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본 페이퍼와 그다지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 맞는 긴 연휴, 원래 하려던 일은 대략 10가지쯤 됐다.

그 중 논문 두 편을 쓰자는 것도 들어 있었는데,

그리 길지도 않은 한 편을 쓰는데 월화수 사흘이 날아갔다.

생각보다 큰 출혈이었는데,

이건 순전히 ‘한줄 쓰고 인터넷 뒤지고 또 한줄 쓰고 인터넷 뒤지고’를 반복한

내 집중력 부족에 있었다. 

목요일엔 교양과목 2주치 강의준비를 했고,

금요일엔 간만에 테니스를 치고 일산에 사는 친척집을 방문했다.1)


그리고 토요일, 두 번째 논문을 쓰려고 컴 앞에 앉았다.

하지만 논문을 쓰기가 너무 싫어서 계속 딴짓만 하다가

밤 11시에 컴 앞에 앉아 자료를 띄웠다.

그러고 난 뒤 네이버 웹툰을 40분쯤 보다가

그래도 일하기가 싫어서 ‘영화’를 클릭했다가 <범죄도시>가 개봉한 걸 알았다.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때려부수는 영화다 싶어 볼 마음이 없었는데,

평점이 너무 높은데다 재미있다는 평이 대다수다.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은 알바와 순수한 관객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논문은 뒤로 미루고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10월 8일 새벽 12시 45분에 시작하는 표를 예매하고 서둘러 차를 몰아 극장에 갔다.

상영관 앞에 제복 차림의 직원이 있었고, 

그 옆에는 웬 여자 둘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 있다.

한껏 거만한 자세로 직원에게 출력한 티켓을 내밀었더니 그가 이렇게 말한다. 

“손님, 이건 다음날 티켓이에요.”

놀라는 내게 직원이 설명을 해준다.

“저희 극장 심야표는 전날 날짜로 찍혀요.”

아, 그렇구나. 내가 그걸 모르다니. 

나: 괜찮습니다. 다른 데 앉으면 돼죠 뭐. 표는 좀 봐주세요.

직원: 그게요, 저희도 해드리고 싶은데 지금 표가 매진이에요.

토요일 밤 12시 45분, 인구 60만의 천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알고보니 여자 두 분도 같은 이유로 서 있는 거였다.

직원은 무전기로 혹시라도 취소된 좌석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안되겠다고 했다.

집에 그냥 가기가 너무 싫어서 계단에라도 앉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극장에 들어가니 정말 매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할 수 없이 좌석과 좌석 사이의 계단에 주저앉아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그 직원이 들어온다.

“저기요, 노약자를 위한 이동좌석이 하나 있는데, 거기라도 앉으시겠어요?”

그걸 거부할 소냐. 고맙다고 하고 맨 앞줄에 있는 노약자석에 앉았다.

영화는, 안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수준으로 재미있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뻔하다면 뻔한 액션영화를 

아주 신선한 영화로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할까. 

그러니까 마동석은 아트박스 사장을 하기엔 너무 큰 그릇이었다.2) 

마동석씨, 이런 영화 또 찍어주세요. 전 기생충 연구 열심히 하렵니다. 


1) 금요일에 찾아뵌 분은 이전에 쓴 ‘개만도 못한 인지도’에 나온 삼촌이었다.

지금은 그 글이 지워졌는데, 내용은 이랬다. 

[나랑 삼촌이 친한 사이라는 걸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삼촌은 

안내견을 하다 은퇴하고 삼촌에게 분양된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한다.

하지만 다들 개만 보느라 나에게 관심갖는 이가 없어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도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1시간 반 가량 산책을 했다. 

4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개만 봤지만,

방송을 좀 해서 그런지 나를 알아봐주는 분도 이따금씩 있었고,

그럴 때마다 삼촌은 으쓱해했다. 

그런데 그 개 등에 ‘은퇴한 안내견’이라는 표지를 붙인 탓에 

산책하는 동안 이런 소리가 들렸다.

아이: 아빠, 나 저 개 좀 만져봐도 돼?

아빠: 안돼. 저게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 만지면 절대 안돼.


이런 대화를 4번째 듣는 순간 난 뒤를 돌아 그분한테 말했다.

“얘가 은퇴한 안내견이라, 괜찮습니다.”

그분이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니, 그럼 지금 눈이 보이세요?”

‘은퇴한’이란 글자를 더 키워서 표지를 다시 만들어야겠다 싶다. 


2) 마동석은 <베테랑>에서 아트박스 사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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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10-08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우스님^^ 야구 기다리다 북플 열었는데 덕분에 웃습니다. 상황들이 영화보는 것 같아요ㅎㅎ^^;
직원 한 명 남편이 마동석씨랑 아주아주 닮아서 괜히 친근하게 느끼는 배우입니다. 마태우스님이 인정해주시니 앞으로도 잘 되실 듯^^

마태우스 2017-10-08 10:43   좋아요 0 | URL
무플방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직원 한분의 부군이 마동석 과라니, 든든하겠네요^^ 아쉬운 건 마동석씨가 넘 늦게 떴어요. 숏터뷰인가 봤더니 47세...ㅠㅠ 넘 아쉽네요.

조선인 2017-10-0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흘이나 되는 연휴에 논문이라뇨. 옳지 않습니다. 제 대신 놀았어야죠!!! 엉엉
- 연휴에도 출근한 1인 올림.

마태우스 2017-10-10 06:20   좋아요 1 | URL
아 네...말이 그렇지 저 쉬엄쉬엄 일했습니다. 사실 제가 주말이고 뭐고, 최근 몇년간은 맘편히 쉬어본 적이 없네요 ㅠㅠ 글구...결국 논문 두편 썼습니다. 제가 자랑스럽네요^^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다.

"야, 너 <나는 살인범이다> 봤냐? 그거 꼭 봐라. 엄청 재밌다."

그 말이 아니었다면 좋은 영화를 놓칠 뻔했다.

무서운 영화는 싫다고 버티던 아내 역시 재밌다고 극찬을 했으니 말이다.

 김남주와 함께 찍은 드라마에선 별로라고 여겼던 박시후는 이 영화에서 자기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소위 웰 메이드 영화의 범주에 속할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거기 나온 여성들의 역할이었다.

책을 통해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자백한 박시후의 기자회견장.

다른 남기자들은 "왜 이제와서 죄책감이냐?"며 비난조의 질문을 던지는데,

한 여기자가 손을 들고 말한다.

"피부가 좋으신데, 따로 관리받으시나요?"

다른 기자들의 핀잔이 이어진다.

"여성지 기자는 질문 받지 말아야 한다니까."

그 자리에서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할 기자가, 그들 말대로 여성지 기자라 해도,

정말 있을까?

 

박시후와 그를 쫓던 형사(정재영)가 출연한 토론회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형사 편에 선 패널이 "책을 팔아먹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건 아니냐?"는,

당연히 했음직한 질문을 한 반면

박시후 측 패널로 나온 여성 변호사는

박시후가 처음 자기를 찾아와 고백하던 장면을 얘기하며

"제가 좀 감정이 북받쳐서"라며 눈물을 훔친다.

그런 자리에서 그런 한심한 말을 할 패널이 박 모 이사장을 제외하면 정말 있을까?

물론 정재영도 자기 감정을 못이기고 해서는 안될 행동들을 하는데,

그 행동들은 그의 이력으로 보건대 충분히 납득 가능한 반면

위에서 언급한 두 여성들은 "여자는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린다"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박시후의 팬클럽인 여고생 빠순이들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난 이 영화를 마초영화로 분류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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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2-12-02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제목은 '내가 살인범이다'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봤음에도 '나는 살인범이다'로 알고 있었어요. '나는 가수다'의 영향 때문인듯...

영화는 재밌게 봤고 큰 불만은 없지만..조연들에게서 실망을 했었습니다. 조연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나리오나 감독의 연출 문제로 보여지더군요. 왜 싸구려틱 하게 연출했는지 모르겠어요. 여고생이나 여변호사 그리고 기자단들이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도 이 영화, 별다른 정보 없이 봤는데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

마태우스 2012-12-03 21:50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가수다'의 영향이군요 흠흠. 참고로 저도 평점 9.5를 줬어요. 영화는 정말 재미있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예고편을 봤을 때랑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saint236 2012-12-02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이야기한 여자에 대한 접근 문제는 단연 007이 최고죠.

마태우스 2012-12-03 21: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근데 007쯤 되면 다들 넘어가지 않을까요? 연쇄살인범도 아니고, 정보요원이라는 아우라까지 덧씌워져서요.

2012-12-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aladin.co.kr/747250153/3155767
여자에 대한 편견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이 넓은 세상에 님같은 사람이 또 있나보죠 뭐.


2012-12-03 18:1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범죄자라도 연예인급으로 잘생겼으면 이성이 마비되는 사람들이 생길수도 있겠죠.
반대로 여자범죄자인데 용모가 엄청나게 준수하다면
상태 비슷한 남자캐릭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죠. (실제 사례도 있었고 "미녀강도"같은,) 마치 여성주의 관점에서 쓴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열폭성 글인 듯.

마태우스 2012-12-03 21:46   좋아요 0 | URL
어머나 ㅎ님 댓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님의 열폭성 댓글을 기다렸다니깐요. 님이나 저 같은 사람이야 강도가 예쁘면 헤까닥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안그러거든요. 일례로 강호순이 얼굴은 좀 생겼지만, 팬클럽이 생기던가요? 연쇄살인범은 여자들을 주로 죽이는지라 여자들이 열광하기 어렵답니다. 열심히 찾아서 링크까지 해주셨는데요, 솔직히 시간도 없고 귀찮아서 들어가보지 못했네요. 담번엔 링크 말고 핵심내용을 정리해 같이 올려주심 고맙겠어요.

2012-12-20 22: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참내 이유가 주로 여자를 죽이기 때문이라는 개소리는 또 첨 듣네요. ㅋㅋ 외국에 여성 뿐만이 아니라 아동까지 연쇄살인한 악질 범죄자와 심리상담가가 실제로 사귄사례도 있는데 그리고 연쇄 살인범같은 범죄자에게 끌리는 여성들이 세계적으로 꽤 존재한다는건 상당히 유명한 얘기고요.ㅋ 그건 그렇다쳐도 강호순을 잘생겼다고 하는 님의 미적감각에 경의를 표합니다.ㅋㅋㅋ

테레사 2012-12-0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우스님, 무섭긴 하죠? 무서운 건 맞죠?

마태우스 2012-12-03 21:47   좋아요 0 | URL
요즘엔 시나리오가 상상을 벗어나는 영화를 좋아해요. 메리다의 숲 같은 영화요. 이 영화는 그 범주에 속했고, 그래서 좋았어요. 무섭다,는 느낌은 별로였는데요? 전 남자라서 그런가봐요.

테레사 2012-12-0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근데 저기 위에 올린 박시후의 사진, 죽이네요...(너무 속된 표현이라고 나무라셔도 할 수 없어요) 완전 미남인데요.으흐흐흫 ....전 TV가 없어 드라마로는 박시후 본적이 거의 없는데...이 사진...죽이네요...죽여..흠흠..

마태우스 2012-12-04 12:1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잘 자랐더라고요. 몸매도 아주 탄탄하더이다^^

moonnight 2012-12-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보지는 못했지만요. 요즘 영화관에 잘 안 가게 되어서. 내려가기 전에 봐야할텐데 -_-;;;;

마태우스 2012-12-04 12:18   좋아요 0 | URL
7년의 밤보단 재미없어요^^

민세민석아빠 2012-12-04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재밌군요...오늘 보러가야겠당..

aewf 2013-01-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풍자하는거에요
여자가 이성보다 감정에 이끌린다라는게 편견이 아니라 사실이구요
 

이런 영화는 그냥 닥치고 봐야 한다,고 믿었기에 아내에게 부탁해 예매를 했고,

토요일 아침 9시 조조로 보러 갔다.

5천원만 내고 본 게 미안할만큼 영화는 재미있었고, 장면장면에 정성이 가득하단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비긴스의 내용을 상당부분 까먹었던 게 영화의 독해에 지장을 주긴 했어도

영화에 담긴 메시지들은 무지하게 감동적이었다.

이런 영화를 "액션이 별로였다"며 1점을 주는 분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참 다양하구나,는 걸 느꼈다.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배트맨이 다른 건

기존 것은 배트맨에 맞서 싸우는 악당들이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반면

놀란의 배트맨은 자기보다 버거운 상대와 싸워야 한다는 것.

혹자들은 히스 레져가 분한 다크나이트의 조커만큼 악인의 카리스마가 없다고 하지만,

뭐 베인 정도면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악당 아닌가?

과거에 배트맨 포에버에 나온 조커를 떠올린다면, 이런 영화는 정말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이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돈 많은 기업가 미녀(마리옹 꼬띠아르)랑 캣우먼으로 나온 앤 해서웨이 사이에서 갈등을 잠깐 한다.

사실 배트맨이 한 게 아니라 사실 내가 한 거였지만,

내 선택은 당연히 기업가 미녀인데,

그게 기업가 미녀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앤 해서웨이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미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꼭 "그럼 기업가 미녀는 네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뒤따르겠지만,

아니 내가 앤 해서웨이보다 더 예쁜 아내랑 살고 있는데 기업가 미녀 정도를 감당 못할까?

쓰다보니 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리는데,

다음 말을 해주겠다.

여성학 시간에 맨날 틀어주는 영화가 있는데

독일을 배경으로 한 그 영화엔 아주 뚱뚱한, 미장원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어느 뚱뚱한 남자가 그 여자한테 집적대니까 그 여자가 이런다.

"나도 날씬하고 멋있는 남자 좋아해요."

그 말은 내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것과 동시에, 내가 그동안 어울리지도 않게 미녀만을 추구했던 것도 합리화시켜 줬다.

암튼 내 선택은 기업가미녀며, 그건 결코 돈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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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3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3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3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3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7-2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한번 더 볼려구요.ㅎㅎ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디비디도 다 사고 싶어요!

마태우스 2012-07-29 01: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레와님
전 배트맨 비긴스랑 다크나이트를 다시보고 싶더라구요
이전 것의 내용이가물가물해서용

심술 2012-07-2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님, 포레버에는 조커 안 나왔어요.
짐 캐리가 리들러로 토미 리 존스가 투페이스로 나왔죠.
잭 니콜슨이 조커로 나왔던 건 팀 버튼 감독의 89년 배트맨이죠.
킴 배씬저가 배트맨 애인으로 나왔었죠.

마태우스 2012-07-29 01: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렇군요.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연한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쓰는 건 역시 위험한 일이었네요^^
 


 

“기분이 우울해진다.” <기생령>의 시네21 리뷰는 이렇게 시작된다. “<기생령>을 보고 발전없는 충무로 공포영화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단다.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전혀 없고, 각본은 너무 허술하다고 개탄하는 기자의 리뷰는 이렇게 끝이 난다.

“기대감을 품고 충무로 공포영화를 보는 날이 올까? <기생령>을 보니 답이 없다.”


답이 없다는 걸 나도 잘 안다. 얼마 전 나도 그걸 뼈저리게 느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술을 한잔 걸치고 온 어느 날, 그냥 자기가 억울해 ‘쿡’에서 영화를 골랐는데 최신영화에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 올라와 있었던 것. 술김에 3,500원을 그냥 결제했는데, 그 순간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안돼! 그거 네이버 평점 5점대야!”


영화가 시작된 지 십여분만에 난 잠이 들고 말았는데-너무 지루해서-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주말, 처음부터 영화를 다시 봤다. 난 털 달린 동물을 좋아하니, 고양이들만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하지만 그게 괜히 5점대가 아니었다.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데 별 맥락도 없고, 있다해도 궁금하지가 않았다. 특히나 관객은 안무서운데 영화 속 인물들만 무서워하는, 한국 공포영화의 특징이 그대로 재현돼, 주연을 맡은 박민영 혼자 계속 비명을 지르다 자빠지고, 난 “쟤가 도대체 왜 저러나” 헛웃음을 웃는 일이 되풀이됐다. 차라리 우리가 기르는 페키니즈 강아지 두 마리를 하루 종일 촬영한 후 편집해 놓으면 그보다 훨씬 더 재미있겠다 싶다.


 

공포영화에서 고양이가 가끔 등장하는 건, 고양이가 가진 신비한 힘도 이유겠지만 에드가 알렌 포우 등 많은 작가들이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확대재생산했기 때문일 거다. <고양이: 두 개의 눈>은 그런 고정관념에 기대어 날로 먹어보자는, 1박2일로 따지자면 엄태웅 같은 영화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고양이가 아니라 관객의 돈을 날로 먹으려는 이런 영화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다. 만들고 나서 자기네들도 한번은 볼텐데 어떻게 개봉할 생각을 다 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사람은 주연배우 박민영과 그의 가족들, 기타 비중있게 나온 배우들과 감독의 일가친척 등등일 테고, 고양이 보호 단체에서도 한번쯤 볼 필요가 있겠다. 시나리오가 후진 영화엔 고양이를 등장시키지 못하게 해 달라는 취지에서. 네이버 40자평을 보다보니 pigshow09란 분이 이런 말을 써놓았다.

“정말 재미있게 봣어요.”

그에게 한 마디. 박민영 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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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8-2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괜찮을 것 같았는데 별로군요.
근데 술김에 결재하시고 부인님 소리 지르셨다니 그게 더 리얼공포스럽지 않으셨나요?
괜히 웃음이 나서...ㅎㅎㅎ
다 마태님 그리 쓰신 탓이어요.ㅠ

그래서 전 박민영이나 이민호 같은 젊은 배우들 빨리 나이들어
관록이 좀 붙어야 한다고 봅니다. 시나리오 보는 안목도 키우고.
나름 가능성있는 배우란 생각은 드는데 너무 어려서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요.

2011-09-0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베스트셀러>는 표절시비에 휘말린 작가가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무서운 영화는 싫다고 도리질을 하는 아내를 구슬러 극장에 끌고 갔건만, 영화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무서웠고, 그래서 “것봐! 내가 안간다고 했잖아!”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아내에게 구박을 받아야 했다. 그렇긴 해도 아내와 함께 가길 다행인 것이, 그 무서운 영화를 나 혼자 봤으면 밤에 잠도 안왔을 거다. <불신지옥>이란 영화를 보고 난 뒤 일주일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지 않은가?


극중에서 엄정화는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심사를 했던 작품을 표절한 혐의로 고초를 겪는다. 문단은 물론이고 독자들도 작가를 비난하고, 심지어 9시 뉴스에선 앵커가 “우리나라가 무슨 표절공화국이라도 되느냐”며 혀를 찬다. 이 대목을 보면서 난 우리 현실이 영화의 반만큼이라도 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참 전 신모 작가가 <참외밭>의 표절시비에 휘말렸을 때 언론은 물론이고 문단도 침묵을 지켰다. 나처럼 문학판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래서인지 신작가는 자신이 표절했다고 주장한 문학평론가에게 신문지면을 통해 반박을 했다.

“내 불찰이 약간 있었지만 집요하게 따지는 넌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그 뒤를 이은 권작가의 표절시비는, 이건 순전 내 생각이지만, 그 작가가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동인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시골의사의 블로그에 있는 내용을 소설로 바꾸고, 몇 문단은 통째로 옮겨온 건 분명 표절이지만, 문단은 물론이고 한겨레를 제외한 언론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이런 현실을 상기해보면 표절 작가가 완전히 사회로부터 추방되는 영화 속 상황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어느 순간 표절 작가의 대표 격인 전여옥 씨가 생각났고,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영화가 무섭지 않게 됐다. 영화 속 엄정화는 자기 힘으로 쓴 베스트셀러도 몇 권 있지만, 전씨는 오로지 남의 르포를 통째로 도둑질한 책 한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거라는 점에서 죄질이 훨씬 더 나쁜데, 그런 사람이 오히려 자신은 당당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맹자를 인용하며 “크게 될 사람은 시련을 겪느니” 어쩌니 하는 작금의 현실은 영화와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무섭다. 영화에선 남편마저 표절 작가를 멀리하지만, 현실 속에서 전씨의 남편은 부인한테 합세해 피해 당사자인 유씨를 협박하고, 대학생들이 표절작가를 비아냥대는 영화와 달리 할 일 없는 애들이 ‘전사모’인가를 만들어 표절 판정을 내린 판사들을 좌익이라고 욕하는 현실, 이 정도면 여느 스릴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엽기적이다.


영화에서 엄정화는 “난 그 책을 보지도 못했어!”라고 절규한다. 이건 스포일러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어떤 초자연적인 힘 때문에 그리 된 거라는 걸 알기에 엄정화를 동정한다.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며 절규하는 전여옥 씨, 당신이 그 책을 쓸 땐 대체 어떤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졌나요? 혹시 당신에게 피에르 메나르의 혼이라도 빙의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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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4-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에르 메나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스페인어로 욕을 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하고도 남을 양반이겠죠..^^

blanca 2010-04-1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인줄 알았으면 볼 것을 그랬네요. 셔터 아일랜드가 시간이 안되고 이 영화는 됐었는데 저는 단순한 멜로인 줄 알고 고려도 안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무섭나요? 저 알포인트 보고 일주일간 잠못자고 공포영화는 끊어서요^^;; 줄거리가 최근 있었던 문학상 심사위원 관련 스토리와 비슷해서 놀랐어요. 시골의사도 비슷한 일이 있었군요.

L.SHIN 2010-04-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현실이 영화처럼, 소설처럼, 만화처럼만 된다면, 아니 반만 그렇게 된다면 -
좋겠죠. 물론 그 가상 세계들이 좀 오버하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원하는 이상향'의 모습을 한 영상/매체물로 우리는 대리만족 혹은
'무의식적 교육'을 받는 거겠지요.

어째서 창피해하지 않을까? 자신의 창의성 없음을, 남의 것을 도둑질한 것을.

카스피 2010-04-20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표절하니 갑자기 장르 소설이 생각나네요.한동안 각 스포츠 신문에서 장르 소설들의 신춘 문예를 받은적이 있는데 많은이들이 외국의 유수 단편들을 국내 이름으로 번안해서 자신의 작품인양 내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웃긴것은 당시 그런 몇몇 작품은 당선이 되었다가 나중에 장르 소설 독자들의 항의로 시상이 취소됬다고 하네요.심사위원이 순수 문학가들이 장르 소설을 전혀 읽어보지 않아서 생긴 에피소드지요^^

moonnight 2010-04-2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주인공이 맘에 안 들어서 안 볼까 했는데 봐야겠네요. ^^

비연 2010-04-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이 더 무서운 세상이죠. 영화는 귀엽네요(?)..ㅜㅜ 전씨는 요즘 우째 지내는지.

마태우스 2010-04-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안녕하셨어요? 전 잘 지내요 호호호.
문나이트님/앗 그간 안녕하셨어요? 엄정화 싫어하시나봐요. 미녀는 미녀를 싫어한다더니 호홋.
카스피님/앗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가르쳐주셔서 감사!
엘신님/글게 말입니다. 왜 창피해하지 않는지, 왜 표절한 놈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지...
블랑카님/셔터아일랜드, 저 보고 싶었는데 못봤다는... 단순한 멜러라뇨. 멜러 장면 하나도 안나온답니다 그냥 스릴러! 최근 얘기도 뭔가가 있었나보죠? 찾아봐야겠네요
메피님/헤헤 제가 피에르 메나르 아는 게 기특하더라고요 스스로^^ 전씨는 아마 모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