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8월 5일(금)
마신 양: 아, 대단했다...
누구와: 친구 둘과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20대 초반에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외모도 그렇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난 서른살까지만 살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한심하게 바라보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죽을 병 걸려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넌 그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그 친구의 말 때문은 아니지만 그 뒤 난 그럭저럭 삶을 연장했고, 서른을 훨씬 넘긴 지금은 절대로 죽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내가 이렇게 여자들한테 인기가 있을 줄 미리 알았다면 그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을텐데”
사실 뭐 대단한 인기가 있는 건 아니고, 20대 초반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는 거지만, 하위 10%의 외모를 가지고서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 흡족해하고 있다. 내 인기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묻는다. 도대체 너처럼 생긴 애가 어떻게 여자친구가 그리도 많냐고. 난 이렇게 대답해 줬다.
나: 사심을 안갖는 거지. 넌 여자랑 있을 때 시선이 어디로 가있냐? 여자 가슴을 뚫어지게 바라보잖아? 그럼 안되지. 여자는 말야, 그런 식의 끈적끈적한 시각을 아주 싫어하거든. 난 수줍어서 땅을 주로 보지만, 원래는 여자 눈을 보고 얘기를 해야 돼.
친구: 그렇구나!
나: 여자는 말야, 자신을 어찌어찌 하려고 하는 사람보단 자신의 미모를 존중해 주는 남자를 더 좋아하지. 여자가 화장실에 가면 넌 탐욕스런 눈으로 여자 몸매를 훑지? 그럴 때 여자가 휙 뒤돌아보다 눈이 마주치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니가 음흉한 놈이라는 걸 증명하는 거야. 그럴 때는 말야 눈을 가늘게 뜨고 명상에 잠긴 얼굴을 하라고. 뭔가 있어 보이잖아? 난 그럴 때 주로 책을 꺼내서 읽거든. 화장실에서 다녀오다 내가 책읽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여자가 한둘이 아니야.
친구: 으아... 정말 그럴 듯한 말이야. 니가 했던 얘기 중에 가장 훌륭한 말 같아. 근데 사심을 안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너는 오랜 세월을 사심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걸 빼려면 시간이 걸리지. 벽에다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 뒤 하루에 한시간씩 그걸 보라고. 한달이면 많이 좋아져.
친구: 그때가 되면 나도 끼워 줄거지?
나: 그것 봐. 니가 그러니까 안되는 거야. 여자는 말야, 물 속에 비친 달과 같아. 잡으려고 하면 없어져 버리지. 차분하게 자신을 가꾸어 나가면 여자들이 다가오지만, 여자들만 쫓아서 세월을 보내다보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거야. 나이 서른을 넘기고 나면 여자에게 어필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바로 착함이야.
친구는 크게 깨달은 표정이었다. 말을 마치고 생각한 것. 말을 하는 놈이나, 그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