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9일(화)

마신 양: 소주 두병 반?


전날의 폭음 탓에 아침엔 눈이 잘 안떠졌고, 하루종일 고분에서 채취한 흙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피로가 극에 달했다. 오죽했으면 잠자기에 별반 좋은 환경이 아닌 모교 실험실에 엎드려 40여분을 잤을까 (그러고 나면 다리 겁나게 저리다...). 약속 장소로 나가면서 난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난, 내가 생각해도 정말 신기할 정도로 용수철같은 인간이다. '처음처럼'을 앞에 두고 있으니, 수정처럼 맑은 그 액체를 몇잔 들이키고 나니, 안주로 시킨 암퇘지볶음을 두어점 집어먹고 나니 몸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분출한다. 그래서 난, "피곤해 보인다"는 친구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야생마처럼 술을 마셨다. 따르고 마시고 물한잔 먹고, 따르고 마시고 물한잔 먹고 안주 한점 먹고. 음주는 매우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건만, 매번 다른 분위기의 즐거움을 내게 선사한다. 술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술을 안마심으로 인해 얻게 될 시간을 난 도대체 어떻게 사용했을까?


이날 내가 만난 친구는 잘나가던 KBS 피디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공부를 해서, 4수 끝에 부산에 있는 약대에 입학한 사람이다. 수능 공부를 하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화학과 생물을 가르쳐 달라고 괴롭힐 때, "피디로서의 재능이 아깝지 않냐. 복직이 어떠냐"고 꼬셨을 때, 시험이 끝나고 갈만한 약대가 없다고 한숨을 쉬던 때가 지금 보면 다 엊그제같기만 한데, 그가 벌써 올해 약대 3학년이 된다. 2년 이맘때면 그는 졸업반으로, 뭘 하든지 약에 관한 업무를 하고 있을 거다. 세월이란 그런 건가보다. 당장은 그때까지 이룬 게 아깝게 생각되고, 언제 다시 새출발을 하냐 이러지만, 막상 시작을 하고나면 어느 새 결승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은 그러니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해부학 조교를 2년 하다가 "이걸로 평생 밥벌어먹을 생각을 하니까 심난해서" 그만둬버린 내 친구는 대전에서 이비인후과를 하면서 잘나가고 있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군에 갔다가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사법고시를 본 친구는 지금 강남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다행히 성공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들에게서 난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면 괜히 내가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왜 내가 가는 길에 만족하는 걸까. 왜 한번도 내 길에 회의를 가져 본 적이 없을까. 교수로서 마땅히 해야 할 강의와 연구에 모두 능하지 못한데도 말이다. 그건 아마도 지금 내가 받는 대우가 내 능력에 비해 훨씬 과한 것이라는 걸 알기에, 그리고 내가 어떤 길을 가던지 지금만큼 되지 못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내 길에 대한 회의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술 생각이 난다. 오늘 한번,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 보리라. 히히힝! 난 야생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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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7-01-12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회의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친구분들의 삶은 삶이고 마태우스님의 삶은 삶이라..생각합니다.

해적오리 2007-01-12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요즘 날씨가 이러니 심난하시죠?

무스탕 2007-01-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몇 년 전 제가 생각나네요...
저도 일탈을 꿈꾸며 1년을 투자한적이 있었죠.
결과는... 안 한것 보다는 나아졌겠지만 회까닥 뒤집힌건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몸부림 친건 절대 후회 안해요. 지금도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뿌듯하다니까요 ^^

BRINY 2007-01-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결론이 이런 것입니까? ->오늘 한번,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 보리라. 히히힝! 난 야생마다.

moonnight 2007-01-1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BRINY님과 같은 의문이. ^^; 자신의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도 참 복받은 일이다 싶어요. 근데, 마태님은 너무 겸손하십니다!!! ^^

비로그인 2007-01-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걸 하면서 살 때 가장 행복한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어여 제 길을 찾고픈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다락방 2007-01-1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흡. 얼마전에 마태우스 언니였다가 이젠 야생마가 되셨어요.
언니여도, 야생마도 다 좋아요. 마태우스님이라면!!!
:)
 

 

 

 

 

 

 

일시: 1월 8일(월)

마신 양: 많이


밤 10시 정도까지 버티며 밀린 일을 하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화가 한통 걸려 와서 그게 안되게 되버렸다.

"내일부터 모레까지 본4가 의사고시 보잖아. 학장님 모시고 이따가 격려모임 갈 건데 갈 수 있지?"

밀린 일은 고사하고 닥친 일도 다 못한 와중에 4시 반이 되었고, 송파구의 모텔급 호텔-시험장이 그 근처다-에 둥지를 튼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악수와 더불어 쵸코렛을 전달했다. 그리고 나서 술을 마셨다.


대략 한병 정도 마셨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많이? 어찌되었건 너무 정신이 멀쩡해 술일기에 기록하지 말자,는 깜찍한 생각을 하며 집에 갔더니 할머니가 대번에 이러신다.

"내가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어야. 어쩐 일일까?"

할머니의 핸드백에는 돈주머니가 있고, 거기엔 늘 만원짜리 몇개가 담겨져 있었다. 집에만 계시니 돈 쓸 곳도 없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갔담? 내가 2만원을 드린 것도 얼마 안되었는데.

"100원짜리도 하나 없어"라고 말하셨을 때, 난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챘다. 당신을 돌봐주는 아주머니를 못믿어서 아주머니가 당신 방을 치우겠다는 것도 한사코 거절하고, 아주머니 방에 놔둔 내 물건들을 내게 하나씩 갖다주면서 "아주머니가 집어갈지 모르니 잘둬라"라고 당부하는 할머니이니, 필경 그 돈을 어디다 깊이 숨겨두셨을 거다. 물론 할머니의 요새같은 방에서 돈이 숨겨진 장소를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할머니가 그 타령을 하루종일 하셨다는 것. 어머니한테도 그날 몇번이나 같은 얘기를 하소연하셨단다.

"내가 아무리 돈 쓸 데가 없어도 그렇지, 택시 타고 우리집이라도 갈 수 있는데 어째서 날 이렇게 대하냐?"

할머니가 큰 소리를 내며 통곡을 해도 엄마가 못본체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내가 말했다.

"그냥 그 돈은 잊어버리시구요, 제가 2만원 드릴께요."

그러고 나서 내 방에 돌아오니 할머니가 따라오신다.

"나 이런 돈 필요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돈 달라고 이러냐?"

할머니는 돈 2만원을 내게 던지고 돌아선다. 따라가서 위로해야 하지만, 솔직히 귀찮았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그리고 글 쓸 때마다 잘해야지 하는 결심을 적어 놓지만, 매일같이 부딪히는 할머니의 타령을 받아주기가 점점 버거워진다.


우리집 근처인데 술 한잔 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잽싸게 수락한 건, 아마도 거기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리라. 난 대번에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고,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눈을 제대로 못뜨는 내게 오셔서 다시 통곡을 하신다.

"어제 니가 2만원 준 거 있잖냐. 니 엄마가 너 갖다준다면서 가져가 버렸다. 난 엄마가 자기 돈을 주려나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네? 나같은 것이 돈 쓸 일이 뭐가 있냐는 뜻이겠지. 그래도 그러면 쓰냐. 돈 얼마는 있어야지."

짜증이 몰려오면서 잠이 확 깬다.

"할머니, 그 2만원, 할머니가 다시 나 갖다줬잖아. 필요없다고 하면서."

할머니는 가슴을 세게 치며 통곡하기 시작한다.

"니가 나를 노망한 사람으로 취급하냐. 억울해서 못살겠다. 내가 너희 집에서 밥 얻어먹고 있는다고 그렇게 속여먹는 거 아니다."

할머니는 마루에 나가서, 아주머니를 붙잡고 통곡을 한다.

"내가 죽어야지.... 살아서 밥 얻어먹고 있으니까 이런 수모를 겪네."


할머니 지갑에 몰래 2만원을 넣고 나가면서 마음이 영 착잡했다. 마음은 효손인데 몸은 거의 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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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2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1-1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여긴 피씨방이어요...흑... 한글프로그램이 없어서 할수없이 이릏게...

프레이야 2007-01-1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마음이 많이 불편하시죠? 할머님은 조금 시간 지나면 풀리실 거에요^^

모1 2007-01-1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 수 없다..싶네요. 저도 할머니랑 잠시 살아보아서 그 심정 안다는....

무스탕 2007-01-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말씀처럼 어쩔수 없는거지요... 그저 참아야죠...
할머니랑 불편하실때 (비겁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슬쩍 피해보세요.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면 서로 맘이 진정될테고 그럼 감정도 수그러들기 쉬울테니까요.
마태님. 힘내세욧!!

마노아 2007-01-1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힘드시죠. 여기다 푸시고 다시 힘내셔요. 그래도 그만큼 하시는 마태님이 늘 대단해 보여요.

moonnight 2007-01-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ㅠㅠ; 맘이 너무 아프네요. 연세드셔서 정신이 맑지 못하신 모습, 뵙기 힘드시겠어요. 힘내셔요. 아무리 그래도 마태님은 효손이시죠. ^^

다락방 2007-01-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기운내세요, 마태우스님.
 

 

 

 

 

일시: 1월 5일(금)

마신 양: 소주 두병 - 2잔


관대하게 봐줘서 상위 25%를 미녀라고 한다면, 우리 누나는 미녀다. 내 친구 중 누나에게 반해 내게 잘해줬던 친구가 둘 쯤 있고, 누나에게 자신의 붉은 마음을 전해달라고 했던 남자도 몇 있다. 신기하게도 누나는 나와 별로 안닮아서, 누나 얼굴만 믿고 동생과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던 후배가 미팅 장소에 나온 날 보고 기겁을 하며 “친동생이냐?”고 했던 적도 여러번이다.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누나의 셋째 아들은 지나치게 예쁘다. 누나와 매형의 조합에서 어떻게 저런 예쁜 아들이 나왔을까 싶은데, 어릴 땐 한없이 귀엽다가 나중에 평범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어찌되었던 부모자식간에도 미모가 중요한지 누나와 매형은 셋째의 미모에 반해 버렸고, 노골적인 편애를 일삼는다. 누나가 셋째를 부르는 호칭은 ‘나비’. 사랑을 듬뿍 받다보니 녀석도 사랑받는 데 익숙해져, 날로 애교가 는다.


잡지를 사러 교봉에 가던 중 소변이 너무 마려워 잠이 깼고, 안되겠다 싶어 내린 곳이 누나네 집 근처였다. 잡지 사는 걸 다음날로 미루고 누나 집에 가서 조카들하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고, 내가 알콜중독이라 그런 거겠지만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처음처럼 두병을 사들고 누나 집으로 갔다. 누나는 라면이 들어간 부대찌개와 밥을 내왔고, 난 내가 왔다고 뛸 듯이 기뻐하는 조카 둘-첫째와 둘째-을 앉혀놓고 수다를 떨었다.

“너희 엄마가 말이야, 젊었던 시절엔 분홍색 잠옷만 입고 3년을 살았다. 열두시 되면 일어나서 잠옷 바람으로 어슬렁....”

엄마의 젊은 시절이 조카들에게는 그리도 재미있는지, 다섯 살 때부터 웃음을 잃은 첫째도 마구 웃어댔다.


누나가 마신 두잔을 제외하고 내가 사간 술을 다 비웠을 무렵, 셋째가 학원에서 왔다. 날 보고 달려드는 셋째, 그런데 둘째가 다짜고짜 셋째를 두들겨 팬다. 왜 때리냐고 그랬더니 귀여운 척 하는 게 얄밉단다. 첫째까지 거드니까 셋째는 울면서 엄마한테 매달리고, 첫째와 둘째는 그게 더 얄밉다.

“쟤가 얼마나 여우인 줄 알아?”면서 에피스드 하나를 이야기해주는 둘째, 걔네들 셋은 우리 형제들이 그렇듯이 콩을 다 싫어하는데, 셋째는 누나 앞에서는 콩이 맛있다고 입에 넣고, 안보는 틈을 타서 콩을 뱉는단다. 야, 걔는 정말 귀여운 게 뭔지 아는구나. 여덟살 짜리가 그런 고단수를 쓰다니. 가진 자원이 없어 귀여움을 만들어 내야 했던 나에 비해, 외모에서부터 귀여움이 묻어나는 셋째는 인생 살기가 참 편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귀여워도 누나와 매형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편애를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셋째가 응석받이로 자랄 가능성을 제외한다 해도, 편애에서 제외된 나머지 둘의 서러움이 그때처럼 셋째에 대한 미움으로 나타나기 때문.


형제는 자연이 준 친구라고 어느 경구집에 나와 있던데, 형제자매간에 우애를 하지 못했던 난 형제간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다른 건 몰라도 우애를 잘 못한 전통만은 후대에 전해주고 싶지 않은데, 왜 셋째만 예뻐하냐는 내 질문에 “걔가 제일 예쁘잖아”라고 당당히, 애들 앞에서 말하는 누나, 어쩌면 누나는 셋째에게서 자연이 준 친구 둘을 빼앗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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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1-1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편애를 아주 싫어해서요..
당해본 자의 설움이랄까... 큰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엄니와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제 동생을 보면..쩝.. 스스로 모든 걸 양보해야만했던 제가 더 바보였는지도..
근디 마태님 아침부터 이런 글 올리고...힝...

하늘바람 2007-01-11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누님 아이들 정말 예쁘네요. 특히 셋째

로쟈 2007-01-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라고 다 같은 자식은 아닌가 봅니다...

마태우스 2007-01-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사실 저도 편애를 받고 자란 편이라.... 미안한 감이 있답니다
하늘바람님/님의 미모로 보건대 님의 아이도 아주 이쁠 겁니다^^
해적님/딸이라고 차별받으셨군요. 으음.... 제가 앞으로 잘할께요^^

마늘빵 2007-01-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정한 삼촌이시군요! ^^

비로그인 2007-01-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은 말입니다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좀 덜 아픈 손가락이 있긴 하다더군요. 생명체라서, 사람이라서 같을 수가 없나 봅니다.

Mephistopheles 2007-01-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도 미녀는 좋아하고 미남은 싫어하시잖아요...!!
그것도 편애라면 편애라구요..=3=3=3=3=3=3

moonnight 2007-01-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당히 편애사실을 밝히시다니. 누님 부부도 대단하시네요. ^^; 대개는 더 이쁜 아이가 있어도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고 주장하시지 않나요? 주드님 말씀처럼 덜 아픈 손가락 있으리라 짐작은 되지만요. ;;

비공개 2007-01-1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 미니홈피에다가 첫째보다 둘째가 더 예쁜데 첫째가 질투할까봐
집에선 표현을 못해 속상하다고 고백하던 선배가 생각나네요. ㅋㅋ

무스탕 2007-01-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모가 이뻐서라기 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작은애에게 더 눈길가고 손길가는건 어쩔수 없다고 봐요. 저도 그런 편이니까요..
아마 누님도 저 같은 이유일거에요.

paviana 2007-01-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좀 덜 아픈 손가락이 있긴 있나요? 둘이상 가진 분들 ,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저도 항상 그게 궁금했어요.

sooninara 2007-01-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작은 아이일수록 이쁘구요..딸래미들이 더 이뻐요.^^
그러니 둘째고 딸래미인 아이는.....정말.....ㅋㅋ
저희 친정엄마도 셋째인 남동생을 편애했어요. 내리사랑이라고 그렇게 되더군요.
그래도 밖으로 내 놓고 편애하시는 누나부부...대단하세요.
형제들이 최고의 경쟁 상대라니...넘 슬프잖아요?

마노아 2007-01-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이 걱정스럽네요. 그 셋째가 과연 가장 효도할지는 겪어봐야 알겠죠.(이렇게 시니컬한 반응이라니...;;;;)

stella.K 2007-01-11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자원이 없어서 귀여움을 만드셨다구요? 눈이 작아서 귀여운 게 아니구요? ㅋㅋ. 첫째랑 둘째 이담에 커서 아이 셋씩만 낳아 보면 그때가서 부모님 마음 알지 않을까요? ㅎㅎ

춤추는인생. 2007-01-1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셋째 콩이야기 너무 재밌네요..^^ 저희집은 저말고 군대간 남동생이 하나있는데.둘이 엄청 싸우거든요;;근데 훈련소에서 동생 운동화랑 이것저것 보내주었을때 가장 서럽게 울었던 사람이 또 저예요^^ 싸우면서 정든다는말이 저희는 맞는것 같아요.
편애할때 가장 자유롭다.. 김훈선생이 하신말씀을 문학평론가 남재일님이 인터뷰집 제목으로 옮겨놓으신거라죠..^^

마태우스 2007-01-12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인생님/저희 형제들을 보면 싸우면서 정든다는 건 사실이 아닌 듯... 편애할 때가 가장 자유롭군요!!
스텔라님/아네요 눈이 작으면 좀 비열해 보인다잖아요... 부모님 마음은 셋이나 낳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마노아님/귀여워한다고 꼭 효자되는 게 아니겠지요. 전 그냥 걔가 예의바른 청년으로 자라기만 하면 좋겠어요. 넘 사랑받아서 걱정스러울 때가...
수니님/인간인 이상 편애는 어쩔 수 없겠지요?? 나중에 낳을수록 더 이쁘단 말이죠 으음...
파비님/제가 자식을 낳으면 벤지보다 이뻐할 수 있을까요....
무스탕님/제가 사진을 올렸으면 외모 때문이구나,라고 동의하실 텐데 초상권 땀시...^^
커피광님/편애를 하면서 미안해하는 부모는 좋은 부모라고 생각해요...
달밤님/하여간 전 달밤님 편입니다
메, 메피님/야클님도 미남인걸요 근데 혹시 님도 미남??
주드님/전 님 편이어요!!!
아프락님/다정한 삼촌 맞아요 하지만 좋은 아들은 아니구, 좋은 동생두 사실은 아니죠..
속삭이신 분/아, 그렇군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님에게 동의해요...

모1 2007-01-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째 조카..상당히 고단수군요. 근데 그것이 또 막내의 특권이기도...후후..
 

 

 

 

 

마신 양: 소주 두병, 영안실에서

 

98년인가 당시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던 아버님은 갑자기 어머니한테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각각 독사진을 찍으셨는데, 그로부터 3년 후, 아버님이 그때 찍으신 사진은 영정사진으로 쓰였다. 아버님이 허리에 병이 생겨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고, 혈액투석을 받느라 목에 주사바늘을 꽂고 있어야 했던 게 그 이듬해니, 비교적 멀쩡한 상태의 영정사진을 쓸 수 있던 건 큰 다행이었다. 그래서 어머님은 말씀하신다.

“얼마 안있어서 몸이 안좋아지실 걸 아신 걸까?”

그 사실에 감명받은 나머지 어머니께 “나도 영정 사진 찍어놓을까?”라고 했다가 무지하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서른넷의 나이에 불귀의 몸이 된 박재환, 그의 사진 앞에서 절을 두 번 하고 난 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국화꽃 더미 위에 놓여 있는 그의 사진은 박사학위를 상징하는 사각모와 노란색 띠를 걸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학위 사진은 영정사진 따위로 쓰여서는 아니된다. 아버님이 사진을 찍을 땐 그런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박사를 받은 직후, 세상을 향해 몸을 날릴 자격을 막 갖춘 그때, 그가 단 한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겠는가. 평소 잘 웃지도 않는 그가 애써 지은 미소 속에 어디 죽음의 흔적이 있는가. 어머니한테 혼나긴 했지만, 내가 옳다. 영정사진은 매년,까지는 아닐지라도 3년에 한번은 찍어 놔야 한다. 애꿎은 사진이 영정사진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내게 갑자기 일이 생긴다면, 나 역시 9년 전, 사각모를 쓴 박사학위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써야 하며, 그런 사진 앞에서 절을 하는 건 두배로 슬프니까.


처음엔 제 정신이 아니던 박재환의 아내, 2월이면 애 엄마가 될 만삭의 그녀는 예상보다 빨리 정신을 수습했는지 의연한 모습이었다. 내 지도교수에게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단다.

“그래도 그가 남겨준 애가 있잖아요.”

너무 세속적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편견과 차별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자 혼자 애를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에. 최근 4년 사이에 난 젊은이의 죽음을 세 번이나 경험했다. 하나는 결혼 일주일 전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당시 인턴이던 내 지도학생이며, 두 번째는 평소 음주운전을 습관적으로 하다가 결국 음주운전으로 사고사한 모교 비서의 남편이고, 세 번째는 바로 박재환이다. 세 건 모두 남자가 죽었다는 게 공통점인데, 슬픔의 정도를 계량화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내 나름의 순위를 매겨 본다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박재환의 아내고, 두 번째는 모교 비서고, 세 번째는 내 지도학생의 아내가 될 뻔한 여자다. 이 기준은 순전히 남은 여자가 새 인생을 살 수 있는지 여부, 2월에 태어날 아이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녀가 새 삶을 살 가능성을 많이 줄여 놓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이 따위 한심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여자 혼자 애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그 아이의 삶이 신산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지만, 글쎄다. 우리 사회가 그리 따스한 사회가 아니라서.


* 전에 말한대로 그의 사인은 장파열이고,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난 모양이다. 타살로 단정지은 검찰은 수사를 지시했는데, 범인이 잡힌다면 박재환이 살아 돌아오지는 못할지언정 그의 넋이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 아쉬운 대목. 장파열이 된 이후 바로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 그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벤치 밑에 숨겨진 그를 발견한 사람은, 아쉽게도 한 사람도 없었고, 결국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는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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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7-01-08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씁쓸하고 많이 슬픕니다. 녜..저도 동감합니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왜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원망감만 드네요..ㅠㅠ

바람돌이 2007-01-0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끔찍한 일이... 사고도 아니고 병도 아니고... 더 많이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돌아가신 분의 부인도 걱정이네요. 이런 돌연한 죽음은 초반에는 오히려 쉽게 의연해지는듯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그사람의 죽음을 이성이 받아들였지 마음이 온전히 받아들인건 아닐테니.... 곧 엄마가 될 그분이 앞으로 더할 마음의 고통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영엄마 2007-01-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 아픕니다. 정말 혼자 몸으로 어찌 아이를 키워나가실지... 아이 낳을 때도 그렇고, 앞으로도 아이 볼 때마다 남편 생각 나실텐데... 부디 주위분들이 많은 힘이 되셔주셨으면 좋겠네요.)

로쟈 2007-01-0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파열이라고 해서 타살이겠구나 싶었는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가 보네요. 여기가 무슨 러시아도 아니고... 위로해드릴 말이 없네요...

하루(春) 2007-01-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人生無常

해리포터7 2007-01-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 님이 곁에서 지켜보신 그들 모두 맘이 아프네요.. 너무 젊어가서 안타깝고 남은이들이 힘들껄 생각하니 더욱 가슴아파요..

전호인 2007-01-0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아픈데 타살에 의한 것이라니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글입니다. 더군다나 유복자라니..... 이 세상이 여자혼자 살기에는 만만챦은 것은 사실이고,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범인은 꼭 잡히리라 봅니다. 토닥토닥

BRINY 2007-01-08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사람과 이름이 같아서 순간 철렁했습니다...

춤추는인생. 2007-01-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분께서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의 무게가 만만치 않겠지만. 고인이 준 마지막 선물이니까요.
. 저한테 저런 용기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세실 2007-01-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아빠의 부재로 인해 상처받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많이 힘드시겠군요......

프레이야 2007-01-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망연자실 하셨겠어요. 게다가 타살이라니... 어쩜 그럴 수가요. 그토록 선하게 산 사람이요. 고인의 명복을 다시 빕니다. 남은 아이와 아내의 삶이 절대로 힘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영정사진은 3년에 한 번씩은 찍어두어야겠다는 님의 생각에 저도 떠오르는 사진이 있네요. 폰카메라로 셀카 찍은 어느 선생님의 영정사진이요..

마노아 2007-01-0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합니다. 재차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인과 아이가 덜 춥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요. 모두의 힘이 필요하지요.

다락방 2007-01-09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도, 엄마도 남은 삶이 결코 쉽지 않겠지요. 정말 힘내시길 바랄뿐이어요.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울 2007-01-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태우스님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멜기세덱 2007-01-0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고인의 명복을 빌 자격이 제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가장 가슴아픈 사람들이 굳건히 이 사회를 살아가게끔, 우리의 편견과 차별을 하나하나 없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고인을 위한 우리의 예의일 듯 싶습니다.

해적오리 2007-01-0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사람이라도 잘 사셔야 할 텐데... 아직 보호막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도 새삼 서글프게 다가오네요...

건우와 연우 2007-01-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사람은 가서 안타깝고 남은이는 창창한 시간이 안타깝고, 태어나기전부터 남들 대부분 가지고 있는 울타리하나가 없는채로 세상에 놓여질 아이는 그래서 더 안타깝네요. 부디 주위분들이 낮으나마 따뜻한 울타리가 되길 빕니다.

무스탕 2007-01-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날 아기가 씩씩하게 자라길...
남겨진 가족분들 얼렁 기운 차리시길...
고인께서도 편안하게 잠드시길...

sweetrain 2007-01-09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 한 분 없이 우리나라에서 사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태어나지도 않은 그 아이가 가엾네요.
그 아이가 다른 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기를,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많이 달라지기를 바래요.

미즈행복 2007-01-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먹먹해지고 눈물이 납니다. 우린 이런 얘기가 다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죠. 사실 내 일이 될 수 있는데...
부인, 아기? 그 부모 마음도 못지 않을 겁니다. 박완서씨 책을 추천합니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박완서씨 역시 장성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지니셨지요. 겉보기엔 모두 다 좋아보여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다들 만신창이가 되어 상처와 슬픔과 싸우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물론 박완서씨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아들얘기는 나오지 않는데 자식잃은 부모 마음이 한 줄 나옵니다. 그게 왜 그리 슬프던지...
죽는다는건 너무도 아픈 일이군요. 아무리 자연법칙이라 하더라도... 더구나 이렇게 젊은 죽음은....

조용욱 2009-04-2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환이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아마 그 날 뵈었을듯 합니다. 재환이는 잊혀지겠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한 사람이 있슴을 우리들도 늘 숙지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재환이를 추억해 주심을 감사드리며 언제 한 번 시간되면 한성대 운동장가서 마음껏 그 놈 욕이나 합시다. 그 무책임한 자식을...삶의 좌표를 바꾸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아직도 혜화에 가면 기꺼이 소주한잔 사주고 자기 방을 내어 주며 편히 자라고 말할것 같은데...눈시울만 붉어지게 만드는 녀석이 그립습니다. 착하고 착하던 친구를 가슴에 묻으며
 

 

 

 

 

“그래서 작년에 몇 번 마셨어요?”

내게 지난 한해 동안 술을 마신 횟수를 묻는 분이 몇 있었다. 예년과 달리 내가 술일기를 제때제때 챙겨쓰지 못한 탓인데, 컴퓨터 앞에 앉은 김에 작년 통계를 뽑아 봤더니 131번이다. 매우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소주 한병을 마셨던 술자리와 소주 한병을 넘게 마신 낮술을 제외한 거니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못된다. 사실 사흘에 한번을 마셔도 120번이니 더 줄여야지 않을까?


새해라고 뭐 달라질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2007년을 맞는 내 각오는 제법 단단했다. 첫 출근을 한 어제 아침만 해도 비어 있는 스케쥴란을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으니까. 지인에게 말했다.

“나 오늘부터 학교에서 합숙하며 일할 거야!”

그럼으로써 돼지해에 돼지에서 벗어나자는 음험한 욕망도 있었는데, 운동을 제법 하는 내가 살이 계속 찌는 이유가 남들이 지적한대로 술 때문이니, 학교에서 살면서 영양이 부실하기로 유명한 학교식당 밥을 먹고 산다면 다이어트도 저절로 되지 않겠느냐는 것.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이상하게 일이 엮여서 점심부터 삼겹살을 구웠으며-근데 거기 가보니 새해 둘째날 고기를 먹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모교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이번주 금요일 지도교수댁에서 신년회 있으니 오시랍니다”란 연락을 받았고, 금요일은 원래 술약속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학장님이 “오늘 보직 맡은 사람들끼리 저녁이나 먹지”라고 말한 것. 십년 이상 되는 선배들이 소싯적에 나이트에 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조용히 술잔을 비웠고, 술자리가 파했을 무렵엔 제법 술이 취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에 갔고, 열심히 소주를 비웠고, 도대체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우리집이다. 귀소본능을 발휘해 준 내게 고마워하는 찰나, 둥그렇게 뭉쳐진 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M 자가 선명하게 그려진....


 

저, 저것은.....! 갑자기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려진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고 있는 내 모습이, 그리고 집에서 그걸 우걱우걱 먹고 있는 모습이. 전에 냄비를 태워먹은 이래 라면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보호본능이 나로 하여금 햄버거를 사게 만든 것. 자, 이제 따져보자. 삼겹살에다가 복 지리를 먹고, 안주를 먹고, 정종에다 소주를 잔뜩, 거기에 햄버거까지-이게 다이어트 원년을 선포한 첫 출근날 내가 먹은 것들이다. 술을 먹던 이가 갑자기 술을 끊는다는 건, 그럼으로써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 사람이 보직을 맡고 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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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7-01-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저랑 다이어트 내기 하실래요?

Mephistopheles 2007-01-0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이라는 글자에 화들짝 놀란 메피스토...
(학생들은 방학인데 교수님은 바쁘신가 봐요..^^)

냐냥 2007-01-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자 봉투의 정체가 맥도널드였다니..ㅋㅋ
저희 동네 맥도날드는 24시간 운영하더라구요.
저도 새벽 3시에 후렌치 후라이 사 먹으로 간 적이 있는데..-_-


하이드 2007-01-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호! 황금돼지해~

짱꿀라 2007-01-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시님은 꼭 올해에는 성공하시리라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근데 술 끊으시면 술 이야기가 혹시 중단되는 것 아닌지요.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인에요. 그러면 마태우스님을 사랑하는 독자들(저를 포함해서)이 혹시 반란이라도 일으킬 염려가 있사와요.^^

해리포터7 2007-01-0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보호본능이 제대로 작용했군요.

moonnight 2007-01-0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이번주엔 어쩐 일인지 계속 골골하고 있어요. 저도 술을 좀 줄여야지. 하고 목표를 세웠답니다. 함께 노력해요! ^^

무스탕 2007-01-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 하나도 다이어트 맘 먹고 젤로 먼저 한게 술 끊은거에요.
(문제는... 여자 후배라는거... -_-)
그랬더니 정말 날씬해 졌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이룬 업적은 아니지만 정말 이뻐졌어요.
마태님도 분명 크게 영향을 미칠거에요.
옷 얇게 입는 여름을 기대할테야요~ ^^

춤추는인생. 2007-01-0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제가 요즘 매일같이 체중을 제는대요. 그전날 라면먹는것보다도
술먹는게 훨씬 타격이 크다는걸 알았어요... ;; 술은 정말 무서운애예요.

클리오 2007-01-0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끊기 전에는 다이어트가 힘드리라고 봅니다. 보직을 맡고 있다면 더욱... ㅋㅋ

미래소년 2007-01-0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M자에 저도 깜딱! 놀랐습니다 ^^
그나저나 돼지해에 님은 "식복" 하나는 보장받으신 듯~
(약간 늦은 듯 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태우스 2007-01-0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소년님/전 돼지되기 싫어요...흑. 님도 새해복많이...
클리오님/일단 보직을 그만두고...그 후 술을 끊는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요?
춤추는인생님/전 그 무서운 애랑 너무 친하다는 게 문제..... 저도 체중을 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떳떳하게
무스탕님/저도 그 후배님을 따라서 뭔가 해보고 싶은데...관성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한번 가던 길로 계속 가려는 경향...주위에서도 안도와주고... 속세를 아예 떠날까 싶어요
달밤님/너무 알찬 연말을 보낸 탓이라고 생각해요. 저랑도 놀아주시면 다 나을 거예요
해리포터님/라면을 햄버거로 대신한 보호본능이 과연 바람직할까요...ㅠㅠ
산타님/저기요...술 줄이겠다는 소리는 연초면 늘 하는 얘깁니다. 너무 괘념치 마소서.
하이드님/그러니까, 저의 해군요...ㅠㅠ
에고이스트님/후렌치 후라이의 칼로리가 더 높다는 설이 있던데....으음...24시간 하다니..
메피님/마음은 좀 여유롭지만 일은 여전히 많다는.........ㅠㅠ
해적님/전 식탐을 버리지 못할 거예요 엉엉. 내기하면 무조건 님이 이기삼.
속삭이신 ㅂ님/말씀 감사합니다. 님 말씀 잘 들으면 훌륭한 사람 될텐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