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지은이가 허금주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빈폴에서 만든 셔츠다. 새삼스럽게 메이커 입은 걸 자랑하는 이유는, 내 지도학생들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고르고 고른 것”이라며 생색을 내는데, 디자인과 색깔이 어떻든간에 지도학생들로부터 뭘 받았다는 감동이 그 옷이 과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지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금 다시 보니 뭐, 좋구만)


금주기간인지라 5월 모임을 연기할까 했지만, 나는 안마셔도 애들은 마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애들을 만났다. 하지만 내가 안마시니 애들 역시 술은 안마신 채 고기만 먹었고, 2차는 심지어 볼링장에 갔다. 평소 130정도의 점수를 기록하고, 최고기록이 214인 내가 85점, 96점이라는 역사에 남을 저조함을 보였고, 그게 우리팀 패배의 원흉이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도학생들이 “정말 보람있는 하루였다”라고 얘기를 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한명은 이랬다. “다음에 또 볼링치러 가요”


난 그들이 나랑 만나서 술을 진탕 마시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들은 옷 대신 양주를 선물했고, 우리는 2차에 가서 그 양주를 다 비우곤 했다. 가끔씩 오버이트를 하는 학생이 있었고, 나 또한 맛이 가서 헤롱대다 언제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집에 갔던 게 그간의 지도학생 모임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들이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들은 단지 술을 좋아하는 내게 맞춰주기 위해 분위기를 술 쪽으로 몰아갔었던 거다. 술을 마실 땐 알지 못하던 걸 깨닫고 나니, 몇 년간 학생들에게 술만 왕창 먹였던 자신이 부끄럽다. 술을 마시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얼마든지 있는데, 예컨대 보드게임이라든지 볼링이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농구라든지-이건 해가 길어야지 할 수 있지만-난 오직 술만 고집했던 거다. 그들 역시 술을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면서.


사실 난 아픈 입으로 고기를 집어먹으면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술 없이 고기를 먹는 게 돈이 아깝게 느껴졌고, “술자리 20여년 중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맑은 정신으로 밤기차를 타서, 우아하게 책을 읽으면서 집에 가고 있자니 나도 좋았다. 지금까지 나랑 놀았던 사람들 중에는 분명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필경 나에게 맞춰 주느라 원하지도 않는 술을 마셨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 술 말고 다른 인생이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겠다.


* 물론 이건 내가 금주 기간이니 하는 말이다. 그런 게 어딨어! 6월 초만 되면 죽어라고 마실 거야!

** 술을 끊으니 술자리가 많아진다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오늘만 해도 모교에서 모임 있다고 오란다. 물론 난 술은 안먹고 회만 먹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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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5-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맛있는 고기에 맛없는 술을 함께 먹는 사람이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이제는 소주 없이 삼겹살을 먹으려면 느끼해서... --; 인간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 한달 간의 금주로 올해 술 카운트가 확 줄어드시겠어요.. (근데 금단현상에 시달리시지는 않나요? ㅎㅎ)

마태우스 2005-05-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뭐 금단 증상까지야^^ 금주 덕분에 책 카운트가 술 카운트를 거의 따라잡았답니다. 현재 55권-술 56번

물만두 2005-05-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urblue 2005-05-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고기든 회든 술없이 먹는데요. 하나도 안 아까워요. ㅎㅎ

paviana 2005-05-1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링이라...넘 아득하게 전 일이네요..
담엔 저녁먹고 영화보러 가세요..
근데 술없이 무슨 재미로 회만 먹을까요? 궁금궁금..
전 술도 안먹고 노래방 가자는 사람이 제일 싫어요 ^^
술과 어울리는 일들이 너무 많네요 ...

stella.K 2005-05-1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금주를 하시는 거죠? 최근에 마태님 글을 불성실하게 읽었더니 이해가 안 가는군요. 그래도 저는 마태님 술 안 드셨으면 좋겠고 드셔도 조금만 드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죽어라고 마시는 건 좀...! >.<;;

세실 2005-05-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저도 볼링 치는데...담엔 건전하게 볼링치러 갈까요? 아야....(클리오님한테 맞는 소리~)
최고 점수가 214라면 대단하신데요. 전 190이었다는.....물론 지금은 100 힘들게 넘는 수준.

클리오 2005-05-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세실님. 제가 반대할 걸 어찌아셨습니까. ^^ 제가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술 뿐이라는 슬픈 전설이... (아니지, 엘레강스한 이미지로, 술과 책 뿐입니다. 앉아서 하는 거~ ^^;;;)

chika 2005-05-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전 유일하게 즐기는 것... 책과 잠입니다. 앉아서 하는거... (물론 잠은 누워서 즐길때 훨씬 더 잘 즐기기는 합니다 ㅠ.ㅠ)
술 들이키는 녀석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왜냐구요? 술먹고 취한것들 집에 잘 보내주고 멀쩡한 나는 마지막에 집에 가야했으니 그렇죠. ㅡㅡ;

- 오오~ 나도 해봤다. 다른 서재에서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의 댓글달기. ㅋㅋ

2005-05-17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5-05-1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클리오님.....고정관념에서 탈피하세요. 꼭 그렇치만은 않아....마태님도 훌륭히 하고 계시잖어요... 청주번개 건설적으로 가자구요.....

클리오 2005-05-1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 님. 그렇다면 저도 술과 책과 잠 뿐입니다.. ^^ (이러다가 또나올라..) 세실 님, 청주 번개 또 하실라구요? ^^ =3=3=3 (볼링이 아니라 보드게임이라면 같이 할 수 있어요... 엉엉~) - 마태님 서재에서 우리들 뭐하고 있는거죠? ^^;

울보 2005-05-17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기 회 술없이 먹는 사람입니다,
얼마나 맛나는데,,,,

산사춘 2005-05-1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한 심뽀1) 저도 주말에 회먹으러 가요. (괜한 심뽀2) 술도 먹을 거예요.

날개 2005-05-1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을 안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말예요, 그래도 회는 술이랑 먹어야 될텐데요..흐흐~

세실 2005-05-1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제 안할꺼예요? 클리오님???
원래 첫 번개가 있으면 두번째, 세번째도 있는법...이 참에 아예 천안으로 갈까요??? 호호호~~~

플라시보 2005-05-1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술 참 좋아하는데... 님은 정말이지 좋아하시는 정도가 아니라 술자리를 사랑하시는것 같습니다. 얼른 6월이 되어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panda78 2005-05-1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제 조금만 있으면 책 카운트가 술자리 카운트를 넘어서는 대 이변이 일어나겠군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태님.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책 한권 사드리고 싶은데요. ^^

포도나라 2005-05-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과천선중?!... ㅋㅋ~... 물론 술은 악마의 유혹 따위가 아니지만...^^

moonnight 2005-05-1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링은 못 치고 보드게임은 안 좋아하고 ㅜㅜ 저도 술이나 회먹을 때 술을 같이 안 마시면 허전하더라구요. ^^; 그래도 가족들과 식사할 땐 절대 술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중독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어요. 호호 ;; 마태우스님 새로운 밤문화를 접하셨네요. 그래도 치료끝나시면 축하주는 거하게 한 잔 하셔야죠. 책 많이 읽으시구요. 멋진 리뷰들 기대할께요!

마태우스 2005-05-1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이트님/치료 끝나도 축하주 마실 자격 없어요..흑. 왜냐면 어제 마셨거든요. 글구...볼링 여자분이 치면 멋지던데, 이 기회에 볼링에 입문하심 어때요 레슨 그런 거 받지 말고요^^
여행자의 노래님/아닙니다.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해주는 것이긴 해도, 제겐 악마의유혹이어요
판다님/그날을 앞당길 수 있었는데...흑. 좀 기다려야 겠어요
플라시보님/열심히 몸 만들어서 복귀.....아아, 제 술일기 팬이 이렇게 많다니^^
세실님/제가 다른 분은 몰라도 세실님과의 술자리는 개근하겠습니다! 아자.
날개님/안그래도 어제 마셨습니다. 침통...
산사춘님/어머 저랑도 언제 회나 먹어요!
울보님/어머 울보님. 솔직히 말해서 회는 술이랑 먹어야 더 맛있습니다!
클리오님/제가 없을 때 서재를 지켜 주셔서 감사드려요^^
속삭이신 분/으흐흑.
치카님/책과 잠이라...멋진 취미긴 하지만 역시 술을 좀 마셔야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세실님/볼링도 좋죠. 하지만 클리오님이 저리 나오시니 그냥 술 마셔요(사실 저도 술이 더 좋습다)
스텔라님/우리의 우정이 그것 뿐이었다니 흐흑. 저 잇몸치료 받고 사랑니 4개 빼느라 한달간 금주예요...
파비아나님/저의 밤은 언제나 술과 더불어입니다. 곱창이 기다립니다. 6월입니다.
블루님/저도 님처럼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물만두님/다시금 56-57로 한점씩 더 올라갔습니다...죄송합니다

세실 2005-05-1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저는.술 보다 볼링이 좋은데..아님 배드민턴이라도.....
 

 

 

 

 

일시: 5월 12일(목)

누구와: 미녀와

왜?: 앞으로 한달간 못마시니까

마신 양: 기본만


* 술일기를 잘못 썼다. 그래서 5월 7일 거에 기록되어야 할 걸 5월 12일치로 돌린다(그럼 5월 12일치는 어따 기록해?)


작년도, 미션스쿨에 다니던 고교생이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면서 단식을 한 적이 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입시전쟁을 치루고 있을 고교생이 어떻게 그런 놀라운 생각을 할 수가 있담? 대학생들의 지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을 때조차 대학생들은 채플이라는 과목을 들어야 했고, 기독교를 안믿는 학생들은 그 시간을 아주 의미없게 보내곤 했다. 그때도 그들은 민주화를 위해서는 거리로 나섰지만, 채플을 없애자고 시위를 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강의석이라는 고교생이 그런 놀라운 주장을 한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이 나라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말아 달라는 주장을 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어떤 미녀(위에 술마신 미녀와 다른 미녀다)와 고교생 시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내신을 없애자고 광화문에 고교생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했단다. 정확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표현의 자유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였다. 그들의 주장은, 내가 듣기에는 자기 동료들을 경쟁자로 모는 내신제도를 철폐하자는 것이란다. 그 말이 옳건 그르건, 입시제도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이 내겐 더 중요했다. 입시제도는 어떻게 바뀌든 언제나 욕을 먹어 왔고, 그 과정에서 입시의 주체인 학생들의 요구는 한번도 물은 적이 없다. 그들은 언제나 바뀐 입시제도에 따라 자신을 맞추어 가는 존재였을 뿐이다. 추모 시위도 아닌데 촛불을 드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그들의 시위는 정말이지 신선했다 (내막 아시는 분, 가르쳐 주시길)


미녀와 술을 마시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탔더니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고교생들이 광화문에 집결했단다. 택시 아저씨가 한 말, “우리나라 곧 망하겠다. 이러다간 유치원생들도 유치원비 내려 달라고 거리로 나올 것이다”

일사불란만을 주입받아온 그 아저씨와 우리의 간극은 그렇게 컸다. 우리는 고교생들의 시위를 바람직하게 본 반면, 그 아저씨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보고 있었다 (70, 80년대였다면 필경 간첩의 사주로 생각했을 것이다). 아저씨 말대로 유치원생들이 자기 스스로의 판단에 근거해서 유치원비 내려달라고 데모를 한다면,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까. 요즘 유치원비가 얼마나 비싼가. 유치원 경영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도, 유치원비 내느라 부모님들 허리가 휘고 있는 와중인데, 유치원의 주체인 유치원생들이 그런 시위를 한다면 얼마나 기특할까.


아서라. 유치원들이 그렇게 영악하다면 좀 징그러울 수도 있겠다. 너무 많이 아는 애가 애답지 않듯이. 이번엔 그냥 고교생 시위에 만족하련다. 자신의 운명을 가를 일에 참여할 권리는 오래 전부터 그들에게 있었다. 우리가 몰라서 행사하지 못했을 뿐, 그들은 그 권리를 행사했다. 이 일로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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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5-1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슬픈현실이지요,,마음에 확 와닿는답니다,,
유치원비정말 비싸요,,

마태우스 2005-05-1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그러게요. 비싼 정도가 좀 심하구요, 그 끝이 없는 것 같아요. 1년에 천만원짜리 보내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그나저나 오늘 저 새러데이 매직이어요....^^

울보 2005-05-1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정말요 심하내요 천만원이요????????????

2005-05-15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05-05-1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시위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어요. 인터넷의 힘이 많이 영향을 준 듯 해요..^^

BRINY 2005-05-15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터넷. 그리고 제가 낡은 인간이라 그런 지 몰라도 입시가 쉬웠던 적은 한번도 없고, 요즘은 대학 들어가기 쉬워진 편인데, 오히려 경쟁이 과열되서 친구들 책이나 교과서를 없애는 일만 더 늘어나는 거 같네요. 차라리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자성시위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 시위는 서울만의 얘기인 듯 하구요.

세실 2005-05-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마태님의 발상이 깜찍하십니다~
규환이가 "엄마 유치원비가 너무 비싸요. 제가 선생님한테 데모할께요"
불행히도(?) 우리 규환이는 유치원비가 얼마나 하는지, 비싼지, 엄마가 제대로 내고 있는지 조차 모릅니다...... 택시운전사 아저씨는 상상력이 참 풍부하십니다......

moonnight 2005-05-1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참 대단하지요. 핸드폰의 위력도 대단하구요. 변하긴 변했어요. ^^;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그저 휩쓸리는 게 아니구요.

하이드 2005-05-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or me, I want to erase my highschool student days. I don't agree with them, though I envy them.

마태우스 2005-05-15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I envy you because you speak English very well.
문나이트님/인터넷의 힘은 그런 데 있는 것 같아요...하지만 불이익 준단 말에 몇명 나오지 못한 건 그들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세실님/그러게 말입니다. 유치원비가 내려가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브리니님/맞아요 모든 게 다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있었던 청주번개는 참으로 신선하고 멋진 이벤트였다는...^^
라일라님/인터넷이 야동을 보거나 맺힌 한을 욕설로 푸는 장소가 될 수도 있지만, 저렇게 좋은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울보님/유치원비도 유치원비지만, 기러기아빠 비용도 대단하더이다. 그렇게들 돈이 많은지...

starrysky 2005-05-16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걔네들 보니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데모하던 생각이 나더라구요. 유명 사립재단이었는데, 재단에 좀 문제가 많았거든요. 인사 비리며 재정 비리 등등. 그래서 전교생이 총궐기하야; 수업 거부하면서 계속 강당과 운동장에 퍼질고 앉아 농성 비스무리한 것을 벌여 결국 교장 할머니를 실신시키고; 재단을 학교 운영에서 손 떼게 만들었지요. 근데 학부모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학생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알면 공부나 하라고 야단칠 테니까 쉬쉬했고, 교사들은 일이 크게 번질까봐 입을 다물고.. 나중에서야 집으로 공지가 전달되었죠. 하여튼 참 웃겼어요. 그래도 결론은 어쨌든 우리의 승리! -_-v

마태우스 2005-05-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이 글을 남겨주실 때마다 가슴이 벅찹니다. 님과 실시간 댓글을 달면서 밤을 하얗게 지샜던 수많은 기억들이.... 요즘 많이 바쁘시나봐요? 다시 댓글 얘기로 돌아가서, 학생 때 그런 기억이 있으셔서 뿌듯하시겠어요. 저희는 반 회지 사건 때 완벽한 패배를 당해서, 지금도 속이 쓰립니다. 회지를 만들었는데 압수를 당한 사건...

2005-05-1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짧지만 긴 여행을 다녀왔다. 오후 세시 비행기로 떠나 다음날 오전 9시 비행기로 돌아왔으니 짧은 게 맞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멀디 먼 제주도까지 갔다 온 거니 긴 여행인 것도 사실이다. 비행기에서 보니까 집들이 성냥갑만하게 보였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1. 뻘쭘

지난번 예과 학생들 88명과 MT를 다녀올 때는 한번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 보니까 애들이 무척이나 날 어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자기들끼리만 얘기할 뿐 내게 말붙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버스를 탈 때도 내 옆에 앉으려 들지 않았다. 늦게 탄 애가 빈자리가 없어 내 옆에 앉기에 물어봤다. 왜 내 옆에 아무도 안앉냐고. 내가 어렵단다. 너도 어렵나니까 그렇다고 대답한다. 스스로를 젊게 생각하고, 애들 감각에 맞춘 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나였는데, 역시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그들에게 난 어쩔 수 없는 꼰대일 뿐이었다. 이런 것이 늙어가는 서러움일까. 그전 MT 때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어영부영하는 일이 없었던 것은 같이 간 동료교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내가 아무리 어린 척해도 진짜 어린 애들과 같이 놀 수는 없다.


졸업여행 때가 생각난다. 그때 성형외과 교수님이 동행을 했었는데, 아무도 그 곁에 가려고 하지 않았지만 딱 한 학생만 예외였다. 성형외과를 무지하게 하고 싶어했던 한 친구가 사흘 내내 선생님 곁에 붙어서 가방모찌를 했던 것.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성형외과를 하지 못했고,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난 모른다.


2. 기민함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 동네에 <IMF 호프>가 생겼었고, <쉬리>가 히트하자 같은 이름의 술집이 들어선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내실을 추구하는 대신 당장의 인기에 영합한다면 잘 될 턱이 없다”라는 글을 쓴 바 있는데, 우리가 묵던 숙소 맞은편에 <독도 회 센터>라는 간판이 있는 걸 보고 아연실색했다. 전화번호가 064-746-0120이니,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궁금한 분은 전화해 보시길.


3. 파산에 파산

졸업여행을 간다고 상조회에서 20만원을 받았다. 애들 뭣 좀 사주고 그러라는 뜻, 나 혼자 먹고 모른체하기 뭐해서 어제 저녁 술을 샀다. 앞에 앉은 애들한테 이랬다.

“저번 MT 때 술집에 80명이 넘게 들어오니까 겁나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오늘은 서른일곱밖에 안되니 하나도 안무서워요”

그.런.데. 계산서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 역시 회는 비싸다.


4. 희망을 쏘다

혹시 학생과 마주칠까 걱정되어 아침 6시 조금 넘어 사우나를 갔다. 투숙객에게 2500원을 받는 저렴한 곳답게 시설은....대단했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안나왔고, 플라스틱 의자는 만들 때 잘못했는지, 별 생각없이 앉았다가 히프를 찔렸다. 그런 모든 불상사에도 불구하고 내가 희망을 쐈다고 부제목을 붙인 이유는, 오랜만에 내 체중을 쟀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서서 내 나신을 들여다보니 배도 별로 안나오는 등 생각보다 몸매가 훌륭했기에 근 6개월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그간 체중계에 올라가지 못했던 이유는 무서워서 그런 거였고, 남에게 내 체중을 말해주지 못한 것은 내 체중이 얼만지 몰라서였다. 지금 말한다. 내 체중은 78.8킬로다! 내게 80이 넘을 것 같다고 나를 음해해온 사람들이여, 반성하시라!


78.8킬로도 사실 내 체중이 아니다. 머리가 뜨고 부스스한 얼굴이 내 원래 모습이 아닌 것처럼, 80 언저리에서 노는 체중도 내 체중이라 할 수 없다. 난 노력할 것이다. 내 진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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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5-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 과연? 어흥!!!

진주 2005-05-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그런거 종종 느껴요.내딴에는 지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노땅취급해요 ㅠㅠ
2.....횟집전번을 날리시는 걸보니 홍보비로 횟값을 쬐금이라도 상쇄하자는 계약 맺으신듯.
3....아악..파산! 그것만은 막으셔야 했는데..얼른 장가가세요.
4.....희망이라...거거..아침6시면 식전이잖아요...ㅡ.ㅡ

물만두 2005-05-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같은데요^^ 몸무게요^^

2005-05-12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5-1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젊건 늙었건 친구가 아닌 이상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제는 나이차이도 학생들과 꽤 나시잖아요... ^^ 그렇게 빨리 오실거면서 뭐하러 비싼 비행기표 들여 제주도까지나 갔어요?

chika 2005-05-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소가 어디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곳 사우나는 이용을 하지 말아야지요. 흠,흠흠.
그리고 학생들에게 '회'를 사주셨어요? 와~ 마태님은 회 안드시지 않나?
전 회를 못먹는데, 전번에 애들 사줄때, 5명이 광어 회 하나만 시켰는데도...저한텐 거금이었어요. 그리고 이십만원이면 다금바리 한마리면 끝나는 돈 아녜요? ㅠ.ㅠ

마태우스 2005-05-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회 사주러 갔습니다.... 오늘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가야 한답니다. 글구 나이차이라, 제가 따져보니까 걔네들의 거의 두배에 달하더군요
치카님/숙소는 리버티 호텔이라고...아, 남탕 의자만 그럴 겁니다. 글구 그냥 모듬회 먹었어요 옥돔이나 다금바리 같은 건 너무 비싸서 말이죠...참 치카님 제주도 계시죠!
속삭이신 진주님/님의 추천이 파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그니까 말이어요. 전 웃찾사도 보고, 젊은 여자들과도 잘 노는데^^
2. 앗 홍보비랑 무관해요 전번을 적은 건 내년에는 이름을 뭘로 바꾸나 물어보려고 그런 거예요
3.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즘 무섭습니다
4. 저 원래 아침 안먹습니다. 하핫. 글구 전날 무지하게 마셨는데 그 정도라면 희망을 쏠 만 합니다
조선인님/하하 님은 회의적이시군요. 지켜봐 주세요!
쥴님/쥴님의 환영을 받으니 잘 돌아온 것 같네요^^

sooninara 2005-05-1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울도 고장이 아니었을까요?^^

줄리 2005-05-1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의 푸른밤 보시고 오셨군요. 그리고 맛난 회두 잡수셨군요. 부러워라.
애들은요 원래 그래요. 지네들이 맨날 젊을줄 알죠. 10년 뒤만 되두 후회할거예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두 요즘 욕실에 저울 놓아놓고 열심히 5키로를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걸 빼야 제 절정때로 돌아갈수 있거든요. 가능할까요?^^

날개 2005-05-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돌아오셨군요..! 기왕 가신김에 좀 놀다 오시지....^^
근데, 또 파산하셔서 어떡해요...ㅠ.ㅠ 라면 아직 비축되어 있나요? 모자르면 제가 한상자 보내드릴께요..

하루(春) 2005-05-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파산이라고 하니까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군요. 역시 재벌 2세 다워요. ^^

마태우스 2005-05-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 수니님/제가 잘되는 게 그리도 배가 아프십니까!!
줄리님/전 회 몇점 안먹었습니다. 호랑이같은 애들이 많이 먹어야죠. 전 쯔끼다시랑 술만 잔뜩.... 줄리님도 체중 커밍아웃 하십시오. 그래야 상담에 응해 드릴께요^^
날개님/라면도 이제 몇개 안남았습니다. 저번에도 보내주시겠다더니 안보내시고, 미워요.

마태우스 2005-05-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김우중 보세요. 회사 망하구도 베트남 가서 아마 고수 불러다가 바둑 두잖습니까^^

클리오 2005-05-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 이야길 하시니 점심으로 밥대신 걍 라면이나~ ^^; 저는 애들도 같이 올라왔다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혼자 먼저 오셨다는 이야기죠? 놀랐어요...

마태우스 2005-05-1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아,애들은요 내일 올라와요 밤 9시 비행기루요^^

인터라겐 2005-05-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분 아직 그 학교 앞에서 토스트가게 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moonnight 2005-05-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하시겠어요. 파산에 또 파산-_-하신 건 마음아프지만 체중계에 올라서서 기분좋은 일은 정말로 드문데^^;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 2005-05-1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나이트님/그러게요. 저도 놀랬어요. 게다가 요즘 죽만 먹고 있는 관계로 한달 후엔 더 놀라운 소식을-60대예요!-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인터라겐님/어머 그렇군요. 상명대 앞 토스트가게를 찾아봐야겠군요. 혹시 거긴가?? 제가 옛날에 한번 간 적이 있어요. 거기다 방을 잡았었거든요
 

 

 

 

 

* 오늘 예과 2학년 애들이 제주도로 수료여행을 갑니다. 제가 그래도 과장인지라 따라가야 해요. 2시까지 공항에 가야 하는데요, 떠나기 전에 글이나 몇편 써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오전 내내 두분이 교대로 전화를 주시는 바람에, 그리고 청탁받은 일을 해결한답시고 머리를 쓰는 바람에, 마음먹은만큼의 글은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거 하나만 쓰겠습니다. 이걸 쓰면 다른 글을 못쓸 것 같아 마지막에 쓰려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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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 5일(목)

누구와: 그분과

마신 양: 소주--> 소주-->소주


벤지의 등에 상처가 생긴 것은 벌써 몇 년 전이다. 가축병원에 갔더니 상처가 워낙 커서 놔두는 수밖에 없다고 하기에, 약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주는 등 내 딴에는 치료를 해준다고 했지만 상처는 낫지 않았다. 예전에는 밤에만 벤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상처가 커져서 다들 벤지를 불쌍한 눈으로, 혹은 징그럽게 보기에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게 된 건 1년쯤 된 것 같다. 상처가 벤지를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모르지만 벤지는 이따금씩 그 상처를 핥는다. 어제 옥상에 데리고 올라왔을 때, 파리 한 마리가 그 상처에 붙기에 황급히 쫓았다. 파리야 별 생각없이 한 행동이지만, 내 마음은 참담했다.


벤지의 귀가 안좋아진 것은 일년쯤 되었다. 벤지의 왼쪽 귀는 전체가 딱지로 덮혔고, 상처가 썩어들어가는지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난 그 냄새에 익숙해져 옆에 끼고 살지만, 우리집에 오는 이들은 이게 무슨 냄새냐며 코를 막는다. 항생제를 바른다고 발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기사, 그 전부터 녀석은 내가 자기 이름을 불러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벤츠’와 ‘벤지’를 구별하던 영특한 녀석이었는데.


벤지 눈 안의 수정체가 뿌옇게 변한 걸 안 것은 5년쯤 되었다. 지금은 양쪽 눈이 다 하얀데, 그래도 날 알아보고 꼬리를 흔드는 걸 보면 눈물겹게 고맙다. 자기 몸만한 변을 보던 녀석은 이제 쥐똥만한 변을 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 지금의 모습에서 나랑 같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공원에 있는 토끼를, 혹은 까치를 쫓던 옛날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녀석은 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내 곁으로 오고, 녀석을 위해 깔아놓은 이불에 고단한 몸을 누인다.


집에서 벤지의 안락사 얘기가 나온 작년부터였다. 우리 엄마가 유난히 모진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니다. 상처에서 나온 피로 이불과 베개를 더럽히고, 벤지에게서 나는 냄새에 구역질이 나서 못살겠다는 것. 몰래 병원에 데리고 갈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 후 내가 보일 반응 때문에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내게 “제발 벤지 좀 어떻게 해”라고 간청할 뿐. 그때마다 난 이렇게 말했다. “안락사란 사는 게 너무 힘들 때 하는 것이다. 벤지는 지금 안락하다”

하지만 올들어 부쩍 나빠진 벤지의 상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입장을 바꾸어 내 등에 큰 상처가 있고, 귀가 썩어들어간다면, <밀리언달러>의 매기처럼 나 역시 안락사를 간청하지 않을까. 벤지에게 묻고 싶었다. 그렇게 해도 날 원망하지 않겠냐고. 아니다. 내가 안락사를 망설이는 건, 그가 날 원망할까봐가 아니라 그가 떠난 뒤의 공백을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를 한 건 오래 전부터지만, 그게 준비를 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그 공허감이 어떠할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벤지의 아빠로서 난 벤지가 그나마 아름다울 때 보내줄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벤지의 상태를 살핀다. 녀석이 너무나 힘들어하지 않는가. 오늘 아침에 보니 이제 녀석과 이별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안락사를 위해 병원에 간다면, 난 엄마가 그 일을 맡기 바랐다. 내 손으로는 죽어도 녀석을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말을 했더니 나랑 같이 술을 마시던 그분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줘야 한다”

그래, 그분의 말씀이 맞다.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드리는 게 자식의 의무이듯, 벤지가 떠나갈 때 옆에 있어주고, 발이라도 잡아 주는 게 나의 의무일 것이다. 가축병원만 오면 몸을 부르르 떨던 녀석이지만, 내 마음을 안다면 날 원망하지 않겠지. 아니, 원망한 듯 좀 어떠랴. 그런 곳에 데려간 날 째려보고, 죽기 싫다고 나를 물어뜯기라도 한다면 내 미안함이 조금은 덜해지지 않을까. 엄마는 최근 1년이 벤지로 인해 힘든 시기였겠지만, 난 벤지와 이별할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지 미처 몰랐었다.


오늘 아침 벤지 목욕을 시켜 줬다. 상처에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몇 달 전 산 샴푸인데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전에 그 샴푸를 사면서 “이건 다 쓸 수 있을거야”라고 했지만, 아무리 펑펑 샴푸를 쓴다해도 그 샴푸를 다 쓰진 못할 것 같다. 내가 이런 무시무시한 글을 쓰는 것도 모른 채, 벤지는 옆으로 누워 잠을 잔다.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벤지의 배를 보면서, 생명을 임의적으로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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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5-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이 이제서야 복구가 됐어요....
그리고 저 지금 시골의사 읽고 있는데요,
아, 밴지.......괴롭군요.

stella.K 2005-05-1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괴로우시겠습니다. 그 이별의 슬픔을 어찌 감당하시겠습니까? 마태님에게나 벤지에나 좋은 일이 뭐 없을까요? 에효, 말해 뭐하겠습니까?
제주도 잘 다녀오셔요. 근데 말씀 묵상이 저렇게 떡하니 들어가 있으니 웃음이 나오네요. 내용은 결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면, 이 글을 읽는 분을 위한 마태님의 자상한 배련가요?

깍두기 2005-05-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울지 마세요ㅠ.ㅠ

2005-05-1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렌초의시종 2005-05-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물만두 2005-05-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죄송해요. 넘 슬픈 사연에 제가 누를... 눈치없이... 죄송합니다. 하지만 벤지는 좋은 아빠가 있어서 분명 행복하다 생각할꺼예요. 그리고 님이 괴로워 하심 벤지도 더 괴로울 것 같아요. 힘내세요. 함께 하는 날까지 벤지에게 즐겁고 더 행복한 날들 만들어 주시기를...

마냐 2005-05-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울지 마세요...정말...ㅠ.ㅜ

paviana 2005-05-1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벤지를 생각해도 마태님을 생각해도 둘다 슬픕니다...

인터라겐 2005-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강아지 안락사 시켜본적있는데 얼마나 울었던지.... 목이 메입니다..

oldhand 2005-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걸까요. T_T

숨은아이 2005-05-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_T

클리오 2005-05-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무겁군요.. 정말 울지 마세요.. T.T

chika 2005-05-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에 상처가 있고, 귀가 썩어들어가고, 움직임이 힘들더라도 벤지의 생명은 버틸 힘이 있고, 그런 벤지를 사랑하는 마태님이 있다면... 안락사라는 걸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벤지가 상처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숨을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며 둘 수는 없는걸까요? - 저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쉽게 말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요. ㅠ.ㅠ

포도나라 2005-05-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슬퍼하지 마세여...

nemuko 2005-05-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시더라도 그분 말씀처럼 마지막 순간 꼭 벤지랑 함께 해 주세요...... ㅠ.ㅜ

로드무비 2005-05-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아픕니다.
기도할게요.

하루(春) 2005-05-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 가셔도 별로 즐겁지 않으실까 걱정되네요. 무슨 말을 한 들 위로가 될까요? 그냥 맘껏 슬퍼하시고 나면 언젠가는 그 슬픔의 끝을 볼 수 있겠죠.

panda78 2005-05-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정말 가슴 아픕니다.
마지막까지 꼭 같이 해 주시길... 마태님, 잘 견뎌내세요. ㅠ_ㅠ

울보 2005-05-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너무 아파하거나 슬퍼마세요,,,
마태님이 아파하고 슬퍼하면 벤지도 아프고 슬플거예요,
벤지도 마태님 마음 너무 너무 잘알거라 생각이 드네요,,
마태님 힘내세요,,
그리고 벤지도 너무 아프지 않기를,,

moonnight 2005-05-1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너무 예쁜 강아지를 보고나서 한 번 키워볼까 솔깃했더랬죠. 그런데 강아지가 저보다 먼저 떠날 확률이 더 높단 생각에 이르자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눈물이 납니다. 힘내세요. 토닥토닥..ㅜㅜ

날개 2005-05-1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많이 아파하실것 같아 걱정입니다..ㅠ.ㅠ

비로그인 2005-05-1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기다려보면 안될까요.
말하고 나서도 너무 속상합니다.

작은위로 2005-05-1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벤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많이 느껴지는 걸요, 벤지는 많이 행복할거에요.

진진 2005-05-1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_T 너무 슬프네요... 기운내세요..

진주 2005-05-1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

갈대 2005-05-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마지막은 마태우스님이 함께 해줬으면 좋겠네요.

조선인 2005-05-1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마지막을 마태우스님이 함께 하기를.
토닥토닥.
(씽씽이도 나나 오빠보다 오래 못 살겠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갈 수 없는 길이 정말 슬프네요.)

BRINY 2005-05-1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벤지야...

야옹이형 2005-05-1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주 구경오는 사람이라 사진만으로도 정들었는데요.
마음이 어떠시겠어요... 힘을 내셔요... 벤지도 끝까지 힘내요!

joansa 2005-05-12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가기 힘들면 얘기해라. 같이 가줄께.

kimji 2005-05-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까지 함께 해 줘야 한다는 말에 저도 동감입니다. 용기를 내세요. 그것이 벤지를 위한 일일거에요. 정말로요.
아무튼, 힘 내시길요-

마태우스 2005-05-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안사/고맙다. 넌 내게 언제나 좋은 친구지...
야옹이형님/감사합니다....
브리니님/....저도 어제 글 쓰면서 어찌나 울었는지요...
조선인님/꼭 그렇게 할께요.
갈대님/잘 알겠습니다. 떠나는 길 외롭게 하지 않을께요
진주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켈리님/저도 다시는, 애완동물 안기르려구요
모해짐님/네...그래야지요.
작은위로님/벤지가 저와 보낸 시절을 행복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님/제 딴에는...기다렸다고 생각해요.....
날개님/속상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문나이트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이렇게 위로를 받는데, 벤지는 저 말고 아무도 없답니다.
울보님/에이...울보님 댓글 보니까 또 눈물이 나요...
판다님/그래야죠.....
하루님/슬픔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벤지의 빈자리는 너무도 클 것 같습니다
운빈현님/격려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흐흐흑....
네무코님/네...
여행자의노래님/그게 잘 안되요..
치카님/님 말씀도 맞습니다. 저도 원래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요.
클리오님/그게 잘 안되요...
숨은아이님/....
올드핸드님/그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벤지를 두고 제가 먼저 죽는다면, 마음 편히 갈 수가 없지 않을까요.

마태우스 2005-05-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그러셨군요...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한 몇년간은 집에 오면 벤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파비아나님/네....
마냐님/제가 원래 사소한 일에도 잘 울거든요. 하물며 벤지 일에는...
만두님/아닙니다...그리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종님/제가 이겨나가야죠 뭐.....
깍두기님/흑흑...
쥴님/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매번...
따우님/...
스텔라님/배려는 아니구 그냥 '말씀'이 들어가 있는 책을 찾다가...
여우님/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하얀마녀 2005-05-1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강아지도 10살이 넘었습니다. 이제 확실히 나이 먹은 티가 나는데 정말 남 얘기같지가 않네요. 벤지나, 우리집 강아지나 이미 종을 뛰어넘은 식구니까요.

줄리 2005-05-12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와의 추억도 벤지와 함께 보내세요. 안그러면 마태님이 오랫동안 슬프실것 같아요...

마태우스 2005-05-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추억을 보낼 수가 있을까요......추억을 회상하면서 슬픔을 이겨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마녀님/종을 뛰어넘은 식구란 말에 동감합니다... 같이 있어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녀석이었죠...

인터라겐 2005-05-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하림

언젠가 마주칠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 보았어
변한것 같아도 변한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 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사람 생기더라 음-오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우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만 훗날 또 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이별노래로 이것만큼 치유가 잘되는 노래가 없는것 같아요..  사랑이 다른 사랑을 잊혀진다는 말..그거 정답이더라구요...저희도 다시는 강아지 못키울줄 알았는데 또 키우고 있거든요... 망각의 동물=인간...

에궁 이런말이 마태님과 벤지의 슬픔을 이겨내게 해줄수 없다는걸 알지만 마태님 힘내세요


산사춘 2005-05-1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울집 개 바리의 무덤에 가보곤 하는데...
내 설움이랑 바리 아픈 것만 생각했지 우리들이랑 보름된 애기들 놔두고,
바리가 떠나면서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을까는 생각을 못했네요.
위로가 안되겠지만 그리고 경험이 다 다르겠지만,
몇년 지나면 편안하게 추억할 날이 있을지도...
지금은 가족들이랑 바리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거든요.
이쁘고 고마운 벤지, 지금은 바라보기도 가슴아프실테지만,
마태님이랑 계속 함께 할 거예요.
 

일시: 5월 9일(월)

 

 

 

 

 

“정말 재미있었다”

“다음에 청주 번개 하면 꼭 온다!”

서울로 가면서 우리가 했던 말들이다. 내가 참가한 수많은 번개 중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만한 재미있는 번개,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가면서도 헤어짐을 아쉬워해야 했다.


1. 클리오님

난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서 하는 번개를 ‘서울번개’라고 하지 않듯, 번개는 당연히 서울서 해야 하는 거였다. 하지만 클리오님은 청주번개를 성공시킴으로써 그 편견을 깼다. 인원수가 적은만큼 분위기는 더 오붓했고, 즐겁기 그지 없었다. 난 깨달았다.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라디너들의 개성만큼이나 사는 곳은 제각각 다르고,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마음만 있다면 번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서울서 청주까지 달려온 미스 하이드님처럼 말이다. 클리오님이 어제 남긴 명언.

“리뷰 쓸 때 전 직접 써요. 알라딘의 편집 화면을 안보면 글발이 안올라요”


2. 세실님

어제의 MVP는 번개를 주최한 클리오님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최우수상을 뽑으라면 난 세실님을 꼽겠다. 미모도 미모지만 어찌나 잘 노시는지, 기절할 뻔했다. 세실님에게서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갖는 향기가 느껴졌다. 난 이렇게 말했었다.

“글보다 실제가 훨씬 웃기세요!”

세실님과 같이 나오신 분-닉넴을 까먹었는데-도 유머감각이 뛰어나긴 마찬가지였다.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 kimji 님

이분에 대해서는 길게 말을 해야겠다. 단아한 모습과 잔잔한 호수같은 글로 인기를 모은 김지님이 글쎄 결혼을 하셨단다. 작년 언젠가 김지님이 책 정리를 한 적이 있었다. 책정리를 하는 건 책꽂이를 샀을 때와 이사갈 때밖에 없는데, 김지님은 청주에 있는 신혼집으로 이사를 오시려고 그런 거였다. 그 뒤 여행을 간다고 해놓고 결혼을 한 것. 진작 알았으면 축하 선물이라도 드렸을텐데. “책은 상자에 들어가는 순간 짐이다”란 말을 남긴 김지님과 대담을 나누었다.

김지: (남편 분이) 경상도 남자의 전형적인 분이세요

클리오: 근데 왜 결혼하셨어요?

김지: 난 휘어잡아 주는 남자가 좋아요.

나: 기사화해도 돼요?

김지: 네.


김지: 나랑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잘 살고 있으니 좋은 거죠. 떠받드는 남자는 연애할 때는 좋은데 믿음이 안간다고나 할까.

클리도: 결혼한 뒤에도 떠받들어주면 되잖아요

김지: 그걸 몰랐네^^

클리오: 난 결혼이 투기라고 생각해요.....(중략)

나: 결혼 사실을 숨긴 게 인기 유지를 위해서인가요?

김지: 당연하죠. (클리오님도 그래서...^^)


실제로 본 김지님은 사진보다 더 청초해 보였다. 내면에 많은 걸 담고 있어서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런 분위기도. 몸 안에 다른 생명을 지니고 계셔서 일찍 가신 게 아쉬웠다. 얘기도 많이 못나눴는데...


4. 그밖에.

하이드님이 서울에서 내려와주셨다. 어려 보이지만 술이 아주 세고, 쿨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따뜻한 면이 많은 아가씨. 하얀마녀님은 내가 쓴 책 세권을 가지고 와서 싸인을 받았다. ‘마태우스 3종 세트’라고 부르는 그 책 중에는 나를 협박하기 위한 책도 한권 있었다. 내가 정말 철없을 때 쓴 그 책이. 에피메테우스님도 오셨었는데 먼저 갔다.


새벽 한시를 넘겨 하이드님, 하얀마녀님과 셋이서 조치원 역 앞에 있는 김밥천국에 갔다. 술을 마시면 원래 국수가 먹고 싶지 않는가. 나와 마녀님은 만두라면을, 하이드님은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없는 새벽기차에 올라탔고, 의자를 돌리고 다리를 뻗은 채 잠이 들었다. 집에 가니까 새벽 3시 40분, 2시간 남짓 자고 출근을 했다. 워낙 잘 논 뒤끝이라 그런지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좋았다. 번개의 진수는 역시 청주번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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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5-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욧. 수원번개에 도전을. 불끈.

아영엄마 2005-05-1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하얀 마녀님이 이번 번개에도 참석을 하셨군요~

sooninara 2005-05-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럼 서울번개 멤버 삐질겁니다.
너무 사람이 많은것 보다는 이야기가 가능한 몇몇이 모이는게 좋은것 같아요.
저번 대학로 털짱님 번개가 얼마나 재미있었다구요?
참석자가 다 같이 이야기 할수 있는 번개 규모는??
일단 10명이 안넘어야겠죠?
다음부터는 선착순 10명으로 잘라서 번개할까요?ㅋㅋ
청주번개에 미인이 많아서 마태님이 번개의 진수라고 한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호호호

moonnight 2005-05-1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번개요. 두근두근 +_+;; 낯가림이 심한 저로서는 언제 한 번 번개에 참석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상상해봅니다. 흠. 근데 알라디너분들은 글들도 잘 쓰시는 와중에 다 미인이신가봐요. 훌쩍 ㅠㅠ(앗. 울어버렸다. ;;) 즐거우셨겠어요. 부럽습니다. ^^

진주 2005-05-1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쪽에도 상당한 미모의 여성들이 진치고 있다는 정보를 슬쩍.......

물만두 2005-05-10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 번개인가요? 하긴 서울에서도 상계동번개가 있었다지요. 조선인님^^

paviana 2005-05-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번개는 주말 오후에 해요.마로 데려오시면 저도 갈게요.~~

클리오 2005-05-10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결혼사실 숨긴거 아니예요.. 말할 필요도,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었단 말여요.. 그리고 저를 보내고 세 분이서만 맛난거 드셨단 말씀이세요... (물론 그 속에 먹지도 못했겠지만.. --;) 중간과정이나 뭐 그런 것들이 어찌되었건, 하여간 재미있으셨다니 멀리서 오신 분들께 더 다행이네요...

날개 2005-05-1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결혼 하셨어요? +.+ 철푸덕~ 분명히 독신 분위기였는데.....

물만두 2005-05-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마저... 철푸덕... 날개님은 왜???

하이드 2005-05-10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렇게 후기를 잘 쓰시면, 뒤에 쓰는 사람은 어찌하라고요 ^^

진/우맘 2005-05-1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청주, 였구나.^^
그나저나 청주....호오...어쩐지, 공통분모를 지닌 분들의 도시인듯.^^

마냐 2005-05-1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미녀만 있다? 아니, 마태님 주변엔 미녀만 있다? 아니, 마태님은 미녀만 만난다? ㅋㅋㅋ
그나저나...김지님, 여행가시는 거 같더니...이런이런, 깜빡 넘어갔네여. 놀라운 정보임다. 기사화된 내용두요...ㅋㅋㅋ

플라시보 2005-05-1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런 번개가 있었군요. 흠...이제 청주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면 대구 번개를 비롯. 잘 하면 제주도 번개까지 있겠는걸요? 그러다 종국에는 대망의 독도 번개가 있지 않을지...하하. 그런데 무척 재밌었나봐요. 님의 글에 그게 고스란히 느껴지는군요^^

chika 2005-05-10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번개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소, 머쟎아!! (라고 외쳐보지만... 부럽긴 부럽다.^^;)

세실 2005-05-1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갖는 향기>라 호호호 과찬의 말씀이옵니다~
이거 이거..이러다 소문나겠어요..저 "노는 여자"라고.....
벌써 만두님의 비웃음이..ㅠㅠ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고, 저도 마태님의 깜찍한(?) 유머덕에 참 즐거웠습니다~

2005-05-1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히 어디선가 클리오님 결혼했다고 얘기했었는데... 설마 저만 알고 있던 건 아닐 텐데...

반딧불,, 2005-05-1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글에는 김지님이 결혼하셨다고 써있는데요??
저만 잘못 읽은건가요??
진짜 김지님은 결혼하신 줄 몰랐는데ㅠㅠ

울보 2005-05-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도 하이드님도 모두모두 대단하세요,,
즐거우셨다니 정말 부럽다,
세실님 정말 잘노시는지 보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즐기는것이 삶을 즐기는건가요,,,ㅎㅎ

클리오 2005-05-1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따우님 말씀 들으셨죠?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 수 있는 일' ㅎㅎ 페이퍼 한 두개에다가만 조금 흘려서, 잠깐잠깐 보면 모르셨을 듯 해요... 그리고 날개님. 날개님과 저는 그에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거든요?? ^^ (독신분위기는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결혼했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데다가, 신랑도 집에 잘 안들어온다는... --;)

비로그인 2005-05-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김지님이 결혼하셨군요. 정말 놀랍네요. ^^ (뭐가?...아니 전 그냥...) 또한 클리오님도 결혼?? 오호~~~모르는 사실이었네~~!!

nugool 2005-05-10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 청주번개라길래.. 청주를 마시기 위한 번개인줄로 알았지 뭐예요. ㅋㅋ 뭐눈에는 뭐만 보이죠? 그나저나 하얀마녀님은 서울번개 청주번개 동에번쩍 서에 번쩍 하시네요. ^^

날개 2005-05-10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우리가 그 얘길 했다구요? ㅠ.ㅠ 어쩌나~ 이 3초 기억력을..... 얘기 했더라도 클리오님의 다른 글을 읽다보면 금세 결혼에 대해서 까먹게 되요~~~!! (라고 열심히 주장하는 날개... ㅜ.ㅜ =3=3=3)

kimji 2005-05-1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하하, 다른 분들에 비해서 많은 분량으로 저를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서재에서는 조용하던 제 결혼이 오히려 님의 서재에서 더 많은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것도 재미있고요. 어제, 잘 들어가셨지요? 후기들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네, 기회가 되면 또 뵐 날이 오겠지요.
과찬과, 즐거운 묘사, 재미있게 잘 읽었노라고- ^>^

포도나라 2005-05-1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 님의 수원번개에 한표~!!...
해외로까지 나와 주실 의향이 있으시면 저 참석할 수 있는데...>.<~..ㅋㅋ
근데 마태우스 님, 책도 쓰신 적 있으시나 보네여~ 오호~ 놀라운 정보... 뭔 책인지 알려 주심 참 감사하겠는데...^^

2005-05-11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12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5-05-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김지님에 대한 느낌을 잘 써주셨네요. 전 어떻게 표현할 지 모르겠던데.

마태우스 2005-05-12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부끄럽습니다.... 좀더 멋있게 표현할 수도 있었는데...

2005-05-1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