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6일(화)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두병반+생맥주 2000, 피곤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절정이었음.
영안실에 오면 평소 안보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졸업 후 한번도 못봤던 고교 동창, 얼굴만 알고 말은 못붙여본 대학 친구 등등. 대부분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에 앉지만,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면 그런 친구도 반갑다. 다행히 엊그제는 아는 애가 하도 많아서, 서로들 나한테 자기 자리로 오라고 해서 걱정이었다.
고인을 추모하고 아버님을 잃은 친구를 위로하는 자리지만,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그런 자리다.
사례1. 내 앞에 변호사를 하는 고교 동창이 앉았다. 일주일 쯤 전, 세금 관계로 말도 안되는 일을 당했던 터라 잘됐다 싶어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나: ....세무소 실수로 그랬다고 인정했어.
변호사: 그럼 걱정할 필요 없네. 한번 조정해 보고, 안되면 가산금은 지들이 내라고 해.
나: 알았어. 고마워.
사례 2. 건축업을 하는 또다른 친구 앞에서 변호사가 넋두리를 한다.
변호사: ...인테리어 하는 애가 좀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더라고. 그 바람에 넓지도 않은 처가집에서 우리 식구가 보름간 살아야 했다니까.
건축사: 뭐 그런 애가 다있냐. 또 할 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명함을 준다)
변호사: 안그래도 할 거 있거든. 내가 다음주에 연락할게.
건축사 친구는 그날 인테리어 두건을 수주했다.
사례 3. 비밀스런 회사에 다니는 고교 동창이 날보고 상담을 요청한다.
동창: ....결혼해서 십년 되었는데 아직 애가 없어서...xx 병원 다니고 있어.
나: 뭐가 문제인데?
동창: 정자의 운동성이 부족하대.
나: 그럼 약 먹어서는 힘들겠는데. 체외수정 같은 거 해야겠다. 근데 xx 병원이라고? 의사가 누구야?
동창: 유니(가명)라던데. 너 알아?
나: 걔 내 동창이야. 내가 잘 봐달라고 전화할게.
동창: 그래, 고마워.
영안실은 그런 곳이구나는 생각에 화요일에 만난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했다. 그 중 한명의 말이다.
“그건...니가 있는 계층이라서 그런거야”
그녀 말이 맞다. 변호사, 의사, 건축사.... 나이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도 갖추었으니 거래라는 게 가능한 거였다. 그 말을 입증하듯, 발인을 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은 “이번주 중에 공이나 치러 가자”면서 부킹 약속을 잡는다. 아무리 내가 아닌 척해도, 난 있는 계층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