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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 리뷰대회와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리뷰대회가 <완전한 행복>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완전한 행복>을 먼저 사보려고 했는데, 100자평 내용들 중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보류하고 있던 중, 이 책의 리뷰대회가 새로 올라왔던 것 같다. 강화길 작가 작품은 안 읽어봤지만 <화이트 호스>는 궁금해서 보관함에 담아둔 바 있고, 제목도 매력적인 데다가 리뷰 심사자가 이다혜 기자님이었다. 이거다! 하고 구매했던 것이다.
3개 작품을 읽어 나름 잘 알고 있는 정유정 작가를 뒤로 하고 모르는 작가를 선택하다니, 어리석도다...
서재친구님들이 리뷰대회 포기를 선언(?)하셨기에, 나는 앗싸, 경쟁자 줄었다 하는 속내가 조금 있어 얼른 읽고 꼭 리뷰대회에 참가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주말에 다 읽었다. 그 결과 나 또한 선언한다. 리뷰대회 포기요...(읽은 게 아까워 리뷰를 쓰긴 하지만 별점을 이렇게 준다는 것은 포기 선언이라 읽어야 하겠다.)
토요일에 아이들이 잘 노는 사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가 분명 '등에 소름이 쫘악 끼치게 해주리라' 마음 먹고 쓴 걸로 보이는 부분에 이르렀을 때(48쪽), 소름은 커녕 전혀 무섭지가 않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대로 접을 것이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더 읽어보기로 했고, 환한 낮에 애들 사이에서 읽었다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한밤중에 독서를 계속했다. 너무 무서워 으으 근데 뒤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하며 어쩔 수 없이 읽어나가게 되는 그런 것을 나는 기대했던 것이다. 책은 나의 기대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실제 존재하는 대불호텔의 역사와 1950년대 원한과 악의가 가득했던 우리의 역사를 엮어보고자 했던 작가의 발상은 분명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 너무 많은 화자를 등장시켰다. 아무리 많은 것을 집어넣어도 그것이 개연성을 넘어 필연성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내면 그 작품은 대작이 된다. 아무리 많은 화자를 등장시켜도 그 화자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독자에게 다가오면 그 작품은 대작이 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다. 나는 실패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너무 많은 것은 작품을 산만하게 했고, 너무 많은 화자의 목소리는 다 비슷비슷했다("아아","세상에"라는 말의 반복은 진심 짜증났다...). 그리고 작품의 주제를 이루는 '원한'과 '악의'는 아리송하다. 와닿는 지점이 전혀 없다.
신형철 평론가가 이렇게 썼다. "귀신 들린 집이 입주자를 고르듯,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아마 나는 선택받지 못한 모양이다. 아쉽지는 않다.
끝. 빨리 다음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