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5월 7일(금)

누구와: 테니스 아저씨들과

마신 양: 알면서 뭘.... 주량에다 한잔 더 마심.


전날 술을 마신 후부터,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난 몸이 좋지 않았다. 어제는 그 중 최악이었다. 지도학생을 만나려 했던 걸 취소하고 조신하게 집에 와야겠다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새로 가입한 테니스 클럽 회장이다.

회장: 요즘 왜 안나와요?

나: 죄송합니다. 술 먹느라구요

회장: 오늘 저녁 때 회장 취임식 있으니까 나오세요

나: 아 네 그래야죠.


회원 12명의 평균연령이 58세 쯤, 30대는 내가 유일해서 날보고 ‘젊은 피’라고 하질 않나, “테니스 모임에 30대가 있다는 건 우리 클럽의 경사다”라고 해서 날 민망하게 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나이도 있고 하니까 술을 과하게 먹는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래서 1차만 하고 가자는 깜찍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1) 술잔을 보니까 헛구역질이 도져 버렸다. 갑자기 속이 거북하면서 헛구역질과 눈물이 함께 났다. 그리고 잘 몰랐는데 양말도 빵꾸났다. 안되겠다 싶어 약국에 갔다.

“저 이틀간 술마시느라 속이 너무 안좋아요. 지금 또 마셔야 되는데 약 좀 주세요”

아저씨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약 한봉을 줬다. 먹었다. 한결 나았다. 오는 길에 양말을 한컬레 사가지고 계단 앞에서 갈아신었다.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2) 전에 겪은 분위기와는 달리, 이분들이 소주를 계속 돌린다. 나중에는 맥주잔에 따라서 돌린다. 안먹고 버티려고 했더니 째려본다. 할 수 없이 원샷을 몇 번 했다. 몽롱했다. 2차도 가잔다. 노래방에 가서 맥주를 좀 마셨다. 나이드신 아저씨들과 간 노래방이 뭐가 재밌겠는가.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해서 세자리 번호가 붙은 노래만 잔뜩 부른다. 그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려고 <나성에 가면>을 부르며 무리한 춤을 추다가, 소파 위로 뛰어오르는 씬에서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져 버렸다. 하필 어느 분이 맥주를 엎어서 바닥에 맥주가 흥건했는데. 다른 곳은 괜찮은데 히프가 젖으니 앉아있기가 영 불편했다. 역시 춤은 내게 무리야.


3) 아저씨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 종업원 하나가 써빙을 했다. 내가 보기에 결코 미인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가 써빙할 때마다 종아리를 만지고, 소주를 주면서 마시라고 한다. 종아리를 만지는 거야 음험한 욕망의 발로라고 해도, 술은 대체 왜 주는 걸까. 우리 먹자고 시킨 거고, 그녀도 원하지 않는데. 술 취해서 불판 갈다가 엎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게?


대접을 받으려고 팁 2만원을 건냈다. 그 다음부터 “팁까지 줬는데 이게 뭔가?”는 말을 하고, 계산서가 나오니까 너무 많이 나왔다면서, “좀 줄여서 다시 가져와!”라고 한다. 열명이서 배터지게 고기를 먹었는데 17만원이 나온 건 당연하지 않는가. 백세주 네병까지 시켰는데. 난감해하고 있기에 종업원을 밖으로 불렀다. 2만원을 주면서 “2만원 깎아서 계산해 주세요”라고 했다. 겁나게 고마워했다.


4) 예상대로, 오늘 아침에 속이 영 말이 아니다. 오전 내내 헛구역질을 하다가, 밥을 조금 먹으니까 구역질이 멈췄다. 내가 입덧을 하는 걸까. 석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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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습니다. 푸하하하하 좀 줄이시라니까요^^;;;

날개 2005-05-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마태님..! 이러다가 큰일나겠어요.. 좀 천천히 드세요..
근데, 오늘 또 알라딘 오프 아닌가요? 저런저런~
글구, 어제는 5월 6일입니다.. 7일이 아니라.... 아직 덜 깨셨죠? ^^

하루(春) 2005-05-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난하네요. 게다가 빵꾸난 양말이라니...

마태우스 2005-05-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그러게요 하필 또 방에 들어가 앉는 곳이라...
날개님/아 글쿤요. 오늘이 7일이네요!
만두님/만두님, 어케 웃으실 수가.. 흑흑

노부후사 2005-05-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50번이 넘어가니까 이제 가속도를 붙이시네요. 전 마태님이 그러실 줄 알았어요. 덕분에 올해도 즐거이 술일기를 읽을 수 있겠네요. 혹시나 진짜 50번에서 멈추나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여튼 화이팅이요~

비로그인 2005-05-0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의대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이지만
헛구역질은 간이 안 좋다는 신호로 알고 있는데요...
건강 좀 챙기셔야 겠어요.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어떤 선물보다 마태님이 건강하신 게 어머님께 가장 먼저 효도하시는 길일 거라고 믿어요.

울보 2005-05-0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부리님에게 부탁을 해야겠어요,,
마태님대신 술을 드시라고,,
너무 많이 마시는것 같아요,,
걱정입니다,

줄리 2005-05-0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안좋으셨던거는 미녀가 아닌 사람들과 술을 마셨기 때문인거 맞죠?^^

클리오 2005-05-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덧이라.. 부리 님이 여자분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마태 언니였던 것이야... (무지 피곤한 날의 횡설수설이니 이해해주시길...)

하이드 2005-05-08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흐흐

마냐 2005-05-0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마태님....그 나이에 아직도 맥주컵 소주 원샷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오오오.

니르바나 2005-05-0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마태님을 여성으로 아시는 분들이 꽤 있지요. ㅎㅎ)

마태우스 2005-05-0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저...미역국 먹어야 하는 건가요.
마냐님/어머 제 나이가 어때서요!!
미스하이드님/그 웃음의 의미는...제 맘대로 해석할께요. 감사드려요
클리오님/아 피곤하면 유머 내공이 떨어지는구나...
줄리님/맞다 그런 것 같아요!
울보님/아니 마태만 중요하고 저는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요!
고양이님/사실 저도 무섭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술 쉬었습니다
에피님/다들 걱정해 주는데 에피님은...으음.... 술일기의 팬이셨군요. 더 노력해 볼께요. 으 배야.

moonnight 2005-05-10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너무 착하신 거 같애요. 그 종업원 정말 고마왔겠는걸요. ^^
그런데 테니스클럽아자씨들 응큼하군요. -_-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나네요. '아무리 느끼한 총각도 유부남보단 산뜻하다'-_-
홀몸도 아니신데 ^^; 술쪼금 줄이셔야겠어요. 부디 건강을 보살피셔서 멋진 글 계속 읽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일시: 5월 5일(목)

누구와: 미녀와

마신 양: 제법, 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다가, 여기가 왜 유명한걸까 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2년쯤 전 친구 추천으로 강남에 있는 냉면집 우래옥을 갔었다. 20분을 헤매다 들어갔더니 드넓은 식당에 빈자리가 없기에 “대단한가보다!”고 생각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새치기를 하려는 다른 일당을 견제하며 겨우 자리를 잡고 냉면을 시켰는데, 먹어보니 나랑 잘 안맞는 것 같다. 물어보니까 같이 간 두 미녀도 별로라고 한다. 그런데 왜 유명한 걸까?


이름은 까먹었는데, 서울여고 옆에 있는 냉면집도 추천을 받아 갔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또 한 삼십분쯤 헤맸다. 그 과정에서 도로를 역주행한 적 한번, 보도블록을 정면으로 부딪힌 적 한번, 지나쳐서 유턴 한번, 그리고 시장 골목으로 잘못 들어가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마주보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서 친구가 말했던 냉면집에 갔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근데 맛이 별로였다. 냉면이 특이하다는 건 인정한다. 맛집 치고는 양이 무진장 많았던 기억도 난다. 그럼 뭐하나. 맛이 없는데. 그때 느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있는 집에 가는 게 아니라, 사람 많은 집에 간다는 걸.


하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황소곱창은 명성과 맛이 일치하는 몇 안되는 집이다. 밤 9시 경 갔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그것도 어린이날인데. 어린이날에 곱창을 먹으면 안된다는 건 아니지만, 어린이날의 곱창은 어버이날에 TGI를 가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일이다. 하여간 곱창은 잘못 조리하면 맛이 불쾌할 수 있는 음식이라 맛있는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쏘시지 볶음이나 삼겹살이야 어디서 먹든 그게 그거지만, 영 아닌 곱창집에서 곱창을 먹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다. 그러니 집에서 5분쯤 되는 거리에 <황소곱창>같은 곳이 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라 할만하다. 곱창이 비리지 않으니 여성의 비율도 무지하게 높아, ‘여자는 곱창에 약하다’는 내 편견은 그 집을 다니면서 교정이 되었다. 곱창도 맛있지만 밥을 볶아주는 게 어찌나 맛있는지, 배가 불러도 꼭 밥을 비벼먹게 된다. 이쯤되면 그집에서 번개라도 한번 하자고 할 만 하지만, 그건 안된다.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번개 같은 걸 할 분위기가 아니다. 밤 11시에 만나서 먹는 거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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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5-05-0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린이날 전날 10시쯤 회식1차 끝나고 그옆건물에 있는 노래방가려고 그앞을 지나갔는데, 그때까지 손님이 그득한거 보고 놀랐답니다.
1시간 넘게 노래 부르고 나왔는데도 사람이 아직도 가득...
대단한 집이에요..

산사춘 2005-05-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 금요일에 먹었는데, 정말 사람 많더라구요. 며칠전에는 홍제동에 있는 유명한 곱창집 갔는데, 흡... 냄새 쫌 났어요. 기름도 따로 안빼주고... 비싸서 글치 황소곱창 최고...

노부후사 2005-05-0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부리님은 술일기를 안 쓰시는 걸 보니 술을 안 드시나봐요.

부리 2005-05-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저랑 곱창 먹어야죠!

부리 2005-05-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헤헤 그게요...
산사춘님/기름 안빼주면 안되죠! 거기다 냄새까지...역시 황소 외길을 걸어야 한다는..

Phantomlady 2005-05-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황소곱창은 비싸서, 그리고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상 자제하는 모드지만 너무 먹고싶네요 꿀꺽~~~~~

클리오 2005-05-0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곱창 못먹는데... 곱게 자라서... (이상한 분위기의 클리오.. --;)

마냐 2005-05-0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클리오님.ㅋ.ㅋㅋㅋ
저, 황소곱창이 어디여요? 정말 곱창은 맛있는 집에서 먹어야 함다. 예전엔 적십자병원 뒤 평동곱창도 괜찮았고....서대문로터리의 양곱창집도 자주 감다. 언젠간....지나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먹는 곱창이 하두 부러버서...결혼기념일인가에..머 먹고 싶냐길래 교대 부근 거북곱창에 갔었죠. 팔레스호텔 옆 허름한 곱창집도 한번 가봤는데, 인상적이었슴다. 으헤헤....황소곱창, 가볼래여~

sooninara 2005-05-1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하고 둘이서 먹어요^^

nugool 2005-05-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곱창 너무 먹고 싶은데.. 정말 축복이세요...
 

 

 

 

 

일시: 5월4일(수)

누구와: 학계 동료와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정신 잃음


아직도 난 술을 마실 때 승패를 따진다. 요즘 세상에 술시합을 하는 인간이 어디 있냐고 할지 몰라도, 내 주위에는 희한하게 그런 친구가 많다. 이날 만난 친구-감마라고 하자-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승패를 따지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하나는 오버이트. 오버이트란 몸에서 더 이상의 술을 거부한다는 신호, 그러니 오버이트 하는 사람은 패자가 된다. 두 번째로 자는 거. 잠이 든다는 것은 정신이 술에게 항복을 했다는 표시, 무조건 진거다.(오버이트 하고 자면?)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적용한 이 기준에 친구들은 대략 동의하는 편이다.


감마는 술이 꽤 세다. 이 친구 앞에서 고꾸라진 기억이 하도 여러번이라, 이날만큼은 몸을 좀 만들고 술자리에 임했다. 술을 퍼마신 지 세시간이 지났을 무렵, 알파는 잠이 들었다.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몇잔의 술을 더 들이켰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알파가 집에 가자고 날 깨우고 있다. 새벽 1시가 조금 못된 시각, 내가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집에 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안난다. 내가 이긴 걸까 진 걸까.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니 “니가 이긴 걸로 해라”고 하는데, 그렇게 선심 쓰듯 얻는 승리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 먼저 잔 사람이 진 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마라톤을 할 때 지쳐서 걷다가 다시 달려서 우승을 한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만 따질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졌다고 인정하려니 도저히 승복을 못하겠다. 감마 녀석, 화끈하게 오버이트라도 할 것이지 왜 자는 척을 해가지고 날 방심하게 한담? 언제 어디서나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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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마태님이 자고 있었으니깐 마태님이 진거에요. 그리고 다음날도 중요하지요. 다음날 회사를 못 간다거나 학교를 못간다거나 하면 힘든 몸 이끌고 회사 간 사람이 이긴거구요.

날개 2005-05-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마가 중간에 알파로 변신해요? ^^
여하튼 50번의 술일기 축하드립니다....!!!!!

인터라겐 2005-05-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마신 양: 겁나게 많이, 정신 잃음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요? 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셔서....정신을 잃을정도는 자제해 주심이....ㅎㅎㅎ


울보 2005-05-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로 마태님의 술일기는 재미있는데 ,,,
보는이는 즐거운데,,당사자도 즐거울까 심히 걱정됩니다,,님말고 님의 뱃속이요,,,후후

플라시보 2005-05-0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무승부로 하시고 다음에 한번 더 붙으세요. 두 사람 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자버렸으니..그래도 굳이 따진다면 좀 더 오래 버틴 님이 이긴게 아닐까요? 상대가 이미 퍼 자고 있으니 님도 조금은 마음을 느슨하게 가졌을것이고 그게 잠을 부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숨은아이 2005-05-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수정구슬로 들여다보니, 감마님이 잠든 뒤에 마태님은 술을 몇 잔 더 마셨습니다. 그러니까 감마님보다 마태님이 술을 더 많이 드신 겁니다. 감마님(알파 아니라 감마 맞지요?)이 잠에서 깨어보니 마태님도 졸고 있기에 어이, 이제 가자 하고 깨우신 겁니다. 그러니까 마태님이 이긴 게 맞아요.

Phantomlady 2005-05-07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술 대결할 때 저도 이거 이용해보려고 하는데요. 코코펀 5월호에 보니까 이런 글이 있네요. 마태우스님은 의학계에 종사하시니까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

술 안 취하는 알약.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KGB들은 비밀리에 RU-21을 먹었다. 상대방과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복용, 자신은 제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은 술에 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약의 주성분인 호박산이 술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 과정을 막아 덜 취하게 하고 숙취를 예방한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애용한다는 007 아이템스러운 이 약에 힘을 빌려보자. 약국에서 6정 들이 6.000원에 구입 가능.

포도나라 2005-05-07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과 마음의 쾌락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뱃속의 미래도 생각해 주심이 어떠하실는지?!...^^;;...

마태우스 2005-05-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자의 노래님/그래야겠어요 안그래도 요즘 속이 너무 거북해요
스노우드롭님/약을 이용해서 이기면 좀 떳떳하지 못해 보이지 않을까요...
숨은아이님/그렇죠? 제가 이긴 거죠??
플라시보님/그래도 님 말씀 듣고 무승부로 하겠습니다. 통산 전적이 어떻게 되더라... 2승 1무 13패.....호홋
울보님/아닌 게 아니라 어제부터 헛구역질을 하고 있어요
인터라겐님/네.....앞으로 착한 마태가 될께요
날개님/아아 예리하신 날개님...근데 50번이 축하받을 일인지는 잘...
하이드님/안되요 인정할 수 없어요!
 

 

 

 

 

일시: 4월 29일(금)

누구와: 미녀와

마신 양: 죽이게 마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주 5월 6일부터 한달간 난 술을 마실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게 어렵게 되버렸다. 5월 11일부터 예과 애들이 제주도로 수료 여행을 가는데, 예과 과장이라 1박2일 정도는 같이 있어 줘야 한다. 그 동안 술도 못마시는 몸으로 이빨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갑갑하다. 애들이 날 좋아하는 이유가 몸을 아끼지 않고 술대결을 펼치는 것에 매료되서인데, 소주 한잔 놓고 “저 마시면 안되요”를 연발하면 “왜 따라왔냐”고 비난할 게 아닌가.


그래서, 잇몸 치료의 시작을 일주만 연기해야 할 것 같다. 잇몸에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일주쯤 늦게 치료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5월 9일에는 클리오님이 주최하는 청주 번개가 있다. 클리오님도 한 술 하는 분인데, 그 앞에서 “여기 참이슬 세병하고요, 저는 녹차 주세요”라고 하면 사람이 얼마나 없어 보이는가.


문제는 작년에도 이랬다는 거다. 당장 치료를 하자는 후배에게 “큰 술자리가 언제 언제 있으니 이거 지나고 하자”고 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큰 술자리는 일년 내내 계속되었다. 나 정도 술을 마셔온 사람에게 한달이나 큰 술자리가 없으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아닐까. 물론 이번엔 워낙 의지가 확고해 술자리의 규모에 관계없이 5월 13일부터 치료를 할 것이지만 (그럼...5월 5일까지 급히 잡아둔 술자리는 다 뭐란 말인가!)


차제에, 올해 술 목표도 재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둑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을 때 그냥 방치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둑이 무너지면 물이 범람하고, 집도 절도 다 물에 잠긴다. 그러니 둑이 무너질 위기에 놓이면 더 튼튼히 쌓아야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그래서.... 이참에 둑을 더 튼튼히 쌓기로 했다.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실 거다. 올해 초만 해도 내 술 목표는 50번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날이 가면 갈수록,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특히 잔인하기 짝이 없는 4월에 십여차례 술을 마신 게 결정적이었다. 술 횟수가 30회를 넘었을 때부터 50회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었다.


다짐한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나 자신에게, 그리고 옆에서 지켜봐 준 분들에게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제는 둑을 튼튼히 쌓을 차례, 목표를 200번 정도로 수정하면 지나친 튼튼함을 추구하는 것이 되겠고, 70회 정도라면 둑 위에 흙만 더 쌓은 미봉책이 될 것이다. 4월까지 49번, 이런 식이면 12월까지 147회를 마시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술일기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술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해 술을 덜마시는 것이니, 목표 달성이 실패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후반기엔 페이스를 훨씬 느리게 할 것이다. 더구나 5월 13일부터 한달간 술을 아예 못마시지 않는가. 그래서 결정된 숫자가 100번,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좋은 숫자인 듯하다. 이 목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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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5-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믿슙니다, 마태님! 아자아자!

물만두 2005-05-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신 후 바로 혈액검사서 제출 바랍니다^^

클리오 2005-05-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켜는 볼께요.. 그리고 제가 소주 세 병이나 마신단 말씀입니까? ^^; 술 일기는 결국 목표 재조정으로 귀결이 되는군요.

날개 2005-05-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꼭 지켜보겠습니다..^^ 기왕이면 지키지 못했을 경우의 벌칙을 정해놓으심이... 지켜본다고 했던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 이런것도 좋습니다만..흐흐~

마태우스 2005-05-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새, 새벽별님.... 벌써부터 그러심 어떡해요!!!
날개님/버, 벌칙이라.... 으음,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클리오님/아니 뭐 클리오님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님이 두병쯤 드실테고 마녀님이 한병...그러니 도합 세병 아니겠습니까. 이럼 세실님을 너무 무시한 게 되버리나요??
물만두님/혈액검사도 그렇지만, 지방간 검사 무서워서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판다님/그래도 절 믿어 주시는 분은 판다님밖에 없어요. 감사드려요.

산사춘 2005-05-0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31일까지 100회 보다도 5월12일까지 몇회가 될지 궁금합니다. 오, 흥미진진!

paviana 2005-05-0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렇게 나오시니 정말 님이랑 곱창먹으러 가고 싶어지네요..
목표달성 못하시게.....
제가 한 못됨하거든요.^^

부리 2005-05-0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그럼요 가셔야죠! 아직 여유 있으니까요^^
산사춘님/많이 도와 주십시오. 아직도 50번이나 더 남았습니다^^

2005-05-02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시: 4월 26일(화)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두병반+생맥주 2000, 피곤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절정이었음.


영안실에 오면 평소 안보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졸업 후 한번도 못봤던 고교 동창, 얼굴만 알고 말은 못붙여본 대학 친구 등등. 대부분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에 앉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면 그런 친구도 반갑다. 다행히 엊그제는 아는 애가 하도 많아서, 서로들 나한테 자기 자리로 오라고 해서 걱정이었다.


고인을 추모하고 아버님을 잃은 친구를 위로하는 자리지만,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그런 자리다.

사례1. 내 앞에 변호사를 하는 고교 동창이 앉았다. 일주일 쯤 전, 세금 관계로 말도 안되는 일을 당했던 터라 잘됐다 싶어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나: ....세무소 실수로 그랬다고 인정했어.

변호사: 그럼 걱정할 필요 없네. 한번 조정해 보고, 안되면 가산금은 지들이 내라고 해.

나: 알았어. 고마워.


사례 2. 건축업을 하는 또다른 친구 앞에서 변호사가 넋두리를 한다.

변호사: ...인테리어 하는 애가 좀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더라고. 그 바람에 넓지도 않은 처가집에서 우리 식구가 보름간 살아야 했다니까.

건축사: 뭐 그런 애가 다있냐. 또 할 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명함을 준다)

변호사: 안그래도 할 거 있거든. 내가 다음주에 연락할게.

건축사 친구는 그날 인테리어 두건을 수주했다.


사례 3. 비밀스런 회사에 다니는 고교 동창이 날보고 상담을 요청한다.

동창: ....결혼해서 십년 되었는데 아직 애가 없어서...xx 병원 다니고 있어.

나: 뭐가 문제인데?

동창: 정자의 운동성이 부족하대.

나: 그럼 약 먹어서는 힘들겠는데. 체외수정 같은 거 해야겠다. 근데 xx 병원이라고? 의사가 누구야?

동창: 유니(가명)라던데. 너 알아?

나: 걔 내 동창이야. 내가 잘 봐달라고 전화할게.

동창: 그래, 고마워.


영안실은 그런 곳이구나는 생각에 화요일에 만난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했다. 그 중 한명의 말이다.

“그건...니가 있는 계층이라서 그런거야”

그녀 말이 맞다. 변호사, 의사, 건축사.... 나이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도 갖추었으니 거래라는 게 가능한 거였다. 그 말을 입증하듯, 발인을 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은 “이번주 중에 공이나 치러 가자”면서 부킹 약속을 잡는다. 아무리 내가 아닌 척해도, 난 있는 계층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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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내가 아닌 척해도......
가공할 유머에 추천!^^

줄리 2005-04-2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원래 있는 계층이신거 아셨으면서 뭘 새삼^^ 주위에 미녀들이 많이 있는 계층 아니셨던가요?^^

물만두 2005-04-2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진주 2005-04-2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는 계층이서는 주로 이런 거래해요..
/있지, 누구누구 있지? 걔 이번에 이혼했대/누구네 이번에 뭔 가게 냈다더라 가보자/ 라든가.....또는,
누구네 애는 똑똑한가 보더라/뭐 시켜?/응, 박찬미의 독서논술이래나? 뭐 그런걸 3년 시켰는데 애가 글쎄 엄청 똑똑하대/그래? 나도 거기 소개 좀 시켜조봐.....

인터라겐 2005-04-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제가 요즘 절절히 필요한게 바로 변**의 줄이었는데...너무 있는계층이라고 이렇게 대놓구 얘기하심 ... 마구 마구 부러워지려구 하잖아요...

moonnight 2005-04-29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근데, 비밀스런 회사란? ^^a 무척 궁금해지네요

마태우스 2005-04-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이트님/그게요..님한테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거 있잖습니까. 옛날에는 남산에 있던..
인터라겐님/죄송합니다. 안그려고 했는데 그만 제 신분을 노출시켜 버렸네요
진주님/흐흐흑. 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건 아닌지요.......
만두님/님의 한단어에 담긴 심오한 의미가 느껴집니다
줄리님/그러게요......
로드무비님/앗 그게 유머였나요??????? 제 이름을 보세요. 서민이잖아요!

울보 2005-04-2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그런나이군요,,
전 아직 누군가의 영안실은 가본경험이 없어서 제가 큰일을 치룰때는 열심히 일을 하느라,,,,,,,,,,,,,,,,,,,

울보 2005-04-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추천을 하지요,,,저도 추천해야 하나요,,,,,
가끔은 마태님의 그 든든한 친구분들이 부러워요,,,,ㅎ히히

stella.K 2005-04-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 하나 같이 잘 나가는 직업들 가지고 계시네요.^^

진주 2005-04-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거든요. 죽은 자와 산자의 대비를 의도하지 않은 듯이 자연스럽게 잘 표현하셔서 다 읽고 난 후에 깊은 생각을 하게 했거든요.
마태님, 대못이라뇨,크흐 아닙니다^^ 계층이 다 똑같다면 복잡해서 못 삽니다. 계층별로 적당히 나뉘 살아야 덜 부딪치죠..글고 제 댓글 자세히 읽어보시면..PR용이란걸 눈치챘셨을 텐데. 박**독서논술 ㅎㅎㅎㅎ(제가 님의 이름을 잘 몰랐던 것 처럼 님도 제 이름을 잘 모르시나 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4-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회를 지탱하는 비공식적인 구조를 별 것 아닌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마태우스님. 그건 의외로 중요한 사회 운영의 구조중 하나지요.ㅋㅋㅋ 그리고 마태우스님은 있는 계층이신것도 맞구요, 아니신척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요, 그 사람들하고 다른 생각을 하시는 건 정말정말 맞아요. ㅋㅋ

클리오 2005-04-2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만나면 주변에서 다 이런 이야기 합니다. 너희 학교 교장/감이..., 어머 누구 후임으로 후배 누가 갔어?, 어머 그 학생, 내가 중학교 때 가르쳤던 학생이야.. 등등.. 온통 선생 뿐이라 '김선생' 부르면 반 수가 돌아볼 듯한, 결혼식장의 무채색 행진이지요.. --;

플라시보 2005-04-2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럭셔리한 동창들의 럭셔리한 모임이군요. 흐흐^^

세실 2005-04-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재밌는....영안실 풍경 이었습니다....
저도..뭐 진주님과 같은...계층이라서리.....
제 친구들은 대체 왜...저랑 비슷한 수준의 대학가서..저랑 비슷한 수준의 일만 하는걸까요....저도..다양성이 부럽습니다...변호사친구, 의사 친구가 부럽다구욧......

마냐 2005-04-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아닌 척 해두....제가 착한것과 비슷한걸까요. 후다닥. =3=3=3

2005-04-2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04-3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그,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죠!^^ 마씨들은 사실 다 착합디다
세실님/부끄럽습니다................
플라시보님/저도 몰랐습니다......
클리오님/호호, 그렇군요...
시종님/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마지막 문장은 이해가 완전히 된 건 아니지만....)
새벽별님/아니 뭐 유니가 좋다기보다는...............
진주님/아아 님의 논술강좌, 저도 듣고파요. 제 글에서 논리가 모자란다는 지적을 많이들 하거든요...
스텔라님/그러게 말입니다.....
울보님/영안실 갈 일이 없는 삶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해도 말입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참 슬픈 일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