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밀한 폭력 -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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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과 아내의 폭력을 같은 성격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남성 중심적 폭력 개념이다. (‘머리말중에서)

 

 

아주 친밀한 폭력, 이 책은 석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쓴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2001)의 개정판이다. 여성주의와 가정 폭력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하되, 가부장제의 축도인 아내 폭력’, 여성의 눈으로 보는 아내 폭력’, 폭력 남편이 인식하는 아내 폭력, 폭력을 수용하는 아내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물이다. 3자로서만, 객관적인 관찰자로서만 존재해야 하는 연구자가 연구대상 혹은 관찰 대상에게 감정이입 되었을 때, 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 연구자는 당사자가 된다. ‘아내 폭력의 연구자가 피해자가 되고, 원치 않게 당사자가 된다.

 

 

폭력에 대한 그녀의 해석은 특별하다. 저자는 폭력이란 권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 의식적인 인간 활동이자 계획된 실천이라고 말한다. 이성을 잃었을 때 폭력이 발생한다기보다는 폭력에 의해 이성이 실현된다는 것이다.(86)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왔던 가정 폭력, 아내 폭력은 집안 문제, 가정 내부의 문제로 치부되어 왔으나, ‘아내 폭력이 인권의 문제로 제기됨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으로서만 한정되었던 여성이 사회적 개인으로 인정되었다는 것이다.(96)

 

가부장제 하에서 가족은 여성을 이성 간의 일부일처제에 묶어 두려 하고 여성의 성을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서만 한정한다.(96) 가족 안에서 여성은 자신과 동등한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 구성체의 하나일 뿐이다. ‘대장이며 주인인 남편은 아내를 교화와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다. 잘못된 행동은 폭력을 통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폭력 남편들은 전치 2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좌상의 상해를 가한경우에도 자신은 아내를 때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폭력은 가정 생활의 일부이다(107). 아내의 가사 노동 소홀을 둘러싼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구타의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며, 시집에 대한 봉사와 시집 식구의 생일, 각종 기념일, 명절 챙기기 등 남편 친척 관리 역시 아내의 역할로 받아들여진다. 아내의 역할에 소홀히 할 때, 시집에 대한 봉사를 게을리 할 때, 며느리에 대한 처벌이 뒤따른다.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아내가 외도했을 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은 나쁘지만, 아내가 외도했을 때는 예외라고 생각한다.(123) 남성의 폭력과 섹슈얼리티는 남편이 아내에게 행사하는 권력의 근본이다.(124) 폭력과 섹슈얼리티는 함께 간다. 구타 후 아내 강간이 이를 증명한다.(125) 일부일처제 하에서 아내의 외도는 처벌의 대상이지만, 남편의 외도는 다른 여성과의 경쟁에서 아내 지위상실을 두려워하는 아내의 헌신과 복종을 가져온다. 아내가 되었을 때, 아내는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하고, 이는 정신적, 육체적 복종과 헌신을 요청한다. 그에 미치지 못 했을 때, 폭력 남편은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내는 생명이 위협받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폭력 남편을 벗어나지 못 한다. 가정을 떠났을 때의 경제적 어려움, 문화적 처벌, 정체성의 혼란, 가족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규범 의식이 피해 여성의 발목을 잡는다. 자녀에게 이혼 가정의 자녀라는 꼬리표를 남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 역시 그녀들을 붙잡는다. 아내는 자신이 당하는 폭력을 남들과 비교해 상대화, 사소화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애써 축소시키고, 남편이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학습된 희망으로 폭력 상황을 견딘다.(163) ‘아내 폭력을 이해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는 가정은 사랑의 공간이기 때문에 폭력이 존재할 리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할 경우, 남편의 폭력을 폭력이 아니라 아내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 믿는 경우도 있다. 폭력이 심할수록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라 믿어진다.(169)

 

피해 여성들은 폭력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맞을 짓을 했다고 믿는다. 그래야만, 그렇게 믿어야만 고통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폭력의 피해자들은 폭력의 이유를 가해자에게서 찾지만 아내 폭력의 피해자들은 많은 수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183) 완벽한 아내 역할에 대한 집착, 원하는 성별의 자녀를 제때 낳는 것 등이 전통과 사회, 그리고 폭력 남편이 아내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이다.(191) 이에 더해 피해 여성은 폭력 남편을 변화시켜야 하는 책임까지 부여 받는다.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은 남자이고 그 남자를 지배하는 사람은 여자따위의 사회적 언설이 남성을 만들어가는 존재로서의 여성을 강조한다. 남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다.(192) 인간은 누구나 자신 외에 타인의 행동을 책임질 수 없지만 부부 관계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197)

 

 

여성의 가족 내 성 역할 수행이 여성의 인권보다 우선시되면서 어머니, 아내로서의 도리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맞지 않을 권리를 유보하거나 사소화하였다. (247)

 

 

12월에는 이사를 했다. 이사 전후로 감기몸살을 앓았는데, 나는 원래 감기에는 약을 먹지 않는터라, 그냥 그렇게 며칠을 끙끙댔다. 첫 증상은 기침이었고, 그리고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그 다음에는 속이 울렁거렸다. 엉망진창의 몸 상태와 이 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본 이상 멈출 수가 없어서 그렇게 책을 읽어갔다. 자꾸 속이 울렁거렸고, 그리고 토할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변해 버리고, 온 맘을 다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기대고 의지했던 바로 그 사람에게 맞는다는 경험을 상상하는 것이 힘들었다. 눈에 밟히는 어린 아이,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 통증, 고통, 헛된 희망과 또 다른 아침을 상상하는 게 힘들었다.

 

자꾸 속이 울렁거렸고,

자꾸 토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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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1-07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힘든 책들을 요새들어
더 자주 만나게 되는듯해요.

컨디션은 좀 나아지셨나요 단발님?

단발머리 2017-01-07 09:4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읽기 힘든 책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시국이 어수선해서 책읽기도 어려운데 ㅠㅠ

저는 많이 나아졌어요. 많이 먹고, 많이 자고.... ^^

AgalmA 2017-01-07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로 사는 것도 특별한 요건이 필요하다 하루키가 말했듯이, 독서가/애서가라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특별한 요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파도 괴로워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걸 멈출 수 없다는 것.
새해 시작을 무겁게 시작하셔서 더욱 힘드셨겠습니다. 건강 빨리 회복하셨으면 합니다.

단발머리 2017-01-07 09:44   좋아요 0 | URL
이번에 이사도 하고 아프기도 하면서 새해를 맞다 보니 아무래도 쓰기를 미루게 되더라고요.
간단히 감상을 적는 것인데도 괜시리 부담이 되고요.
읽기, 생각하기, 쓰기 중에서 읽기가 제일 좋던데요... ㅎㅎㅎㅎㅎ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요.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Agalma님~~~~~

지금행복하자 2017-01-07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가 극성이네요. 쉽사리 낫지도 않고~ 어여 회복하세요^^

단발머리 2017-01-11 10:23   좋아요 0 | URL
감기 더하기 몸살은 좀 오랜만이어서. 오래 누워있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며칠은 환자 모드였어요.
덕분에 오랜만에 죽도 먹고요. ㅎㅎㅎㅎㅎ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지금 행복하자님~~~~

서니데이 2017-01-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감기, 독감 아니어도 힘들더라구요.;;

단발머리 2017-01-11 10:0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늦었네요.ㅠㅠ
많이 나아서 이젠 괜찮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수이 2017-01-0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고나면 성숙된다고 하는데 아프지 않아도 성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면_ 얼마나 좋을까 자꾸 생각합니다. 얼른 나아요. 예쁜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1-11 10:03   좋아요 0 | URL
야나문에 처음 갔을 떄가 작년 1월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노래라도 틀어야 할까요 ㅎㅎㅎ
아프고 나서 성숙해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단 다 낫기는 했어요.
보고 싶은... 아름다운 야나님~~~

cyrus 2017-01-0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증상이 감기가 아니라 독감 같습니다. 정말 빨리 낫기 힘듭니다. 다행히 몸이 완쾌돼서 다행입니다. 다음 주부터 날씨가 다시 추워진답니다. 감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단발머리 2017-01-11 10:0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독감 예방 접종도 안 했었는데... 이렇게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예요.
댓글 감사해요. ^^
cyrus님도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길요~~~

꿈꾸는섬 2017-01-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정말 독감이셨을 수도 있었겠어요. 독감 걸렸던 아들과 증상이 같아요.
이사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아프고 바쁜 와중에도 좋은 글,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7-01-11 10:0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그냥 몸살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일단 열이 안 나서요.
아무튼 이렇게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기는 해요.

제가 더 감사하지요~~
이제 부지런히 읽고 쓰고 해보려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ㅎㅎ
 
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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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스의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오늘날 가장 인기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다시 쓰도록 후원하는 계획이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앤 타일러가 다시 썼다. 식초 아가씨.

식초 아가씨 케이트는 아주 껄끄러운 사람이었다. 친척들은 그녀를 곤란하게 하는 아이, 시무룩한 10대 소녀, 대학 생활 실패자(208)로 기억했다. 그래서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케이트를 치워버리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케이트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아버지 닥터 버티스타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제멋대로인 10대의 표본인 늦둥이 동생 버니를 돌본다. 교사 보조로 일하는 찰스빌리지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실랑이를 해야 한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기특한 큰딸 케이트에게 그녀의 아버지는 비자가 만료되어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연구원 표트르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그와 결혼하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기다리는 가족도 없이 미래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표트르의 사정이 딱하게 느껴진다. 어설픈 외국어지만 진심을 전하려는 표트르의 마음이 가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표트르와의 결혼으로 지긋지긋한 집을 떠나 독립하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 케이트는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결혼식 당일, 닥터 버티스타 프로젝트의 전부였던 실험쥐들이 사라져 버리고, 케이트는 표트르와 결혼해야할 결정적인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결혼을 강행한다.

실험실의 쥐들이 사라져버려 당황하고 화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원래의 성격이 나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표트르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결혼식 이후 표트르는 노골적이게 독단적으로 굴었다. 마치 이제 결혼했으니 멋대로 그녀를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표트르는 그녀가 그놈의 열쇠를 찾아 준 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혹은 먹을 것을 만들겠다고 제안하다니 얼마나 친절한지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272)

 

표트르는 변했다. 수줍어하며 그녀 곁에 앉고, 그녀를 위해 새 수건과 칫솔을 준비하던 그 자상한 남자가 아니다. 자신의 실험쥐들을 찾기 위해 버니의 남자친구 에드워드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고, 에드워드를 제압해 실험쥐들을 구출해 내는데 거침없이 무력을 사용한다. 계속해서 그를 돕는 케이트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리우 부인에게 소리를 지른다.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버니. 좀비처럼 얼빠져서 그를 쫓아다닌다며 케이트를 비난하고, 시민권을 얻기 위한 그들의 결혼을 조롱하고,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옷차림을 비웃는다. 그런 버니에게 케이트가 말한다.

 

어떤 방식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대하도록 해. 하지만 그가 누가 됐든 그 사람이 가엾구나.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아프거나 간절하거나 슬픔에 휩싸여도, 상심하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큰 죄책감에 시달려도, 뭔가 대실패를 할 순간이어도 그들은 , 난 괜찮아요. 모든 게 좋아요라고 말하지.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 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 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제발 버니, 우릴 좀 봐줘!” (308)

 

지나가다가 케이트에게 한 마디.

케이트야. 남자라면 강해야 하고, 자신의 고민을 숨겨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고 설파하는 그런 문화는, 남자들이 여자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 남자들이 만들어내 허상이야. 오히려 여자들은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남자들을 좋아해.

케이트야.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며 살면서 레이더가 완벽해지지만 남자들은 다르다구? 그런 레이더는 여자들도 원하지 않아! 그런 레이더를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 때문에 여자들은 레이더를 가동시키면서 사는 거야. 남자로 사는 게 힘들지. 그래, 인생은 다 힘들어. 요즘에는 이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들다. 실망과 분노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겨울바람 맞으며 광장에 6번을 나가고 평화의 상징 촛불이 거대한 분노의 횃불로 번져갔지만 우리는 이번 주 금요일 오후까지는 안심하지 못해, 안절부절 또 이 한 주를 보내야한단다. 그 얘기는 그만하자. 마음이 아프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 건 참 기쁜 일이기는 한데. 너는 1장의 당당한 케이트가 아니구나. 정통 보수 말괄량이도 아니면서 너는, 길들여졌구나.

누구를 탓하겠니. 원작이 셰익스피어인데.

나도 널, 탓하지 않을게.

너까지 미워할 여력이 없어서 그래.  

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 있어.

있어,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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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12-19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반가워요~ ^^
비록 모니터로 글을 읽는 게 힘들어서 주르륵 내려서 댓글만 달아요~ㅠ
광주는 지금 비가 내려요~
이 비 그치면 정말 추운 겨울을 제대로 만나게 될 듯...

서울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무에 바쁜지 일정을 못잡아서....
새해를 기약해요!!

단발머리 2016-12-30 08:2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이번달에 이사하느라 하는 일 없이 바빠서 답글이 늦었어요. ㅠㅠ
서울은 요 며칠 추웠는데 오늘 오후부터 풀린다고 하네요.
날씨는 추워도 따뜻한 겨울, 포근한 연말 보내시길요~~~

새해에는 뵐 수 있기를요~~~ ㅎㅎ

서니데이 2016-12-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단발머리 2016-12-30 08:2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ㅎㅎ
항상 다정한 댓글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니데이 2016-12-3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연말이 되어 새해인사 드리러 왔어요.
올 한해도 좋은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일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단발머리 2017-01-03 16:1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알라딘에서 좋은 분들 알게 되어 참 좋아요.
먼저 챙겨주시고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평안한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3-07-28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글, 아니 <암컷들> 글에 댓글을 달고 새삼스레 단발머리님은 2013년부터 글을 쓰셨구나. 하면서 한 번씩 눌러보다가 눌러보다가 이 글을 발견해버렸습니다.
(이미 ‘좋아요‘는 전에 눌렀네요)

제가 22년에 했던 생각을 단발머리님은 16년에 하셨구나... 어쩜 이리 비슷한가... 하면서 6년 더 읽으면 단발머리님만큼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반가워서 댓글 남기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7-28 18:43   좋아요 1 | URL
제가 알라딘 온 거는 2011년인데요. 본격적으로(?) 쓴거는 2012년이구요. 근데 비공개로 돌려야할 글들이 좀 있구요. 아니, 많이 있습니다요.

6년 더 안 읽으셔도 됩니다. 수하님 이미 넓고 깊게 읽으시고 쓰시고 계시니까요.
우리 오래오래 행복해요, 수하님! 날이 쫌 더워도 말이지요!
어디 가시면 안 돼요!!!!!!!!!!!!!!!!!!

건수하 2023-07-28 20:42   좋아요 1 | URL
2013년부터 카테고리가 정리되어 있우수 그런 줄 알았네요. 비공개로 돌리시기 전에 그 글들을 읽어보고 싶지만 글이 참 많네요… ^^

전 2021년부터 서재 구경을 시작했는데, 그새 자주 만나는 분들이 좀 바뀌었어요. 제 마음이 어떻게 될 진 저도 모르지만.. 최대한 오래오래 행복하기로 해요, 단발머리님! ☺️
 
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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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는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네 명의 세계적인 명성의 지식인들이 멍크 디베이트Munk Debates의 토론자로 나서 총 3,000명의 시민들 앞에서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찬반 토론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가 한 팀이고,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있다는 주장 반대편에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가 선다.

스티븐 핑커가 인류의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제시한 것은 다음의 10가지다. 인간의 생명(수명이 3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 것), 건강(인류 역사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천연두와 우역의 완전 퇴치), 물질적 번영, 평화, 안전, 자유(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열린 사회에 살고 있음), 지식(세계 인구의 82%가 기초 교육을 받음), 인권, 성 평등, 지능의 지속적 향상(35). 스티븐 핑커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좋고 나쁜 일의 발생 빈도를 그 근거로 제시하며 인류는 더 나은 미래로 전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말콤 글래드웰은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있어왔던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그 질문이 미래에 대한 것이라면, 인류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25년 전에 걱정했던 만큼 기근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들은 더욱 강력해졌고, 이러한 위험들은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규모의 타격을 인류에게 줄 것이라고 말한다.(69)

매트 리들리는 간단한 예로, 휴대전화가 전쟁을 악화시키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아프리카의 서민들도 싼 비용으로 모바일 뱅킹을 하고, 자기 번호를 널리 알려 일자리를 구하고, 친구들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각 개인의 삶이 놀랄 만큼 좋아졌다고 주장한다.(75)

이에 반해 알랭 드 보통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그들의 물질주의적 관점에 반대한다. , 인류의 삶은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향상되었을지 몰라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핵무기의 위협에 대해 말한다. 스티븐 핑커의 주장대로 핵무기가 80% 감소했다는 것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지금 지구에 남아있는 20%의 핵무기만으로도 우리 지구는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토론 전 투표 결과는 찬성표가 전체의 71%, 반대가 27%였다. 토론이 끝난 후 최종 투표 결과는 찬성 73%, 반대 27%로 승리는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 팀으로 돌아갔다. 옮긴이는 번역을 시작할 당시에는 진보에 찬성하는 쪽이었는데, 번역을 끝낸 당시에는 거의 중간 지점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로 말하자면,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만,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사회적, 경제적 비용과 각 시설이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고려할 때,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의 의견이 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조금 더 잘 살게 되었지만, 훨씬 더 위험해졌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우리가 낙관론을 따르기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을 줄 다른 종류의 철학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 남을 용서하고 친절히 대하고 서로 공감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함이 있는 피조물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에서는 우리의 결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우리는 자신을 좀 편하게 대하고 최대한 겸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겸손입니다. (53)

 

사피엔스의 미래』 읽기는 이렇게 끝났다. <트럼프 당선 확실>의 뉴스를 보고, “엄마, 미국 개망했다.”라고 했더니, 엄마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 우리가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니지. 트럼프의 미국과 최순실의 한국 중 누가 더 멘붕인가를 겨루는 이 암담한 상황에서 생각하는 사피엔스의 미래.

 

사피엔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출처 :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77595&memberNo=11466887&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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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11-1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나요..우리 종 사피엔스의 미래는 있는 거겠죠? 우리는 늘 그랬듯이 답을 찾겠지요?

단발머리 2016-11-16 08:57   좋아요 0 | URL
우리 종의 미래보다 미국의 미래보다 우리 국민들의 미래가 더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ㅠㅠ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전 믿어요. 그렇다면 저도 낙관론인가요...
 
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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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을 가다는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이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시작점은 불평등이다. 장 지글러가 인용한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4, 루소가 디종 아카데미의 현상 공모에 응모한 논문이다. 주제는 인간들 사이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였다. 루소는 근본 오류, 즉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행위는 사적 소유의 도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55)

 

한 뙈기의 땅에 울타리를 두른 후 이건 내 것이라고 말할 대책을 생각해내고, 그 말을 믿을 만큼 충분히 순진한 사람들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야말로 부르주아 사회를 세운 진짜 창시자다. .... ‘이 사기꾼들의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라. 결실이 모두에게 돌아가고 땅이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는다면 그대들은 절망적이다.” (56)

 

지금이 바로 그 절망의 시대이다. 이러한 절망은 사적 소유의 도입 때문에 생겨났다.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은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게 했고, 이것을 제도적으로 완성시켰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적게 가진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빼앗겨 버렸다. 계층간의 간극은 더 벌어졌고, 최상류층은 불평등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라 종용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그 대가를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을 자신의 탓이라 믿게 되었다.

장 지글러는 오늘날 인간들 간의 불평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우리 행성에서 같은 인간을 잡아먹는 잔인한 경제 질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60) 이것은 개인 간의 불평등이기도 하지만, 국가 간의 불평등, 대륙 간의 불평등이기도 하다. 그의 주장은 여러 통계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는데, 이를 테면 세계 인구 중 16퍼센트가 지구의 자산 84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거나, 2007, 2008년 금융시장 붕괴로 전 세계 굶주리는 사람들의 수가 6,900만 명 더 많아졌으나, 그럼에도 갑부들의 재산은 금융 위기 이전보다 1.5배나 많아졌다는 것 등이다.

 

세계 식량 농업기구(FAO)세계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인당 하루 2,200킬로칼로리를 보급할 경우, 현재 생산력 수준만으로도 대략 120억 명을 부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이 순간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와 굶주림의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65) 수백만 명이 굶주림 속에 죽어가는 현재의 상황은 식량 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식량에 대한 접근성과 관련이 있다.

소비에트 제국의 종말로 양극으로 나뉘어 대립하던 구도가 사라지고 이로써 서양의 정치 및 금융 권력 지배계급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1989년 세계은행 부총재이자 수석 경제연구원인 존 윌리엄슨은 워싱턴 컨센서스(중남미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국식 자본주의 국가발전 모델)를 공식화했다. 그 기본 원칙은 국가적인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것들도 가능한 한 빨리 모든 규제 기관들을 철폐하고 가능한 광범위하게(상품, 자본, 서비스 등을 위한) 시장의 자유화를 달성하며, 마지막으로 국적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 즉 외부의 규제 없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단일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한다.(95)

 

부자들의 수입에 대한 조세 부담의 감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 금융시장 제한 철회, 외국 투자의 안정 보장, 국가 소유 또는 학교, 병원, 운수기업, 수도 및 전력 공급 등과 같은 준국영 법인소유의 민영화, 규제 완화, 사유재산 보호 강화, 관세 인하, 국가 재정적자 최소화등의 조치를 통해 국적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단일한 세계 시장을 마음대로 운영토록 하는 것이 이들 세계 거대 자본의 목표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도 대가를 얻지 못하고 노동의 현장에서 소외된다.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인간을 상품사회에 기능하는 것으로 축소함으로써, 인간을 노동의 산물에서 소외시킨다. 일에서는 보람을 찾을 수 없고, 미래를 꿈꾸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의 근본적인 이유가 사회 구조의 불합리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견디어낸다.

부의 추적에는 객관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스미스와 리카도의 이론은 틀렸다.

 

돈이 돈을 생산한다. 돈은 권력과 지배의 수단이다. 또한 지배하고 싶은 욕망은 근절할 수 없고, 그 욕망에는 객관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102)

 

평생, 혹은 자신의 자식 평생 동안 쓰고도 남을 돈을 축적해놓고도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돈이 돈을 생산하고, 권력과 지배의 수단으로 기능할 때,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추구한다. 그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 공산주의적대안은 사라졌다.(153) 세계화된 금융자본과 극단적이고 비판적으로 단절할 길을 모색하는 일은 우리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다.

장 지글러가 비판하는 또 한 가지는 국가 권력에 대한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설명하고, 국가가 권력자들의 무기가 되었던 역사적 과정과 사실에 대해 서술한다. 관료들이 권력에 기생하여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를 추적하고,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국가이성의 사악함을 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개입을 통해 학교, 대학, 문화시설, 병원, 사회안전망, 노동재판소, 피고용자와 연금 생활자와 실업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기관들이 존재하며, 최소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공정함이 보증되어 왔는데, 이 마지막 보루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것 또한 지적한다.(193)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권력 신장, ‘소수 국가의 신자유주의 도그마, 세계의 민영화, 이 모든 것은 점차 국가들의 규제력을 약화시킨다. 확장된 금융자본의 힘은 의회와 정부를 짓밟는다. 그것은 대부분의 선거와 거의 모든 국민투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것은 공공기관의 규제 능력을 해친다. 그리고 법을 질식시킨다. (193)

 

장 지글러는 함께 살고자 하는 바람’, 국민 구성원 다수가 공유하는 역사에 대한 공동의 비전과 영토 및 언어를 통해 새롭게 탄생된 국민들이 이러한 위협에 맞설 수 있다고 말한다. 문명을 위협하는 인종주의를 배격하고, 실패한 탈식민지 원민족들의 비극을 치유하며, 자본주의 이전의 전통사회가 지닌 역동적인 힘을 복구함으로써,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전통적인 종족들의) 역사는 오직 다음과 같은 물음처럼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들만 다룬다. 인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지구에서 인간의 과제는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죽는가, 그리고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신과 관계를 만들어내길 바랄 수 있는가? 아프리카의 구전 전통은 물화되지 않은 구체적인 자기해석의 체계다. 이 체계를 통해 사회는 자기 자신을 설명한다.(323)

 

더하여, 눈에 띄지 않는 밤의 인류애가 전 세계 남녀 수천 명을 집결시킴으로써, 역사의 최종적 목표, 즉 연대적인 사회의 건설, 인간의 인간화, 인간의 무한한 창조적 힘, 행복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민사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길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전 세계적인 독재와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장 지글러는 이러한 운동의 중심점이 도덕적 명령과 격분, 세상의 혼돈에 대한 분노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남쪽과 북쪽에서, 동쪽과 서쪽에서 바람이 일고,

민중의 희망이 저항전선들에 의해 공고해질 때.(356)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밤은 열두 시간이고, 그다음엔 낮이 온다.

낮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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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 대선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부터 불평등, 빈부격차 문제가 다시 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문제가 단순히 좌파들이 고민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단발머리 2016-11-03 14:27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불평등을 조장하고 고착화시키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정혜신의 사람 공부 공부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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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한 치유

내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자각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이 있는 사람, 그것이 타고난 치유자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공부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지식은 교과서에 적혀 있는 지식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일 거예요. (77)

밥상이나 뜨개질처럼 우리 일상 속 도구들에 숨어 있는 치유적 요소를 더 효율적으로 극대화시키는 것, 그것이 상처 입은 사람에게 가장 깊고 빠르게 스미는 치유제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입니다. (94)

    

 

2. 건강한 갈등

건강한 갈등과 모순을 견뎌야 오래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지금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나 하나만 돌볼 수 있겠어, 지금 내 삶은 좀 희생해야지그러면 길게 가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적인 욕구와 욕망을 완전히 탈색하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 내가 조금 더 오래 버티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끊임없이 나를 챙기면서 나름 이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보호를 합니다. 이웃의 이명수 대표와 저는 부부로서 둘의 개인적인 시간을 언제든지 놓치지 않아요. (103)

 

 

3. 노란 리본

세월호 희생학생의 오빠가 죽을 만큼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아이가 전철을 타고 가던 중에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단 학생을 봤대요. 그런데 그 순간 세상이 다 잊은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그 때부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 노란 리본은 그런 상징물입니다. 꼭 달아주세요. 그 순간 우리는 모두 치유자가 돼요. (116)

     

사람은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고, 모든 사람은 개별적인 존재라는 것, 사람의 마음속에는 서로 모순된 여러 감정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임을, 전문가가 아니라 내가 나의 일상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개별적 존재로서 한 사람의 삶과 사회적인 연대를 하는 공익적 삶 사이의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가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노란 리본 달기를 계속해야겠다, 다짐했다.

서울대 백선하 같은 의사가 있는가 하면, 한국에는 이런 의사도 있다. 선생님,을 붙이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아니 자랑스러운 의사 선생님이 있다. 정혜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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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0-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라는 성경 구절이 생각 납니다. 단발머리님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16-10-18 10:3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알고 있는 것에 넘어서서 말씀을 실천해야하지요.
항상 부끄러운 1인입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2016-10-18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0-23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란 리본을 실천하는
단발머리님 멋집니다.
이책 읽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단발머리 2016-10-26 21:28   좋아요 2 | URL
부끄럽습니다.
앞으로도 노란 리본을 실천하는 1인이 되겠습니다.
북프리쿠키님도 함께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