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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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트 어드벤처라는 영화가 있다. 1989년도 영화니까 벌써 16년이나 된 작품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으로 나오는데 조금 어리버리한 고등학생 역을 맡았었다. 이 영화는 키아노 리브스가 역사과목 구술시험을 하루 앞두고 타임머신을 타고 영웅들을 만나는 판타지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나폴레옹, 소크라테스 등등을 만났던 것으로 생각된다. 2편까지 나왔는데 1편보다 나은 속편 중에 하나이지지 않나 싶다. 2편에선 1편과 반대로 베토벤 등이 현실속에 등장해 그 끼를 마음껏 발휘하면서 성공하는 스토리였다. 저승사자가 도박으로 성공했던 것 같기도 한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배꼽을 쥐어잡으며 웃었던 기억이 가물하다.

갑자기 왠 영화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의 구성이 꼭 이 영화와 닮아 있어서 꺼낸 이야기다. 실직상태에 놓인 가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까지 생각한다. 차를 타고 평소 가지 않던 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가 나면서, 폰더 씨는 갑자기 과거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서 만나는 7명의 사람들. 트루먼, 솔로먼, 체임벌린, 콜롬버스, 안네 프랑크, 링컨, 가브리엘(천사)을 만나면서 폰더는 7가지 삶의 귀중한 선물을 받는다.

1. 공은 여기서 멈춘다. 나는 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하여 총체적인 책임을 진다.

2 .나는 지혜를 찾아나서겠다. 나는 남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

3. 나는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 순간을 잡는다. 지금을 선택한다.

4. 나는 단호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다.

5.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6.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맞이하겠다.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하겠다.

7.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겠다. 나는 커다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현재 내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의 역경에 빠져있다면, 흔히들 왜 나만 이러지, 왜 나에게만? 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왜 나는 그런일을 당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거야? 왜 난 안된다는 거지? 라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이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모든 것을 단절하고, 그 과거를 만들었던 나 자신을 용서하고, 이제부터의 모든 것을 내 책임하에 물러서지 않는 정신으로 행동하겠다는 새로운 운명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 속에선 난 행복한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선택에 있어 실수가 없는 지혜를 위해, 단호하게 운명을 선택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게 되는 폰더의 미래는 거대한 빌딩의 주인이며, 의지의 표상이며, 봉사하는 영웅이다. 삶의 7가지 선물을 품고서 생활했을 때 우리는 폰더씨와 같은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약속은 되지 못할지언정, 분명한 희망을 될법한 보석같은 7가지 주문이다. 하루하루라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망설이고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선물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가쁘게 올라선 계단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돌아보는 법을 이 책은 말하지않고 있다. 오로지 계단을 오르는 것이 목표이며, 그 목표에 이르는 길만을 보여줄 뿐이다. 정상에 올라서서 기쁨을 나눌 수 있음을, 정상의 풍경만을 보여주고 있다. 나로서는 그런 기쁨의 정상으로 향하는 그 길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계단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끊임없는 경쟁과 남의 파이를 뜯어내어 이루어진 계단이라면 오르기를 멈추겠다. 계단오르기와 같은 수직적 상승보다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수평적 확장을 도모하련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보물은 무엇일까?

다행히도 그 보물 또한 폰더씨가 받았던 그 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하다. 비록 폰더씨는 그 보물을 가지고 계단을 올랐지만 나는  그 보물을 가지고 땅을 넓히리라. 그래서 7가지 보물 이외에 꼭 필요한 것은 지금 나를 쳐다볼 수 있는 현미경 하나다. 미래를 내다보는 망원경과 함께 내가 디디고 있는 발판을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추가로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래야지만 나의 의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밀려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깨어있는 정신을 지닐 수 있을터이니 말이다. 그래야지만 계단 위를 오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속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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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9단
양순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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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한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다.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할머니가 손주나 자식들에게 옛얘기 하듯 인생의 지혜를 나눠주고 있다. 자신의 이혼경력으로 말미암아 이혼 상담 또한 많이 해온 덕분에 결혼이나 사랑에 대한 훈시도 삶의 소중한 경험이 묻어 나온다. 나이와 지혜가 분명 비례관계가 아니지만(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지혜라는 것이 젊은 사람들에게서보다는 대부분 연륜을 쌓은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것에서 삶의 비의(秘意)를 느끼기도 한다. 특히 양순자라는 할머니가 사형수들에게 마지막 가는 길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 온데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가슴 깊게 느낀다. 그렇다고 서당의 훈장처럼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있는 글도 아니다. 추운 겨울 외갓집 사랑방에서 군밤을 구워먹으며(물론 이런 장면도 이젠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기는 하지만) 외할머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듯이 편하게 읽어가면 된다.

할머니는 자신이 인생 10단이 아니라 9단임을 강조한다. 공자 석가 예수와 같은 성인의 10단이 되기에는 자신 또한 이생이 너무 좋고, 희노애락에 대한 애착 또한 쉽게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일 터이다. 또한 글 속에서 토로하듯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도 하고, 잘못이 생겼을 때 모든 것을 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모습 속에서 얼핏 속내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인생 9단의 말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탓만은 아니지만 내 탓도 있소라는 자세, 복수를 하지만 남을 잘못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잘됨으로써 깔끔하고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다. 나의 발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그 나는 잃을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다. 소유에 대한 애착을 갖지 않음으로써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자유로움이 자애로움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자애가 상대에 대한 구속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내가 이렇게 하는데 당신은? 이라거나, 내가 이렇게 도왔는데 당신은 왜 아무 것도 변한게 없소? 라는 욕심마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알고 손을 털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잃은게 뭐가 있겠는가?

세상은 변해간다. 사람도 변한다.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 아닌가? 세상도 사람도 변하는데 사랑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할머니는 모든게 변해감을 인정하라고 한다. 하지만 변하는 것이 어떤 모습을 띠는냐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 즉 콩은 그대로 놔두면 썩기 마련이지만 발효를 시키면 된장도 되고 간장도 되고, 청국장도 되듯이 말이다. 세상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애정도 그렇게 발효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바라지 말고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그 모습속에서 맛깔스러움을 찾으란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하면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 그의 변해가는 모습이 얼마나 발효가 되었는지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나는 옛날 그대로인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 또한 변해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썩어가지 말고 건강한 발효를 해내도록 숙성의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숙성은 그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 비와 같은 여러 환경 속에서 익어가듯, 되돌림을 바라지 않는 사랑, 특히나 자신에 대한 애정,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아끼며, 점점 마음의 찌꺼기를 없애가는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마음의 찌꺼기를 없애자는 것은 아무런 설명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때론 찝찝한 마음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그저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흘러보낼 때 진정 우리는 숙성된 맛을 품지 않을까? 내 몸과 마음을 훌훌 털어, 그 무게를 줄여나가 마침내 빈털털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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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4-2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9단이라는 말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지요. 여기 하루살이님의 마지막 문장은 특히 더 그렇네요. 잘 읽고 갑니다^^

하루살이 2005-04-26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9급의 눈에 인생 9단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른 처세서와는 달리 외할머니가 인생이야기하듯 풀어나가는 것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었습니다.

icaru 2005-04-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주인장 분들 중에 하니케어 님이 계신데... 이 책을 모시기 마트에 들렀다가... 그만.. .그 자리에 서서... 삼십 동안을 읽었다 하시더라고요...

님의 이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이...참...쉽지 않은 인생이야기를 물흐릇듯...편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로구나~ 싶은 것이... 세상사에 복닥이다... 복수를 다지고 마음이 모질어지려 할 적에 ,, 이 책 읽으면 딱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답니다.

하루살이 2005-04-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딱일겝니다. 모진 마음을 아름답도록 만들어주는^^
 
낭독의 발견
홍경수 기획.구성 / 샘터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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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가? 책을 소리내어 읽어 본 것은.

TV에서 보았던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시를 나는 소리내어 읽어본다.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어색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낭독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목소리에도 감정이 배어져 있음을 알게된다. 억양이 변하고, 속도도 변하고, 톤도 변해간다. 그 시에 따라서. 

눈으로 보는 시와 입으로 읽는 시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실감한다. 소리가 갖는 매력을 나의 목을 통해 얻는다는 것이 행복하다. 버벅거려도 좋다. 다시 읽으면 된다. 숨쉴 곳을 찾지 못해 뜻이 변해도 좋다. 또 다시 읽으면 된다. 소리낸다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지만 기쁘다는 것을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가끔씩 시 한수 소리내 읽어보는 재미에 빠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TV로 보지 못한 시의 낭독들을 책으로 통해서 만나니 그것 또한 새삼스럽다. 평상시 시를 잘 접하지 않는 나로서는 귀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소중한 만남이었다. 김혜자, 안성기, 도종환, 황지우 등등 낭독한 사람들의 억눌려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성을 접한것도 행운이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 이 낭독을 관심있게 지벼보고 싶다.

이번 책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여러번 읽게 만들며 꼭 기억하고 싶은 시가 있다. 바로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여기 전문을 싣는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길을 걷다 담쟁이를 마주칠 때면 이제 이 시가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말없이 오르는 담쟁이. 혼자서 오르지 않고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담을 넘어서는 그 모습. 그저 벽을 파먹고 오른다고 생각한 나에게 있어 담쟁이는 도둑이었다. 하지만 시인의 눈엔 그는 영웅이다. 혼자 잘난 척하는 영웅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하는 민중의 영웅. 시인의 눈을 갖는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으로 해야하지 않는가 생각해본다. 도둑과 영웅이라~ 내 마음 속 애정의 결핍을 느끼며, 가끔씩 걸음을 조금씩 늦춰봐야겠다. 내가 바라보는 사물에게 사랑의 시선을 뺏겨 시간을 잊어버리도록 가끔은 천천히 걸어봐야겠다. 바삐 책을 읽지않고 가끔은 천천히 천천히 낭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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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2005-04-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라 낭독해봅니다...좋은시에, 제 목소리에, 혼자 취하네요..^^

하루살이 2005-04-2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해야 산다고 보들레르가 말했던것 같네요. ^^

2005-04-28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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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착각하며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시로 착시현상에 시달리고, 잘못듣고, 착각하기 마련이지 않던가?  錯이란 뒤섞는다는 뜻이다. 원래의 순수한 것이 아닌 이것 저것이 뒤섞여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착이다.  경사진 도로에서 물을 떨어뜨렸더니 물이 위로 흐른다는 도깨비 도로도 실은 착시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일뿐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이런 사물들을 바라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가리는 여러가지 착시현상들로 인하여 엉뚱한 평가를 내리곤한다. 특히 그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때는 그 착각의 정도도 심해진다. 왕자병이니 공주병이니 하는 것도 일종의 착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무의식같은 심층심리를 알아봄으로써 착에서 벗어나 사람의 진짜 모습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전편의 남자vs남자를 이어서 이 책 사람vs사람을 쓴 것도 바로 그런 희망하에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호와 불호가 뚜렷하다. 무척 다행인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의 호, 불호와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돋보기가 착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장담할순 없다. 그리고 그 해석의 과정에서 호와 불호로 인한 오해의 여지 또한 가볍게 넘길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얻어온 정보들과 상충되는 이야기들이 간혹 눈에 띠기때문에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삼기엔 조금 마음 한구석이 걸린다 . 더군다나 그렇게 상충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석적 결론은 비슷하다는 점에서 호와 불호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평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을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착을 넘어 진을 찾는 여행으로서 책이 갖는 장점은 크다. 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떠나 진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물론 자신의 진면목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진면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진면목이 성장할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책 속의 이명박처럼 '나도 다 경험해봤어'하며 상대방의 구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의지의 나약함만을 탓한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만들고, 또한 의지만을 내세워 나의 삶을 강박관념안에 갖혀 지내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기도 한다. 시대를 희망하는 정치가 김근태씨가 현실의 정치풍토 속에서 그 희망의 끈을 얼마나 꽉 쥐고 살아갈 수 있을련지 계속 관심을 갖게 만들고, 품어안는 개성의 손석희가 정말로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김훈의 문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사색하게 만들며, 그렇다면 나의 문체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을 것인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한다.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지난 대선 당시의 정몽준을 떠올리며, 그것이 그의 개성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돌이켜생각해보고, 현재의 인터뷰 기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새로워진다.

어찌됐든 내가 가지고 있는 착각들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보고, 진짜를 찾을 수 있을지 잘모르겠으나 하나 둘씩 그 錯한 껍질을 벗겨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책 속 인물들에 대한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 또한 흥밋거리로도 훌륭했다.

錯하게 살지말고 眞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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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면목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진면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진면목이 성장할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
깨달음의 과정은 그래서 아픈 걸까요...
당장 책을 읽고 싶게 할 만큼 멋지고 책에 대한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리뷰네요~
게다가 작가의 호와 불호가 하루살이 님과 많이 일치했다 하니.... 하루살이 님의 생각들을 더 알고픈 사람이라면...읽을만 하겠습니다. 커커... !

하루살이 2005-04-28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 속내를 들키다가 투명인간 되는건 아니겠죠?
 
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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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끼는건대 유독 심리학은 발달단계에 대한 분류가 많은 것 같다. 에릭슨 피아제 프로이드 등등 잘 알지도 못하지만 또 무수히 많기에 접근하기도 겁나는 많은 심리학자들이, 우리앞에 내세우는건 일정한 분류기준이며 그것에 따른 발달과정인 것같다. 정혜신의 이 책 남자 대 남자는 21명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데, 마지막 이회창을 제외하면 모두 두명씩 짝을 이루고 있다.

그 짝의 앞 뒤로 나오는 인물들은 비슷한듯 보이지만 그 내부심리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앞과 뒤는 말 그대로 앞과 뒤의 관계로 뒤에 나오는 인물들이 앞에 나온 인물에 비해 좀더 성숙된 심리상태에 있음을 주장한듯 여겨진다. 이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미성숙과 성숙의 문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유아기적 성향을 띠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옆에서 발견할수 있듯이, 그 심리적 경향까지도 성숙된 모습으로 비쳐지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아직 미성숙한 모습들을 훔쳐볼 수 있다는데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저자가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과 개인적 접촉을 갖지 못한채(또는 않은채) 객관적이라고 표현되어지는 대중매체를 통해 밝혀진 모습과 그 인물들의 저작물 등만으로 심리를 해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뷰라는 것이 인터뷰어라는 필터를 통해서 드러난것이 또한번 언론매체를 거쳐서 드러나는 것이고, 또한 솔직한 개인고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책과 같은 대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을때는 뭔가 치장이 섞여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까지 겹쳐지면 책 속의 인물들이 과연 진짜 그네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책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겉모습의 그네들을 전달하면서 호기심의 대상인 속마음을 추적하는 것이 매우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을 내세우기보다 흔히 뒷다마라고 말하는 얘깃거리마냥 그네들의 속내를 친구들에게 과감히 뱉어내듯이 토해내는 글들 덕택에 마치 찻집에 앉아있는 마냥 편안하며 즐거운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 여유로운 기분의 뒷면에는 책 속 인물들의 유명세에 묻혀진 평범함을 찾을수 있는 쾌락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화살이라 아련한 통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심리적 경향성이 이건희나 장세동과 닮은 듯 보이다가 유시민 강준만의 그것과도 닮아 있는듯 하면 순간순간 내가 이런 면도 있었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 내가 유명인과 닮아있다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도 평범한 사람의 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통감하는 것과 함께, 책을 덮으면서 앞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뒤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내가 뒤쪽 인물군에 속한 심리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내 또 한번 깨닫는 것은 대중가요 '가시나무새'의 가사마냥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앞과 뒤쪽의 경향성이 모두 섞여 있는 혼합체 바로 그 모습이 나인 것이다.

자, 이제 나의 실체를 알았으니 다음엔? 아마 책 속 인물들도 자신의 실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심리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해낼 도리밖에 찾아내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일련지 모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그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못마땅한 나를 밀어낼 수 있기를 거울 속의 나를 보며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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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네요... 사실.....설령 뒷다마같은 것일지언정...우리가 아는(뭐, 이름밖에 아는 것이 없다해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귀를 간질이게 만드는 마력이...있는거 같고요...

2005-04-28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4-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황송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