 나무는 봄을 재촉한다. 농부도 이제 한 해 농사를 지을 준비에 나서야 할련가 보다. 



지난해와는 달리 겨울을 나기 전 블루베리 주위의 풀을 베어서 깔아놓았다. 푸석푸석 말랐지만, 썩어 퇴비가 될만큼은 아니다. 



블루베리밭의 유기물을 높이기 위해 3년째 쌓아두고 있는 폐버섯배지를 투입하기로 했다. 5톤차 2대 분량이었던 것이 이제 절반도 남아있지 않다. 



삽으로 겉흙을 파내면 속에는 거무스름하게 발효된 톱밥퇴비가 보인다. 퇴비는 검을 수록 부식이 잘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 



양동이에 담아서 블루베리 나무 주위로 흩뿌려 준다. 나무 1개당 1양동이씩 주었다. 



톱밥퇴비는 겨울이 오기 전에 주면 더 좋을 수 있다. 비와 눈에 적셔지고, 차가운 날씨와 따듯한 햇빛을 오가며 발효가 더 잘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이 오기 전 뿌린 곳과 오늘처럼 2월에 뿌린 곳에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올해는 2월에 톱밥퇴비를 다 뿌려주고, 균배양체를 주는 시기를 조금 달리해볼까 한다. 


그건 그렇고 이제 톱밥퇴비를 거의 다 써버렸으니, 내년 대책도 고민해봐야 할 성싶다. 최종 목적이야 무투입이니 내년부터 무투입 원칙을 시행해야 될지 고민이다. 무투입을 하기 전 토양에 충분한 유기물을 갖춘 좋은 흙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올해 성장을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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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산은 자신의 몸뚱아리를 벗은채로 온전하게 보여줍니다. 나뭇잎과 풀과 꽃과 열매로 치장하지 않은 민낯의 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눈으로 살짝 몸을 가리지만, 오히려 자신의 형태를 더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볼품없는 겨울산일 수 있겠으나, 그 산속으로 발을 내디딘 다른 누군가에게는 맨몸으로 겨울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한겨울 나무들도 나체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가끔은 강렬한 색의 열매를 여전히 달고 있는 것들을 마주칩니다. 수확하지 않고 놔둔 구기자의 주황색 열매가 눈에 들어옵니다. 햇볕을 받았다 찬바람에 얼었다 하면서 쪼그라든 것들도 보입니다. 



산수유의 붉은 색 열매도 눈을 찌릅니다. 모두가 땅으로 돌아가는 이때 열매는 어찌 찬바람이 매서운 이때까지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일까요. 



겨울에 열매를 달고 있는 것들은 새들의 눈에 잘 뜨이기 위한 것일지 모릅니다. 새들이 열매를 발견해서 먹고 어디론가 날아가 그 씨앗을 배설하면, 나무는 발이 없지만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새들의 먹이가 되지 못한 열매들은 어찌할까요. 겨울을 난다 하더라도 아마 이듬해 봄 새잎과 열매들에 자리를 내주겠죠.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이 애처로워보입니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무는 봄이 되면 온힘을 다해 다시 열매를 맺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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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거두었던 늙은 호박들이 방 한켠에서 노랗게 익어간다. 아직 덜 익은 큰 것 2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8개를 차에 실었다. 건강원에 가지고 가서 늙은 호박을 달여 즙으로 먹기 위해서다. 


여기에 대추와 생강도 보탰다.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말이 있다. 한약재를 달일 때 생강3에 대추2 비율로 함께 달여주면 약의 독성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생강대추차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비염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전에 사두었다 여태 쓰지못하고 남겨둔 구기자도 추가했다. 너무 오래된 것이라 조금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곰팡이같은 것은 안 핀 것 같아 사용하기로 했다(다소 불안하긴 하다 ㅜㅜ;).



초겨울내 까먹었던 귤의 껍질도 잘 말려두었다 함께 달였다. 귤피는 향도 좋아 먹을 때 기분을 좋게 해줄 것 같다. 금화규 뿌리 말린 것도 몇 개 추가했다. 


이렇게 건강원에 가져가니 한 솥에는 못 달이고 두 솥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왕 만드는 거 많이 달여서 주위 사람들과 나눠먹으면 더 좋겠지. 


올해는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가 많지만, 내년과 그 이듬해에는 집에서 모두 길러낼 수 있는 것은 길러내도록 해야겠다. 구기자와 대추나무는 병충해만 잘 관리하면 충분히 수량을 확보할 수 있을듯하다. 올해는 벌레들이 다 먹어치웠지만 말이다. 생강은 올해 심어봤는데 밭 토양과는 잘 맞지 않은듯하여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 도라지를 잘 길러서 추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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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1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이 불쑥불쑥 솓겠네요!ㅎ 매일매일 따뜻하고 건강한 하루되십시요!ㅎ

하루살이 2020-12-22 12:54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님도 건강한 하루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