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4일(목)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그냥 뭐, 기본은 한 것 같다
아쉬운 점: 집에 가서 라면 먹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 밥은 안말아 먹었다
살이 빠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찬다. 그보다 더 기쁜 것은, 입는 것을 포기했던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입었던 바지는 작년에 숨쉬기가 곤란해 입지 못했던 그 바지이며, 오늘 입고 나갔던 바지는 호크를 채울 수가 없어서 허리띠만 두룬 채 윗도리를 빼서 호크 안채운 걸 감춰야 했던 바로 그 바지다. 3년 전인가는, 내가 미쳤지, 살을 뺄 거라면서 32인치를 샀었는데, 매우 힘겹게 한두번 입고는 방치해둔 상태였다. 최근 자신감이 붙은 나머지 그 바지 생각을 했고, 엊그제 한번 도전해 봤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내가 몇킬로인지 아직은 공개할 생각이 없지만, 그 바지를 입게 되는 날 내 체중을 공개할 생각이다.
내가 살이 빠진 이유는 요즘 부쩍 러닝머신을 열심히 한 덕분이다. 시속 11-12킬로로 30분 이상, 7-8킬로 정도를 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란다.
미녀1: 대단하군요. 난 5.5킬로로 뛰는데
미녀2: 나두나두! 난 6킬로로 뛰다가 죽을 뻔했어!
이건 물론 자랑이지만, 난 오래 뛰어서 이제 그만 걸어야겠다고 느낄 때 8.5킬로를 놓는다. 운동을 하는데 살이 안빠진다고 고민하는 두 미녀, 그들의 문제는 바로 속도에 있었다. 운동의 효과를 보려면 힘든 상태를 견뎌야 하며, 그 힘듦은 자신이 이겨내지 못할 속도로 달릴 때 찾아온다. 수많은 방법의 다이어트가 있지만 그 대부분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고통스럽지 않게 살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토마토를 먹으면 살이 빠진다거나 바나나 다이어트를 해보는 건 당장은 편하지만 아무런 효과를 느낄 수 없다.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당연히 살을 빼지 못한다. 약간의 성공에 힘입어 이렇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지만, 나 역시도 갈길이 멀다. 지금보다 한 5킬로 정도는 더 빼야 스스로는 물론이고 밖에서 봐도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0.1%의 극한미녀가 날더러 “다리가 길다”고 감탄했었는데, 살을 조금 더 빼면 긴 다리가 더 길어 보일 거다^^
참고로 어제는 맥주를 먹었다. 내 인생에서 일년에 5킬로가 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일년 내내 생맥주만 마실 때였다. 그 시절엔 왜 그리 생맥주가 좋았는지, 공부가 끝나면 바로 단골술집으로 직행했고, 3천짜리 피쳐를 몇 개씩 먹으면서 밤을 지새웠었다. 술에는 칼로리가 없다고 해도 맥주는 역시나 살이 찌는 주류, 술까지 안먹는다면 내 다이어트는 가속페달을 밟겠지만, 이왕 먹어야 한다면 소주를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미녀 둘과 어울린 어제, 분위기는 최상이고 재미있었지만, 맥주에다 라면을 먹었으니 다이어트 면에서는 거의 최악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