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 멈춰버린 삶을 활력 있게 바꾸는 인생의 다섯 기둥
코리 키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원제는 'Languishing'이다. 책 속에서 역자는 이를 '시들함'으로 번역했다. 시들함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아니고, "해야 할 일과 그 일을 해낼 자원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아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 관련 현상"(12쪽)인 '번아웃'과도 다르다. 


저자 코리 키스는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어머니에게 버려졌다. 그와 당시 두 살이었던 그의 누나는 집으로 찾아온 할머니에게 발견되었다. 그는 계모로부터 심하게 학대 당했고, 알코올의존증이던 아버지는 이를 방임했다. 12살에 조부모님에게 입양되고 나서야 사랑과 돌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저자는, 모든 것이 잘 흘러가던 청소년기에 시들함에 빠졌다. 그는 사회학 교수가 되어 '텅 빈 채 그저 달리는' 느낌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스스로 우울증과 의존증을 경험하기도 했던 코리 키스는 연구를 통해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을 구분하는 '이중연속체 모델'을 제시하며 정신질환 치료와는 다른 방법으로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좋은 정신건강 상태를 '활력flourishing'이라 부른다. 이것은 그저 좋은 기분과는 다르고, 우리의 심리적, 관계적, 사회적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다할 때 얻을 수 있는 상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시들함의 증상과 원인을 분석하고, 2부에서는 시들함->활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 5가지를 제시한다. 


1. 배움: 자기성장의 이야기 만들기 


2. 관계; 따스하고 신뢰하는 유대 맺기 

  - 사회학적 관점에서 '대인존재감mattering'은 '사회적 기여'라는 활력 요소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대인존재감이 있다'라는 것은 타인과 세상에 중요하고 가치 있는 무언가에 이바지하며 산다는 것이다. (208쪽)


3. 영성: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굴곡 받아들이기 

  - 인생이 나에게 던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힘을 기르자. (...) 날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리해보자. 그러면 두려움, 분노, 원망, 좌절감에 시달리지 않고 가장 내밀한 가치관과 원칙에 따라 인생에서 만나는 갖가지 놀라운 일에 대응할 수 있다. (230쪽) 

  - 자신을 연민하지 않고는 타인을 연민하기 어려운 것처럼 수용은 나 자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 우리는 활력 있는 사람이 사과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뿐만 아리나 활력 있는 사람은 자기연민 수준이 더 높다. (231쪽)  

  - 더 나은 문지기가 되자. 나는 내 안에 무엇을 들일지 결정하는 정신적 문지기다. 주의력은 우리의 문지기이자 보안요원이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선택하는 일은 곧 내 안에 무엇이 들어오게 할지, 그리하여 무엇이 뇌와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집에 누가 들어올지 항상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를 머물게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249쪽)


4. 목적: 타인과 세상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삶

  - 대학생에게서는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린다. 19-21세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진정한 목적을 발견했다. 이런 학생은 예술, 공동체 봉사, 영적 헌신, 가족을 통해 진정한 목적을 발견하고 실천한다. 하지만 40퍼센트가 넘는 학생은 아직 목적이 없었다. 내가 두려워 하는 점은 이 학생들이 목적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친사회적 성향을 기르려면 어른들이 친사회적 성향에 부합하는 직업적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당신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거나 적어도 덜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해 제대로 일해서 성공하려는 열망의 관점에서 자신의 일을 설명할 수 있는가? 자신의 일을 소비의 관점에서 설명하겠는가, 아니면 기여의 관점에서 설명하겠는가? 부모가 자신의 직업을 설명할 때 타인과 사회에 무엇을 주는지 보다 자신이 무엇을 얻는지로, 곧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 면에서 설명한다면 기여에 바탕을 둔 친사회적 삶의 지향점이 아니라 소비에 바탕을 둔 이기적 삶의 지향점을 본보기로 보여주는 셈이다. 자녀의 직업적 꿈과 열망에 반응하고 자녀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281쪽)

  - 아시아계 미국인의 낮은 활력도. 

    요즘 부모는 그 어느 때보다 자녀의 학업에 직접 관여한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놀거나 여가를 보내는 시간은 줄이고, 자녀와 함께하는 학교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고등교육을 받고 권위 있는 고소득 직업을 가진 성공한 가정에서 이런 변화가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부모가 얻은 고등교육과 고소득 직업은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자녀에게 부모의 성공에 보탬이 된 것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도록 권하는 유인책이 된다. (...) 이 모든 요인이 모이면 기대치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징벌적인 수준으로 높아서 결국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를 낳는다. 이런 식의 완벽주의는 학생이 뛰어난 학업 성취로 얻을 수 있는 웰빙을 좀먹는다. (284-285쪽)


5. 놀이: 일상을 벗어난 시간

  - 수동적 여가X, 능동적 여가를 추구해야

  - 사람들은 늘 경험을 추구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험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와 소비해버릴 상품으로 만드는 행태가 보여 안타깝다. 우리는 개인 장비를 이용해 뉴스의 정보원과 뉴스 리포터가 하나로 합쳐진 자신만의 보도 주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멋진 경험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경험이 아니라 물건이 되고, 대상이 되고, 소유물이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진정 의미 있는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330쪽)



나의 경우: 1번과 2번은 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5번도 꽤. 달리기도 일종의 놀이이고, 아이들과 하는 놀이도 즐겁다. 3번과 4번이 문젠데.. 3번의 명상, 4번의 봉사를 어떻게 실천해 볼까. 아이 친구 엄마가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동네 쓰레기를 줍는 봉사를 하는 걸 봤는데 참 보기 좋았다. 거창한 거 하려 들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봄이 좋겠다.


제목도 해결방안들도 그냥 보면 흔한 자기계발서 같다(자기계발서에 편견 있음). 하지만 연구 결과들 뿐 아니라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주변 사례들까지 풍부하게 담아 놓아 흥미로웠고, 향후 다가올 시들함 - 시들함은 주로 청소년기(10대), 25~34세, 65세 이후의 3단계에 가장 많이 발현된다고 하니 나 자신의 노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청소년기에 대비해서도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계기가 되어 주었다. 역시나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 자답게 아이들 관련 부분을 제일 유심히 보긴 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4-10-16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질문이요.
독서괭 님이 이 책을 읽고자 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독서괭 2024-10-16 14:37   좋아요 1 | URL
어쩌다 책이 손에 들어와서 시작한 것이긴 한데, 계속 읽어간 동기는 아무래도 청소년 문제에 관한 고민입니다. 요즘 아이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고 무기력하게 폰만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랑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책 한 번씩 읽어주면 아이들 사교육 열풍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ㅎㅎ

다락방 2024-10-16 15:20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알라딘에서 이렇게 마주치는 독서괭 님은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지에 대해 이미 충분히 답을 가지신 분일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셔서요. 물론 내가 가졌으면 책을 안읽어도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의 답은 이미 알고 계실것 같은데? 갸웃하는 생각에 여쭸습니다.

독서괭 2024-10-16 15:24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다락방님 생각 많이 했어요. 다락방님은 활력이 넘칠 수밖에 없는 분이구나 깨달음요 ㅎㅎ

다락방 2024-10-16 15:34   좋아요 2 | URL
아하하하 그런가요?

그나저나 알라딘 분들 참 큰일입니다. 모두들 그렇게 수시로 다락방 생각을 해대시니 어쩌면 좋은가요? 다들 왜들 그러시는지..허허 그것참.....

=3=3=3=3

독서괭 2024-10-16 18:21   좋아요 0 | URL
진짜 다락방님 생각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이 크나큰 존재감 어쩌죠!!

단발머리 2024-10-16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들함‘은 중고등학교의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 사람들에게도 공통되는 문제인 거 같아요.

저는 3번이 항상 자신있어요. 뭐랄까... 확신의 단계를 넘어선.... 종교인의 자신 많음 ㅋㅋㅋㅋㅋ
제 고민은 항상 4번에 가 있습니다. 기여의 관점과 관련해......... 저는 항상 할 말이 없거든요.

독서괭 2024-10-16 18:23   좋아요 2 | URL
맞아요 65세 이후 노년에 많이 겪는다고 하더라고요. 은퇴 후 주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활력을 유지하는 사례도 나옵니다.
종교 맞아요. 신실한 종교인은 활력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대충 믿는 건 안되고요 ㅎㅎ
단발님, 적어도 여기 서재에서는 기여하고 계신데요?? 4번에서 말하는 건 가족 챙기는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만.. 우리 서로에게 기여하는 걸로 해요 ㅎㅎ
 
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이켜 보면 나에게는 오롯이 혼자였던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육체적으로 혼자 지낸 기간이야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 또는 관계적 측면에서 혼자였던 시간은.. 있을까? 엄밀히 따져보면 없다. 

 집에서는 가족이 있었고, 집을 나와 혼자 살 때는 애인이 있었고, 이별하여 집에 기어 들어가면 다시 가족이 있었다. 그 가장 힘들었던 이별에 이은 몇 달이 그래도 혼자인 삶을 가장 누린 때가 아닌가 싶다. 처음으로 혼자 영화관에 가서 전세 낸 기분으로 영화를 봤고, 집 근처지만 가본 적 없던 골목 골목을 정처 없어 걸어 다니기도 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시시콜콜한 일까지- 사실 시시콜콜 할수록 더- 애인에게 공유했던 내게 그 시간들은 고요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어쨌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애인이 없이 혹은 사랑에 빠질 대상을 물색함이 없이 고요하게 보낸 그 시간이, 나의 "ALONE"이다. 


 그때만 해도 몰랐지. 그 시간이 그렇게 얻기 힘들어질 줄은. 이별 후의 시간들이 '혼자만의 시간(레나 던햄)'에 표현되어 있다면 '보디 시크릿'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은 외로움을, '홀로 걷는 여자(에이미 션)'는 현재 나의 절박한 혼자 되고 싶은 마음을 고품격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은, 곰곰이 살펴보면 나의 '혼자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저 몇 시간이나 길어야 2박 3일 정도 혼자 뒹굴며 아무렇게나 살고 싶다는 뜻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혼자가 되면 나는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 열려 있는 상태가 되어 피로해질 것이다. 인간은 결국 모두 혼자라거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말들은 좋은 말이지만, 거기에서 '혼자'라는 의미는 '관계중독'의 반대말로 쓰일 뿐, 결국 어떤 인간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거 아닐까.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른 이가 넘어질 때 같이 넘어지지는 않도록. '혼자'를 다듬는다는 걸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읽고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ALONE>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홀로됨'이라는 주제를 다룬 22명의 작가-22명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제목을 원문 그대로 살린 건 좋은 선택이다. 'ALONE'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혼자','혼자 힘으로','외로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여러 방향에서 그 의미를 조명한다. 


크게 나누어 보면 '여성의 홀로서기'(관계 중독이나 가정, 연인으로부터), '질병, 팬데믹 등으로 인한 상실과 고립', '이민자로서 느끼는 외로움', '고독과 글쓰기' 정도. 내게 와 닿은 것은 앞의 두 가지 주제였다.


'여성의 홀로서기' 카테고리에 속한 작품은 (★은 특히 마음에 든 작품)


 - 홀로 걷는 여자(에이미 션) ★

 - 혼자만의 시간(레나 던햄) ★

 - 수평선에서(메기 쉽스테드)

 - 기묘하고도 힘겨운 기쁨(헬레나 피츠제럴드)

 - 금욕 서약(멜리사 페보스) ★

 - 아직 나는 이곳에 속해 있는가?(앤서니 도어) : 이건 작가가 남성인데, 관계중독에 관한 이야기. <도둑맞은 집중력> 생각남 ★

 - 지구상에 오롯이 나 혼자였던, 짧지만 소중한 순간들(메건 기딩스) ★

 

'질병, 팬데믹 등으로 인한 상실과 고립' 카테고리에 속한 작품은


 - 새로운 희망(재스민 워드)

 - 놓아 보내기(마야 샨바그) ★

 - 보디 시크릿(에이자 게이블) ★

 - 2020년, 대탈출(에밀리 라보트) ★

 - 차가운 병실에서(이마니 페리) ★

 


본인이나 가족이 심각한 질병을 겪고 있거나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위 '상실과 고립'에 속한 작품들이 더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2020년, 대탈출'은 팬데믹으로 다들 떠나서 비어버린 도시를 그리는데, 위기 상황에서 더욱 소중해지는 이웃과의 교류를 그린 점이 인상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ALONE'의 상태가 자주, 깊이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그때마다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결국 ★을 단 작품들 때문에 이 책은 처분 대상에서 빠지게 되었다. 큰일이다, 읽고 처분하려고 집어 든 책들이 자꾸 처분 못할 책이 되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08-12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13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08-13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글 읽으면서 나는.... 언제 혼자였나. 혼자라고 느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는 부모님과 살다가 결혼, 그리고 출산한 터라, 그리고 아직 아이들이랑 함께 있으니까요. 집돌이, 집순이가 가득한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염없이 밖을 배회하는 저의 심경과 마음을 ㅋㅋㅋㅋ 아실랑가요. (아실거라 믿습니다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라서 호젓한 느낌과 혼자 사는 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독서괭님 문장 그대로 저 역시 그런 삶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 같고요. 맨날 우리집이 ‘만차 상태‘라고 다른 식구들 놀리기도 하지만, 그런 북적거림이 제일 필요한 사람이 저인줄도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되더라구요. 독립적인 삶을 원하지만, 사람은 어느 면에서든 충분히 독립적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타인, 그리고 외부가 필요하다고 여겨지고요. 혼자라서 즐거운 삶과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독서괭님 글 읽으면서 차분히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더운 하루가 예상되지만 오늘 하루도 잘 지내시길 바래요. 독서괭님, 굿모닝^^

독서괭 2024-08-13 11:34   좋아요 2 | URL
단발님, 그 심경 너무 잘 압니다 ㅠㅠ 흑흑 ‘집돌이,집순이가 가득한 집‘ㅋㅋㅋㅋㅋ 저희 아이들도 이미 그런 경향이 보이고요.. 특히 첫째.. 집순이..ㅋㅋ 집에서 혼자 있을 기회가 없어서 혼자 카페로 튀어나가게 되는 그 때가, 저도 곧 오겠죠!
‘혼자라서 호젓한 느낌과 혼자 사는 건 다른 일‘이라는 말씀 딱 공감합니다. 지금은 아이들이랑 틈만 나면 안고 부비적대고 있는데 그게 사라지면 나는 어떨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독립적인 삶은 혼자-독고다이-랑은 다른 것 같아요. 자기 중심을 잘 잡고 살면서 다른 이들을 돕기도 하고 도움 받기도 하고.. 그럼 독립적인 게 아닐지. 저는 아직 독립도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요 ㅎㅎ
고맙습니다, 단발님. 맛점하세요^^
 
[eBook]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 - 이것은 지금도 영어가 두려운 당신을 위한 이야기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책
박혜윤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을 땐 띄엄띄엄 읽다 말다 했는데 다 읽고 보니 밑줄도 많이 치고 별 고민 없이 5별을 주게 되는 이유는, 이 책이 말하는 메시지 때문인 것 같다. 영어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어공부법이 아니라 그 본질에 대해 요모조모 뜯어보는 책.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8-12 0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영어 잘하고 싶어지고 싶다!!!ㅋㅋㅋㅋ

독서괭 2024-08-12 13:22   좋아요 1 | URL
잘할 필요가 없으면 제일 좋은 거 아닙니까? ㅋㅋㅋ
 
읽지 못하는 사람들 - 우리의 인간다움을 완성하는읽기와 뇌과학의 세계
매슈 루버리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기는 신경가소성에 크게 의존하는 후천적 기술이자, 훨씬 이전에 다른 인지 작업을 위해 설계된 회로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읽기가 수많은 감정적·인지적·언어적·지각적·생리적 과정을 동기화하며 일어나는 복잡한 행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 66,67쪽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읽는다'는 행위를 당연하게 치부하는 나를 비롯한 '신경전형인'들에게 읽기 행위를 다시 보게 한다. 읽기라는 게 이렇게 복잡한 행위였다고?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글자를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5-6세 무렵 한글을 익혔다고 들었을 뿐 그 과정은 전혀 기억에 없다. 4-6세 사이 한글을 익힌 내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읽기는 당연한 행위가 되었고, '읽지 못하는' 사람은 놀라운 대상이 되었다. 

'읽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를 떠올리게 되는가? 나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는 숱한 사연 속 노인(특히 여성 노인)들이 떠오른다. 환경의 뒷받침이 없어 발생한 불운한 문맹.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람들은 배움이 없어 읽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이들이 아니다. '신경다양인'(일반적인 뇌신경 체계의 발달이나 연결과 차이가 있는 사람)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읽기 장벽을 보여준다. 


영리하게도 난독증, 자폐증을 겪는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책의 흐름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실독증', 타고나는 '공감각자', 환각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쳐 누구나 노년에는 맞이할 수 있는 인지저하로 인한 읽기 장벽으로 마무리 된다. 특히 실독증과 노년의 인지저하 부분을 읽으면 "지금 내가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느끼게 된다. 


실독증 파트에서 등장한 소설가 엥겔은 뇌졸중을 겪은 후 문맹이 된다. 작가가 아닌 나도 내가 문맹-문해력 상실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은데, 그 심경이 어땠을지. 그 비통함이 아래 인용문에 담겨 있다. 그는 그 자신을 상실한 것이다.



읽기는 그저 어떤 행위가 아니다. 읽기는 정체성이다. 엥겔에게 뇌졸중은 무작위로 일어난 생물학적 사고가 아니라 책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비뚤어진 표적으로 삼은 '인간적인' 사건이다(...). 엥겔은 신경학적으로 글을 읽을 수 없지만 자신을 독자라고 정의한다. 그만큼 읽기라는 말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문맹'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도 계속 책을 산다. 작가로서 또 다른 자아를 상상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그도 문해력 상실인이라는 정체성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독자였다. 뇌가 터져버렸지만 다른 것이 될 수는 없었다. 읽기는 내 안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심장을 멈출 수 없듯 읽기도 멈출 수 없었다. 읽기는 내게 뼈, 골수, 림프, 피였다.   - 197쪽 



노년의 인지저하-치매 파트에서도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읽던 사람이 읽지 못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실독증과 유사하지만, 실독증에 비해 증상이 느리게 나타나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므로, 어쩌면 마음의 준비를 하여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젊어 죽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지나게 될 읽기 장벽이라는 혼란에 관해, 읽기라는 행위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다른 방법의 읽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끔찍하게 느껴질- 대안을 제시한다.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관한 증언을 살펴보면 줄거리나 회고적 서사 이해 등에 비해 저평가된 읽기의 측면이 드러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치매 환자의 읽기는 전체 서사를 이해하는 것부터 한 페이지, 문장, 구문에 빠져들어 그저 계속 읽어나가는 것까지 다양하다. 책에 얹힌 글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가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로 글자를 발음하면서 단어를 읊조리거나, 책 속의 그림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저 책을 곁에 두는 것에 만족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장은 읽는 방법을 잊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읽기를 중단한 지 한참 뒤에도 계속 읽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295쪽 



책의 첫 부분인 '들어가며'에는 갑자기 전문용어들이 연달아 튀어나오고 압축적인 서술에 놀랄 수 있다. 이 부분이 지루하다면 대충 훑은 후 본문으로 들어가기를 권한다. 본문은 읽기 어렵지 않고 당사자 증언이 많아서 더 흥미롭다. 



+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웃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와 당사자의 증언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지만, 그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리 우즈라는 목사가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다음 했다는 이야기- 죽은 친구를 따라 천국의 도서관에 갔고, "벽은 순금으로 되어 있고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돔 천장이 높게 솟아 있었으며 그사이로 빛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리고 수백 권의 책이 보였다. 천사들 여럿이 책을 읽고 있었다." - 를 읽으면서는 틀림없이 저자도 천국을 그렇게 상상했거나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거라 여겨졌다. 나는 천국을 믿지 않고 상상도 안 해봤지만 이 부분을 읽으니 괜찮다 ㅋㅋ 


+ 또 이런 부분. 환각 파트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어느 날 밤늦게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를 읽다가 어깨 너머로 어떤 여자가 함께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 뒤 이 유령은 자주 찾아와 어깨 너머로 책을 읽었다. 결국 그는 인내심을 잃고 '아, 좀 저리 가!'라고 버럭 화를 냈다"(252쪽) 는 부분을 읽으면, 와, 이거 진짜 짜증 나서 나라도 유령한테 화내겠다 싶었다. ㅋㅋ 우리 첫째도 책 읽는데 둘째와 옆에 와서 기웃거리면 되게 짜증 낸다...


+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보는 것 중 하나가 책이라는 이야기는 신기하다.(286쪽). 그런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겠지? 문득 <스토너>의 마지막에도 책이 나왔던 것 같은데, 싶어 찾아보니 맞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협탁 위에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 손에 그 책을 쥔 그는 오랫동안 색이 바래고 닳은 친숙한 빨간색 표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창밖을 지나가는 햇빛이 책장을 비췄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 쓰인 글자들을 볼 수 없었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스토너>



+ 이 책에서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공감각이었는데.. 세상에, 성인 인구의 4퍼센트가 조금 넘는 사람이 읽기라는 평범한 활동 도중에 색을 지각하는 등 독특한 정신반응을 겪는다(207쪽)니? 저 4퍼센트의 사람이 읽을 때마다 색을 지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알파벳마다 특유의 색이 있다고 지각한다는 것이다. 공감각자의 대표적인 사람으로 작가 나보코프를 예로 들어 인상적. 


+ 아, 부디 생의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기를.. 단순히 읽을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기를. 읽기 장벽이 찾아오더라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이야기가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 ㅈㅈㄴ이 리뷰 쓰라고 해서 썼다. 말 잘 듣는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8-05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 잠님 추천인데 이랬는데ㅋㅋㅋㅋ 마지막 * ㅋㅋㅋㅋ 읽기 팁 주신 브분 참고해뒀다가 도서관에 오면 발췌독 하겠습니다!

독서괭 2024-08-05 15:31   좋아요 0 | URL
ㅎㅎ 쟝쟝님 도서관 발췌독 하실 거면 실독증 파트, 공감각 파트, 6장 치매 파트 추천합니당~

얄라알라 2024-08-05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그저 어떤 행위가 아니다. 읽기는 정체성이다˝ 오!!! 술술 읽히는 리뷰,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불을 지피는 리뷰^^ 감사합니다. ˝신경전형인˝과 ˝신경다양인˝은 원어가 무엇이었을지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번역어네요^^

독서괭 2024-08-05 15:33   좋아요 1 | URL
술술 읽힌다니 감사합니다^^ 얄라님, 찾아보니 ‘신경전형인‘은 ‘neurotypical‘ 의 번역어, ‘신경다양인‘은 ‘neurodivergent‘의 번역어네요!

잠자냥 2024-08-05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착하네 👏👏👏

독서괭 2024-08-05 15:33   좋아요 1 | URL
멍멍

단발머리 2024-08-05 0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기와 뇌과학을 연결한 책이군요. 독서괭님 리뷰 읽다보니 저는 예전에 읽었던 <책 읽는 뇌>가 생각났어요. 그 책이 개정판이 나왔는데, 제목이..... (검색하고 옴 ㅋㅋㅋㅋㅋㅋㅋ) <프루스트와 오징어> 네요.
읽기는 그저 어떤 행위가 아니다.... 그 문장이 두 책의 공통점처럼 여겨지는데, 뭐랄까요. 읽기 좋아하는 우리들은 그걸 너무 당연한 걸로 생각하다보니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절절히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독서괭님이 ㅈㅈㄴ님 말씀 잘 듣고 좋은 리뷰 자주자주 올려주시기를 ㅋㅋㅋㅋㅋ 바래 마지 않습니다!!

독서괭 2024-08-05 15:36   좋아요 1 | URL
아니 책읽는 뇌가 어떻게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된답니까? ㅋㅋㅋㅋ
아, 정말 읽을 수 있을 때 양질의 독서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밤에 잠이 안 와서 웹툰보다가 눈앞이 어지러워서 ㅠㅠ;;
단발님의 응원에 힘입어 리뷰에 더 힘써 보겠습니다. 역시 2,3일 내에 써야 편하군요. 리뷰 쓰고 다음 책 넘어가야 하는데 말입니다..ㅜ

얄라알라 2024-08-06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프루스트와 오징어]를 읽다 중단했는데 이 두권을 연결해야겠어요.단발머리님께서도 말씀해주시네요 ㅎ

독서괭 2024-08-07 17:14   좋아요 0 | URL
오 그 책 읽다 중단하셨군요. 비교해보시면 좋겠네요!

황순정 2024-08-12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니 문득 쌓아 두었던 책들을 돌아보며 읽어야겠다는 욕구가 올라오네요. 인간은 언제나 모든 것이 유한할 거라고 생각할 때는 미루다가 나에겐 기회가 많지않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되네요

독서괭 2024-08-12 13:24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말씀처럼 저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읽을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싶더라고요! 눈을 더 아끼고요.. 어두운 데서 스맛폰 보지 말고.. 흑흑..
 
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김하나 작가가 진행하던 <책읽아웃>의 '삼천포책방' 코너에서 소개 되었던 책. 당시 소개가 인상적이라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애들 따라 간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만화책이라 빠르게 완독. 


제목과 같이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인 김해원이 주인공이다. 

배경이 현재가 아니라는 점 주목하시오. 작가님이 80년대 생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 만화에 등장하는 배경들이 참 익숙하다(1998년이 배경이라고). 휴대폰이 없어 집에 설치된 전화기로 친구와 연락하던 것, 공중전화, 비디오 대여점, TV 프로그램을 비디오에 녹화해서 보는 장면, 이사와 전학으로 멀리 떨어지게 된 친구와의 애틋한 편지 교환, 러브레터... 


아빠가 출장을 간 바닷가에 엄마, 언니와 함께 놀러 갔던 열세 살의 여름. 해원은 바다에서 우연히 같은 반 남자아이 산호를 만난다. 날아간 모자를 주워 주었을 뿐 별다른 얘기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해원은 산호가 자꾸 신경 쓰이는데... 


하.. 내 첫사랑도 6학년 때였다. (갑작스런 TMI) 

4,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를 6학년 때 반이 갈리고 나서 좋아하게 된 것. 

혼자 남몰래 짝사랑 중이었는데, 그 아이가 온다는 여름 캠프(학교에서 하던 것)에 갔다가 당시 나를 좋아하던 같은 반 남자아이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오길래 화들짝 숨고 그 아이랑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는 슬픈 기억이..ㅋㅋ 

이 책 속 해원이랑 차이는 산호와 달리 그 아이에겐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이다(성숙했군). 

졸업할 때 초콜릿을 줬지만 직접 주지 못하고 전달만 했고, 이후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메일을 받기도 하고 대학 축제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한 적도 있지만 그 이상 인연이 이어지진 않았다. 그땐 이미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했으니 ㅋㅋㅋ(현재에 충실한 독서괭) 


해원이는 산호와 서로 좋아했지만 산호가 엄마를 떠나 아빠와 살게 되면서 멀리 전학 가는 바람에 헤어지게 된다. 전학 가면 끝인 줄 알았던 시절.. 나 또한 이사/전학을 가며 눈물 콧물 흘리고 한동안 열심히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슬슬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곤 했었다. 

해원네 식구의 넉넉치 않은 형편으로 해원이 피아노 학원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 넓은 2층 집에 살던 부유한 친구 진아가 '좋은 동네'로 이사 가더니 좁은 집에서 살게 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어른들의 상황에 따라 별다른 선택지 없이 결정에 따라야 했던 어린 시절. 아직은 풋풋하지만 고민 많은 열세 살을 잘 담은 작품이다. 


그림은 단순하지만 정감이 간다.

알라딘 서재의 냥집사님들이 좋아할 고양이 장면을 올려본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4-07-01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 그때 첫사랑이!^^~♡

독서괭 2024-07-02 14:47   좋아요 1 | URL
ㅎㅎ 요즘 애들은 더 빠른 것 같더라고요^^

공쟝쟝 2024-07-01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꺄 ㅋㅋㅋㅋㅋ 냥냥!
조숙했던 괭님! 저의 첫사랑은… 열세살… 찌리릿!! (tmi)

독서괭 2024-07-02 14:4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쟝쟝님도 그때 첫사랑?!
첫사랑은 첫사랑인지 지금도 가끔 생각나긴 합니다.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궁금 ㅎㅎ

다락방 2024-07-0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읽고 타미 줬어요. 타미가 이 책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타미가 이 책 속 주인공보다 더 커버렸습니다. 인생...
독서괭 님, 굿모닝! :)

독서괭 2024-07-02 14:49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이미 읽고 조카 주셨군요! 좋아했다니 아이들 보기에도 재미있나 봐요. 저도 나중에 첫째랑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흐흐

단발머리 2024-07-05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첫사랑(정확히는 6학년 때), 아이러브스쿨 통해 만나고 메일 주고 받고, 그러나 더 이상 인연이 이어지지 않고. 그 때 사귀는 사람 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행우주도 아니면서 완전 저랑 똑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만나요, 독서괭님! 그 이야기 좀 해봅시다요!

독서괭 2024-07-05 16:13   좋아요 1 | URL
악, 정말요?? ㅋㅋㅋㅋ 단발님, 반갑습니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그때 ‘사귀는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ㅋㅋ 평행우주에선 우리 첫사랑이랑 이어지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