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비곗덩어리'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니!

제목부터 신랄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요전에 읽은 톨스토이(이반 일리치의 죽음)가 허영을 좇는 자의 어깨에 내리치는 근엄한 죽비 같다면, 모파상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광대의 말 같달까. 좀더 건들거리면서 이죽대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 속에 한번씩 날카로움이 깃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midnight 중 두번째로 읽은 책, <비곗덩어리>에는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비곗덩어리', '두 친구', '목걸이'. 

<비곗덩어리>와 <두 친구>는 보불 전쟁(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일어나는 1870년에서 1871년 사이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두 친구>는 전쟁의 비정한 면을 매우 짧은 단편에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데 비해, <비곗덩어리>는 전쟁이라는 시련 앞에서 얼마나 인간이 구질구질해 질 수 있는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중편이다. 이 <비곗덩어리>에서 모파상은 작정하고 인간들의, 특히 상위 계층이라는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까발린다.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의 도시 루앙에서, 독일군 총사령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승합 마차가 출발한다. 여기에 탄 사람들은 다양한데, 부유한 상위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세 쌍의 부부("마차 안쪽 자리를 차지한 이 여섯 사람이 여유 있고 유력한 삶을 사는 부유층으로, 종교와 도덕을 앞세워 올바르고 성실한 사람으로 행세할 권한을 부여받은 이들이었다."-23쪽), 두 명의 수녀, 혁명가 남성 1명, 화류계 여성 1명이다. 이 화류계 여성이 바로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을 가졌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다음, 이 세 남자는 한순간 흘깃 서로에게 호의의 눈길을 던졌다. 처지는 달랐어도 금전을 통해 서로가 형제임을 느낀 것이다. 가진 자들의 유대감,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면 금화가 짤랑거리는 사람들끼리의 동지 의식이었다.  - 27쪽


 상위 계층인 세 쌍의 부부가 순식간에 유대감을 형성한 반면, 코르뉘데(혁명가)와 엘리자베트 루세(비곗덩어리)는 그들로부터 멸시어린 시선을 받는다. 오히려 그들로 인해 세 쌍의 부부 사이의 유대감은 더욱 공고해진다. 이들은 엘리자베트를 보며 <창녀><공공의 수치>라고 수근댄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되는데, 예정과 달리 마차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 식사를 할 수 있는 도시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굶주림 속에 지쳐가는 일행 앞에, 엘리자베트가 짜잔- 음식으로 가득한 바구니를 꺼낸다. 그리고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음식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절하게도 모두 나누어 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엘리자베트에게도 상냥하게 대한다. 

 그러나 또다시 반전, 그들이 하룻밤 묵어 가기 위해 도착한 도시 토트에서, 매력적인 엘리자베트가 독일군 장교의 먹잇감으로 찍혀 버린다. 그는 엘리자베트에게 하룻밤을 요구하며 엘리자베트가 거절하자 일행 전체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고 여관에 머무르던 일행은 엘리자베트가 장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을 알게 되고, 세 쌍의 부부는 어떻게든 엘리자베트로 하여금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꼬시려고 작전을 짜는데...    


남자 여자 구별 없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 생각을 꺼내 놓았다. 그러면서도 예의는 무척이나 차렸다. 여자들은 아주 낯 뜨거운 내용을 입에 올리면서도 절묘하게 돌려 말하고, 섬세한 표현들을 매혹적으로 구사했다. 만약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들었더라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말을 포장했다. 하지만 사교계 여성이 저마다 몸에 두른 정숙이라는 그 얇은 너울은 표면만을 덮어 가릴 뿐이어서, 그들은 이런 음탕한 사건 앞에서 자신의 본성에 딱 맞는 뭔가를 만난 듯 편안한 기분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짝 피어나서는, 이 잠자리 연애사를 주물러 대며 속으로 후끈 달아 즐겼는데, 이런 주제를 다루는 그들의 태도에는 식도락가 요리사가 타인의 저녁거리를 조리하며 맛보는 관능이 스며 있었다.   - 63쪽


 이 대목에서 모파상의 이죽거리는 태도가 절정에 이른다. 그들의 작전은 예기치 못한 수녀들의 -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 아리송한- 지원사격에 의해 성공한다. 실은 루앙에서도 분노에 차 독일군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고, 독일군 장교의 파렴치한 요구를 당당히 거절하고, 여관에서 하룻밤 자자고 조르는 코르뉘데를 "적이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에서 단호히 물리치는 엘리자베트, 창녀라고 깔봄을 당하지만 실은 가장 고상한 내면을 가진 이 여성은 결국 독일군 장교와 하룻밤을 보내고 만다. 

 목적을 달성한 장교는 그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허락한다. 떠나는 승합마차에서 만난 세 쌍의 부부가 엘리자베트를 대하는 태도가 가관이다. 이번에는 처지가 바뀌어 다른 이들은 여관에서 먹을 것을 챙겨온 반면 정신이 없던 엘리자베트는 빈 손인데, 누구도 그녀에게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 "비곗덩어리는 행세만 번듯한 저 파렴치한들에게 자신이 철저히 멸시당하고 있음을 느꼈다."(80쪽) 

 정말이지 여러 번의 상황 반전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통렬한 풍자가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 와중에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비곗덩어리'로 멸시되는 엘리자베트에 대한 연민도 놓치지 않는다. 



 <목걸이>는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대체로 모파상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쓰메 소세키가 특히 이 작품을 <온통 어리석음 투성이>라고 혹평"(123쪽)했다는 게 재미있다. 너무 극적인 설정 때문일까?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마틸드를 보며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떠올렸다. 플로베르가 평생의 스승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영향이 있었을지도.


식탁보를 사흘째 갈지 않은 둥근 식탁에 남편과 마주 앉아 저녁 식사를 할 때, 수프 그릇 뚜껑을 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아! 맛 좋은 포토푀로군! 이게 최고지.....>라고 탄성을 지르는 남편을 보면서, 그 여자는 최고급 만찬, 반짝이는 은제 식기, 고대 인물들과 마법의 숲 속 기이한 새들의 모습을 짜 넣은 장식 융단이 벽을 뒤덮은 연회장을 꿈꾸었다.  - 105쪽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는 사랑을 느낀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 사랑에서 응당 생겨나야 할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엠마는 여러 가지 책들에서 볼 때는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였었던 희열이니 정열이니 도취니 하는 말들이 실제로 인생에서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 민음사, <마담 보바리>, 55쪽

샤를르가 하는 말은 거리의 보도(步道)처럼 밋밋해서 거기에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뻔한 생각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줄지어 지나갈 뿐 감동도, 웃음도, 몽상도 자아내지 못했다. 그는 루앙에서 사는 동안 한번도 극장에 가서 파리에서 온 배우들을 구경하고 싶다는 호기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 사내는 무엇 하나 가르쳐줄 것도 없고, 무엇 하나 아는 것도 없고 무엇 하나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너무나 흔들림 없는 이 평온과 이 태연한 둔감, 그녀 자신이 그에게 안겨주고 있는 행복 그 자체에 대하여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  - 민음사, <마담 보바리>, 65쪽


 마담 보바리를 읽으며 아, 인생의 낭만을 꿈꾸지만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별로 가져보지 못했던 여성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너무 재미없고 호기심도 없고 낭만이라곤 없는 남자를 만났을 때 이런 비극이 생기는구나.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고 느지막히 만났다면 괜찮은 부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을..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목걸이>에 나오는 부부도 비슷해 보인다. 

 <목걸이>와 <비곗덩어리>를 함께 보니 '뒤통수를 조심하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인생은 늘 뒤통수를 치지, 명심하게나. 

어떻게 하면 뒤통수를 맞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파상 선생님? 뒤통수를 조심하다가는 앞통수를 맞겠지. 그것이 인생이라네. 아니 그럼 어쩌라는 건가요, 선생님? 그걸 나한테 왜 물어, 원래 그런 거라니까? 

 네.... 인생 원래 그러한 것.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는 것, 최소한 비열하게 살지는 말 것, 그것이 모파상을 읽은 감상이다. 

 막장드라마로 유명한 <벨아미>.. 집에 있는데, 읽었으나 기억이 안 나는데, 이걸 또 읽어 말어? 일단 모파상의 다른 단편집은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흰 눈송이들이 끝없는 장막처럼 지상을 향해 펼쳐지며 펄럭거렸다. 이 눈의 장막이 세상의 형상을 지우고 사물마다 얼음 거품을 덮어씌웠다. 겨울에 감싸여 가라앉은 이 도시의 광활한 적막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쏟아지는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나부대는 소리, 어떤 것이라고 표현할 말이 없는 그 희미한 바스락거림이 전부였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느낌이었다. 뒤섞여 흩날리는 가벼운 티끌들이 온 천지를 가득 채운 듯했고, 세상이 그 흩날림으로 뒤덮인 것 같았다. - P18

그는 비곗덩어리를 <어린 아가씨>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말을 걸었다. 분별 있는 남자들이 나이 어린 여자를 대할 때 사용하는 보호자인 양하면서 다소 얕잡는 말투였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확고한 명망을 부각시킴으로써 상대를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두려는 의도가 내비치는 말투이기도 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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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31 13: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아닌가요? ㅎㅎ 저도 미드나잇 <이방인> 리뷰 남김~!! 모파상의 세계에 입문하시겠군요 😆

독서괭 2021-08-31 13:38   좋아요 6 | URL
앗 댓글도 찌찌뽕!! 소오름!!!

미미 2021-08-31 14: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담보봐리도 읽어야하는데~♡
읽다보면 연결이 되는 작품들이 보여서 감동도 더해지고 이해도 배가되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31 14:30   좋아요 5 | URL
마담 보바리도 초강추입니다~!!

독서괭 2021-08-31 18:25   좋아요 4 | URL
맞아요~^^ 미미님 이번에 책탑 정복하신 후 마담보바리 가시는 겁니다~!!

겨울호랑이 2021-08-31 15: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비곗덩어리>의 이야기는 과거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과연 진정한 ‘비곗덩어리‘가 엘리자베트인지 아니면 그를 멸시하는 이들인지 읽고나서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

독서괭 2021-08-31 18:26   좋아요 5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 같아요^^ “비곗덩어리”가 오늘날로 따지면 혐오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페넬로페 2021-08-31 16:0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작가가 잘 써주어 읽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을 받는 좋은 단편들 같아요~~저도 얼른 마담 보봐리도 읽어야하는데 마음만 급해요^^

독서괭 2021-08-31 18:27   좋아요 5 | URL
ㅎㅎ 저도 마음만 급한데.. 페넬로페님 양질의 리뷰 쓰고 계시니 천천히 가셔요^^

얄라알라 2021-08-31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모파상 단편집 읽으며, 마지막 잎새 외에 비곗덩어리에 머리 얻어맞은 듯 충격 받았던 기억(만) 나고, 자세한 줄거리는 독서괭님께서 친절히 알려주시네요^^ 우리 북플에 드나들때마다 고전, 다시 읽어야지 하는 불끈 의지가 생깁니다. ˝비곗덩어리˝ 너무 어려서 읽었는데, 이제 다시 읽으면 ˝욱˝ 올라와서 어떻게 반응할지.

독서괭 2021-08-31 18:29   좋아요 3 | URL
ㅎㅎ 읽을 때 받았던 느낌만 남아있고 줄가리는 기억 안 나는 작품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북플에 고전문학 읽는 분들이 많아 넛지효과가 있네요. 저도 덕분에 읽고 있어요. 어려서 읽을 때랑 감상이 많이 다를 듯 합니다.

scott 2021-08-31 16: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담당 이달의 당선작에 뽑힌다!에 저의 손을 🖐 걸겠습니다 ^ㅅ^

독서괭 2021-08-31 18:30   좋아요 4 | URL
아앗 손을..?! 알라딘 보고있나요. 스콧님 손을 위해 부디.. ㅋㅋㅋ 감사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31 17: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까지 이 시리즈를. 인간이 얼마나 구질구질해질 수 있는가. 이리 써주시니 진짜 다시 읽고프네요. 리뷰 넘 멋져요^^

독서괭 2021-08-31 18:30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얇고 가벼우니 어디 가서 대기시간 같은 때 읽기 좋더라구요. 이건 건강검진날 읽었어요 ㅋㅋ

붕붕툐툐 2021-08-31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 시리즈 뽐뿌가 강력히 오고 있습니다!! 저 이 세 단편은 분명 읽은 듯도 한데, 비곗덩어리 줄거리 읽어도 생각이 안 나는 거 보면 안 읽은 거 같기도 하네요~ 뽐뿌 리뷰 감사합니다~ㅎㅎㅎㅎ

독서괭 2021-09-01 00:11   좋아요 2 | URL
책 구매/읽기 뽐뿌력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바로 알라딘 개미지옥!! 지금 바로 가입하세요!!ㅎㅎ 툐툐님도 시작하시는 겁니까?

붕붕툐툐 2021-09-01 08:12   좋아요 2 | URL
저는 아직 구매 뽐뿌는 잘 견뎌내고 있는 미니멀리스트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01 18:23   좋아요 1 | URL
아니 이런 인내의 화신..!!!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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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리뷰대회와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리뷰대회가 <완전한 행복>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완전한 행복>을 먼저 사보려고 했는데, 100자평 내용들 중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보류하고 있던 중, 이 책의 리뷰대회가 새로 올라왔던 것 같다. 강화길 작가 작품은 안 읽어봤지만 <화이트 호스>는 궁금해서 보관함에 담아둔 바 있고, 제목도 매력적인 데다가 리뷰 심사자가 이다혜 기자님이었다. 이거다! 하고 구매했던 것이다.

3개 작품을 읽어 나름 잘 알고 있는 정유정 작가를 뒤로 하고 모르는 작가를 선택하다니, 어리석도다... 


서재친구님들이 리뷰대회 포기를 선언(?)하셨기에, 나는 앗싸, 경쟁자 줄었다 하는 속내가 조금 있어 얼른 읽고 꼭 리뷰대회에 참가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주말에 다 읽었다. 그 결과 나 또한 선언한다. 리뷰대회 포기요...(읽은 게 아까워 리뷰를 쓰긴 하지만 별점을 이렇게 준다는 것은 포기 선언이라 읽어야 하겠다.)


토요일에 아이들이 잘 노는 사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가 분명 '등에 소름이 쫘악 끼치게 해주리라' 마음 먹고 쓴 걸로 보이는 부분에 이르렀을 때(48쪽), 소름은 커녕 전혀 무섭지가 않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대로 접을 것이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더 읽어보기로 했고, 환한 낮에 애들 사이에서 읽었다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한밤중에 독서를 계속했다. 너무 무서워 으으 근데 뒤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하며 어쩔 수 없이 읽어나가게 되는 그런 것을 나는 기대했던 것이다. 책은 나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실제 존재하는 대불호텔의 역사와 1950년대 원한과 악의가 가득했던 우리의 역사를 엮어보고자 했던 작가의 발상은 분명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너무 많은 화자를 등장시켰다. 아무리 많은 것을 집어넣어도 그것이 개연성을 넘어 필연성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면 그 작품은 대작이 된다. 아무리 많은 화자를 등장시켜도 그 화자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독자에게 다가오면 그 작품은 대작이 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나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너무 많은 것은 작품을 산만하게 했고, 너무 많은 화자의 목소리는 다 비슷비슷했다("아아","세상에"라는 말의 반복은 진심 짜증났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를 이루는 '원한'과 '악의'는 아리송하다. 와닿는 지점이 전혀 없다. 


신형철 평론가가 이렇게 썼다. "귀신 들린 집이 입주자를 고르듯,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아마 나는 선택받지 못한 모양이다. 아쉽지는 않다. 

끝. 빨리 다음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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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1-08-23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큰일났네요 다들 리뷰대회 포기를 하시니 오늘 읽으려던 마음이 사라라라락 사라지려고…….

독서괭 2021-08-23 12:46   좋아요 3 | URL
아닙니다 비타님. 이때가 기회입니다!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으니 포기하지 마세요! 하지만 1부 읽고 난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때는 접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수이 2021-08-23 12:56   좋아요 3 | URL
네 그럼 일단 펼쳐볼게요. 그런데 막 좋아죽겠네 하면 어쩌지 싶은 마음도 ^^;;;

독서괭 2021-08-23 12:57   좋아요 3 | URL
좋아죽겠으면 좋은 거지요!! 사람마다 발견하는 게 다르니까요^^

잠자냥 2021-08-23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책이군요. ㅎㅎㅎ 개연성이 없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그 에밀리 브론테 등장에 참 헛웃음이 나왔고요….. 악의 때문에 워더링 하이츠를 빌려온 것은 알겠으나, 그 개연성이……. ㅠㅠ

독서괭 2021-08-23 12:56   좋아요 2 | URL
저도 에밀리브론테가 등장한 이유는 알겠는데 설득력이 없다고 느꼈어요… 암튼 읽어보니 잠자냥님이 쓰신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구요. 소재에 비해 완성도가 많이 아쉽습니다.

2021-08-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1-08-23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신형철 평론가도 자본주의 앞에 무너진 것인가요...

독서괭 2021-08-23 14:17   좋아요 2 | URL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그분을 잘 몰라서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작품에 비해 과한 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1-08-23 14: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놔 ㅋㅋㅋ 신형철 평론가 진짜 좋아했는 데 ㅋㅋㅋ 저도 소설들 끝에 보이는 그 글들이 이제 곱게 안보이네여 ㅋㅋㅋ

독서괭 2021-08-23 14:19   좋아요 2 | URL
진짜 좋아하셨군요. 전 이름만 많이 들었지 잘 몰라요. 다른 건 모르겠고 이렇게까지 멋있는 평을 씀으로써 너무 많은 독자들을 낚으신 것 같아요 ㅠ

새파랑 2021-08-23 14: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점을 수정해서 리뷰대회를 나가보시지 ㅎㅎ 이런 평들이 많아서 왠지 읽어보고 싶네요🙄

독서괭 2021-08-23 14:20   좋아요 3 | URL
ㅎㅎ 엉성하나마 저도 나름의 별점 기준이 있는지라! 하도 평이 갈리니까요. 새파랑님도 한번 도전해보세요^^

페넬로페 2021-08-23 14: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를 떠나 저에게는 이 소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넘 궁금한데요^^

독서괭 2021-08-23 14:21   좋아요 4 | URL
별 다섯개 아니면 별 1~2개 막 이러니까 다들 헷갈리실 것 같아요.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세요^^

2021-08-23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23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8-23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대회-자본주의 빠워-신형철 평론가

왠지 책 자체보다 주변 썰에 호기심이
마구 생기네요.

1등은 주례사 리뷰보다는 정말 신랄한
리뷰에 주는 게 어떨지. 아마 그럴 일
은 절대 없겠지만요.

가령 예를 들어 누가누가 잘 까나 뭐
그런 리뷰는 아무래도 어렵겠죠.

독서괭 2021-08-23 15:46   좋아요 1 | URL
댓글이 많이 달려 좀 놀라고 있습니다^^; 누가누가 잘 까나 리뷰라니 ㅎㅎㅎㅎ 여기 서재에 그거 진짜 잘할 분들 많은데요. 엄청 재밌을 것 같지만 작가와 편집자가 너무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판하는 평가에도 귀 기울여 주길 바랄 뿐입니다.

유부만두 2021-08-23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궁금해지는데요??!!!

독서괭 2021-08-23 15:46   좋아요 1 | URL
제가 의도치 않게 영업하고 있나요??!!!

수이 2021-08-23 15:53   좋아요 2 | URL
극렬하게 평가가 엇갈리다보니 궁금증이 더 일어나는 건 사실!!!

2021-08-23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8-23 16:35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초란공 2021-08-23 16: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을 여력이 안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 궁금해지는데요~? ^^;;

독서괭 2021-08-23 16:22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제 궁금증 땜에 사서 보시라고 권하기는 어렵네요^^;;

하이드 2021-08-23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화길 싫어싫어 하면서 어쩌다보니 계속 찾아 읽다 보니 다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네요.

독서괭 2021-08-23 17:10   좋아요 1 | URL
싫어싫어 하면서 계속 읽으시다니, 미묘한 관계네요^^ 그래도 읽으시는 거 보면 매력이 있나 봅니다. 전작들은 좋다는 평도 많이 봤어요. 그래서 더 기대가 있었습니다..

다락방 2021-08-24 10:11   좋아요 0 | URL
저도 하이드님 감상이 궁금하네요. 제 생각으로는 이 작품도 싫어하실 것 같긴한데 어떤 리뷰를 쓰실지 궁금해요.

하이드 2021-08-24 13:54   좋아요 0 | URL
강화길이 스릴러를 잘 쓰고, 고딕에 관심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본격 고딕스릴러로 쓴 책이라 어떨까 싶네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구요. 최근에 ‘사라지는 건 여자들 뿐이거든요‘ 단편집 읽고, 한국여자의 삶이 그야말로 고딕스릴러에 딱 맞는 장르다 싶었구요. 강화길이 여자를 너무 미워하고, 남자를 좋아하는게 싫은데,글은 늘 잘썼어요. 그래서 더 싫은거지만요. ㅎㅎ 도서관에 책 들어오면 읽어봐야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3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까지 읽은 이 책의 리뷰는 불호, 불호, 호, 불호네요!ㅎㅎㅎㅎ
근데 리뷰 대회만으로도 플친님들이 이리 많이 읽고 올리시니, 주최측에서는 이미 남는 장사 한 거 같아요!ㅎㅎ

독서괭 2021-08-24 02: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리뷰대회 라는 게 독자들 끌어들이는 데 역할을 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불호 대 호 3:1이군요. 끝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리뷰대회가 있는 줄도 모른 1인. ㅋ 제 취향 아니라 읽을 생각도 안했겠지만 괭님 리뷰로 오히려 좀 알게 됐어요. ^^ 저는 정유정을 읽겠습니다^^

독서괭 2021-08-24 02:02   좋아요 1 | URL
ㅎㅎ 리뷰대회가 선전이 잘 안 되어서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정유정 쪽이 상금도 더 쎕니다^^ 전 정유정은 경쟁 엄청날 것 같고 그냥 포기요~ 행복님 리뷰 기대할게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7:47   좋아요 1 | URL
리뷰 쓰겠단 뜻이 아니고 그냥 읽기만 한다고. 저는 리뷰 대회가 무섭습니다. 어찌나 잘들 쓰시는지 후덜덜~~~^^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이 전집을 사놓고 뿌듯해하면서, 금방 읽게 될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만약 읽는다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부터 읽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즐겨듣는 '라디오북클럽'(김겨울 진행) 속 최민석 작가가 고전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안 그래도 새파랑님이 이 전집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시라 계속 쿡쿡 옆구리를 찔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결정타였다. 뭐 워낙 작고 얇은지라 읽기에 부담은 없었다.


 톨스토이는 이 중편으로 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의 뼈를 때린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 23쪽 


 아니 우리 대부분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살잖아, 끔찍하다니 어쩌라고 선생님 ㅜㅜ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그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을 정말로 슬퍼하는 이는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 죽음이 자신에게 가져올 이득을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계획하기에 바쁘다. 톨스토이는 이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어리석도다 인간들이여! 네 삶은 무한할 것 같으냐? 이게 남의 일 같으냐? 


<사흘 밤낮을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이건 언제라도, 지금 당장에라도 내게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뾰뜨르 이바노비치는 일순간 소름이 쭉 끼쳤다. 그러나 그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일어나서도 안 되며 일어날 수도 없다, (...).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자나 뾰뜨르 이바노비치는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이반 일리치의 임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이란 이반 일리치에게만 닥친 특별한 사건일 뿐,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이.  - 19쪽


 죽음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이반 일리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카이사르를 들어 배웠던 삼단 논법을 들먹이며 카이사르는 일반적인 인간이라 그 논법이 적용되지만 난 아니야! 난 일반적이지 않아! 난 아주 특별해! 하고 우겨대는 부분은 우스우면서도 뜨끔하게 가슴을 찌른다. 나만은 예외일 거라는 생각, 은연중에 많은 이들이 품고 있지 않은가. 


그가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 논법, 즉 <카이사르는 사람이다, 사람은 죽는다, 그러므로 카이사르도 죽는다>는 카이사르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자신에게는 절대로 해당될 리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카이사르는 인간, 즉 일반적인 인간이니까 삼단 논법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그는 카이사르, 즉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었고, 항상 다른 모든 존재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  -73쪽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여준 후 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그의 삶을 보여준다.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해서 대단히 끔찍한" 삶 말이다. 그는 형제들 중 유일하게 성공한 자식으로, 예심판사가 되어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명예와 재산을 얻는 데 골몰한다. 그가 중요시 하는 것은 "품위"다. 품위란 무엇인가. 그의 품위란 일할 때 "권력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부드럽게 행사"(29쪽)하며 감정을 배제한 채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러한 태도는 가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결혼 생활에 대한 나름의 입장을 정립했다. 그가 결혼 생활에 요구한 것은 아내가 남편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편리함들, 즉 집밥과 집안 살림과 잠자리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사회 통념이 정해 놓은 외적인 품위와 형식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 34쪽

부부 사이에 애착의 시기가 찾아올 때도 드물게나마 있기는 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그런 시기는 부부가 소원한 관계 이면에 있는 은밀한 적개심의 바다에 다시 풍덩 빠져들기 전에 잠시 쉬었다가는 작은 섬과도 같았다.(...) 그의 목표는 이 모든 불쾌한 상황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고 그런 상황 자체가 무해하면서 오히려 고상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35쪽


 가정에서의 이런 태도는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반 일리치는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감정의 질척임, 마음을 깊이 건드리는 대화, 상대가 처한 상황과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한 관심 등을 배척한다. 결국 그것이 그가 말하는 품위의 본질이다. 아무것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것. 한발짝 떨어져서 내 몸에 진흙이 튀기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

 그러나 죽음이 다가오자 이반 일리치의 마음 속에 서서히 변화가 생긴다. 그동안 자신이 취했던 태도가 그대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엄청난 고통과 고독이 그를 덮친다. 


마침내 의사는 이반 일리치의 눈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이것이 만성 맹장염일 확률이 높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소변 검사 결과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은 이반 일리치가 피고를 앞에 세워놓고 수천 번도 넘게 사용했던 그 방법과 놀랍도록 일치했다. 의사도 역시 안경을 살짝 내려 피고를 쓱 한번 훑어본 뒤 위풍당당하게, 심지어 명랑하게 결론을 내렸다.  - 54쪽

그가 보기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무섭고 끔찍한 의식을 그저 어쩌다가 발생한 불쾌한 사건, 품위가 떨어지는 일 정도로(마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응접실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을 대하듯이) 격하시켰다. 그가 평생토록 지키려 애썼던 <품위>라는 게 고작 그런 것이었다.  - 85쪽


 하지만 이반 일리치는 그동안의 삶의 태도를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가 느끼는 괴로움을 토로하고, 알아달라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대신 엄숙한 표정으로 괜찮은 척 한다. 그러다가도 불쑥불쑥 주변인들에게 서러움과 증오를 느끼며 심술궂게 군다. 이 대목에서 이반 일리치가 정말로 안쓰러웠다. 


이반 일리치는 꺼이꺼이 울고 싶었고 그런 자신을 누군가 달래 주고 같이 울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법원 동료인 셰베끄가 찾아오자, 이반 일리치는 소리 내어 울거나 다독임을 구하는 대신 진지하고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기계적으로 상소심 판결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고는 끝까지 그 의견을 고집했다. 바로 이 거짓, 주변 사람들과 그 자신의 거짓이 이반 일리치의 마지막 나날들을 해치는 가장 무서운 독이었다.  - 86쪽


 이반 일리치는 결국 지난 삶에 대한 정당화를 포기하고 나서야 고통에서 벗어나 죽음으로 갈 수 있었다. 여태껏 내가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 삶이 "그게 아닌 것"이라고 깨달았을 때,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닫고 제대로 살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때, 코앞에 죽음이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던 것은 자기의 삶이 좋은 것이었다는 생각이었다. 지난 삶에 대한 정당화가 그를 옴짝달싹 못 하게 옭아매어 그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 118쪽

그리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가 <그게 아닌 것>이었다는 사실을, 모든 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려 버리는 거대하고 무서운 기만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 114쪽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면서 가차없이 어리석은 인간들의 뼈를 때린다. 아야, 아파요 선생님... 살면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일지, 내 삶은 지금껏 어떻게 흘러왔는지,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도 될지.. 여러가지 고민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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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19 17: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요즘 담요 주는 이벤트 하던데요. ㅋㅋㅋㅋㅋ 담요 이쁘던데 ㅋㅋㅋㅋㅋ 늦게 사는 자가 승리자!? ㅋㅋㅋ

독서괭 2021-08-19 17:08   좋아요 3 | URL
커헉..(피토함) 이럴수가 이럴수가.. 어 근데 저 엊그제 <Noon>세트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요..? 저의 주문 직후 생긴 이벤트인가..! ㅜㅜ

잠자냥 2021-08-19 17:12   좋아요 4 | URL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4014

오늘 뜬 거 같아요. 전 요즘 그래서 신간 좀 천천히 사려고 노력 중입니다요. 맘에 드는 굿즈 꼭 나중에 주더라고요... ㅠ

반품하고 다시 사....ㅋㅋㅋㅋ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행스럽게도, 열린책들 세계문학 1권 포함 소설/시/희곡 3만 5천원 이상 사면 주는 것 같아요)

독서괭 2021-08-19 17:26   좋아요 4 | URL
후.. 아니예요 집에 담요 많아요. 애들 땜에.. 후.. 근데 왜 자꾸 한숨이 나오져 ㅋㅋㅋ

새파랑 2021-08-19 17:41   좋아요 3 | URL
어차피 담요 쯤이야! 😒
왠지 아쉽군요 ㅜㅜ

독서괭 2021-08-19 18:25   좋아요 4 | URL
어차피 안 샀을 거라 생각해도 뭔가 섭섭하죠? ㅎㅎ

scott 2021-08-20 00:53   좋아요 2 | URL
열린 35주년 세트 대박 났나봐여 ㅋㅋ
담요도 주고!

새파랑 2021-08-19 17: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 뼈때리는 작품이 맞는거 같아요.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외로운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참 씁쓸한거 같아요. 독서괭님도 이제 계속 35주년 세트 읽으시겠네요. 같이 완독해 나가요 😆

독서괭 2021-08-19 18:27   좋아요 5 | URL
맞아요 이반 일리치 이야기가 완전히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아서 더 씁쓸해요. 일단 다음책으로 <비곗덩어리>를 뽑아두긴 했습니다!😆

새파랑 2021-08-19 19:22   좋아요 5 | URL
비곗덩어리 완전 잼나요 ㅋ 모파상 완전 좋음. 저도 그럼 이 책 다시 읽어야겠어요 😄

scott 2021-08-20 00:52   좋아요 3 | URL
모파상 단편 강추 합니다!

얄라알라 2021-08-20 12:02   좋아요 2 | URL
모파상, 까마득한 이름,
책 찾아보면 있을텐데, 단편 넘 좋죠! 다시 읽고 싶네요

독서괭 2021-08-20 12:04   좋아요 2 | URL
다들 좋다 하시니 꼭 읽는 걸로^*

붕붕툐툐 2021-08-20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디오북클럽 들어요! 제가 최민석 작가님 팬이라고 하니 페넬로페님이 여기에 나온다고 얘기해주셔서 듣고 있어요!ㅎㅎ
역시 옆구리 찔리면 하게 되는군요~ 톨선생님의 뼈때리기 권법~👍

독서괭 2021-08-20 06:54   좋아요 2 | URL
오 최민석작가님 팬이세요? 전 예전에 어디였더라 뭔 팟캐에 나와 재밌게 얘기하시는 거 듣고 <베를린 일기>는 읽었어요. 라디오북클럽 재밌죠~ 연기 넘 잘하심 ㅋㅋㅋㅋ

han22598 2021-08-20 0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뼈 때릴 정도인가요? 그렇다면 기브스 장착하고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잼 없다ㅠㅠ 죄송)

독서괭 2021-08-20 06:55   좋아요 2 | URL
ㅋㅋㅋ 어디에 기브스 하실 건가요? 마음에 기브스 하고 읽어보세요~^^

얄라알라 2021-08-20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과 독서괭님, 같이 책 읽기 하시는데 저희는 구경하며 얻어갑니다!^^

독서괭 2021-08-20 12:02   좋아요 2 | URL
같이 라고 하기에는 제가 따라가기 숨이 찹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북사랑님^^
 
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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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을 모아둔 소설집을 굳이 하나의 메시지로 관통하여 해석하고자 한다면 하나하나의 작품의 개별성을 무시하고 납작하게 만들어 내 멋대로 소화해 버리는 결과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그래서 소설집 전체에 관한 리뷰를 쓰는 일은 조심스럽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세를 치른 조남주 작가의 소설집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작가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목소리를 내는 일은 중요하다. 꼭 크고 아름다운 목소리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부장제에 의하여 은폐되고 억압되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택한 방법은 ‘부재’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유독 아버지나 남편, 혹은 아들이 부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이 상징하는 가부장제가 함께 부재 상태에 이름으로써 비로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가부장제가 사라진 이후, 그 너머의 세상을 꿈꾼다.


 <매화나무 아래>의 동주는 남편이 죽고서야 어릴 때부터 싫어했던 ‘말녀’라는 이름을 개명한다. 아버지와 남편이 사라진 자리에서 동주의 자매들은 어릴 적과 같은 친밀한 관계를 회복한다. “아버지의 그늘도, 남편의 굴레도 참 지긋지긋해해 놓고 그래서 도망친 게 아들의 어깨였다니.”(41쪽)라고 말하는 동주는, 아들이 죽고 나서야 며느리 효경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 “준철이가 없어서 그래. 이제 내가 준철 에미가 아니고 너도 준철이 집사람이 아니잖아.”(<오로라의 밤> 233쪽)라는 동주의 말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뒤틀리고 반목했던 고부관계에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가부장제의 부재로써 그것이 존재할 때 가졌던 권능과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 나타나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가출>이다. 아버지가 가출했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어머니와 자식들은 아버지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그의 정년퇴직 후 한 번도 먹지 못했던 청국장찌개를 먹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아버지는 <오기>의 화자 초아와 김혜원 선생님의 아버지들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화자인 ‘나’를 오빠들보다 예뻐했고 “그건 내 일이지. 그러라고 내가 이 집에 있는 건데.”(97쪽)라고 말하며 공과금 내는 것을 포함한 모든 돈 관리와 가족들 부양을 모두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는, 가부장제 하에서 전형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될 만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훌륭한 아버지와 살면서 어머니는 공과금조차 낼 줄 모르는 사람이, 의견을 내는 아버지 옆에서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가출하고 나서야 “간결한 문장과 정확한 발음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모습을 찾았다(96쪽). 이처럼 남성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상대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행동들이 여성의 본모습을 지우고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작가는 <현남 오빠에게>에서 상세하게 다룬다.


 한편, <오로라의 밤>은 관습을 거부한 자리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희망이 있음을 시사한다. 화자 효경은 딸 지혜가 손주 한민이를 돌봐주길 바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거절한다. 아이를 낳은 부모가 책임져야 할 육아 문제에서 남성인 아빠는 쏙 빠지고 엄마와 그 엄마 사이의 갈등만 커져간다. 효경은 손주의 육아를 맡아주기를 거절하고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오로라를 보기 위해 캐나다로 떠난다. 그의 동반자는 함께 사는 시어머니 동주다. 돌봄노동에서 해방된 두 사람은 “딱 내 몸 하나만 보살피는 지금은 일상이 얼마나 가뿐한지”(235쪽) 느끼며, 오로라를 보는 순간 관습이 요구하는 것과 정반대의 소원을 빈다. 효경은 “한민이 보기 싫어요!” 동주는 “죽을 때 고와 뭐해? 곱지 않더라도 오래 살 거야.”(248-249쪽)라고 외치며 웃는다. 지혜가 고민하던 육아의 문제는, 그 부담을 어머니가 아닌 남편에게 지우기로 하면서 뜻밖에 해결된다. “아이를 보는 내내 멍하니 창밖만 보던” 자신보다 “아이를 보느라 창밖을 볼 틈도 없던” 남편이 더 육아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256-257쪽), 시터 고용 및 시터와의 의사소통, 어린이집 상담 등을 남편에게 맡기는 것이다.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반목하고 뒤틀렸던 관계를 바로잡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작가가 전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름조차 상실한 미스 김(<미스 김은 알고 있다>)에게도, ‘되바라진 요즘 여자애들’로 싸잡아 폄하되는 주하(<여자아이는 자라서>)에게도, 할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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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13 1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쓰셨는데 사라져서 오잉?했었어요. ㅎㅎ
오, ‘부재‘에서 찾으신 점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공감하고요.

근데 <가출>에서 그 아버지는 언제까지 딸 카드를 쓸지 약간 궁금... 점점 결제 금액이 커지던데....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13 13:21   좋아요 4 | URL
앗 처음부터 비공개로 등록해도 일단 떴다가 사라지는군요. 저도 가끔 오잉?한 적이 있는데 그런 거였군요 ㅋㅋ
저도 궁금해요. 이 아버지 대체 뭔 생각인지 ㅋㅋ

scott 2021-08-13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 이 단편집 관심이 갔었는데
괭님 리뷰 읽으니 단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현재 우리 삶에) 크네요

요책 일단 찜!👆

독서괭 2021-08-13 21:20   좋아요 1 | URL
찜~^^ 관심이 가셨던 책이라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scott 2021-09-10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 당선 축!
이번달은 리처가 아닌 조남주 작가님이 용돈 주쉼 ^ㅅ^

독서괭 2021-09-10 16:12   좋아요 4 | URL
앗, 저 이 글은 잊고 있었는데 이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스콧님 손 어쩌죠? <이반 일리노비치의 죽음>이 당선작으로 뽑힐 거라고 손을 거셨었는데.. 음..

scott 2021-09-10 16:13   좋아요 2 | URL
네, 손꾸락 ! 요귀 .🖐

새파랑 2021-09-10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다음달에는 잭리처로 당선해주세요~!!

독서괭 2021-09-10 16:1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지난달 읽은 <원티드맨>이 별로였어서 리뷰를 못 썼네요. 지금 읽고 있는 <네버 고 백>으로 한번 노려보겠습니다!

미미 2021-09-10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당선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1-09-10 16:13   좋아요 3 | URL
미미님 감사하고, 저도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21-09-1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09-11 10:39   좋아요 0 | URL
호랑이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9-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려요 🎉 🎈

독서괭 2021-09-11 10:3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9-10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09-11 10:39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09-10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조남주 작가가 단편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합니다.**

독서괭 2021-09-11 10:40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저는 이책이 조남주 작가를 처음으로 접한 거라 비교는 어려운데,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라 한번 읽어보심 좋을 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9-11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축하드려요. 조남주님 책은 한권도 안읽었어요. 이 리뷰도 이제야 봤어요^^

독서괭 2021-09-11 10:41   좋아요 1 | URL
행복님 저도 이 책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1-09-11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전 이 작품은 제가 직접 읽고 싶어서 리뷰 한 편도 안 읽었는데, 지금 독서괭님 리뷰 읽으니 읽고 나서 더 읽고 싶네요.
효경은 손주 육아 거절했는데(찬성), 시어머니랑 같이 사는(반대) 이유가 궁금해서요. 미리 알려주시면 감사링!!!!

독서괭 2021-09-11 10:42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여태 안 읽으셨는데 제 걸 읽어주시다니 영광이네요 ㅎㅎ 원래 시어머니 모시고 같이 살며 시어머니가 효경의 딸을 돌봐주셨은데 남편 죽고 나서도 계속 같이 산 것 같아요. 두사람이 잘 맞게 잘 살아서 보기 좋습니다^^

초딩 2021-09-1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멋진날 되세요~

독서괭 2021-09-12 13:34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thkang1001 2021-09-1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광님! 이달의 리뷰에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09-12 13: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 독서광 됐나요 ㅋㅋㅋㅋ 그 정도는 못 되는데 노력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악의 사슬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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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리처 시리즈 다섯번째로 <악의 사슬>을 읽었다.

일전에 sc***님이 댓글로 잭리처시리즈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악의 사슬>, 이라며 수작이라고 평하셨는데, 과연 그랬다.

바로 전작인 <61시간>과 시간상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라 두 작품을 연달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메인 스토리는 전혀 관련이 없어서 필수는 아니지만 좀더 재미있을 것이다. 


<61시간>의 마지막에 살아남은 잭리처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그 작은 마을의 유일한 모텔에 있는 바에서 커피를 마시던 리처는, 옆에 앉은 술 취한 마을 의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 걸 알게 되고, 외면하려는 의사를 반강제로 끌고 대신 운전까지 해주며 환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부잣집 저택의 문을 열어 준 것은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여성, 일리노어다. 약자에 대한 폭력을 두고 보지 않는 리처는 그녀의 남편을 찾아가 한방 먹이는데, 사실 그 남편 세스라는 작자가 행한 일들 중 일리노어에 대한 폭력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던 것. 


"세스는 어떻소?" 리처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한테 무척 화가 나 있어요." 일리노어가 말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오."

"당신은 그 사람보다 덩치가 훨씬 크잖아요."

"그 사람은 당신보다 훨씬 크잖소."    - 전자책 인용


 <61시간> 리뷰에서 잭리처가 번역상 말투 변화에 의해 회춘했다고 썼는데... 이번 책에서 다시 노화했다. 아이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하오'체와 '~해요'체가 섞여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하오체를, 어떤 사람에게는 해요체를 쓰는데 그렇게 번역한 것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61시간>과 <악의 사슬> 번역자가 다르던데, 흠. 앞으로 볼 책들의 번역자도 눈여겨 봐야겠다. 


 아무튼 잭 리처는 세스와 그의 가족들이 오래전부터 행해왔던 '어떤 물건의 유통' 계획에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된다. 위 계획에 연루된 여러 범죄조직들의 움직임이 세스의 리처에 대한 개인적 복수와 그에 대한 리처의 대응행위들과 얽히면서 사건은 점점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그 전개 방식이 기가 막히다. <61시간>도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악의 사슬>은 처음부터 끝까지 더 재미있다. 

 이건 절대 스포일러 할 수 없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흠, 그리고 잭 리처의 신상에 대한 시시콜콜한 정보는 제일 적게 나오는 것 같다. 메인 스토리에 집중! 


 늘 마지막에는 쿨내 나게 떠나는 잭 리처. 그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만일 경찰들이 오면 모든 걸 내게 미루시오. 내 이름도 알려줘요. 그들이 나를 찾을 때쯤엔 난 다시 다른 곳에 가 있을 거요."   - 전자책 인용



액션 영화나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럴 땐 여덟을 셀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리처는 시궁쥐였다. 시궁쥐가 바닥에 자빠져 있는 적을 일으켜주거나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완전히 숨통을 끊어놓거나 최소한 다음 번 싸움을 위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좋은 기회를 포기한다는 건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똥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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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5 15: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괭님 드디어 악의 사슬을! 요건 지인 선물로 찜! 괭님께 땡튜를 ^.~

독서괭 2021-08-05 15:39   좋아요 3 | URL
와 감사합니다~ㅎㅎ 그런데 방금 알라딘에서 보니 이책 재미없었다는 평도 좀 있네요. 역시 사람 취향은 다양한가봅니다. 스캇님과는 감상이 비슷하네요^^

잠자냥 2021-08-05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이번에 다시 노화한 잭 리처 ㅋㅋㅋㅋㅋㅋ 다음엔 다시 회춘인가욬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5 15:40   좋아요 2 | URL
ㅋㅋㅋ 보니까 다음에 읽을 <원티드맨>의 역자가 이책과 같아서, 회춘은 무리가 아닐까 싶어요..ㅋㅋ

새파랑 2021-08-05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은 퀴어문학과 잭리처 전문 마니아~!! 저도 잭리처처럼 쿨내 나게 떠나고 싶어요😆

독서괭 2021-08-05 16:04   좋아요 2 | URL
ㅎㅎ다른 전자책 읽어야 할 게 생겨서 잭리처는 잠시 멈춤입니다. 하지만 곧 다시 시작할 거예요!

단발머리 2021-08-08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총 여섯권인지 일곱권인지 모르겠는데 말이지요. 이러다가 리 차일드 마니아 3위자리 곧 독서괭님에게 빼앗기겠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읽을거랍니다. 읽을거에요!!! 기다려라, 잭리처! 내가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8 19:1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사실 이 리뷰 쓰고 살짝 기대했는데 아직 4위더라구요! 3위는 쉽지 않군요. 단발머리님 달려가시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전 이미 원티드맨 어제 시작했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1-08-08 20:42   좋아요 2 | URL
저도 그냥 순순히 앉아있기만 하지는 않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추적자 집에 모셔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08 21:36   좋아요 1 | URL
이럴수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