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다문화 국가이다. 중국계가 74%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말레이계 14%, 인도계가 9% 정도를 차지한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서 이런 다문화를 드러내는 풍경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절이, 인도인들의 거리에선 힌두 사원이, 말레이계 거리에선 이슬람 사원을 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 들어왔던 초기 중국인들은 막노동에 종사하며, 싱가포르를 일구는데 큰 공헌을 한 듯하다. 이들의 힘들었던 노동을 기리는 조각상을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인도계 거리에선 싸우지 말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표지판이다. 


또하나, 거리를 다니는 트럭의 짐 칸에는 노동자들이 타고 있다. 트럭 뒤에 동그라미 안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사람이 몇 명까지 탈 수 있는지를 알리는 숫자다.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 정도인데, 외국인 근로자가 200만을 넘는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1/3 수준의 인구가 외국에서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를 넘는 곳이기에 비싼 인건비를 대체할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필요로 하는 듯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해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지급한다고 알려졌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이 소식을 굉장히 놀라워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도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는데, 월급이 60~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홍콩도 이와 비슷하다. 과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정의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어지는 것이 옳은 일인지 혼란스럽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해피아워라는 제도가 있다. 일을 끝낸 직장인이 바나 커피숍에서 차나 맥주 한 잔 정도를 공짜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무직장인이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아래 차가운 맥주 한 잔을 들이키고 있는 동안, 그 가게 옆 도로 위에선 외국인 노동자를 태운 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런 부의 격차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부처의 사문유관도 어찌보면 여행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싯다르타가 성 안에 꼭꼭 틀어박혀 살고 지내다, 어느날 성 밖의 모습을 보고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싱가포르가 안겨 준 고민이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지만, 빈부격차에 대한 화두가 쉽사리 잊혀지진 않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싱가포르 여행2 - 전통과 첨단의 정원



'정원의 도시' 싱가포르에는 전통과 첨단의 정원이 공존한다.



국립정원인 보타닉 가든은 전통이 살아 숨쉰다. 1859년에 설립된 이 정원은 2015년 싱가포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자연스러운 숲과는 달리 사람의 손길과 정성을 담아낸 150여 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쭉쭉 뻗은 열대 나무들이 웅장함을 뽐낸다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호수는 잔잔함을, 파고라와 잔디밭은 상쾌함을 자랑한다. 



보타닉 가든에서도 밴드 스탠드라고 하는 파고라는 1930년에 지어졌는데, 전통적인 양식으로 주위 잔디와 나무들과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전엔 음악 공연이 많이 열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결혼식 사진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실제 밴드 스탠드에 도착했을 때에도 아랍권 젊은이들이 결혼식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보타닉 가든에서 백조의 호수도 빼놓을 수 없다. 1866년에 조성된 인공호수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장식용 수경 시설이다. 깊이 4미터로 백조 청동 조각상과 함께 실제 백조도 호수에서 떠다닌다. 이 호수는 보타닉 가든의 식물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호수 한 켠엔 연밭이 조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백조의 호수 근처는 예전 고무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고무공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굴뚝이 있는 공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장이라고 해도 조립을 주로 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사무실처럼 보인다. 공단을 지나쳐도 아파트 단지를 지나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보타닉 가든과 다르게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첨단의 기술로 꾸며진 정원이다. 이 정원은 매립지에 만들어졌다. 싱가포르는 땅이 좁다 보니 매년 매립지를 만들어 간다. 이 정원에서는 슈퍼트리 그로브라고 해서 25~50미터에 이르는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 나무 조형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슈퍼트리는 수직정원의 역할도 하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밤마다 펼쳐지는 랩소디 쇼의 조명을 밝혀준다. 또한 빗물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22미터 높에에서 슈퍼트리를 오가는 스카이웨이가 있다. 



슈퍼트리와 함께 첨단 기술에 경탄하게 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유리돔으로 만들어진 대형 온실이다. 플라워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 이렇게 두 개인데, 그중 클라우드 포레스트 돔을 찾았다.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35미터 높이의 인공폭포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 규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무더운 바깥 공기와 달리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보라 덕분에 상쾌한 기분까지 든다. 이 돔에서는 폭포의 시작점으로 올라가 구름다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내려올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열대 식물들과 조형물을 만나볼 수 있다. 



자연과 기술의 공존. 막대한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최대한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한 녹색기술까지. 싱가포르는 역시 <정원의 도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4년 8월 22일~8월 26일 싱가포르 여행기1


날씨는 대한민국 한여름 날씨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1년 내내 계속된다고 한다. 비도 자주 와서 건물들은 대부분 아케이드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싱가포르 여행 동안 비를 거의 맞지 않고 다녔다. 하루는 열대의 햇빛을 제대로 쏘였지만, 이틀은 흐린 날씨 덕에 조금 덜 덥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실내로 들어가면 추워서 오싹하다. 건물마다 에어컨을 무지막지하게 틀어댄다. 이유를 물어보니 냄새 때문이라고 한다. 어중간하게 틀어놓으면 땀으로 인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더운 날씨에도 바람막이 옷을 하나쯤 들고 다닐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싱가포르 건물의 아케이드는 전통적 형식에서는 <부숭>이라고 부르는데, 약 1.5미터 너비의 보행자 전용통로다. 비와 햇빛을 피해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인데, 현지에서는 <다섯 걸음> 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걸어보면 세 걸음에서 네 걸음 정도이긴 하지만. 이 부숭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럽색을 띤다. 영국 식민지 치하에 있었던 역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싱가포르 도시의 이미지는 녹색이다. <정원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정말 사방 팔방이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전체 녹지 비율은 47% 정도라고 한다. 면적의 거의 절반이 공원, 정원, 자연 보호구역, 도로변 녹지이다. 



심지어 고가도로의 교각 마저도 풀로 뒤덮혀 있다.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자라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관리되고 있는 녹지인 것이다. 혹시 가짜 풀이 아닐까 살펴봤지만, 모두 진짜다.



시내의 빌딩들도 초록색이다. 나뭇잎들이 건물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많다. 소위 말하는 수직정원. 싱가포르에서는 대체로 건물 부지 면적의 10~50%의 녹지 공간을 요구하고, 상업용 건물의 경우엔 30~50%를 녹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쌍용건설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도 베란다마다 정원이 가꾸어져 있다. 호텔 객실에서 망중한을 즐기기엔 너무 제격일 것 같다. 물론 1박에 50~1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다소 무리이겠다. ^^;;; 멀리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 대리만족.



건물 안팎으로도 나무들이 자란다. 실내에서는 거대한 화분에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건물 바깥에서도 나무들은 큰 키를 자랑한다. 도시가 주는 삭막한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주위를 둘러보면 시야 안에는 항상 녹색이 꿈틀댄다. 나무와 풀과 함께 하는 도시. 싱가포르는 정원의 도시다. 


## 싱가포르에는 실제 정원도 많다. 전통적 양식의 보타닉 가든을 비롯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가든스 바이 더 베이까지. 이 내용은 여행기 2탄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4-08-2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속 화분, 탐나네요.

하루살이 2024-08-30 09:35   좋아요 0 | URL
놓을 공간이??? ^^;;;
 

목포는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30여 년 전 한 번 가본 적이 있다. 당시엔 일 때문에 간 것이라 주위를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그야말로 한 번 찍고 온 셈. 아버지 생신을 기념해 오랜만에 목포로 향했다. 아버지가 목포 해양대를 나오셨기에 생신을 맞아 과거를 회상해보시라는 의미로 목적지로 정했다. 



먼저 향한 곳은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북항 승강장으로. 승강장에서 고개만 넘으면 바로 해양대학교다. 케이블카를 타면 상공에서 해양대학교를 볼 수 있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만큼 인기가 많다. 국내 최장 3.23키로미터에 케이블카 주탑 중 하나가 155미터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고 한다. 북항에서 유달산 정상 부위 승강장을 거쳐 반달 모양의 섬인 고하도 승강장으로 간다. 북항에서 출발할 때는 유달산 승강장은 열리지 않고 지나친다. 고하도에서 북항으로 올 때는 유달산 승강장에서 하차 후 유달산을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두 가지로 나뉜다. 줄을 따로 서야 하는데, 일반 캐빈 2~3대 올때마다 크리스탈 캐빈이 운행된다. 그래서 크리스탈 캐빈 줄이 짧아도 일반 캐빈이 더 빨리 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겠다. 가격은 일반이 22,000원, 크리스탈이 27,000원. 만 65세 이상은 2,000원 할인되고 만 76세 이상은 보호자 1인까지 2,000원 할인이 된다.(부모님을 모시고 간 덕분에 이 혜택을 봤다^^)  일반 캐빈을 탔는데, 개인적으론 궂이 크리스탈을 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래 밑바닥을 쳐다 볼 일은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해양대학교를 비롯해 유달산 주위가 너무 많이 변해서 기억이 더듬더듬 난다고 하신다. 케이블카로 유달산을 거쳐 고하도로 가는 길목에선 유달산 자락의 달동네가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인지라, 제법 알아보시겠다고도 하신다. 자취를 했던 집 근처도 설명을 해 주시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우물물을 먹는데, 짠맛이 났다는 이야기 등은 흥미진진하다. ^^


155미터 주탑이 보인다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의 해상데크.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13척을 형상화한 조망대.


고하도에 내려서는 둘레길을 한 바퀴 걸었다. 북항쪽은 주차장이 가득찰 만큼 사람이 많은 반면 고하도 쪽은 그나마 한산하다. 고하도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니 벌써 2시간 반 가량 시간이 흘렀다. 유달산을 둘러보기에는 부모님 다리가 불편하셔서 바로 북항으로 돌아왔다. 3시간 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차료 무료.  



두번째 향한 곳은 자연사 박물관. 이번 코스는 딸아이를 위한 것이다. 천연기념물 제535호로 지정된 최대 직경 230센티미터에 공룡알이 19개나 있는 원형 둥지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신안 압해도에서 발견된 것으로 아마도 이 화석 영향으로 자연사 박물관의 테마가 공룡이 된 듯하다. 공룡의 뼈를 전시한 중앙홀 천장은 360도 미디어 파사드가 있어 지구의 역사를 상영하는데 볼거리로 충분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의 박제와 표본, 화석 등을 만나볼 수 있고, 광물 등 지구의 자연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박물관을 꽤 많이 다녔는데, 꽤 수준이 높다고 여겨진다. 딸아이도 껑충껑충 뛰며 즐거워한다. ^^

자연사박물관 티켓을 끊으면 옆에 위치한 도자박물관과 문예역사박물관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이 두 곳은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평화광장 앞 바다에서 펼쳐지는 해상W쇼를 관람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터라 관람 1시간 전에 가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좌석에 앉아 보지 못하더라도 뒤에 서서 관람하거나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볼 수도 있다. 얼핏 1만 명 가까이는 될 듯하다. 사회자 설명으로는 3만명 까지도 관람한다고 한다. 예전엔 주중과 주말 모두 쇼가 펼쳐졌지만 지금은 토요일 저녁에만 진행되고 있다. 시간도 유동적이긴 한데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시작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해상 W쇼는 크게 분수쇼와 공연, 불꽃놀이쇼로 나눌 수 있다. 



거의 맨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 앉은 터라 공연은 잘 보이질 않고, 스피커 소리도 선명하지가 않다. 그래도 분수와 불꽃놀이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엄청나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20분 정도 눈요기를 하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공연장 오른쪽으로는 유달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의 조명이 화려하게 보인다. 목포의 야경을 둘러보는 것도 꽤 운치가 있을 듯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당연히(!)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를 들었다. 이 노래가 새삼 정겹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올해는 유독 주말이면 춥다.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진데다 바람까지 세차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듯하다. 


설 연휴기간 사람들의 이동이 많을듯하여 집안에 콕 박혀 있다가 주말에 바람을 쐬러 나왔다. 산 속의 출렁다리만 찾다가 이번엔 겨울바다를 구경하러 나섰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영덕. 


먼저 찾아간 곳은 강구항. 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다. 대게와 홍게를 주로 팔고 있다. 크게 수산시장에서 대게를 구입해서 쪄 가거나, 식당에서 대게를 쪄서 먹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겠다. 대게로 국물을 낸 어묵을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장이나 식당이나 어차피 경매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판매를 하기에 가격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먹기에는 코로나로 쉽지 않아, 쪄서 집에 가 먹기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강구항을 들르기로 했다. 



강구항 옆에는 해파랑 공원이 있다. 이곳엔 주차장이 꽤 넓다. 무료로 운영된다. (강구항 쪽 주차장은 유료인 듯하다.) 오전에는 제법 한가해서 주차할 곳이 많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주차할 데를 찾지 못할 만큼 사람들이 붐볐다. 



대게로 유명한 곳인지라, 엄청나게 큰 대게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황금칠까지 해놓을 정도이니... 아마도 이곳 사람들에겐 대게가 황금보다 더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해파랑 공원 끄트머리의 둑에 올라서면 확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짙푸른 바다색과 햇살에 부서지는 새하얀 바닷물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드러누울 수 있는 의자도 4개 정도 놓여져 있어, 바다를 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람이 워낙 거세서 한자리에 오래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배가 출출해 이색 먹을거리를 찾아보니 주위에 대게피자를 파는 곳이 있었다. 피자 위에 대게살을 토핑으로 한 것인데, 짭조름하니 나름 색다른 맛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자동차로 15분 정도 가면 해맞이 공원이 있다. 바다를 보며 운전을 하다보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뒤에 차가 쫓아오지 않는다면 천천히 바다를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겠다. 

해맞이공원에 다가서니 대게의 집게가 등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마주친다. 창포말등대다. 차를 세워두고 등대 구경을 하다보니,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바닷가로 내려오니 영덕 블루로드, 해파랑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산책길이 여러 갈래다. 약속바위를 찾았다.



왼손등이 보이고 그중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을 바위에서 찾을 수 있다. 파도가 일구어낸 조각품이다. 



바위 사이로 일렁이는 파도와 깨끗한 바닷물이 마을까지 씻어주는 듯하다. 



약속바위에서 육지쪽을 올려다보면 해맞이공원 입구와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차로 6~7분 거리에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은 무료가 아니라 성인 1,500원, 청소년 8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전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정크&트릭아트전시관이 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해맞이공원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차로 30여 분 북쪽으로 달리면 고래불해수욕장에 도달한다. 바닷가를 달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고래불 해수욕장은 고려 후기 이색()이 어렸을 때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고래불에서 불은 뻘의 옛말이다. 이름에 걸맞게 해수욕장 입구에는 고래 조형물이 서 있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광활한 모래사장에 함성이 절로 나온다. 서해안에서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천리포 해수욕장은 길이가 1키로미터, 만리포 해수욕장은 2.5키로미터인데, 고래불 해수욕장은 8키로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모래도 고와서 기분마저 살랑살랑해진다.



모래사장 한편으로는 멍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조각품이 보인다. 남자와 개 한 마리가 바다를 보고 있는 모습인데, 그 가운데 앉아서 기념촬영을 해도 좋을듯하다. 정말 이들처럼 가만히 않아서 바다멍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방파제를 알록달록 색칠을 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고래 형상을 한 조망대도 눈길을 끈다.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면 벽쪽에 여러 종류의 고래 그림과 설명이 적혀 있다. 전망대 위에 올라 바다를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 몸이 휘청일 정도인지라, 급히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강구항에 들렀다. 수산시장을 지나 항 쪽으로 가면 수레에 대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다리가 잘리거나 조금은 부실한 대게를 싼 값에 파는 것이다. 큰 대게보다 소위 B급 대게를 구입해서 쪘다. 찌는 값은 1만원, 포장비 5천원. 집에서 대게를 먹으니 다리엔 살이 제법 있지만, 몸통은 살이 그닥 없다. 큰 것을 먹는다면 몸통 살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대게가 많다 보니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홍게를 서비스로 몇 마리 줬는데, 홍게살이 꽉 차 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대게는 취향대로 구입해서 먹으면 되겠다.  


영덕에 가면 대게 뿐만 아니라 깨끗한 바다와 광활한 모래사장이 반겨준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불러지는 여행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22-02-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이 어쩜 저런 색을 낼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바닷가 마을 와있는데 (남해) 몇달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깨끗해져가요.

하루살이 2022-02-08 16:34   좋아요 0 | URL
@hnine 님. 가끔 마음을 깨끗이 해주면 살아가는 맛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