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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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중 김종삼 시인의 에피소드 자식의 소풍에 따라나선 시인. 점심시간에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풀위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발견, 그런데 그의 가슴엔 큰 돌이 얹어있다. 아버지 왈, <저 푸른 하늘로 빨려 올라갈것 같아 돌로 누르고 있었단다>

사건엔 비화가 재미있고, 연예계 소식은 그 뒷얘기가 재미있듯 시를 바로 대하기 보단 시 뒤에 숨어있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건 정말 유쾌하다. 김종삼 시인도 그렇고 천상병 시인도 그렇고, 글 속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시인들은 정갈한 신사들이 아니라 감수성이 풍부한 이방인들처럼 보인다.

일반인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시로 세상을 읽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삶은 그다지도 세인과 다른 길을 걸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바로 시였음을 이해하는 순간 시는 결코 어려운 그 무엇이 아니었다.

항상 시를 대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 시험문제를 풀듯 그 시어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시를 사랑할 수 없던 나로서는 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그 상황들에 대해 시야를 넓힘으로써 비로소 시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게됐다.

아, 시도 이렇게 재미있는구나. 바로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시집을 향해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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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시간 - 영화 예술의 미학과 시학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지음, 김창우 옮김 / 분도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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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비디오를 보면서 한번도 잠을 자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비디오를 켜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세상에! 잠이 든후 깨고 나서도 아직 비디오가 끝나지 않은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새근새근. 내 생애 최초로 비디오를 보면서 잠이 들도록 만들게 한 영화. 난 컨디션이 나쁜탓으로 돌리고 몇일 후 재도전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한번 세상에나! 다시 잠들었다. 아~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이토록 나를 잠들게 만드는 것일까?

그 영화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이었다. 그래서 난 <희생>을 포기한 대신 <향수>를 맞이했다. 아무리 봐도 오리무중. 알 수 없는 화면의 전개. 줄거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남들이 영화줄거리가 뭐야 하면 도대체 이야기할 어떤 사건이 없는 시간의 흐름들.

지금까지 가져온 영화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영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하루 이틀, 또는 한달 두달이 아니라 몇년) 문득 문득 그 영화속 장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나의 비겁함에 치를 떨고 연약함에 눈물을 흘리고 싶어질 때 가끔씩 떠오르는 시와 같은 풍경들. 잠결에 보아서인지 꿈속마냥 어슴푸레하게 다가오는 정경들. 도대체 이 영화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던 것일까?

책 <봉인된 시간>은 나의 이런 의문을 어느정도 해결해 준다. 타르코프스키가 가졌던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읽어냄과 함께 그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루어내고자 했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왜 그의 영화가 나의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질 수밖애 없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삶을 이야기하되 그 정신을 이야기하며, 시대의 흐름에 퇴색하지 않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의지를 스크린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그의 치열한 인생이 책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삶은 환상보다 더 풍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영화는 이런 풍부한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하나의 시로 남으리란걸 드디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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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트도우 2015-05-1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르코프스키 감독 좋아요♥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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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배워야지만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걷는 법부터 시작해서 숟가락, 젖가락질, 그리고 수많은 교과서들 속에 들어가 있는 지식. 문명은 이런 배움을 밑거름으로 해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또 배웁니다. 자연에서 말이죠. 아~ 그러고 보니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군요. 그러니 자연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들인가요?

간신히 살아가는 소나무가 오색으로 빛나고 푸른 잎을 가지지만 비료와 약에 치여 사는 사과나무는 껍질이 벗겨지는 아픔을 당하죠. 그거 참 이상하죠. 가난한 삶이 풍요롭고 풍요로운 삶이 가난하니 말이죠. 그러니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게 아니라 정상인 사람들이 이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사는데 치중하지 말고 옳게 사는데 힘쓰라고 가르칩니다. 옳게 사는 사람이 자유인인 게죠. 권위나 유혹에 허물어지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P85) 이 바로 자유인이랍니다. 자연은 이 자유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자유인은 자연인인 셈이죠.

수많은 유혹으로 가득찬 문명세계, 수많은 권위로 가득찬 사회조직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곳은 바로 그런 곳이지만 그건 내 자신이 아니라 그저 나를 둘러싼 환경일 뿐입니다. 우리는 환경의 노예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 살아가야 하겠죠. 그 길은 결코 아스팔트가 깔린 평탄한 길은 아닐테지만 무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을 실어주는 오솔길이 아닐까요. 자, 우리 한번 터벅터벅 그 길을 걸어보자구요. 빨리 가려고 서둘 필요도 없이 한가하게 흙을 밟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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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뭔데 - 전우익의 세번째 지혜걷이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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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조금만 모여도 다들 자기가 잘났다고 아우성을 친다. 호숫가에 저 물은 그리도 많은 곳에서 흘러들 왔지만 그 깊이만큼의 고요를 간직한 채 묵묵히 세상에 존재하는데.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를 향해 빨리 가고 있는 것일까 나무는 수십년 수백년이 흘러도 한자리에서 자신의 키를 천천히 키워낸다. 편한 것을 찾아 몸을 뉘우는 사람들, 알고 보면 그 편함을 위해 오늘도 허리를 구부리고 일을 하고 있다. 나무는 생채기나는 험한 삶을 살아도 그 상처가 아름다운 무늬를 일구어낸다.

나무가 나무답고 하늘이 하늘답고 땅이 땅다울 때 그들은 아름답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 위해선 사람다웠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다울수 있을 것인가를 나무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자연을 통해 보여준다. 지혜는 어떤 도를 닦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신비한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곁에 있는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 지혜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끊임없는 욕심의 바다, 고해의 바다를 어떻게 헤엄쳐나갈것인지 우리는 오늘도 나무를 통해 한 수 배울 터이다. 도대체 사람이 뭔데 깝죽댄단 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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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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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인 내가 이 책을 집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규항씨가가 말한 <그 페미니즘>, 즉 인간에 대한 보편적 해방을 내세우기보단 자신이 처한 계급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드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표상이 되어버린, 주류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페미니즘의 페도 싫어하는 일반화의 오류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나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그건 이 책을 알게된 과정을 설멍함으로써만이 풀릴것 같다. <패스트푸드의 제국>류와 같은 책을 통해 육류의 소비가 어떻게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현대병과 난치병을 가져온 주범이며 그 밑바탕엔 노동의 착취와 동물에 대한 학대등이 숨겨져 있음을 자각하게 된 나로서는 자연주의에 눈을 돌리게 됐고 그 때 이책 <아줌마, 밥 먹구가>는 페미니즘 이전에 자연주의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로스의 <월든>이나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이 비록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동떨어진 외국의 삶이기에 조금은 낯이 선게 사실이다. 그런 낯섬에서 비켜나 우리의 땅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김용택씨는 삶보다는 그의 시흥에 젖어 낭만적으로 빠져드는 함정을 지니고 있으나 오한숙희씨의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삶터 가꾸기라는 점에서 누나처럼 다가온다.

밤을 나눠먹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이기적 이타주의의 이기심, 호박의 쓰임새를 통해 느끼는 여자들의 퍼주는 사랑 등등은 곳곳에 과거 외갓집을 떠올리는 향수와 함께 삶의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고 있어 즐겁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나 곳간이 비워도 인심이 날 수 있음은 진정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진정한 인간으로 변화되어지는 과정의 첫마디는 바로 <같이 밥먹구 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울타리로 가두기에는 보다 큰 보편적 인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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