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막을 걷어내고 햇빛을 온전하게 받게 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하지만 이 한 달 동안 해가 난 날보다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묘목에 일부러 물을 준 경우는 딱 하루 밖에 없을 정도다. 

이젠 제법 아침 저녁으로 10도 중반의 꽤 쌀쌀한 날도 찾아온다. 지금 보니 성장의 차이가 확연해진다. 예닐곱 개의 묘목은 꽤 풍성하게 자랐고, 10여 개 정도는 죽지 않고 잘 버텨준다는 느낌. 그리고 나머지는 영 신통치 않다. 풍성하게 자란 묘목의 경우엔 병이 들었다기 보다는 낙엽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직도 어린 묘목임에도 자연 상태로 거의 방치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몇 그루가 제대로 커 갈지 흥미롭다. 

이 상태로 올 겨울을 나고 내년 봄까지 생명을 유지한다면, 내년엔 분갈이를 통해 더 잘 자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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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집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 수확한 것들이다. 봄에 심었던 참외 모종은 8월초부터 9월말까지 꾸준히 참외를 제공하고 있다. 약을 치지 않아서 껍질 이곳저곳이 벌레나 달팽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모습이 그대로지만, 잘 깍아서 먹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아직도 참외가 달려 있고, 익어가는 중이라 다음주까지는 하루에 한 개 꼴로 꾸준히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오미자는 2주 전에 한 바구니 수확해서 청을 담가 두었는데, 당시 살짝 덜 익은 것들을 마저 수확했다. 지난해보다 살짝 적은 양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오미자 또한 약 한 번 치지 않고 거둔 것들이라는 점에서 대견스럽다. 


빨갛게 익은 고추도 몇 개 땄다. 고추는 약을 치지 않으니 노린재 등의 피해가 크다. 그럼에도 풋고추로 따 먹고, 지금은 빨간 고추로 찌개 등 양념에 쓴다.


올해 가장 큰 수확은 밤이다. 집 뒤쪽에 밤나무가 있었다는 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 아니다. 그전까지는 워낙 밤나무가 작아서 눈치를 못 채다가 이제 제법 나무가 커지면서 열매도 달리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땅에 떨어진 것들을 주우니 바구니 한 가득이다. 물에 담가서 벌레 먹은 것들을 골라내려 했지만,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일단 수확한 것들은 모두 삶아내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1주 후 한 번 더 수확할 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생으로 먹든가 삶아서 냉동보관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상은 약 없이도 수확이 나름 가능했지만, 배나 사과는 처참하다. 벌레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나름 괜찮다 싶은 것들은 모두 새가 쪼아 먹었다.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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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는 <길복순>의 스핀오프다. 길복순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살인청부회사의 대표를 죽인 이후의 일들이 사마귀라 불리는 한울이라는 젊은 킬러와 그의 동기 재이, 그리고 은퇴했던 킬러 독고라는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마귀>를 기다리며 기대했던 것은 액션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마귀>는 액션영화라고 장르를 구분짓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액션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표현도 압도적이지 못하다. 사마귀가 쓰는 낫, 재이의 칼, 독고의 톤파라는 무기가 갖는 개성도 크게 드러나지 못한데다, 속도감도 다소 떨어진다. <사마귀>가 사용하는 낫이라는 무기가 독특해 보이지만 액션 속에 그려지는 그만의 특별함을 찾기도 힘들다.


반면 <사마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취직과 창업이 힘들다는 드라마적 성격이 오히려 짙게 드러난다. 청부업 회사인 MK엔터는 일종의 대기업인 셈이고, 나머지 군소 청부업자들이 있고, 이들 회사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직자로 불린다. 이들은 MK가 정한 세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하며, 만약 이 규칙을 어길 시에는 MK가 징벌을 가한다. 하지만 MK의 대표가 길복순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킬러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의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사마귀는 독립을 선언하고, 사마귀 컴퍼니를 차리지만,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살인 의뢰를 따는 것이 쉽지 않다. 독고가 MK를 재건하면서 큰 의뢰는 MK가 가져가는데다, 기업체의 후원을 받으며 재이가 새 회사를 차리면서 그 세를 불려가는 바람에 더욱 어려움에 처한다. 대기업의 권력과 횡포, 창업의 어려움을 킬러 업계를 빌려 풍자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아주 고전적인 모짜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를 더했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와 그 재능을 결코 이길 수 없는 2인자의 설움이 <사마귀>에서는 2세대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다만 재능을 가진 이가 2인자를 생각하며 베푸는 호의가 2인자의 입장에선 동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인식의 차이가 가져오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분명 액션영화이지만 액션을 기대한다면 <사마귀>는 흡족하지 못하다. 오히려 드라마적 요소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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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야당> 25년 4월 16일 개봉. 8월 6일 익스텐디드 컷 개봉. 330만 관객. 청불. 123분. 빠른 편집의 흐름에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식상하지도 않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세상. 


2. 마약을 하는 놈과 마약 하는 놈을 잡는 놈. 그리고 이 둘을 엮어주는 놈. 마약판의 세 부류 중 둘을 엮어주는 놈을 야당이라 부른다. 영화 속에서는 강하늘이 맡은 강수가 야당으로 나온다. 대리운전을 하다 억울하게 마약범으로 몰린 강수가 구관희(유해진 분) 검사를 만나 야당으로 활약한다. 구 검사의 힘을 배경으로 강수는 전국구 야당으로 떠오르지만,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이 마약범으로 잡히면서 오히려 구 검사로부터 팽을 당한다. 구 검사는 유력 대선 후보 아들을 징검다리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이를 위해 대선 후보 아들의 마약 건과 관련되었던 야당, 형사, 배우를 패대기 친다. 구 검사에게 당한 이 3인은 복수로 똘똘 뭉쳐 구 검사와 대선 후보 아들, 마약범을 무너뜨릴 작전을 짠다. 


3. 마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로, 실제 영화처럼 마약판이 돌아가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점점 마약이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 마약을 억제하는 힘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마약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힘을 과시하는 수단- 힘 있는 자들은 마약범으로 잡히지도 않고, 설령 잡히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식-이 된다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다 싶다. 힘 있는 자들만이 마약을 추구할 수 있다면 널리 퍼져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마약에 휩쓸리는 경우다. 마약인지 모른채 신경안정제인 양 소비하는 것을 비롯해 현실을 잊고 싶은 이들을 위로하는 약이 되어버린다면 마약을 단속하고,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4. 영화 <야당>에서의 빌런은 구 검사다. 그리고 구 검사는 현실을 대변하듯 "검사가 대통령도 만들고, 대통령에서 내려오게도 할 수 있다"는 엄포를 뿜어낸다. 검사가 가지고 있는 기소와 수사라는 막강한 힘에 더해, 언론을 도구로 삼을 수 있는 덕분이다. 이제 검사청이 사라지면 이런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검사는 역사 속으로 남겨질까. 영화 속에서 조차도 이런 빌런 검사를 만나볼 수 없는 세상이 올까. 


5. 구 검사가 대선 후보와 그의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언론이다. 가짜뉴스와 거짓 증거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해서 대중의 관심과 여론을 호도한다. 영화 <야당>에서는 이에 맞서는 방법으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선택했다. 이제 기존의 레거시 언론으로 고착되는 언론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언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과연 영화 <야당>처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나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6. 최근 네팔에서 26개의 SNS를 정부가 차단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190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인터넷 매체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어떠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겠다. 영화 속 <야당>에서는 거대 권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덤비게 만드는 힘은 복수심이었다. 현실 속에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권력 앞에 목숨을 내놓고 대항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인간은 억눌리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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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선선해지고 있다. 아직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강렬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한여름 내내 묘목에 해가 될까봐 씌워놓은 차광막을 거둘 때가 왔다. 무더운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간 묘목들도 있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낸 것들이 대견스럽다.



이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을테니 뜨거운 햇볕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잘 하면 10그루 정도의 묘목이 건강하게 잘 살아남을 듯하다. 올해 죽은 나무가 이 정도이니 겨우 보식을 할 수 있을 정도인 셈이다. 뭐, 이렇게라도 블루베리 수가 줄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려나. ^^


올해 묘목을 구입해 심어놓았던 20그루는 절반 정도 살아남은 듯하다. 환경의 문제인지, 관리의 문제인지.... 더 세심한 관찰과 재배기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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