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체로 죽더라도 선탠하고 싶어
고철구 지음 / 혜화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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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지금같은 권력을 갖기 전그는 딴지일보라는 재기발랄한 언론사의 총수였다.

세상의 근엄함과 위선에 똥침을 날리자는 총수의 슬로건답게

거기 걸맞는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그 중 하나가 철구였다.

철구가 필명이라 그의 진짜 이름이 뭔지 몰랐지만,

철구의 글은 그 쟁쟁한 필진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그 딴지일보는 지금도 살아남아 현 정권을 사수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지만,

철구가 딴지일보에서 보이지 않게 된 건 오래 전의 일이다.

 

그 철구의 진짜 이름이 고철구라는 것을 안 계기는

십수년만에 돌아온 그가 <변사체로 죽더라도 선탠하고 싶어>라는 소설책을 냈기 때문이다.

좀비를 소재로 한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책인데,

제목으로 보나 프롤로그로 보나 딴지일보 시절의 기발한 내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티모시와 새라>라는 두 번째 소설은 재미도 재미지만

읽는 동안 여러 번의 충격을 내게 선사했다.

우씨이건 뭐지 이러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자자와 종가>

읽는 동안 여러 번의 안타까움을 내게 선사했다.

다음 나오는 <일문과 일금>

읽는 동안 여러 번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티모시와 새라>가 그냥 충격만 줬던 건 내가 경험 못한,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어서였고,

<자자와 종가>가 안타까움을 준 건 내가 경험 못한,

아주 오래 전 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라면,

<일문과 일금>의 이야기는 지금 내 나라에서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충격과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슬픔으로 날 인도했다.

무엇보다 놀란 건 각각의 단편에서 이야기의 짜임새가 워낙 훌륭했다는 점이었는데,

덕분에 나같은 둔감한 독자도 저자가 보여주려는 세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삶을 힘들어하는 이들이이 이야기를 읽고 1분이라도 깔깔대고 훌쩍거릴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 이야기에 깔깔댈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저들이 겪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이고 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이 픽션으로 읽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는 저자의 말은

괜한 걱정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변사체와 선탠이 들어간 책의 제목이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가장 뛰어난 이 책이

제목 때문에그리고 딴지일보에 근무한 저자의 이력 때문에

B급 소설로 인식될까 아쉬워서다.

제목과 프롤로그만 보고 속단하지 말자.

티모시와 새라를 읽는 순간부터 당신은 절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지니.

 

말은 이렇게 하지만난 중간에 이 책을 손에서 놨다아내가 TV를 볼 때 그 옆에서 책을 읽었는데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보니 책을 내던지고 드라마를 봤고그 후에도 한동안 드라마가 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나를 넋 나가게 만든 그 드라마는 불륜전문 배우로 거듭난 김희애가 주연한 <부부의 세계>인데이 책을 볼 때 1회가 방영된 게 책을 내던진 이유였다감히 말하건대폭풍같은 반전이 사라진그래서 밋밋해져버린 2회였다면절대 이 책을 내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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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3-3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 드라마가 미국인가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라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챙겨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전 김희애 별로 였는데 재작년이던가요? 변호사로 나왔던 무슨 위안부 얘기 다뤘던 영화 보고
괜찮네. 다시 보이더군요.
그리고 부부의 세계를 보니까 이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1회는 좀 섬짓해서 스릴러가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김희애도 나이의 그늘이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언제 세월이 흘렀는지...

저도 이 소설 인터넷에서 봤는데 말씀하신대로 B급 소설 제목 같아 별 관심 안 가더군요.
근데 꽤 괜찮은가 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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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과학소설에 대한 로망이 있다.

좋은 과학소설이 많이 나왔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과학소설을 읽고 감탄하는 날을 꿈꿔왔다.

그러던 중 한 출판사로부터 김초엽이 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선물받았다.

읽을 책이 밀려 있는데 이 책을 우선 읽기로 한 이유는

저자가 화학과를 졸업하고 과학문학상을 수상한, 과학소설을 쓰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처럼

93년생 저자가 첫 단편집에서 무슨 대단한 성취를 낼 수 있겠는가,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내 마음은 놀라움으로 채워졌다.

-순례자 이야기를 담은 첫 단편: 오오, 이거 대박인데?

-두번째 단편, 스펙트럼; 아니, 첫 단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네?

-세번째 공생가설; 드디어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과학소설가가 나왔구나.

하지만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그저 입이 딱 벌어졌다.

이거야말로 내가 기다렸던 바로 그 작품이라는 걸, 읽고 나서 바로 알았다.

과학소설에 있기 마련인 허점이 여기선 하나도 없었으며,

그 할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나까지 슬퍼졌다.

, 이 작가는 진짜구나. 김초엽을 기억해야겠구나.

 

여러 단편이 묶였을 땐 하나 정도는 범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저자는 마지막까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독자를 즐겁게 해준다.

마지막 작품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 나오는 재경은 꼭 이소연 우주인을 연상시키는데,

이 작품을 이소연이 본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좋은 책은 빨리 알려야 해, 하는 마음에 알라딘에 들어갔더니

이게 웬일이야, 세일즈 포인트가 10만이 넘고 종합 톱102주나 머물러 있었다.

이거 뭐지? 다들 나만큼이나 과학소설을 기다려 온 건가?

잠시 머리가 멍했다가, 곧 기분이 좋아졌다.

좋은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건 꼭 정의가 이기는 것처럼 뿌듯함을 주니까.

다시 강조한다. 기억하자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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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2-2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잊지말자 서민을 쓴 건 우리나라 시조의 형식을 존경해서일뿐, 김초엽을 이용해 나를 띄우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진짜다.

다락방 2020-02-21 09:07   좋아요 0 | URL
저 안그래도 이 페이퍼 다 읽고 ‘잊지말자 서민‘은 왜 나온걸까 하였는데, 댓글에 친절하게 적어주셨네요. ㅋㅋㅋㅋㅋ

마태우스 2020-02-21 23:28   좋아요 0 | URL
하하 알라딘의 보물이신 다락방님을 궁금하게 하면 안되죠!

비연 2020-02-2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마태우스님. 제목 보고 들어왔다가... 잘 지내시죠?^^

마태우스 2020-02-21 23:29   좋아요 0 | URL
네 뭐 잘 지냅니다 비연님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 잘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페크(pek0501) 2020-02-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의 리뷰 수가 131이라니... 대단한 책이네요.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마태우스 2020-02-29 00:19   좋아요 0 | URL
어머나 페크언니 안녕하세요. 실망하진 않으실 거예요!

테레사 2020-02-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가요? 저도 마태우스님처럼 기다리긴 했으나 기대하진 않았는데..이분의 작품을 이리도 칭찬하시니, 읽고 싶네요.

마태우스 2020-02-29 00:20   좋아요 0 | URL
앗...읽고 난 뒤 저 멀리하심 안됩니다 ㅠㅠ 갑자기 걱정됩니다 ㅠㅠ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김민식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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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서문은 얼마나 중요할까?

인터넷 서점이 자리잡기 전,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책을 살 때,

서문은 책을 살까 말까를 결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리뷰와 별점이 다 공개되는 이 시대에서

서문을 보고 책을 사는 사람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책의 엑기스를 담고 있는 게 서문인지라,

여전히 서문은 힘이 있다.

 

서문 얘기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이하 질 때)를 읽었기 때문이다.

MBC 피디인 김민식이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서문은,

지금껏 내가 읽었던 어느 책의 서문보다 더 아름다웠다.

다 읽고 한동안 가슴 벅차하다가,

은근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서문에 목숨을 걸었나? 왜 이렇게 서문을 멋지게 쓰는 거야?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됐다.

, 서문은 그저 시작이었고, 훨씬 아름답고 엄청난 이야기가 그 뒤에 나오는구나.”

책을 다 읽고 나자 다시금 화가 났다.

아니 이분은 책에 목숨을 건 거야 뭐야?

이게 민폐일 수도 있는 게,

이렇게 대단한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에게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아닌가?

비슷한 시기에 책을 출간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물론 김민식은 이 책 전에도 나름의 독자층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그의 책들은 한정된 독자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영어에 목마른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책이었고,

<매일 아침 써봤니?>는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한 책이었다.

그런데 <질때>는 하루하루 비루한 삶을 이어가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여기 해당되지 않는 이가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난 저자가 갑자기 큰돈이 필요해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헐뜯기만 했으니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한 가지만 쓰고 글을 마치련다.

김민식은 MBC의 투쟁 도중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쳐 유명해졌다.

내가 그였다면 자신의 투쟁을 어필하는 책을 가장 먼저 출간했을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되고 MBC 노조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됐던 그때,

승리의 공신 중 한 명인 김민식의 투쟁기가 나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겠는가?

하지만 김민식은 그 책 대신 영어공부에 관한 책을 썼고,

그 이후에도 글쓰기 책과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컨텐츠의 힘이지,

그가 했던 투쟁 덕을 본 게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은 지금, 그는 이제야 자신의 투쟁기를 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나 열심히 싸웠다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틸 수 있는 팁을 주자는 게 이 책의 목적,

보다 많은 이들에게 <질때>가 읽힌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이 책을 온몸을 다해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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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20-02-20 2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핵심은 사실 21번째 줄에 있습니다. 제가 책을 냈다는 것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숨은 뜻은 이렇습니다.
[책을 하나 냈는데 하필 김민식 피디가 거의 같은 날 책을 냈습니다. 알라딘에 깔린 날짜도 똑같습니다. 원래는 ‘진검승부를 펼치자!‘였지만 책을 몇 장 읽고나서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신세경이 유튜브에 진출할 때 생태계 파괴 이야기가 나왔는데 꼭 그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공룡만 예뻐하지 마시고 비루한 초식동물도 좀 어여삐 여겨 주십시오. 김민식 피디는 알라딘도 안하는 분 아닙니까!]

다락방 2020-02-2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태우스님. 서평집 내셨네요! 너무 궁금해요 당장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슝-

마태우스 2020-02-21 23:31   좋아요 0 | URL
아유 아니어요 제책 말고 김피디님 책 먼저요! 저는 저얼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비연 2020-02-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시기에 출간해버린..ㅎㅎㅎ 저도 들고 달려갈게요, 장바구니로 ㅎㅎ

마태우스 2020-02-21 23:31   좋아요 0 | URL
제책 말고 김민식피디님 책이요!

2020-02-2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20-02-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고 싶게 만드네요. 저는 누군가의 자전격 소설, 누군가의 실제 삶이야기는 이상하게 안읽게 되더라고요. 성공기, 경험담, 처세술, 자기개발..관련 책은 거의 1권도 안읽었는데... 이 책은 그것들과는 다르다는 말씀이고, 또 김민식 피디는 워낙....알려진 분인지라..ㅎㅎ여튼, 서민님의 권유가 책을 당기게 하네요.

마태우스 2020-02-27 10: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자기계발서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도 일종의 자기계발책인데, 그 책 정말 괜찮찮아요. 책 읽으라거나 글을 쓰라는 책도 마찬가지고요. 그 메시지의 내용이 얼마나 와닿는지가 중요한 것이지, 자기계발서라고 다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책이란 게 기본적으로 삶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용도로 나오니까요.

섭섭이 2020-02-2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안녕하세요

오늘 김민식피디님 블로그에 올라온걸 보고 누구신지 정확히 알게 되었네요 ㅋㅋㅋ
평소 글대로 리뷰글도 역시 재밌게 쓰시네요.
21번째줄 밑줄 21번치고 바로 장바구니로 고고고 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20-02-27 10:32   좋아요 0 | URL
헤헤 들켰네요 ^^ 책이 재밌으면 리뷰도 재밌게 쓰게 되더군요.
 
스토리 전쟁 - 이야기 종결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나 삭스 지음, 김효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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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올해 읽은 책들을 정리하는 분들이 있다.

얼마 전 만난 분은 올해 250권을 읽었다고 말한다.

그런 분들을 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

남들에겐 책 좀 읽으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정작 자신은 리스트를 올릴 만큼의 책도 읽지 못했으니 말이다.

일정이 바쁘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요소는 나이.

체력이 딸리다 보니 짬이 났을 때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피곤을 빙자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빴던 나태함도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이긴 했다.

 

이 빈약한 독서목록에서 단연 빛나는 책이 있다면, 그건 <스토리 전쟁>을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왔고,

내게 을유는 <기생충열전>을 만들어 준 은인 겸 친정이다.

언젠가 을유 담당자를 만나서 내 강의에는 스토리가 없는 게 단점이라고 했더니,

이 책을 보내 주셨다.

책을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한줄 한줄이 다 내게 깊은 울림을 줘서였다.

내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 21세기는 스토리의 시대였다.

80년대만 해도 CF가 굉장히 단순했다.

유명 모델이 나와서 이 음료를 먹어라. 그래야 넌 건강해진다!”고 우겨댔다.

그때도 “12시에 만나요 브라보콘이라며 스토리를 입힌 광고가 있긴 했지만,

지금도 난 브라보콘과 12시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다.

잘 만든 스토리라기보단 그냥 갖다 붙인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Just do it’이란 슬로건으로 선풍을 일으킨 나이키 광고를 비롯해서

지금 광고들은 나름의 스토리가 없으면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한다.

광고뿐 아니라 대통령선거 같은 큰 이벤트에서도 스토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전쟁>은 잘 만든 스토리로 성공한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누구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격려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난 내가 가진 컨텐츠로 어떻게 스토리를 짤 것인지 고민했고,

과거보다 더 업그레이드된-내 생각이다-강의를 하고 있다!

이 책을 2019년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한 이유다.

 

책을 읽을 때 내 독서의 훼방꾼 스마트폰도 큰 역할을 했다.

책에 1984년의 전설적인 애플 광고 얘기가 나왔을 때,

난 그 광고를 보지 못했기에 책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다.

10년 전이라면 뭐 그런 게 있겠지라며 넘어갔겠지만,

이젠 스마트폰으로 당시 영상을 찾아서 볼 수 있고,

금발 여자가 망치를 휘두르며 화면을 박살내는 영상을 보며

----” 하며 탄성을 지르고, 책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스마트폰도 잘 이용하면 독서 효율을 올릴 수도 있겠다 싶다.

한줄 카피를 만들어보자.

보다 나은 2020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스토리전쟁을 읽으십시오. 스마트폰과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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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30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1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베 수호대 2020-01-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19 잘 나가는 듯 싶다가
막판에 조국 구속영장 기각되고 불길 하더니
공수처 통과되고 우울한 새해네요.
평소 주옥순, 김문수님 존경하다가
서민님의 친일파 선언 사이다에 살 맛 났었는데...ㅠㅠ
그래도 다시 힘을 내서 2020 주옥순, 김문수, 최성해, 진중권님과 함께
반 문재인 깽판에 온몸 불살라 보아요~~

마태우스 2020-01-03 06:35   좋아요 0 | URL
주옥순과 김문수가 들어간 거 보니 글의 의도가 짐작 갑니다. 새해에는 님같은 분도 의미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음 좋겠네요 삶은 소중하니까요. ^^

수호된 아베 2020-01-03 07: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글의 의도야 주옥순 김문수 빼고도 명확하죠..
님에 대한 존경...^^

새해에는 더욱 분발하시고
빤쓰에 얽힌 개그도 많이 하시고
초심 따위는 개나 주는 새해가 되시길...

마태우스 2020-01-24 23:04   좋아요 0 | URL
아유 답을 또 주셨네요. 어지간히 할일이 없으신가봐요. 삶은 소중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은 일 찾으셨지요?

moonnight 2020-01-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된지 제법 된 책이네요 지금이라도 읽어보고 싶어요. 책읽기에 중요한 게 시간보다 ‘나이‘란 말씀에 무척 공감하는 1인ㅠㅠ;; 점점 더 딸리기만 하는 집중력과 체력 ㅠㅠ;;; 그래도 매년 올해는 더 열심히 읽겠다 결심해봅니다-_-;; 요즘 호주 오픈 보고 계시겠군요. 저도 열심히 시청 중입니다. 남은 휴일 잘 보내시길요^^

마태우스 2020-01-27 09:56   좋아요 0 | URL
저에 비하면 달밤님이 책 훨 많이 읽으실 걸요...ㅠ 제 독서인생은 망해가고 있습니다 ㅠㅠ 글구 요즘 호주오픈, 마음 아파서 못보겠네요. 페더러가 올해 40살...너무 나이들었죠. 어제도 1세트 빼앗기고 휴, 조코랑 나달은 너무 무습더라고요. 이젠 좀 은퇴했음 좋겠는데 계속 남아계시니, 이것 참....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찰스 그레이버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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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서적에는 소위 사이비가 많습니다.

자연인으로 살았더니 암이 나았더라, 채식만 했더니 암이 없어졌더라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게 사이비인 게, 산으로 간 이들 중 죽은 이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사람만 말을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진실보다는 이런 유의 스토리를 훨씬 그럴듯하다고 믿기에,

별 근거도 없는 사이비 건강서들을 사들이지요.

<면역항암제가 온다>-이하 온다-는 제목만 보면 그런 책 중 하나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가 쓴 책이 아닌, 기자가 쓴 책이지만,

암 치료에서 면역의 효과를 팩트에 근거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냅니다.

뒤에 달린 수많은 참고문헌은 이 책이 믿을만하다는 증거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기자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였다면 이렇게 풍부한 자료를 조사하지도, 또 글을 재미있게 쓰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사실 의학계에서는 한 가지 미스테리가 있었습니다.

암이 저절로 사라지는, 소위 자연감소가 이따금씩 관찰되는 것이지요.

예컨대 호주의 연구자가 말기암 판정을 받은 2337명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봤어요.

대부분 5개월을 못 넘기고 죽었지만, 그 중 1%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고, 암도 다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의학계에선 이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에, 그냥 기적이라고 부를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진단이 잘못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온다>는 이 미스테리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말해 줍니다.

무엇인가가 면역반응을 깨워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바이러스, 세균처럼 외부에서 쳐들어오는 것들에겐 면역반응이 생기지만,

우리 세포가 변형된 암세포에겐 면역이 생기지 않지요.

그래서 암세포는 우리를 죽일 정도로 자라고, 또 퍼질 수 있었습니다.

말기암이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곳곳에 퍼져있는 암을 다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뭔가가 면역반응을 깨운다면, 그래서 암세포를 다 죽일 수 있다면

설령 말기암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제가 기절할 만큼 놀란 것은 이 면역요법이 무려 150년 전에 시작된 거라는 점입니다.

콜리라는 의사는 수술을 받던 암 환자가 세균에 감염돼 심한 열병을 앓은 뒤

완치된 사례에 흥미를 느껴 '세균감염을 통한 암 치료'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의 연구가 계속됐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당시는 면역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기에

콜리의 연구는 미치광이 혹은 사이비 취급을 받지요.

나중에 방사선 요법이 나오면서 또 항암제가 나오면서

면역요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콜리가 쓸쓸히 죽은 뒤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연구가 다시 조명되고 있답니다.

아직 절반밖에 읽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책이다!"라고

탄성을 지를 만합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항복한 이후

암정복은 거의 불가능한 미션처럼 여겨졌었는데,

면역요법으로 인해 해볼만한 싸움이 된 것일까요.

뒷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궁금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

내일 일정이 빠듯한데, 그래서 자야 하는데,

책이 저를 간만에 가슴 뛰게 하네요.

암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우리 같이 가슴 뛰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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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1-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무척 관심 가는 책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_@

마태우스 2019-11-30 09:08   좋아요 0 | URL
달밤님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