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계보.
장진감독, 정재영. 이라는 이름만 보고 전부터 개봉하면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운이 좋은건지 친구가 시사회 당첨되었다고 보러가자고 해서 시설 정말 안좋은 그랜드시네마이긴 했지만, 즐겁운 마음으로 보러갔다.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생각보다. 생각보다. 별로다.
장진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많은 장면들이 있고, 주조연의 연기들이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지만서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틀림없다.
매력적인 주인공이 없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두 주인공의 연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매력이 없다. 그들만의 매력이.
동치성(정재영), 정순탄(류승용), 김주중(정준호). 세친구의 오랜 우정.이라기보단 동치성과 김주중 둘만의 우정.이 주요 골자다.(라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면 주제일듯.)
그닥 두사람의 우정이 강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감옥안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영화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 영화의 소소한 재미는 그 부분에서 많이 들어났지만, 그로인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수가 없다.
영화가 교훈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언가 일맥하는 '말'이라는 것이 영화전체를 관통하지 않으면 영화는 갈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영화의 주제가 '우정'이라면, 치성과 주중의 '순탄을 향한 우정'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것인가?
죽은 순탄은 그들의 친구가 아니었나?
이미 오래전 죽었다고 믿었던 친구이기에 그의 죽음을 방관할 수 있었던 건가? 치성에겐 친구는 주중뿐이고, 주중에게 친구는 치성뿐인가? 중반 무렵 친구들의 회상속에선 갯벌에서 신나게 노는 세어린 친구들이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 무렵 그 장면 속에는 순탄이 빠져있다.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우정이라기엔 그들의 우정은 편협하다.
'정순탄'이라는 캐릭터를 살리지 못한것도 안타깝다. 정재영,정준호 주연이라면 차라리 순탄이란 캐릭터를 빼버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가도, 순탄은 순간 사라지고 없다. 영화 중간중간 그의 존재감은 사라져버린다.
영화 초반의 '눈물의 재회'는 무엇때문에 집어넣은거지? 도대체 '정순탄'이 이 영화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다른 조연들과 대체해도 도무지 어색하지 않을 그의 역할들이 안타깝다.
류승용이라는 배우를 그정도밖에 살리지 못한 혹은 살리지 않은 감독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비가 바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울테니' - 오프닝에 뜨는 이 말은 도대체 영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파악이 안된다. 치성과 주중에겐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이 말은 순탄의 입을 통해 반복될 뿐. 영화 참 어지럽다.
내가 머리가 안돌아 가는건지, 여자라서 남성들의 세계를 이해 할 수가 없는건지, 알 수가 없다. 알수가.
p.s 지금방금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시사회엔 없던 장면이 눈에 많이 띈다. 거참. 이유가 뭘까? 혹시, 시사회판과 극장판이 다른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