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 제1권 사실과 신화 중 제3부 신화를 읽고 있다. 

2장에서 보부아르는 몇 명의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태도를 분석한다. 

그중 첫번째, 몽테를랑에 관해 쓴 글을 보자.


여자는 단지 결핍이고 빈곤이며 부정성일 뿐이고 여자의 마법은 헛되다고 하면서, 어떻게 여자가 그렇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몽테를랑은 그것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단지 "사자가 모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오만하게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명백하다. 혼자 있을 때 자기가 최고라고 믿으며, 어떤 짐도 지지 않으려고 표 나지 않게 거절하면서 자기가 힘이 세다고 믿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몽테를랑은 쉬운 길을 택했다. 그는 쉽지 않은 가치들을 몹시 중하게 여긴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들에 손쉽게 도달하려고 한다. (...) 몽테를랑은 자기 이마에 과중한 것을 쓰고 자줏빛 의상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왕관이 색종이로 만들어졌고,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왕처럼 그가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 하나면 족할 것이다. 꿈속에서 물 위를 걷기, 그것은 실제로 지상의 길에서 걷는 것보다 덜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사자 몽테를랑이 심하게 겁을 먹고 여자인 모기를 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그는 현실의 시련을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 303쪽 


여기서 인용하는 몽테를랑의 작품 내용들을 보면 여성혐오가 엄청난데, 또 작품은 엄청 많은 듯. 이 사람 언제 사람이지? 하고 보니 1986~1972 라고 적혀 있다. 보부아르, 동시대 작가를 아주 대차게 깐 것이다. 아 시원하다 ㅋㅋㅋ

몽테를랑 책이 번역된 게 있나, 찾아보니 <소년들>이 있다. 작가 소개에는 "코르네유와 라신에 비견되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라고. 

엉 그런데 <소년들> 어디서 좋다고 했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서친님의 추천글이 있었다! 보부아르가 까는 여러 작품들에 이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여성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다른 작품으로 <젊은 처녀들>, <카스티유의 왕녀>, 심지어 <여성론>이 있다.. 



 














자, 계속 열심히 읽어 보자! 함께 읽는 분들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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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5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이 <소년들> 좋다고 했대요. 근데 이 작품도 보부아르가 언급은 안 했어도 여성주의 관점으론 대차게 깔 게 많기는 합니다. 소년들의 로맨스 혹은 우정 그 무엇 중심의 책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엄마(모성) 혐오 같은 게 엿보였던 거 같음.

페넬로페 2023-02-15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조금씩 읽자고 했지만 결국 다른 책에 밀리네요.
그냥 주욱 읽어야겠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왜 이리 새롭죠?ㅎㅎㅎ 몽테를랑 1896년생이고 1972년 돌아가셨군요. 동시대 작가를 깔 수 있다는 건 또 그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보고 분석한 것이겠죠? 괭님 읽기 계속 화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2-15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따라갈게요~!! 먼저 가세요!!

은오 2023-02-15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빨리 2권 읽고싶더라고요. 2권이 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ㅋㅋㅋㅋ 부지런히 읽어야지... ㅠㅠ

건수하 2023-02-16 09:47   좋아요 2 | URL
<페미니즘 철학 입문>에 1권이 잘 안 읽히면 2권부터 읽는 것도 괜찮다 라고 써 있었습니다 :)

은오 2023-02-16 12:11   좋아요 2 | URL
오오 정말요?! 역시 2권이 더 잘읽히는구나 ㅋㅋㅋ 하지만 어차피 둘 다 읽어야 할 거! 그냥 순서대로 읽겠습니다 😀 (맛없는 반찬 먼저 먹는 편)

책먼지 2023-02-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작년에 분명 이 책 읽었는데 왜 인용해주신 문장 처음 보는 것 같죠?(동공지진) 이 책 함께 읽기 하고 계시군요.. 중간중간 페이퍼들 올려주시면 날로 먹어야겠어요(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 안 되어 있음..)

바람돌이 2023-02-16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주경야독하는 기분입니다. 밤 9시쯤 돼야 책 펴고 있어요.
일단 먼저 가세요. 곧 따라가겠습니다. ㅠ.ㅠ
당대의 작가도 가차없이 까버리는 보부아르 멋지다입니다. ^^

단발머리 2023-02-27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찬걸로 하자면 역시 보부아르님 따라갈 사람이 없겠죠. 이제 <제2의 성> 리뷰도 속속 올라오는군요 ㅎㅎㅎ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from 리뷰 읽는 재미 들린 1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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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한 양의 책에 관해 띄엄띄엄 글을 써놓기도 했고, 내용을 총망라한 리뷰를 쓸 엄두는 나지 않아서 택한 방법.

총 16장의 각 장마다 내가 꼽은 한 문장..아니 단락을 옮겨 적어 보았다. 내게 인상적이어서 밑줄 그어 두었던 내용을 쭉 훑어보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작업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재미있었다. 읽으신 분들은 보면 딱 아, 이런 내용 있었지! 하며 즐거워하실 수도 있을 듯^^



1장 여왕의 거울


여성은 펜이 나타내는 자율성(주체성)을 부정당하기 때문에 문화로부터 (문화의 상징은 펜이니) 배제되는 한편 스스로 신비한 타자와 비타협적인 타자라는 양극단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는 이 타자를 숭배와 공포, 사랑과 혐오로 마주한다. 여성은 '유령, 악마, 천사, 요정, 마녀, 정령'으로서 남성 예술가와 미지의 것 사이를 중재하며, 동시에 남성 예술가에게 순수함을 가르치고 그의 타락을 지적한다.  - 99쪽 


2장 감염된 문장


심지어 표면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얌전하게 보이는 여성 작가들조차 대단히 독립적인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창조했으며, 이런 인물들은 작가나 작가의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가부장적 구조를 파괴하고자 한다. 물론 이 작가들은 자신들의 반항적 충동을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미치거나 괴물 같은 (소설이나 시 속에서 적절하게 벌을 받는) 여자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자아분열, 즉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을 수용하고자 하는 욕망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극화한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문학에 등장한 미친 여자가 남성 문학과 달리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적대자거나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친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 189쪽 


3장 동굴의 비유


배반당한 에우리디케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주디스 셰익스피어'처럼) '무덤 동굴'이라는 감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시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여성 예술가는 이시스와 에우리디케를 복원하면서 문학 유산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즉 가라앉은 대륙을 재정의하고 되찾는다.   - 223쪽 


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 - 오스틴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젠더와 장르


남성 상속자가 여자 형제들에게서 집을 빼앗는 『이성과 감성』을 비롯해, 남성에게만 세습되는 재산이 베넷의 딸들을 정략결혼으로 몰아가는 『오만과 편견』에 이르기까지, 제인 패어팩스가 부자 남편과 약혼하거나 가정교사가 되어야 하는 『에마』를 비롯해, 과부가 된 스미스 부인이 가난과 헛되이 싸워야 하는 『설득』에 이르기까지, 헨리 틸니가 열렬하게 공표하듯이, 오스틴은 독자들에게 영국의 관습과 법이 아내 살해는 막아주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나 아내가 아닌 여자에게는 최소한의 안전 이상은 제공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 280쪽 


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 요원들)


오스틴의 자아분열(상상력의 매혹과 그것이 비여성적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불안)은 (자신을 자유로운 주체로 경험하는 사춘기 이후에는 대상이라는 지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든 여성에게 고유한 딜레마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오스틴의 모든 여자 주인공들이 묻는 질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단지 타자로서만 성취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나의 에고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 320쪽 


6장 밀턴의 악령 - 가부장적 시와 여성 독자들


'만성 우월주의적'이고 교부적이며 신 이원론적인 교회의 품 안에서 성장한 예민한 여성 독자에게 『실낙원』같은 강력한 작품의 내용은, 숨어 있든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든, 상처를 줄 정도로 생생하다. 그런 여성들에게 신, 예수, 아담이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악마적으로 흉내내는 사탄, 이브, '죄'의 불경스러운 삼위일체는 18세기와 19세기에도 여성적 원칙을 역사적으로 박탈하고 격하시켰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예증한다.   - 378쪽 


7장 공포의 쌍둥이 - 메리 셸리의 괴물 이브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437쪽 


8장 반대로 보기 - 에밀리 브론테의 지옥의 바이블


여자의 타락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자아인 사탄에 대해 밀턴과 서구 문화의 주요 이야기를 반항적으로 뒤집어서 다시 말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브론테는 이 추락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추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추락하는 것이며, (종교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부터 추락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 추락한 것이다. 더욱이 추락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순수에서 경험으로 고통스러운 이행을 알려주는 것은 신의 상실이라기보다 사탄의 상실이다.  - 468쪽


9장 비밀스러운 마음의 상처 - 『교수』의 학생


이 작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여자가 그렇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하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때 정중하게 말하기', 소문 퍼뜨리기, 뒤에서 험담하기, 새롱거리기, 추파 던지기. 이 모든 것은 결국 노예의 특성, 즉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복종하지 않는 방식, 남자의 권력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으로 '괴물적인' 특성이며, 따라서 다시 한번 천사 같은 여자의 외관 뒤에 괴물-여자가 나타난다.  - 575쪽 


10장 자아와 영혼의 대화 - 평범한 제인의 여정


수많은 타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제인의 이야기는 감금과 탈출 이야기이자 확실한 여성 교양소설이다. 제인이 성숙한 자유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어린 시절의 감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때 부딪치는 여러 문제 - 억압(게이츠헤드에서), 굶주림(로우드에서), 광기(손필드에서), 추위(마시엔드에서)- 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모든 여성이 직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곤경의 징후다. 제인이 맞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로체스터가 아니라 그의 미친 아내 버사로, 제인과 버사의 대면이 이 책의 핵심 대결이고 만남이다.  - 601, 602쪽 


11장 굶주림의 기원, 『셜리』를 따라


브론테는 가장 고결한 가부장조차 기만적이고 모순되는 여성의 이미지, 즉 메리 케이브의 죽음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치명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메리 케이브는 하나의 상징, 즉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의 운명은 자멸적인 자기부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를 제시한다.  - 662쪽 


12장 루시 스노의 파묻힌 삶


비록 어떤 반가운 축하도 없고 풍성한 보상도 있을 수 없다 하더라도, 브론테는 『빌레트』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살아갈 의지를 빼앗긴 모든 여성을 위한 정직한 비가를 제공했다.   - 703쪽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 - 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엘리엇에게 의식의 타락 상태와 여성의 내밀한 상처는 자기혐오로 인한 무력감과 관련된 주제일 뿐 아니라 속박이기도 하다. 이런 자기혐오는 여성이 자신의 탁월성 때문에 (말하지는 않을지라도) 불가피하게 얻는 인식과 모순되는 가부장적인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803쪽 


14장 파괴의 전사 조지 엘리엇


엘리엇은 이 여성들을 통해 마치 남성 사회의 불의가 어떻게 부패한 사회질서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 여자에게 특별한 힘과 미덕, 특히 감정의 능력을 부여하는지 탐색하는 것 같다. 샬럿 브론테가 저항했던 모든 부정적 전형이 조지 엘리엇에 의해 미덕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855쪽 


15장 체념의 미학


의미심장하게도 『오로라 리』는 『제인 에어』가 멈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제인은 자신을 부인하는 삶을 살자는 존의 청을 거절하고 자기만족적인 세속의 낙원으로 들어간다. 브론테는 이 낙원을 상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오로라는 그녀 앞에 자신의 전 생애를 펼쳐놓는다. 오로라의 직업(시)은 그녀가 예언하듯 '나의 청춘의 악마'라고 말했던, 콧대 높은 '그것'과 관련된 과장된 자기 확대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제인의 자기주장이 정체성을 찾는 기나긴 투쟁의 산물이었다면, 오로라의 자기주장은 오래 지속될 정체성의 포기 또는 억압이 시작되는 선결 조건이다. 제인은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오로라는 자기 자신이 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 976쪽 


16장 흰옷을 입은 여자 - 에밀리 디킨슨의 진주 실


이 모든 시는 여성의 예술이 거의 필연적으로 비밀의 예술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예술은 '정체 모를 아버지'의 집 다락방에서 조용히 행해지는 정신의 피루엣이고, 깊은 바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생성되는 보석, 특히 거미가 눈에 띄지 않게 짜놓은 진주 실이다.   - 10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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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06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낙 방대한 책이라 각 장의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씩 모아놓고 보니 또 근사한 리뷰가 되네요^^*
참고 도서를 워낙 못 읽고 본서를 읽어서 이해하기 쉽진 않았지만~ㅎㅎ 그래도 저는 빌레트를 건져서 나름 보람찬 읽기였습니다. 괭님도 읽으면서 힘은 들어도 즐거운 시간이 되셨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2-07 12:11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도 참고도서를 별로 못 읽어서 아쉬웠어요. 빌레트!! 저도 빌레트 읽은 건 참 좋았습니다. 폭풍의 언덕 재독도요^^ 제인에어, 오만과 편견 재독 마치고 나면 조지 엘리엇도 한권 읽어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미미 2023-02-06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방법 괜찮네요! 책의 영향력, 어떤 위압감 때문에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어요. 좋았는데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숙제 안하고 넘긴 것처럼 찜찜한데 역시 영민하신 괭님~^^ 주옥같은 발췌문들입니다~♡

독서괭 2023-02-07 12: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미님. 위압감!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갈팡질팡.. 앞으로 벽돌책은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ㅎㅎ
주옥같다니, 칭찬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02-06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신한 리뷰... 좋은데요 ^^!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0 | URL
품만 들고 내 글은 없어서 리뷰라고 하기 좀 그렇지만요 ㅎㅎㅎ 감사해요 수하님^^

페넬로페 2023-02-06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방법 좋으네요~~
독서괭님 인용해주신 문장,
잘 읽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줄 친 부분이 많아서 뽑기가 힘들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2-06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고하면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참고가 되신다면 좋겠네요.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3-02-06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새롭고 신박한 방법 발견입니다. ㅎㅎ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스스로 정리하기 엄두가 안 날 때? 한번 써보세요 ㅋㅋ 감사합니당^^

단발머리 2023-02-06 16: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이 꼽아주신 잠언집이에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오 잠언집이라니, 멋진 말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님^^

책읽는나무 2023-02-07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져요^^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해용>ㅁ<

자목련 2023-02-09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벽돌책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정리 참 좋습니다. ‘다미여‘는 아니더라도 언급해주신 작가의 소설을 골라 읽어도 좋을 것같아요^^

독서괭 2023-02-09 15:16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정말, 저도 여러 서친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습니다^^;; 나온 작가들 책을 많이 읽고 나서 읽으면 지금의 200% 이해가능 할 것 같아,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페크pek0501 2023-02-0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 쪽이 넘는 책의 리뷰를 쓰시다니 큰 일을 하셨습니다.
저도 방대한 분량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님의 리뷰 방식으로 써 보고 싶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사기 전에 리뷰를 볼 때 어떤 글들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거든요.
이 리뷰는 프린트를 해서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음미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9 15:18   좋아요 2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천쪽이 넘는 책을 완독한 게 얼마만인지;;; 뭔가 남기고는 싶은데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니 기쁘네요^^ 완전히 흡수를 못했지만 좋았던 책들의 경우, 이렇게라도 남겨두면 좋을 듯 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기에 정신이 팔려, 오랫동안 미뤄두고 있었던 <워드슬럿>을 다시 폈다.

느낌상으로는 많이 읽은 것 같았는데, 이제 겨우 3장이라니? 

3장, "흠......네 말이 맞아." 남성들은 결코 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이 장은 통째로 옮기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통쾌했다. 

장의 제목에 나타나듯, 이 장에서는 남성들과 여성들 사이의 대화의 차이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통해, 여성들의 말하는 방식을 폄하하는 남성사회의 편견을 논박한다.

 


영어 발화 방식 가운데 가장 흔히 오해받는 것은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 즉 남성이 없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말하는 방식이다. '걸 토크'에 대한 생각은 문화 전반에 걸친 가정, 즉 여성들이 더 감정적이고,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이 적으며, 립글로스나 카다시안 일가같이 소위 경박한 주제에 자연적으로 끌리기 마련이라는 가정에 의한 것이다. '걸 토크'는 여성들이 서로 이야기할 때 기본적으로 뇌가 비어 있다고 가정한다. 모든 여성이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는 전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재판 중간에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도 '걸 토크'로 칠 수 있는 걸까?   - 104쪽 


여성들의 이야기는 '가십'이라는 말로 폄하된다. 그러나 가십은 남성들 사이에도 빈번히 일어나며, 이는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요소라는 것. 그 예시로, 도널드 트럼프와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의 전 호스트 빌리 부시가 2005년 연예인인 낸시 오델의 등 뒤에서 벌였던 대화의 녹음본을 제시한다 ㅋㅋㅋ 이 대화 예시가 실려 있지만 너무 내용이 더러우므로 옮기지 않는다. 이 책 (108, 109쪽)을 보시거나,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되겠다.  



'라커룸 농담'은 그저 가십의 조금 더 남자처럼 들리는 버전이다. 데버라 캐머런이 말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친목을 다지는 행위인 것이다. (110쪽) 여성혐오적인 언사의 목적은 일종의 유대를 만드는 의례인 것이다.(111쪽) 이때 큰 문제는 그들의 언설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여성들을 향한 성적 공격이 교환됨으로써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화된다는 게 문제다.(130쪽) 


위 대화에서 트럼프는 자신을 과시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여자를 꼬시려다 실패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혐오가 섞인 허위.과장의 언어를 구사하는데, 이는 타자를 배제하고 소외시킴으로써 '우리'끼리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은밀하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말을 나누는 관계로서 친목을 다지는 것. 그러나 여성들 사이의 유대는 이런 식으로는 형성될 수 없다고 한다. 여성들은 허구를 바탕으로 유대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들이 자주 쓰는 언어의 기술들에 대한 오해를 타파한다.

일단 여성과 남성의 대화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남자 대 남자가 대화하는 구술 기록을 몇백 개 분석하고 나면, 누가 지배적인 화자인지 알게 된다. 상황에 종속된 이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이는 수직적 구조다. 그러나 여성들은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모두가 평등한 플레이어인 셈이다. 남성들이 대화를 개인의 성취를 겨루는 경기장으로 활용하면서 위계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반해서, 여성들은 다른 화자의 말을 지지하고 연대를 구축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서로가 한 말을 점진적으로 쌓아 올린다.   - 106쪽 

여성들은 다른 대화 참여자를 대화의 장 안에 올려 주고 흐름이 계속되도록 한다.(119쪽) 여성들의 대화는 차례를 번갈아 맡는 구조, 코츠가 음악에서 잼 세션(jam session, 즉흥 연주)에 비견하는 방식의 구조를 띤다.(119쪽) 

이런 잼 세션 구조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사실상 코츠는 남성의 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가운데 위계 구조의 유지를 돕는 특징으로 번갈아 하는 독백을 꼽았다. (...)이는 '전문가 흉내 내기' 혹은 특정 주제에 대한 개인의 지식을 전시하는 방식이다. (...) 이런 이유로 남성들은 여성의 잼 세션 방식의 대화 겹치기를 무례한 침입으로 해석한다.  (119,120쪽) 


여성의 대화를 재즈 연주에 비유한 것이 아주 흥미롭다. 이런 방식의 여성 사이 대화를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이걸 보면 딱 느낌 오실 것. 




남자들의 대화에서 지배구조를 찾을 수 있다는 말, 남자들은 독백을 번갈아 하고 침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들은 위와 같은 여자들의 끼어들고 겹치기 방식의 대화를 무례한 침입으로 여긴다는 것 너무 공감간다. 한동안 나는 남편과의 대화에 엄청난 불만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전문가 방식의 독백' 말이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고 재미 없었다. 이게 대화인가, 강의인가? 싶었던 것이다. 같은 주제- 예를 들어 정치나 경제 - 에 관해 이야기 해도 여성동료들과 이야기할 때랑은 느낌이 너무 달랐다. 근데 뭔가 지적하기도 애매하고, 그냥 입을 다물었는데, 그러다보니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그렇게 파국으로..응? 아니고, 다행히 ㅋㅋ 한번 펑 터진 후로 훨씬 낫다. 남편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둘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들의 대화방식이란 걸 한번에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니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어린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훨씬 친밀하고 감정적인 유대가 오고가고 언어 역시 여자아이들 사이와 유사하다는 것. 결국 가부장제 사회가 변화하면 남자들의 언어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여성들이 많이 쓰는 '헤징hedging'이라고 불리는 기술: '있지just, 그치you know, 음well, 그래서so, 내 말은I mean, 그런 거 같아I feel like' 등의 사용이 있다.(112쪽)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신감이 결여된 인상을 준다고 여기지만, 사실 여성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이런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매끄럽고, 개방적이며, 듣는 사람의 관점을 초대하고, 다른 관점이 끼어들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114쪽) 오,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특별히 그런 의식 없이 그냥 습관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여자들이 통상 대화에서 위 언어들을 많이 쓰는 것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제 사흘째 목표치(하루 25~30쪽)를 달성하고 있는 <제2의 성>이다. 처음에는 25쪽 정도야 뭐 쉽지! 했는데 빽빽한 편집으로 인해 쉽지 않다. 일반책 50쪽 읽는 느낌이다;; 

그러나.



어떤 여자도 자신을 기만하지 않고서는 성性을 무시한 채 자신이 누구라고 주장할 수 없다. (...)

만일 암컷 기능으로 여자를 정의하는 게 불충분하고 우리가 '영원한 여성'으로 여자를 설명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렇지만 우리가 지상에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잠정적으로라도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는 질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여자란 무엇인가?  - 27쪽 

우리가 채택한 관점은 실존주의 윤리의 관점이다. 즉, 모든 주체는 계획을 통해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초월로 확립한다. 그는 다른 자유들을 향한 영속적인 초월에 의해서만 자신의 자유를 완성시킨다. (...) 초월이 내재 상태로 떨어질 때마다 존재는 '즉자卽自' 상태로 퇴보하고, 자유는 사실성(사물의 상태)으로 타락한다. 만일 이 전락이 주체에 의해 동의된 것이라면 도덕적 과실이고, 주체에게 강요된 것이라면 박탈감과 억압의 형태를 띤다. (...) 여자도 모든 인간처럼 자율적인 자유이면서 남자들이 타자로서 살도록 강요하는 세계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여자의 비극은 자기 자신을 언제나 본질적인 것으로 확립하려는 모든 주체의 기본적인 주장과, 여자를 비본질적인 것으로 구성하려는 상황의 요구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에 있다. 이러한 여성 조건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 42쪽 



이렇게 유려하게 제기되는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은 책에, 어떻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에. 보부아르 천재 맞나보다. 이제 고작 90쪽 정도 읽었지만, 질문을 던지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기존의 이론들- 생물(리)학, 정신분석학, 유물사관론 - 이 제시한 여성의 종속에 관한 이론들은 차근차근 까는 논리전개는, 눈부신 지성을 보여준다. 

밑줄 그어둔 부분이 너무 많지만, 특히 <워드 슬럿>과 관련하여 <제2의 성>에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은 아래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사실 상태에서 논거를 끌어낸다. 버나드 쇼의 재담이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요지는 "미국 백인은 흑인을 구두닦이의 지위에 보내놓고 흑인을 구두 닦는 데만 쓸모 있다고 결론짓는다"는 것이다. (...)

'하다'라는 것은 '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드러나는 것처럼 되었다라는 의미다. 그렇다, 오늘날 여성들은 총체적으로 남자들에 비해 열등하다. 즉, 여자들의 상황이 여자들에게 가장 적은 가능성만을 열어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영속적이어야만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37쪽


<워드 슬럿>에는 여성혐오를 담고있는 단어가 과거에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였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어떻게 언어가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여 변화하는가를 많은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버나드 쇼의 말처럼, 현상을 가지고 이유를 도출하는 방식의 논증은 비합리적이지만, 실상 널리 통용된다. 여성들이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걸 보면 여성들은 업무상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하거나, 출산 후 여성들의 업무능력이 저하되는 걸 보면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관한 욕구는 남성보다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한다거나. 은연중에 많은 편견이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흑인은 게으르다는 명제,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명제 - 실제로 흑인이 백인에 비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그렇다고 관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현상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과정(역사)에 관한 고찰이 없이 흑인과 여성이 '본래' 그러하다고 존재론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명백히 비약이다.  


<제2의 성>을 읽으면서 <가부장제의 창조>가 많이 생각났다. <제2의 성>의 엄청난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다. <가부장제의 창조>도 나중에 재독하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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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03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읽을 때 한달 내 읽느라 거의 매일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참 좋습니다. 제가 여성주의 책을 아직 몇 권 읽지는 못했지만 <제2의 성>과 <가부장제의 창조>가 최고거든요~ 맥락이 이어져서인 것 같습니다. 둘 다 재독하고 싶은 책들이에요.
워드슬럿, 여성간의 대화법 흥미롭습니다^^

독서괭 2023-02-06 12:16   좋아요 1 | URL
오오 한달 동안 들고 다니며 읽으시다니. 역시 그 정도는 해야 완독 가능한 책인가요! ㅎㅎ 저는 오늘은 아침독서에서 목표량을 채웠기에 안 들고 왔습니다. 오예~
화가님이 꼽으신 최고의 두권 중 한권을 읽었고 나머지도 읽고 있는 중이라 뿌듯하네요.
워드슬럿 재밌는 책입니다. 화가님 감사해요^^

잠자냥 2023-02-03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 저도 놀랬어요. 이제 겨우 3장이라니? 느낌상으로는 괭님이 많이 읽은 것 같았는데........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6 12:1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잠자냥님도? 한참 전에 1,2장 읽고 글 올린 적 있어서 그런가봐요. 그 사이 다락방미친여자 읽느라 완전 뒤로 밀려났던 워드 슬럿... ㅠㅠ

햇살과함께 2023-02-03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 <여성, 인종, 계급> 뒷면 속지에 나온 아르떼 페미니즘 시리즈에 있던데 독서괭님 읽고 계시군요!
<가부장제의 창조> 재독도 꾸려주세요! 저도 좀 따라 읽게요^^


독서괭 2023-02-06 12:18   좋아요 1 | URL
오 아르떼 페미니즘 시리즈 중 하나군요. 작가가 위트가 있어서 재미납니다.
<가부장제의 창조>는 작년에 읽었기 땜에 재독하기에는 너무 이르네요 ㅎㅎㅎ 햇살님께서 따로 꾸려보시는 건 어떨지요!!^^

책읽는나무 2023-02-03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3 장!!!! 심오합니다^^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2의 성!!! 완독으로~
파이팅입니다.
눈 운동도 열심히 하시구요!!!^^

독서괭 2023-02-06 12:19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꼭 읽어보셔요. 재미납니다^^
제2의 성 진짜 너무 빽뺵해서 볼 때마다 놀라는데 ㅋㅋㅋㅋㅋ 그래도 글을 잘 써서 재밌네요. 밑줄 엄청 긋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3-02-04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드슬릿도 읽고 싶고, 제2의 성도 읽어야 하고.... ㅎㅎ 저는 어려운 책 2권 한꺼번에 못읽으므로(사실은 거의 무조건 다른 책을 같이 읽는거 잘 못해요. ) 일단 2월의 책 먼저 읽겟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독서괭님의 글들을 읽으면 저의 든든한 자양분을 마련하겠네요. ^^

독서괭 2023-02-06 12:19   좋아요 2 | URL
오 바람돌이님은 한번에 한권, 집중해서 읽으시는군요. 저도 어려운 책 2권은 한번에 못 읽겠더라고요;; 그래서 병행하는 책은 주로 소설입니다^^; 2월의 책 쭉쭉 읽으시고 제2의 성도 쭉쭉!! 화이팅입니다^^

은오 2023-02-04 05: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자가 최고다... 이 말 안통하는 무례한 족속들... 이대남들 보면 나 죽기 전까지 내 또래남들은 안 변할 것 같은데, 지금은 또 대화 스킬도 스킬이지만 어릴 때부터 인방 유튜브 게임하면서 여혐에 젖어 있는 어린 남자애들이 얼마나 좋은 방향으로 바뀔지도 모르겠고 조금 답답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워드 슬럿 재밌어보여요!

독서괭 2023-02-06 12:22   좋아요 1 | URL
최근 부모들이 성평등 교육에 노력을 많이 하기도 하는데, 초고~중등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비중을 넓히는 또래문화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유튜브 너무 문제예요 ㅠㅠ 그게 멋있는 줄 알고.. ㅠㅠ 잘못된 또래문화에 휩쓸리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 워드 슬럿 재밌습니다 은오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2-04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남자 연예인들 단톡방 사건 생각난다 ㅋㅋㅋ 진짜 남자들 대화 개별로 ㅋㅋㅋ ㅋㅋㅋ

독서괭 2023-02-06 12:23   좋아요 1 | URL
어휴 그건 진짜 너무.. 더럽.. ㅠㅠ 성격은 다른데 전문가 독백형 대화도 너무 별로죠? 여자들과 잘 어울리는 남자들 보면 여자들의 대화법에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2-09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두 권짜리를 완독했던 제 젊은날이 떠오르는군요.
그때 읽지 않았더라면 궁금해 죽을 뻔...^^

독서괭 2023-02-09 15:15   좋아요 1 | URL
페크님, 일찌감치 이미 읽으셨군요!! 저도 읽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명성이 자자한 고전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건수하 2023-02-16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2의 성> 의 어느 부분 읽으며 이 문제의식이 <가부장제의 창조>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잘
이어지는군요 ^^
 

2023년에는 책을 사지 않겠다! 라는 독서괭의 원대한 결심. 그리고 보름... 

원래 있던 아이들 책이라는 예외에다가 예외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으니,

이미 가지고 있던 책을 새 판본으로 바꾸어 소장하려는 경우! 였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휴머니스트판 <폭풍의 언덕>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민음사판 <제인에어>와 <오만과 편견>도 판본갈이(?)의 대상이 되었고요.. 

아름답지 않습니까? 역시 이왕이면 예쁜 책이 좋다! 

<폭풍의 언덕>은 민음사판으로 이미 재독을 해버렸기에 얌전히 꽂아두었고, 

<제인 에어>는 지금 절반쯤 읽었는데 첫장 비문인지 오타인지 그거 외에는 괜찮게 읽고 있고요 

<오만과 편견>은 다음 타자로 순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산책: 3권

















그리고 산 커피와 굿즈들

드립백 아리차는 그동안 사먹어본 알라딘 드립백 중에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어린왕자 스탠드 펜꽂이는 생각보다 작고, 색깔도 좀.. 애들 같달까요. 그래서 마침 산 첫째 책상에 두니 딱입니다. 

형광펜은 <제2의 성> 읽기 준비용ㅋ 이제 읽기 시작하여 사용중인데, 제가 산 것은 민트색. 색이 은은하여 마음에 듭니다.












예외: 아이들 책


이번 달에는 전집 대여하기도 하고 얻은 책들도 많아서 산 책은 두권 뿐. 

<집에 있는 부엉이>는 만3세 둘째의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개그코드가 맞아... 

















읽은 책: 8권


어떻게 8권을 읽었네요. 그중 3권은 오디오북이지만. 

<토지>11, 12권. 토지는 이대로 쭉 완독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폭풍의 언덕> 재독- 리뷰를 썼습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도 리뷰를 썼습니다.. 

<영어로 읽는 세계명작- 제인에어>는 제인에어가 너무 읽고 싶은 나머지 책 오기 전에 미리 영어공부 겸 들은 축약본. 아이들용으로 축약해 놓은 거라 무척 쉽고, 제일 중요한 제인에어의 고민이나 감정 변화 등은 당연히 안 나옵니다. 근데 그래도 재밌음. 역시 샬럿 브론테 천재..? 

<프랑켄슈타인>- 제가 읽은 판본은 리커버 특별판이라 뜨질 않아서, 보니 제일 최근에 나온 게 문예출판사판이라 넣었습니다. 표지가 무지 화려하네요. 핫핑크라니!! 예쁘긴 한데 프랑켄슈타인의 음울함이랑 좀 안 어울린다.. 

<가치 있는 삶> - 리뷰를 썼습니다. 재독하고 싶은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 - 이번 달의 큰 수확!! 말 그대로 '큰' 수확! ㅋㅋㅋ 완독해낸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우하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에 읽은 <제2의 성>- 밑줄 투성이!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편 <워드 슬럿>이 너무 재미있어서 공유하고 싶은데, 길어져서 이만 마쳐야겠네요.

2월의 독서도 즐겁게 누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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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02 14: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보세요들, 요즘 북플 보니까 2023년 12월 같아요......잉 다들 정리ㅋㅋㅋ

단발머리 2023-02-02 14:1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 차례에요 ㅋㅋㅋㅋ전 유부만두님이 시작하신걸로 아는데 ㅋㅋㅋㅋ 얼른 글 쓰러 가시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2 14:33   좋아요 1 | URL
원래 월말 정리 많이들 하시지 않았었나요? 잠자냥님도 하시지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02-02 14:59   좋아요 3 | URL
월말정산이에요. 늦어지면 하루에 한 권씩 이자 붙어요.

단발머리 2023-02-02 15: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알라딘 공지로 올리셔야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 책 많이 읽으셔서 이자 많이 붙으실 분들이여 ㅋㅋㅋ

독서괭 2023-02-03 12:30   좋아요 0 | URL
하루 한권 이자라니 ㅋㅋㅋㅋ 고금리 시대에 딱이군요! ㅋㅋ

단발머리 2023-02-0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들은 몰라도 ㅋㅋㅋㅋ 아, 폭풍의 언덕은 진짜 소장각이네요!! 😍😍😍

독서괭 2023-02-02 14:33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진짜 실물은 몸체가 파랑이라 더 예뻐요!!😍

단발머리 2023-02-02 14:34   좋아요 1 | URL
이를 어쩌나 ㅋㅋㅋㅋ 저 파랑색 좋아해요!! 🤣🤣🤣

공쟝쟝 2023-02-02 23:32   좋아요 1 | URL
저도 가져야겠어요…

독서괭 2023-02-03 12:31   좋아요 0 | URL
놓치지 않을 거예요!!

잠자냥 2023-02-02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부엉이가 궁금하네요. 둘째의 유머 취향이 왠지 저랑 맞을 거 같아서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2 14:34   좋아요 3 | URL
ㅋㅋㅋ 이 책에 나온 여러 편의 이야기 다 좋아하지만 둘째가 제일 좋아하는 게 하나 있고요,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이야기는 따로 있습니다. 제목이 무려 “눈물차”…

레삭매냐 2023-02-02 14: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렬한 표지 갈이의 유혹이란
증맬루.

계속해서 좋아 보이는 책들이
나오니, 읽은 책임에도 손구
락이 근질거림을 참을 수가
없다는.

집에 있는 붱이, 도쇼깡
에 가면 한 번 빌려다
봐야지 싶습니다.

독서괭 2023-02-03 12:32   좋아요 0 | URL
표지갈이의 유혹 ㅋㅋ 정말 그렇습니다.
아주 예쁜 옷 갈아입고, 심지어 번역까지 더 좋다면?
어차피 소장할 건데, 이왕이면 더 좋은 걸로? 하는 생각이^^
집에 있는 부엉이에 의외로 관심들을 가지시네요 ㅎㅎ 빌려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2-02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 표지는 진짜 내용과 뭔가 동떨어진 느낌의 화려함인데요?ㅎㅎㅎ
무엇보다 <다미여>를 읽어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려주실 <제2의 성> 관련한 이야기가 기다려져요^^ 2월 독서도 즐겁게 하시길!

독서괭 2023-02-03 12:32   좋아요 1 | URL
그쵸..? 프랑켄슈타인, 그냥 읽어도 음울하지만 다미여 해설 읽으니 더 그렇던데 ㅋㅋ
다미여 완독 축하 감사드립니다 화가님^^
제2의 성 꼭 꾸준히 읽고 정리도 해보겠습니다. 화가님의 2월 즐독도 응원해요^^

페넬로페 2023-02-02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도 계속 책소비 자제해야 해요.
사 놓은 책을 거의 읽지 못했어요~~
아리차 커피가 어떤 맛일지 궁금한데요
가치 있는 삶도 읽고 싶네요^^

독서괭 2023-02-03 12:33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저도요 ㅠㅠ 자제자제자제!
못 읽은 책들 모아둔 책장(앞뒤로 꽉꽉 채운)을 바라보며 오늘도 참아봅니다..
저는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취향이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가치 있는 삶도 읽어보세요. 추천입니다^^

새파랑 2023-02-02 2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외가 너무 많습니다~!!
기왕 이런게 된거 책구매는 월 10권으로 올리시지요 ^^

독서괭 2023-02-03 12:34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예외 딱 3개밖에 안 된다구요~ ㅋㅋㅋㅋ
책 영업사원 같은 새파랑님 댓글, 오늘도 흔들리지 않는 독서괭! ㅋㅋ (사실 흔들리는 중..)

바람돌이 2023-02-03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휴머니스트판 폭풍의 언덕은 저도 있지롱요. ㅎㅎ 어린왕자 스텐드 펜꽂이 저는 완전 좋던데 딱 하나 색깔이 좀 쨍한 원색이었으면 좋겠다는요. 색깔이 너무 임팩트가 없어요. ㅎㅎ
어쩐지 앞으로 계속 예외가 생길거 같은 느낌은 저만 받는걸까요? ㅎㅎ

독서괭 2023-02-03 12:35   좋아요 0 | URL
흐흐 가지고 계신 바람돌이님. 진짜 책 예쁘지 않나요?(흐뭇)
어린왕자 펜꽂이 저는 조금 더 큰 걸 기대했나봐요. 색깔이 좀 애매하죠? 다행히 첫째가 맘에 들어해서 ㅋㅋ
바람돌이님만의 느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러다 매달 예외 하나씩 추가하는 거 아닌지.. -ㅁ-;;;

은오 2023-02-03 0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가된 예외가 너무 어이없고 웃겨요 괭님 ㅠㅋㅋㅋㅋㅋ사실 안 읽은 책 사는 것보다 이미 읽은 책 다른 판본으로 또 사는게 더 덧없는 소비인데ㅋㅋㅋㅋㅋ근데 예쁜거 참기 힘들죠... 괭님의 예외조항을 응원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추가될 것을 예감하며...

독서괭 2023-02-03 12:37   좋아요 1 | URL
덧없는 소비 ㅋㅋㅋㅋㅋㅋ 은오님, 그것은 저의 책사기 자제의 이유 때문입니다. 책장이 많지 않아서 책 둘 공간이 없다는 게 이유인데, 다른 판본으로 사면 구판은 처분할 것이기 때문에!! 공간차지는 똑같다는!! 그런 합리화에서 선택한 예외입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더이상의 예외는 안 되겠지요.. 그치요.. ㅠㅠ
 















<토지> 11, 12권에 걸쳐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역시 봉순이의 말로다. 

오랜만에 등장한 주갑의 모습을 보며, 문득 주갑과 봉순이 몹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명창의 자질을 타고났다. 봉순은 어릴 때부터 즐겨 노래를 부르고 사당패들의 공연을 따라하곤 했는데, 엄마 봉순네를 비롯한 어른들이 저러다 사당패 되거나 기생 될 거라며 걱정을 했더랬다. 땅속에 묻힌 봉순네가 가슴을 칠 일이지만, 그 말대로 봉순이는 기생이 되었다. 주갑 역시 어릴 적 명창이 되겠다는 말을 들었으나, 먹고 살 일이 바빠 그 길로 나설 수 없었던 아쉬움을 품고 있다. 

둘은 역마살을 타고났다. 봉순은 기생이 된 후 한곳에 자리잡지 못하고 계속 떠돈다. 남자들 시선을 빼앗도록 타고난 요염함, 거기에 명창의 자질까지 있어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만, 진득이 붙어있지 못하는 성미와 욕심 없는 마음 때문에 명기도 명창도 되지 못한 채 떠돌다가 기생으로서 너무 많은 나이가 되어 버린다(30대?). 주갑 역시 가정을 이루거나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떠돈다. 전라도 출신인 그는 간도에 와서 돌아다니다 용이를 만나 용정에 잠시 머물지만 우연히 만난 한의사를 따라 떠돌다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또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주갑이 봉순이를 보고 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하지만 그들이 간 길은 너무 달랐다. 

주갑은 떠돌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명창의 소질을 살려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은 주갑의 노래를 들으며 '어쩌면 저렇게 고귀한 것이 저 사람 안에 있을까'라거나, '한마리 학 같다'라며 감탄한다. 그는 창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으나 이미 명창이고, 온 나라 발 닿는 땅이 그의 무대였다.

그러나 봉순이는 어떤가? 주갑이 냇가에서 멋드러지게 노래하는 모습을 봤을 때도 봉순이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녀는 길가에서, 주막에서, 아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지 않는다. 기생은 돈을 받고 노래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여자가 아무데서나 노래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던 게 아닐까 싶다. 


이들이 타고난 '기질'은 중요한 부분에서 이렇게 유사하다.

그러나 봉순이가 기질을 살릴 수 없었던 것은 성별 때문이었다. 여자는 결혼하지 않고 기생도 되지 않은 채 발 닿는 대로 떠돌면서 살 수 없었다. 그녀가 택할 수 있는 길에 주갑이가 간 길은 없었다. 그나마 타고난 소질을 살리기 위해 기생이 되기를 택했지만, 그녀는 늘 '관계'에 덜미를 잡혔다. 봉순이가 타고난 다정한 성정 탓도 있지만, '관계'가 주갑의 덜미를 잡지 않고 봉순이의 덜미만을 잡은 것은 그들의 성별 차 때문이다. 이 시대 남자들은 결혼하고도 마음대로 집을 떠나 돌아다닐 수 있었다. 홍이가 아버지 용이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만주로 갈까 말까 고민할 때,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홍이의 아내 보현에게 오라비인 범석은 "가장이 한다면 하는 거지 바깥일에 간섭하는 거 아니다" 따위의 말을 한다. 그런 시대였다. 

봉순은 봉순네가 죽은 후 최참판댁을 떠날 수 있었다. 묶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든 훌쩍 가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봉순이는 서희와의 관계 때문에 주저앉았다. 기생이 된 후 그녀는 어떤 못난 양반과 잠시 살다가, 서울에 가서 서의돈과 관계를 맺는데, 딱히 사랑할 만한 인물이 아님에도 그를 받아주고 위로해주는 봉순이. 이어 이상현의 방황하는 시기에도 따뜻한 위안이 되어 주는 봉순이.. 아.. 정말 안타까워 죽겠다. 결국 또 그 관계에서 생긴 아이가 봉순의 덜미를 잡는다. 기생답게 남자들 주머니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그들을 대했지만 결국 그들은 봉순이를 기생으로밖에 보지 않았다. 타고난 기질과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 파멸하는 봉순이가 만일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키츠가 자신의 소네트에서 시가 모든 곳, 즉 자연의 모든 것에 있듯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건강함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적어도 자신이 창조의 주인이라는 남성적 확신 때문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모드/로세티는 자신을 연약하고 허영심만 가득한 여자로 보았고,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고통받은 하인으로 여겼다. - 939쪽 


<다락방의 미친 여자> 15, 16장에서 다루는 여성 시인과 남성 시인 사이의 분명한 태도 차이는 인상적이었다. 엘리자베스 배넛 브라우닝, 크리스티나 로세티, 에밀리 디킨슨처럼 자신의 재능을 분명히 인식한 사람들도 여성으로서의 한계, 모순, 분열에 부딪혀 예술 속에 왜곡된 자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왜 휘트먼처럼 당당하게 "나는 나를 찬양하고 나를 노래하노라"라고 외치지 못하는가.(근데 너무 밥맛이지 않나..) 봉순이는 관계에 얽매여있다가 관계가 끝나면(남자가 떠나면) 떠나고, 다시 관계에 얽매이는 걸 반복한다. 그런 그녀는 결코 명창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야망도 꿈도 없고 그저 자신을 내어주기만 해서는. 



<제인 에어>를 절반 정도 읽었다. 번역 오류나 비문은 그 뒤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오타는 하나 있었던 듯.

다시 읽는 제인 에어는 새로운 느낌이다. 제인 에어가 타고난 기질 - 호기심에 차 있고, 부당한 것에 굴복하지 않고, 따져 물으려 하는-  에 대해 게이츠헤드는 감금으로 벌한다. 감금 상태를 벗어나 로우드 기숙학교에 들어간 제인 에어에게 보다 부드럽고 완곡한 방식의 구슬림으로 그녀를 '정숙한 숙녀'를 키워내려는 시도가 시작된다. 그러나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랐던 템플 선생님이 결혼하여 떠나자, 감춰온 그녀의 기질은 다시 고개를 든다.



그때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렸음을 깨달았다. 생각에 잠긴 사이 내 정신은 템플 선생님께 빌려 온 것을 모조리 버렸다. 아니, 오히려 템플 선생님이 떠나면서 그녀 옆에서 느꼈던 차분한 분위기까지 사라졌다는 게 맞는 말이다. 이제 나는 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예전의 감정이 꿈틀대는 느낌이었다. (...) 몇 년 동안 로우드가 내 세계였고, 그곳의 규율과 체제가 내 경험의 전부였다. 이제 나는 진짜 세상은 넓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희망과 공포에 찬, 감정과 흥분으로 들끓는 다채로운 삶의 현장이 그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위험 속에서 진정한 삶의 지식을 찾아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억해 냈다.  - 121쪽 


그렇게 안정되고 편안한 로우드에서의 선생으로서의 생활(학생이었다가 후에 선생이 됨)을 등지고, 홀로 결단을 내려 광고를 내고 가정교사 일을 찾아 손필드 저택으로 가는 제인 에어의 모습을 보며, (그리고 아직 읽지 않았지만 알고 있듯이 변화를 일으키는 그녀의 선택들을 생각하면) <가치 있는 삶>에서 마리 루티가 말하는 삶의 모습을 실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자아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한 실천적 선택들이 모여서 창조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새롭고 무한한 실존적 가능성을 성취해 낼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결국, 구성되어 있던 것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이상에 부합하는 선택을 반복적으로 내리다 보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삶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 P236


 우리는 불안이 삶에 침투하도록 내버려 두면 큰일이 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삶에서 "균형"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더욱 사회와 동떨어지고, 삶은 더욱 단조롭고 지루해진다. 실존적 균형이라는 이상을 추구할수록 우리의 기질은 더욱 억제된다. - P249


 결과적으로 실존적 투쟁에 어떤 "요점"이 있다면, 사회가 제공하는 명쾌한 해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해답은 우리를 기만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그 의미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의미 있는 삶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 P253



한편, 손필드에서 드디어 등장한 로체스터. 그의 어린 가정교사 꼬시기가 시작되는데... 하... 아직은 탄탄한 중년 사내, 부유하고 지위 높고 경험 많은 남자가 젊음 빼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미모조차) 경험도 없으며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아는 여자를 유혹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은근슬쩍 자신의 젊은 날 잘못을 고백하면서 연민을 자극하고 그러면서도 진짜 중요한 잘못은 숨기는 교활함이라니. 



"(...) 내가 좀 더 굳건했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그랬기를 신이 얼마나 바라는지 알고 있소! 에어 양, 유혹에 빠져 잘못을 저지르면 끔찍한 후회가 밀려든다오. 후회는 인생의 독이오."

"참회가 인생의 치유제라고들 하는데요."

"치유제는 아니오. 아마 개심은 치유제가 될 거요. 그리고 개심할 수도 있고. 아직은 개심할 힘도 있소. 하지만 나처럼 방해물이 있고 부담을 져야 하고 저주받은 사람이 개심을 생각해 봐야 무슨 소용 있겠소? 더욱이 내게는 절대로 행복이 주어지지 않을 테니, 인생의 쾌락을 누릴 권리가 있는 거요.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든 쾌락을 추구하겠소."   -  197쪽 


제인 에어는 모르는 척 순진하고 선을 넘지 않는 대답으로 벽을 치지만 마음은 순식간에 그에게 넘어간다. 

우리가 흔히 보던 나쁜 남자 캐릭터가 이미 이때 있었구나. 난 착한 놈이야, 하는 놈 치고 믿을 놈 없다지만 난 나쁜 놈이야, 하며 되려 자기가 상처받은 척하는 놈은 더욱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상현에게 넘어간 봉순이가 다시 생각난다... ㅠㅠ 봉순이... 크흐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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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1-3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갑과 봉순을 비교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독서괭님 글 보니 성별이 그 차이구나 싶네요.
이상현이 서희에게 상처를 받고... 그렇기도 하지만 또 원래 좀 나약한 캐릭터라서 전 맘에 안 들더라고요.

어쨌든.. 로체스터의 여자 꼬시기 정말... <제인 에어>를 여학생 필독서로 지정하고 싶어요.

독서괭 2023-01-31 18:09   좋아요 0 | URL
아 이상현 저는 너무 싫더라구요. 서희랑의 이야기를 ‘여자한테 당했다‘는 식으로 -주변인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부정 안 하고 씁쓸한 표정 짓기- 생각하는 거 되게 짜증나요. 그럼 지가 유부남이면서 서희랑 어쩌려고 했던 건지 어휴. 이혼도 못할 거면서 가족은 생전 안 챙기고 혼자 자기연민에 빠져서 여기저기.. 너무 싫습니다. 그 시대 룸펜들이 이랬을까 싶긴 한데요.
<제인 에어>를 읽고 페미니즘 해설을 덧붙이면 너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23-01-31 1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쩐지 눈물콧물 흘리면서 봉순이의 이름을 외치고 싶네요. 서희랑 나이 차이 몇 살 나지도 않는데 꼬박꼬박 시중드는 삶인것도 참 마음이 안좋았어요. 아. 여성과 계급이란 무엇일까요 ㅠㅠ

독서괭 2023-01-31 18:10   좋아요 0 | URL
아 증말 봉순이 너무 안타까워요 ㅠㅠ 서희보다 나이도 위인데 서희 승질 받아주면서.. 그게 후에는 남자들 받아주는 걸로 ㅠㅠ

잠자냥 2023-01-31 1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엮어쓰기의 달인 괭!

독서괭 2023-01-31 18:10   좋아요 2 | URL
달인까지?? 달인을 목표로 계속 엮어보겠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3-01-31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기질, 비슷한 재능의 주갑과 봉순이 성별 때문에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을 설명해주신 부분을 읽노라니, 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의 셰익스피어의 여동생이 떠오르네요. 저는 아주 예~~~~~ 전에 읽어서 사실 주갑이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제 봉순이랑 엮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이런 좋은 글을 무료로 읽네요!!!

제가 로체스터를 좀 아쉬워하는 마음이 있기는 합니다만, 독서괭님 페이퍼에서는 처참히 부서지네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로체스터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1 1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주디스 셰익스피어 이야기 참 인상적이었어요. 다락방의미친여자에도 언급되어 반가웠고요. 저는 주갑이 등장부터 강렬해서 ㅋㅋ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유일하게 전라도 사람이라 사투리가 달라서 더 그런지.
저도 예전엔 로체스터에 대해 좀 낭만적인 감정이 있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막 째려보게 되더라고요 ㅋㅋㅋ 다미여 영향 ㅋㅋㅋ

공쟝쟝 2023-01-31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봉순아 ㅠㅠㅠㅠㅠ (1권 듣다가 동생이 해지해서 못들었지만 봉순이는 뉜지 아오…)

독서괭 2023-02-01 12:11   좋아요 1 | URL
아니 동생 왜 해지했대요 ㅋㅋㅋㅋ 결국 쟝쟝님의 토지완독은 이렇게 물거품이 되는가.

공쟝쟝 2023-02-01 12:39   좋아요 0 | URL
또 하겟죠ㅋㅋㅋ ㅋㅋㅋㅋ 아니면 제가 하든가용?!?

독서괭 2023-02-01 12:48   좋아요 0 | URL
나중에 정기적으로 출퇴근 할일 생기면 도전하셔도 될 듯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3-02-01 0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로체스터 능구렁이 징그런 사십대. 이런걸 제인이 좋아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독서괭 2023-02-01 12:11   좋아요 0 | URL
능구렁이 징그런 사십대!! ㅋㅋㅋㅋㅋ 정말 맞습니다. 나이차가 스무살 넘게 나는데 아휴 ㅠㅠ 나쁜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