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리처 시리즈 고작 세 권째지만, 매력적이라고 묘사되는 여성캐릭터가 나오면 헉, 이 사람도 잭리처의 마수에 걸려들겠구나! 싶어 걱정이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장기적인 만남과 안정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내 입장에서 드는 걱정일 뿐이고, 사실 잭리처와 관계맺는 여성들은 딱히 불만스러울 것 같지 않다. 잭리처가 이러저리 떠돌며 사는 사람이고 정착할 예정이 없다는 것은 딱 봐도 알 수 있는데다 리처 자신이 숨기지도 않는 부분. 리처는 체격도 좋고 체력도 좋고 강자에게만 강한 썩 괜찮은 인성을 가진 남자이니 사건 해결될 때까지의 시한부 만남이라도 만족스러울 수 있겠다.
"어떤 것 같아요?"
"아름다운 여자요."
내가 말했다.
"내가 본 여자 중에 최고로 미인인 것 같소."
"그거 말고요."
"눈동자 색깔도 끝내주고."
"그것도 말고요."
"그리고 외로운 여자인 것 같소. 외롭고, 고독하고. 수잔에 관한 이야기는 실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일 수도 있소."
"그 여자가 한 이야기는 어때요?"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신뢰가 가지 않소?" -전자책 인용
야, 너무 솔직한 거 아니야?
물론 나흘 동안 한 여자랑 지내는 건 너무 길다. 그 정도면 약혼, 아니 결혼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전자책 인용
야 임마... 잭 리처, 떠돌이 인생이라 어쩔 수 없이 한 여자랑 오래 관계 유지를 못하는 건줄 알았더니 혹시 인과가 반대였냐.. 그런 거냐..
이번 책은 그전 책 두권(하드웨이와 1030)과 달리 1인칭이다. 잭리처의 속내를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시리즈 세권째 읽고 있다니, 물론 내용이 재미있고 전자책으로 가볍게 읽기에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가짜뉴스로 발발된 '잭리처는 과연 더러운가' 논쟁(?)에 대한 관심 때문에 열심히 읽게 되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 잭리처여, ㄷㄹㅂ님을 용서해다오...
직장인에게 가장 부러운 리처의 답변을 오늘의 문장으로 꼽겠다. (그런데 '~하오'체 번역 너무 간지럽지 않나요? 우리나라에서 이 어투 쓰는 사람 한명도 못 봤는데?)
"(...) 좀 도와주시오. 우린 그저 월급쟁이에 불과하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이지. 당신처럼."
"난 월급쟁이가 아니오. 놀고먹는 유한계급이지." -전자책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