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로부터 자신을 완벽히 격리할 수는 없다. 여성잡지, 패션 광고, 텔레비전, 뮤직비디오, 인기 영화는 10년 전이었다면 소프트코어 포르노로 분류되었을 법한 이미지로 여자들을 집중 폭격하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거의 나체에 가까운 몸을 비비 꼬며 춤출 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에서 포르노가 삶에 활기를 더해줄 수 있다는 글을 실을 때, 여자는 점점 더 과잉성애화hypersexualization된 문화 속에서 사회화되며, 그 중심에는 젊고 체모 없이 매끈하며 탄탄한 몸매에 (대개) 금발인 백인 여성이 카메라를 유혹적으로 바라보는 이미지가 자리한다. - P22

포르노가 유포하는 여성에 관한 메시지는 몇 가지 핵심적인 특성으로 수렴된다. 여자는 언제나 섹스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남자가 원한다면 그 행위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굴욕적이고, 해롭더라도 뭐든 하려고 안달 나 있다. 포르노 속 여자들의 어휘에 ‘싫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여자들은 부디 자기 몸에 있는 구멍이ㅊ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혹은 그 한계를 넘을 정도로 벌려지기를 바라는 듯 보이며, 그 행위가 더 기괴하고 굴욕적일수록 성적 흥분도 더 많이 느끼는 듯하다. 이 세계를 방황하는 여자들은 본인이 자각하든 아니든 태어날 때부터 창녀다. 이들은 저마다 가격이 매겨져 있는데, 대개 단돈 몇 달러에 불과하다. - P41

포르노 섹스의 목적은 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 P43

이용자는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구성된 하드코어포르노의 장면이 아니라, 인생 첫 포르노를 찍는 현실 속 여자를 바라본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렇듯 ‘현실‘ 여자를 사용함으로써, <걸스 곤 와일드>는 일상의 여자들도 얼마든지 성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암시하며 이용자를 사회화한다. 포르노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바로 그 이유 덕분에 이용자는 이 여자들을 하룻밤 같이 잘 상대로 상상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여자는 걸레다‘라는 포르노의 서사를 대중문화의 중심부에, 그리고 결과적으로 남자의 삶에 들여놓는 행위다. 리얼리티 쇼가 그렇듯, 시청자는 (여자든 남자든) 자기가 보고 있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 아닌 실제상황이라고 믿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그 상황에 끼워 넣는다. - P100

포르노는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시장 부문으로서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가속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 기술은 VCR과 DVD에서부터 파일 공유 네트워크, 케이블 VOD, PC용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 그리고 가장 최신 기술인 모바일용 영상을 모두 아우른다. 영상에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포르노에 대한 수요는 데이터압축, 검색, 전송을 위한 교차 플랫폼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 P131

포르노에서 섹스는 단순히 동의에 입각한 행위를 넘어 성적으로 이용당하는 걸 즐기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는 포르노 이용자가 느낄 죄책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이때 이용자는 여자가 상처 입는 게 아니라고, 혹은 그렇다 해도 그게 그 여자가 원하는 거라고 자기 자신을 안심시킨다. - P157

어떤 집단을 비인간화함으로써 그 집단에 속한 개인에게 가하는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방식은 포르노 제작자들이 처음 생각해 낸 게 아니며, 이미 수많은 압제자가 그 유효성을 증명했다. 나치 선전기구는 유대인을 ‘카이크kike‘ 라고 부르며 폄하하는 데 성공했고,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인간이 아닌 ‘깜둥이nigger‘로 규정했으며, 동성애 혐오자들은 레즈비언과 게이에게서 인간성을 벗겨내는 용어를 거의 무제한으로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집단에 속하는 개인의 인간성을 일괄적으로 비가시화하면 그들에게 폭력적인 행위를 가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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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음주부터 읽기 시작!!

단발머리 2022-10-18 19:47   좋아요 0 | URL
화이팅 드려요 ㅠㅠㅠ 화이팅 필요할 거에요. 흐미
 







 












암환자인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자 미셸은 남자친구 피터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정확히는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 가장 완벽한 결혼식,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기 위해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 엄마가 없다면 가장 쓸쓸한 신부가 될 거라는 예감이 그녀를 밀어붙였다. 그녀와 결혼하는 사람은 피터.

 


피터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갖는 데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피터에게 그런 감정을 심어주는 데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다. 피터는 사실 내게 벅찬 상대였다. 객관적으로 나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이 남자의 잘생긴 얼굴은 너나없이 촌스럽게 생긴 우리 친구들끼리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농담거리가 될 정도였다. 피터는 기타 연주 실력도 상당했지만, 시를 편집해서 엮어낸다든지 중편소설 4분의 3분량을 번역한다든지 하는 더욱 지적인 일에 관심이 컸다. 피터는 석사학위 소지자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일곱 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218)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사랑하는가. 드라마에 나와서 유명해진 그 말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추앙한다’. 미셸은 이렇게 쓴다. 그 사람은 매력적이다. 그 사람은 잘생겼다. 그 사람은 지적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 그 사람이 내게서 얼마나 먼 사람인지.

 


그다음을 보자. 그 사람은 석사학위 소지자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일곱 권짜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나는 석사학위 소지자인 것과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에 미셸의 마음이 동한 것은 이해하겠으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권은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했고 (5권을 갖고 있어요) 언젠가 도전해 봐야겠다 생각하지만. 그 책을 읽었다는 게 그렇게나 매력 포인트인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러면 여기에, 무슨 책을 넣어야 할까. 무슨 책을 넣어야 수긍이 될까. 어쩌면 내가 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 이유가 가장 크겠지 싶기는 하다. 1권에서부터 마성의 도돌이표를 불러온다는 마법의 책 아닌가, 그 책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맘이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책을 넣어야 할까. 어떤 책을 넣어야 와우! 대단한데! 완전 멋져!’라는 생각이 들까.

 





 













나는 대학교 2학년 겨울에태백산맥』을, 3학년 때혼불』을 읽었고, 직장에 다닐 때토지』를 읽었다. 나는 앞으로 장편 대하소설을 또 읽게 될지 모르겠고(안 읽겠다는 소리임), 만약 읽게 된다면토지』를 다시 읽고 싶으니, 이 세 시리즈가 내 대하소설 리스트 1, 2, 3번이 될 것이고, 나는 그것을 평생의 자랑(?)으로 삼을 예정이다. 그래서, 이 빈칸에 이 대하소설 중 하나가 온다 해도 놀라거나 감동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저도 읽었거든요) 그래서 이 세 시리즈는 패스.

 


















읽기 어려운 책? 이를테면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두꺼운 책으로? 『미들 마치』. 여기까지가 내 한계



















그럼 어떤 책을 읽었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린 적은 언제?’ 하고 생각해보니,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 어디선가 장하준 교수가 중학교 때 『코스모스』를 읽고 감명받아 원서로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쿵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건 장하준 교수가 아니라 동생 장하석 교수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중학교 때 <코스모스> 원서를 읽었다는 점에 감명받은 나는 코스모스에 감명받은 것인가, ‘영어원서에 감명받은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닌 것이, 저는 『코스모스』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었거든요. , 혹시 그럼 그래서 심쿵한걸까? 내가 아는 책이 나와서?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는 일곱 권짜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에 심쿵하지 않는다면, 난 어떤 책을 읽은 사람에 심쿵한단 말인가. 알랭 바디우? 헤겔? 정찬? 아니면… 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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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4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반하지 않을것 같고, 그렇다고 언급하신 대하소설도 다 반하지 않을것 같아요. 음 그러니까 저는 무슨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 반하진 않을 것 같고 그보다는 수학 문제 푸는 것에 반할것 같고, 그보다는 등근육에 반할 것 같습니다. 책은... 반할만한 건 아니네요, 제게는. 그건 이미 제가 하고 있으므로..

음.. 단발님도 이미 단발님이 책을 많이 읽고 계시기 때문에 책으로 딱히 반할 수 없는 건 아닐까요?

단발머리 2022-10-14 15:32   좋아요 2 | URL
수학 문제를 잘 풀면서 등근육을 가지고 있기는 좀 어렵지 않나 싶어서요ㅋㅋㅋㅋㅋㅋㅋ둘 중 하나만 선택하시라 말씀드리려다가.... 생각해보자니, 안 될게 무엇입니까. 수학 문제 잘 풀고 등근육을 가진 멋진 인간들이여! 모두 다 이리 오라!! 내게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책을 많이 읽고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ㅋㅋㅋㅋㅋ 저는 라틴어, 그리스어 가능한 사람이면 좀 반할 거 같기는 해요. 라틴어야 함 ㅋㅋㅋㅋㅋㅋ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소용 없고요 ㅋㅋㅋㅋㅋ 라틴어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2-10-14 16: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가 저는 심쿵합니다. 저는 <잃,시,찾>을 지금껏 출간된 민음사 책은 다 읽었지만 남은 두 권을 기다리고 있고요. 저도 읽기전에는 왜 작가들이, 영화에서 <잃,시,찾>을 종종 언급하는지 그게 뭐길래? 너무 궁금했더랬죠ㅋㅋㅋㅋㅋ이제는 알아요 그냥 읽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 그런거라고. 이런 원리를 <왜 읽을 수 없는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이해 못하는 어려운 글도 그렇게 취급된다고 했어요. 냉장고였나 전자렌지였나 잘 기억이 안나는데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찾으면 알려드릴께요. 쟝쟝님이 기억하실수도ㅋㅋㅋㅋㅋㅋ태백산맥은 저도 읽었는데 <혼불>과 <토지>는 훨씬 어렵고 또 길지 않나요? <율리시스>는 읽었지만 정말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다락방님이 아주 근사한 제임스 조이스 표지의 책을 가지고 계시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마지막 5권 읽고 싶네요. 사실 전 이것때문에 가장 심쿵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도 라틴어 한표입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6:57   좋아요 4 | URL
우아! 미미님 진짜 독서대장이시네요. <잃시찾> 다 읽으셨고, <율리시스> 읽으셨다니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빵빠레!!!!!
<율리시스>, 연구자들이나 읽지 진짜 누가 읽냐? 그랬는데 진짜 읽으신 분 발견했네요. 이게 바로 오늘의 수확입니다. <잃시찾> 읽어야지 그런 결심은 많이 했는데요 ㅋㅋㅋㅋㅋ특별한 각오 아니면 힘든 작품인 건 맞는 거 같아요. 저도 구매했으니 5권은 다 읽어야할텐데요. 흠흠.

저의 요즘 심쿵 포인트는 사실 임지현입니다. 깜놀의 순간 연거푸 찾아옵니다. 직접 경험해보세요!!

거리의화가 2022-10-14 17:34   좋아요 3 | URL
<잃시찾>과 <율리시스> 다 읽으신 미미님 완전 멋집니다! <잃시찾>은 1권 도돌이표 돌다가 결국 손에서 놓았던;;; 욕심에 책은 6권인가 사다놨어요. 내년에 반드시 1독을 해보리라 다짐해봅니다^^;

무심코 넘겼던 임지현 님의 책을 보고 화들짝 놀라 조용히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습니다ㅎㅎ <폭력의 고고학>도 샀는데 아직도 못읽었네요ㅠㅠ 그거 읽고 사는걸로~ㅋㅋㅋ 암튼 두분 모두 감사합니다.

미미 2022-10-14 17:49   좋아요 3 | URL
<율리시스>는 역사,시, 신화등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했는데 그냥 덤볐다가 혼돈만 남고 그닥 얻은것이 없었고요. <잃시찾>도 그런 면은 비슷하지만 워낙 명문장이 많아서 인생책 중 하나입니다.ㅋㅋㅋ<혼불>,<토지>도 제대로 번역되면 절대 뒤지지 않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 제가 못읽은 넘어야할 산이예요ㅋ 저도 임지현님책 궁금해요^^*

단발머리 2022-10-14 18:26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님 / 거리의화가님 내년에 잃찾사 시작하실 때 저도 같이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혼자서 결심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폭력의 고고학> 다 못 읽고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읽고 있네요. 허참....

단발머리 2022-10-14 18:28   좋아요 2 | URL
미미님 / 그닥 얻은것이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율리시스>라면 읽었다는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ㅎ <잃시찾>은 미미님 댓글 보니 진짜 미루지 말고 읽어야지 싶구요. 읽을 책 많아서.... 쩜쩜쩜.

건수하 2022-10-14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명한 과학자이면서 한때 바디빌더였던 분을 아는데 별로 매력적이지 않아서.. (다락방님 댓글 보고)


저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하는 남성을 만나면 반할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2-10-14 18:29   좋아요 1 | URL
음... 그런 일도 있군요.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하는 남성이라면.... 흠흠... 좀 만나기 어려울 것 같기는 하고요.

건수하 2022-10-14 20:59   좋아요 1 | URL
라틴어보다 더 힘들까요….? 사실 저는 라틴어는 그닥 끌리지 않지만 ㅎㅎ

단발머리 2022-10-14 22:14   좋아요 1 | URL
거의 뭐… 막상막하라고 봅니다. 그래도 수하님 쪽이 쪼금 더 쉬울까요?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2-10-15 03:19   좋아요 1 | URL
라틴어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ㅋㅋㅋㅋ ㅠㅠ

수이 2022-10-16 09:22   좋아요 1 | URL
저도 라틴어 쪽이 더 현실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ㅋㅋㅋ

건수하 2022-10-16 09:2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라틴어가 더 어렵다
난티나무님: 라틴어가 더 쉽다 (맞나요?)
vita님: 라틴어가 더 쉽다

현재까지 이렇습니다 ㅎㅎ

수이 2022-10-16 09:37   좋아요 1 | URL
라틴어 잘 하는 이들은 많지요 꽤, 한국인들 중에서도 찾아보면 많을 겁니다, 대부분 신부님들, 수녀님들 아니면 철학도들이긴 하지만. 하지만 수하님의 조건에 걸맞는 사람은 과연 존재할까요, 페미니즘 교육 왕창 받으며 이해하는 남성이라…… 여성학 1호 한국인 남성 박사가 서울대에서 나와서 기사 읽은 기억은 방금 떠올랐어요!

건수하 2022-10-16 09:48   좋아요 1 | URL
그르게요. 공감은 어렵다쳐도 이해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네요. 저도 그 기사 읽었었는데, 새삼스레 그 분의 연구가 급 궁금해집니다 ^^

유부만두 2022-10-14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태백산맥을 다 읽었는데 신혼 초에 시댁에서 살 때였어요. 거실에 나가기 싫어서 방에서 혼자 태백산맥 완독해버렸어요. 생각보단 덜 빨갱이 소설인데 필요 이상으로 너저분한 장면이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단발님의 리스트엔 없지만 “레 미제라블”과 “전쟁과 평화”를 완독했고요, 아주 뿌듯한 마음이에요. 친구들에게도 강추하고 싶고요. 그리고 잃어버린…네? 뭐라고요?

단발머리 2022-10-14 18:32   좋아요 2 | URL
아.... 시댁에서 태백산맥이라니 ㅋㅋㅋㅋㅋㅋ 태백산맥을 그런 지혜로운 방식으로 넘어버리신 유부만두님께 깊은 존경를 표합니다. 저는 지하철에서도 이어 읽어서 책을 펼쳐서 읽을 수 없었던 아픈 기억과...

저도 레 미제라블 읽었습니다. 그리고 전쟁과 평화는 1권만 읽었고요. (1권만은.... 도대체 뭘까요?) 그리고, 잃어버린, 잃어버린, 잃어버린, 잃어버린.... 혹 모르세요? 그거 있잖아요. 잃어버린, 잃어버린.....

책읽는나무 2022-10-14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단발님이 좋아하는 사람이, 단발님이 읽지 않은, 또는 읽어야지~ 하고 바로 찜한 책을 들고 읽는 사람에 심쿵하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
책 제목이 따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단발님을 반하게 할 제목이 그닥 없어 보이는군요!!!!ㅋㅋ

단발머리 2022-10-14 19:08   좋아요 1 | URL
역시 책나무님! 제가 심쿵할 사람은 제가 ‘읽어야지~~ ‘하는 책을 들고 나타난 사람일텐데요. 일단 요기 바로 위에 5권이 가장 강력한 후보군이 되겠습니다. 제가 반할 제목이라면 말이지요. 하하하!

책읽는나무 2022-10-14 19:47   좋아요 0 | URL
다섯 권 중 한 권을 겨드랑이에 끼고 내 언젠간 어슬렁 어슬렁~기필코!!!^^

단발머리 2022-10-14 22:15   좋아요 1 | URL
어슬렁어슬렁 나타나시면… 제가 그냥 뽝! 하트뿅뿅! 😍😍😍

서곡 2022-10-1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휘파람으로 완주한 남자에게 반해 결혼했다는 일화를 어릴 때 어디선가 읽었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2-10-14 23:03   좋아요 2 | URL
아아…. 제가 클래식에는 일천하지만 베토벤 9번 교향곡 휘파람 플레이라면 반할 수 밖에 없겠네요😍😍😍 신청곡도 받으시겠죠?ㅋㅋㅋㅋㅋㅋ

서곡 2022-10-14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대신 페이퍼로 올렸는데, 김영민 교수의 잃.시.찾 이야기입니다...ㅎㅎㅎ

단발머리 2022-10-15 08:01   좋아요 1 | URL
서곡님 페이퍼 읽고 왔어요. 잃시찾 읽기의 굳은 결심으로 이끄는 너무 유용한 페이퍼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10-16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6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10-1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는 잃시찾 읽은 남자 넘 멋지다고 하더니만 학교 선배인데 결국 그와 연애를 했지요. 그렇게 감탄하더니만. 그리고 기타를 잘 치는 남자에게 반해 읽시찾 완독한 선배를 뻥 찼지요. 기타에 이기지 못한 읽시찾….. 띠리링~

단발머리 2022-10-17 13:08   좋아요 0 | URL
최종승자는 기타네요 ㅋㅋㅋㅋ 전 기타 잘 치는 남자는 많이 봐봐서 별로 흥미가 없구요 ㅋㅋㅋㅋ라틴어에 정진하고 싶은데… 이제 라틴어 잘하는 분들은 다 신부님일까요?
 




 













외출할 때 들고나온 책은 아니 에르노의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버스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금방 마음이 거시기해졌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이 책은 어렵지 않다. 화자 는 에르노이고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의 어머니와의 일을 일기처럼 시간순으로 기록했다. 앞부분을 겨우 몇 페이지 읽었는데도 힘들어서 결국 책을 닫고 말았다.

 


어머니는 필립에게 내 딸과 어떤 관계시우?”라며 근심스럽게 물었다. 필립은 웃음을 터뜨리며 남편인데요!”라고 말한다. 어머니도 웃는다. (12)


 

인간 의식에 대한 이해라면 사람마다 각각이겠지만 “(나의) 기억이 곧 나다라는 명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과거를 잃어버린 사람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나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그 사람을, 딸을 잊어버린 내 어머니를 돌보는 에르노의 괴로움이 너무 가깝게 보인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치매 증상을 보이시며 엄마를 성님(형님)’이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셨던 외할머니가 자꾸 떠올라 더는 읽을 수 없다. 읽을 수 없었다.




 

 












외출할 때, 책을 한 권만 가지고 나오지 말지니.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지 못해서 커피숍에서 다운받아 읽은 책은 『Mr. Wrong Number』. (커피숍 사진의 주인공은 아니 에르노) 로맨스 소설이 대부분 그러하듯 제목이 소설의 70% 이상을 설명해 준다.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인해 시작된 인연이 사랑(아무렴), 섹스(그럴 줄), 실수(어쩌나), 오해(그럼 그럼), 화해(당근이지)의 순서로 전개된다. 정직한 소설 독자가 아닌 나는 맨 뒤의 챕터 3-4개를 먼저 읽어버렸고,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랬다, 는 결론을 확인했다. 중요한 장면은 여기.

 





 






남주의 실수로 그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여주가 절교를 선포하고, 관계를 복원시키려는 남주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이사 가려는 남주, 시카고로 도망가려는 남주 소식을 듣고 드디어 여주가 자기 마음을 확인한다. 진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시카고로 가려고 했어? 내가 왜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 그게 중요해? ‘사라짐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결국 여주의 마음을 돌려놓은 남주. 성공인가? 

 

 

















도서관에서 읽은 책은사랑은 왜 끝나나』. 대출 기간이 3주인데 완독 못 하는 나를 어쩌면 좋으랴. 송구하오나 반은 읽었사옵니다, 라는 변명을 목에 걸고 치열하게 밑줄긋기에 나선다. 기막힌 타이밍에 핸드폰 배터리는 6%.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사진만 찍어 둔다.

 


어떤 느낌을 가지고 무엇을 희망하며, 어떤 목표를 선택할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감정의 자유는 누구와 신체적 접촉을 갖고 성관계를 맺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권리다. 이런 형태의 자기결정권이야말로 내가 감정 중심의 근대라고 부르고 싶은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특징이다. 감정중심의 근대가 본격적으로 알을 깨고 나온 것은 18세기 이후지만, 그 완벽한 실현은 1960년대에 와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는 성적선택을 순전히 주관적 감정과 쾌락에 따른 것으로 정당화했다. 오늘날 그 최신 형태는 인터넷 섹스 포털과 '데이트 앱'이다. (19)

 


섹슈얼리티 시장의 남성 통제는 누가 보아도 하나 그 이상의 방식으로 분명하다(또 숨겨져 있다). 첫째,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듯 대부분의 시각적 섹슈얼리티 산업을 좌우하는 손은 남성의 것이다. 이는 곧 여성의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쪽은 남성임을 의미한다. 남성이 여성의 무엇을 높이 평가하느냐에 따라 여성은 자신을 평가한다. (207)

 



공개적인 남성의 구애 과정과 여성의 승인을 통해 연애와 교제가 결혼으로 확정되었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감정의 자유에 근거한 개인의 자율적 선택권이 강조되었다. 하지만, 실제 섹슈얼리티 시장을 남성들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은 남성의 평가대로자신을 평가하는데 이르렀다. 도덕적 엄숙주의와 성별에 따른 이중적 성 관념에서 탈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캐주얼섹스로 인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한 것이 여성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집안끼리의 동맹 혹은 인수합병 절차 중 하나로서 결혼이 이루어질 때 여성은 교환되었고, 이제 여성은 그런 위치에서 벗어나 자기 결정권을 획득한 것처럼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섹스 포털과 데이트 앱의 상용화는 결과적으로 남성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여성에게는 더 깊은 불안감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리뷰는 재대출 이후에.





 

 












밤에 읽은 책은 『Crying in H Mart』. 7월부터 읽은 책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밀리고 치이고. 하지만 마쳐야 하기에 다시 또 펼치는.

 


암이 발견된 저자의 어머니는 치료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치료를 잠시 중단하고 서울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열이 오르면서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시간은 흐르고 병세는 계속해서 나빠진다.

 


It used to be so clear to me, the difference between living and dying. My mother and I had always agreed that we'd rather end our lives than live on as vegetables. But now that we had to confront it, the shreds of physical autonomy torn more ragged everyday, the divide had blurred. She was bedridden, unable to walk on her own, her bowels no longer moving. She ate through a bag dripped through her arm and now she could no longer breathe without a machine. It was getting harder every day to say that this was really living. (125)

 

 

미셸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우리, 결혼해야겠어.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앞에 두고 결혼을 준비하는 미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물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쪼금 알 것 같고. 알쏭달쏭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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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0-14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압니다. 아빠가 장녀 결혼 안 하는 꼴 보고 죽으면 눈 못 감는다고 해서 선을 서른다섯번 정도 본 거 같은데요. 아 물론 실상 열다섯번 정도이지만. 아빠 소원 이루게 해준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보니 아빠가 적당한 타이밍을 잡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와야 마땅하지만 밤이 깊고 저기 저 시나몬롤 넘 맛있어 보여서 정신이 혼미하여 댓글을 달기가 힘듭니다. 내일 오전에 다시 읽고 오겠습니다. 근데 저 집 왜 저렇게 라떼 양 적은가요? 배가 차기에는 너무 콩알만하게 주는구만유.

단발머리 2022-10-14 13:27   좋아요 0 | URL
비타님은 알아 주실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상황, 그런 환경....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버님이 좋은 인연을 선물해주신 것 같아요. 제게는 그렇게 보여요.

시나몬롤은 참 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라떼는 양이 적은게 아니고 시나몬롤이 큰겁니다. 소금빵, 깜빠유, 그 외에도 그렇게 맛나고 처음 보는 빵이 많았는데요. 제가 고른건 시나몬롤 ㅋㅋㅋㅋㅋㅋ 커피맛은 직접 확인하시지요^^

미미 2022-10-13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납기일 임박해서야 늘 책의 존재를 떠올려요ㅋ 책이 ˝이제야 나 생각났냐?˝하며
황당한 표정 지으면 서둘러 읽다 완독할때도 있고 다시 도서관가서
누가 감시하지도 않는데 두리번거리며 기계에 ‘반납‘하고 바로 샤샤샥 재대출😳

단발머리 2022-10-14 13:28   좋아요 1 | URL
제게는 일상입니다. 항상 미안하고 송구한 1인이죠.
근데 미미님~ 대출 반납하고 3일간은 재대출 안 돼요 ㅋㅋㅋㅋㅋㅋ 가족들 카드로도 안 되는데요. 비법을 제게 비댓으로 알려주시면 제가 유용하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2022-10-14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10-13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는,

울리다가 웃기다가

마지막에는 당 땡기게 하는 식탐 자극으로^^

가지고 나가셨던 [~않는다]를 읽다가 덮게 되신 이유에서 슬퍼졌다가

˝(아무렴), 섹스(그럴 줄), 실수(어쩌나), 오해(그럼 그럼), 화해(당근이지)˝에서 빵 터뜨려주고 ㅎㅎ

vita님 말씀처럼 넘 용량 적은,(과장하면 그냥 소주잔 같은) 커피랑 당분 풍부한 빵...

^^
놀러왔다가 좋은 글 읽고 훈훈해져서 갑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30   좋아요 1 | URL
모두 이렇게 시나몬롤 좋아하시는 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시나몬롤에 진심입니다.
로맨스 소설이 대부분 이런 루트를 따르죠. 뻔한 결말이 주는 지루함을 제가 속마음 토크로 풀어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뻐요! 커피는 그렇게 작은 컵은 아닙니다. 근데 아이스컵은 무척 커보이더라구요.
다음에는 아이스로 먹어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4 0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밀당 페이퍼네요.
희노애락을 모두 안겨주시고야 마는~^^
마지막 사진으로 그 모든 걸 다 잊어버려랏!!
ㅋㅋㅋ
라떼가 작은 건지? 빵이 큰 건지?
근데 왜 커피랑 빵이랑 책이 이쁜 건지?
단발님의 사진은 늘 느끼는 거지만 서사가 있는 듯, 유쾌한 듯,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쓴 글의 내용이랑 잘 녹아듭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32   좋아요 2 | URL
진지하게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항상 개그로 끝나네요. 얼마전에 알라디너 한 분이랑 이야기 나누는데, 제가 그랬거든요.
나는 웃긴 글에 진심이다. 우스운 사람 말고 웃긴 사람 되고 싶다. 근데 그 분이 저보고 별로 안 웃기다고 그러는거에요.
저.... 마음 속으로 크게 실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칭찬에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4 17:45   좋아요 0 | URL
그 분의 유머코드 수준이 넘 높으신 거 아닌가요?ㅋㅋㅋ
따로 유머집 사서 레벨업을 하셔야 하나???🤔
단발님 유머코드면 뭐~~
전 늘 한 수 배우고 싶은 일인입니다.^^
전 단발님 글 읽고 한 번씩 우스워서...앗!! 우스운 사람 말고 웃긴 사람 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웃기셔서?? ㅋㅋㅋ
분명 진지한데 진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쭈욱 잡아당기 듯 글 쓰시는 두 분!! D님!!
전 끝에 가선 사진 보고 맨날 웃어요.ㅋㅋㅋ

유부만두 2022-10-14 0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페 어디에요? (나도 데려가 줘요)

단발머리 2022-10-14 09:48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 구석입니다 ㅋㅋㅋ흐릿하게 나와서 근사하쥬? 담에 같이 가요, 유부만두님!!

다락방 2022-10-14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롱넘버 때문에 남자 만나게 된 경험이 있던 터라(그 남자랑 키스도 했어요 ㅋㅋ금세 끝나버린 이야기가 됐지만.. 왜냐하면 제가 남자친구가 있었기 땜시롱.....) 이 책 궁금해 담아갑니다. 읽기 쉬운가요? 어려운가요? 그리고 아니 에르노 책은 이제 그만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더랬는데, 단발님이 링크하신 이 책만 한 번 더 읽겠다고 생각합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3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키스 에피소드 막 나누시고 그러면 ㅋㅋㅋㅋㅋ 제가 엄청 좋아합니다 (발그레진 나의 볼, 나의 꿈, 나의 사랑이여!!)

Mr. Wrong Number 쉬운 편에 속합니다. 음.... 헤이팅 게임을 난이도 5라 했을 때, 3.5 정도라 할까요? 저도 앞부분만 읽어봤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사연은.... 좀 긴데....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제가 오더블 서비스를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남아있는 크레딧을 써야하는데 이 책의 성우가 제가 좋아하는 책 <The Love Hypothesis>의 성우라서 그래서... 오디오북을 먼저 구매하고 책을 다운받았습니다. 이제 맨 앞부터 재미있게 읽어볼게요.
아니 에르노의 저 책은 얇고도 또 빈칸도 많습니다(엥?) 금방 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전 안 되겠더라구요.
감정이 넘 밀려와서요. 흐미.

다락방 2022-10-14 15:06   좋아요 0 | URL
단발님, 저 어제 오더블 구독료 나갔다는 문자 받고 헐레벌떡 놀라서 구독 취소했는데요 아직 크레딧이 남아있었거든요. 단발님의 이 댓글 읽고 제 남은 크레딧으로 이 책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단발님 때문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14 15: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럼 지금 책이 몇 권인가요? ㅠㅠㅠ 구독료 결제 이미 된거 아니에요? 구독료 나갔으면 크레딧 들어온 거구요. 구독 취소 전에 크레딧 다 써야해요. 이 책 산 거는 잘했어요.

다락방 2022-10-14 15:24   좋아요 1 | URL
저 지난번 공짜 두 개랑 이번달 결제로 한 개랑 해서 총 책 세 권있어요! 원래 한 권만 있었는데(노멀 피플) 그후로 오더블 존재를 잊고 지내다가 구독료 나갔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취소하고 후다닥 두 권 샀어요. 그렇게 산 두 권중 하나가 이 책이고 다른 하나는 카불의 신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14 16:52   좋아요 0 | URL
어쩜 ㅋㅋㅋㅋㅋ 구매하신 책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네요. 책 고르시는 안목이 아주 각별하십니다. 진작부터 제가 알아봤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2-10-15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사진 보고 시나몬롤이다!!! 했는데 맞네요. 저도 느무 좋아합니다 시나몬롤!!!!!!!! ㅎㅎㅎ
글 읽은 거 다 까먹고 뒤늦게 다시 와서 시나몬롤 타령~~~~^^;;;;

단발머리 2022-10-15 08:02   좋아요 0 | URL
다들 시나몬롤에 크게 마음이 동하셔서요. 저도 그걸 노리고 사진을 올렸다는 점을 ㅋㅋㅋㅋㅋㅋ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들어가며>를 시작해서 딱 2쪽 읽었는데 아렌트 나온다. ‘집합적 유죄’와 ‘집합적 무죄’ 뭔지 잘 모르지만 아렌트 좋아하는 그 분에게 이 문장을 바친다. 8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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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0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이 책 나오자마자 사놓고 두께에 질려서 아직 안 읽고 있는 책인데....
단발머리님이 읽기 시작하셧군요. 화이팅입니다. 아마도 단발머리님 리뷰 올릴 때쯤이면 제가 시작하지 않을까 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10-10 17:01   좋아요 0 | URL
역시 바람돌이님! 이미 알고 계신 책이군요. 전 최근에 알게 되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요. 후덜덜 어렵네요 ㅠㅠ 바람돌이님 리뷰 먼저 진행하셔도 완전 오케이입니다^^

2022-10-10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0-10 16:09   좋아요 0 | URL
어뜩해!! 좋아야해!! 😎😎😎

2022-10-10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2-10-10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는 즉시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했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10-10 19:14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이 같이 읽어주신다니 너무 든든하네요. 전 사실… 끝까지 못 읽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에 떨고 있었습니다. 리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충성!!

공쟝쟝 2022-10-10 19:49   좋아요 2 | URL
걸드문트님이 꽂히셨다

책읽는나무 2022-10-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는 첨보는 책인데...@.@

단발머리 2022-10-11 21:00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처음보는 책이어요 ㅎㅎㅎ
 






















원서 읽기 모임의 열 번째 책을 읽고 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고,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호박벌 스타킹의 에밀리 클라크와 상반신 연기의 새 시대를 연 샘 클라플린의 명연기로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잘 알려져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말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루이자를 남겨두고, 윌은 자신의 계획대로 죽음을 선택한다.

 


윌이 마지막을 보낸 곳은 스위스.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으로써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이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안락사의 일종인 조력죽음 또는 조력자살을 허용해왔다고 한다.

 


나는 윌의 선택이 윌로서는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고, 자기 육체를 너무나 사랑했던 그가 휠체어에 앉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의 몸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었고, 최신의 약물 치료를 통해서도 그의 고통을 감소시킬 수 없었다.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윌은 선택했다. 윌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존엄사혹은 안락사’, ‘조력 죽음의 확대가 가져올 상황에 대한 것이다. 존엄사는 필요 없는 치료를 거두는 것을 의미하고, 안락사는 인위적(적극적으로 소량의 약물 투여로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소극적으로 물, 산소, 영양분 공급 중단 등)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예정인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에 의하면,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임종 과정에 국한해 연명 치료 중단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서도 알랭 들롱처럼 안락사가능?” /한경 정치/2022.05.30)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를 허용하려는 입법론은 지금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함으로써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일종의 소극적 안락사 허용성은 엄격한 통제 하에 법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안락사’)

 


연명치료 중단을 통해 임종 과정에 있던 환자는 죽음에 이른다. 연명치료 중단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위의 조건 이외에도, 환자가 (미리) ‘사전 연명 치료 의향서를 의사 2인의 판단하에 작성했거나 환자의 의사가 확인된 경우는 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의사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에 따라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내가 염려하는 바는, 더 이상의 생명 연장이 의미 없다고 판단하는 범위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만족하는 생활 수준, 삶의 질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삶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또 어떤 사람은 훨씬 더 열악한 생활 환경에서도 삶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강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혹은 초고령화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몸의 기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질 때, 이전 수준의 삶으로 살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경우, 이전보다 훨씬 더 연약한 정신과 육체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경우,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본인이,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알게 되는 상황에서, ‘저런 삶이라면 삶을 더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게 될 때, 바로 그 사람이 판단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요인을 비교,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단순하고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어떤 사회에서는 안락사의 기준을 ‘85로 잡았다. 그 기간을 전후하여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한 사람에 대해 안락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안락사 신청 나이가 지난 후에도 당연히 생존의 결정권은 본인에게 있고, 안락사 신청이 가능한 나이 이전에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안락사 신청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 78세의 노인이 있다. 대체로 건강하고 가족과의 사이도 원만하고 친구들과도 즐거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다친 무릎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고 생활이 불편해지면서 우울한 기분에 자꾸 빠지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는 안락사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아직 안락사의 기준이 되는 ‘85까지는 7년이나 남았지만, 그때까지 삶을 이어가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불편한 삶을 지속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으로 정돈된 모습으로 깔끔하게 자기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 87세의 노인이 있다. 그는 안락사 신청나이가 지났지만, 아직도 안락사 신청하지 않았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신장이 좋지 않았고 5년 전부터 인공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한 주에 3번씩 투석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고 있다.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먹고 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간단 치매 검사에서 위험군이라는 검사 결과를 들었고, 다음 주에는 정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그는 '아직도' 안락사 신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은 극한 상황에서도 혹은 오히려 극한 상황에서 더욱 생존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절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의 경우를 상상한다. 그건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내가 궁금해하는 건, 안락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을 때, 위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사람에 대해 내리는 판단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사회가 주는 압박과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 로 살아간다면 모를까. 하지만, 자연인으로 산에 사는 그 사람조차 카메라가 필요하다. 보고 있는 사람이 없으면 산속에서의 삶이 설명될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려는 말은, 삶은 소중하다, 인생은 아름다워, 가 아니다. 생명 경시 풍조를 우려한다는 게, 안락사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첫 번째 주장이라고 하던데,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죽고 싶은 사람의 죽고자하는 의지가,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의 살고자하는 의지를 강압하는 경우를 걱정할 뿐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 생에 대한 의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사진은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에서 가져왔다. 박테리아는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고 매일 살아남기 위해 임의적인 움직임을 지속한다고 한다. 유익한 물질을 만났을 때는 달리기 운동을 통해 가까이 가고, 해로운 물질을 만났을 때는 뒹굴기 운동을 통해 도망간다고 한다. 박테리아조차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조차도 생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생존한다. 박테리아 단계에서부터 우리 안에 각인된 생존 의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예시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이다.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이기심이 결합할 경우 그것이 불러오는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안락사 신청의 가능 범위를 대폭 확대될 경우, ‘장기 적출관련 산업의 헬게이트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던 게 1978년이다. 난자를 체외로 채취하여 시험관 내에서 수정시키고 다시 자궁 내에 이식해서 태어난 아기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 대부분 딸아들/아들딸 쌍둥이다. 이제 인간은 여러 유전 특질 중에서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인간을 만들어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미 주문형아기가 태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출산은 싫지만, 아기는 갖고 싶은 제1세계의 남녀들이 제3세계 여성을 출산 기계로 사용하고 있다. 자궁만 빌리는 경우가 있고, 난자와 자궁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태어날 아기에 대한 포기 각서를 작성하고 그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다시는 그 아기를 만나지 못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이미 대리모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을 테고, 뒤돌아 나오는 데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 주위에도 가족의 도움 없이 사는 것이 힘든 분들이 많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가족의 보살핌으로 살아가는 분도 계시고,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요양병원에 입원한 분도 계시다. 말기암 환자로서 고통이 너무 심해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는 환자의 처절한 절규에 온 가족이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노인 한 분 봉양하다가 자주 싸우는 바람에,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형제자매가 의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삶은 고단하고 애달프다.

 


하지만, 삶을 그 자체로, 삶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다. 아이고, 이제 내가 죽어야지. 아이고, 노인네가 별걸 다 먹어, 그지? 하면서도 더 건강한 삶, 더 나은 삶에 대해 기대하는 분들이 있다. 삶을 사랑하는 분들의 그런 태도가 귀엽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상가 엘리베이터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어깨에 수영 가방을 메고 계셨다. 수영 다녀오는 길이라는 그 어르신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에게 물으셨다고 한다. 내가 몇 살로 보이우? 엄마는 80대 초반을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93세셨다. 그렇게 안 보이는 93세의 정정한 할머니. 근데, 내 딸은 죽었어. 일흔 하나였는데, 암 걸려서. 70대 초반의 딸이 암에 걸려 엄마보다 먼저 죽었다. 할머니는 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 네가 먼저 갔구나. 이를 어쩌나. 나는 어쩌나해야 하는가. 남은 삶을 절망과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할머니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할머니는 살아가기로 했고, 가능하면, 이제 돌봐줄 딸도 없으니 더 건강한 삶을 살기로 선택하셨다. 할머니는 수영 가방을 메고 수영장에 다니신다. 할머니는 삶을 선택했다.

 

 


난 지금도 윌의 선택이, 윌에게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윌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이 책을 읽은 후 안락사선택적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하기 위해, 지금의 생각을 여기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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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게 더 자연스럽나요?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2-05 19:06 
    진작에 다 읽은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리뷰를 쓰겠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저기 부산하던 생각과 의문들은 모두 다 사라지고, 마쳤다는 결과만 덜그러니 남아있는 이 순간의 암담함. 책 전체를 보아 주인공 윌과 루이자를 제외하고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진 사람은 루이자의 동생 트리나이다. 그다음, 한 쌍으로 대조되어 자세히 그려진 사람들이 윌의 어머니와 루이자의 어머니다. 안락사를 선택한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기 딸이 고용되었다는 걸 알게 된 루이자
 
 
mini74 2022-10-08 2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락사나 조력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니 정답은 없겠지요. 단발머리님 글 공감하며 읽었어요. 최근에 알랭들롱이 안락사 선택해서 화제가 됐던 기사도 생각납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38   좋아요 1 | URL
네, 미니님 말씀이 맞아요. 딱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랭 들롱 기사는 저도 이 책 읽고 찾아보다가 알게 됐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먼 일 같기는 한데 사회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22-10-08 23: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의 친정부모님이 연명치료 중단 신청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의료보험공단에 같이 모시고 갔다가 저도 같이 신청하고 왔어요. 아직 우리나라의 연명치료 중단은 그야말로 다른 치료법이 거의 없고, 호흡기 빼면 그냥 사망인 정도가 돼야 실시한다고 하더라구요.
존엄사나 안락사 모두 신중해야 할 것은 당연하고 우리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결정권을 논의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처럼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오늘 읽은 책에 안락사가 허용되었을 경우에 나이든 사람에 대한 시선 - 저 노인은 왜 안죽고 굳이 저렇게 민폐끼치면서 살고 있냐 같은 폭력적인 시선도 나올수 있으리라 생각돼요. 그런데 그런 노인에 대한 폄하와 무시의 시선은 지금도 엄청나게 존재하고, 결국 우리 사회가 나이듦에 대한 시선과 태도 자체를 고쳐나가야 하는 문제지 안락사같은 문제에 국한되는건 아니라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어쨌든 쉽지 않은 문제인데 단발머리님의 생각과 함께 저도 앞으로 계속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53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우리사회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결정권을 논의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할텐데요.... 실제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영생의 길로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고독사하는 형국으로 가는 것 같아요.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을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을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자본주의 자체가 생산과 소비, 새 것에 대한 쉼없는 열망으로 지탱되고 있는데 과거처럼 노인이 존경받는 사회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인가. 전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노인을 다른 시선으로 봐야할텐데 이게 사회적으로는 ‘나이듦‘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만 해소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죽음이 ‘강요‘되는 사람들은 결국 노인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더 많이 고민해 봐야겠어요.

공쟝쟝 2022-10-09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중요한 질문, 질문의 질문과 결국 사람에 대한 질문 잘 읽었사옵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합니다^^

수이 2022-10-10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그 점에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역시 단발머리님과 함께 읽으니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다시 한번 좋아요. 저도 앞으로 읽는 동안 단발머리님의 사유의 길, 더불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40   좋아요 0 | URL
저는 ‘살고자‘ 하는 ‘욕망‘에 관심이 많아서 이렇게 읽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비타님이 같이 고민해주시고 답 좀 가르쳐주세요. 네?!?!?!

다락방 2022-10-11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윌의 선택을 이해하고 윌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윌에게는 그것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만약 저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어요. 만약 나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거야. 그런데 이렇게 삶을 선택하면 아주 많은 게 복잡해지죠. 일단 윌처럼 저는 경제적 여유가 잇는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제가 가진 돈도 없으므로 저를 돌봐줄 누군가를 고용할 돈이 없다는 거죠. 좋은 시설이나 훌륭한 간병인을 구하는 것은 저에게 힘든 일이고 그렇다면 가족 중 누군가가 저의 삶을 돌봐주어야 하겠죠. 저는 이렇게 생각하면 제가 삶을 선택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에 다시 맞닥뜨려요. 내가 살기로 선택한 것이 가족 구성원중 누군가의 평생 돌봄노동을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가 살아있는 것이 그래도 가족에게 더 나은 거라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설득하는 것은 가능할까? ‘내가‘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질까? 그렇다면 그래서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렇다면 그것은 순수하게 나의 선택일까?
저는 단호하게 ‘나는 그럼에도 삶이야‘라고 답했다가 몇 가지의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면 ‘그래도 되나?‘를 만나게 돼요.

결국 단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죽음에의 선택이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압박하는 경우를 저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10-14 13:45   좋아요 0 | URL
근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문제인것처럼 죽음도 그러한데 ‘경제적인 것‘ 때문에 결국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를 ‘선택‘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요. 윌처럼 여유가 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사람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면... 사실 현실의 우리네 삶도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모두 좋은 음식, 좋은 집, 좋은 차, 시간적 여유를 원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요.
저는 사실... 윌을 연기한 샘 클란플린 좋아해서요. 샘 헌정 페이퍼 이런 거 쓰고 싶었는데.... 자꾸 생각이 다른데로 달아나네요.

살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할 거 같아요. 압박하지 않으면서 생명의 무게를 맘껏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