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야당> 25년 4월 16일 개봉. 8월 6일 익스텐디드 컷 개봉. 330만 관객. 청불. 123분. 빠른 편집의 흐름에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식상하지도 않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이 날카로운 무기가 되는 세상.
2. 마약을 하는 놈과 마약 하는 놈을 잡는 놈. 그리고 이 둘을 엮어주는 놈. 마약판의 세 부류 중 둘을 엮어주는 놈을 야당이라 부른다. 영화 속에서는 강하늘이 맡은 강수가 야당으로 나온다. 대리운전을 하다 억울하게 마약범으로 몰린 강수가 구관희(유해진 분) 검사를 만나 야당으로 활약한다. 구 검사의 힘을 배경으로 강수는 전국구 야당으로 떠오르지만,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이 마약범으로 잡히면서 오히려 구 검사로부터 팽을 당한다. 구 검사는 유력 대선 후보 아들을 징검다리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이를 위해 대선 후보 아들의 마약 건과 관련되었던 야당, 형사, 배우를 패대기 친다. 구 검사에게 당한 이 3인은 복수로 똘똘 뭉쳐 구 검사와 대선 후보 아들, 마약범을 무너뜨릴 작전을 짠다.
3. 마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로, 실제 영화처럼 마약판이 돌아가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점점 마약이 일상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 마약을 억제하는 힘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마약이 영화 속에 나오는 이미지처럼 힘을 과시하는 수단- 힘 있는 자들은 마약범으로 잡히지도 않고, 설령 잡히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식-이 된다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겠다 싶다. 힘 있는 자들만이 마약을 추구할 수 있다면 널리 퍼져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마약에 휩쓸리는 경우다. 마약인지 모른채 신경안정제인 양 소비하는 것을 비롯해 현실을 잊고 싶은 이들을 위로하는 약이 되어버린다면 마약을 단속하고,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4. 영화 <야당>에서의 빌런은 구 검사다. 그리고 구 검사는 현실을 대변하듯 "검사가 대통령도 만들고, 대통령에서 내려오게도 할 수 있다"는 엄포를 뿜어낸다. 검사가 가지고 있는 기소와 수사라는 막강한 힘에 더해, 언론을 도구로 삼을 수 있는 덕분이다. 이제 검사청이 사라지면 이런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검사는 역사 속으로 남겨질까. 영화 속에서 조차도 이런 빌런 검사를 만나볼 수 없는 세상이 올까.
5. 구 검사가 대선 후보와 그의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이용하는 것은 언론이다. 가짜뉴스와 거짓 증거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해서 대중의 관심과 여론을 호도한다. 영화 <야당>에서는 이에 맞서는 방법으로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선택했다. 이제 기존의 레거시 언론으로 고착되는 언론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언론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과연 영화 <야당>처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어느 정도나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6. 최근 네팔에서 26개의 SNS를 정부가 차단하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190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인터넷 매체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어떠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겠다. 영화 속 <야당>에서는 거대 권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덤비게 만드는 힘은 복수심이었다. 현실 속에서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권력 앞에 목숨을 내놓고 대항하는 힘의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인간은 억눌리면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