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 중독과 가난. 중독은 극빈의 생활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중독의 손아귀 안에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미 가난할 때만 가난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정신 질환은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서 정신 질환 그 자체나 중독에 성공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 - P62

아들이 열다섯이 된 이후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 나이에 내가 하던 일들을, 성매매가 내게 한 짓들을 때때로 생각한다. 성매매로 인해 몸 안에서 느꼈던 역겨움,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고 뒤틀어놓았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인정하지 않고는 나의 어린 삶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숙고해보는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달했다. - P112

사회적으로 더 권력 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 P127

여기서 타락의 상호작용이라 함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남성의 마음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성매매 여성이 고의적으로 이용하여 조종한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인위적인 조작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남자에게는 필수적으로 그렇게 하게 된다. 성매매에서는 이를 수행해내는 능력이 요구될 뿐이다. 이것이 성매매 여성이 일종의 자율성을 지닌다는 증거는 아니다. 이런 종류의 구매자는 조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주인‘을 알아봐야만 한다는 증거일 뿐이다. 한 가지 이유이다. 그것이 성적으로 그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통제력을 가진다기보다 그렇게 인식하고픈 남성의 필요가 그 중심에 있다. - P133

그 남성은 생리혈에 성적으로 도취되었다. 그의 성향은 평생 성매매 여성을 방문하도록 이끌었는데, 당연히 사생활에서 만나는 여성들과는 이런 욕망을 공유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성매매를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자신과 인생을 공유하는 여성에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이성적으로 기대를 할 수 없는 변태 성향을 다른 계층의 여성에게 떠넘기려는 남성의 고집이다. 여성들은 존중과 경멸, 품위와 천박, 존경과 비난이라는 두 부류로 구별되게 나뉜다. - P145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라는 생활 방식에서 자신을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로 정신적 측면에서 스스로를 분리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성매매 여성의 행위에 전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특성이다. 구매자가 진정한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게끔 극도로 거부하는 모습은 실제로 성매매에 유입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거부를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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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23 1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 두번째 읽는데도 왜케 좋아요. 탈성매매하고 약물중독으로부터 빠져나온 레이첼 모랜은 너무나 대단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저는 너무나 놀라운 것이 엄마를 비롯한 자신을 그렇게 자라게 했던 어른들과 그리고 고통스러운 성매매 시간들을 통해서 만났던 수많은 성구매자 남성들을 보면서도, 그녀는 혐오나 분노로 똘똘 뭉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정말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부정적인 감정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더라고요. 정말이지 대단한 성찰을 하는 작가인것입니다!!

단발머리 2023-10-24 19:0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저도 이번에 읽으면서 다시 감탄에 감탄을... 정말 멋지고 용감한 사람이에요.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도 멋지고요.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기르는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자기는 그 속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는 죄책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새로 일궈낸 게 너무 멋져요. 10년 걸렸다고 그러잖아요. 이 책 쓰는데.... 눈물과 피와 땀으로 쓴 책이 맞는 거 같아요.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1.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책에 적어둔 바로는 작년 8월에 이 책을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었다. 선생님의 책은 내게 경전과 같아서 나는 밤마다 선생님의 글을 두 꼭지씩 읽는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든, 바로 전에 무슨 생각을 했었든, 선생님의 책을 펼치면, 펼치기만 하면 오직 그 생각만 하게 된다. 이번에 밑줄을 그은 부분은 여기.

 


분단(分斷) 체제의 기반은 이분법이고, 이분법은 문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논리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의 문해력이 낮은 근본 원인은 분단과 식민주의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남한 사회의 문해력은 외부의 기준에 따라 좌우됐다. 반미, 반북, 친일……… 이와 관련한 언설이 그 자체로 '생명 줄이거나 '()국가'인 사회에서 어떻게 문해력을 논하겠는가. 국가보안법은 국가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인간과 지식 모두를 압살해 왔다. 그러나 색깔론도 국가보안법도 여전히 활발히 작동하고 있다. (94

 


우리(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우리)의 정치 현실,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이분법의 결과이고, 이에 대한 궁극적인 원인은 당연히 분단이다. 상대편이 빨갱이인데 어떻게 말을 나눌 수 있겠는가. 상대편이반국가세력인데, 어떻게 마주 앉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남북이 통일될 때까지 두 손 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면, 중동의 저 비극이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 두어야 한다. 핵우산, 핵공조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말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하며,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2. A politically Incorrect Feminist

 


원래 계획은 차근히 읽으면서 한글책과 비교하면서 미국 여성사, 여성 운동사를 일부라도 정리하는 거였는데, 그랬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에는끝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오북도 미뤄두고(오디오북 구입한 사람) 가열차게 읽어나갔고, 그래서 오늘 완독의 기쁨을 누리는 뜻깊은 날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 부분을 여러 번 인용하기는 했는데, 굳이 다시 한번 인용해보면.

 


베티는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자주 썼다. 우리가 전부 눈을 아래로 깔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당황하거나 기분이 더러워진 것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도 베티는 본인 모습 그대로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 역사를 바꾼 수많은 남자들이 그랬듯, 베티 역시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성미가 고약하고 난폭하며 거칠고 말도 안 되게 집요했다. 그리고 통제 불능의 술꾼이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220)

 


그러니까 베티 프리단만 그랬다는 게 아니다. 케이트 밀렛도, 안드레아 드워킨도, 그 밖의 위대한 모든 여성들도 모두 다 인간이.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지적인 연구 및 탐구의 성과로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각성의 자리로 이끌었지만, 그들 역시 인간이었으므로, 질투하고, 시기하고, 원망하고,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 이상으로 의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니, 천재로서의 위대함과 감출 수 없는 약점을 동시에 가진 그런 인간. 때로는 실수하고, 오해하고, 관계를 끊어버리고, 그리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그런 인간. 흔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여성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여자도 인간이니까.

 


















3. Unfortunately yours

 


무려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날아온, 내 진정 사랑하는 나만의 그대여. 이제 로맨스 그만,이라고 외쳤던 사람은 누구인가. 첫 챕터가 어려워 고심하던 1인은 읽던 책을 직장에 두고 와 무심히 책을 펼친 어느 날 밤, 무려 80쪽의 폭풍 리딩을 감행하고야 마는데... 네이비 실 출신의 남주와 사업가 여주의 강렬한 만남, 만날 때마다 폭발하는 육체적 매력과 가짜 연애를 충족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들의 합작이 발랄하고 재미있는 로맨스 한 편을 완성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주는 아닌데, 건장한 남성의 근육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더더욱 즐거운 독서가 될 듯하다. 줄거리 위주로 빠르게 읽어나간 나로서는, 근육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였다. , 많이도 부족하였다.

 


내가 좋아했던 장면은 여기.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두 사람은 크게 싸우게 된다. 여주는 너무 화가 나서 남주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말하는데, 방에서 나가지 않은 채 버티던 남주가 말한다. 나 지금 질투하는 거야! 이런 사랑 싸움을 원래 이렇게 하는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이 부분이 좋았다. 문을 쿵 닫고 나가버려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거나, 오해가 더 커지도록 방관하는 게 아니라, 나 지금 질투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거. 그 질투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고 있음을 말하는 거.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전이라면 입 좀 다물고 있어! 라고 말하는 거. 그런 게 좋았다. 그거 말고도 좋은 거는 많은데, 지면이 부족한 관계로.

 



큰애가 근사한 커피숍에 데려간다고 해서 따라나섰던 어느 날, ‘읽고 있지않은 책을 부러 들고 나갔다. 오늘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4. 504 Words : 우리 시대 지성들이 매일 쓰는 바로 그 단어

 

 

영어에 대한 사연은 항상 슬프게 끝나니까, 그만두기로 하고. ‘300 워드읽고 싶어요한 것을 보시고 친절한 라파엘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기대가 매우 컸었는데, 레슨 1부터 하기 싫은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으나. 이미 구입한 책, 게다가 스프링 분철까지 했던 터라, 1과를 시작했다. 1과 다음에 2, 그다음에 3, 이런 식으로. 하루에 한 과씩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부를 마치고는 1줄 감상을 썼다.

 

20231011 : 완전!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했다.

20231012 : 반만 하려다가 겨우 반을 더 했다.

20231013 : 까불면서 풀다가 그림 퀴즈 틀렸다.

20231017 : 어제 못 해서 2개 하려 했는데. 할까말까 고민 중이다. (결국 못 함)

20231018 : 아침에 해야겠다, 는 건설적인 생각을...

20231019 : 그림 퀴즈가 제일 어려운 건가? 아니면 센스 부족?

 

 

















5. Edible Economics

 


이 책을 왜 샀냐면, 장하준 박사의 인터뷰를 읽다가, , 그 책은 영어로 썼겠구나, 하면서 책을 찾아보다가, 13,580원짜리 저렴한 버전이 있어 아, 이거 하나 살까 하다가, 더 큰 사이즈의 페이퍼백(17,800)이 있어서 이거다 싶어, 구입한 게 아니고. 사실은 알라딘에서 적립금 만료일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샀다. 아마존에서 미리보기를 읽어봤는데, 읽을 수 있을 거 같다는 희망이 생겼고. 1페이지 읽고 싶으신 분은 여기로.

 





다 읽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는데, 일단 시작은 했다. <504 Words> 사놓고 할까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1인으로서 느낀 건. 역시, 시작이 반이다. 시작하면 하게 되고, 중단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마친다. 언젠가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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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21 1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경이군요! 정희진쌤 글은 ㅋㅋㅋㅋ 밤마다 두꼭지씩....🤭
정희진쌤 보고 계십니까?!
그나저나 저도 슬슬 5권 읽을때가 된 것 같네요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10-21 11:10   좋아요 2 | URL
저도 5권 아직 안읽었는데, 다음 달에..

단발머리 2023-10-22 13:13   좋아요 1 | URL
은오님 / 싹~~ 씻고 식탁(?)에 바로 앉아서 두 꼭지씩 읽습니다. 4권 두 번 읽어서 이제 1권 읽으려고요. 제 최애는 4권인데, 5권이 제일 밀도가 높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참고 바래요^^

햇살과함께님 / 5권의 행복하고 진지한 논의가 은오님과 햇살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어서 오세요!!

2023-10-2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10-21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폰 좋은 걸로 바꿔야 할까요. 아니면 제 센스 부족으로 제 사진은 엉망진창 인걸까요? 저도 놓고 있던 영어책 붙들어야 하는데, 네이비 실 저는 너무 궁금한데, 그런데 저는 뭘하는 걸까요? 저도 오늘 까페 가서 책 좀 읽으려고 준비해가지고 나왔습니다. 지금은 잠깐 순대국밥 먹으러 왔어요. 🙄

잠자냥 2023-10-21 11:53   좋아요 2 | URL
순대국밥 ㅋ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폰 바꿀까 생각 중인데… 나가기 귀찮다…

다락방 2023-10-21 13:07   좋아요 1 | URL
얼른 바꿔가지고 와요. 그리고 책장 사진 업데이트 부탁합니다! ㅋㅋ

잠자냥 2023-10-21 13: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나가려다 다시 누운자…

단발머리 2023-10-21 15:27   좋아요 0 | URL
여러분! 바꿔요! 잠자냥님도 다락방님도 오래 쓰셨어요 ㅋㅋㅋㅋㅋ 새 책장 사진을 위해서라도! 돈까스 먹으러 나가는 중인데 순대국밥 먹을까요? ㅋㅋㅋ

잠자냥 2023-10-21 14:52   좋아요 1 | URL
우웅 아직도 누워 있는 1인….

단발머리 2023-10-21 17:11   좋아요 0 | URL
일단 고객님! 오늘 개통은 어려우시구요. 그럼 어떻게…. 다음주에 진행하시는 거로 할까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22 16:18   좋아요 0 | URL
어제 귀차니즘 극복하고 바꾸긴 했어요. 그런데…. 새 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무슨 일이야… ㅠㅠ 암튼 이건 구폰… ㅋㅋㅋ

다락방 2023-10-22 17:55   좋아요 0 | URL
오옷 😱 어떤걸로요?

단발머리 2023-10-22 18:07   좋아요 0 | URL
저기 저… 새 친구 앞뒷모습 사진 좀… (굽신굽신)

잠자냥 2023-10-22 20:10   좋아요 0 | URL
안 알랴쥼 ㅋㅋㅋ
 















나는 경험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말에 회의적이다. 다른 경험이 다른 생각과 느낌을 전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변화에까지 이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양육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랐던 어린 시절은 인생 전체를 돌아볼 때,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가난의 수모와 무언가의 결핍과 쓸쓸함과 고적함과 외로움이 인생 어느 순간에 자신을 만들어 가는 좋은 재료가 될 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좀 순진한 편이고, 아직도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경험이 그렇게나 중요하다면, 경험되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게된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경험의 최대치가 상당히 축소된다. 이를 여성주의의 주제로 가져오면 더 복잡해진다. 당사자 혹은 피해자만 말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너는 몰라, 너는 내 사정을 몰라, 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세상 속에는 직접 경험한 사람들만 말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을 갑작스럽게 사고로 잃은 일이 그렇고, 꽃같이 예쁜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이 그런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겪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그런 일들이 세상에 있기는 하다.

 


페이드 포의 저자는 7년 동안 성산업에 종사하였다. 글쓴이의 포지션, 누가 말하는가는 페미니즘의 중요한 이론적 주제이다. 모든 글쓰기는 자기재현이지만, 경험이 저절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은 정치적, 인식론적으로 선택되고 구성된 기억이다. 체험과 글쓰기는 또 다른 영역이다. 경험과 지식, 독서량과 무관하게 글에는 소재의 제한이 '있다'. 당사자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도 있지만, 실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쓸 수 없는 혹은 쓰기 어려운 글이 훨씬 더 많다. (<추천사> 정희진, 글쓰기의 정치학과 윤리를 생각한다, 9)

 


이번에 두 번째로 읽는데도 참 힘들다. 나는 여성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는 일이 힘들거라고 추측한다. 그렇게 힘들게 한 줄, 한 줄 이 글을 써 내려갔을 저자를 생각하며 읽는다. 이 책은 그렇게 힘들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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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19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힘들면서도 짜릿하기도 해요. 한 여성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이런 성찰을 하고 그걸 보여주는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 좋은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이 글쓰기를, 말하기를 멈추지 않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면서도 짜릿하게 읽고 있어요. 저는 레이첼 모랜의 이 책이 너무 좋아서 가슴이 벅찹니다.

자, 힘냅시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3-10-19 11:3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어떻게 경험으로부터 이런 통찰을 얻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힘들면서도 짜릿하다는 다락방님의 그 말을 저도 쪼금은 이해할 거 같아요. 마치 근력운동과 같은 느낌 아닐까요. 힘든데 시원하고, 다 끝나면 개운하고요 ㅋㅋㅋㅋㅋㅋ(운동 1도 안 하는 사람의 상상)

독서괭 2023-10-19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힘들어요. 아까 잠깐 읽는데 다시 읽는 부분인데도 숨이 턱 막혀서 멈췄어요 ㅠㅠ 열다섯은 아이임이 분명하다는 부분. 너무 속상해요.

단발머리 2023-10-19 18:42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힘드니깐요. 든든히 먹고 힘내서 읽자구요. 저도 이제 막 저녁 먹고 이어서 읽으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10-19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앞장들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그냥 숙연해지더군요.
뒷부분으로 넘어갈수록 읽는다는 행위가 만만치 않겠구나! 어쩌나...싶은 마음이 들었구요.
그래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 될 것이란 예상도 듭니다.
늘 그러했듯 말이죠.^^

단발머리 2023-10-19 20:2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쉽지 않은 책인데 그래도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서.... 우리 서로를 의지하며 이렇게 읽고 있네요.
책나무님도 간식 준비해두시고 든든한 상태에서 찬찬히 읽으시길요. 저 지금도 읽고 있어요^^

유수 2023-10-2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 없어서 미뤄뒀는데 역시 읽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23-10-21 10:19   좋아요 1 | URL
읽기가 힘들어요, 유수님.... 근데 읽어야 되고 알아야 되서 읽습니다. 우리 같이 힘내서 같이 읽어요!!
 



원서편.

이제 자러 들어가는 길목에 락방님이 이런거 좋아한다니까 올리는 페이퍼.

지난 주말에, 나도 모르게 구입했던 원서들 (읽은 건 2권) 정리하면서 찍어둔 사진들. 나도 그랬네요. 겹치고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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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10-18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밑에 쓰다만 노트들도 나왔….😳

잠자냥 2023-10-18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지저분하면서 깨끗하다…
벌써 자요?!

단발머리 2023-10-18 22:29   좋아요 0 | URL
한쪽길로 가시죠… 지저분 ㅋㅋㅋㅋ 저 책들 일단 어디로 좀 치워야 또 살 수 있어요. 눈이 반은 감겼어요 🥱잠자냥님 체력 좋으시네!!

잠자냥 2023-10-18 22:30   좋아요 1 | URL
단발님 폰 기종 뭐예요?

단발머리 2023-10-18 22:33   좋아요 0 | URL
아이폰 12 (몰라서 작은애한테 물어봄)ㅋㅋㅋㅋ 이요

잠자냥 2023-10-18 22:33   좋아요 2 | URL
역시… 오늘 은오 사진하고 단발 님 사진 보니까 폰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아이폰8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18 22: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결심이 그 쪽으로 가는군요? 15 사시면 되겠네요.
예약 들어가시지요, 고객님! 오래 쓰셨어요!!!!!!!

유부만두 2023-10-18 22:36   좋아요 2 | URL
여긴 아이폰7 입니다. (삐거덕)

단발머리 2023-10-18 22:39   좋아요 1 | URL
이렇게 하시죠.
잠자냥님은 더하기 7 = 아이폰 15
유부만두님은 더하기 8 = 아이폰 15

유부만두 2023-10-18 22:45   좋아요 3 | URL
난 폰은 살살 쓰고 아이패드 미니 작년에 사서 전자책 북플 엘레강스하게 해요. 그럼 뭐해요. 책장은 방마다 뒤메질 월드.

은오 2023-10-18 22:50   좋아요 3 | URL
15가 나온 마당에 밖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78 홈버튼 기종까지 등장하는 알라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 11시리즈도 너무 말짱해서 16 17은 나와야 바꿀 듯....

단발머리 2023-10-18 22:5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난 아직도 가끔 홈버튼이 그리운 옛날 사람… 홈버튼 다시 나와라 🙄

은오 2023-10-18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ㅏㅏㅏㅏㅏㅏㅏㅏ대박!!!!!

단발머리 2023-10-18 22:33   좋아요 0 | URL
여기 두 칸과 그 옆에 반쪽이 내 책장이에요. 그 옆에옆에는 나랑 안 친한 책들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8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제가 알라딘에서 본 책장중에 제일 제취향입니다...
원서... 가지런하면서도 은근 자유분방하게 가로로도 세로로도 꽉꽉 들어차 있는 책들......🥹

단발머리 2023-10-18 22:37   좋아요 1 | URL
저는 잠자냥님 서재를 지향합니다. 시리즈별로 착착착! 깔끔함 대원칙의 실행과 실천… 원서는 모으는데 방점을 두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젠 읽으려고 합니다!

유부만두 2023-10-18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 사진 찍어보려 했으나 성한 칸이 하나도 없어요;;; 죄다 지저분에 복층 이중거치에 분류가 없는 혼돈의 위아더 월드 ㅜ ㅜ 나 러시아어 교재도 있고 쇼세키 원서에 중국어 소설도 있음;;;;; 왜냐고 묻지 말기.

단발머리 2023-10-18 22:40   좋아요 1 | URL
그 혼돈의 위아더 월드를 락방님이 제일 좋아합니다! 서재는 역시 뒤메질이죠!
얼른 찍어주세요~~~

단발머리 2023-10-18 22:42   좋아요 0 | URL
쇼세키 원서 사진 기다릴게요 ㅋㅋㅋㅋㅋㅋㅋ 그 안에도 찍어주시길ㅋㅋㅋ

잠자냥 2023-10-18 22:44   좋아요 2 | URL
만두 님 책장이야말로 궁금 완전 흥미진진할 듯. 만화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다양함

단발머리 2023-10-18 22:45   좋아요 0 | URL
흥미진진 개봉박두!! 🤤🤤🤤

유부만두 2023-10-18 22:54   좋아요 2 | URL
개봉 안혀~ 못혀~ 만두 할미 힘드러~

은오 2023-10-18 23:01   좋아요 1 | URL
만두님 집 초대해주시면 제가 대신 정리도 사진도....
주소를 어서....

단발머리 2023-10-18 23:03   좋아요 1 | URL
나는 전철역은 알지롱? 🤪🤪🤪

은오 2023-10-18 23: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저는 주소 풀로 받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놀러갈 줄 모르고 폐기를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8 23:11   좋아요 2 | URL
만두님하고 단발 님 당근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0-19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오님 말씀처럼 알라딘 서재 책장 중 완전 제 취향이예요.
약간 흐트러진 듯 하면서 오밀조밀, 따뜻함, 나름의 질서가 느껴지는~~
원서가 많아 더 지적으로 느껴지는~^
저 서재의 주인과 커피 마시며 얘기 나누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3-10-19 10:30   좋아요 1 | URL
에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밀조밀 따뜻함이라니 극찬의 상찬이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부끄러워서 서재 사진 잘 안 찍는데요. 어제 밤에 잠결에 찍어둔 사진도 있어서 올렸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한 번 커피 한 잔 꼭 해요, 페넬로페님!!

독서괭 2023-10-19 0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님 서재 엄청나네요~ 원서에 특히 멋짐 뿜뿜! 조오기 전에 글 쓰셨던 <재수사>가 눈에 띄는군요 ㅎㅎ

단발머리 2023-10-19 10:32   좋아요 1 | URL
저희집의 애착지점입니다. 그 외 구역은............ 아시죠? 난장판입니다.
거실에 삼겹살 굽는 기계(이름 뭐죠? 자@@) 놓아둔 사람이 바로 접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9 10:36   좋아요 0 | URL
거실에 삼겹살 굽는 기계 있다는 소리에 다락방 또 기절하면서 좋아하며 단발머리에게 반한다....
(자이로드롭이라고 말할 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19 11:38   좋아요 0 | URL
저.... 구입하고 한 번도 안 썼구요. 설명서 없음요. 잘 포장해 두었는데 먼지 쪼금 있어요. 필요하신 분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구에게든 드릴 결심!!

이름 찾음 : 자이글 핸썸 (4년전 모델/40만원짜리 비싼 모델 아님)

다락방 2023-10-19 11:18   좋아요 1 | URL
흠흠. 저희 집에도 자이글 있습니다. 그것은 삼겹살 먹기에는 별로 좋진 않고요 훈제 오리 정도가 적당합니다. 아니면 차돌박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가 여기 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9 0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ㅋㅋ 책장 진짜 원더풀 따봉이네요. 단발님은 그러고보니 이렇게 책장 전체 나온 사진 처음 올리신 거 아닌가요?! 대박!! 너무 좋아요! 단발님도 업데이트 될 때마다 보여주세요! 아 진짜 뽀대나는 책장이네요!

단발머리 2023-10-19 10:33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잠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찍어둔 사진을 그냥 올렸습니다. 저 뒤에 아름답고 훌륭한 여성주의책 친구들이 다 도열해있는데, 안 보인다는 점 ㅋㅋㅋㅋㅋ
저 책장 정리하면 진짜 다시 사진 올릴게요. 다른 책들(내 책 아닌 것들)을 밀어버리겠어요!

다락방 2023-10-19 06: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장 사진에 아이폰 무슨 일? 저는 SE 인데 잠자냥 님 바꾸시면 저도 바꿀까요? 참고로 저는 홈버튼 있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9 09:12   좋아요 1 | URL
부장님은 심지어 유선 이어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9 09:17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에도 꼬인 줄을 풀었습니다.....

잠자냥 2023-10-19 09:37   좋아요 1 | URL
대박 ㅋㅋㅋㅋㅋㅋ 전철에서 꼬인 줄 푸는 사람 못 본 지 5년은 되는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ㄴ

다락방 2023-10-19 09:38   좋아요 1 | URL
저는 이어폰에 있어서도 꼰대..

단발머리 2023-10-19 10:35   좋아요 0 | URL
https://smartstore.naver.com/keikeikei/products/8551711195?NaPm=ct%3Dlnwiffyw%7Cci%3D32db6223eea3b8c8a3fb1d6f89d632b78a01a658%7Ctr%3Dslsl%7Csn%3D5155895%7Chk%3D371665ea380479660114b7d2ac07dbb642ff9c0b

들어가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9 11:21   좋아요 1 | URL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저는 물건을 들이지 않겠습니다. 제가 저를 아는데 이거 있어봤자 안쓸거예요. 제가 가방에 펜 돌아다니는 게 너무 거시기해서 필통을 그렇게 갖고 싶어했잖습니까? 그런데 필통이 있어도 펜을 또 여기저기 쑤셔넣고 다니더라고요? 덕분에 필통 없어 지저분한 사람에서 필통도 있지만 지저분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저거 사봤자 저는 그래봤자 꼬인 이어폰 푸는 사람 될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9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장 멋있어. 단발님 책장 진짜 내 취향 💕

단발머리 2023-10-19 10:3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데헷! 브이!!!

다락방 2023-10-19 0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단발님, 물고기도 원서 샀네요? 저는 페이드포 원서 사야지, 하려다가 이미 샀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흐흣.

단발머리 2023-10-19 18:43   좋아요 1 | URL
사실, 물고기랑 동물 농장은 다른 거 구입하다가 금액 맞추려고 샀습니다. 동물 농장 다른 표지 책이 집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는 마음, 그대는 아시나요?
페이드포 원서 사셨군요! 역시 좋아하는 책은 원서로도 갖고 싶어요. 이미 가진 자의 ‘흐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을 찾을 수 없는 나는, 그래도 답을 찾고 싶은 나는,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둔 책을 꺼내고, 정희진 선생님의 해제를 다시 읽는다.

 


유대 민족은 실재가 아니라 담론과 관습의 산물이다. 물론 정체성은 억압받을 때 생성되는 사회의식이므로 유대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은 강력하고 전투적이다. 한편 정체성의 정치는 피해의 자각이라는 원한, '르상티망ressentiment'에서 생기기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이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시오니즘이 그것이다(-이스라엘 동맹이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현실은 이 책에 접근하는 데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해제>, 정희진, 352)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

 

먼 나라에서의 끔찍한 전쟁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전 세계가 편을 나누어다같이 미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거 아닌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의 잔인한 영상을 보면, 이스라엘의 분노가 어떠할지 예상된다. 하지만, 수시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살해했던 이스라엘군의 행동 역시 팔레스타인들의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걸, 많은 언론은 모른 체 하고 있다. 하마스의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로 입지가 불안해진 하마스의 오버 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더 큰 책임은 이스라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한 군사적 긴장이 느껴지는 (한반도 빼고 세계 최고) 중동의 한복판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했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집권과 정치적 세력 확장을 위해 외부의 힘을 이용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가족들의 원통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피의 보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하마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하지만, 피난 가는 행렬도 학교도 병원도 이스라엘군의 요격을 피할 수 없다.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거리에서 학교에서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 공멸의 버튼이 이렇게 눌러지고, 말았다. 전쟁터는 가자지구다. 고통받는 사람들은 팔레스타인들이다.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글을 읽으며 반유대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정도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반유대주의 가톨릭 성직자 진영을 글이나 말로 매우 훌륭하게 대표한 집단이 바로 예수회였다. 이런 결과가 빚어지게 된 까닭은 수습 성직자들에게 4대에 걸쳐 유대인 혈통과의 무관함을 입증하게 했던 예수회의 계율이었다. 또한 19세기 이후 교회의 국제 정책은 예수회가 장악했다. (<전체주의의 기원>, 235)

 


흑백의 인종적 단절을 위해 백인들은 오랜 기간 자신들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한 방울의 흑인 피도 백인의 것으로 보지 않겠다는 무모한 집념과 이러한 집념의 실행은 이미 유럽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던 일이다. 4대에 걸쳐 유대인 혈통과 무관합니다, 라는 증명. 그런 증명이 필요한 사회. 그런 사회를 지배하는 반유대주의 문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일은 멈춰져야 한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생각,을 그만둬야 한다.

 

















1948 5월 아렌트로 하여금 탄원서 「유대인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 아직 시간이 있다」를 쓰도록 만든 것은 이러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 끝까지 싸우려는 두 민족 모두의 현재의 욕구는 순전히 비합리적일 뿐이다"(JP, 179)라고 생각했다.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 188)

 

 


그들의 오랜 고통을 나는 글로만 알 뿐이다. 유대 국가의 건설이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외부인들은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정전 상태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선제공격을 운운하는 무식한집권 세력의 통치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북한 미사일의 공격권에 속하는 서울 하늘 아래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전쟁의 소용돌이가 두렵고 또한 걱정스럽다. 전기, , 식량 공급을 막고 있는 이스라엘의 행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누군가 먼저 멈춰야 한다면, 휴전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그건 이스라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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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0-17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 이라는 문장에서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뉴스보다가 밥을 다 먹지 못했…어요.
보이는 게 다는 아니겠지. 대체 이런 역사는 언제 끝나는 건가.
먼저 멈춰야하는 건 이스라엘, 같은 마음입니다. 멈추기를. 멈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발머리 2023-10-17 22:51   좋아요 2 | URL
조마조마한 마음이에요. 전쟁터가 가자지구이니 필레스타인들의 피해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거 같구요.
바이든이 날아간다고 하던데, 제대로 중재해야 할 텐데....
얼른 이 전쟁이 멈추기를 바랄 뿐이에요.......

책읽는나무 2023-10-18 0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첨단을 걷는 이 시기에 전쟁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니....참 믿을 수가 없네요.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약자일텐데..
강자들의 논리 속에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ㅜㅜ
그래서 전쟁이 당연시 되는 세상.ㅜㅜ

저도 단발 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단발머리 2023-10-19 18:44   좋아요 1 | URL
바이든이 날아갔는데도 아무 성과가 없대요. 물이랑 식량이라도 공급되어야 할텐데...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데... 공멸일 뿐인데...
너무 안타깝네요...

독서괭 2023-10-19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렌트입니까?
전쟁이 더 확산되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저희집 귀요미가 추석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멈추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또 전쟁이 났다고 전하는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ㅠ

단발머리 2023-10-19 18:46   좋아요 1 | URL
<전체주의의 기원>을 서둘러 읽어야겠는데 자꾸 미뤄지고 있네요.
독서괭님댁 귀요미 마음을 봐서라도 얼른 전쟁이 멈춰져야 할텐데.... 가자지구 폐허 속의 아이들 볼 때마다 마음이 더 그래요.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언론의 관심을 못 받았던 거 같아요. 전쟁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