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5일(금)

마신 양: 아, 대단했다...

누구와: 친구 둘과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20대 초반에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외모도 그렇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난 서른살까지만 살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한심하게 바라보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죽을 병 걸려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넌 그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그 친구의 말 때문은 아니지만 그 뒤 난 그럭저럭 삶을 연장했고, 서른을 훨씬 넘긴 지금은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내가 이렇게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을 줄 미리 알았다면 그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을텐데”

사실 뭐 대단한 인기가 있는 건 아니고, 20대 초반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는 거지만, 하위 10%의 외모를 가지고서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흡족해하고 있다. 내 인기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묻는다. 도대체 너처럼 생긴 애가 어떻게 여자친구가 그리도 많냐고. 난 이렇게 대답해 줬다.


나: 사심을 안갖는 거지. 넌 여자랑 있을 때 시선이 어디로 가있냐? 여자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잖아? 그럼 안되지. 여자는 말야, 그런 식의 끈적끈적한 시각을 아주 싫어하거든. 난 수줍어서 땅을 주로 보지만, 원래는 여자 눈을 보고 얘기를 해야 돼.

친구: 그렇구나!

나: 여자는 말야, 자신을 어찌어찌 하려고 하는 사람보단 자신의 미모를 존중해 주는 남자를 더 좋아하지. 여자가 화장실에 가면 넌 탐욕스런 눈으로 여자 몸매를 훑지? 그럴 때 여자가 휙 뒤돌아보다 눈이 마주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니가 음흉한 놈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야. 그럴 때는 말야 눈을 가늘게 뜨고 명상에 잠긴 얼굴을 하라고. 뭔가 있어 보이잖아? 난 그럴 때 주로 책을 꺼내서 읽거든. 화장실에서 다녀오다 내가 책읽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야.

친구: 으아... 정말 그럴 듯한 말이야. 니가 했던 얘기 중에 가장 훌륭한 말 같아. 근데 사심을 안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너는 오랜 세월을 사심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걸 빼려면 시간이 걸리지. 벽에다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 뒤 하루에 한시간씩 그걸 보라고. 한달이면 많이 좋아져.

친구: 그때가 되면 나도 끼워 줄거지?

나: 그것 봐. 니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여자는 말야, 물 속에 비친 달과 같아. 잡으려고 하면 없어져 버리지. 차분하게 자신을 가꾸어 나가면 여자들이 다가오지만, 여자들만 쫓아서 세월을 보내다보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거야. 나이 서른을 넘기고 나면 여자에게 어필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바로 착함이야.


친구는 크게 깨달은 표정이었다. 말을 마치고 생각한 것. 말을 하는 놈이나,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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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는 말야, 물 속에 비친 달과 같아 푸하하하하!
차분하게 자신을 가꾸어 나가면 <---- 짱구 춤 추는 부리에게 들려줍시다!

비로그인 2005-08-07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웬 선문답이랍니까. 여자에 관한 한 친구분은 마태님한테 많이 배우셔야겠군요^^ 맞는 소리도 가끔 하시네요 =3=3=3

비로그인 2005-08-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태님. 선수 아니십니까?! -_-; 하하하하

2005-08-0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리님/하하, 부끄럽습니다
가시장미님/아직...멀었습니다...^^
별사탕님/그럼요, 오랜 기간 터득한 진리를 설파한 건데요 근데 맞는 말도 있지요?
판다님/부리는 좀 사심이 많은 인간 같더이다^^

moonnight 2005-08-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분이 바로 진정한 고수 ^^; 마태님 책 읽다가 왔는데 이곳에서도 이렇게 즐겁게 해주시네요.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존경! ^^

울보 2005-08-0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우스님은 선수입니다,,
그러니 장가를 가시겠냐구요,,

이매지 2005-08-0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 진정한 고수이십니다!! ㅋ

kimji 2005-08-0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착한 남자는 별로 매력 없는데요!
(라고 말하면 어쩌실려고^^; )

마태우스 2005-08-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님/어, 그런가요? 여자분들, 착한 남자 좋아하지 않나요?
이매지님/하하핫. 외모만 보고 하수라고 생각하심 안되죠^^
울보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문나이트님/아유 뭐 존경씩이나................... 부끄럽습니다

파란여우 2005-08-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년전에 선배들(남)로부터 들은 풍월...피~~
-초치고 가는 파란여우-

포도나라 2005-08-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보니 작업왕이셨네~...

Phantomlady 2005-08-0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여자는 착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로는 그러지만 사실 나쁜 남자를 좋아라 한답니다.. ^^;;

플라시보 2005-08-0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님 말씀에 심하게 공감합니다. 주로 잘난 여자들은 남자가 사심을 보이지 않을때 '오~ 요것봐라?' 하는 마음이 들고 그 이외의 여자들은 '아니 내가 글케 매력이 없는겨?' 하며 발끈합니다. 문제는 둘 다 이 남자가 적어도 살짜쿵 사심이 생기길 (그렇다고 해서 허락의 의미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만 적어도 호감도는 약간 상승합니다.) 바라게 됩니다. 물론 사심이 생기길 바란다고 일이 다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매우 잘하면 미녀와의 멋진 데이트를 꿈꿔볼만도 하죠. 미녀도 아닌 주제에 어찌 이리 잘 아냐구요?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았던가요? 전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배낀 대사입니다.) 따라서 제 주변에는 겁나게 아름다운 미녀들이 포진하고 있고 그녀들의 얘기를 경청한 결과 이와같은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요? 상대가 사심을 가지지 않으면 당연한거고 사심을 가지면 생각하죠. '거참 취향 특이하네...' ^^

paviana 2005-08-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대가 사심을 가지면 '거 참 인간성 특이하네'라고 생각하지요..
미적분은 못해도 분수는 잘하거든요..

클리오 2005-08-0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마태님의 인생철학이 드러난 훌륭한 문답이라고 생각됩니다. ^^

꾸움 2005-08-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ㅁ ㅏㅌ ㅐ 님 대단하신걸요~ ㅎㅎㅎ..
여자의 심리를 꽤뚫고 있으신데, 그 비결은 뭐?
끈적한 시선~
상.당.히 싫어합니다 정말로. ㅎㅎ..
(아, 아닌가? 오히려 즐기는 여성들도 있을 수 있겠따. ㅡㅡ)

꾸움 2005-08-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 조 위에 플라시보님.
저는 잘났지만, 사심 보이면 정내미가 뚝!! 떨어지던데 큭큭..
아유~, 주책.. 죄송해여~ ^^;
 

 

 

 

 

일시: 8월 4일(목)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그냥 뭐, 기본은 한 것 같다

아쉬운 점: 집에 가서 라면 먹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 밥은 안말아 먹었다


살이 빠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찬다. 그보다 더 기쁜 것은, 입는 것을 포기했던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입었던 바지는 작년에 숨쉬기가 곤란해 입지 못했던 그 바지이며, 오늘 입고 나갔던 바지는 호크를 채울 수가 없어서 허리띠만 두룬 채 윗도리를 빼서 호크 안채운 걸 감춰야 했던 바로 그 바지다. 3년 전인가는, 내가 미쳤지, 살을 뺄 거라면서 32인치를 샀었는데, 매우 힘겹게 한두번 입고는 방치해둔 상태였다. 최근 자신감이 붙은 나머지 그 바지 생각을 했고, 엊그제 한번 도전해 봤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내가 몇킬로인지 아직은 공개할 생각이 없지만, 그 바지를 입게 되는 날 내 체중을 공개할 생각이다.


내가 살이 빠진 이유는 요즘 부쩍 러닝머신을 열심히 한 덕분이다. 시속 11-12킬로로 30분 이상, 7-8킬로 정도를 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란다.

미녀1: 대단하군요. 난 5.5킬로로 뛰는데

미녀2: 나두나두! 난 6킬로로 뛰다가 죽을 뻔했어!

이건 물론 자랑이지만, 난 오래 뛰어서 이제 그만 걸어야겠다고 느낄 때 8.5킬로를 놓는다. 운동을 하는데 살이 안빠진다고 고민하는 두 미녀, 그들의 문제는 바로 속도에 있었다. 운동의 효과를 보려면 힘든 상태를 견뎌야 하며, 그 힘듦은 자신이 이겨내지 못할 속도로 달릴 때 찾아온다. 수많은 방법의 다이어트가 있지만 그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고통스럽지 않게 살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마토를 먹으면 살이 빠진다거나 바나나 다이어트를 해보는 건 당장은 편하지만 아무런 효과를 느낄 수 없다.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당연히 살을 빼지 못한다. 약간의 성공에 힘입어 이렇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지만, 나 역시도 갈길이 멀다. 지금보다 한 5킬로 정도는 더 빼야 스스로는 물론이고 밖에서 봐도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0.1%의 극한미녀가 날더러 “다리가 길다”고 감탄했었는데, 살을 조금 더 빼면 긴 다리가 더 길어 보일 거다^^


참고로 어제는 맥주를 먹었다. 내 인생에서 일년에 5킬로가 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일년 내내 생맥주만 마실 때였다. 그 시절엔 왜 그리 생맥주가 좋았는지, 공부가 끝나면 바로 단골술집으로 직행했고, 3천짜리 피쳐를 몇 개씩 먹으면서 밤을 지새웠었다. 술에는 칼로리가 없다고 해도 맥주는 역시나 살이 찌는 주류, 술까지 안먹는다면 내 다이어트는 가속페달을 밟겠지만, 이왕 먹어야 한다면 소주를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녀 둘과 어울린 어제, 분위기는 최상이고 재미있었지만, 맥주에다 라면을 먹었으니 다이어트 면에서는 거의 최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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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0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구나, 문제는 속도였구나! *ㅁ*
근데 안주는 왜 빼시나요. 안주도 있엇잖아요. ㅋㅋ

marine 2005-08-05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 의견에 동의해요 운동은 역치 수준을 넘어서야 한 단계 상승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빨리 달리면 오래 뛸 수가 없기 때문에 천천히 뛰라고 하는 것 같아요 다이어트 때문에 달리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체력도 약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걷기 밖에 못했는데 몇 달 계속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뛰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속도도 빠르게 되더라구요 만약 체력이 향상됐는데도 계속 옛날 수준으로만 운동을 한다면 당연히 효과는 반감된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이겨야 다음 단계로 간다는 말은 마라톤에도 해당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겨우 3km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10km까지 달릴 수 있답니다 덕분에 체형도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구요 마태우스님도 화이팅입니다 ^^

비로그인 2005-08-0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사진으로 뵙기에도 얼굴이 쪽 빠져 보이시더라니
연애가 아닌 다이어트의 효과였군요!
이 여름에 자극 팍팍 받습니다.
더워서 계속 운동 쉬고 있었는데 다시 열심히 할래요 :)

깍두기 2005-08-0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력하고 계시군요. 기특해요^^
저는 5.5에 놓고 7킬로미터 걷는데(가끔 살짝 뛰어도 주지만) 반성해야겠습니다ㅠ.ㅠ

플라시보 2005-08-0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걸으면 살빠진다는건 뻥이었나봐요? 주변에 걸어서 살뺐다는 스토리를 되게 많이 봤었는데.. 무조건 뛰어야 하는군요. 흐... 전 뛰는거 되게 싫어하는데..^^

니르바나 2005-08-0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경사로군요.
금상첨화가 따로 없군요.
배포전 베스트 셀러 예약과 다이어트 성공 중간 점검기까지.
초절정 미녀가 화룡점정으로 마무리 들어가구요.
세상의 축복이 온통 마태우스님에게 도래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sooninara 2005-08-0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7키로면 달리는데...이런..
그나마도 무릎이 아파서 런닝머신은 포기하고 수영으로..ㅠ.ㅠ
그나마도 갈비뼈 아파서 살빼기고 운동이고 최소한으로 하면서 잘먹었죠.
먹어서 힘내야 안아프다고..ㅋㅋ
건강해야 살도 뺄수있어요.
다이어트 성공 기념 번개라도 한번..메뉴는 생맥주로다가..
안주는 감자튀김?? 제일 칼로리 높은걸로..

하이드 2005-08-05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일연짱으로 술 열심히 마셨더니 2KG 빠졌어요.

새들 2005-08-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떡해야 살이 빠질 수 있을까요? ㅠ,.ㅜ
저도 술을 워낙 좋아하는터라 지금의 몸매도 술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님처럼 살 덜 찌울려고 소주를 즐겨도 워낙 즐기는지라 살이 더 찝니다...
혹 걸어서 살 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것도 술 매일 먹으면서요... ㅋㅋㅋ 불가능할까요?

연우주 2005-08-05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빠진 1kg 다시 불 뻔 했어요. 0.5kg쯤 더 불어난 것 같으니 더욱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운동은 아직 힘들어요. 인대 아직도 아프거든요..ㅠ.ㅠ

마늘빵 2005-08-05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술 마시면 찌던데.... ㅡㅡa 안주때문에. 축하해요 마태님.

하루(春) 2005-08-0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걸음보다 빨리 30분~40분 걷는 것도 살 빠져요. 꼭 뛰지 않아도 돼요.

클리오 2005-08-0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이틀 잘 먹고 났더니 무려 1kg가 쪘다는.... 흑...

꾸움 2005-08-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보다 한 5킬로 정도는 더 빼야 스스로는 물론이고 밖에서 봐도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큭큭큭...떳떳한 사람이 되시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아~~~~~ ^0^

산사춘 2005-08-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럽습니다. 전 육십키로 되는게 꿈이여요.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섹시함도 포기할 수 있을 듯 해요.
다시 술처먹고 자전거 안탄지 열흘된 의지박약 산사춘 올림

ceylontea 2005-08-0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정신 차려 보면 런닝머신 위라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마태우스 2005-08-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호호^^ 오늘 새벽에도 7킬로 뛰었어요
산사춘님/님이 살까지 빠지시면 저랑 안놀아주실까 두렵습니다 흑
꾸움님/몇달만 기다려 주세요 5킬로 꼭 뺄 겁니다!
클리오님/남자들은 하루에도 2킬로는 왔다갔다 하는데, 여자는 1킬로가 큰가봐요
하루님/그렇긴 하겠지요. 제가 워낙 달리기주의자라서요^^
아프락사스님/당연히 그렇죠. 전 술마시는 걸 감안해서 운동을 하거든요^^
우주님/님이 아프시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새들님/운동 말고는 뺄 수 있는 방법이... 글쎄요... 약은 권해드리고 싶지가 않고..
하이드님/그건 탈수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머, 제가 지금 초친 건가요^^
수니님/무릎이 아프시면 운동 못하시죠... 그럼 윗몸일으키기 하시는 건 어떤가요...
니르바나님/헤헤헤, 조금 더 빼야 경사지요 그때가 되면 미녀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플라시보님/원래 살은 고통스럽게 빼야 빠집니다. 근데 님은 빼실 필요가 없잖아요!!!
그냥깍두기님/님도 그래요. 늘씬하시잖습니까. 으음. 5.5킬로로 걷는다면 한시간을 넘게 걸으시는군요. 그정도면 뭐 빠질만 하네요
고양이님/감사합니다. 하핫. 살 빠졌단 소리 들을 때가 젤 기분 좋습니다
나나님/님과 저의 철학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군요. 지금 11킬로로 달리지만, 조금 더 좋아지면 12로 올리려 해요. 처음엔 11이 고통스러웠는데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한계가 15라는 게 속상해요 호호
따우님/역시 예리하쇼ㅕ..
판다님/음, 제가 말하는 술이란 안주까지 포함된 거랍니다^^
 

 

 

 

 

 

일시: 7월 30일(토)

장소: 써클에서

마신 양: 맥주만 잔뜩


우리 써클은 겨울과 여름에 강원도 평창으로 진료를 간다. 의사 수의 증대로 무료진료라는 게 뭐 얼마나 의미가 있냐 싶지만, 이십년 이상 진료를 간 탓에 주민들의 신뢰도도 높고, 더 중요한 이유로 우리 써클의 정체성을 진료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의도에서 계속 가고 있다. 사실 환자들 대부분이 약을 타기 위해 오는 것이니만큼, 우리가 그들로부터 도움받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곳 주민들에게 우리는 도움이 되는 존재일 것이다. 학생들이 선배들로부터 후원회비를 받는 것도 다 그 때문이고.


학생들은 목요일 오전에 진료지로 향하며,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선배들은 주로 주말에 강원도로 간다. 올해 역시 그랬다. 십여명의 선배들이 도착을 했을 때 후배들은 우리를 열렬히 맞아 줬고, 소개에 이어 거창한 술판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만든 갖가지 음식을 안주삼아서. 그 술자리는, 늘 그렇듯이 새벽 다섯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있어본 적은 여러 번이지만, 이번에는 2시도 안되어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술도 안취했는데 그래 보기는 오랜만이다. 평소 학생들과 어울리는 건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이상했다. 그냥 외로웠고, 그들과 어울리는 게 어색했다. 1년 선배의 배신으로 난 지도교수를 제외하곤 가장 나이많은 선배였다. 그게 날 그렇게 만들었나보다. 후배가 어렵다면, 나보다 한 살 아래 세명을 비롯해 선배들끼리 어울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것도 싫었다. 이유가 뭘까. 나름대로 생각해 본 이유다.


1) 가장 나이가 많다는 게 나로 하여금 인생무상을 느끼게 했다. 여학생 둘을 앉혀놓고 20분간 떠든 결과 내 유머는 아직도 통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하는 일 없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날 허망하게 만들었다.

2) 읽던 책이 재미있어서 다음이 궁금했다. 실제로 숙소에 간 나는 휴대폰으로 불을 밝혀가며 그리샴의 <브로커>를 읽었다. 세시 반 정도까지 그랬던 것 같다.

3) 술이 떨어졌다. 술은 맥주와 감로주였는데, 어느 순간 마실 술이 없었다. 그때는 마침 애들이 술을 사러간 시점이었고, 조금만 기다렸으면 술이 왔을 테지만 난 그냥 숙소로 갔다. 내가 느낀 공허감은 소주로나 채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슈퍼는 다 문을 닫았고,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엔 24시간 편의점이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강원도에 갔을 때 내 몸 상태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연일 계속되는 술로 인해 몸에 무리가 올 시점, 그러니 더 마시지 않고 적당히 마시다 들어간 것은 그런 의미에서는 좋은 일이었다. 오늘부터 새로운 술자리가 날 기다린다. Go, 마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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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0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유머는 아직도 통했다 에서 웃음 ^^; 마태우스님 잘 하셨어요. 외롭고 어색하셨다니 안타깝지만 조금이라도 덜 마셨단 건 참 잘 하신 듯. 오오. 오늘도 약속이 있으시군요. 화이팅입니다. ^^

chika 2005-08-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대폰으로 불 밝히며 책을 읽었다"라는 말만 눈에 들어오는데요? 위대하신 마태우스님!!

panda78 2005-08-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나빠져요, 마태님. ^^
술 적게 드신 건 정말 잘하신 겁니다. 박수쳐 드릴게요. 짝짝짝!
근데 올해는 100번째가 너무 빨리 올 거 같군요. 어째 작년보다 페이스가 너무 빨라진 거 아님까? - _ -

포도나라 2005-08-0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겨우 그 연세....ㅡㅡㅋ...(내가 이런 말을 써도 상관이 없는 건가?!...)에 인생무상이라뇨... 저와 가까운 어느 분은 60을 향해가는 나이에도 열정이 넘치시는데... 술이 문제이셨나 보군요~ 술이... 소주의 부재가 문제이셨나 봐여~~...

산사춘 2005-08-0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홉번밖에 남지 않으셨다면, 이제 상향조정된 기준과 이에 대한 변이 나올 때군요.
그 내용이 기대되긴 하지만, 요새 그 분도 안오시고 몸이 계속 안좋으신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인터라겐 2005-08-0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대폰으로 불 밝혀가며.... 흑.. 아마도 마태님 전생은 조선시대 선비였을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5-08-0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무슨 말씀을.... 저 선비 아닙니다^^
산사춘님/그런 변 안하고 넘어갈래요. 저도 낯이 있죠... 글구 언제 한번 술대결 해야죠?
여행자의노래님/그게요, 평소엔 젊다고 생각했는데 20년 가까이 젊은 애들과 있으니까, 글구 그들이 절 어려워하니까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져요.
판다님/아, 그렇지 않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페이스가 느려졌습니다. 이제 다섯달밖에 안남았으니까...가만 보자. 150일 중 이틀에 한번 먹어도 작년보다 못먹는 겁니다. 글구 후반기엔 제가 술 줄일 겁니다
치카님/저 그런 짓 잘해요. 헤헤
문나이트님/약속 안가고 말았습니다. 히유...잘했죠?
따우님/그럼요! 저야 언제라도!

클리오 2005-08-0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 상태가 안좋으신데 또 술자리가 있으시다구요.. 걱정시럽네요... 글구요, 나이든 선배가 와서 웃기면 저라도 되개 웃긴 척 하는데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왜 이렇게 도움이 안되는 말만 하지? 도망가야지... =3=3=3)

플라시보 2005-08-0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신이십니다. 첨 술일기를 쓰실때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거침이 없으시군요. 님의 앞날에 참소주와 함께 고개숙여 경배를 표하나이다.^^

마태우스 2005-08-0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저 유머인생 30년입니다... 진짜로 웃는 것과 웃어주는 건 구별할 수 있죠. 그 두명, 진짜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그건 연기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메롱,.
플라시보님/저도 스스로 대단하게 생각하는 게 1년 반이 넘도록 술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거랍니다.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일시: 7월 31일(일)

왜: 영화 보고 허탈해서

마신 양: 맥주 6병, 그거 먹고 취했다니 피곤했나보다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거, 매우 보편화된 코스지만 요즘은 그래본 적이 없다. 영화를 혼자 봐왔던 탓인데, 어젠 간만에 미녀와 영화를 봤고, 허탈감에 사로잡혀 술을 마셨다.

그 미녀는 <아일랜드>를 봤고, 난 <금자씨> 선약이 있다. 그래서 남은 건 <로봇>과 <스텔스>,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후자였다.


영화 선택을 고민할 때 본 <스텔스>의 포스터에는 주연배우 이름이 없었다. 다만 감독이 <트리플 X>를 만든 사람이란 것만 쓰여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전투기 씬을 찍느라 돈을 다 써서 우리가 알만한 사람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 주연배우 이름을 썼다간 관객이 오히려 떨어질 상황.

-제이미 폭스: <레이>와 <에니 기븐 선데이>에 나온, 그 중 가장 유명한 배우.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죽어서 후반엔 안나온다.

-조쉬 루카스; 조지 루카스는 안다

-샘 셰퍼드; 세퍼드가 유명한 개라는 건 아는데, 샘 세퍼드는 누굴까?

-제시카 비엘: 미모의 여자가 하나쯤은 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기용된 듯. 안나와도 됐는데.

스텔스가 폭격을 마치고 도망가는 장면. 미국에 대한 공격을 모의한다는 이유로
빌딩을 날려버리는 과감성....


 

가장 무난하게 영화를 보는 방법 첫번째. 하루에 한번 하늘을 보는 것도 어려우니 이참에 하늘이나 마음껏 보자고 마음을 먹는 것. 줄거리 생각하고 미국인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척하는 걸 불평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재미가 없어진다.

두 번째. 이성의 손을 꼭 붙잡고 본다. 그러니까 영화는 배경일 뿐이고 주인공은 우리 둘이라고 생각하는거다. 사랑을 속삭이는 데 있어서 63빌딩 스카이라운지보다야 영화 장면이 더 멋진 배경이 아닐까? 게다가 조명도 어두우니 말이다. 우리 앞의 커플도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세 번째. 우린 반대로 했는데, 술을 먼저 먹고 영화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적당히 고조된 기분은 우리로 하여금 영화에 대해 관대해지게 만든다. 잠이라도 자면 금상첨화다.

네 번째. 영화에 비행기가 총 몇 대 나오는지, 우리편 비행기는 그 중 몇 대를 격추시키는지 이딴 걸 세고 있으면 줄거리나 기타 말이 안되는 장면들에 관심을 쏟지 않게 된다.

다섯 번째. 아이들과 같이 간다. 12세 이상 관람가지만, 보호자가 있으면 그 이하도 입장할 수 있다. 12세가 넘어가면 좀 심심해할테지만 그 이하라면 아주 좋아라 할거다. 프로이드가인간의 발달사에서 구강기와 항문기, 남근기를 거쳐서 비행기(airplane period)로 나아간다고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다. 나도 그 나이 때 종이비행기 엄청 접어서 날렸다.


정리하자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영화였다. 비행기 조종사가 될 사람, 하늘만 봐도 좋다는 사람, 영화에 투자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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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5-08-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 엄청 실망하셨군요. 원래 북한군 이야기도 나온다는데 한국버전-_-에서는 친절하게도 삭제했단 얘기에 어처구니 없더군요. ;; 그래도 한 번 봐줄만은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네요. 그래도 미녀와 함께 보시고 술자리도 가지신 걸로 위로를.. ;;

水巖 2005-08-0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577890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녀 가셨군요.

  문득 지난날 있던 부대가 생각이 나서  복사를 했군요.
 7789부대라는 부대가 있었답니다. ㅎㅎㅎ


진/우맘 2005-08-01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멋진 영화평입니다. 후유~ 다행이예요. 어제 5분만 빨리 도착했어도 마다가스카 대신 스텔스를 볼 뻔 했는데.^^

클리오 2005-08-0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비행기..... ^^;;;

chika 2005-08-0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주 특기인 글 대강읽고 토 달기... 술 먹고 영화보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옆에서 그들의 숨결에 섞인 술냄새를 맡아야 하는 자들은 고통일지니..ㅠ.ㅠ

마늘빵 2005-08-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거보러갈까 했는데...

2005-08-01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은위로 2005-08-0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스...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서;;; 안보려다가, 재미있다는 스텝의 말에 보려고 생각했는데;;;쿨럭;;; 보면 후회할려나요?
로봇을 보시지 그러셨어요, 재미있었는데;;; 적당히 말입니다.
전 마다가스카보다 좋았는데 말입니다.;;; ^^

알고싶다 2005-08-0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쉬 루카스가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쉬 라이벌로 나온 그 사람같아요.

포도나라 2005-08-0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ㅋㅋㅋ
이게 칭찬입니까~욕입니까~?!

산사춘 2005-08-0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뜽금없이) 전 수요일날 금자씨 볼 거야요.
그리고 프로이드의 비행기 너무 웃깁니다.

2005-08-02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8-0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안녕하세요.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샘 세퍼드에 대한 정보도 감사드립니다. 제가 영화 본 편수에 비하면 지나치게 뭘 모릅니다. 배우도 잘 모르구요... 근데 정보를 보니까 제가 모르는 게 당연하군요. 펠리칸 브리프가 유일하게 본 영화인데요^^
산사춘님/윽, 저보다 빨리 보시는군요!
여행자의노래님/칭찬이죠...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리들러님/내쉬 라이벌.... 어, 왜 기억이 안나죠? 역시 전 영화를 깊이있게 보는 놈이 아닌가봐요. TT
작은위로님/그러게요 로봇이 더 나았을 것 같은데... 하지만 로봇을 봤다면 스텔스를 안본 걸 후회했겠죠. 별점은 비슷했거든요
속삭이신 분/아아 그러셨구나. 전 또 공부하러 가신 줄 알았다는...소재 빨리 충전하셔서 돌아오시길 빕니다. 글구 제가 체력이 좋은 건 운동 때문이 아닐까 싶다는...^^
아프락사스님/연인과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치카님/그, 그게요 스텔스는 어차피 사람 없으니깐요 멀찌감치 떨어져 앉을 수 있거든요...
클리오님/웃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좀 유치한 유머인데...
진우맘님/저때문에 영화값 건지셨죠? 나중에 뵐 때 술사주세요!
수암님/어머나 그러시군요. 부대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시네요! 좋은 기억도 있나요 혹시?
문나이트님/님이라면 이 영화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셨을 겁니다. 저란 놈은 워낙 삐딱해서 말이죠...^^
 

 

 

 

 

일시: 7월 29일(금)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한병 반...플러스 알파


사장이 직원들을 엄청나게 부려먹는다. 부려먹는 정도가 아니라 가혹행위 수준이다. 도대체 쉴 시간을 안준다. 하지만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게 어렵고, 사장도 인간 자체는 나쁜 놈이 아니다. 늘 직원들에게 미안해하고, 이런 말로 직원들을 달랜다.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건 아냐. 다른 업체에서 일을 자꾸 부탁하잖아. 요즘같은 불황에 일이 많은 건 좋은 거잖아? 안그래도 요즘 일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봐”

줄인다는 그의 말이 의도된 거짓은 아니었지만, 일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틀 일하고 하루는 쉬게 해주겠다더니, 일주일 철야가 보통이다. 결국 직원이 과로로 쓰러졌다면 다들 사장을 욕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이 약간의 회복 기미를 보이자마자 사장은 다시금 그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 그런 사장이 있냐고? 있다. 나.


나를 사장이라고 한다면 내 위와 장은 내 충실한 직원이다. 대학에 가기 전까지 우리는 정말 즐겁게 일했다. 가끔 지나친 일을 시키고-과식-직원들이 월급-밥-을 달라고 보챈 적은 있어도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아꼈던 것 같다. 대학에 가면서 일이 크게 늘었지만 그건 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되는 시점부터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일이 쏟아졌다. 365일 중 303번을 마셨던 97년과 305번을 마신 98년, 내 위와 장이 버텨준 것은 거의 기적이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일거리는 여전히 많다. 주량은 그때보다 늘어난 반면 직원들은 노쇠해서 그만큼의 일감을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흘 연짱, 나흘 연짱이 보통이다. 난 도대체 뭘 믿는 걸까.


전날 새벽 4시에 들어왔다. 8시 조금 못되서 일어났으니 네시간도 채 못잔 거다. 원래는 안그러는데 속이 너무 안좋아서, 점심을 먹으면서 해장을 겸한 소주를 한병 마셨다.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내가 쏜다. 한번 모여보자”

전화를 걸어서 완곡한 거절을 했다. 오늘 마시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친구는 말한다.

“넌 왜 나랑은 안마시고 다른 애들이랑만 마셔?”

미안하다고, 사정이 좋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밤 8시 쯤 집에 와서 쉬는데, 메시지가 온다.

“뭐하니? 오늘 한잔 할까?”

집근처 사는 친구다. 전화를 걸어서 사정이 많이 어려워서 안되겠다고, 다음에 보자고 거절했다. 하지만 밤 10시 경에 걸려온 전화 때문에 난 옷을 챙겨입고 대학로로 나갔고, 소주를 마셨고, 어느 정도 취한 채 집에 왔다. 생각을 해본다. 앞의 두 건은 거절한 반면 마지막 전화는 허락한 까닭이 무엇인지.

1) 세 번 찍어 안넘어가는 사람은 없다.

2) 남자와의 술자리보다 여자와의 술자리를 선호한다.

3) 마지막 미녀 둘이 훨씬 편하다.

대학로로 가는 도중 헛구역질이 몇 번 났다. 내 직원들, 거의 그로기 상태인가보다. 달래가며 마셨다. 희한하게도 한잔을 마시고나니 속이 가라앉았다. 직원들의 체질이 알콜로 변한 걸까.


오늘 저녁, 강원도에서 또 큰 술자리가 있다. 새벽 4시까지 마셔야 한다. 부디 건강하게 서울행 버스를 탈 수 있기를. 위와 장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들은 내 마음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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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뭐예요. 마태님은 퇴출감이예요. 부도난다구요 ㅠ.ㅠ

moonnight 2005-07-3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ㅠㅠ 살살 좀 다뤄주시어요. (직원들의 하소연;;)

oldhand 2005-07-3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은 아니고 2번과 3번이 반반씩인것 같아요. ^^

꼬마요정 2005-07-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다가 나중에는 아예 술 한 방울도 입에 못 대게 되는 수가 있다구요~~ 적당히 즐기세요오~~~^^;;

be mo wise 2005-07-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라토리엄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ㅋㅋ

라주미힌 2005-07-3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것이 있느데, 부리님과 마태우스님 두분이서 술시합 안합니까? 거울보고 주거니 받거니 하시면 상당할 텐데요 ^^;;;

비로그인 2005-07-30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장,술을 배워보세요. 그럼. 위와 장이 마태우스님의 마음을 헤어려줄텐데 ㅋㅋ
< 이거 말이 되는 유머인가? _-_)~ >

로드무비 2005-07-3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 안주로 코팅 충분히 하고 천천히 기분좋게 드세요.
옥체보존!^^

어룸 2005-07-30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명808을 드시지요~^^

마늘빵 2005-07-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남자보다 여자들과 마시는게 편합니다. ㅋㅋ

클리오 2005-07-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명 808 추천... ^^ (근데 어제 낮술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 ^^;;;)

2005-07-3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7-31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살아서 돌아오겠습니다. ㅠ_ㅠ 부디. 알라딘을 지켜주시길!

포도나라 2005-07-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 파업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마태우스 2005-08-0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자의노래님/조심하고 왔습니다....^^
가시장미님/이제부터 알라딘은 제가 접수할께요^^
속삭이신 분/마음은 늘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하는데요, 그게 잘 안되요... 운동 열심히 하구, 건강하기 위해 노력할께요.
클리오님/여명 808이 뭔가요? 추천은 감사합니다
아프락사스님/앗 님은 벌써...? 전 서른 다섯부터 그랬는데...
투풀님/님이 추천해주신 술이니 뭔가 있겠죠? 당장 오늘부터^^
로드무비님/무비님 걱정해주신 덕분에 살아돌아왔어요^^
쥴님/아아 마지막 문장의 유머는 정말이지 제 콧등을 시큰하게...^^ 제가 너무 술만 밝혔나봐요 그동안. 오늘이 8월의 첫날이니 앞으론 자제해 볼께요
가시장미님/사실 지난번에 님 서재탐방 쓸 때요, '유머는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다'라고 쓰려고 했답니다^^
라주미힌님/그 둘은 일년에 한번씩 붙습니다. 결과는 늘 서로 이겼다고 하죠^^
비모와이즈님/신경 쓰겠습니다. 저도 건강하게 오래 글쓰고 싶거든요^^
꼬마요정님/제 모토가 그거예요. 그날이 올 때까지 마시자^^
올드핸드님/아아 예리한 올드핸드님.!
문나이트님/님도 한 술 하시는 것 같던데... 그쪽 직원들은 잘 지내시나요?
별사탕님/근근히 부도를 막고 있답니다 음하하하

클리오 2005-08-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명 808은 컨디션과 비슷한 숙취해소음료인데, 거의 5000원에 가까운 가격이 술꾼들에게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나 여러 술꾼들에게 가장 효과좋은(나온 것들 중에선... ^^) 숙취해소음료로 각광받고 있사옵니다... 이상 보고 끝... ^^

어룸 2005-08-0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담날 멀쩡~!!!!!!!!!!!!!!!!!(느낌표 오억개쯤)하더라니깐요!! 오오...가격이 비싸서 컨디션처럼 두꺼비까지 챙겨주지는 못하고 집에서 출발할때 모올래 사먹고 간다는...으흣^^;;;;;;

꾸움 2005-08-04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태님
그러시면 아니되는데요......
흠... ㅡㅡ
마태님 마음을 직원들이 알거라고 생각지 마시옵소서~~~~`
다들 갑자기 어찌나올지 심히 염려되고 걱정되옵니다~~``

Mephistopheles 2005-08-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식회계만...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