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인리 : 대정전 후 두 시간
우석훈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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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로 유명한 우석훈 선생이 소설을 썼다기에 놀랐다 (첫번째 놀람).

하지만 더 놀란 건 소설이 아주 재미있다는 점 (두번째 놀람)

책이 배달된 건 어제인데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전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내게 관련지식이 없는 게 아쉬운 적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시작은 지진이었다.

한국전력 본사가 위치한 나주에 지진이 나는 바람에 전국이 블랙아웃,

그러니까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전기를 켜기 위해 분투하는데,

저자가 말하고픈 것은 그들의 영웅담이 아닌한국 사회의 후진성이었다.

책에 나오는 정치인들그리고 공기업 임원들은

다들 정치질에 미친 나머지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출세를 먼저 생각했다.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다가도,

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어쨌거나 주인공들은이런 걸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울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에 전기를 다시 공급한다.

소설 속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기가 들어올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조사를 했던 모양이다 (세번째로 놀랐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아주 그럴듯한실제를 방불케 하는 소설을 썼는데,

책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의 전기공급 현황에 대해 학사급 지식은 갖출 수 있으리라.

 

소설적 재미도 재미지만책 곳곳에 배치한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관해 대체로 찬성했는데그건 아닌 듯하다.

서울에 있던 공기업들을...전국에 보내다 보니까 전력은 나주에 가게 된 거다원자력발전..어랍쇼이건 또 경주에 가 있다에너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후방지원을 맡는 한국에너지공단은 울산에 있다....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기에는 좀 너무 멀다.” (68)

-한국의 남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그걸 들어주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한국의 여자들은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리액션이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남자들은 상대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연거푸 술잔만 비운다그들만의 리액션 방식이다그러나 정이 통하지는 않는다. (110)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산 그녀는 좀 더 가정적인 남자를 원했다그러나 그녀는 결국 아버지처럼 능력있고 잘생겼고 아주 매력적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치명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가정적일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 않다...(127)<---이 대목은 저자 자신에 대한 변명 같다우석훈 형님은 능력은 있지만아무리 봐도 잘생기진 않았으니까나도 형님처럼 가정적이어야 하는데반성한다.

 

세 번 놀라고 반성까지 한데다 재미까지 느꼈으니이 정도면 투자 대비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전기세까지 아낄 수 있다면 일석사조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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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2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시네요. 우석훈 씨가 소설을 썼다니 저도 놀랍네요.
근데 보니까 전에도 소설을 썼네요.
언젠가 중고샵에 갔더니 대정전을 소재로한 일본 소설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읽으면 재밌을 것 같은데 안 사고 나온 기억이 있네요.ㅎ
80년대까지만 해도 가끔 정전도 되고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이 얼마나 공감을 얻으며 읽힐지 약간 고개를 갸웃거려 봅니다.
요즘엔 정전 잘 안 되지 않나요?
더구나 코로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치안도 우리나라가 나쁘지 않다잖아요.
아니 뭐 안 읽겠다는 건 아니구요. 저도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저 인용하신 글 소설에선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르겠지만 재밌네요.^^

마태우스 2020-05-26 04:21   좋아요 2 | URL
스텔라님 무플방지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정전이 안되는 건 맞죠. 그런데 우리나라 발전은 철저히 중앙집중식이라, 한 곳만 문제가 생기면 수습이 안되는 수준이랍니다. 게다가 막상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잘 보여줍니다. 읽다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더군요. 사실 제가 원래 원전 신봉론자였는데, 원전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걸 안 것도 이 책의 소득입니다.

2020-08-10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3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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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기다리던 '대면강의'가 무산됐다.

5월 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학교 측이 이번 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외부강의도 없고 해서 집에만 있는데앞으로 이런 생활이 더 지속될 것 같다.

개들과 같이 있는 건 좋지만,

일의 진척이 평소보다 훨씬 느리고심지어 책도 잘 안 읽힌다. 

게다가 아내가 밥을 차려줄 때마다 '삼식이'라고 투덜대기까지 한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 읽은 책이 바로 <공룡사냥꾼>,

집중력이 저하된 이때 470쪽이 넘는 이 책을 완독했다는 게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말해준다.

 

이 책의 sub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르스 바타르.



이 책은 에릭이라는 화석사냥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1억년 전 동물들의 뼈가 심심치 않게 출토되는 플로리다에 산 덕에

어릴 적부터 화석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에릭은

결국 전문 화석사냥꾼이 돼서 티라노사우르스의 가장 유명한 뼈를 발견하는 개가를 올린다.

문제는 그가 그 뼈를 찾은 곳이 몽골의 고비사막이고,

그가 몽골의 허락 없이 그 뼈를 밀반출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그냥 놔두면 발견이 안됐거나 훼손됐지도 모를 유물을

단지 밀반출했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하는 게 옳은지.

과거 재미있게 봤던 <인디아나 존스>도 사실 에릭과 비슷한 사람이 아닌가?

수도 없이 많은 미라를 약제로 만들어 먹거나 외국에 팔아치운 이집트의 예에서 보듯,

유물을 잘 관리하는 곳에서 보관하는 게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나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안하는 건 문제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공룡 사냥꾼>에서는 에릭에 대해 옳다그르다는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저자는 정말 존경스러울만큼 치밀한 조사를 통해 에릭의 일생을 조명하고,

화석사냥의 역사에 대해 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과거 화석사냥꾼은 물론이고 몽골의 발굴자들까지 그 이력을 소개하는 통에

등장인물이 무지하게 많지만,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와중에 독자는 에릭이 옳은지 그른지,

절대적인 정의라는 게 과연 있는지에 관해 판단을 내리게 된다.

22천원이라는 책값이 오히려 싸게 느껴질만큼 재미와 유익성을 보장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책을 읽었으니재택근무한 보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구나.”

 

* 책을 읽고 나니 기생충이 뼈가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그것만 있었다면 기생충뼈를 찾으러 다녔을 텐데.

몽골에서 발견된 싸우다 바위에 깔려죽은 공룡. 오른쪽이 그 유명한 벨로시랩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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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5-0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번 학기 전체가 온라인 강의인가요? 초중고는 개학하던데..ㅜㅜ 마태우스 교수님 강의 기다렸을 학생들 안스럽네용ㅠㅠ 저도 공룡 좋아해서 궁금한 책입니다♡

마태우스 2020-05-05 21:46   좋아요 0 | URL
초중고와 달리 대학은 이렇게 가는 거 같더군요ㅠㅠ 나름 고심했을텐데 아쉽습니다 공룡뼈에도 관심이 있으시군요! 달밤님의 학문에 대한 관심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2020-06-0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20-06-21 16:12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단 한번 읽어볼게요. 글구 저는 소설의 기법 같은 걸 잘 몰라서, 제가 쓰면 유치한 소설이 됩니다 ㅠㅠ 다른 소설가랑 협업해서 쓰는 게 어떨까 생각해보겠습니다. 여러가지 감사합니다.
 
밥상의 말 - 파리에서, 밥을 짓다 글을 지었다
목수정 지음 / 책밥상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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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역사학자가 쓴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음식의 역사를 쓰고,

지리학자가 쓴다면 세계 각국의 음식을 쓸 것이다.

기생충학자라면 기생충이 즐겨먹는 음식을 쓰지 않을까 싶은데,

파리의 생활좌파 목수정이 쓰는 음식 책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읽어본 소감은 역시나였다.

내 예상과 맞아떨어졌다는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 줬다는 점에서 역시나였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대목 세 군데만 얘기하자.

첫 번째목수정의 부모님은 민주주의자였다.

그 집에선 요일마다 가족 한 사람이 그날 먹고 싶은 메뉴를 정했다고 한다.

월요일은 아버지화요일은 어린 목수정수요일은 목수정의 형제자매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것의 장점은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식단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인데,

목수정의 어머니는 떡볶이짜장면오므라이스통닭 등등 아이들이 써넣은대로 음식을 차려주셨단다.

그 결과 목수정은 매일이 원하는대로 실현되는 이벤트를 기다리는 흥분과 기대로 채워질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목수정은 애어른 할 것 없이 평등한 권리를 행사했던 그 시절부터 잉태된 게 아닌가 싶다.

목수정의 어머니가 혼자 이 모든 메뉴를 다 장만하셨다는 점은 아쉽지만 말이다.

 

두 번째요리는 설거지보다 힘들다

이 책에 따르면 프랑스 남자들은 요리 두세가지 쯤은 기본적으로 할 줄 안단다.

그런데 목수정의 남편은 요리에 잼병이라 설거지만 한다나.

이 정도면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지만목수정에게 그건 정의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옛 생각이 났다.

남이 차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요리학원을 등록해 주말마다 두 달을 다녔다.

하지만 요리학원에서 난 지진아였고,

집에 와서 배운대로 요리한 음식은 다 엉망이었다.

아내는 내가 요리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내가 뭐 실험 대상이야?”

난 하던대로 설거지만 하게 됐고, “남이 차린 음식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셋째설거지만 잘하면 되지라는 내 생각에 브레이크를 거는 대목 하나.

유럽에선 은퇴한 이들이 모여 사는 참여형 주거공간이 인기를 끈다는데,

이곳의 특징은 하루 한두끼공동의 부엌에서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

한 할머니의 말이다.

은퇴 후 주거공간을 참여형으로 계획할 때여성들은 남성들과 따로 있는 게 편해남자들은 평생 여자들에 의해 돌봐지는데 익숙해 있잖아...그래서 여자들은 여기 와서까지 또 남자들 시중을 들어야 하는 거지.” (154)

다시 요리를 시작해 볼까 싶다.

 

소개한 에피소드만 봐도 이 책이 여느 음식책과 달리,

삶의 방식과 이를 지탱하는 노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독특한 책이라는 걸 알 것이다.

이렇듯 주관이 뚜렷한 책을 읽는 건 독자로서 기쁨인데

딱 한 군데 동의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자폐증이 제초제 성분과 유전자조작 식품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자폐증이 늘고 있는 건 맞지만글쎄다.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그리 쉽게 단정할 수 있을지.

자폐증에 관한 최고의 책 <뉴로트라이브>는 그런 물질들이 없는 태고의 인류에게도 자폐증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부동의는 책의 극히 일부에 관한 것일 뿐,

이 책에 대한 나의 지지는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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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분의 말씀에 되든 안 되든 요리학원을 등록하고 노력하셨다는 점 높이 삽니다. 다시 요리를 시작해 볼까 싶다 생각하시는 것도요. 저도 보관해 놓은 책인데 사야겠군요. ^^

마태우스 2020-05-05 09:07   좋아요 0 | URL
앗 달밤님 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ㅠㅠ 근데요 아내 말이요, 요리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하는 게 중요하다네요. 저는 해도 안된다고 제발하지 말랍니다 ㅠㅠ 암튼 무플 방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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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지식인 강준만, “문 대통령최소한의 상도덕 안 지켰다.”’

강준만의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소개하면서 조선일보가 뽑은 제목이다.

조선일보로서는 진보학자인 강준만이 대통령을 비판한 게 반가웠고,

그래서 서평기사로는 이례적으로 1면에 이 기사를 배치했다.

여기에 관해 미디어오늘은 해당 출판사 편집장의 말을 빌려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했다.

편집장은 이 책이 다양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이 책이오로지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한 인상을 줬다으며이는 편협하고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관해 느낀 점 세 가지를 적는다.

첫째조선일보의 보도에는 의도가 있었지만팩트가 아닌 것은 아니다.

책의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정치에서도 제대로 된 소비자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정치가 아무리 개판을 쳐도 무관심으로 대처하고선거 땐 그 개판 친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기꺼이 표를 던진다우리는 시민들에게 제발 소비자의 자세를 가져달라고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139)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 아래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만,

주제가 정치이다 보니 현 정부와 관련된 이야기가 제법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일본불매 얘기에서도 정부의 대응을 지적하고 있고,

진보언론을 다루는 2장에는 문빠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그리고 145쪽에는 조선일보 보도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욕하는 이유가 책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보도하거나

관련없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보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기사는 그간 조선일보의 행태로 보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둘째편집장은 멋있었다

내 경험을 잠시 이야기하자.

윤지오를 욕하는 책을 내고 판매량이 거의 0에 수렴하던 때조선일보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들로선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아무튼 그 인터뷰가 나간 이후 내 책의 판매고는 껑충 뛰었다.

이 사실에 난 매우 놀랐고, ‘조선일보가 아직도 이런 힘을 갖고 있구나!’는 걸 느꼈다.

강교수의 이번 책은 출간된 지 며칠 안된 시점에서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무려 11,640이다.

최근 나온 강준만 교수의 책 중 가장 단기간에 1만을 넘은 책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엔 조선일보가 1면에서 이 책을 소개한 게 크게 이바지했으리라.

나 또한 그 기사를 읽고 잽싸게 책을 구매했다!

코로나19로 책이 안 팔리는 시점에서 나온 대박이기에 반갑기도 할 테지만,

편집장은 미디어오늘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를 격렬한 어조로 반박한다.

출판사인 인물과 사상이 조선일보 반대를 사시로 내걸다시피 출범한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힘이 센 언론사가 마음먹고 실은 기사를 욕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출판사를 위한답시고 조선일보와 선뜻 인터뷰를 한 나와 대조되는 행보,

이런 편집장이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면우리가 좀 밀어줘야지 않겠는가.

 

셋째강준만 교수는 살아있다

내가 사회에 대한 글쓰기를 하게 된 게 다 강교수님 덕분이라는 건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그분이 책을 내면 일단 사드리고 리뷰까지 쓰는 걸 원칙으로 삼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사기만 하고 리뷰는 안쓰게 되더니,

최근에는 아예 사지도 않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던 판에 간만에 강교수님 책을 읽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역시 이분은 한국사회의 큰 어른이다는 걸 새삼 느꼈다.

편집장은 말한다. “(이 책을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보시기 바란다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이 보도한 내용이 얼마나 편협하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정말 그렇다이 책은 단지 현 정부 비판이 아닌우리 사회의 여러 면을 언급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한다.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의 정치적 의도도 알 수 있게 해주니,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는 동안 읽어야 할 책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알라딘 포인트 10만의 그날을 위해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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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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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픈 사람은 많아도 막상 글쓰기 연습을 시작하는 이는 극소수다.

다른 할 일이 많아 여유가 안 되는 것도 한 이유겠지만,

그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절실함이 없어서라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글쓰기를 숨 쉬고 밥먹는 것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글쓰기 연습을 게을리할 리 있겠는가.

그래서 난 글쓰기의 기술을 배우는 책보다는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는 책을 읽는 게

글쓰기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그런 면에서 홍승은이 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서점에 깔린 수많은 글쓰기 책 중 독보적이다.

 

지역 사회에서 수년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개인적인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이다.

학교에서 처음 글쓰기를 배울 때저자의 선생님은 를 지우라고,

즉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배제한 글을 쓰라고 말했단다.

그렇게 쓰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정치에서 싸움은 좋지 않다여당과 야당이 잘 협조해서 보다 좋은 나라를 만들기 빈다.”

갑질은 좋지 않다우리 모두가 다 똑같은 인간임을 자각한다면갑질도 줄어들 것이다.”

너무도 그럴듯해 보이는 이런 글들은 하지만 독자에게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다음을 읽어보자.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을 나갔다사우디에서 3년을 일하던 아빠가 한국으로 들어온 지 한 달여 만이었다아빠가 3년 동안 착실히 보낸 월급은 남은 게 없었다...우리의 생활은 비참했다밥을 따뜻하게 두려고 아랫목 이불 아래에 두면 쥐들이 와서...갉아먹었다오빠는 가출했다 돌아와서 고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생리를 시작했다.“ (119)

이 글을 읽으면 일단 충격에 빠지고글쓴이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바로 이런 글들이지만,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이들은 이런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지 마라고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회적 강자라면글을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그래서 자신과 같은 이들이 좀 더 잘 사는 세상을 원한다면,

글을 써야 한다.

물론 주위에선 그런 글들을 불편해하고글을 쓰지 못하게 탄압하겠지만,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글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훨씬 나은 곳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여성이었던 저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글을 쓸 때만 해도 개념녀로 칭송받았지만,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을 글로 쓰자 그 칭찬은 욕으로 변해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모든 협박을 이겨내고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썼는데,

그 이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홍승은은 지금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글쓰기를 독려하며 수많은 전사들을 만들고 있다.

나를 포함한 사회적 기득권자들이여긴장하시라홍승은 군단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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