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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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한 양의 책에 관해 띄엄띄엄 글을 써놓기도 했고, 내용을 총망라한 리뷰를 쓸 엄두는 나지 않아서 택한 방법.

총 16장의 각 장마다 내가 꼽은 한 문장..아니 단락을 옮겨 적어 보았다. 내게 인상적이어서 밑줄 그어 두었던 내용을 쭉 훑어보고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작업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재미있었다. 읽으신 분들은 보면 딱 아, 이런 내용 있었지! 하며 즐거워하실 수도 있을 듯^^



1장 여왕의 거울


여성은 펜이 나타내는 자율성(주체성)을 부정당하기 때문에 문화로부터 (문화의 상징은 펜이니) 배제되는 한편 스스로 신비한 타자와 비타협적인 타자라는 양극단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는 이 타자를 숭배와 공포, 사랑과 혐오로 마주한다. 여성은 '유령, 악마, 천사, 요정, 마녀, 정령'으로서 남성 예술가와 미지의 것 사이를 중재하며, 동시에 남성 예술가에게 순수함을 가르치고 그의 타락을 지적한다.  - 99쪽 


2장 감염된 문장


심지어 표면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얌전하게 보이는 여성 작가들조차 대단히 독립적인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창조했으며, 이런 인물들은 작가나 작가의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가부장적 구조를 파괴하고자 한다. 물론 이 작가들은 자신들의 반항적 충동을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미치거나 괴물 같은 (소설이나 시 속에서 적절하게 벌을 받는) 여자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자아분열, 즉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을 수용하고자 하는 욕망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극화한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문학에 등장한 미친 여자가 남성 문학과 달리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적대자거나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친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 189쪽 


3장 동굴의 비유


배반당한 에우리디케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주디스 셰익스피어'처럼) '무덤 동굴'이라는 감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시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여성 예술가는 이시스와 에우리디케를 복원하면서 문학 유산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즉 가라앉은 대륙을 재정의하고 되찾는다.   - 223쪽 


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 - 오스틴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젠더와 장르


남성 상속자가 여자 형제들에게서 집을 빼앗는 『이성과 감성』을 비롯해, 남성에게만 세습되는 재산이 베넷의 딸들을 정략결혼으로 몰아가는 『오만과 편견』에 이르기까지, 제인 패어팩스가 부자 남편과 약혼하거나 가정교사가 되어야 하는 『에마』를 비롯해, 과부가 된 스미스 부인이 가난과 헛되이 싸워야 하는 『설득』에 이르기까지, 헨리 틸니가 열렬하게 공표하듯이, 오스틴은 독자들에게 영국의 관습과 법이 아내 살해는 막아주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나 아내가 아닌 여자에게는 최소한의 안전 이상은 제공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 280쪽 


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 요원들)


오스틴의 자아분열(상상력의 매혹과 그것이 비여성적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불안)은 (자신을 자유로운 주체로 경험하는 사춘기 이후에는 대상이라는 지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든 여성에게 고유한 딜레마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오스틴의 모든 여자 주인공들이 묻는 질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가 단지 타자로서만 성취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나의 에고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 320쪽 


6장 밀턴의 악령 - 가부장적 시와 여성 독자들


'만성 우월주의적'이고 교부적이며 신 이원론적인 교회의 품 안에서 성장한 예민한 여성 독자에게 『실낙원』같은 강력한 작품의 내용은, 숨어 있든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든, 상처를 줄 정도로 생생하다. 그런 여성들에게 신, 예수, 아담이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악마적으로 흉내내는 사탄, 이브, '죄'의 불경스러운 삼위일체는 18세기와 19세기에도 여성적 원칙을 역사적으로 박탈하고 격하시켰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예증한다.   - 378쪽 


7장 공포의 쌍둥이 - 메리 셸리의 괴물 이브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437쪽 


8장 반대로 보기 - 에밀리 브론테의 지옥의 바이블


여자의 타락과 그녀를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자아인 사탄에 대해 밀턴과 서구 문화의 주요 이야기를 반항적으로 뒤집어서 다시 말한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다. 브론테는 이 추락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추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추락하는 것이며, (종교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부터 추락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의미에서) 은총으로 추락한 것이다. 더욱이 추락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순수에서 경험으로 고통스러운 이행을 알려주는 것은 신의 상실이라기보다 사탄의 상실이다.  - 468쪽


9장 비밀스러운 마음의 상처 - 『교수』의 학생


이 작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여자가 그렇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하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때 정중하게 말하기', 소문 퍼뜨리기, 뒤에서 험담하기, 새롱거리기, 추파 던지기. 이 모든 것은 결국 노예의 특성, 즉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복종하지 않는 방식, 남자의 권력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으로 '괴물적인' 특성이며, 따라서 다시 한번 천사 같은 여자의 외관 뒤에 괴물-여자가 나타난다.  - 575쪽 


10장 자아와 영혼의 대화 - 평범한 제인의 여정


수많은 타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제인의 이야기는 감금과 탈출 이야기이자 확실한 여성 교양소설이다. 제인이 성숙한 자유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어린 시절의 감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때 부딪치는 여러 문제 - 억압(게이츠헤드에서), 굶주림(로우드에서), 광기(손필드에서), 추위(마시엔드에서)- 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모든 여성이 직면하고 극복해야 하는 곤경의 징후다. 제인이 맞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로체스터가 아니라 그의 미친 아내 버사로, 제인과 버사의 대면이 이 책의 핵심 대결이고 만남이다.  - 601, 602쪽 


11장 굶주림의 기원, 『셜리』를 따라


브론테는 가장 고결한 가부장조차 기만적이고 모순되는 여성의 이미지, 즉 메리 케이브의 죽음을 초래하기에 충분한 치명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다고 암시한다. 따라서 메리 케이브는 하나의 상징, 즉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의 운명은 자멸적인 자기부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를 제시한다.  - 662쪽 


12장 루시 스노의 파묻힌 삶


비록 어떤 반가운 축하도 없고 풍성한 보상도 있을 수 없다 하더라도, 브론테는 『빌레트』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살아갈 의지를 빼앗긴 모든 여성을 위한 정직한 비가를 제공했다.   - 703쪽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 - 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엘리엇에게 의식의 타락 상태와 여성의 내밀한 상처는 자기혐오로 인한 무력감과 관련된 주제일 뿐 아니라 속박이기도 하다. 이런 자기혐오는 여성이 자신의 탁월성 때문에 (말하지는 않을지라도) 불가피하게 얻는 인식과 모순되는 가부장적인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803쪽 


14장 파괴의 전사 조지 엘리엇


엘리엇은 이 여성들을 통해 마치 남성 사회의 불의가 어떻게 부패한 사회질서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 여자에게 특별한 힘과 미덕, 특히 감정의 능력을 부여하는지 탐색하는 것 같다. 샬럿 브론테가 저항했던 모든 부정적 전형이 조지 엘리엇에 의해 미덕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855쪽 


15장 체념의 미학


의미심장하게도 『오로라 리』는 『제인 에어』가 멈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제인은 자신을 부인하는 삶을 살자는 존의 청을 거절하고 자기만족적인 세속의 낙원으로 들어간다. 브론테는 이 낙원을 상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오로라는 그녀 앞에 자신의 전 생애를 펼쳐놓는다. 오로라의 직업(시)은 그녀가 예언하듯 '나의 청춘의 악마'라고 말했던, 콧대 높은 '그것'과 관련된 과장된 자기 확대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제인의 자기주장이 정체성을 찾는 기나긴 투쟁의 산물이었다면, 오로라의 자기주장은 오래 지속될 정체성의 포기 또는 억압이 시작되는 선결 조건이다. 제인은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고, 오로라는 자기 자신이 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 976쪽 


16장 흰옷을 입은 여자 - 에밀리 디킨슨의 진주 실


이 모든 시는 여성의 예술이 거의 필연적으로 비밀의 예술이 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예술은 '정체 모를 아버지'의 집 다락방에서 조용히 행해지는 정신의 피루엣이고, 깊은 바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생성되는 보석, 특히 거미가 눈에 띄지 않게 짜놓은 진주 실이다.   - 10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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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2-06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낙 방대한 책이라 각 장의 인상깊은 구절을 하나씩 모아놓고 보니 또 근사한 리뷰가 되네요^^*
참고 도서를 워낙 못 읽고 본서를 읽어서 이해하기 쉽진 않았지만~ㅎㅎ 그래도 저는 빌레트를 건져서 나름 보람찬 읽기였습니다. 괭님도 읽으면서 힘은 들어도 즐거운 시간이 되셨을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2-07 12:11   좋아요 1 | URL
화가님, 저도 참고도서를 별로 못 읽어서 아쉬웠어요. 빌레트!! 저도 빌레트 읽은 건 참 좋았습니다. 폭풍의 언덕 재독도요^^ 제인에어, 오만과 편견 재독 마치고 나면 조지 엘리엇도 한권 읽어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청아 2023-02-06 1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방법 괜찮네요! 책의 영향력, 어떤 위압감 때문에 어떻게 독후감을 써야할지 막막할 때가 종종 있어요. 좋았는데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숙제 안하고 넘긴 것처럼 찜찜한데 역시 영민하신 괭님~^^ 주옥같은 발췌문들입니다~♡

독서괭 2023-02-07 12: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미님. 위압감!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갈팡질팡.. 앞으로 벽돌책은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ㅎㅎ
주옥같다니, 칭찬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02-06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신한 리뷰... 좋은데요 ^^!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0 | URL
품만 들고 내 글은 없어서 리뷰라고 하기 좀 그렇지만요 ㅎㅎㅎ 감사해요 수하님^^

페넬로페 2023-02-06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방법 좋으네요~~
독서괭님 인용해주신 문장,
잘 읽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줄 친 부분이 많아서 뽑기가 힘들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2-06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고하면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2-07 12:1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참고가 되신다면 좋겠네요.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3-02-06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새롭고 신박한 방법 발견입니다. ㅎㅎ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스스로 정리하기 엄두가 안 날 때? 한번 써보세요 ㅋㅋ 감사합니당^^

단발머리 2023-02-06 16: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이 꼽아주신 잠언집이에요 ㅋㅋㅋㅋ👍🏼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오 잠언집이라니, 멋진 말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발님^^

책읽는나무 2023-02-07 07: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져요^^

독서괭 2023-02-07 12:14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해용>ㅁ<

자목련 2023-02-09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벽돌책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이런 정리 참 좋습니다. ‘다미여‘는 아니더라도 언급해주신 작가의 소설을 골라 읽어도 좋을 것같아요^^

독서괭 2023-02-09 15:16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정말, 저도 여러 서친님들과 함께 읽지 않았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 같습니다^^;; 나온 작가들 책을 많이 읽고 나서 읽으면 지금의 200% 이해가능 할 것 같아, 나중에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페크pek0501 2023-02-09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 쪽이 넘는 책의 리뷰를 쓰시다니 큰 일을 하셨습니다.
저도 방대한 분량의 책을 가지고 있는데 님의 리뷰 방식으로 써 보고 싶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사기 전에 리뷰를 볼 때 어떤 글들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거든요.
이 리뷰는 프린트를 해서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음미해 보겠습니다..^^

독서괭 2023-02-09 15:18   좋아요 2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천쪽이 넘는 책을 완독한 게 얼마만인지;;; 뭔가 남기고는 싶은데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니 기쁘네요^^ 완전히 흡수를 못했지만 좋았던 책들의 경우, 이렇게라도 남겨두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