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2일 소나기. 흐림 25도~32도
'돌아서면 풀'이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올해 대여섯번 풀을 베었지만, 여전히 풀은 왕성하게 자란다.
지난해 심었던 블루베리 묘목이 있는 곳도 풀이 많이 자라서 묘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바랭이풀, 강아지풀, 개망초, 칡, 환삼덩굴 등 가지가지다. 묘목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그냥 놔두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리가 있겠는가.
무딘 낫을 갈고, 예초를 시작했다. 한두 시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다. 낫으로 베면서 블루베리 묘목 주위의 풀은 뽑아 주었다. 이번이 올해 마지막이면 좋겠지만, 아마도 최소 한 번 정도는 더 깎아 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풀 속에 파묻혀 있던 블루베리 묘목들은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풀을 깎으면서는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할까? 그냥 제초제 뿌리면 될 일을'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하지만 풀을 다 깎고 나서는 뿌듯해지는 기분이 든다. 베어진 풀들은 땅으로 돌아가 블루베리가 잘 자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기물이 될 것이다. 죽은 흙이 아니라 살아있는 흙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풀 베기 작업. 정말 끝이 없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한 곳 한 곳 풀이 깎이고 작물이 드러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 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또다시 우거진 풀들이 보인다. 다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