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중간고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뉴스화면을 보던 건우녀석이 내게 물었다.
<엄마, 왜 아무것도 안하세요?>
<뭘?>
<분향도 안가고, 집회도 안가고...>
4월 16일 이후로 뉴스란 뉴스는 죄 돌려보고 검색하고 간간히 울기도 하며 거실에서만 웅크리고 있는 제엄마가 건우에겐 생소했던가 보다
<건우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뭘 하면 좋을까 싶다가도 모든 행동이 몰염치한 어른이 제 책임을 덜어보고자 하는 뻔뻔스러운 짓같아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4월 16일 사무실에서 나는 인터넷으로 중계된 수많은 이들의 강제 수장을 지켜봤다.
처음엔 잔혹한 농담이거나 오보인줄 알았고, 이내 안도했고, 나중엔 경악했으며, 정신을 차린후엔 안산에 사는 친척아이의 안위를 물었다.
그러고 나니 세상이 이리 되도록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그저 내 아이의 안위나 챙기며 남의 아이가 백주대낮에 수장당하는 걸 지켜보며 도대체 무슨짓을 한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해도 어떤 추모를 해도 그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쉬 용서하게 될까봐 겁이 난다.
이제 얼굴조차 구분이 안될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기사를 보며, 딱 건우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 그 아이들을 이렇게 보내는 우리를, 우리 스스로 쉬 용서하게 될까봐 겁이 난다.
날마다 곱씹을 일이다.
잊지 말고 더 깊이 슬퍼하고, 더깊이 분노하고 그리고 오래 기억하고, 이렇게 무능했던 우리를 용서하지 말자.
그리하여 최소한의 정의와, 최소한의 사람다움이 있는 세상이 오기를....
그런데 오기는 할까?
손아귀에 움켜쥔 권력의 미세한 위기에 동네 주민을 섭외하는 기발함과 흉탄에 가신 부모를 언급하는 뻔뻔함에 말문이 막히는데 팔십을 바라보는 친정엄마의 분노가 나와 같다는 자신이 내게는 없다.
무기력과 절망이 밀물처럼 몰려드는데, 건우가 또 내게 묻는다.
<엄마, 왜 아무것도 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