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 - 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 개정판 내 삶의 작은 기적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 이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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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 평생을 프로 사진작가로 일했던 윌리 로니스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다"

p174

2009년 향년 99세로 생을 마친 윌리 로니스의 포토 에세이 책이다.


'사진'

'그 이미지 하나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와 '사진의 힘' (Power of Photography,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3년 10월)을 맹신해온 나에게는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가 그저 어색하기만 했다. '글' 자체를 사진과 결부시키는 것이 사진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생각했었고, 그래서 전세계 공통 언어가 사진이라고 주창한 인스타그램을 그렇게도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들'은

프레드 리친의 '사진 그후'로 난도질당한 수공업적 사진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로 날이 설대로 선 사진의 사상

이 모두에 너덜너덜해진 1차원적 사진에 애정어린 손길로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매번 햇빛의 안내를 받는다" p51


로니스는 빛으로 사람들을 그렸다. 가공된 환경 (셋트)과 직조된 피사체 - 모델과 같은 - 그리고 최고의 장비들로 - 가끔 사진 결과물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 찍는 사진이 아닌, 일상의 우리들을 담아내는 사진을 찍은 로니스는 자신의 사진에 담긴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 자의인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이 찾아온 경우도 있고 -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사진과 실었다.

'퐁데자르의 연인, 1957'이 하나의 좋은 예이다. 센 강둑 근처 보트에서 키스하는 연인을 찍었는데, 그 연인들이 결혼해 타바 카페를 운영했고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그 카페에 걸어두었다. 그것을 발견한 로니스는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듯이 그는 사람들의 생을 사진으로 담아 표현한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발모렐, 1992


"사실, 내 사진 인생을 통틀어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완전히 우연한 순간들이다" p89


위 사진은 로니스가 여든두살 때, 자기 인생의 마지막 스키를 타기 위해 알프스 발모레로 갔다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을 보고 초보 강습 등록 후 알프스의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관찰해보면 두 스키 플레이트가 다르다. 마치 한 사람의 것들로 보이지만, 자신의 한 쪽과 등 뒤 코치의 한쪽 플레이트가 마치 한 사람의 스키 플레이트처럼 보인 것이다.

'우연'은 우리의 지루한 일상에서 '발견하다'를 선물해주고, 로니스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하고 또 글을 쓴 것이다.


발견한다: 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내다.


나의 아내 마리안, 테생의 한 마을, 1962


"농가의 방은 정말 작아 들어가려면 몸을 절반은 숙여야 했다. 방문이 1미터 50센티미티가 될까 말까 했다. 안에서 옷을 벗으려면 팔을 거의 테라스 창문 밖으로 내놔야했다. 우리 두 사람은 가로 80센티미터의 침대에 같이 누워야했다.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 테라스 위에서 세수를 했다. 안에는 대야를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물에 가서 목이 긴 물병에 물을 받아왔다."

p59


아내 마리안은 화가였고 46년동안 로니스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녔다. 마리안은 로니스의 아내였고, 사진을 찍으로 다니는 동료였고, 또한 로니스의 애정이 어린 피사체였다. 그들은 차를 몰아 여행을 했고, 밤이 되면 어느 곳이든 머물러 야영을 했다. 서로 이야기하고 풍광을 즐기며 그들의 삶을 그들만의 프레임 안에서 산 것이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오면 감사하다. 우연과의 거대한 공모가 있다.

...

'의외의 기쁨'" p90


"어떤 것이 나를 살짝 흔들면, '그건 이미지가 될 수 있어' 하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아마도 그건 남겨질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p150


로니스의 사진과 글 그리고 그 속에 배어있는 사람들과의 유대를 보면 우리가 어느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되는지를 또 셔터를 눌러야할 지를 알게해준다. "찍겠다"가 아닌 어떤 풍경이 어떤 장면이 어떤 누군가가 내 마음 한 편에서 나도 모르게 - 무엇엔가 홀린 듯이 -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할 때 나의 손가락은 춤사위의 한 동작처럼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함께하고 싶다" 나는 그것을 "사진"에 결부시켜본다.


"그때 그림을 많이 본 것이 사진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p78

"나는 이래서 사진의 가장자리를 좋아한다.
...
장면을 숨 쉬게 한다."
p24

"도려낸 듯한 오후, 다른 모든 것과 단절된 그 순간의 고요함에 난 황홀경을 느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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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0-04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 호니스는 브레송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제 서재 대문아래 문구도 그의 말씀입지요. 집에 다른 사진집이 있긴 한데 이것은 없군요 담아갑니다

2015-11-0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5-11-04 21:06   좋아요 0 | URL
:-) 그건 담에 말씀 드릴게요. ㅎㅎㅎ 아시는 분일거에요 아마.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