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번째: 5월 11일(목)

누구와: 후배와

마신 양: 소주 두병--> 맥주 두병


3년 쯤 전, “형이 안놀아줘서”란 핑계를 대며 결혼한 후배는 작년 이맘때의 술자리에서 “이혼했다.”는 슬픈 소식을 내게 전해 줬다. 그 둘 사이에는 태어난 지 돌이 채 안되는 아이가 있었고, 후배는, 내게 말은 안했지만, 위자료를 다달이 지급하느라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물론 그건 애를 떠맡은 여자 쪽도 마찬가지겠지). 원인이 어디에 있던지 즐겁게 살아야 할 젊은 부부가 갈라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고, “이혼의 증가는 불행한 결혼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던 나 역시 그 후배를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그 후배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혼자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 삶에 만족했을 것 같지는 않다.


작년 말, 후배로부터 “이전 아내가 다시 합치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그는 “다시 예전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쁜 소식을 내게 알려왔다. 후배나 아내는 물론이고 아이의 장래를 봐서도 축복이라 할 만한데, 문제는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 지금이야 싸웠다 화해한 직후의 서먹함으로 갈등이 없지만, 사람이란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걸 감안하면 갈라서게 만든 불씨는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후배에 의하면 “아내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평소의 지론을 말해줬다.

“한쪽이 100% 잘못한 싸움은 거의 없다. 너 자신도 많이 변해야 한다.”

후배는 흔쾌히 내 말에 동의해 줬고, 그의 얼굴에는 예전의 어두움 대신 빛이 넘쳤다. 잘 살게나, 동생.


62번째: 5월 19일(금)

누구와: 곰과

마신 양: 소주 네병+ 알파


내가 곰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여성적 캐릭터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분위기에 맞는 대화를 구사할 줄 안다. 이런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내 예상대로 그는 “주변에 여자 친구가 많다.”고 한다. 아직 총각이고 성격도 좋은 그, 여자들이 남자를 고를 때 여자에게 인기가 많은가 하는 것도 중요한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너무도 술을 잘 마시기 때문이다. 잘해야 소주 세병에 못미치는 주량을 가진 나는 번번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다음날이면 “어제 폐가 많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술이 잘 받았는데, 내가 술을 줄인 덕분일 수도 있고, 냉면을 안주로 소주를 마셔야 하는 필동 냉면집에서 1차를 시작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2차를 가고 3차를 갔지만 술이 전혀 취하지 않아 곰으로부터 “오늘은 평소와 다르시네요?”란 찬사를 들었는데, 다음번에는 더 몸을 만들어 곰이 자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다리시오, 곰!


63번째: 5월 23일(화)

마신 양: 소주--> 맥주


축제 기간이다. 그래도 학과장인데 학생들이 하는 주점에서 술을 먹어 주는 게 도리, 조교선생들 몇과 더불어 6시 쯤 주점을 찾았다. 준비가 안되었다고 학생회장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저...내일 오시면 안되요?” 후원금을 건네고 밖으로 고기를 먹으러 갔다. 배가 터지게 먹었다. 술이 좀 들어가니 갑자기 주점에 안간 게 마음에 걸렸다. 차를 타고 다시 그곳에 갔더니 다른 단과대보단 못하지만 성업 중이었다. 맥주를 시키고 안주를 시켰다. 아주 대단한 맛은 아니어도 학생들의 정성이 깃든 푸짐한 안주에 극진한 서비스는 나로 하여금 최고급 술집이 부럽지 않게 해줬다. 술값과 2차 후원금, 그리고 우리가 먹어치운 고기값을 계산해보니 돈을 너무 많이 쓴 듯하지만, 여기서 쓰고 이번주 내내 굶자는 생각을 하며 나오지 않는 돈을 꺼냈다.


술이 제법 취했나보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기에 따라 내렸더니 아뿔사, 거긴 수원이었다. 출발하는 기차를 뛰어가서 타려다 역무원에게 제지당했는데, 다행히 다음 열차가 10분 후 도착해 그걸 탈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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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6-05-2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글이네요. 추천합니다.

비로그인 2006-05-2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 같은 남자= 좋은 남자

기인 2006-05-2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제 때 주점도 하네요 ^^; 축제 때 주점은 목적이 있는 건가요?
저는 주점이라면 변호사비 마련을 위한 주점; 밖에는 몰라서. 축제 때는 보통 장터를 하는데, 장터 또한 과에서 당시 투쟁하고 있던 조합을 위한 장터 같은 것을 해서 열심히 먹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주점은 그렇다쳐도, 장터의 음식맛은 장난 아니었죠. -_-; 파가 떨어져서 총장잔디에서 풀 뜯어서 풀전(?) 부치고 쩝... 휴우. 그나마 민가협 장터는 먹을만했는데.. 옛날 추억이 나네요 ^^

하늘바람 2006-05-2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곰은 단군신화에도 나오듯 기다림의 천재에요. 괜히 곰과 내기하셨다 몸상하셔요

마태우스 2006-05-2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저..주점이 장터에서 술만 파는 것 같은데요...민가협에도 관여하셨군요. 정말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나를 찾아서님/곰은 우리 민족의 조상이지요. ^^
부리님/늘 말없이 추천해주시는 거 다 압니다. 감사드려요

마태우스 2006-05-2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신화는 신화일 뿐입니다. 곰도 인간인데 어찌 허점이 없겠습니까. 써놓고 보니 말이 이상하네..

mannerist 2006-05-24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요즘 애인이 '곰돌씨'라고 부르는데요. ㅎㅎㅎ

기인 2006-05-2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후배들이 파는 거 열심히 먹기만 했는데요. -_-; 새내기때는 호객행위만 하고요. 제가 음식 만드려고 하면 다들 거부하던데요 -_-aaa 이 장터 한번 해보면, 돈 열라 남아요. 그래서 그것으로 당시 투쟁하고 있던 분들에게 지원금 전달하고 했지요. 요즘은 학생의 복지를 위해서 장터를 하나 보네요 ^^; 하기는 우리 학교도 최근 학생회장이 공공연한 '반권'이라서 말이 많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민가협에서는 열사 유가족 분들이 와서 음식을 만드시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음식이 나와서, 언제나 인기 1순위였죠 ^^
제가 선배가 되니 과장터는 잔디 뜯어서 파전을 만들지 않나. 참... (역시 선배가 되면 못마땅한 점만 보이나봅니다.) 얼마전에 학교 축제였는데, 이제는 모르는 후배밖에 없고, 지나가도 호객 행위의 대상도 안되서 슬펐어요 ㅜㅠ

비로그인 2006-05-2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하네요 ^^

야클 2006-05-2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는 좋은데 곰은 느무느무 싫어요.

2006-05-24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6-05-2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술 얘기를 접할때마다 배를 바라봅니다. 어여어여 이것이 나와야 할텐데..흐흐.

하이드 2006-05-2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두 술! 근데, 여기는 소주 4달러밖에 안하더라, 참소주~

비로그인 2006-05-2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댓글이네요. 추천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5-24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7: 맞아요....부부가 이혼을 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양쪽 책임이라고 생각해요..박수소리가 한손으로 안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배님 앞에 행복한 앞날만 있기를...^^
58: 이런생각 하면 안되는데...곰님이라는 분이..잠든다..그리고 덥친다...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가 뭔지..거참.....=3=3=3=3
59: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수님이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비로그인 2006-05-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7,62,63 입니다

비로그인 2006-05-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8,59 가 비공개인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6-05-2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날리, 짤려서 요즘 겁나게 한가합니다.

moonnight 2006-05-2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배분의 일이 잘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네요. 저는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술을 맘껏 못 마시는데, 흑흑. 마태우스님 페이퍼 읽고 있음 절로 술이 땡깁니당. 대학교축제주점. 맛은 별로라도 ;; 분위기 정말 좋죠. 인기만점교수님다우세요. ^^

2006-05-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그날은 마태님의 피부가 가장 환한 날이었어요. 작정을 하셨구나, 생각했지요. 술집을 향하는 발걸음 또한 상당히 가뿐했답니다. 약속을 미뤘어야 했나,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날은 무지 좋은 날이었어요. 바람이 좋은 날이었고 음식과 술 그리고 금요일이었자나요. 솔직히 3차에서 버거웠어요. 심하게 먹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설렁탕이 저를 살린 듯해요.
아 ... 그날은 무지무지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마태님이 제게 줄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셨자나요. 혹 잊으신 것은 아니지요? ('기'로 시작해서 '안'으로 끝나는 ...) 서두르지는 마시되 잊지는 말아주셔요. 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겁나) 기다리겠습네당. 이번주?^^

야클 2006-05-2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곰님/ 위에 있는 제 댓글 농담인거 아시죠? ^^
다음에 마태님이랑 같이 한번 달려요. ^^

하이드 2006-05-25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h, that GOM!
I had a chance to d...

마태우스 2006-05-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하이드님/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클님/강한 상대를 보면 참지 못하는 야클님...^^
곰님/그렇죠? 3차에서 버거워하시는 것 같더이다. 설렁탕은 정말 맛있었죠? 저도 그랬답니다. 이번주라..... 님이 3차에서 그러셨던 것처럼 버겁네요^^
달밤님/부끄럽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인기만점 원장님 만세.
하날리님/앗 제가 미처 못쓴 술일기가 있나요? 다른 데라도 쓴 것 같은데.... 그리고 짤리신 거, 마음아픈 일인가요 아님 자발적?? 아무튼 반갑습니다...
메, 메피님/덮치다뇨....-.- 그런 사이 저얼대 아닌데요.... 글구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날리님/댓글을 베끼시다니!!! 넘하십니다! 부리는 그런 거 싫어하는데...^^
스포일러하이드님/4달러면 4천원이잖아요! 우리 슈퍼에 가면 천원밖에 안하는데...
플라시보님/피이, 님 뭐, 말씀과 달리 그리 술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속삭이신 님/레지던트는 원래 밖에서 밥을 잘 먹으니 영양학적으론 걱정안하셔도 될 듯한데요.. 근데 얘기 들어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잘 풀려야 할텐데요....
야클님/곰님이 한번 보재요. 맘 단단히 먹고 나오세요^^
고양이님/한번 보실래요? 멋진 남자분인데^^
기인님/잔디 뜯어서 만드는 파전...호호, 그 전설적인 파전은 어느 학교에나 있군요^^ 엊그제도 애들이 만든 파전을 한번 먹어봤는데, 맛은...호호. 글구 모르는 사람밖에 없으면 슬프죠. 간만에 팔아주려고 가는건데.... 그 맘 알아요 저두. 같이 나이먹어가는 처지에, 잘 지내도록 해요.
매너님/글쎼요. 매너님과 곰은 어울리지가 않는데...^^

비로그인 2006-05-26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 중간에 곰님의 출현으로 박진감 넘치는 페이퍼와 댓글로 ..
그나저나. 마태님 술일기 읽다가 자꾸 술고파지는군요.
세상일은 혼자라는게 없는것 같아요. 좋은 조언 ! 추천 백만번.
그리고 두 사람이 합쳐서. 가장 기쁜 사람은 아이겠군요^^
 

 

 

 

 

* 지금부터 쓰는 건 제 얘기가 아닙니다. 다른 대학에 근무하는 선배가 말해준 걸 제가 경험한 것처럼 쓴 것에 불과하니, 그대로 믿지 마세요.

-----


1. 프롤로그

B 대학의 박사학위 심사장, 심사대상인 여자 선생이 초조하게 앉아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심사위원 한분이 위원장에게 말한다.

“이 선생 남편 되는 분도 우리 교실에서 학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의 다음 말에 분위기는 더 썰렁해졌다.

“그 사람, 예의가 없어. 박사 따고나서 코빼기도 안보여!”

얼핏 보면 학위를 따고 한번도 인사를 안온 그 사람이 나빠 보인다. 과연 그럴까.


2. 대학원

의대의 박사 제도는 참으로 이상한 제도다. 전문의 제도가 있으니 굳이 박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도 박사학위가 없으면 조교수 이상 승진이 안되니 대학에 남을 사람은 박사를 한다. 그리고 개업을 할 사람도 박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 학위증을 병원에 걸어두면 환자들에게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요자가 많으니 박사를 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게 싫은 사람은 전공과 무관한 기초의학 교실에서 학위를 하기도 한다. 강남에서 날리고 있는 원진성형외과(가칭)의 원장이 우리 교실에서 학위를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기초의학교실이라고 해서 안기다리는 건 아니다. 박사를 하려면 석사를 마치고 나서도 최소한 3-5년은 기다려야 하므로 그들은 석. 박사에 입학하기 위해서, 그리고 입학 후에는 졸업하기 위해 해당 교수에게 갖은 충성을 다한다. 의사이긴 하지만 해당 전공에 지식과 기술이 없는지라 학위 실험은 교실 조교들에게 맡겨야 하고, 등록금 외에 실험비 명목으로 돈을 낸다. 그 실험비는 십년 전에 이미 천만원을 넘었다. 그뿐이 아니다. 대학원생들은 갖은 명목으로 돈을 내야 한다. 회식비는 물론이고 교수가 외국을 갈 때, 교실 행사를 할 때 등등 돈을 낼 기회는 많다. 심지어 모 교수는-내 지도교수는 그렇지 않지만-팩스나 복사기 등의 물품을 대학원생들이 사도록 한다. 12대 4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한 선생은 과에서 쓸 컴퓨터 구입비를 못내겠다고 했다가 “제 때 학위 나가기 힘들 것”이라는 협박을 들어야 했다 (결국은 냈다). 병원에서는 다들 과장이고 원장이지만, “노래 한번 해봐라”는 말에 할 수 없이 못부르는 노래를 부르는 그들, 갖은 수모를 견뎌가면서 생각을 한다.

“박사만 따 봐라. 절대로 안온다.”


학위 심사를 할 때면 그들은 또다시 놀란다. 돈을 낸 것에 비해 논문의 수준이 영 떨어졌기 때문. DNA나 항체를 이용한 멋진 연구가 대세인데, 그 교실은 기껏 한다는 게 주민들 대변검사다. 다른 사람이 대신 실험해준 걸 알고 있지만, 심사 위원장은 “논문이 이게 뭐냐?”고 학위생을 야단친다. 4번의 심사 동안 삐까번쩍한 식사를 대접해야 하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백만원의 심사비를 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먼저 낸 돈에 그런 게 다 포함되었다고 생각한 학위생 한명은 “심사비를 못내겠다.”고 버티다가 그분 말씀에 의하면 “학위 못나갈 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러니 학위를 딴 뒤 왜 찾아오겠는가. 연말이면 동문회를 한다고 연락을 해보지만, 잘 보여야 하는 현역 대학원생만 나오지 졸업생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 졸업생이 한명도 안오던 날, 그 과의 주임교수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끼리만 하자. 나오기 싫다는데 억지로 부를 거 없지.”

그 대학원생들 역시 교수님의 제자이건만, 가까이서 보면서도 존경심을 잃지 않을 교수는 그리 많지 않다.


3. 늘 우려먹는 C 교수님

지금은 재벌학교에 근무하시는 C 교수님은 SCI에 등재된 몇 안되는 잡지인 KMS의 편집장이시다. 재벌학교에 오시기 전, C 교수 역시 전공자가 아닌 학위생을 받았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학위생들에게 실험비 말고는 일체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논문도 외국 유명잡지에 실릴만큼 훌륭하니 돈이 아깝지도 않다. 일체의 향응을 거절하시니 학위생들끼리 모이면 “언제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했단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그 소박한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학위를 받아야 했다. 다른 대학에서 학위를 하는 동료들의 얘길 들으면서 그들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선생을 만났는지 깨닫는다. 단지 학위를 매개로 만났을지라도 참다운 교수가 어떤 건지 보여준 C 교수에게 학위생들은 박사를 딴 뒤 더 자주 찾아뵙는다. 설이면 세배를 가고, 스승의 날에도 선물을 잊지 않는다. C 교수는 화를 내며 돌려보내지만, 그럴수록 더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유명잡지에 논문을 싣고 받은 상금도 연구비로 쓰고, 학교에서 월급을 주는 비서 대신 연구원을 고용한 채 커피 접대도 스스로 하시는 C 교수님은 우리 학회에서보다 다른 학회에서 더 존경받는다.


4. 스승의 날

5월 15일부터 시작해 사흘간, 난 술을 마셔야 했다. 그 얘기를 해본다.


1) 첫날: 5월 15일

선물을 사들고 지도교수를 찾아뵙는 날, 난 사소한 일로 열이 받아 1차를 안갔다. 그 대신 동네 친구를 불러내 곱창을 안주로 소주를 세병이나 마셨고, 그것도 모자라 2차에서 맥주 2천을 마셨다.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지도교수 모임의 2차에 합류하자마자 난 깊은 후회를 했다. 내가 왔다고 좋아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서. 삐질만한 일이 있을지라도 일찍 와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렸어야 했다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된다. 인사 관리를 잘 못해서 모교의 위상을 추락시켰고, 나로 하여금 모교에 발을 끊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분명 선생님한테 있지만,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어깨도 처진 선생님을 어찌 미워할 수가 있겠는가. 난 선생님과 몇 곡의 노래를 불렀고, 10시 반도 안되어 파장을 했다. 애들이 다 집에 간 뒤 친구와 난 감자탕집에 가서 소주 두병을 더 마시면서 모교 얘기를 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얘긴 아니었다.


2) 둘째날: 5월 16일 (이제부턴 저 잘났다는 글입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건너뛰어 주시길)

“서선생이 적임자야!”란 학장 말 때문에 의사고시에 떨어진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있다. 90% 이상이 합격을 하는지라 의사고시에서 낙방하는 건 해당 학생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준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자신감의 회복일 터, 난 공부 얘기를 한마디도 안한 채 술만 먹였다. 살 쪘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살을 빼라”고 하는 건 잔인한 거니까. 마포의 주물럭집, 강남의 고깃집, 대학로의 횟집, 낙산가든 갈비, 모 중국집 등등이 그들과의 추억이 어린 장소다. 그들은 날 믿었고, 나도 그들을 신뢰했다.


내 기대대로 그들은 이듬해 의사고시에 붙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왔고-“선생님 얼굴이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며칠 뒤 지도학생으로서 마지막이 될 술자리를 강남에서 가졌다. 눈이 펑펑 쏟아졌던 그날을 나도, 그들도 잊지 못한다. 강남에서 고기를 먹고 양재동 Bar에 가서 스카치블루를 먹었다. 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쌓인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하던 기억은 내게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남자 셋이 하는 눈싸움이 그렇게 멋진지 미처 몰랐었다.

그들은 우리 병원에 들어갔고, 지금은 어엿한 레지던트 2년차다. “못찾아뵈서 죄송하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난 “괜찮다.”고 말하곤 한다. 누군가가 잘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을 통해 깨달았으니까. 2년차라 시간이 났는지 이번 스승의 날을 겸해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난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흰 까운을 벗어도 이젠 의사 티가 줄줄 났다. 그 중 한명은 멋진 애인까지 동반하고 왔다. 맛있는 회를 파는 데가 있다고, 예약까지 해놓았단다. 자기들 딴에는 대접한다고 마련한 자리지만, 몰래 나가서 계산을 해버렸다.

“아니 선생님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는 그들의 모습이,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귀엽게 느껴진다.

      




선물이라며 그 귀한 발렌타인을 내놓는다. 30년산을 100만원에 판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준 건 세상에, 47년산이다. 소주 세병을 마시고 한병을 더 시키려는 걸 말리고 발렌타인 뚜껑을 열었다.

“그건 댁에서 드셔야죠.”

“전 집에서 술 안먹어요. 그리고 비싼 술 마셔야 내일 뒤끝이 없죠.”

9시, 얼큰하게 취한 난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5월 16일, 날짜는 안좋지만 그들도, 나도 충분히 즐거운 하루였다.


3) 셋째날: 5월 17일

스승의 날 점심시간에 지도학생 다섯명이 들이닥쳤다. 선물로 유명 메이커의 멋진 상의를 건낸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른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은혜...”

생일축하를 여럿이 부를 때 부르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당사자는 영 쑥스럽다. 스승의 은혜 노래는 그보다 더 쑥스럽다. 내 방이라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말이다. 사실 내가 그들에게 해주는 거라곤, 다른 선생님들보다 조금 비싼 음식과 술을 사준다는 거 말고는 없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가끔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내가 아니어도 공부하란 말을 해줄 사람은 세고 셌으니까.


난 그저 술만 먹인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 이름대기 해서 진 사람, 농담을 했는데 아무도 못웃긴 사람에게. 그래도 그들은 날 좋아하고, 나도 그들을 좋아한다.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무척 반가워해주고, 멀리서 보고 달려와 아는 체를 하기도 한다. 가끔 술자리에서 “형!”이라고 했다가 “죄송하다.”고도 하는데, 난 그들이 사석에선 “형”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얼마 전에 만났으니 오늘은 간단히 식사나 하자.”고 했지만, 술에 굶주린 20대니 오늘도 조금은 달릴 것이다. 게다가 난 가방 안에 전에 걔네들한테서 받은, 하지만 반밖에 못먹은 양주를 담아 두었다.


5. 전망

C교수처럼 탁월한 연구를 하고, 오직 연구밖에 모르는 삶으로 존경받는 건 내겐 이미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선생의 길이 꼭 그것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고, 난 그 잘하는 걸 하고 있다. 취미로 마시기 시작한 술이 좋은 스승의 길이 될 수 있을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난 오늘도 술을 마시러 간다. 이럇!


* 참, 발렌타인 47년산 말이죠, 그거 조작입니다. 원래 17년산인데 제가 플러스펜으로 47을 만들었답니다. 많이 놀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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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자신감의 회복일 터, 난 공부 얘기를 한마디도 안한 채 술만 먹였다. 살 쪘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살을 빼라”고 하는 건 잔인한 거니까. 마포의 주물럭집, 강남의 고깃집, 대학로의 횟집, 낙산가든 갈비, 모 중국집 등등이 그들과의 추억이 어린 장소다. 그들은 날 믿었고, 나도 그들을 신뢰했다. -
저도 이렇게 사주세요..
언젠가 치룰 건축사 시험 붙으면 스승님으로 모실께요...^^

paviana 2006-05-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렇게 사주세요 2 .ㅋㅋ
그나저나 47년산이 진짜 있는줄 알 뻔 했잖아요.

타지마할 2006-05-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멋진 선생님이십니다. 자랑 좀 해도 괜찮아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지도학생들이 정말 부러워요.

비로그인 2006-05-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멋져용.

2006-05-1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5-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제가요 맞춤법 안틀리려고 한글에서 작업을 하는데요, 저런 건 못잡아내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고칠께요
나를 찾아서님/님은 심장이 강하신가봐요 제 잘난체를 담담히 받아주시고^^
타지마할님/음, 님도 제 지도학생 하실래요?^^ 알라딘 지도학생!
파비님/님과 저는 음식을 초월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잖습니까^^
메피님/건축사 시험 보셔야 하는군요. 시험 보기 전에 자리 마련해요!!

2006-05-17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5-1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오랜만인데 여전히 멋지시네요. 존경존경 ^^ 마태우스님의 학생들이 너무 부러워요. 글고 발렌타인. 47년산, 정말인가 싶어서 깜딱 놀랐잖아욧. ^^

2006-05-17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5-1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작치곤 정말 정교한데요~ ^^

제 기대에 부응하시는 복스런 스승의 날을 보내셨군요 ㅎㅎ

해적오리 2006-05-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을 만나기 위해선 술을 좀 배워두어야 겠군요. 현재로서는 소주 반 잔이 주량이니...
마태님을 스승으로 둔 학생들은 참 좋겠어요. 부러워요...

모1 2006-05-17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마태우스님...글을 읽을때마다 팬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작이든 어떻든....그 술병에 행복해보이시는 얼굴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클리오 2006-05-1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안그러시겠지만... 저희 학교에는 본인은 격의없고 학생들과 술자리를 좋아하시는데, 술자리가 너무 길어지고 학생들과 코드가 안맞다보니 학생들이 슬슬 피하는 교수님이 있습니다. 술 사주고 오래 같이 있다고 학생들이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지요.. (엥? 이거 무슨 초치는 소리? ^^) 하여간 우리나라 학위체계는 문제가 있다니까요... - 딴청..

하늘바람 2006-05-1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정말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그런 선생님은 두고두고 찾아뵈며 함께 늙어가야죠^^

비로그인 2006-05-1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자신감의 회복일 터, 난 공부 얘기를 한마디도 안한 채 술만 먹였다. 살 쪘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살을 빼라”고 하는 건 잔인한 거니까.

에잇 =3 샘난다. 나도 훈늉한 선생님 해보고 싶어요.

BRINY 2006-05-17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교수님이세요~~
저는 반장을 비롯한 우리반 애들 몇몇이 돈모아 사온 과자 3상자랑 사탕 한봉지 받았어요. 마침 스승의날 수련회를 떠나, 다른 반 애들은 그저 사달라고 난리인데, 일과 끝나고 밤에 교사 숙소까지 직접 들고 와서, 덕분에 다른 선생님들한테 무지 자랑해댔잖아요~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저도 몇년만에 학부 지도 교수님께 인터넷 쇼핑으로나마 과자 상자 보내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시며 전화주셨더라구요. 이것 또한 기쁘네요^^

미래소년 2006-05-18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는 스승의 날에 안 노는군요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참 닮고 싶은 선생님이십니다.

다락방 2006-05-1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정말 근사한 분이시잖아요!
:)

瑚璉 2006-05-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직 대학교수, 주류숙성연도 조작 파문!

마태우스 2006-05-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당근 오케이죠. 주소 보내주세요. 제가 설마 그걸 거절하겠어요? 근데...제 책을 읽으면 팬 그만두겠다고 할까봐 걱정...
호, 호비님/그러고보니 제가 큰 범죄를 저질렀군요...
다락방님/부끄러워요! 저도 님처럼 진짜 근사한 사람이 될래요
미래소년님/제 강의를 듣는다면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몰라요. "하긴 니가 인간성으로 버티지 않으면 안되겠더라.."
브리니님/우리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 서로 상부상조해요. 노하우 교환 등...^^
캐더린님/저도 애들 키우고 그랬으면 저렇게 못했죠. 전 사실 돈으로 이룬 인기예요..ㅠㅠ
하늘바람님/고맙습니다. 헤헤헤헤헤헤.
클리오님/하긴 그래요. 제 애들도 무조건 저와의 술자리를 좋아하는 건 아닐지도...한번 물어봐야겠다..근데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모1님/헤헤, 표정이 너무 화사했나요^^
해적님/음..주량이 아니라 돈의 힘이라는...맛난 거 사주고 술은 안먹이니 대략 좋아하지 않을까요...^^
고양이님/다 님 덕분입니다^^
속삭이신 ㅌ님/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달밤님/님같은 술의 고수가 47년산을 믿다뇨... 제가 넘 정교했나??^^
속삭이신 분/아이 부끄럽게 왜그러세요. 절 멀리하시는 거 싫어요 (도리도리) 친하게 지내요.

누미 2006-06-2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한....대학원 풍경이지요. 그래도 웃음을 잃지않게 하는 C교수님, 마태우스님 같은 분들도 계시니까 ...
 

글에 나온 시집이 바로 이거예요...

 

 

 

 

“오늘 시간 있냐?”

친구가 써클 졸업생 모임이 있다며 전화를 했던 어제, 난 약속이 있었다. 8시 20분에 하는 <콘스탄트 가드너> 예매가 되어 있었던 것. 영화가 끝난 후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약속 장소인 일산에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선, 후배들이 모여 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1차부터 합류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한시간 남짓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이든 사람끼리 가는 노래방은 편하다. 내가 아는 옛날 노래만 하니까.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을 부른 선배도 있었고, 한 후배는 <꿈의 대화>를 부른다. 윤도현의 <사랑 two>가 최신곡으로 느껴질 정도. 나이가 들어서 편한 것 중 하나는, 노래를 안부르고 버텨도 괜찮다는 것. 남이 하는 걸 따라하는 건 좋지만, 마이크를 대고 부르는 건 이제 싫다. 가끔씩 노래를 하라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곡도 안부르고 버텼다. 그냥, 노래 부르기 좋아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게 좋다.


12시 반, 술자리가 끝났는데 선배 누나가 줄 게 있다고 우리를 데려간다. 차 트렁크에 들어있던 건 한 무더기의 시집.

“어,누나 시집 냈어요?”

하지만 책날개의 저자 사진을 보니 누나가 아닌, 남자의 것이다.

“아아, 남편 분이시군요.”

저자 소개를 읽던 중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2003년 시단에 데뷔했다.”는 소개말 밑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기 때문.

“2005년 4월 아름다운 봄날, 북한산 봉우리에서 꽃처럼 졌다.”

늘 여유롭던 그 누나가 그런 아픈 일을 겪다니. 일년 전 이맘때, 누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분이 쓴 시들을 모아 추모 시집을 냈나보다.


후배 둘과 집으로 오는 도중 이상하게 술이 먹고 싶었다. 전날인 목요일날 취하도록 마셨으니 금단증상은 아닐 터, 그럼 부군을 잃은 누나 때문이었을까? 더더욱 이상한 건 혼자 마시고 싶었다는 것. 우리집 근처에서 후배 둘을 보내고 참이슬 두병과 참치캔을 샀다. 소주는 잘 들어갔다. 한병을 비우고 또 반병을 마셨지만 전혀 취하지 않았다. 저녁을 안먹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라면을 끓인 것도 그때, “다이어트 보름이 물거품으로 변하는구나!”는 탄식에도 불구하고 라면은 너무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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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마태님은 센티멘탈 로멘티스트...^^

2006-05-13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6-05-1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정말 너무 여리십니다... 강해지셔야 해요...

마늘빵 2006-05-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ㅠ

sooninara 2006-05-1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요.ㅠ.ㅠ
울남편은 오래 살아야 하는데..
가까운 가족중에 젊어서 남편을 보낸분이 있는데..그분 생각이 나네요.

비로그인 2006-05-1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ㅠ.ㅜ
전 근데 여린 마태님이 좋아요.

비자림 2006-05-1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수록 그런 일들을 자주 겪게 되는 것 같아요.
부정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삶의 무게...

하늘바람 2006-05-13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세상에

paviana 2006-05-1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산에서 꽃처럼 지다니.....에구......

세실 2006-05-1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처절하게 마음 아픈 글귀 입니다...

비로그인 2006-05-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름이든 한달이든 다이어트를 물거품으로 만드신다 하여도, 전 이런 마태우스 님이 좋습니다.

춤추는인생. 2006-05-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따뜻한 마태님이 좋아요.!!
신촌에서 마태님의 친구분이신인 표진인 선생님 뵜어요.
하늘색 니트입고 계셨고 실제로 보니 굉장히 엘리트적이셨다고..
말씀드려주세요!ㅋㅋ

플라시보 2006-05-1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혼자 술을 마실때면 꼭 참치캔을 드시는군요. 그게 소주 안주로 괜찮은가봐요? (이런 감상적인 글에 이따우 댓글을 써서 죄송해요. 흐..)

마태우스 2006-05-1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참치캔만한 안주가 없더라구요.. 맥주 마실 땐 김을 먹지요
춤추눈 인생님/후후, 그러셨군요. 엘리트적이라. 표가 좋아하려나 ^^
주드님/어맛 왜이러시어요 부끄럽게.... 제 마음도 아시죠?^^
세실님/제말이요...
파비님/넘 슬프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하늘바람님/넘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비자림님/그러게요.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거겠지만, 자주 겪는다고 슬픔의 강도가 덜해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더 증폭되어 간다는....
나를 찾아서님/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배가 나왔지만 여린 마태 드림.
수니님/그러니 위험한 운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특히요. 오토바이, 철인3종경기 등등...
아프락사스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제게도 전해지네요. 감사합니다.
인터라겐님/요즘 그래도 자주 들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강해질께요!
속삭이신 ㅎ님/방금 저도 라면 먹었어요. 요즘 이상하게 라면이 땡기네요^^
메피님/로맨티스트 흉내만 내는 사람이죠...ㅠㅠ

박예진 2006-05-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쌩뚱맞지만, 고추 참치캔 있죠?
그걸 에이스에 얹어먹으면 맛있어요. 밥 생각나고...입맛이 싹!! 캬~~(;;)
저도 MT가서 배워온 거지만요 ^^

마태우스 2006-05-26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예진님/고추참치는 너무 맵지만, 좋은 술안주죠!! 님이 언제나 저랑 술을 마실 수 있을까요^^
 

 

53번째: 테니스, 오래 쳤으면 좋겠다


일시: 4월 26일(수)

마신 양: 기본...


테니스 멤버 중 한명이 생일이라고 밥을 샀다.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게 95년이니, 햇수로는 12년째다. 실력이 그 기간에 비례하지 않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동안 쉼 없이 테니스를 칠 수 있었던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같이 치던 친구들 중 많은 이가 부상으로 테니스를 그만뒀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지금까지 버텨온 건 큰 다행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내 욕심은 끝이 없다. 매주 일요일, 60대로 보이는 분들이 꼬박꼬박 테니스를 치는 걸 보면서 말하곤 한다. “우리도 저 연배까지 칠 수 있을까?”

건강하기 위해서 테니스를 치는 측면도 있지만, 테니스를 칠만큼의 건강이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테니스가 마음먹은 대로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게 아니라, 푸른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난 고혈압이고, 열을 받으면 혈압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니까.


54번째: 학회에 참석하다

일시: 4월 27일(목)

마신 양: 주량의 97%

사실 저 등록비 안냈습니다...



김치파동을 주제로 한 학회에 참석했다. 여러 가지 좋은 얘기들이 나왔고, 난 그걸 그대로 받아 적었다가 글 쓰는 데 활용했다. 거기서 내가 했던 말, “세상에는 안전한 김치와 위험한 김치가 있는 게 아니라 맛있는 김치와 맛없는 김치가 있을 뿐이다.” 불행히도, 아무도 이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학회가 끝난 후 회식이 있었다. 고기를 구워먹었고, 2차는 노래방에 갔다. 3차는 폭탄주를 가위바위보를 해서 먹었으며, 신촌에서 감자탕을 먹으며 4차를 했다. 이번 학회에서도 난 한편의 연제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발표를 한 게 2001년이니 무려 5년 동안 무발표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 가을은 이미 그른 것 같고, 내년 봄에는 시원치 않은 거라도 발표를 해봐야 할 텐데. 


55번째: 서클 졸업생 모임

일시: 5월 1일(월)

마신 양: 주량의 80%


학회날, 모교 기생충학 교수이자 서클 지도교수인 분이 날 불렀다.

“우리 언제 얼굴이나 봐야지 않을까?”

주말은 그냥 넘어갔고, 월요일 하루 동안 난 이십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서클에서 가장 동원력이 높다는 나지만, 하루 만에 연락을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올지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열세명이나 되는 졸업생이 참석을 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레퍼토리는 뻔했다. “어쩜 넌 하나도 안변했니?”란 말을 우리들끼리 주고받았다.


 사람들은 대개 연락하는 걸 귀찮아하지만 난 그게 그리 싫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맡기느니 내가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온다고 해놓고 안오거나, “못가요!”라고 단호하게 거절할 때면 상처를 좀 받지만, 그래도 못오는 걸 미안해하거나, “꼭 갈께요”라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게 날 버티게 하는 것 같다.


다음날 나보다 2년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 어제 저 실수 안했어요?”

실수라. 음, 생각해보자. 그 친구는 전날 1차에서 무지하게 많이 마셨고, 2차로 간 닭집에선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처럼 자면 예쁘기라도 할텐데, 그는 닭에 딸려나오는 무를 맨손으로 쥐고 우리의 입에 넣어 줬다. 나도 두개나 먹었는데, 지도교수님한테까지 무를 먹일 땐 좀 아니다 싶었다. 그밖에도 그는 약간의 만행을 계속 저질렀고, 동기들과 선배가 데리고 나가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는데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도 나중에 엎드려 잘 땐 귀여웠다. 나이가 들면서 술을 주량 끝까지 먹는 일이 줄어드는 건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난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탓이다. 하여간 난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글세. 별 실수는 안했는데? 무 좀 먹인 게 실수는 아니지.”

“무를 먹였어요? 아이고 참.”

한동안 그는 술을 잘 안 먹을 것 같다.


56번째: 친구들과

일시: 5월 2일(화)

마신 양: 주량의 72%


연남동 뒷골목, 이렇게 말하면 애매하니 ‘사러가 쇼핑센터’ 근처라고 하는 게 낫겠다. 이곳에는 화교들이 하는 중국집이 꽤 많다. 어느 곳을 들어가도 다 맛있다고 할 만한데, 개인적으로는 ‘산동’으로 시작하는-다섯 글자인데 상호를 까먹었다-중국집을 추천하고 싶다. 내 친구 표진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곳인데,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맛있으며, 특히 맛있는 건 유미짜장이다. 언젠가 할머니를 모시고 갔었는데 여간해서는 그런 말씀을 잘 안하시는 할머니가 “맛있다.”를 연발하셨다. 그날 같이 간 친구들도 맛있게 먹었기를 바란다.


쓰다 보니 내가 지난주 술을 단 두 번밖에 안 마셨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놀랄 일이다. 그 전 주에도 겨우 세 번. 최근의 상승세에 힘입어 5월 8일까지 겨우 56번이라니, 대단하지 않는가? 여기에 더해 운동까지 열심히 했으니, 얼굴이 갸름해졌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 것도 당연하다. 잘만 하면 올해를 100번 이하로 마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져 작년 이맘때는 몇 번이나 마셨는지 찾아봤다. 오, 오십두번... 올해는 작년보다 4번이 더 많다! 작년에 마신 게 165번인데 올해는 과연 몇 번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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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8 0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5-08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술 더 줄이셔야죠

다락방 2006-05-0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이 갸름해지셨으니 이제 몸짱의 길만 남은거네요. 조금더 줄이시고 조금 더 운동 하셔서 몸짱되세요. 헤헷 :)

비로그인 2006-05-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얼굴이 갸름해지신 것 같아요. 옆모습이라서 그런가?

2006-05-08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1 2006-05-08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얼굴이 좀 초췌해보이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그런데..고혈압에는 술이 나쁘진 않나요? 저희 아빠도 고혈압이셔서요.

Mephistopheles 2006-05-0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처럼 자면 예쁘기라도 할텐데,-
잠자는 숲속의 공주.....(잠자는 술집의 마태님)...

마태우스 2006-05-0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범님/아아 무슨 말씀이세요...저혼자 술일기 쓰니까 외로워요. 달밤님도 좀 쓰시다가 관두시고....
메피님/공주..는 아니구요, 저도 자는 모습은 혐오스럽습니다 ㅠ
모1님/술은 어디에나 나쁘죠. 만악의 근원이지만, 어떤 사람은 이익이 더 많다고 하죠. 저도 그중 하나^^
속삭이신 분/말씀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시군요, 좋은 일 하시느라. 저도 동참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를 찾아서님/운동으로 뺀 건데 그리 말씀하심 섭하삼^^
다락방님/몸짱은 틀렸어요. 뱃살은 왜이리 안빠지는지
하늘바람님/여기서 더요???? 넘하삼!
속삭이신 ㅇ님/저도 알게 모르게 많은 실수를 했어요. 실수 안하려 해도 그게 잘 안되죠. 하지만 제가 그래도 술자리를 지키는 건 실수하는 비율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기 때문이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해야죠...
 

 

 

 

 

 

일시: 4월 24일(월)

마신 양: 소주, 폭탄주, 소주


1) 여학생

전에도 얘기했지만 내 지도학생은 다섯명이다. 1인당 평균이 두명인데 내가 많은 이유는 남다른 지도능력을 인정 받아서,라는 것도 이미 얘기했다. 문제는 그들이 모두 남자라는 것. 난 사실 남학생이 더 편하지만, 학생들이 불만이었다.

“신입생 중 여학생을 뽑아 주세요. 우리도 여학생하고 지도모임 하고 싶어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지도 담당에게 부탁을 했다. 일은 잘 풀렸다.

“당신처럼 지도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면 여섯명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기대에 부풀었고, 미모가 기준이었겠지만, 영입할 후보 여학생의 이름까지 내게 가르쳐 줬다.


막상 분담지도 명단이 발표된 후 학생들은 심한 좌절에 빠졌다. 지도학생은 작년하고 변함이 없었다. 학생지도 담당에게 연락을 했다.

“아, 그거요? 학장님이 잘랐어요. 다 두명인데 다섯명도 많다면서....”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도학생 중 두명이 본4, 즉 내년에 졸업을 한다. 그리고 남은 학생 중 한명을 내보낼 생각이다. 물론 모일 때는 그 학생도 참석하는 거니, 일종의 위장전입이 되겠다. 그럼 두명이 남는다. 남다른 지도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니 세명을 하겠다는데 설마 반대하랴. 음하하핫.


2) 폭탄주

난 폭탄주를 절대로 돌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까운 양주를 왜 맥주와 섞어 마시며, 왜 강제로 먹인단 말인가. 하지만 가끔은 폭탄주를 돌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학생 하나가 내게 가정용 양주 한병을 선물한 것. 회와 양주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할 수 없이 맥주를 시켰고, 너무 독하지 않게 폭탄주를 만들어 ‘원하는 사람에 한해’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내 취지와는 달리 폭탄주는 순번에 따라 돌려졌는데, 원래 의도에 상관없이 왜곡된 문화가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는 마이크 무시나의 경구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3) 소주

소주 시장의 공룡은 뭐니뭐니 해도 참이슬이다. 두산에서 아무리 특별한 소주를 만들어내도 입맛에 길들여진 참이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최근 출시된 ‘처음처럼’ 역시 초창기의 점유율을 바꾸지 못했고, 내 주위 사람 중 처음처럼을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 또한 ‘처음처럼’이 쓰게 느껴져 쭉 참이슬만 시켜 왔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이 과연 소주맛을 아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잔 두 개에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한잔씩 따른 후 어느 게 참이슬이냐고 물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세명 모두 답을 틀려버린 것. 그 중 한명은 “처음처럼은 도저히 못먹겠더라.”며 참이슬을 열렬히 옹호한 사람이었다. 이번 지도학생 모임에서 그걸 다시 시도했다. 네명이 도전했고, 모두 틀렸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건 그러니까 브랜드를 마시는 것과 같다. 모르고 먹으면 괜찮을 텐데, 상표가 있으니 더 맛있게, 혹은 더 맛없게 느껴지는 거다. 그 사실은 옛날 펩시에서 눈을 가리고 맛있는 콜라를 고르도록 한 이벤트에서도 이미 증명된 것, 하지만 사실과 감정은 다르니만큼 앞으로도 난 쭉 참이슬을 마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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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04-2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에서 소주를 마셨는데..정말 순하더라구요.
브랜드가 뭐더라..ㅠ.ㅠ 전 참이슬도 쓰다고 느껴지는데..대구소주는 안그래요.^^
언제 대구 한번 오시죠?

Koni 2006-04-2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처음처럼'을 처음 마셔보았습니다. 술맛에 둔한 저는 뭐 괜찮던걸요.(더 순한가요?)

하늘바람 2006-04-2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참이슬 먹음 머리아프던데요

승주나무 2006-04-2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라산'을 적극 추천합니다. 자매품 '한라산 맑은소주'도 있어요^^

sooninara 2006-04-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 소주는 '참소주'네요. 금복주거래요^^

미래소년 2006-04-2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 선생님 친구 한 분이 두산에 다니시는데 지난 주 금요일(놀토 전^^) 학교로 홍보용 "처음처럼"을 100병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다른 한 분이 "오리고기"를 안주로 책임지시고..... ^^
(저는 골수 OB 팬이어서 그런지 무조건 "두산"이어야 좋던데요~)

야클 2006-04-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브로크백산에서 텐트치고 두가지 섞어서 '처음내린 참이슬처럼'을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요? 김혜수도 부르고. 이영애도 온다면 내치지는 말고. 난 자신있어.음하하^^

짱구아빠 2006-04-2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라는 정말 못 맞히더군요...그래도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는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슴다. 소주는 맛은 잘 모르겠고 도수가 1도라도 낮은 처음처럼을 주로 마시려 합니다.

비로그인 2006-04-2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은 C1을 많이 마셔요^^ 물론 저는 콜라랑 섞어 마시거나 아예 안마시지만.

하이드 2006-04-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은 C1 마산은 하이트소주~ 제주도는 한라산, 대구가면 대구에서 나는 그거그거 뭐더라 -_-a
저도 참이슬이 좋아요. 지금은 술 끊었지만 =3=3

Mephistopheles 2006-04-2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옛날 강원도 경월(현 두산소주)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다음날 아침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듯한 어마어마한 숙취.....!!

다락방 2006-04-2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이슬이 좋다고 부르짖지만 눈을 가린 상태로 따라 놓으면 구분할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브랜드를 마시는건가봐요.

oldhand 2006-04-2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해 소주 맛있습니다. 요새는 대표 브렌드가 "잎새주"더구만요. 얘는 근데 양이 작아요. 한병에 300ml 에요.

비로그인 2006-04-2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초콜렛은 눈감고 먹어도 어느 브랜드의 어떤 초콜렛인지 알아맞출 자신이 있습니다!

마태우스 2006-04-2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정말요? 와 대단한 미각이군요. 담에 뵙게되면 쵸코렛 잔뜩 준비해 가겠습니다!
올드핸드님/보해소주 저도 많이 먹어봤어요. 그거 호남 지방 술이죠? 전 사실 소주면 다 좋습니다. 그 지방에 가면 그곳 술을 마시죠
다락방님/에이...사실은 구별할 수 있으시죠??? 근데 겸손하신 거죠?^^
메피님/두개골에 금이가는,이란 표현 아주 멋지네요. 전 숙취 같은 건 잘 못느끼지만, 그게 좋은 소주를 먹은 덕분인가봐요
하이드님/술 끊은 거 맞습니까????? 하이트(혹시 화이트 아니어요?)도 저 많이 마셔봤어요. 한라산두요.
주드님/C1도 마셔본 기억이 나네요. ^^
짱구아빠님/사이다는 확실히 맛 차이가 나죠? 칠성이 진짜 맛있어요. 전 노상 그걸 마시죠
야클님/온다온다 해놓고 막상 기다리니 오지도 않고...혼자 텐트치고 노세요. 참이슬을 마시던지 말던지! 흥!
미래소년님/저도 두산 팬인데... 소주는 두산을 못먹겠더라구요. 맥주는 늘 라거를 먹었었죠.... 골수팬이 아니라서 그런가봐요. 100병이라...으음...
수니님/벌써 대구분이 다 된 것 같아요^^ 맞아요 대구는 참소주였죠!! 저도 마셔본 경험이 있지요.
승주나무님/그거...서울서 파나요??? 일단 접수! 오늘 한번 물어봐야겠다...
하늘바람님/참이슬은 한번도 제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았습다. 제 타입인가봐요^^
냐오님/아니 뭐 굳이 따지자면 쓰다는 거죠, 그것도 사실은 착각이구요^^
수니님/대구 한번 가야죠. 플라시보님과 수니나라님의 고장인 대구...^^


sayonara 2006-04-2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산에서 마셨던 "C1'소주가 좋았습니다
대전에서는 많은 분들이 한채영의 '맑을 린'을 마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걸핏하면 국민기업 운운했던 진로를 싫어한다는... -ㅗ-;;; )

기인 2006-04-3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술일기를 읽다가 참을 수 없어서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술 마시러 갑니다. -_-; 술마시러 가는것이 무슨 대수겠냐고 하시겠지만. 지금 저 자취방 열쇠를 잃어버린 관계로 문 열어 놓고 술 마시러 갑니다 ^^;;; 저는 녹두거리(아시려나;)에서 자취하는데 요즘 흉흉하다고 해서 노트북만 가방 메고 달리러 가보려고요;; 노트북 빼면 방에 책과 옷가지 뿐이라서 설마 무슨 일 있겠습니까;;;; 마태우스님 술 일기 화이팅!(아 화이팅 하면 안되는건가요?;;)

maverick 2006-05-0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크 무시나라는 사람이 진짜 있는겁니까? mlb 팬으로서 조크십니까?
헷갈립니다 ㅎㅎ ^^;

마태우스 2006-05-0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진짜 있긴 하지요. 님이 아시는 양키스 투수요^^
기인님/제가 님을 술로 인도한 죄, 크고도 넓습니다...반성하겠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마셔야겠죠^^
사요나라님/C1 저도 마셔봤어요. 정말 시원했던 기억이 나요. 글구 요즘 국민..어쩌고 하는 게 유행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