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꼭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차로 2분 정도만 벗어나도 고요하다. 한정된 좁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가 왔다 그쳤다 지 멋대로다. 지금 내가 맞고 있는 이 비는 수만년 전 백두산의 호랑이가 맞았던 그 비이고, 임진왜란 때 큰 칼을 휘두르며 지휘했을 이순신 장군이 맞았을 그 비이며, 저 멀리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한 배우 진 켈리가 맞았을 비 일지도 모른다. 


물은 순환한다. 태고적부터 존재했던 물은 그 장소를 달리하고 모습을 달리하며 지금까지 존재해왔다. 절대량의 변화가 거의 없이 땅 속에서, 강과 바다에서, 얼음으로, 또는 구름으로 모습을 변해가며 생명을 지켜줬다. 그런데 물의 순환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지구 대기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수증기의 발생량도 많아지고, 이로 인해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 한 쪽에 홍수로 물 난리가 나면 물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에 다른 쪽은 가뭄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 홍수와 가뭄 등 물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하수가 말라가면서 물 부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곳도 늘어난다. 물의 격차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의 격차는 마치 인간 사회의 부의 격차와 닮아 보인다. 한정된 부를 나눠 갖는 인간 사회에서 이 부가 점점 한쪽으로 치우쳐 가고 있다. 부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원시공산시대에서 개인의 소유가 등장하면서 격차가 발생하고, 자본주의라는 제도가 가져온 부의 확대 이면엔 상위 20%와 나머지 80%의 부가 비슷해지더니, 이젠 상위 1%의 부가 나머지 99%의 부와 맞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빈부격차는 물의 격차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폭탄이 될지 모른다. 우리가 감당하고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부의 격차가 가져올 재난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머지않아 이 부의 격차가 건강은 물론 수명의 차이를 불러올 것이고, 이는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탄소의 증가가 지구의 기온을 끌어올려 기후변화를 야기하듯, 경쟁의 극심화가 욕망을 끌어올려 부의 격차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쟁을 적절하게 억누르고 협동, 공생이 어우러지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우리가 탄소를 억제하고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고 실용화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듯이 우리 사회제도 또한 경쟁을 적절히 억제하고 공생의 기술을 연구하고 실용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공상에 잠겨본다. 올 한 해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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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장미의 계절로 불리지만, 실은 장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우며 향기를 뽐내는 꽃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꽃이다. 실제론 아까시나무 꽃이 맞다. 우리나라에선 아까시 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곤 하는데,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짜와 진짜는 인간의 구별일 뿐, 아까시나무는 그저 아까시나무일 뿐이다. 이 아까시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 


아까시나무는 일제시기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시나무는 6.25 전쟁이 지나고 황폐화 된 삼림을 복구하기 위한 첨병으로서 역할을 해 냄으로써 값진 나무로 보여지다, 이제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토종 나무를 해친다며 위해 수종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꿀 생산의 2/3 이상이 아까시나무 꽃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 양봉업자들과 꿀벌에겐 소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꿀벌이 없어지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이 불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시대에 따라 가치의 변동이 큰 나무라 할 수 있겠다.



집 뒤로 아까시나무가 몇 그루 있다. 꽃을 활짝 핀 덕분에 집 근처에 오면 좋은 향기가 코를 감싼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한 것 처럼 번식력이 뛰어나 뿌리를 깊고 넓게 뻗쳐나간다. 집의 터 기반이 되는 버림콘크리트를 위협할 정도다. 그래서 집 주변에는 아까시나무가 없는 게 좋다. 하지만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땅의 주인이 다른 분이다 보니 함부로 잘라낼 수도 없다. 가끔 맨 땅에서 아까시나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땅을 파서 뿌리를 찾아내 없애주고 있다.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싹이 올라온 아까시나무가 한 달도 안돼 성인 키만큼 자라 버린다. 



아까시나무는 예전엔 농기구의 손잡이나 울타리, 떌감 등 목재로서의 활용도도 높았다. 지금은 땔감이나 울타리가 필요한 곳이 없다보니 이런 쓸모도 쓸모 없어져 간다. 그래도 여전히 꽃은 아름답다. 치렁치렁 하얀색의 꽃에서 피어나는 향이 유혹적이다.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참 슬프다. 사모하는 남성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바꿨지만, 그 남성이 향을 맡을 수 없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여인이 묻힌 자리에서 자라난 나무가 아까시나무라는 이야기다. 



아까시나무꽃은 식용꽃이다.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된다. 그러니 당연히 샐러드 토핑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요즘엔 튀김으로 주로 먹는 듯하다. 하지만 튀겼을 때는 꽃향 보다도 기름향이 강해 제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꽃을 말려서 꽃차로 먹어도 좋다. 설탕을 이용해 청을 담그거나 잼이나 젤리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말려서 꽃차로 먹어보고 싶다. 


아~ 이래서 조그마한 하우스 하나 갖고 싶은 욕망이 또 꿈틀댄다. 식재료 말리는데 하우스만한 곳도 없다. 또 묘목을 비롯해 작물의 겨울나기에도 좋다. 정말 큰 맘 먹고 조만간 아주 조그맣게라도 하우스 하나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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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14일 8도~29도


지난 겨울을 나면서 블루베리가 많이 죽었다. 군데 군데 빈 자리가 보인다. 삽목하고 2년이 된 나무들을 옮겨 심어 일부 메꾸긴 했지만, 품종이 거의 단일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 현재 품종은 듀크 9, 선라이즈 0.6, 챈들러 0.4의 비율 정도다. 선라이즈와 챈들러는 겨우 2~4개 그루 정도만 남아 있다. 품종이 섞여 있으면 수정을 통해 열매가 더 굵고 맛있다는 관찰이 여럿 있다. 그래서 동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추위에 강한 북부 하이부시 계열의 품종을 보충해 주기로 했다. 



블루레이라는 품종 10그루와 한나초이스라는 품종 6그루를 주문했다. 만 1년 생으로 아직 조그마하지만, 올 여름을 잘 키우면 제법 크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있다. 둘 다 열매가 크고 당도가 높은 쪽이다. 특히 한나초이스는 복숭아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새들이 떼로 달려들어 방조망 없이 키우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블루레이는 듀크가 심어진 쪽에 보식하고, 한나초이스는 따로 떨어진 챈들러가 심어진 쪽에 심었다. 풀을 정리하고, 특히 쑥을 뿌리째 뽑고, 맨 땅을 파고, 피트모스와 상토를 3대 1 비율로 섞어 자리를 마련해 심었따. 오랜만에 삽질을 수백 번 하다보니 삭신이 쑤신다. ^^;;

올해는 꽃이 피더라도 다 따버렸다. 생장 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올 겨울을 무사히 잘 넘어가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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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더 리쿠르트>. 시즌1 8화 2022년 12월 16일. 시즌2 6화 2025년 1월 30일 오픈. 청불. 스릴러. 액션. 로스쿨을 졸업하고 갓 CIA 법무실에 입사한 신출내기 변호사가 얼렁뚱땅 스파이 작전에 휘말려 들어가 일으키는 소동을 다룬다. 정통 스파이물은 아니지만 어영부영 빨려들어간다. ★★★ 6점/10점


2. CIA법무실에 갓 입사한 오웬 헨드릭스. 동료들은 자신을 경쟁자로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주지 않고, 엉뚱한 것만 가르쳐 준다. 오웬이 하는 일은 CIA에 배달되어진 협박 편지를 분석해서 실제 위험한 것을 찾아내 법적으로 처리하는 것. 그런데 이제 갓 입사한 그에게 진짜 위험한 협박이 눈에 걸린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현지에 가보지만 협박범은 찾지 못하고 죽을 고비만 맞는다. 간신히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변호사 직무에서 스파이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오웬은 이 협박범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3. CIA를 다루다 보니 미국은 물론 캐나다,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세계 곳곳의 화려한 로케이션이 눈에 띈다. 게다가 시즌2에서는 대한민국 서울이 주요 배경으로 나온다. 하지만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건물이나 장소는 보이지 않고, 일반적인 주택가와 상가가 자주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 외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련지 궁금하다. 한글 간판과 호텔 인테리어 속 한글 디자인 등 한글이 자주 보이는 것도 특이.


4. 그런데 왜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배우들은 한국어를 못하는 것일까. 이번 <더 리쿠르트>에서는 그나마 주연급은 한국어를 잘 하지만, 조연급은 한국어가 어색하다. 그렇게 배우가 없는 것인지, 섭외를 못 하는 것인지, 아쉬움이 크다. 이런 어색함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권 배우들도 혹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극의 몰입감이 푹 떨어진다.


5. 오웬은 스파이가 아니라 변호사다. 그런데 <더 리쿠르트>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라 스파이 노릇을 한다. 게다가 신출내기. 여기에서 오는 불협화음이 극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야말로 좌충우돌. 자꾸만 위험에 처하는 오웬은 이 상황이 스스로 만든 것인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 그런데 이런 좌충우돌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지 않고 통통 튀는 방식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어영부영 그 흐름에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6. 액션은 그다지. 물량공세도 없고- 로케이션 비용으로 다 들어간 것은 아닌지, 아 그래도 잠수함까지 등장한다는... - 화려한 몸짓(무술)도 없다. 총알은 아무리 퍼부어대도 주인공 무리를 맞추지 못하고 알아서 피해 간다. 할리우드 영화의 미덕(?)이 여기서도... ^^;;;  한국의 어선을 타고 러시아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며, 미군 잠수함이 러시아 해안 근처에 왔는데, 러시아군이 출동은 커녕 해안경비대가 알아서 도망치는 장면은 솔직히 코미디이거나 공상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 


7. 그럼에도 시즌1, 2를 모두 본 것은 병맛처럼 보일 수도 있는 주인공 오웬이 갖는 매력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이익이나 국가적 명령 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동료, 우정, 사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휴머니즘이 오웬에게서 넘쳐나기 때문이다. 정통 스파이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파이물이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강력하게는 아니고 살짝 추천해 봄직. 재미없으면 말고 라는 핑계를 뒤에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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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13일 맑음 8도~28도


와~ 하루 일교차가 20도다. 한나절 만에 봄과 여름이 오간다. 1주 전 옆 동네 우박 소식은 풍문이 아니었다. 아주 한정된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고 한다. 5월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날씨의 연속이다. 

계속해서 참외, 수박, 오이가 냉해를 입어 보식을 두 번 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보식을 한다. 다음주 초 최저 기온이 하루 정도 8도이고 계속 10도를 웃돈다는 예보를 믿고 다시 모종을 구입해 심어 본다. 



왼쪽부터 수박, 참외, 오이 모종이다. 이번에는 부디 흙에 잘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가시오가피도 열매를 맺었다. 매년 열매를 맺는 순간까지만 괜찮다. 열매가 커 갈 때 쯤에는 병에 걸리거나 벌레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나아질 것인지....



사과도 수정이 이루어졌다. 올해는 과연 1개라도 따 먹을 수 있으려나. '기적의 사과'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주위 자연 환경에 적응할 만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올해도 벌레와 새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울 것인가? 자뭇 기대(!)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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