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편히 누워 먹고 마시고 읽고 자는 삶을 꿈꾸었다.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처럼. 더더욱이나 그것이 유럽이고 지중해의 햇살이 쏟아지는 곳이라면, 근처 바닷가에는 옷을 다 벗은 육중한 여자들이 익어가는 몸을 드러내고 있고 오다가다 그걸 힐끗 거리는 몸 좋은 남자들이 있으며, 곳곳에서 언제나 요청하면 맥주나 샹그릴라를 가져다 줄 웨이터들이 서성이고 있는 곳.

스페인의 마요르카다.

이곳의 호텔을 예약할때, 1일 2식을 주며 음식의 질이 높아야 하며 수영장뿐만 아니라 비치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 곳을 염두해 두었는데 그 모든걸 충족해주는 리조트였다. 첫날, 취리히에서 오후 늦게 출발하여 마요르카에 느즈막히 도착하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석식이라면 맛도 지지리도 없는 고등학교 저녁밥이 생각나서 어감자체가 좋지는 않아서 `혹시 식판에 밥주고 이러는거 아니겠지`뭐 여긴 한국이 아니니 밥을 주지 않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난 겨울 바르셀로나에서 먹은 츄러와 연갈색 크레마가 올려진 커피, 빠에야등을 맛있게 먹은 것이 생각나니 기대 만빵이 되는거다
그래도 여기 휴양지니 얼마나 맛있기야 하겠어. 하다가도 또 기대가 되고 여튼 그랬는데 드레스코드가 조금 까다로울뿐 고져스!!!
스페인에 신선하고 맛좋은 야채와 신선한 조개 굴 새우 등이 있었고 깔라마리는 특히나 맛있어 레몬즙을 뿌려가며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었다.
게다가 레스토랑 초입에서 기다리고 계신 지배인이 우리 이름을 다 기억해주고 5일동안 편안히 쉬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가라는데...이것은 마치 머나먼 곳에서 동포를 만난 기분이랄까. 완전 감동이야....

이곳에서 5박 6일을 머물렀기에 5번의 저녁을 먹었다. 매일 메뉴가 다르고 오늘 저녁은 뭐가 나올까 하는 기대가 생기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더 오래 먹을수 있을까 (뷔페식이기때문에 오래먹으면 유리하다 생각이 들었다.ㅋㅋ)그런 고민을 유심히 하게 되기도 했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자고 제시각에 출근할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상사한테 욕좀 안먹고 이일을 할 수 있을까등의 고민이 아닌 말그대로 오래 잘~~~ 먹기 위한 고민은 그 고민자체로 내내 휴가였다.

오전에는 지중해의 햇살을 받으며 비치앞에서 썬텐을 한다. 너무 뜨겁다 느껴지면 풀장으로 뛰어들어간다. 목이타면 맥주를 마시고 배가 고파지면 피자를 시켜 또 시원한 맥주를 벌컥인다. 하늘은
지나치게 맑고 햇빛은 따가워서 썬글라스를 끼지않은채로 위를 올려봤다간 시력을 잃을수도 있지만 . 그런데로 뭐든 괜찮다.
이곳은 마요르카니까.

너무나 많은 유럽피안들이 풍만한 가슴을 활짝 드러내놓고 썬텐을 해서 내가 기가 죽을뻔했는데. 동양인 여자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페인의 외딴섬에서 환호를 받았달까. (이유가 달랐지만 어쩌면 한국인의 방문이 드문곳을 찾은 내재적 이유가 아니였을까 ㅋㅋ)썬글라스를 살짝 밑으로 내리며 힐끗거리는 이탈리아 북쪽출신의 잘생긴 남자들과 비치앞에서의 밀당(?)은 그런데로 재미졌다.
오후가 되면 수영을 더 열심히 했는데 , 그것은 바로 저녁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였다. 열나게 칼로리를 쫙빼고 스파에 들어가 반신욕을하고 샤워를 마치면 나를 기다리는것은 맛좋은 저녁이였다.

계획대로 다음날부터는
와인한잔을 시켜두고 취리히시내에서 산 톨리노 비전으로 구매한 이북을 읽으면서 저녁을 먹었다. [딸은 딸이다]를 읽다가. 하루키의 [먼북소리]를 읽다가. 또 호텔에 대한 이야기가 읽고싶으면 하루키의 [댄스댄스댄스]를 읽다가. 양상추를 씹다가 깔라마리를 먹다가 연어스테이크를 먹다가. 빨간 과즙을 뚝뚝 흘리며 석류를 먹다가. 한모금의 와인을 겯들이며 창밖을 보면 밤바다가 출렁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연인들이 사랑과 호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봐주었다.

이것은 마요르카 시내에서 먹은 먹물 빠에야와 고기

우리에게 먹혀들어갈것을 예상한 걸까. 슬프게 웃는 돼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