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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방외지사란 쉽게 말해 월급쟁이 말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 그 분야에서 고수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연금탈수 있는 한계까지만 월급생활하고, 시골로 내려와 그림그리며 사는 박태후씨, 오토바이 한 대에 몸을 싣고 산을 떠도는 이원규씨, 기천문 2대 문주 박사규씨, 품영가 손성구씨, 역술가 박청화씨, 중국 화산파 23대 장문 곽종인 씨 등 13인의 삶은 샐러리맨이나 사업가 들과 달리,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하지 않고, 일정한 돈벌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입에 거미줄 칠까 조마조마하며 살아가지 않고, 그저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순간순간 회사 그만 다녀야지 하면서도 끝끝내 월급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이들은 그야말로 풍류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풍류는 방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서야 존재한다.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마치 정답인마냥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벽에 갇힌 잠잠한 바람이 아니라,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태풍처럼 격류하는 바람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결코 인생의 유일한 답이 아님을 보여주고, 기상천외하다거나, 오답일 것처럼 보이는 갖가지 인생살이 속에서 인생은 오직 한가지 답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함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자신의 자리보다 남의 자리가 부럽듯이,방외지사들의 삶이 행복한듯 보여도, 그들의 삶 또한 얼마나 신산스러웠는지를 감춰진 글 사이사이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비록 그들이 먹을게 없어서 굶주려 죽지 않는 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하나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부분은 저자의 인터뷰 밑바탕엔 사주팔자와 풍수의 사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말이 막히거나, 또는 글의 서두를 풀어갈 때 상대방의 생시나,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풀이로 글과 말의 얽힘도 풀어간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나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선 우리가 방외로 보는 그들의 삶이 어찌보면 타고난 길이라는 운명의 방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그들의 삶을 부러워했다. 어찌됐든 그들은 그들이 살고싶은 대로 산다. 그리고 그 마음대로 사는 것이 타인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오히려 큰 도움이 되어준다. 굶어죽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 안전에 대한 욕구를 뛰어넘는 그들의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었을지라도...
방외지사 이들의 삶을 나는 한마디로 표주로 표현하고싶다. 화산파 장문 곽종인씨가 3년간 행했다는 수련의 과정이 표주다. 수중에 돈 한푼 없이 세상을 떠도는 것이 표주다. 마음의 공부를 다하고, 몸의 공부를 하기 전, 그 사이에 행했을 때 효과가 큰 수련법이라는 표주. 돈 없이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는 여행. 표주를 행할 수 있는 능력만 지닐 수 있다면 이 세상 두려울게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언제 나는 빈털털이로 나의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