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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착각하며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수시로 착시현상에 시달리고, 잘못듣고, 착각하기 마련이지 않던가? 錯이란 뒤섞는다는 뜻이다. 원래의 순수한 것이 아닌 이것 저것이 뒤섞여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착이다. 경사진 도로에서 물을 떨어뜨렸더니 물이 위로 흐른다는 도깨비 도로도 실은 착시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일뿐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이런 사물들을 바라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가리는 여러가지 착시현상들로 인하여 엉뚱한 평가를 내리곤한다. 특히 그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을때는 그 착각의 정도도 심해진다. 왕자병이니 공주병이니 하는 것도 일종의 착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무의식같은 심층심리를 알아봄으로써 착에서 벗어나 사람의 진짜 모습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전편의 남자vs남자를 이어서 이 책 사람vs사람을 쓴 것도 바로 그런 희망하에 이루어진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호와 불호가 뚜렷하다. 무척 다행인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의 호, 불호와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돋보기가 착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장담할순 없다. 그리고 그 해석의 과정에서 호와 불호로 인한 오해의 여지 또한 가볍게 넘길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얻어온 정보들과 상충되는 이야기들이 간혹 눈에 띠기때문에 단순한 재미 이상으로 삼기엔 조금 마음 한구석이 걸린다 . 더군다나 그렇게 상충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석적 결론은 비슷하다는 점에서 호와 불호라는 감정이 얼마나 사람을 평가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을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착을 넘어 진을 찾는 여행으로서 책이 갖는 장점은 크다. 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떠나 진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물론 자신의 진면목을 솔직하게 까발리는 것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그 진면목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진면목이 성장할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책 속의 이명박처럼 '나도 다 경험해봤어'하며 상대방의 구체적 조건과 상관없이 의지의 나약함만을 탓한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만들고, 또한 의지만을 내세워 나의 삶을 강박관념안에 갖혀 지내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기도 한다. 시대를 희망하는 정치가 김근태씨가 현실의 정치풍토 속에서 그 희망의 끈을 얼마나 꽉 쥐고 살아갈 수 있을련지 계속 관심을 갖게 만들고, 품어안는 개성의 손석희가 정말로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견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김훈의 문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사색하게 만들며, 그렇다면 나의 문체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을 것인지 감히 상상해보기도 한다.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지난 대선 당시의 정몽준을 떠올리며, 그것이 그의 개성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었음을 돌이켜생각해보고, 현재의 인터뷰 기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새로워진다.
어찌됐든 내가 가지고 있는 착각들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고민해보고, 진짜를 찾을 수 있을지 잘모르겠으나 하나 둘씩 그 錯한 껍질을 벗겨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책 속 인물들에 대한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 또한 흥밋거리로도 훌륭했다.
錯하게 살지말고 眞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