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아니 무능할 수 없었다. 엄마의 세계를 가족 안에 지었을 뿐이다. 그 세계는 견고하지 않았고 자식들이나 남편의 상황, 세간의 평가에 따라 쉽게 흔들렸다. 엄마가 얼마나 훌륭한 엄마고 아내였던가를 시시때때로 증거해야 해서 우리는 고통스러웠다. 언젠가 엄마가 부족해도, 항상 옳지 않아도, 약점을 가진 채로도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자식이나 남편, 혹은 주위의 누군가의 보증이 아니라 스스로 믿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전자책 기준 121/2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