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과 시범경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시즌이 다가왔다. 각 구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약점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해 정규시즌을 대비한다. 그래서 시범경기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 약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전경쟁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약한 선수를 추려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기록경기가 아닌 상대방과 겨루는 스포츠에선 상대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골을 넣어야 하는 경기는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된다. 전략이란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야구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투수는 타자의 약점을 공략하고, 때론 강한 상대를 만나면 고의사구 등으로 대결을 피하기도 한다. 보다 약한 상대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범경기는 팀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약점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다.

 

농사도 이제 본격적인 시즌이 다가왔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키워낸 모종을 본밭으로 옮겨 심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또는 모종이 아니라 직접 밭에 씨를 뿌리기도 한다(직파). 농부는 이를 위해 토양검사를 실시한다. 밭의 흙을 골고루 떠서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토양에 어떤 성분들이 얼마만큼 있는지를 포함해, 산성도, 염류집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농부는 이렇게 파악된 토양성분 중 작물을 키우는데 부족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양분을 공급해준다. 이때 중요한 것이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다. 생물체의 생장은 필요로 하는 성분 중 최소량으로 공급되는 양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즉 식물에 필요한 10대 필수 영양소 중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모자라는 요소이다. 탄소, 산소, 수소, 질소, 인산, 유황,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 중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면 다른 것이 제아무리 많이 들어 있어도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가령 10대 영양소 중 탄소가 80%이고 나머지가 100% 넘게 있다 할지라도 결국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80%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한정요인설>이라 고도 표현한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것은 이 부족한 성분을 적절하게 채워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토양분석이 바로 시범경기이며 꼭 필요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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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종 농사가 반이다

소위 농사‘꾼’을 만나면 “모종 농사가 반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만큼 모종을 잘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너무 약하게도 그렇다고 너무 웃자라게 키워도 정식 이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모종의 뿌리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뿌리가 포트 밖으로 자라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포트 밖으로 자라 땅이나 부직포 등에 뿌리를 박게되면 나중에 옮겨심을 때 뿌리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통 포트 밑에는 비닐을 깔거나 뒤집은 포트를 받쳐줘 뿌리가 안에서만 자라도록 유도한다. 또 모종을 잘 키운다고 영양분을 너무 많이 주거나 해서 웃자라게 키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정식 이후 성장에만 치중한 모종은 수확을 풍성하게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시즌 개막에 맞추어 몸 상태를 조절한다. 그런데 3월 초에 열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같은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컨디션을 일찍 끌어올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 그 해 성적은 초라한 경우가 허다하다. 모종이 웃자랄 경우 수확이 신통찮은 것과 꼭 닮았다.

2009년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이용규, 이종욱, 최정은 타율이 2할대 중반에 머물렀고, 고영민은 2군에서 고전해야 했다. 김광현은 삼진이 줄었고, 이승호와 윤석민은 방어율이 폭등했다. 2013년 WBC에 참가했던 장원삼은 방어율이 5점대를 기록했고, 오승환은 4.83, 봉중근도 3점대 중반에 머물렀다. 강민호는 홈런이 10개 줄었고 박경완은 타석이 현격하게 줄었다. 

때를 아는 것, 그 때에 맞추어 몸을 맞추는 것. 야구와 농사의 닮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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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잠깐 지어보니 농사가 야구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야구가 운영되는 시기와 농사의 절기가 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믿을 수 없다고? 자, 그럼 야구와 농사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해 볼 테니 잘 들어보시기 바란다.

 

<1>스프링캠프와 모종 키우기

2019년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는 우리나라 프로야구팀 7개가 훈련을 하고 있다. 이외에 호주나 미국 플로리다에도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팀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날씨 때문에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렇게 시즌 전까지 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전지훈련을 ‘스프링 트레이닝’, 전지훈련 장소를 ‘스프링 캠프’라고 부른다. 스프링 캠프는 장소의 의미뿐만 아니라 훈련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스프링 트레이닝은 미국 프로야구에서 시작됐다. 1870년 시카고 화이트스타킹스와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훈련한 것이 처음이라는 설<시사상식사전>과 1896년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감독 핸론이 15명의 선수를 인솔하고 남부의 따뜻한 조지아 주의 메이컨에서 2주간 머물면서 연습을 한 후 3년 연속 우승한 것을 시초로 보는 설<체육학대사전, 2000>이 있다.

아무튼 스프링캠프에서는 각 선수들의 체력훈련, 기초훈련을 비롯해 연습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하고 발전시킨다. 또한 개막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한다.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한겨울부터 몸을 움직인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따듯한 곳을 찾아 훈련을 하듯 농부들은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기 위해 하우스를 이용한다. 이렇게 모종을 키우는 하우스를 육묘하우스라고 부른다. 육묘하우스는 농부들에게 스프링캠프인 셈이다.

씨앗이 자라 모종이 되어 본 밭에 들어가기 전까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온도조절이 관건이다. 씨앗을 뿌리는 포트 밑에 열선을 깔아주고, 포트 양 옆으로 활대를 박아 비닐이나 보온이불을 덮어주는 터널을 만든다. 매일 터널을 덮었다 열어주었다를 반복하면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육묘하우스에 찬바람을 막기 위해 하우스 밑부분을 보온이불로 감싸주는 농부도 있다. 포트와 하우스 비닐 사이를 샌드위치 판넬로 막아 단열재 역할을 하도록 만든 농부들도 있다.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한겨울 모종을 키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목표는 건강한 모종을 통해 한 해 농사를 풍년들도록 하는데 있다. 프로야구팀들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을 야구는 물론 우승을 하고자 하는 목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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