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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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장대한 소설은 까라마조프 일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형제들‘은 세명이요, 그 아비는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 씨다.
러시아에서는 이름을 여러 애칭으로 부르는 특성이 있어 안 그래도 헷갈리는 이름들이 더 헷갈리지만, 친절하게 각 권 맨 앞에 등장인물 설명이 붙어 있어 초반에만 조금 헤매면 적응할 수 있다.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는 어지간히 보기 싫은 소설 속 인물 중에서도 거의 탑이라 할 만 한데, 하는 짓마다 얼마나 역겨운지.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마법같은 솜씨는 그 광대같은 행동들을 때로는 밉지 않게 바라보게 만든다. 예컨대 몹시 점잖 빼는 사람으로서 빠블로비치를 싫어하는 미우소프를 옆에 두고, 조시마 장로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놓고는 자기는 수도원장을 만나지 않고 먼저 가겠다면서, 빠블로비치가 하는 행동을 보라.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작자로군. 그런데 속임수를 쓰는 것인 지도 모르지!> 멀어져 가는 어릿광대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쏘아 보며 미우소프는 제자리에서 명상에 잠겼다. 표도르는 뒤를 돌아 보다가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손으로 키스를 보냈다. -상권, 136쪽

이 부분을 읽고 나는 그만 빠블로비치가 아주 조금 좋아지고 말았다. (하지만 뒤에서 빠블로비치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리자베따에 대한 범죄를 보고 완전히 싫어지긴 했다)

아들 셋은 저마다 매우 다른 인물이나, 공통적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정확히는 아버지의 추악한 모습을 -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발하고, 한편으로는 ‘까라마조프들은’ 이렇다면서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얻고 싶어한달까. 상권에서 둘째인 이반은 떠나고, 첫째 드미뜨리는 불길한 기운을 드러냈는데, 중권에서 셋째 알료샤(가장 순진하고 선량한)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 이 셋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작품을 읽으며 남성 고전작가 치고 여성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루셴까라는 여성이 그렇다. 이 여자는 한마디로 늙은 상인의 정부이나, 젊고 아름다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고, 매우 영리하고 수완이 좋은 인물로 나온다. 이 그루셴까에게 아빠 까라마조프와 아들 까라마조프(첫째)가 동시에 구애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상권의 메인 스토리로 다루어진다. 그러나 그루셴까의 속마음은 알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는데, 중권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신앙과 고통과 구원에 관하여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조금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메모해두지 않은 나는 홀랑 까먹고 말았고…
이반이 열번을 토하며 이야기했던 부분 중, 제법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길지만 옮겨 둔다.

예를 들면 내가 힘겨운 고통에 빠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내가 겪는 수준만큼 고통을 느낄 수는 없는 법이지.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이지, 내가 아니기 때문이야. 게다가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인정하는 데 아주 인색하거든(마치 무슨 특권인 양 말이야). (….) 추상적으로라면, 그리고 때때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지만, 바로 곁에 두고서는 거의 절대로 사랑할 수 없어. (….) 나는 대체로 인류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일부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겠어.
(,…….)
난 사슴이 사자 곁에 누워 있고 피살된 자가 벌떡 일어나서 자신을 살해한 자와 포옹하는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싶어. 사람들 모두가 그때 그 일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갑자기 알게 되는 순간에 함께 있고 싶은 거라고. 지상의 모든 종교는 그런 희망을 근거로 세워져 있는 것이고 나도 신앙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그럴 경우 어린애들은, 그 애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것이 내가 풀지 못하는 문제야. (…) 내 말을 들어 봐. 고통으로 영원한 조화를 사기 위해 모두가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아이들이 어째서 거기에 있어야 하는 거지? 어디 한번 말해 봐? 어째서 그 애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째서 그 애들의 고통으로 조화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냐고? 어째서 그 애들이 밑거름이 되어서 누군가를 위한 미래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 말이야? 인간들의 죄악 사이에 존재하는 연대성을 이해해. 응보의 연대성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죄악과 아무 연관도 없어.(…) 어떤 익살꾼은 아이들도 자라나면 죄를 지을 테니 마찬가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여덟 살짜리 소년은 미처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개들한테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잖아. 오, 알료샤, 난 신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니야! 모든 사람들이, 살아 있는 자들과 이전에 살았던 자들이 천상과 지상 위에서 일제히 찬양의 목소리를 높여 <주여, 당신이 옳았나이다. 이는 당신의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라고 할 때 우주가 얼마나 진동할 것인지 난 알고 있어. 그리고 그 어머니가 사냥개에게 자기 아들을 물려 죽게 한 가해자를 부둥켜안고 세 사람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주여, 당신이 옳았나이다!>라고 절규할 때 이미 인식의 승리가 도래하고 모든 것이 해명될 수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고. (…) 그런데 알료샤, 어쩌면 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까지 살아남거나 아니면 다시 소생해서 자기 자식을 살해한 가해자를 포옹하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과 함께 <주여, 당신이 옳았나이다!> 하고 소리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때도 난 그렇게 외치고 싶지 않단 말이야. - 상권, 415-416, 428-4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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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1-29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등! 일단 눌러놓고 ㅋㅋㅋㅋ 이제 읽을게요!

독서괭 2025-11-29 23:23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으세요~ 제글은 안 긴데 인용문이 길어서 ㅋㅋㅋ

다락방 2025-11-29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 제가 이 책 읽으면서 도스트예프스키 천재인가... 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는 이 책 되게 오래전에 읽었는데, 둘째가 신앙인이 되었던가요, 하여간 신앙에 대한 얘기 하는 부분에서 완전히 감탄해서, 그 날 친구랑 술마시면서 열변을 토했었어요. 아니, 글쎄, 이렇게 얘기했다니까? 너무 대단하지 않아? 이러면서요. 지금은 그게 신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어떤 이야기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올려주신 인용문 보니, 캬, 이제 좀 더 나이들어버린 지금, 이 책을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완전히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독서괭 2025-11-29 23:25   좋아요 0 | URL
크~ 역시 둘째 이반이 신앙인이 되나요? 전 아이들 얘기 하면서 도저히 난 아이들 고통에 대해서는 주님의 뜻이라고 옳다고 외치지 못하겠다, 하는 게 감동적이더라구요.
다락방님 다시 읽으시면 여러 모로 의미있는 부분 재미난 부분 쏙쏙 캐치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그나저나 중권 빨리 읽어야 원서읽기 시작할 수 있겠네요;;

다락방 2025-11-29 23:58   좋아요 1 | URL
제 기억력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독서괭 님이 인용하신 부분 너무 좋아요! 그래서 다시 읽고싶어졌어요!

독서괭 2025-12-01 12:48   좋아요 0 | URL
그쵸 저부분 좋죠! 긴데 인용하길 잘했네요 ㅎㅎ

잠자냥 2025-12-01 16:39   좋아요 0 | URL
이반이 신앙인 되는 거 맞습니다.

단발머리 2025-11-29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깜짝 놀랐는데요. 아... 정말 제가 이 책을 읽었단 말입니까!! 기억이 전혀 안 나요. 가물가물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내 머릿속 지우개도 아니고 말이지요. 아들이 셋이었다는 것만 기억나요. 전 3권의 중반부터 끝부분이 대단했다는 기억만 납니다.
이래서는 우리는 AI와 대결할 수 없단 이 말씀입니다. 읽고 나서 정리하는 글을 안 써서 그런것 아닌가 하고 추측해봅니다.

독서괭님의 다음 페이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군요.

다락방 2025-11-29 23:5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저 한국 돌아가면 까라마조프 같이읽기 한 번 하실까요..

단발머리 2025-11-30 08:07   좋아요 1 | URL
까라마조프 같이 읽기 좋지요!
돌아오시면 할 거 많은 우리 다락방님!! 😚

독서괭 2025-12-01 12:50   좋아요 1 | URL
아들이 셋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는 단발님의 말씀에 책 읽는 부담이 훨씬 덜어지네요 ㅎㅎㅎ 역시 정리하는 글을 안 쓰면 기억이 덜 나는 것 같습니다. 근데 N년전 오늘 쓴 글 알려주는 북플 알림 들어가서 보면, 제가 정리한 글도 생소하긴 해요..ㅠㅠ
락방님과 단발님의 까라마조프 같이읽기 응원할게요!

건수하 2025-11-30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반에 가장 공감하면서 봤지만 다른 인물들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 저도 열린책들로 읽었어요. 이게 3권짜리였나요? <대심문관> 이 난관이었던 기억이… 화이팅입니다..!

독서괭 2025-12-01 12:53   좋아요 0 | URL
수하님도 열린책들로 읽으셨군요. 이반이 제일 이성적인 인물로 보이네요. ‘대심문관‘이 난관이라니, 1권 끝부분에서 이걸 통과했으니 이제 안심이군요!ㅋㅋㅋ 화이팅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5-12-01 12:55   좋아요 0 | URL
혹 화이팅 여러개 갖고 계시면 저도 하나 주세요, 건수하님! 저도 나중에 카라마 읽을 거라서요 🤣

잠자냥 2025-12-01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읽은 하디 작품도 그렇지만 진짜 고수들은 남성 작가이면서도 여자 캐릭터 입체적으로 그리고 여성 작가 또한 남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거 같아요. 하디 작품도 보면 하나같이 여자들이 단순하지 않아서 좋아요.
도스토옙스키는 아예 인간을 좀 다채롭게 그리죠?! 여성 캐릭터 입체적으로 그린 작품 중 하나가 단연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인데 여기서는 아예 여성화자로 나오거든요? 도선생 미쳤어. 여자빙의! 화자가 나보다 여자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기회되면 읽어보세요.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한 권으로 끝남.

독서괭 2025-12-01 17:44   좋아요 1 | URL
엥? 네또츠까 네즈바노바......와 이름인 거죠? 진짜 어렵다 ㅋㅋㅋㅋ 생소한 작품인데 읽으셨군요. 도스토씨의 여성화자 소설이라니, 궁금합니다. 한권밖에(?) 안 된다니 일단 담아봅시다...
진짜 고수들은 성별 관계없이 인간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잠자냥 2025-12-01 17:52   좋아요 0 | URL
네~~ 주인공 이름이자 책 제목. 열린책들에서 나옴!
 
The Housemaid's Secret (Paperback)
프리다 맥파든 / Little, Brown Book Group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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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밀리를 주인공으로 또 비슷한 스릴러 소설을 쓴다고..? 그게 식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그럼에도 역시나 1권보다는 조금 덜 좋았다. 밀리의 개인사, 연애사가 나오면서 독자와 친밀감 형성을 하였으므로 시리즈 전체를 위해서 필요했던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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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7-15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속편도 다 읽었어요??

독서괭 2025-07-15 20:16   좋아요 1 | URL
읽은지 며칠 됐습니다ㅎㅎ 뒤늦게 백자평을..

다락방 2025-07-15 2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어 천재 독서괭님..

독서괭 2025-07-15 20:17   좋아요 1 | URL
데헷 😚

단발머리 2025-07-16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1권이 더 좋았어요. 너무 슬렁슬렁 읽어서 한 번 더 읽고 싶기도 하구요.
그리고 저는 3권보다 2권이 좋았어요. 어째 부등호가 그려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7-25 15:22   좋아요 1 | URL
점점 하락세.. 어쩔거야 프리다맥파든!! ㅋㅋㅋ

단발머리 2025-07-16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 길 걸어가시는 거 대찬성이고요. 긴 글 환영합니다!! 어서 오소서!

독서괭 2025-07-25 15:23   좋아요 1 | URL
긴 글.. 써야하는데..........하는데................ ㅠㅠㅠㅠ
 
The Housemaid (Paperback) - 『하우스메이드』원서
Freida Mcfadden / Grand Central Publishin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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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임에도 불구하고.. 놓기 힘들어서 쭉쭉 읽어버렸다. 영화화 되어도 재미날 듯. 영어 수준이 아주 어렵지는 않고 모르는 단어들 찾아보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 무리가 없어서 원서읽기 도서로 추천할 만하다. 프리다맥파든의 번역 안 된 책도 많던데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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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6-14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쭉쭉 읽는 실력자, 독서괭님
👍👍

독서괭 2025-06-14 14:45   좋아요 1 | URL
실력자라니.. 부끄럽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6-14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다 읽었어요?? 엄청 재밌군요? 저 이제 1장 읽고 2장 들어가는데 ㅠㅠ 저도 오늘은 좀 달려보겠습니다.

독서괭 2025-06-14 14:46   좋아요 1 | URL
재밌어요 햇살님~ 중간에 엄청 마음이 쫄립니다…

다락방 2025-06-14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완전 짱인데요 독서괭님!!

독서괭 2025-06-14 14:46   좋아요 0 | URL
헤헷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책읽는나무 2025-06-16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괭 님!
대단하십니다.
원서 잡았다 하면 재밌어서 쭉쭉 다 읽어버렸다는 리뷰. 그저 부럽군요.ㅋㅋㅋ
(왜 웃음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요.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7 20:07   좋아요 1 | URL
웃음이 나는 건 제가 좋아서..? ㅋㅋㅋㅋㅋ
잡았다 하면, 은 아니고요. 이 책이 유독 그랬어요. SOW 는 안 그랬습니다, 네….

단발머리 2025-06-16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쭉쭉 쭉쭉쭉!! 저도 다 읽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중간에 무서워서 ㅋㅋㅋㅋㅋㅋ 그만 읽을까 살짝 고민했어요.
재미있어서 저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봤구요. 킨들 구매도 고민 중입니다.

독서괭 2025-06-17 20:08   좋아요 1 | URL
단발님도 쭉쭉 읽으셨군요!! 저도 파트 2에서 너무 쫄려서 ㅠㅠ 좀 힘들었어요.
다른 책도 나중에 함께 읽어보아요 😆

단발머리 2025-07-08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 글 쓰실 시간이 이미 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났습니다. 어서 오세요, 독서괭님! 하트뿅뿅!

독서괭 2025-07-11 16:42   좋아요 0 | URL
긴 글 아니고.. 잘 보시면 제가 ‘긴 길‘이라고.. 단발님의 오타를 따라해서 썼는데요 ㅋㅋㅋㅋ
제가 못 온 사이 단발님은 글을 많이 쓰셨군요. 멋져..
 
처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다니엘 J. 옮김 / 오픈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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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고생스런 리처의 인생. 무고한 약자에 대한 보호를 끝끝내 포기하지 못해서 늘 더 심한 고생을 자처하는 리처는, 이번 편에서도 악당 처단을 위해 개고생을 감수한다. 뭐, 그래서 좋은 거지만. 이번 편 여자 캐릭터들이 좀 약하달까, 전에 읽은 책들에 비해 별로여서 별하나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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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04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이제 여자랑 그만 자라!!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04 23:25   좋아요 0 | URL
그거라도 없으면 너무 터미네이터 같을까봐 매번 씬을 넣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6-05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ㅋㅋㅋ 그만 자라! 리처!
수영씬 좋지 않았어요? 아… 역시 체력이 최고로 중요한가 ㅋㅋㅋㅋ🏊‍♀️

다락방 2025-06-08 23:51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나오는군요? 전 드라마에서 수영씬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저게 된다고? 하면서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09 05:5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역시 수영을 배워야 할까요? 🤔 그냥 수영을 할줄 알아서 된 건 아니지만요 ㅋㅋ 체력도 중요하고 리처의 의지도 대단한 것 같아요!
 
[세트] 셜리 1~2 세트 - 전2권
샬럿 브론테 지음, 송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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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 브론테가 <제인에어>의 성공 후 썼다는 <셜리>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제목과 달리 셜리가 등장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우선 보좌사제 3인방(개그담당)과 주임사제 헬스턴이 나오고, 이들은 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적 소란의 근원지인 할로 공장으로 간다. 이제 공장주 로버트 무어, 매력적인 젊은 남성이 등장할 차례다. 그는 공장에 최신식 기계를 들여오면서 많은 사람을 실직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방인이며, 영국 북부의 요크셔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공장에서 일어난 소동을 해결하고 나서야, 셜리에 버금가는 주인공, 캐럴라인을 만날 수 있다. 그녀는 주임사제 헬스턴의 조카딸로서 엄마와 헤어지고 아빠는 사망하여, 부인을 사별한 숙부 헬스턴과 함께 살고 있다. 캐럴라인은 사촌인 로버트와 그 누이 오르탕스가 사는 집에 종종 찾아간다. 사촌이라 더욱 조심스러우나,, 캐럴라인은 로버트를 향해 커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짠 하고 등장하는 상속녀!! 셜리는 가문의 유일한 상속녀로서 매년 상당한 금액을 받고 있는 부유한 여성이다. 그녀는 나폴레옹과의 전투로 인해 영국과 유럽 사이의 교역이 막혀버려 어려움을 겪는 로버트의 할로 공장에 투자하고, 로버트와 가까워진다. 

자, 뻔하디 뻔한 삼각관계 로맨스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샬럿 브론테는,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는 쉬운 길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셜리와 캐럴라인은 마음을 나누는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된다. 캐럴라인이 심한 절망에 빠졌을 때도, 그녀를 절망에서 꺼내주는 건 셜리와 그녀의 가정교사 프라이어 부인, 이 여성들이다. 


그리고 2권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셜리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데.. (직접 읽어보세용) 


뭐, 시대적 한계이겠지만 로맨스는 아쉬운 점이 많다. 일단 남자들이 아쉽다 ㅋㅋ 제인에어에서 로체스터가 맘에 안 들었듯이, 이놈이나 저놈이나.. 흠흠. 로체스터만큼 나쁜 놈은 나오지 않긴 한다. 제인에어, 빌레뜨와 셜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성들의 미모가 빼어나다는 점일까. 로버트무어도 잘생겼다. 관계성에 있어서는 제인에어-로체스터만큼 계급차이가 있지 않고 오히려 역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눈에 띈다. 여성이라서 불리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고 가장 아쉬운 인물은 역시 셜리다. 

셜리는 이런 인물이다. 로버트 무어 왈, '소녀의 리본으로 된 어깨끈 아래에 상태 좋고 혈기왕성한 심장을 가진 당신 같은 사람은 지금 이런 사소한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해도 겁먹지 않겠지요'(2권, 11쪽). 여기서 당신이 셜리다. 그녀는 용감하다. 기개가 있고, 자신감이 넘치며, 똑똑하고, 건강하고, 활기차다. 심지어 그녀는 책도 좋아하거든. 


올려다보니 달이 떠 있다. 그녀는 책을 덮고 일어나 방 안을 거닌다. 아마도 좋은 책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채워 주고, 다시 따뜻하게 해주었다. 뇌를 자극하고, 마음에 생생한 그림들을 채워주었다. 조용한 응접실, 깨끗한 벽난로, 황혼의 하늘로 열린 창, 새롭게 왕좌에 앉은 그 영광스러운 하늘의 '달콤한 지배자'로의 모습이 셜리에게는 지상을 에덴으로, 삶을 시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2권, 87쪽


그녀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강요하는 친척들이 아니라면, 여성이 할 일은 집 안에, 바느질감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그녀는 치안판사도 될 수 있고, 사제도 될 수 있고, 공장주도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나 많은 셜리들이 그 재능을 아깝게 썪혔을까. 



<셜리>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시대 상황에 관한 샬럿 브론테의 이런저런 논평들, 여성의 처지에 대한 비판, 한심한 사제들을 향한 유머 섞인 조롱들이다. 특히 독신 여성들의 처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각된다.  



'(...) 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삶을 포기하고 자신들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는 칭찬으로 보답하지. 그런 인간들은 그들이 헌신적이고 고결하다고 해. 그걸로 충분한가? 그게 사는 건가? 나를 바칠 나 자신만의 것이 없다는 이유로 남에게 자신의 존재를 내줘버린 사람들은 끔찍한 공허함, 조롱, 결핍, 갈망이 없을까? 내 생각에는 있을 것 같아. 자아를 버리는 데에 미덕이 있을까? 난 그렇게 생각지 않아. 과도한 겸손은 폭압을 만들어내. 나약한 양보는 이기심을 만들어 내고. 가톨릭이 특히 자아를 버리고 남들에게 굴종하도록 가르치는데, 가톨릭 사제단만큼 탐욕스러운 폭군들이 많은 곳도 없지. 모든 인간에게는 자기 몫의 권리가 있어.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알고 순교자가 자신의 신조를 결연하게 고수하듯이 그 몫에 충실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지고 잘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이상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밀려들다니. 이런 게 옳은 생각일까? 잘 모르겠네.' - 1권, 249쪽


하지만 분명 무언가 잘못됐어. 독신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야 해. 지금보다 더 흥미롭고 돈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더 나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내 말에 불쾌해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내가 불경스럽다거나 참을성이 없다고, 혹은 신심이 깊지 못하다거나 신성을 모독한다고도 생각 안 해. 하느님께서는 수많은 신음소리를 들으시고, 인간이라면 귀를 막거나 무력한 경멸감으로 얼굴을 찌푸릴 슬픔에 대해서도 동정해주신다는 것만이 나의 위안인걸. 무력한 경멸감이라 한 건, 쉽게 치유할 수 없는 이런 불만들에 대해서 사회는 보통 경멸을 무기삼아 아예 말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기 때문이야. 이런 경멸은 약점을 덮는 번쩍이는 망토에 불과해. 사람들은 고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문제들을 상기시키면 싫어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무능을 절감하거나, 그보다 더 고통스럽게도, 내키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되니까. 그게 그들의 안락함을 방해하고 자기 만족을 흔들어놓지.  -2권, 92-93쪽



해설에 잘 설명되어 있지만, 샬럿 브론테 자신이 노동자 계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의 생계가 달린 시위를 부르주아 계급의 도덕의식에 기대어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로버트 무어의 비정함이 깨달음을 통해 달라져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인지하게 되면, 그러면 공장 기계화에 수반되는 노동자들의 터전 잃기와 계급 갈등이 해결될까? 시혜적인 태도로 계급 문제를 바라본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샬럿 브론테는 좋다. <셜리>의 출간에 감사하며, 별 다섯 개를 드립니다.  


슬픔과 두려움은 침묵 속에서 돌보면 거인족의 아기들처럼 자라나지요. (2권) - P266

자신을 존중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보다 무지를 더 배려하고 고통에 더 관대해지지 않는다면, 저는 저 자신을 대단히 부당한 인간이라고 경멸해야 할 것입니다.(2권)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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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4-16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 읽으셨군요! 기대되네요. 저도 곧 읽겠습니다~

독서괭 2025-04-16 09:38   좋아요 1 | URL
솔직히 내용으로는 별 다섯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ㅎㅎ 그래도 좋긴 하더라구요. 햇살님께도 즐거운 독서가 되길~^^

페넬로페 2025-04-16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가 여자에게 엄청 불리했는데 그래도 그때의 여자 작가들이 많이 분투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책, 기대됩니다^^

독서괭 2025-04-16 10:2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비평은 비평이고, 분투한 여성 작가들이 존경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페넬로페님도 어서 읽어보셔요~^^

책읽는나무 2025-04-18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샬럿 브론테가 좋아 괭오별을 하사하셨군요?
책 표지도 은은하니 이쁘네요.
왠지 셜리의 외모가 연상되는 것도 같구요.^^

독서괭 2025-04-25 10:11   좋아요 1 | URL
아휴 책나무님, 댓글이 너무 늦어졌네요!
책 표지 괜찮아요. 띠지가 별로라서 뜯자마자 벗겨 버렸어요 ㅋㅋ
캐럴라인은 청순미인, 셜리는 강렬한 미인인 것 같습니다. 제인에어랑 빌레뜨를 먼저 접한 사람으로서는 신선한 설정이네요 ㅋㅋ

단발머리 2025-04-19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셜리와 캐럴라인은 마음을 나누는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된다. .... 그러니깐 이 부분에서 저는 엥?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자세히 안 풀어주셔서 읽어봐야 알 수 있겠네요.

저는 <제인 에어>의 어두침침한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빌레뜨가 상대적으로 밝아서 좋았는데, 이 작품은 용감하고 기개 있는 여성이 주인공이라 더더욱 기대됩니다. 아직도 아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4-25 10:13   좋아요 1 | URL
아휴 단발님, 댓글이 너무 늦어졌네요! 2
엥? 하셨습니까? ㅋㅋㅋㅋ 제인에어랑 빌레뜨보다 여성간 우정서사가 많이 나오는 게 좋더라구요. 캐럴라인이 셜리를 연적처럼 인식하면서도 그녀를 좋아합니다.
제인에어의 어두침침한 느낌 저도 좋아해요! 빌레뜨 읽고 의외로 밝아서 놀람 ㅋㅋ 약간 초현실적인 부분들이 둘다 나오는데, 셜리에는 그런 점은 적은 것 같아요. 그만 아끼고 뜯어보셔요 ㅋㅋㅋ

잠자냥 2025-05-09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줄 알았다옹

독서괭 2025-05-09 17:26   좋아요 1 | URL
고맙다옹 덕분에 알았다옹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