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19도~25도 비(장마)


지난번 1시간 동안 쏟아붓듯 퍼붓던 비로 인해 토사류로 물바다가 됐던 약초밭. 옆밭의 배수로를 잘못 파놓은 탓이었다. 그전엔 어떤 비가 쏟아져도 끄떡없었으니 말이다. 실제 배수로로 물길이 생겼고, 그 물길을 따라 물이 쏟아져서 집의 사면에 흙이 다 쓸려내려왔던 것이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주변 흙을 모아 물길을 막아 물이 넘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지난번 임시방편의 효과로 장맛비에도 잘 견뎌주던 배수로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이번엔 비의 양이 훨씬 많은 탓이었는지 암반 위에 있던 겉흙이 통째로 쓸려내려왔다. 흙을 잡아주고 있던 풀들도 그대로 흙과 함께 내려앉았다. 흙이 쓸려내려간채 바위의 표면만 남은 사면이 안타깝다.


정말이지 수단과 방법만 있다면 옆밭의 배수로를 다 메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쨋든 빗속에서 흘러넘치는 옆밭의 배수로 부분을 다시 보수하고, 토사로 막힌 약초밭 주위의 배수통과 배수로를 정비하니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고 흙이 마르면 쓸려내려온 토사를 옮길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느티나무 묘목을 심은 옆밭은 온통 풀밭이 되었었는데, 지지난주 제초제를 뿌려 풀을 온통 죽여놨다. 풀이 죽은 자리는 누렇게 변해 흉물스럽다. 오로지 돈으로 생각하는 묘목 하나만을 키우려는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생태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니 처참한 생각이 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처리하니, 배수로 하나만 하더라도 옆집에 대한 배려없이 그냥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귀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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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20도~30도 맑음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수확할 것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벌레들의 습격을 받은 브로콜리가 "어서 빨리 따줘요" 하는듯 봉긋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시중에서 팔고 있는 브로콜리 마냥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큼직하다. 작은 꽃봉오리들이 피기 전에 수확해서 먹는게 좋다. 이제 막 필려고 하는 것이 수확 적기인 셈이다. 잎을 보면 알겠지만 벌레들이 무진장 뜯어먹었다. 수확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잘 견뎌주었다. 10개 중 오늘 2개를 수확했다.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아니면 다른 볶음 요리에 잘게 썰어 넣어주는 것도 좋겠다. 


브로콜리 잎의 성분은 케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영양소가 더 많은 것들도 있다. 쌈으로 먹어도 되고 녹즙으로 사용해도 좋다. 벌레를 먹어 건질게 많지 않지만 잘 씻어서 녹즙으로 쓸 생각이다. 


브로콜리잎이 케일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서 그냥 버리는 것이 많다. 계몽, 혹은 홍보를 통한 지식의 전달이 요즘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쉽지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왜 어떤 거짓 정보들은 태풍처럼 사람들의 머리속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어떤 실용적인 정보들은 산들바람보다도 못한 것인지... 적확한 정보의 전달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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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20도~32도 맑음


황매실이 되기까지 참고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매실은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졌다. 벌레가 먹기도 하고 병에 걸렸는지 썩는 것도 생겼다. 아무래도 이젠 거두어들여야 할 때인가 보다. 



매화나무에 달렸던 매실의 70~80%는 결국 떨어지고 겨우 10개 남짓 건졌다. 그것도 벌레들의 가해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10개 남짓한 걸로 뭘 할까 고민하다 그냥 매실주나 조금 담가보기로 했다. 



매실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독성은 풋매실이나 씨앗에 주로 있다. 식용을 하면 체내에서 시안화수소, 즉 청산으로 분해가 된다. 하지만 우리 몸에 해를 끼칠만큼의 용량이 되려면 수백개를 한 번에 먹어야 가능하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예초 독성에 대한 걱정을 없애기 위해 매실의 씨앗을 제거하고 설탕을 조금 묻혔다. 날이 워낙 더워서 그런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서 매실의 즙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매실즙이 생성되었기에 바로 소주를 부었다. 독주를 잘 먹는 편이 아니어서 25도 정도의 담금주를 사용했다. 매실즙과 소주가 섞여 은은한 노란색을 띤다. 향도 좋은 것이 바로 한 모금 마셔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도 술이 익을때까지 기다려보자. 기다림만큼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없지만, 또한 그만큼 설렘을 주는 것도 없다. 이왕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10개 정도 심었던 감자도 캤다. 땅에 양분이 워낙 부족해서인지 알이 굵지않다. 10개 심었으면 최소 50개는 수확해야 할텐데.... 쩝, 이거 뭐, 거의 본전치기에 가깝다. 물론 심은 감자는 쪼개진 것이기에 온상태로 따지면 서너개 정도지만 말이다. 



수확한 만큼의 또다른 감자는 썩거나 굼벵이가 먹거나 햇빛을 봐서 푸르게 변해 먹을 수가 없다. 굼벵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양소독을 하기도하는데, 궂이 토양 속 미생물까지도 죽여가며 흙을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냥 굼벵이랑 나눠먹은 셈 치자. 벌레랑 나눠먹은 것들도 많은데 말이다. ^^; 


혹시나 내년에도 감자를 심을 생각이라면 땅을 기름지게 만들 필요는 있겠다. 잘 먹여야 잘 크지 않겠는가. 풀들을 키워서 잘라낸 것들로 땅을 뒤덮고, 겉흙이 소실되지 않게 하면서 풀이 썩어 퇴비가 된다면 점차 땅은 땅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과정에도 기다림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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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7월 7일 21~27도 흐림


블루베리 수확이 거의 끝나고, 채 익지 못한 것들이 몇개 달려있다. 솎지않은 한 가지에 블루베리가 너무 많이 열린 것들은 맛이 들지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장맛비에 밍밍해진데다 쉽게 물러진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수확한 블루베리 중 30% 정도는 과숙이다. 이도저도 먹기엔 적합하지 않다. 퇴비로 써야겠다. 



그나마 건진 블루베리는 청을 담갔다. 이번엔 블루베리에 이쑤시개를 찍어 구멍을 내서 설탕이 잘 스며들도록 했다. 하나하나 하다 보니 마치 한동안 유행했던 색깔칠하기 같은 생각비우기가 되는듯하다. 



구멍을 뚫지않은 블루베리청과 어떻게 발효속도가 차이날지 궁금하다. 



복분자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달랑 1그루 뿐이어서 많이 달리진 않을 것이다. 한움큼 되는 복분자로 무엇을 할지 고민이 된다. 일단 생과로 하나 따서 먹으니 조금 덜 익은 건지 새콤한 맛이 강하다. 



생과로 다 먹어버리기에는 왠지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일단 설탕을 조금 묻혀두고, 복분자주를 담가볼 생각이다. 복분자도 한꺼번에 다 익는 것이 아니어서 익는대로 따다가 설탕을 조금씩 묻혀서 놔둔 후 수확이 끝나면 술로 담글 계획이다. 



구기자도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방치상태로 놔둔 탓인지 벌레 먹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워낙 무성하게 잘 자라서 수확은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게다가 요즘 체리나무 밑가지의 잎사귀는 모두 고라니 차지. 그러다보니 어린 체리나무는 잎사귀가 하나도 없어 죽기 직전이다. 그나마 큰 것들은 위의 가지들에 잎이 남아있어 걱정은 덜 하지만, 성장에는 아무래도 지장이 있을 성 싶다. 고라니를 막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구기자를 울타리마냥 심을지 고민하고 있다. 구기자는 줄기가 변해서 가시같은 것이 나오는데, 이게 고라니의 침입을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것이다. 


 


잠깐동안 수확한 구기자와 복분자. 구기자는 벌레먹거나 상한 것들은 퇴비로 쓰고, 좋은 것들은 말려서 차로 만들 계획이다. 햇빛에 잘 마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가 오기전 사나흘 해가 날때 다 말라준다면 좋겠다. 정말 건조기가 있어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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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19~30도 맑음


장맛비가 내리고 나서 해가 나기 시작하니 풀들도 쑥쑥 자란다. 본격적인 풀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풀과의 싸움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제초제라는 극약처방, 태워버리는 방법, 그리고 예취기나 낫으로 자르는 방법, 뿌리째 뽑아버리는 방법 등등. 


생태계가 균형을 잡는 가장 근본은 흙에 있다. 흙 속 미생물들이 균형을 잡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부터 생명력은 움트기 시작한다. 그래서 풀과의 싸움은 극약처방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뿌리째 뽑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뿌리가 살아있어야 뿌리 주위에 있던 미생물들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을 자르는 방법은 계속해서 잘라주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자르고 나면 또 자라고, 자르면 자라고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물론 풀들을 그냥 놔두고 있어도 된다. 하지만 풀의 키가 작물의 키를 넘어서서 광합성 등을 방해하거나, 작물을 휘휘 타고 감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풀도 자라야 하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어슬렁농법은 이 균형점을 잡아서 사람의 힘을 보태는 것이다. 


즉 적절하게 풀을 키우고, 작물을 방해할 때쯤 잘라주어, 자른 부산물을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이르거나 늦지않게 풀을 잘라주어야 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풀로 무성했던 오미자 주위를 정리했다. 도저히 풀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 타협을 했다. 오미자 주위 풀들은 뿌리채 뽑고, 조금 떨어진 풀들은 자르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놓으면 당분간은 오미자의 성장을 방해하는 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그만 곳인데도 한 시간이 훌쩍 넘게 들었다. 



황기와 자소엽, 지황이 자라는 곳도 정리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키우려는 작물을 뽑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풀들이 무성한데다 모양도 비슷해 시간이 더 걸렸다. 이곳을 정리하는데도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백도라지를 심은 곳도 풀을 뽑아줬다. 풀을 뽑는 것과 동시에 서너개씩 붙어서 자라는 것들을 솎아서 옆에다 옮겨주는 작업도 했다. 두 줄이었던 백도라지가 세 줄로 늘어났다. 



둥굴레를 비롯해 허브가 심겨진 밭들도 정리를 다 해줬다. 풀을 계속 뽑다보니 아귀를 쥐는게 힘들 정도다. ㅜㅜ; 하지만 정리된 밭을 보고 있으면 속이 시원하다. 물론 2주 정도만 지나도 다시 풀이 쑥쑥 자라겠지만 말이다. 시원한 마음과 함께 뿌듯함도 있어 절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단호박이 자라고 있는 곳도 정리를 하다보니, 단호박이 풀 속에서 무려 3개나 달려서 크고 있었다. 정말 뜻밖의 득템이라고 해야할까. 저마다 각자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늦추지 않고 꾸준히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풀이 많다고 투덜대지 않고, 그저 풀 속에서 묵묵히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해서 단호박을 매단 것이다. 


물론 장맛비를 넘겨야 하는 고비가 기다리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반면 썩어 문드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슬렁농사꾼은 단호박이 물에 잠겨 썩지않도록 배수를 생각해주어야 한다. 살짝 옆에서 거들어만 준다면 잘 익은 단호박을 만날 수 있겠지. 


내 힘을 넘어서까지 무리하게, 또는 될대로 되라지 자포자기하며 내동댕이치지 않고, 그저 하는대까지 해보는 것. 얼치기 농사꾼의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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