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왜 이렇게 안 들어가?"

짜증이 확 올라온다. 충전식 예초기의 모터 부분과 조정간 부분을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처음 예초기를 사고 조립할 때는 이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엔 왜 이렇게 안되지? 

충전식 예초기는 작년에 구입했다. 1년 간 잘 사용했는데, 워낙 돌이 많은 곳이라 충격을 많이 받아서 모터 부분에 유격이 생겼다. 축이 흔들거리다 보니 예초기 날도 흔들거려 위험했다. 할 수 없이 모터를 바꾸려고 했지만, 모터 만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터와 함께 달려있는 막대부분까지 통째로 갈아야 했다. 


새로 모터 부분을 주문해서 다시 조립을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좀처럼 새 부품이 조정간 쪽에 들어가질 않는다. 고무망치로 두들겨 보기도 하고, 조립되는 부분이 좁아서 그런가 싶어 칼로 조금 헤집어 보기도 하고... 새벽에 조립을 시작했는데 해가 뜨겁게 내리쬐기 시작한다. 1시간 가까이를 쩔쩔매다 보니 땀도 줄줄 흐른다. 

'아무래도 이상한 걸, 이렇게까지 안 들어갈 리가 있나?'


둘의 접합부분이 계속 같은 부분에서 끝나는 것이 이상했다. 기존의 고장 난 것을 가져와 봤다. 새로 결합한 것을 옆에 두고 비교해보니, 웬 걸? 길이가 똑같다. 

'이게 뭐야?'



둘의 조립을 위해 붙여 놓은 기준 스티커가 5미리미터 가량 위에 붙어 있었다. 즉 기준선이 잘못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준이 잘못 됐으니, 아무리 기준에 맞추어 조립해도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기존의 것을 잣대로 비교해 보고서야 기준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 



우리 삶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서로 기준이 다르다 보니 충돌하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소위 진보와 보수는 그 기준이 반대쪽에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기준도 합의된 잣대를 가질 수는 있다. 이 잣대가 없다 보니 서로 자기의 기준에만 맞추려 한다. 땀만 뻘뻘 흘리고 결과는 도출해내지 못한다. 서로 다른 기준을 인정하고,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잣대부터 만들어야 한다. 잣대가 없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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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20일 가끔 비 23도~31도


작은 밭을 가꾸면서 가장 겁이 나는 것은 뱀과 벌이다. 눈에 잘 보인다면 피하거나, 막대기나 약품 등을 사용하여 쫓아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뱀과 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게 한다. 하지만 밭 일을 하면서 두려움에 떨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애쓰는 것은 아니지만 뱀과 벌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즉 생각을 안 하면 된다. 물론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에 자꾸 코끼리가 떠오르듯(정치권의 프레임 싸움), '뱀과 벌을 생각하지 마'라는 생각조차 없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밭 작업을 할 때는 실제 이런 생각조차 없다. 특히 올해는 지금까지 밭에서 뱀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아 더 그렇다. 지난해의 경우엔 봄에 두 번 정도 마주쳤는데 말이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는 밭에, 두더지가 쏘다니는 밭에, 꿩이 알을 낳는 밭에, 뱀이 없을 리는 없었다. 기어코 뱀과 마주쳤다. 풀을 베고 농기구를 정리하러 우물가로 가던 중 어른 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뱀이 복분자 나무 밑으로 쏘~옥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쿠야! 살짝 기겁을 하고 복분자 나무에서 쫓아내려 막대기로 휘휘 저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한참 복분자를 따야 하는데 뱀이 있다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뱀을 본 이후로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혹시 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먼저 긴 막대기나 예초기로 휘휘 저어본다. 뱀이 실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관념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 온다. 물론 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존재를 잘 관찰해서 대처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뱀이 실재하느냐 실재하지 않는냐 보다 더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관념이다. 머릿속에서 뱀이 떠나지 않는 한 뱀은 존재한다. 물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뱀에 대한 걱정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뱀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관념과 실재 사이. 밭 일을 하며 마주친 뱀이 남긴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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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부럽, 따분, 당황.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감정들의 등장과 그로 인한 갈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편의 기쁨, 슬픔, 분노, 소심이 이외 새롭게 생긴 감정들은 라일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영화 속에서는 그녀가 친구들과의 우정과 자신의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들의 출현은 때로는 라일리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라일리는 단순히 착하기만 한 딸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1편이 보여준 신선함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인해 나름 1편 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무난한 편이라 생각된다. 비디오 게임 캐릭터와 추억 할머니는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며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준다. 아무튼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 생각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감정들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사춘기 소녀의 복잡한 내면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과 자아 발견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우리 안에 일어나는 모든 감정은 부정되어질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그 모두가 나를 이루는 중요한 것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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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1일 장마 사이사이 맑은 날 21도~31도




블루베리를 수확한 지 한 달. 직거래 판매를 위해 알이 굵은 것 위주로 따다 보니, 이제 작은 것들만 남았다. 집에서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잼이나 청을 만드는 용도로 쓸 것들이다. 이즈음 되면 새들이 블루베리를 엄청 맛보고 다닌다. 초기 10% 정도로 먹어 대던 새들이 이젠 남은 블루베리의 절반 가량을 먹어 치우고 있다.


조금은 속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것인가. 초기에 굵은 것들을 많이 먹지 않아 준 것 만도 다행이다 싶다. 아무튼 남은 블루베리를 따다 보면, 과숙된 것들을 만나게 된다. 손으로 잡았을 때 살짝 물컹거려 금방 알 수 있다. 굵은 것과 함께 익었지만, 판매용으로 적절치 않아 놔 두었기에 너무 익어버린 것들이다. 과숙된 블루베리는 식감도 좋지않거니와 맛도 별로다.     


블루베리를 수확하다 보니, 우리 삶에서도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때 수확해야 최상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듯이, 인생의 도전도 적절한 시기를 맞춰야 할 것이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 너무 오래 기다리거나, 반대로 준비 없이 무작정 도전하는 것은 과숙되거나 미숙한 과일을 수확하는 것과 비슷하다. 준비가 부족하면 실패하기 쉽고, 너무 오래 준비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때를 맞추는 예술인 것이다.사랑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는 미성숙한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숙에 대한 경계는 덜 강조된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면 준비는 완벽해지지만,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과일이 너무 익어버리면 맛이 떨어지듯, 시기를 놓친 도전은 효과를 잃기 쉽다.


행동의 시기를 맞추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일단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 그 순간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행동함으로써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삶에서 과숙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루베리를 수확하다 보니 시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인생에서도 시기를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함을 기다리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달콤한 블루베리를 맛보듯 우리는 삶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아직 삶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진 않지만.... 혹여 과숙된 것은 없는지 돌아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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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3주 씩 심어놓은 참외와 수박이 열매를 맺고 자라기 시작했다. 참외와 수박의 경우(물론 다른 작물들도 그렇지만) 많은 양과 크기가 큰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재배 요령이 있다. 그냥 자라는대로 두었다가는 열매의 크기도 작고, 수확량도 적을 수 밖에 없다. 그 재배 요령의 핵심은 곁순이다.

농작물 재배에서 곁순을 관리하는 방법은 작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토마토는 곁순을 제거하는게 좋다. 두 줄 재배라고 해서 튼튼한 곁순을 하나 살려서 원줄기와 함께 키우는 방식이 있기는 하다. 수박은 아들 곁순을 살려, 이 곁순에서 수박을 달게 만든다. 참외는 손자 곁순 즉 곁순의 곁순을 키워서 수확량을 극대화한다. 수박과 참외의 경우엔 이 곁순들을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원줄기와 첫번째 곁순을 잘라주는 작업을 병행한다. 이러한 농사 방식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연구와 경험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하지만 곁순을 전혀 관리하지 않아도 작물은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이는 마치 우리 인생과도 비슷하다.


우리 삶에서 곁순은 살아가는 동안 찾아오는 여러 가지 선택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은 과감히 포기해야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어떤 기회는 놓치지 말고 살려내야 더 풍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우리가 원튼 원하지 않든 자연스럽게 성장해가는 기회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농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농부가 곁순을 제거하거나 살리며 작물의 성장을 조절하는 것처럼, 우리도 인생의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후회도 남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농사는 자연의 순리에 맞춰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자연의 흐름에 맡겨두는 여유도 필요하다. 결국 인생도 농사와 같아서, 때로는 인위적인 손길이, 때로는 자연스러운 성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결국, 인생이라는 경작지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성장해 나가야 한다. 어떤 곁순은 과감히 제거하고, 어떤 곁순은 소중히 키워가며, 우리 인생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의 순간마다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루어가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냥 두어도 인생은 흘러 자연스런 성정에 맞추어 성장하고 끝을 맺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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