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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도끼
에밀리 지음 / 어나더북스 / 2020년 1월
평점 :
페이스북을 잠깐 하다가 중단한 건 몇년 전 내 생일날이었다.
원래 난 누가 댓글을 달면 반드시 대댓글을 달아주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었는데,
생일날 달린 250개 정도의 축하댓글에 하나하나씩 댓글을 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대략 50개쯤 달다가 때려치웠고, 그 후부터 페이스북을 멀리했다.
그래, 퍼거슨 옹의 말이 옳았어. SNS는 안하는 게 답이야.
그러던 내가 다시 페이스북을 기웃거리게 된 건 존경하는 어느 분의 글을 읽기 위함이었다.
그분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지라 댓글을 달려면 내 계정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도 하나둘씩 들어가게 됐다.
여전히 페이스북에 원글을 쓰진 않지만,
난 여기저기 다니면서 댓글을 단다.
그러다 에밀리님의 페이스북 글을 만났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446474368867842&id=100005158777354&ref=content_filter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한데 꽃보다 도끼가 2쇄를 찍어야 이야기를 해준다니!
난 서둘러 책을 주문했고, 몇 시간만에 다 읽었다.
책은 매우 유쾌했고, 우울한 코로나19 정국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
난 원래 걸크러시에 열광하는 편인데,
에밀리님이 풀어놓는 과거사는 정말이지 걸크러시의 끝판왕이었다.
에밀리님이 백년전쟁 시절에 영국이나 프랑스 중 어느 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전쟁이 백년이 넘도록 지속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이 책에서 얻은 교훈 중 최고봉은 에밀리님이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관한 대목이다.
고2 때 에밀리님은 어떤 남학생을 사랑하는데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여학생을 위해 연애편지를 대필했고,
그 둘이 잘 되고 난 뒤 연애편지를 대필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단다.
이건 대학에 가서는 리포트를 대신 써주는 것으로 발전했고,
자기소개서와 웹소설도 쓰게 됐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꽃보다 도끼>의 저자가 됐다.
에밀리는 말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이나 시간은 없다는 거야....
지금 하고 있는 하찮은 일도 열심히 하면
그걸 빌미로 멋진 연애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심지어 도끼 같은 연장 하나만 잘 다뤄도 충분히 연애할 수 있다니까." (261쪽)
이 리뷰가 책을 좀 더 팔리게 해서 2쇄를 찍을 수 있기를,
그래서 나를 비롯한 에밀리님의 페친들이 저 뒷얘기를 들을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