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vs 남자 - 정혜신의 심리평전 1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느끼는건대 유독 심리학은 발달단계에 대한 분류가 많은 것 같다. 에릭슨 피아제 프로이드 등등 잘 알지도 못하지만 또 무수히 많기에 접근하기도 겁나는 많은 심리학자들이, 우리앞에 내세우는건 일정한 분류기준이며 그것에 따른 발달과정인 것같다. 정혜신의 이 책 남자 대 남자는 21명의 인물을 내세우고 있는데, 마지막 이회창을 제외하면 모두 두명씩 짝을 이루고 있다.

그 짝의 앞 뒤로 나오는 인물들은 비슷한듯 보이지만 그 내부심리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대조를 통해 보여준다. 앞과 뒤는 말 그대로 앞과 뒤의 관계로 뒤에 나오는 인물들이 앞에 나온 인물에 비해 좀더 성숙된 심리상태에 있음을 주장한듯 여겨진다. 이것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미성숙과 성숙의 문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겉모습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유아기적 성향을 띠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옆에서 발견할수 있듯이, 그 심리적 경향까지도 성숙된 모습으로 비쳐지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아직 미성숙한 모습들을 훔쳐볼 수 있다는데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저자가 평전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과 개인적 접촉을 갖지 못한채(또는 않은채) 객관적이라고 표현되어지는 대중매체를 통해 밝혀진 모습과 그 인물들의 저작물 등만으로 심리를 해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인터뷰라는 것이 인터뷰어라는 필터를 통해서 드러난것이 또한번 언론매체를 거쳐서 드러나는 것이고, 또한 솔직한 개인고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책과 같은 대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을때는 뭔가 치장이 섞여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까지 겹쳐지면 책 속의 인물들이 과연 진짜 그네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책이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겉모습의 그네들을 전달하면서 호기심의 대상인 속마음을 추적하는 것이 매우 그럴싸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을 내세우기보다 흔히 뒷다마라고 말하는 얘깃거리마냥 그네들의 속내를 친구들에게 과감히 뱉어내듯이 토해내는 글들 덕택에 마치 찻집에 앉아있는 마냥 편안하며 즐거운 기분을 갖게 해준다.

그 여유로운 기분의 뒷면에는 책 속 인물들의 유명세에 묻혀진 평범함을 찾을수 있는 쾌락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나에게로 돌아오는 화살이라 아련한 통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의 심리적 경향성이 이건희나 장세동과 닮은 듯 보이다가 유시민 강준만의 그것과도 닮아 있는듯 하면 순간순간 내가 이런 면도 있었구나라고 자각하게 된다. 내가 유명인과 닮아있다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도 평범한 사람의 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통감하는 것과 함께, 책을 덮으면서 앞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뒤쪽의 인물군에 속한 것이 더 많았는지 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내가 뒤쪽 인물군에 속한 심리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내 또 한번 깨닫는 것은 대중가요 '가시나무새'의 가사마냥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앞과 뒤쪽의 경향성이 모두 섞여 있는 혼합체 바로 그 모습이 나인 것이다.

자, 이제 나의 실체를 알았으니 다음엔? 아마 책 속 인물들도 자신의 실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심리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해낼 도리밖에 찾아내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일련지 모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그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못마땅한 나를 밀어낼 수 있기를 거울 속의 나를 보며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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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거 같네요... 사실.....설령 뒷다마같은 것일지언정...우리가 아는(뭐, 이름밖에 아는 것이 없다해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귀를 간질이게 만드는 마력이...있는거 같고요...

2005-04-28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4-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황송할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