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만 하는가’ 라는 말처럼 여성이 추리소설의 등장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범죄 피해자로 차가운 부검대에 올라야만 하는가!아니다. 여기 여성 탐정들과 여성 형사가 총출동하는 골라먹기 추리맛집이 있다. 주인공이자 직업이 십자말풀이 수수께끼 출제자인 77세 노령의 주디스 포츠 할머니, 그리고 영국 성공회 신부의 현모양처 아내 벡스, 수다쟁이 개 산책꾼 수지가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연쇄 살인 사건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물론 원칙과 규정을 따르는 여학생 회장 같은 말릭 경사 또한 여성이다. 그리고 이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남성들 (물론 여성도 있다). 여성들이여 일단 이 성반전만으로도 페이지를 넘기고 싶다는 흥분이 들지 않는지.‘세상은 우리를 작고 나이 든 여자로만 생각하죠. 우리는 보이지 않아요. 그걸 이용하면 돼요’여성처럼 수사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아무리 수사는 처음이라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나라의 나라에 살면서 추리소설 한 권 안 읽어봤는지 주디스 포츠는 엘리엇의 표정이 스테펀 살인자로 보인다는 인상 비평만으로 증거 하나 없이 수사의 기본인 무죄 측정의 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수사에 착수 용의자에 대한 명예훼손도 스스럼 없이 저지르고, 벡스는 또 어떤가 우리나라로 치면 맘카페 같은 말로 지역 수다방 커뮤니티에 고작 게시글 같은 걸 올려서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한다.수지 또한 용의자에 대해 큰 키와 아름다운 머리결의 소유자라는 의미있는 정보는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참고인이었을 뿐이다. 그렇다 그들 모두는 처음에는. 그러나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 여성들이 모여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좌충우돌 사건을 해결하면서 깨알같이 멋진 우정과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일단 주디스 포츠의 첫 등장은 베라 스탠포드 형사 만큼이나 인상적이다.처음에는 십자말풀이 수수께끼는 잘 풀어도 과연 이 할머니가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잘 풀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한밤에 템스강에서 홀딱 벗고 수영하다가도 이웃집 총소리를 듣고는 전혀 망설임 없이 달려갈 수 있는 용기와 참고인에게 달콤한 사탕을 권유하는 무해한 방식으로 정보를 빼내는 고급 기술은 라이센스가 없어도 탐정의 자격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마지막에 나오는 주디스 포츠의 반전 또한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녀의 다음 활약상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가정주부든 싱글맘이든 혼자 사는 별난 할머니든 너무나 평범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중년과 노년의 여성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그 누구보다 용기있게 위험한 수사에 뛰어든 ‘보트 위의 세 여자’ 이 여성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그래 바로 ‘이게 인생이지’.*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