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3월 6일 눈 온 후 흐림


이란의 초등생 소녀들 1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창 재잘재잘 꿈을 키워가는 나이다. 어디서 날아온지도 모를 미사일에 채 꽃도 피우지 못한 생명이 사라졌다. 전쟁은 이다지도 참혹하다. 명분 있는 전쟁이라 할 지라도 이런 참상에 고개를 떨구고 잠시 멈추어야 한다. 그런데 명분마저 찾기 힘든 전쟁에서 참상은 그저 부수적 피해라거나 리스크로 여겨진다. 생명이 숫자화 되어 도덕을 땅 속 깊이 묻어버린다. 


도덕성을 상실한 야만의 시기다. 이만큼 눈 앞에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던 봄도 오늘 새벽 내린 눈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버렸다. 눈물을 머금은 듯 습한 눈이 흙 위를 살짝 덮었다. 



이 눈 속에서도 꽃은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산수유꽃은 벌써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고, 매화도 곧 얼굴을 내밀 기세다. 지난해 초겨울 심었던 수선화는 빼꼼 초록색 잎을 내민다.



무릇 생명이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꽃을 피워낼 채비를 한다. 힘으로 정의를 대신하는 야만의 시대에도, 양심과 도덕은 기어코 피어날 것이다. 우리가 서로 서로 손에 손을 잡는다면. 흙이 씨앗과 뿌리를 움켜쥐고 있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해에는 3월부터 농사 기지개를 켰다. 해마다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겨울이 빨리 끝나는 모양새라 올해는 조금 서둘렀다.

2월 21일부터 틈틈이 블루베리 가지치기를 했다. 3월 2일까지 블루베리 가지치기는 대략 끝을 냈다. 물론 사과, 배를 비롯해 큰 나무들의 가지치기도 여전히 남아 있어, 가지치기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가지치기를 끝낸 블루베리에는 유박과 균배양체를 뿌려줬다. 3월 2일 비소식이 있어서 퇴비를 뿌리고 비를 맞히기 위해 서둘렀다. 블루베리밭 전부에 퇴비를 뿌리지는 못하고 절반 정도만 뿌렸다.

오늘 5일 저녁부터 또 비 예보가 있어, 당장 오후에 나머지 밭에 퇴비를 뿌릴 생각이다.  


지난해 삽목을 했던 블루베리는 실내로 들여놓지 않고 밖에다 두었다. 겨울의 가혹한 날씨를 견디기에는 다소 여린 묘목들일테지만, 이번엔 시험삼아 밖에 그대로 놔둔 것이다. 이 척박한 환경을 견디고 살아난 묘목들은 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과연 생각대로 잘 클지는 봄이 본격적으로 찾아올 때쯤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가지치기를 하고 자른 가지를 삽목하고 있는데, 밭에 옮겨 심으면 살아남는 것들이 없어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 할 성싶다. 가지치기와 퇴비를 뿌리다 보니 올 겨울을 넘기며 죽어간 나무들이 몇 그루 보인다. 죽은 나무를 보식하고 있지만, 보식한 것들이 잘 살아남지 못하다 보니, 죽은 나무의 숫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조금씩 늘려가겠다는 계획은 생각일 뿐 현실을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육상 단거리의 부정출발을 가르는 기준인 0.1초는 그대로 수영에도 적용된다. 즉 수영에서도 출발 신호를 듣고, 스타팅 블록에서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부정출발이 된다. 하지만 수영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올림픽 메달권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스타트 시간은 0.6초대이기 때문이다.(황선우는 2021 도쿄올림픽 때 0.5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수영선수들이 물에 뛰어들면서 속도를 얻기 위해 몸을 움츠렸다 펴는 반동의 동작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에서는 시간의 측정(실제 별 의미는 없지만)과 함께 출발 전에 몸을 움직이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심판의 관찰이 추가된다. 즉 출발 전 정지 상태에서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부정 출발이 되는 것이다. 이는 수영의 출발 자세와 동작이 육상과 다르기 때문에 추가된 부분이다.


반면 계주에서는 육상과 수영이 반대가 된다. 육상은 배턴을 주고 받을 때 30미터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던지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도 금지된다. 심판이 육안으로 먼저 판정을 하고, 세세한 부분은 비디오로 판독한다. 수영은 육상 출발처럼 기계 측정을 통해 계주 부정 출발을 판독한다. 앞선 주자가 터치패드에 닿은 시간과 뒤의 주자가 스타팅 블록을 치고 나가는 시간이 -0.03초 보다 빠르면 실격이 된다. -0.03초라는 여유를 주는 것은 터치패드를 누르고 기계가 반응하는 속도 및 기계적 오차를 허용한 범위라 할 수 있다. 터치와 동시에 스타팅을 하기 위해서는 뒤 주자가 미리 몸을 움직여 상체를 날리고 스타팅 블록에서 발을 떼는 시간이 터치하는 시간과 맞닿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육상 계주에서 배턴을 주고 받는 연습을 하듯, 수영 계주 또한 반복된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몸을 미리 움직이는 덕분에 뒤 주자의 경우 앞 주자보다 기록이 더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일본 애니메이션 <100m>를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상에서 기록은 0.01초 때로는 0.001초까지 구별하는데, 어떻게 이 기록을 측정하는 것일까. 


AI 제작 이미지.


학창시절 달리기를 할 때 학교에서는 출발 신호와 함께 스톱워치를 누르고, 도착 지점에서 다시 스톱워치를 누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발신호를 듣고 스톱워치를 누르는 동작까지 걸리는 시간, 도착점을 지나는 것을 보고 스톱워치를 누르는 동작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스포츠경기에서도 1960년대까지 스톱워치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1932년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결승선 카메라와 연동된 자동시간 측정장치가 도입되었고, 1977년 국제육상연맹에서는 모든 세계기록을 0.01초 단위까지 측정하는 완전 자동 시간 측정방식만 인정하게 되었다. 


육상 단거리의 경우 스타팅 블록 압력센서가 있어 출발을 기록하고, 결승선에서는 초당 2000~1만 프레임의 사진을 판독해 측정한다. 적외선 센서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확한 기록보다는 빠른 측정을 통해 경기를 보고 있는 관중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용도이다. 


육상 단거리에서 출발할 때 압력센서가 정밀해지면서 부정 출발에 대한 판정도 엄격해졌다. 현재 부정출발의 기준은 출발신호가 울리고 0.1초 내에 출발할 경우로 정해져 있다. 인간이 소리를 듣고 뇌가 인지해 움직이라고 근육에 전달하기까지 0.08~0.12초가 걸린다는 실험결과가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 시간단위인 0.08초가 아니라 왜 0.1초를 기준으로 정한 것일까. 


엘리트 육상 선수들의 평균 출발 시간은 0.12~0.16초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기계의 정밀도, 외부 환경 변수를 감안해 0.1초를 기준으로 정했다. 그런데 실제 0.099초의 출발로 실격 처리된 경우가 있었다. 2022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10미터 허들에 출전한 미국의 데번 앨런이 그런 경우였다. 0.001초 차이로 부정출발로 실격한 것이다. 


데번 앨런이 부정 출발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0.1초라는 규정은 예외가 없었다. 그래서 한때 부정출발의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확률이 낮기에, 부정출발의 시간을 줄일 때 발생하는 예측 출발의 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염려로 여전히 0.1초의 기준은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즉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피해를 볼 수 있는 여지와 반대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준이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100미터 부정출발의 기준을 보며, 기준을 정하는 것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새삼 느낀다. 문득 세상의 그 수많은 기준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며칠 전 TV를 보는데 갑자기 재부팅이 이뤄졌다. 이게 뭐지? 순간 당황스러웠다. TV와 연결된 차단기 선에는 펌프가 있다. 이 펌프로 인해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TV가 꺼진 경우가 간혹 있다보니 덜컥 겁이 났다. 혹시~ 펌프에 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됐다. 

하지만 TV는 정상 작동했다. 펌프 문제는 아니련가.....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이번에도 갑자기 TV전원이 꺼졌다 재부팅됐다. TV만이 아니었다. 전등도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0.5초 정도의 순간 정전. 그리고 20분 후 다시 순간 정전이 일어났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혹시 집 안 전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제미나이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순간 정전의 상황을 입력하니 제미나이의 대답은 전기 선로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나뭇가지 등으로 인해 순간 전기가 끊길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선로 점검을 부탁하라는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그래서 제미나이가 알려준 대로 한전에 연락해 민원(?)을 넣었다. 지역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연락을 해 와 상황을 설명하니, 개인 집의 문제가 아닌 선로의 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문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1시간이 채 안되어서 연락이 왔다. 근처 과수원의 알루미늄 반사판이 바람에 날려 전깃줄에 걸리면서 발생한 순간 정전이었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전혀 추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AI의 지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AI는 정말 우리 곁에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에이전트가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