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주말이면 춥다.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진데다 바람까지 세차 피부로 느끼는 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듯하다.
설 연휴기간 사람들의 이동이 많을듯하여 집안에 콕 박혀 있다가 주말에 바람을 쐬러 나왔다. 산 속의 출렁다리만 찾다가 이번엔 겨울바다를 구경하러 나섰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영덕.
먼저 찾아간 곳은 강구항. 대게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다. 대게와 홍게를 주로 팔고 있다. 크게 수산시장에서 대게를 구입해서 쪄 가거나, 식당에서 대게를 쪄서 먹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겠다. 대게로 국물을 낸 어묵을 먹으며, 식당 주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장이나 식당이나 어차피 경매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판매를 하기에 가격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먹기에는 코로나로 쉽지 않아, 쪄서 집에 가 먹기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강구항을 들르기로 했다.
강구항 옆에는 해파랑 공원이 있다. 이곳엔 주차장이 꽤 넓다. 무료로 운영된다. (강구항 쪽 주차장은 유료인 듯하다.) 오전에는 제법 한가해서 주차할 곳이 많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주차할 데를 찾지 못할 만큼 사람들이 붐볐다.
대게로 유명한 곳인지라, 엄청나게 큰 대게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황금칠까지 해놓을 정도이니... 아마도 이곳 사람들에겐 대게가 황금보다 더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해파랑 공원 끄트머리의 둑에 올라서면 확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짙푸른 바다색과 햇살에 부서지는 새하얀 바닷물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드러누울 수 있는 의자도 4개 정도 놓여져 있어, 바다를 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람이 워낙 거세서 한자리에 오래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배가 출출해 이색 먹을거리를 찾아보니 주위에 대게피자를 파는 곳이 있었다. 피자 위에 대게살을 토핑으로 한 것인데, 짭조름하니 나름 색다른 맛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자동차로 15분 정도 가면 해맞이 공원이 있다. 바다를 보며 운전을 하다보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뒤에 차가 쫓아오지 않는다면 천천히 바다를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좋겠다.
해맞이공원에 다가서니 대게의 집게가 등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마주친다. 창포말등대다. 차를 세워두고 등대 구경을 하다보니,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바닷가로 내려오니 영덕 블루로드, 해파랑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산책길이 여러 갈래다. 약속바위를 찾았다.
왼손등이 보이고 그중 새끼손가락을 편 모습을 바위에서 찾을 수 있다. 파도가 일구어낸 조각품이다.
바위 사이로 일렁이는 파도와 깨끗한 바닷물이 마을까지 씻어주는 듯하다.
약속바위에서 육지쪽을 올려다보면 해맞이공원 입구와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차로 6~7분 거리에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은 무료가 아니라 성인 1,500원, 청소년 8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전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정크&트릭아트전시관이 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해맞이공원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차로 30여 분 북쪽으로 달리면 고래불해수욕장에 도달한다. 바닷가를 달리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고래불 해수욕장은 고려 후기 이색(李穡)이 어렸을 때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고래불에서 불은 뻘의 옛말이다. 이름에 걸맞게 해수욕장 입구에는 고래 조형물이 서 있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광활한 모래사장에 함성이 절로 나온다. 서해안에서 긴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천리포 해수욕장은 길이가 1키로미터, 만리포 해수욕장은 2.5키로미터인데, 고래불 해수욕장은 8키로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모래도 고와서 기분마저 살랑살랑해진다.
모래사장 한편으로는 멍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조각품이 보인다. 남자와 개 한 마리가 바다를 보고 있는 모습인데, 그 가운데 앉아서 기념촬영을 해도 좋을듯하다. 정말 이들처럼 가만히 않아서 바다멍을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방파제를 알록달록 색칠을 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고래 형상을 한 조망대도 눈길을 끈다.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면 벽쪽에 여러 종류의 고래 그림과 설명이 적혀 있다. 전망대 위에 올라 바다를 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 몸이 휘청일 정도인지라, 급히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강구항에 들렀다. 수산시장을 지나 항 쪽으로 가면 수레에 대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다리가 잘리거나 조금은 부실한 대게를 싼 값에 파는 것이다. 큰 대게보다 소위 B급 대게를 구입해서 쪘다. 찌는 값은 1만원, 포장비 5천원. 집에서 대게를 먹으니 다리엔 살이 제법 있지만, 몸통은 살이 그닥 없다. 큰 것을 먹는다면 몸통 살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대게가 많다 보니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게다가 홍게를 서비스로 몇 마리 줬는데, 홍게살이 꽉 차 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대게는 취향대로 구입해서 먹으면 되겠다.
영덕에 가면 대게 뿐만 아니라 깨끗한 바다와 광활한 모래사장이 반겨준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불러지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