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1일(금)

마신 양: 소주 한병 조금 초과?


내가 요즘 술을 안 마실 수 있는 비결은 기준치 이하의 양만 마시는 거다. 술을 마신 것과 안마신 것의 구분이 작년도의 ‘소주 한병 이상’에서 ‘소주 한병 초과’로 바뀐 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작년에는 소주 한병을 마시고 나면 ‘어차피 한번 카운트되는데 왕창 마셔보자’는 분위기가 되는 반면, 올해는 한병을 마셔도 “지금까진 술이 아니니 그만 마시자.”는 마음이 되버린다. 그래서 난 술자리만 갈 뿐 술은 아슬아슬하게 안마시고 있는데, 지난주에 딱 한번 마신 게 내가 존경하는 분을 모신 자리였다.


원래 술자리에 잘 안나타나는 분이라 만나게 될 걸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최근 신문사를 그만둔 전직 기자분 덕분에 직접 대면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나도 이제 많이 컸는지라 내가 특정인의 팬 입장에서 술을 마시는 건 요즘으로선 드문 일인데^^, 그분이랑 있으니까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려운 말로 하면 비현실감이라고 할 그런 감정, 새벽 두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 뒤에도 난 가슴이 벅차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내겐 여러 분의 스승이 있었다. 날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강준만을 비롯해 책을 통해 만났던 여러 명의 지식인들이 다 내 스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준만의 책에 대해 예전만큼의 설렘을 느끼지 못하듯, 오랫동안 알면서도 계속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지만, 하나둘 씩 발견되는 단점들이 그를 냉정히 바라보게 만든 까닭이다. 그래도 가끔은 오래도록 알아도 계속 존경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이 있는데, 엊그제 만난 분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


 

 

 

 

 

 

늘 치열한 글을 쓰시는 정희진님,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팬이란 존재는 만나자고 귀찮게 하기보다는 조용히 책을 사드리고, 주위 사람에게 시끄럽게 권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믿기에 선생님을 볼 기회는 엊그제 한번으로 족할 것 같습니다. 아 참, 다음 달에 저희 학생들 강의 때 와주시기로 하셨죠? 선생님을 모실 차는 깨끗이 닦아 놓겠습니다.^^ 그날 뵐게요. 강의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그 강의를 들을 테지만, 우리 학생들이 마구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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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4-2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만난분이 정희진씨란 말인가요? 음~~ 역시 마태님은 유명인 맞으시군요. 부럽사와요. 흥!!

해적오리 2006-04-2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술일기는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읽는 편인데 오늘은 분위기가 다르군요. 그래도 역시 좋사옵니다. 전 페니미즘에 대해서 그닥 좋아라 하지 않는 사람이온데 위에 소개된 책들을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옵니다. 두 개중에 어느걸 먼저 읽음 좋을까요?? 추천부탁드려요.

moonnight 2006-04-24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렇담 저도 마태우스님과의 술자리는 한번으로 만족해야 하는건가요? +_+;;;; 존경하는 분과의 술자리 너무 기쁘셨겠어요.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시다니. 부럽습니다. ^^

2006-04-24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4-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뉴스에 보니 일주일에 4일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간암에 걸릴 확률이 8배 이상 높다는군요. 술을 조금씩 줄여가고 계시니 마태님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분과 술을 마셨다니 부럽습니다.^^ 아, 근데 난 왜 요즘 다시 술이 고파질까요? 흐흐.

Mephistopheles 2006-04-24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인맥에 스리슬쩍 편승을 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솟아나는군요..^^

마태우스 2006-04-24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님의 인맥과 합쳐지면..호홋. 가슴이 뛰네요^^
스텔라님/간암 확률이 8배 높아지면서 다른 암의 확률은 줄어든다는 게 제 생각...
속삭이신 분/앗 전화 드릴께요
달밤님/무슨 말씀이신가요. 전 스타가 아닌데...^^ 우리의 술자리는 쭈욱 계속되어야죠.
해적님/역시 페미니즘의 도전이지요!! 오른쪽 건 아직 안읽어봤어요.
바람돌이님/그죠? 만나보니까 정말 유쾌하고 좋은 분이었어요^^

클리오 2006-04-2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저절로 탄성을 질렀어요.. 부러워라... 우어어~

Mephistopheles 2006-04-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정복을 노리고 계셨군요...흠..

마태우스 2006-04-2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렇죠? 그러니 제게 잘보이세요^^
메피님/아아 님과 힘을 합치면 지구정복도 가능하군요! 반갑습니다!
 

 

 

 

 

일시: 4월 11일(화)

누구와: 학회 친구와

마신 양: 소주--> 비싼 술


모자를 쓰고 출근하던 중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아, 이럴 수가. 호빵같은 얼굴을 상상했건만 거울 속의 난 무척이나 갸름해져 있었다. 나와 몸무게 경쟁을 했던 한 미모의 여성은 날보고 ‘배신자’라고 했지만, 이런 종류의 배신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지난 금요일에는 주위 아주머니들로부터 “피부가 좋아졌다.” “비결이 뭐냐?”는 칭찬을 십여분 가량 들었다.


일요일날, 난 올해 들어서 최고로 멋진 테니스 경기를 펼쳤다. 공은 원하는대로 다 들어갔고, 전성기 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거의 음속에 가까운 강타를 상대편 코트로 날렸다. 테니스를 친 지 사흘이 자났건만 아직도 난 그때 내가 날린 공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리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답은 ‘금주’였다. 지난주 내가 마신 술의 횟수는 단 한번, 주 4-5회가 평소 모습인 걸 감안하면 ‘금주’ 단계라 해도 과장은 아니다. 술을 안마셨기 때문에 난 얼굴이 갸름해졌고 피부도 좋아졌으며 일요일날 테니스도 맨정신으로 임했기에 잘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지금껏 몰랐을까 뒤늦게 후회하면서,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러닝머신 6.5킬로를 뛰었다. 모든 일에는 계기라는 게 있는 법, 난 앞으로 달라질 것이고, 이미 달라지고 있다.


물론 나머지 기간에 술을 입에도 안댄 것은 아니다. 두 번 정도 소주를 마셨지만, 술을 마셨다고 주장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인 ‘한병 초과’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소주가 앞에 있으면 참을 수가 없었는데 마음을 달리 먹으니 안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 저녁 때의 술자리는 내 결심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를 알아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만하다. 남자 넷이 모이는, 술 말고는 낙이 없는 그런 자리에서 난 술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비가 오는 게 변수다.


* 살이 빠졌다고 자랑하고 다니던 차였는데, 오늘 출근길에 한 선생이 날 부른다. 모자 때문에 못알아볼 뻔했다는 얘기를 할 줄 알았지만 그의 말은 의외였다.

“어유, 옆에서 보니까 마선생 배가 아주 많이 나왔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황당해진 난 “선생님이 보신 건 배가 아니구요...”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다가 자리를 떴다. 얼굴이 먼저 빠지고 배는 맨 나중이라는데, 도대체 배 차례는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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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4-1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그렇군요,
배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지요,저도 고민입니다,,

다락방 2006-04-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보신 건 배가 아니구요...” -->아, 너무 웃겨요. ㅎㅎ

물만두 2006-04-19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하 원래 살은 그리 쉽게 떠나지 않고 어딘가 숨어있다지요^^

비자림 2006-04-1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재미있네요. 늘 댓글이 넘치는 서재라 주로 구경만 하는데 오늘은 저도 참여하네요. 웃음을 주셔서 감사하와요.

해적오리 2006-04-1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뱃살 땜에 일년 운동했잖아요.
근데도 아직 빠지지는 않구요 살이 조금 물러졌어요.
물러지면 빠지는게 멀지 않았다고 하네요. 조금만 더 버텨보시와요.

날개 2006-04-1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술을 줄이기로 하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
(설마 이 글이 채 잊히기도 전에 퍼마시는건 아니겠지요?^^)

비로그인 2006-04-1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뱃살 빼셔야겠네 ㅎㅎㅎ

세실 2006-04-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팔뚝살 빼기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얼굴살만 빠져요. ㅠㅠ

비로그인 2006-04-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빠지고 피부좋아진 거.. 제가 보장합니다~ ^^
완전 회춘하셨더군요~

하이드 2006-04-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잔 해야죠.
곱창 어때요, 곱창, 제가 쏠께요. 근데, 황소 이제 자리 옮긴거 맞나요?

야클 2006-04-19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죽도록 술 마시기로 약속한게 이번 주말인가요? 문자주세요. ^^

야클 2006-04-1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왜 안왔어요? 혼자서 산에 텐트치고 자는게 얼마나 무서운데...ㅜ.ㅜ

마태우스 2006-04-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온 산을 헤매고 다녔는데 무슨 소리! 삐짐입니다.-.-
하이드님/곱창은 살찌는 지름길이지요. 황소 자리 옮긴 거 맞습니다. 엊그제 지나가는 길에 봤더니 다 뜯고 있더군요
고양이님/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실님/어맛 세실님 얼굴은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데....
나를 찾아서님/뱃살이라는 게 참 강적이더라구요. 사실은 제가 윗몸일으키기 시작했어요^^
날개님/어맛 제 이상형 날개님이닷! 그럼요, 오늘도 조금만 마실 거예요
해적님/어 그렇군요. 제 배, 무척 물렁합니다^^
비자림님/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앞으론 자주 뵈요.
만두님/비겁하게 숨어 있다니...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님/아아 님은 댓글도 미모로워요^^
울보님/님은 살 안쪄 보이던데요... 설마 저만하겠어요ㅠㅠ

2006-04-19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6-04-1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이제는 정말 술 조금만 드세요..

하늘바람 2006-04-1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술 줄이셔요. 건강이 최곱니다

Mephistopheles 2006-04-1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치로 하세요...참치요...^^

moonnight 2006-04-1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가 정말 어렵지요. -_ㅠ;; 그나저나 축하드려요. 갸름한 얼굴에 뽀샤시한 살결이라니. 부러워욧. >.<

sweetmagic 2006-04-1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없자나요 ~ 갸름한 얼굴 보여주세요 ~

줄리 2006-04-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5 키로라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2키로도 간신히 뛰는디...

마태우스 2006-04-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그래도 님은 저보단 날씬하시잖아요.....ㅠㅠ
매직님/저기요..어제 체중을 달아봤는데 갸름해 보이는 건 순전 시각적인 효과일 뿐 실제 제가 아니더이다...ㅠㅠ
달밤님/밖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하루였습니다. 찜질방 괴담....
메피님/참치가 살이 안찌나요???
바람님/그래야지요.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으니까요^^
실론티님/제가 그래도 좀 달라진 건 맞습니다^^
속삭이신 분/감사합니다. 근데 이번주는...오늘까지 두번 마실 것 같습니다....
 

 

 

 

 

일시: 4월8일(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을 만나던 날, 난 농구장에 가서 삼성과 오리온스의 경기를 봤다. KCC를 응원하는지라 누가 이기든 별 상관이 없었기에, 가끔씩 등장하는 치어리더들과 내 오른쪽 앞자리에 앉은, 치어리더보다 더 예쁘고 늘씬한 미녀만 바라봤다. 


농구가 끝난 건 오후 4시,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약간 남았기에 찜질방에 갈까 하다가, 그날이 프로야구 개막전인 걸 깨닫고 표 없이 슥 들어가 볼 생각을 했다. 원래 7회쯤 되면 표 검사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날따라 야구는 두시가 아니라 4시에 시작됐고, 깍두기처럼 생긴 남자가 버티고 선 채 표 검사를 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할 수 없이 표를 사가지고 내야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보려던 건 야구였지만 그보다 더 인상깊게 본 건 황사였다. 내 생애에서 경험한 가장 대단한 황사. 늘 보이던 건물은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고,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와 내 친구를 제외하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그런 것도 없이 앉아 있는 게 힘이 들어 3회말이 끝났을 때, 아쉽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6시 반, 우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과 마주앉았다. 1차에서 소주를 각각 한병씩 마셨고, 2차로 오뎅바를 갔다.

여자분이 술을 시킨다. “백세주 주세요.”

술은 술다워야 한다고 믿는 난 13도밖에 안되는 백세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주도 한병 주세요.”라고 했는데, 그게 와전이 되어 소주와 백세주를 섞은 50세주가 만들어져 나왔다. 밤이 늦도록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오십세주를 마셨다. 언제나처럼 잠이 들었고, 집에 도착한 건 새벽 1시 반이 지나서였다.


전날 뭘 하든지 오뚝이처럼 일어나 테니스를 쳤던 나, 하지만 오늘만큼은 계속 정신이 몽롱해 테니스가 잘 안됐다. 불가능한 공을 달려가서 잡아내던 순발력도 오늘만큼은 발휘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지러워서 ‘이러다 쓰러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세 게임을 조지고 난 뒤 왜 이리 뒤끝이 안좋은지 알 수 있었다. 소주 대신 오십세주를 먹은 게 바로 그 이유, 결국 난 오늘 꼴등을 했다. 역시나 술은 섞어마시면 안된다.


자, 이제 그 커플이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인지 설명하겠다. 주량이 남녀 합쳐서 소주 일곱병은 족히 된다는 점, 여자분이 미모와 귀염성을, 남자분이 유머와 더불어 넉넉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 더 중요한 이유로 그 두분이 오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만났다는 점, 그리고 내가 그 두분을 정말 좋아한다는 점. 헤어지면서 난 마음 속으로 그 두분의 행복을 빌어 드렸다.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 잘 맺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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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6-04-0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가 사는 기숙사 옆에 테니스 코트가 있는데 그 곳에서 테니스 치시는 분들을 볼때마다 마태우스님이 생각나요...^^

하이드 2006-04-0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소주도 20.1

야클 2006-04-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우리도 둘이서 소주 7~8병을 가비얍게 희롱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건만.....너무해요. ㅜ.ㅜ

mannerist 2006-04-1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난 왜 동대문에서 정릉까지 걸어왔을까.

주머니에 택시비 이만이천원밖에 없더이다. 걸으니 뭐. 두시간 조금 넘게 걸렸나? 근데 집에 도착해서 든 생각. 아. 젠장. 편의점에서 돈 찾아서 그걸로 택시 타고 올 껄. ㅎㅎㅎ

그나저나. 술 섞어마시는 건 둘째치고, 청년 등판이 그리 좋으심까. ㅎㅎㅎ

해적오리 2006-04-10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쩝..그럼 마태님 기준으로 전 미녀가 될 수 없다는..아쉽군요. 술을 못하는게 이런데서 걸림돌이 될 줄이야..
그나저나 정말 황사 대단하지않든각요? 전 토욜 우키요에 보러 가면서 평소 30분이면 가는 길을 1시간 10분걸려서 가면서 버스 안에서 닫힌 창을 뚫고 들어오는 매캐한 황사와 흐릿한 하늘에 정말 버스 창 열고뛰어내리고 싶었다니까요.. 오후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란 일기예보 아가씨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세실 2006-04-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참 예쁜 표현이군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라~~~~
저두 백세주 좋아하는데..히

Mephistopheles 2006-04-1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 섞어 마시면 다음날 숙취는 배로 오더라구요..^^
(그나저나 세기의 사랑은 아직 막을 안내린 듯 하군요..^^ 다행입니다..)

moonnight 2006-04-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라니. 정말 부럽네요. 잠들어버리셨어도 기분좋으셨겠어요. ^^ 섞어마시는 건 정말로 정말로 해롭죠? 저도 소주로 달리다 너무 심한가. 해서 설중매나 백세주로 바꿨다가는 담날 죽음이죠. -_-;;;

비로그인 2006-04-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점]칵테일도 일종의 `섞어 마시기'에 속하는 것일까요? 웬지 마태우스 님께서 가장 명쾌하게 대답해주실 듯한 느낌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마태우스 2006-04-10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칵테일이란 수닭 꼬리라는 뜻으로... 조크구요, 칵테일도 섞어마시는 게 맞지만 보통 칵테일은 열댓잔씩 마시진 않잖아요. 드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달밤님/저희같은 사람은 소주로 달려야 합니다..^^ 글구 아름다운 커플을 만나서 흐뭇하긴 했지만....잠들어버린 건 ...흑..
메피님/숙취가 배로 오다니요. 아닙니다. 숙취는, 머리로 옵니다^^
세실님/님 커플을 뵜다면 그 호칭을 님에게 썼을지도...^^
해적님/그 아가씨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어요? 그, 그래도 미녀일테니...봐줍시다^^ 글구 제 미녀 기준엔 술이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매너님/평소에도 걷기를 즐겨하시면서 새삼스럽게... 동대문 정릉이면 평소 거리 아니유?
야클님/말로만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서 일곱병 마셔봅시다^^
하이드님/음, 그래서 제 주량도 조금 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병 마시던 놈이 다섯병 이렇게 마시진 못하지요^^
라일라님/전 라일락 꽃을 볼 때마다 라일라님 생각이....^^

인터라겐 2006-04-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섞어찌게는 맛있던데요...

비로그인 2006-04-1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한 번 찬찬히...그 커플이 아주, 부럽습니다.

마태우스 2006-04-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어머나 정말 반가워요!!
주드님/그렇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일시: 4월 6일(목)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탕수육과 소주를 앞에 둔 저녁 자리.

“어떻게, 성과가 좀 있어요?”

그분이 물었을 때 난 말없이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저... 그, 그게요... 막상 앞에서는 한다고 해놓고 진짜로 하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팔자에 없는, 잡지 구독을 부탁하는 일을 해온 건 작년 말부터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 애들 잡지를 만드는데, 구독자 확장에 힘써줄 것을 부탁받은 것. 며칠 있다가 잡지 구독 신청서 300부가 배달되어 왔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걸 꺼려 왔고, 아쉬운 소리 하는 걸 그보다 훨씬 더 꺼려 왔던 내가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의사들 쪽은 마선생이 책임지셔야 합니다.”란 말에 ‘네’ 하고 대답하긴 했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않았다. 영어나 한자면 모를까, 인권과 환경, 반전 등의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데 좋아할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의사들이.


개업을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의 병원에서는 별반 영양가 없는 잡지 몇종류를 구독하고 있었다. ‘이 정도 부탁은 무리한 게 아닐 거야.’라는 내 기대는 첫판부터 무너졌다.

“...어려운 부탁이 있는데... 애들 잡지 하나만 봐주면 안되겠니?”

나와 꽤 친한 그 친구가 대답했다.

“알았어. 봐줄게. 근데 앞으로는 이런 일로 전화하지 마.”

그 말을 듣자마자 난 그에게 전화한 걸 후회했다.

“아냐. 됐어. 사실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아니구... 안봐줘도 상관없어.”

그가 나쁜 건 아니다. 내가 그런 부탁을 받았어도 난 그 친구와 똑같은 대답을 했을지 모른다. 우리 동기들 사이트에 잡지 구독을 좀 해달라는 글을 남겼지만, 그 글에는 아무런 댓글도 달려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의사들에게 부탁하는 걸 포기해야 했다.


친구 하나가 내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난 그에게 잡지의 취지를 설명했다.

“어, 그거 굉장히 좋은 잡지네? 그런 잡지가 있어?”

그는 신청서 40부를 챙겨갔다.

“우리 누나들 아이가 이 잡지 대상층이야. 누나들한테 동네에서 신청서를 좀 돌려 달라고 할게.”

내게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몇 명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신청서를 한웅쿰씩 가져가는 걸 보면서 난 희망에 부풀었다. “이거,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네?”

나이가 마흔에 도달했어도 난 아직 순진했나 보다. 그들 중 진짜로 신청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으니까.


목요일의 술자리에는 잡지사 대표도 있었다.

“저도 지금까지 한 열명 정도밖에 신청 못받았어요.”

그렇구나. 출판사 대표가 겨우 열명이라니, 잡지 구독을 받는 일은 이렇듯 어렵구나.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다소 편해졌지만, 내가 앞으로 구독 신청을 잘 받아낼 자신은 여전히 없다. 그냥 차라리, 돈을 좀 아껴서 내 돈으로 다른 사람에게 일년간 구독을 시켜주는 게 어떨런지. 그렇게 해야 내 맘이 편할 것 같으니까. 일년 후, 그 사람이 구독을 연장하느냐 마느냐는 잡지사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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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뿐만이 아니라...저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쩝...

라주미힌 2006-04-09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래가 그랬어요?
애만 있었어도.. 윽...

해적오리 2006-04-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개구이 산 돈이면 잡지가 몇 불까? ㅋㅋ=3=3=3

가을산 2006-04-1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이전에 성격 검사에서도 죽어도 못하는 일 중에 세일즈가 있더라구요. ㅡㅡ;;

저도 진료센터 cms 후원 부탁하는 게 영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후원 부탁하는 전단과 신청서만 한줌 받아다가 접수실 한구석에 둔 게 고작입니다.

瑚璉 2006-04-1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일즈가 참 어려운 일이지요(-.-;).

마태우스 2006-04-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리건곤님/그죠? 다른 분들도 다 어려울 겁니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죠...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가을산님/아아 가을산님도 수줍.내성적이시군요! 반갑습니다
해적님/그, 그런 말씀 하시면 가슴이 찌리릿....ㅠㅠ
라주미힌님/어여 낳으시어요!!^^
메피스토님.그죠? 우리처럼 귀염을 컨셉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PC방이다. 일요일 밤 이런 곳에 있는 이유는, 딱히 갈 데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까지의 힘든 일정 때문에 오늘 하루는 정말 푹 쉬고 싶었다. TV도 보고 농구도 보면서. 하지만 세상 일은 마음대로 안되는 법, 남동생이 애를 데리고 온단다. 잽싸게 옷을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PC방에서 노닥거리는 게 조카랑 놀아주는 것보단 덜 힘들 테니까. 조카가 싫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애와 놀기엔 너무 피곤하다.


46번째: 4월 4일(화)

작년 이맘때, 예과 MT를 따라갔었다. 그때 얘기. 대천에 도착하자마자 허름한 숙소에 짐을 푼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한솥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었다. 잠시 모래밭에서 체육대회를 한 학생들은 방에 들어가 새우깡에다 소주를 마셨다. 밤 11시를 지나서 난 학생들이 뭘 하고 노는지 한번 둘러봤다. 학생들은, 밖에서 말뚝박기를 하고 있었다.

“술 안먹고 뭐해요?”

“술이 다 떨어졌어요.”

난 학생들에게 미리 봐둔 조개구이 집으로 오라고 했다. 88명-예과 1, 2학년 전부-의 학생들에게 난 조개구이와 약간의 회, 그리고 술을 샀다. 그리고 난, 파산했다.


학생 대표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 “선생님, 올해도 저희 조개구이 사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방 안에서 책도 읽고, 내가 심심할까봐 따라와 준 조교 선생과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표가 왔다.

“선생님, 지금 저희 술 사주실 수 있어요?”

그때가 새벽 1시쯤, 하지만 자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90명이 넘는 학생이 조개구이집에 모였다. 조개구이와 회와 더불어 빈 소주병은 쌓여만 갔다. 피곤하다며 방에 머무른 조교 선생의 말에 따르면, 새벽 세시 쯤 내가 술에 취한 채 방에 들어오더니만 “x 만원 썼어요.”라고 한 뒤 잠이 들었단다. 그때 그은 카드 전표는 지금도 내 지갑 안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걸 갖고 다니는 이유는 내가 파산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우기 위함이다.  난 지금 가난하다.


후기: 조교 선생과 더불어 삼겹살에 소주로 저녁을 먹었다. 오는 길에 학생들이 갈만한 조개구이 집을 찾다가, 괜찮아 보이는 집에 가서 명함을 받아왔다. 새벽 한시에 전화를 걸었다. 자리 많다고, 빨리 오란다. 가보니까 그곳은 생각보다 좁았고, 다른 손님들 때문에 우리가 다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맞은편 집에 가야겠다 생각을 하고 학생들을 그리로 인도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이런다.

“다른 데 가셔도 저 집만은 가지 마세요. 우리 앞집이라 기분 나빠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한테 그렇게 말까지 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난 학생 대표한테 말했다.

“저 집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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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09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은..이런 비용을 어떻게 공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이 없나요....^^
마지막 `저 집으로 갑시다...'에 눌러야 할 껄 누르고 갑니다..^^

▶◀소굼 2006-04-0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학생들이 교수님 생각을 좀 해줬으면 좋겠네요..

라주미힌 2006-04-0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명에게 먹인 술 값이면... 아프리카 난민 수백명을 살릴 수도 ^^;;
세상에.. 어쩌면 저의 일생동안 마시는 술값일수도 ^^;; 냐하하..
놀랬어요. 마태우스님의 통에...

Mephistopheles 2006-04-0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때 그 숙제 배낀 학생도 사주셨나요...???
그런 친구들은 빼도 상관없을텐데 말이죠...

야클 2006-04-09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개구이 사주실 수 있나요? =3=3=3

농담이구요.... 제가 사드릴게요. ^^

비자림 2006-04-0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조개구이가 먹고 싶어요. ^^
호호, 정말 통이 크시군요.
저는 1년에 한두 번 반 아이들 아이스크림 쏘는 정도인데..

마늘빵 2006-04-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그런 돈을. 엄청날텐데. 헉. 어떡하면 좋아. 혹시 연봉을 다 퍼부으신건 아닌지.

해적오리 2006-04-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정말 쏘신거에요? 다른 교수님들은 안 가셨나요? 어찌 결혼도 안한 총각한테 그런 짐을 씌으실까...근데 이거 보니 조개구이 먹고싶다...

비로그인 2006-04-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X 만원이 얼마일까 넘 궁금해요~ ^^
재벌2세가 파산할 정도라면 얼마...?

마태우스 2006-04-1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님/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ㅠㅠ
해적님/돈 걷어 주겠다든지 그런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아픕니다ㅠㅠ
아프락사스님/결제일이 다가올수록 무서워집니다. 두근두근..
비자림님/아이스크림도 훌륭하죠!! 중요한 건 마음 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이게 전통으로 굳어져서 내년에도 사야할 것 같아요...ㅠㅠ
야클님/역시 님밖에 없어요 ^^
메피님/빼면 상처받지 않을까요..... 너그러이 봐 줍시다 우리.
라주미힌님/알라딘에서도 한번 그런 정도의 돈을 쓴 적이 있었지요 아마...큰손이라 돈 모으긴 글렀답니다
소굼님/한창 때라 그런 생각까진 못할 거예요^^
메피님/매번 추천해주신 덕분에 이번 주 30위 안에 들었답니다. 감사하빈다

하루(春) 2006-04-1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통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예감이 불쑥~ 매년 4월이 되면 제가 먼저 벌벌 떨 것 같군요. ^^;

마태우스 2006-04-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예리한 지적입니다. 내년에 잠깐 연수라도 갈까봐요 ^^

비로그인 2006-04-15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아까전 페이퍼에서 파산해가지고.. 산세베리아를 2만5천원짜리 샀다고 본거 같은데.. 이것 때문이군요..ㅎㅎ
"그리고 난 파산했다" 라는 문장에서 피식 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