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을 환영하는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산뜻하게 1차로 끝내고 집에 가자고 생각했고, 거기까진 비교적 잘 되었습니다. 8시에 술자리를 파한 뒤 집으로 달려왔더니 10시가 조금 안되었더군요. 소주 1병밖에 안마셔서 정신도 말짱한데 글이나 흐드러지게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양치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휴대폰이 울립니다.
"야, 내 고민도 들을 겸, 한잔 하자. 다들 온단다."

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들을 본지도 석달이 훨씬 넘었네요. 단란한 곳만 간다고 제가 싫어한는 바로 그 친구들입니다. 책을 몇권 싸들고 택시를 탔습니다. 소주 한병 이하는 술로 안치는지라 어제의 술일기는 없을 뻔 했지만, 발달한 통신망 덕에 112번째 일기를 쓰게 되었네요.

역시나, 그들이 모인 집은 단란한 곳이었습니다. 고민을 꼭 그런 곳에서 말해야 하는건지요. 파트너가 나와서 앉았고-미모가 다들 뛰어나더군요-그런 분위기가 내키지 않았던 저는 친구들 말을 들으며 그림만 그렸습니다.


제 카메라폰의 화소가 지극히 낮아서 그렇지, 다들 잘그렸다고 감탄합디다. 그걸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우롱차라는 건데요, 그런 곳에 가면 으레 한캔씩 줍니다. 맛은 뭐, 녹차 맛이라고 할까요. 색깔은 영락없이 맥주 색깔입니다^^



양주를 그냥 마시면 스트레이트, 이렇게 큰잔에 얼음을 섞어서 마시면 언더록(온더록인가요?)이 되는거죠. 전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십니다. 어제 역시, 남들이 딴짓할 때 열심히 술만 마셨습니다.

 



이건 얼음통입니다. 진짜로 보면 정말 잘그렸어요. 저희 어머님이 감탄하실 정도랍니다^^ 하여간 얼음통 안에 집게가 들어간 게 보이고, 그 옆에 있는 건 물수건입니다. 어제 웨이터가 30분마다 저런 얼음통 4개를 들고 들어오더군요.

 

이건 뭔지 이해가 안가실 겁니다. 휴지를 저렇게 예술적으로 꽂아놓은 건데요, 아주 예쁘더군요. 제 말을 듣고나서 보니 휴지 꽂아둔 거라는 게 보이시죠?

 



이거야 다 아시다시피 재떨이입니다. 저야 뭐 담배를 안피우니 하등 소용없는 물건이죠.



그런 곳에 가면 늘 과일안주가 나옵니다. 다른 안주도 있지만 다들 과일만 시키더군요. 그게 제겐 고역입니다. 바나나만 먹을 수 있고 딴건 못먹거든요. 이 그림은 과일안주를 접시에 덜어놓은 모습인데요, 끝까지 전 손도 안댔습니다. 그 뒤에 맥주잔이 보이죠?

새벽 한시가 지나고 두시가 지났습니다. 아무도 갈 생각을 안하더군요. 두시반 쯤 한 친구가 정신을 잃었고, 그러자 파장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거길 나온 시각은 세시, 한 세시간쯤 잤을까요. 아침에 수업준비하느라고 조금 바빴는데, 점심을 먹고  난 지금은 약간의 여유가 생겨 어제 술일기를 써 봅니다.

전 그리 모진 놈은 아닌가 봅니다. 지난번에 단란한 곳 문제로 한바탕 했던 친구들인데, 그들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잘 지내자, 우리만한 친구가 또 어디 있냐고 하니까 마음이 풀어지대요. 그런데, 왜 그런 얘기를 단란한 곳에서 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푼 저는 뭔지.

저 높은 분께 빌어 봅니다. 그들이 대오각성해 단란한 곳을 더이상 안가기를, 그냥 맥주집에서 목이라도 축이면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요. 그날이 오면 그들과 정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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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9-0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마태우스님 너무 좋아요.

Phantomlady 2005-09-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과 단란하게 모일 수 있는 그 날이 어여 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바나나 말고는 못 드세요?

인터라겐 2005-09-0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보면 너무 잘 그렸다... ㅎㅎ 전 가짜로 보고 있나 봐요.. (농담입니다..)
마태님 솜씨야 알아 주잖아요.. 전 그런 자리에서 꿋꿋하게 그림을 그리고 계셨던 마태님을 생각하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커피우유 2005-09-0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책 내실땐 삽화도 꼭 마태님이 그리세요!!

엔리꼬 2005-09-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단란한 곳에 제공되는 정물 뿐만 아니라 인물화도 그려보아요..

sooninara 2005-09-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우유님..미투요^^ 헬리코박터도 마태님이 삽화 그리셨으면 더 팔렸을텐데..

LAYLA 2005-09-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책부턴 마태우스님이 직접 그림그리세요 진짜로 ^^

2005-09-0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9-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그림이 저렇게나 많은건, 정말 술만 마시고 그림만 열심히 그리면서 관심이 없었다는 한 증거가 되는 건가요? ㅋㅋㅋ 고생하셨습니다. 그나저나 그 친구들 안만날 거 아니면, 단란한 곳은 어찌되었건 종종 가시겠습니다.. (미녀들은 그 곳에 많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

마태우스 2005-09-0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정말 그렇더이다. 미녀들은 다 거기 있더군요. 그리고 그림 더 그리고 싶었는데 기본적으로 그릴 게 많지 않았고, 종이도 부족했습니다.
속삭이신 분/지금은 마음이 나아졌지요. 오늘은 제가 원하는 분위기에서 미녀 셋과 더불어 술을 마실 것 같습니다. 미녀들과 있을 땐 그림 안그립니다 음하핫.
라일라님/네 그러겠습니다.^^
수니님/하하, 한번 시도해 보죠 뭐. 그런데.. 그림 땜시 안팔리나요?^^
새벽별님/어제 브로콜리 그리다 실패했는데요 인물화는 브로컬리보다 더 어렵죠...
서림님/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그리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어릴 적에 만화 같은 거 베낀 적이 있는데요, 진짜 사람은 참 힘들어요. 눈 그리는 게 특히...
커피우유님/다음엔 성에 대한 책을 낼텐데요, 연습해야겠네요^^
인터라겐님/님에게 원화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감탄이 절로 나와요^^
스노우드롭님/네...바나나도 할수없이 먹는 거지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우주님/저도 우주님이 좋아요 호호.

날개 2005-09-0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정말 잘 그리셨어요..^^
마태님도 핸드폰 바꾸세요~ 카메라 화소수 높은걸로..

manheng 2005-09-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잘 그리시네요 ㅎㅎ 원래 친구가 그런게 아니겠어요.. 단란한 곳이 아니라도... 그 어떤 곳이라도 마음이 풀리셨을거 같은데 ㅎㅎ

panda78 2005-09-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소수 낮아도 잘 그렸다는 거 다 알겠네요. 감탄감탄.. ㅎㅎ
정말 담번엔 꼭 마태님이 삽화 그리세요. 제발.. ;; (삽화만 오려내서 버리고 싶어요..)

sweetrain 2005-09-0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책에는 손상 안가게 삽화 도려내는 법 없을까요? ㅡ.ㅡ
담엔 마태님이 그리세요^^

꾸움 2005-09-0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들은 그들과 다른 모습의 마태님이
너무도 좋은가봅니다.
음...
단란한 곳을 즐겨간다고 나쁜사람들이라고 볼순없는데
뭐 암튼.. 마태님친구분들이고, 마태님을 그리도 좋아라 하는걸로봐서
틀림없이 나쁜사람은 아닌듯....
(뭐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지금. ㅎㅎ...)
 

 

 

 

 

일시: 8월 29일(월)
누구와: 좀 복잡하다...조교 둘과 마시다가 28세 미녀와...
마신 양: 기본만. 소주 한병과 맥주 두병으로 마무리


1. 조교 둘

내 심복에 가까운 조교, 그리고 한때 내 조교였던 여인과 더불어 술을 마셨다. 그네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옛날에는 같이 술자리도 많이 했는데 2년 전부터인가 사람이 변해서 자기들에게 무관심하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찌된 것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바빠져-마음의 여유만 없는 게 아니라 몸의 여유도 없어져-조교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 심복 조교는 “이제 앞으로 택배 안받아 줄거예요”라고 협박을 하고, 다른 조교-앞으로 미녀조교라고 부른다-는 자기가 다른 대학에 있다가 온 지가 석달인데 환영회 한번 안해줬다고 삐지려고 해, 월요일의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미녀 조교 얘기를 잠깐만 한다. 2000년, 내가 그때는 모교에 가서 실험을 하느라 학교를 거의 안나갈 때였는데, 전화가 왔다. 새 조교를 알아서 뽑아달라고 부탁을 해놨던 교수의 전화였다.

“아주 예쁘고 참한 사람으로 뽑았어요”

고맙다고 거듭 당부를 했다.

나중에 학교를 가보니 미녀가 없다. 그래서 물었다. “새 조교선생은 어디 있나요?”

“전데요”

“어, 예쁘다고 들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 상처 많이 받았다.


그땐 내가 뭘 몰랐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니 그 조교선생, 5% 안에는 충분히 들 정도의 미녀였다. 난 왜 그녀의 미모를 몰랐을까. 기억은 안나도 엄청난 일이 있어서 머리에 충격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2. 다른 미녀

그들과 2차까지 함께 하려 했지만, 사정이 생겼다. 내 컴퓨터를 엉터리로 고친 기사 얘기를 들은 미녀 하나가 “내가 고쳐주겠다!”고 나선 것. 방년 28세인 그녀는 대단한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내 주위에는 왜 이렇게 미녀가 많은 걸까. 그녀나 나나 그날밖에 시간이 없기에 서둘러 상경했다. 그녀의 말이다.

“제가 보기엔 용량을 잡아먹는 바이러스가 있어서 그리 된건데, 괜한 파일들만 지웠군요”

그랬다. 유니 사진은 사실 지울 필요가 없었다. 한글 파일들도. 그것들이 용량을 차지하면 얼마나 차지한다고.

전문가답게 그녀는 무려 24기가의 용량을 지닌 바이러스 파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휴지통에 넣으려니 너무 크다고 나오고, 그냥 삭제를 누르려니 사용중이란다. 미녀답게 그녀는 집요한 데가 있어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고(지우기--> 용량이 커서 휴지통에 못버려--> 삭제--> 사용중) 내가 나서서 흥분한 그녀를 말렸다.

“저, 성질 죽이고 맥주나 먹으러 가죠”

그녀가 몸상태가 안좋다기에 딱 두병만 마셨고, 그녀는 집에 갔다. 컴퓨터는 못고쳤지만 날 위해 달려와준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다. 아름다운 외모, 아름다운 마음.


사족: 그녀의 가방에 있는 그림이 뭉크의 그림이었다. “뭉크네?” 그랬더니 무지하게 놀란다. 어떻게 알았냐며 존경하는 눈초리로 쳐다본다. “우리 회사 사람들 중 아무도 그거 아는 사람 없어요”

클래식 음악이 나왔을 때 “월광이네?”라고 하면 사람이 달라져 보이는 것처럼, 예술을 안다는 건 미녀를 감복시킬 수 있다. 내가 요즘 부쩍 예술에 조예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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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역시 바이러스였군요. 그 사이비 기사를 서비스 센타에 화악... ^^ (컴맹에 가까운 제가 짐작할 정도인데 말이죠.) 그나저나 그 파일 지우는데 성공하셨어요??

클리오 2005-08-3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바쁜 오늘밤, 저는 뭐하는거길래 번번히 1등을 하고 있는걸까요. 헐~

알고싶다 2005-08-3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을 알면 미남을 감복시킬 수 있나요?

부리 2005-08-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 리들러님/요즘 미남이 그 책 하나로 감복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장 그럴듯한 방법인 듯 싶습니다. 미남에게 다가가서 "너 변비지?"라고 하는 겁니다. 약점을 잡히면 그담부터 꼼짝 못합니다
클리오님/1등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갑구만요. 그 기사, 정말 나쁘죠? 그래도 삼성에서 물어봤을 때 "매우만족"이라고는 차마 못했고 "만족"이라고 답했답니다. 파일 지우진 못하고 다시 깔았습니다. 처음부터.

부리 2005-08-3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난 부리였구나....

chika 2005-08-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앗 난 부리였구나, 라는 글만 남아부는디요? ^^

2005-08-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5-08-3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정체성의 혼란이... ㅋㅋㅋㅋㅋ

2005-08-31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05-09-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술에 관심 좀 가져야겠네요. 선녀들 좀 감복시키려면. ^^

엔리꼬 2005-09-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24G짜리 바이러스도 있답니까? 허걱, 그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본체를 뜯어내서 핀셋으로 잡아 내세요... 기생충 같으니라고... (아, 기생충은 악의 무리가 아니지?)

moonnight 2005-09-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사 정말 사이비네요. -_-+ 그래도 덕분에 미녀의 착한 마음씨까지 확인하시고 술도 한 잔 하셨으니.. ^^;

산사춘 2005-09-0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그래머 울 부라더는 프린터 땜시 제 컴을 다 밀어놓고는,
저보고 프린터 고장난 거니 수리하러 가라고 했어요.
백업도 했고 컴도 더 좋아졌지만....... 암튼 열라 짱따이...

마태우스 2005-09-0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님같이 어여쁜 동생이 있다면 전 참 잘해줄 텐데요^^
문나이트님/그, 그럼요. 좋았죠! 돈 두번 다받는 건 너무한 듯..
서림님/그러니까 공룡 같은 거죠. 공룡이 나타나면 로그아웃하고 나가서 새판을 시작해야 하듯이, 컴도 다시 밀어야 합디다
야클님/하핫. 그렇게 하셔야죠
판다님/저도 어지러워요^^^
치카님/앗 치카님이다!
부리야/니 서재를 지켜라. 왜 여기서 이러니.

마냐 2005-09-0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소재 고갈의 염려가 없으시겠슴다. 늘 미녀군단이 대기중이시네요..호호호.

마태우스 2005-09-0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그, 그런가요?^^ 부끄럽습니다

꾸움 2005-09-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또,
마태님은 미녀에게 정신을 못차리신다~ 뭐.. 이쯤?
ㅎㅎㅎㅎㅎ...
 

 

 

 

 

 

108번째: 8월24일(수) , 폭탄주 다섯잔, 양주, 맥주, 소주
지도교수님 생신이었다. 51년생이니 55세, 하지만 예전처럼 50이 많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 나이쯤 되면 난 뭘 하고 있을까? 우리 교수님처럼 높은 위치를 확보하진 못할지라도, 그래도 뭔가연구하는 사람이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을까?요즘 부쩍 폭탄주 제조에 재미를 느끼시는 지도교수님, 어김없이 폭탄주를 돌린다. 다섯잔을 먹었지만 간에 기별도 안갔다.

쯔끼다시를 워낙 푸짐하게 먹어서인지 매운탕이 나왔는데 아무도 밥을 안시킨다. 내가 손을 들었다.
"여기 밥 하나요!"
다들 놀라서 날쳐다본다. 굴하지 않고 마지막 한톨까지 먹었다. 2차로 술이 나오는 노래방에 갔고, 3차는 감자탕집에 갔다. 비가 많이 온 그날, 어느 분이 주신 <광고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가 다 젖어버렸다. 다음날 발견하고는 무지하게 속상했다. 말려서 읽는 중이다.

109번째: 8월 26일(금) ,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음에도 여자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평소 식사를 잘 안하는 그녀에 대한 내 나름의 배려 차원. 해물칼국수를 시켰는데 보너스로 보리밥이 나온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다 먹었다.

친구들을 만나 고기집에 갔다. 칼국수를 안먹은 사람처럼 먹어댔다. 2차로 요즘 내가 부쩍 좋아하게 된 '가야'를 갔다. 다들 키위소주를 먹는데 과일을 안먹는 난 그냥 소주를 들이켰다. '가야'의 안주는 가격에 비해 푸짐하기로 유명하고, 맛도 좋았다. 게다가 서비스 안주까지. 별 생각없이 소시지 볶음을 시킨 친구는 쟁반에 담겨나온 소시지 더미를보고 무척이나 놀란다. 하지만 그 소시지, 내가 다 먹었다. 그 친구가 나중에 한 말, "소시지 다 어디갔냐?"

다른 친구가 시킨 알탕을 부지런히 퍼먹었고, 서비스로 나온 계란탕에도 질새라 숟가락을 넣었다. 먹기 위해 사는 놈처럼. 집에 가니, 당연한 귀결이었지만, 2킬로가 늘었다. 이젠 8로 시작하는 내 체중이 슬슬 익숙해진다.

110번째: 8월 27일(금) , 소주 두병?
가끔 만나 배드민턴을 치는 미녀가 있다. 맨날 아파트 주차장 같은 데서만 치다가, 네트가 달린 배드민턴장에 처음으로 갔다. 네트의 존재가 배드민턴을 20배쯤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30분간 운동을 했놓고 그보다 몇배나 되는 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 곱창 맛을 예술로 승화시킨 '황소곱창'이 분점을 내서 거길 갔는데, 맛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3천원쯤 쌌다. 비빔밥을 시키려는데 "밥은 다이어트에 안좋다"는 미녀의 말 때문에 그냥 곱창으로 달렸다. 4인분 먹었다. 2차는 감자탕, 3차는 맥주집. 각자 마신 소주의 양이 두병은 넘을 것 같은데, 왜 그 미녀는 끄덕도 않는 걸까. 결국 내가 먼저 쓰러졌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기억에 의하면 그 미녀가 날 집까지 데려다줬다.

비몽사몽간에 테니스를 치러 갔는데, 희한하게도 그런 날이면 난 테니스를 더 잘친다. 거의 날라다녔다. 비가 오는 바람에 두경기밖에 못한 게 아쉽다. 지금 내 체중은... 예전에는 '그 몸무게면 나 죽을래'라고 했던 수치에 달해 있다. 술일기를 쓰는 게 술을 더 자주 마시자는 취지로 변질되었듯, 체중계 역시 한번 찌워보자는 것으로 변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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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2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마늘빵 2005-08-2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많이 드셨네요.

조선인 2005-08-2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술일기의 원래 취지가 달려! 아니었나요? ㅋㅋㅋ

실비 2005-08-2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분 정말 술이 쎄네요.ㅎㅎㅎㅎ

kleinsusun 2005-08-2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용기예요. 아무도 밥 안시킬 때 밥 시키기 뻘쭘한데...
저도 가끔 밥 먹고 싶을 때 못 먹거든요.ㅋㅋ

마태우스 2005-08-2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전에는 안그랬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술이 세더이다...
조선인님/어머머 오해입니다!제 행적을 보면서 반성하자는 취지였어요
아프락사스님/그러게 말입니다
하이드님/도우 이다시마시데.

마태우스 2005-08-2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혹시 만용이 아닐까요? 다이어트 한다는놈이 밥시키는 게요.

클리오 2005-08-2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가끔 만나 배드민턴을 치거나 밥을 먹는 미녀 중에 저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미녀가 아니라 안된다구요? 호호... 그래도 굴하지 않습니다.. ^^

세실 2005-08-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드민턴 치고 싶어요.

꾸움 2005-08-2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러게요, 왜 사셨습니까!! 체중계 !! "

연우주 2005-08-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먹는 양이 늘어서 고민이랍니다. 체중계의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어요.

마태우스 2005-08-2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그래도 제 체중계는 150킬로까지 잴 수가 있더군요T.T
꾸움님/흑.... 너무 마음이 아파요....
세실님/님 체형이 배드민턴 체형이어요. 아마 잘치실 듯..
클리오님/하아, 저기 그런 뜻이 결코 아니구요....

Joule 2005-08-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체중계 저한테 파세요. 가격은 잘 쳐드릴게요. :)

sweetmagic 2005-08-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제 체중계는 150킬로까지 잴 수가 있더군요T.T
ㅎㅎㅎ
마태님 저랑 같이 다이어트 해요 ~ 친구랑 전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는 사람이 먼저 전화해서 전화 받는 사람이 밥사주기 했어요. 마태님이랑 전 책 사주기 해요 ㅠ.ㅠ
- 살빼기가 절실한 매직-

커피우유 2005-08-2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스펀지에서 봤는데, 젖은책은 냉동실에서 얼렸다 꺼내면 쭈글거리지 않고 잘 마른다네요. 혹시 다음에 또 책이 젖으시면 한번 실험해보세요 ^^
제가 오늘 러닝머신 9km놓고 40분 뛰었는데..딱 300kcal빠지더만요 -_-
[마태님을 위한 커피우유의 칼로리 체크시간]^0^
300kcal빼시고 곱창구이 4인분 드셨으면 총 1000kcal(곱창구이 1인분은 250kcal.))+ 소주 4병(1잔=50kcal, 1병에 약 7.5잔 나오니까 1병은 약 370kcal- 3병 드셨다 치면 헉 1100kcal. 1병 드실때마다 러닝머신 뛰기 1시간 늘리세욧)
기타 반찬들 드신거 빼고도 미녀와 저녁 한끼로 거의 2000kcal를 드셨네요...허허..

마태님도 안주대왕이신것 같은데 조금 저어됩니다요(실은 저도 한번 젓가락 들면 놓질 않는 안주여왕인지라^^;;)...

뭐 즐겁게 적당히 드시고 운동하시면 살도 빠지지 않겠어요? 하여간 홧팅~ ^^

2005-08-29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08-29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이유가 있었군요... ㅎㅎ... 운동 이후의 술자리를 위해서 ;)

moonnight 2005-08-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 체중계가 있어서 매일매일 올라가보는데요. 술마시고 나면(특히 맥주;;)일시적으로 체중이 확 늘었다가 조금씩 빠지던데요. 붓기때문에 그런가.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어요. ;; 그, 그런데 그 붓기가 빠지기 전에 자꾸만 술을 드신다면.. 흐흑. ㅠㅠ

marine 2005-08-2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술이 문제군요 술에 따라오는 안주도 문제고... 신동아에선가? 순환기 내과 전문의들에게 체중 조절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저녁 회식 자리에 빠진다는 얘기가 많은 걸 보고 역시 술자리는 다이어트의 적이구나, 싶더라구요 어떤 분은 점심 안 드신다는 분도 있고 저녁 굶는다는 분도 있고, 하여간 교과서에 나온대로 하지는 않더라구요 세 끼 잘 먹고 운동하면 된다는 정설 따르는 분이 별로 없는 거 보고 의사들도 환자에게 시키는대로 하지는 않다는 걸 알았답니다 ^^

마태우스 2005-08-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회식자리에 빠지면 당근 살이 빠지겠죠. 하지만 전 그런 방법을 쓸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요즘 매일 아침에 7킬로 이상 달리고 있는데요 효과가 없어요 흑
문나이트님/매일 마시는데는 장사가 없다는 생각이..한가지 궁금한 건 매일 마시면서 운동마저 안하면 전 엄청난 사람이 되는 건가요?
검정개님/호호 들켰다^^
속삭이신분/무슨 말씀을. 겁나게 즐거웠는걸요 담에 또 마셔요
커피우유님/냉동실에서 말리면 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글구 9킬로로 40분 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여자분 중 가장 빨리 뛰는 듯...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매직님/제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치라, 무조건 제가 집니다. 에...지금보다 8킬로 빼는 건데요?
알베르님/흑....... 안돼요! 전 꼭 성공할 거예요
 

 

 

 

 

일시: 8월 19일(금)
누구와: 한국 굴지의 출판사 분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 맥주 몇병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계산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근원을 찾아보자면, 내가 용돈을 안받았던 것에서 기인했지 않을까 싶다. 늘 수중에 십원 한 장 없이 지냈던 나는 친구들한테 늘 얻어먹어야 했다. 그렇게 떡볶이를 먹고, 공짜인 오뎅국물을 먹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되던 그 시절은 날 남의 신세를 지지 않는 아이로 바꾸어 놓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생각보다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이론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게 된지라, 지금의 행동양식을 어린 시절에서 찾는 게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내 유전자에 ‘니가 내라’는 명령어가 깊이 입력되어 있을지 모른다. 이유가 어느 것이든 난 내가 내는 걸 좋아하고, 저항에 직면하면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면서 돈을 내곤 한다. 술이 취하면 계산하고픈 마음은 훨씬 심해져 버리는 것도 내 특징 중 하나다.


계산을 하는 게 꼭 손해나는 일만은 아니다. 아마도 나는 계산을 함으로써 남들로부터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마음이 넉넉한 사람으로 인지되려면 내가 돈을 내야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냈을까 후회될 때가 가끔 있다. 그 중 하나가 몇 년 전 우리 써클의 여름진료 애프터였다. 6박7일간 강원도로 진료를 갔다가 서울에 돌아오면 우리는 대학로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맥주집에서 2차를 한다. 땀에 전 50-60명의 학생들, 일주일간 나름대로 일을 하고 온 터라 그들은 밤새 놀 각오가 되어 있었고, 거기 걸맞게 무진장 술을 마셔댄다. 집에다가는 7박8일이라고 얘기하고선. 진료를 가진 않았지만 그 애프터 자리에 불려나갔다. 그 자리에서 선배가 할 일은 그냥 격려금 조로 돈을 건네주는 것. 하지만 술을 꽤 마신 탓에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고, 취했을 때 하는 버릇대로 난 계산대에 가서 조용히 “지금까지 얼마예요?”를 물었다. 난 카드를 건네줬고, 카드전표에 싸인을 할 때 손이 떨렸다(액수가 너무 커서). 그리고 나서 난 집에 갔다.


그 돈,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 새벽 두시, 학생들은 다 취해 있었고, 침낭에 들어가 자는 애도 있었다. 그게 두고두고 억울했던 나는 친구를 시켜 “그때 내가 계산했다고 좀 써줘”라고 말했고, 그는 그 사실을 써클 게시판에 올렸다. 그래서? “xx 형, 고맙습니다”라는 댓글이 하나 달렸을 뿐, 조회수도 별로 없었다. 댓글이 열 개가 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생색을 내고자 했던 게 좌절된 마당에.


얼마 전 또 그런 버릇이 나왔다. 모 출판사 분들의 초청으로 술자리를 가졌을 때의 일이다. 그쪽에서 날 초청했고(1), 그들은 다섯이고 난 혼자(2), 게다가 나보다 연배가 훨씬 위인 사장님까지 나오셨다(3). 이럴 때 내가 내는 건 정말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난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굳이 계산을 했는데, 나갈 때 그 사실을 아시고 낯빛이 변하는 사장님의 얼굴에서 난 내가 큰 결례를 했구나 싶었다. 한 세 번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죄송할 짓을 왜 하는 걸까. 그나마 2차에서 친구 전화를 받고 도망가기까지 했으니 이중으로 미안했다. 좋은 분들을 알게 된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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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면 중증이신데요?^^

마태우스 2005-08-2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그렇죠?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요...

미완성 2005-08-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한동안 저에게 카드를 맡겨두세요.

하이드 2005-08-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결례라는걸 알긴 아는군요.

마태우스 2005-08-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님은 너무 멀리 있잖아요... 세번 약속도 안지키시구...핏!

마태우스 2005-08-28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알긴 알죠^^

하루(春) 2005-08-2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제는 좀 얻어드세요. ^^

진주 2005-08-2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이 좀 멀리 계시더라도 무조건 카드 맡기세요~

미완성 2005-08-2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사과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추천 한 방 때릴께요 헤헤.
진주님/ 안녕하세요! BC카드는 빨간사과 마태카드는 멍든사과! 저의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호호.
그럼 저에게 맡긴다 치시고요, 카드의 자석부분을 확 긁어놓는 게 어때요? 재발급 받는 데 시간도 걸릴테니 그동안은 쓸 일이 없잖우??

sweetrain 2005-08-2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 저한테 맡기세요. ㅡ.ㅡ 전 그걸로..음음 야구경기밖에 안 볼께요.(그나저나 입장료가 카드로 결제가 되던가...ㅡ.ㅡ)

마늘빵 2005-08-2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그렇게 해서 쓰신 돈이 상당할텐데... 마태님 술 드시면 안되겠다.

panda78 2005-08-2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진짜 그 버릇 고치셔야 하는데... 돈내고 죄송하면 어쩐대요?
그게 결혼하면 좀 나아지는데 말예요.험험..

인터라겐 2005-08-2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멍든사과님.. 재벌님의 카드인데 거리가 대숩니까...달려가서 받아 오세요.^^

라주미힌 2005-08-2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제 주위에는 마태님 같으신 분이 없을까요... ㅎㅎㅎ
술을 싫어해서 그런가.

클리오 2005-08-2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얻어먹는 것도 한, 두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마운 정도까지만 하셔요, 입장 바꿔놓고 생각하시구요. 기껏 돈쓰고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까지 들으면 기분이 별로잖아요... ^^ 그래도 마태님은 늘 고마워요~

검둥개 2005-08-29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얼른 장가를 가시는 게 좋겠어요. ㅎㅎ

paviana 2005-08-2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마태님 가시면 전 섭섭해서 어쩌죠..곱창에 소주 먹을 사람이 없어지잖아요..
카드는 한도를 대폭 낮춰달라고 카드사에 저나한방 때리세요..

moonnight 2005-08-2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술마시면 계산하는 버릇이 있어요. ㅠㅠ 마태우스님처럼 재벌도 아닌 주제에 -_-;;

marine 2005-09-1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 부서 사람들에게 한 턱 쏘기로 하고 닭집에 갔는데 (치킨 파는데 말고 닭요리 코스로 나오는데) 누가 소문을 냈는지 타부서 직원들에 가족까지 데리고 와서 카드 낼 때 손이 부르르 떨렸답니다 사장님이 자기가 절반 부담하겠다고 했는데 그럴 순 없죠, 호기롭게 말하고 계산대로 가서는 싸인하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는 후문이... ^^

마태우스 2005-09-1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타부서랑 가족은 좀 그러네요. 미리 양해를 구했으면 모를까... 손 떨리고 약간 억울하기도 하셨을 거예요...
문나이트님/우리, 그 버릇 고쳐봅시다!
파비아나님/제가 어딜 갑니까. 그리고 요즘 인생관이 바뀌었어요. 파비아나님이랑 곱창 대신 부산아구 먹어요
검둥개님/에 또...모든 문제를 장가로 푸시려는 생각, 아주 위험하다는군요^^
클리오님/호홋, 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열심히 쏠께요
라주미힌님/그건 님이 '미힌'이기 때문이죠^^
인터라겐님/사과님이 오신다면 드려야죠
판다님/아니 뭐, 그 후에 다시금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으니까...에 또...
아프락사스님/제 조직이 유지되는 비결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에...
단비님/죄송합니다. 사과님이 먼저 찜하셨습니다...^^
사과님/우리가 그래서 인연인가봐요. 언제 오실래요?
진주님/앞으로는 바르게 살아볼께요...
하루님/네...어제도 얻어먹었어요...

기인 2006-05-28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가난한 인문학도임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증상이 있습니다;;; 쩝.
 

 

 

 

 

5. 단란한 곳

9시 조금 못되서부터 10시 반까지, 우린 단란한 곳에 있었다. 하필이면 그곳은 좀 심하게 노는-여자들이-곳이어서 난 할수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때가 많았다. 그 한시간 반을 난 그냥 버텨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이들과 처음 그런 곳에 갔을 때 십분만에 도망나온 과거를 되새겨보면 ‘발전했다’ 혹은 ‘타락했다’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올해 4월인가, 단란한 곳 문제로 다른 그룹의 친구와 싸운 적이 있다. 난 단란한 곳이 싫다고 난리를 치면서, 니들은 돈이 썩어서 이런 데 다니냐고 집에 갔었는데, 그 이후 그들과 무척이나 서먹서먹해졌다. 그때보다 더한 곳에 갔으면서 이번에는 말없이 따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단란한 곳이 싫었다기보다, 같이 간 사람이 싫었던 거였다.


4월의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녔다.

-맨날 간다. 그들은 남자들끼리 즐겁게 노는 법을 아예 잃어버렸다.

-나오는 여자들을 겁나게 무시한다: 파트너 선택시 못생겼다는 이유로 “장난하냐? 당장 나가!”라며 면박을 주고, 가슴이 크다고 “너 젖소냐”라고 한다.

-여자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더듬고, 사용하는 언어도 폭력적이다.

-나에게 특정 행위를 강요한다; 앉아서 수다만 떨고 있으면 왜 블루스를 안추냐고 괴롭히고, 안예쁜 파트너를 골랐다고 “같은 돈 내고 노는 건데 왜그러냐 넌??”


하지만 엊그제 친구들은

-정말 몇 년만에 그런 곳에 갔다

-파트너를 선택할 때 까다롭지 않았다.

-내가 누구를 고르던 개의치 않았고, 여자랑 내내 수다만 떨고 있어도 존중해 줬다.

그래서 난 4월엔 마음이 한없이 불편했고, 엊그젠 약간 힘들긴 했지만 버틸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단란한 곳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곳이 남성 중심주의가 관철되는 장이라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난 탁 트인 공간에서 단체로 그러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결혼해서 거기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그들과 달리, 난 양심에 철판을 깔면 20대 여자도 만날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잠시 자랑을 좀 하자면, 이번 목요일에 난 0.1%의 미녀를 만난다. 데이트 신청을 한 건 바로 그녀^^


어찌되었건 단란한 곳을 중심으로 한 남자들의 문화는 바뀔 필요가 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아내들은 콩나물값을 아끼려고 아등바등 사는데, 남자들은 불과 한시간여를 놀면서 무지막지한 돈을 쓰고 있으며, 아내들은 남편 이외의 남자를 만나기 어려운 반면 남자들은 20대의 어여쁜 미녀와 한바탕 놀고 나서도 바람이 아니라고 우긴다. 어제 잠깐 생각해본 결과 남자들의 밤문화가 지속되는 까닭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여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인 바, 그 밤문화를 체험해본 내가 그 실태를 고발하는 책을 하나 써볼까 싶다. 문제 해결은 현실을 바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그냥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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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2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란한 곳이 어느곳일지 고민했는데.. 이런 -> 좀 심하게 노는-여자들이-곳
이것이 아주 큰 힌트네요. ㅋㅋ 정말 땅만 바라보셨을지 무지 의심스럽습니다. -_-;
음주문화 변해야하죠. 우리나라... 정말 왜이런지 모르겠습니다. 킁. _-_)~
근데, -> 이번 목요일에 난 0.1%의 미녀를 만난다-> 이 대목 좋습니다. 히히히 ^-^
꼭 좋은 데이트하시고 후기 꼭 남겨주세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야클 2005-08-2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라... 심히 부럽습니다. 전 10%만 만나도 전력투구해서 정착(?)하렵니다.

2005-08-22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8-2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어요

마늘빵 2005-08-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그런대요들. 훔. 전 단란 한번도 안가봤어요. ㅡㅡV

이매지 2005-08-2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단란한 곳이 어디일까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이내 알아차린 ㅋㅋ
0.1%의 미인과의 만남. 후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D

비로그인 2005-08-2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란한 곳에 가신 사연은 0.1% 미녀님께는 절대 비밀로 해야겠네요 ^^
아무리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어도 여자들은 이해하고 싶지 않거든요.

moonnight 2005-08-2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1%를 은근히 자랑하시는 듯. ^^; 단란한 곳.. 저도 가끔 따라가게 되는데 아가씨들이랑 수다떤다는 점에서 마태님과 비슷 ;;;

2005-08-22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돈 벌면, 여자들이 해외여행 가는것과 비슷한 마음으로 단란주점을 가고 꿈꾸는 것 같아요. 참, 나... 근데 0.1% 미녀분과 만나다가 '평민'들을 만나면 눈버려서 어쩐대요.... ^^

merryticket 2005-08-2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의 그 친구들과 놀지 않으심이 좋을 듯..싶어요.
남자들은 왜 그런 곳을 즐겨가는지 이해가 안되어요.
여자비하? 뭐, 그런 걸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일까요?
그런 남자들은 아마도 집에서 부인을 왕으로 모시고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자신들도 함 왕이 되어 보고픈 마음으로~가 아닐까나요?

2005-08-22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5-08-2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란한 곳 좋아하는 사람들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몰겠어요 암만 아껴써도 남는 돈 몇 푼 안 되는 사람으로선 좀 의아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