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서재 이미지는 빨간 우편함이지요. 저 우편함은 3년 전 전주영화제에 갔다가 예뻐서 찍은, 전주 한옥마을 최명희길에 있는 한 카페의 우편함이에요.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전주에 가서 빨간 우편함이 잘 있나 그 자리를 찾아가 봤습니다.

 

 

 

 

 

 

세상에. 우편함이 이렇게 낡았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죠. 비도 맞고, 눈도 맞고, 바람도 맞았겠죠.

이 우체통이 맞이하고 보낸 시간만큼 나도 많이 늙어버린 것 같아 좀 서글프지만

어쩐지 이 모습이 싫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프로필 이미지를 얼마 전 찍은 새 우편함 사진으로 교체합니다.

우편함이 이렇게 낡아가는 동안 이 곳에 드나들었던 많은 분들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p.s. 전주는 여전히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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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12-27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주 가고 싶어요. 일단은 포항부터 불끈!

W 2012-12-28 01:15   좋아요 0 | URL
전주 좋아요. 그런데, 포항은 무슨 일로 가세요? 여행 가시는 거에요?

2012-12-27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3-01-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호미곶 일출 보러 갔다왔는데, 차가 막혀 호미곶은 못 가고 대신 포항공대에서 일출을 봤다는 우스꽝스러운 전설이... ㅎㅎㅎ

W 2013-01-10 00:04   좋아요 0 | URL
으어... 진짜요? 호미곶 거기 올라가는 길 엄청 길죠...사람 많지 않을 때 가면 정말 아름다운 길인데... 저는 예전에 왜목마을 가다가 완전 고생한 기억 있어서 ㅠㅠㅠ 새해 첫날 일출은 절레절레....

숲노래 2013-01-27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 예쁜 헌책방 아직 몇 곳 남았는데... 앞으로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전주 헌책방도 즐겁게 마실해 보셔요~
 

 

 

 


선거 다음날 친구는 대한문으로 달려갔다.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밥차 봉사를 해야겠다며. 대선 결과에 절망하셨겠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하는 관계로 함께 가지 못했다. 그러다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대한문 앞에서 크리스마스 예배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적어도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3년 전에는 남일당 앞에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렸었다. 시대의 가장 아픈 곳을 잊지 않고, 그 곳에서의 예배를 기획해주는 이가 있어 감사하다. 나는 기꺼이 머릿수 하나를 보탠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 


정작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의 크리스마스 예배는 늦잠을 핑계로 땡땡이치고, 대한문으로 달려갔다. 성탄의 의미를 잊지 않고 이 자리를 찾은 사람이 오백명을 좀 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정말 추웠다. 사진 속 사람들의 자세만 봐도 오늘이 얼마나 추웠는지가 보일 거다. 이런 추위에 무방비상태로 이렇게 오래도록 떨었던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몸과 마음이 저절로 붕괴되는 추위였다. 나름 따뜻하게 입고 나간다고 목도리도 칭칭 감고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고 털부츠도 신었으나 역부족.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그야말로 공포였고, 나는 고작 30분 만에 추위 앞에 넉다운됐다. 발이 너무 시려워서 발가락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나 수면양말이랑 핫팩좀 사러 갔다올게" 라고 친구에게 말하고 제일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가 정말 간절한 얼굴로 "수면양말이나 핫팩 있나요?" 라고 물었다. "수면양말은 없고 핫팩은 다 떨어졌습니다." 라는 말이 들려왔으나 절망할 여유가 없었다. 지체하지 않고 큰길 건너편 올리브영으로 다시 달렸다. 달리는 동안은 발이 시렵지 않았다. 핫팩 한세트와 수면 양말을 샀다. "저 구석에서 좀 신어도 될까요?" 추위 앞에 부끄러움이 웬말이냐. 나는 나 하나의 온기를 위해 발바닥에 핫팩을 붙이고 그 위로 수면양말을 신고 다시 부츠를 신고 대한문으로 달려갔다. 


오늘 새롭게 깨닫게 된 것. 아. 언발에는 핫팩을 붙여도 소용이 없구나. 땅도 차고, 발도 찬 상태에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있는 핫팩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온기도 누군가 전할 수 있어야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거구나. 결국 핫팩은 땅과 나의 거리를 1mm 띄웠을 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계속 시린 발을 어쩔 줄 몰라하며 그렇게 두시간동안 바깥에서 예배를 드렸다. 


결국 예배보다 뼈에 남은 건 이 추위다. 추위로부터 피할 길이 없었던 그 두시간을 "이 시간이 끝나면 따뜻한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자, 따뜻한 저녁을 먹자" 라는 희망으로 버텼다. 집에 가면 보일러를 올리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매트에 폭 들어가 몸을 녹여야지, 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희망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을 내내 떠올렸다. 스물 여섯겹의 옷을 껴입고, 철탑위에서 농성하는 이들은 이런 작은 희망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희망없이 이 추위를 견뎌야 한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내겐 단 두시간의, 끝이 보이는 추위였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온기조차 없이 추위 속에서 싸워야 하는 이들. 그들에게 이 겨울은 얼마나 가혹할까. 


나는 오늘 그 곳에서 단 두시간의 추위도 견디지 못한 패잔병이고, 루저였다. 예배를 마치기가 무섭게 카페로 뛰어가 카푸치노 한잔으로 추위를 삭이고, 식당의 따뜻한 온돌에서 몸을 녹이고 따뜻한 저녁을 먹고, 뜨거운 커피 한잔에 달콤한 도넛을 입에 물고 행복해하는. 그런 주제에 집에 오는 길에는 진이 빠지기까지 했다. 이 추위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지독하게 추운 크리스마스였다. 



얼마전, 광화문의 김소연 후보의 유세 차량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 작고 고요한 노래를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선곡했을까. 

 


 

http://www.youtube.com/watch?v=pjbASf0vSwg

 

너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쓸데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아름다운 것들을 같이 볼 수만 있다면 좋겠네 

작은 자유가 너의 손 안에 있기를 작은 자유가 너와 나의 손 안에 있기를 

너의 미소를 오늘도 볼 수가 있다면 내일도 모레도 계속 볼 수 있다면 좋겠네 

네가 꿈을 계속 꾼다면 좋겠네 황당한 꿈이라고 해도 꿀 수 있다면 좋겠네 


너와 나는 얼굴은 모른다 하여도 그래도 같이 달콤한 꿈을 꾼다면 좋겠네 

지구라는 반짝이는 작은 별에서 아무도 죽임을 당하지 않기를 

지금 나는 먼 하늘 아래 있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네가 조금 더 행복하길 

지금 나는 먼 하늘 아래 있지만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네가 조금 더 행복하길 

작은 자유가 너의 손 안에 있기를 작은 자유가 너와 나의 손 안에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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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5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6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6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W 2012-12-28 01: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시는 분들도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죠 :)
사람이 많으면 든든하고 안추울줄 알았는데 그래도 겁나 춥더라고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2-12-2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거기 있었구나.
24~25일 광화문에 있어서 몇 번 전화해보려다 바쁘실거 같아서 안했는데 해볼걸.
25일날 아침에 그렇게 추운데 미사 드리는거 보니까 마음이 찡하더라구요.
한진중공업 분이 선거 다음날 자살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참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2012-12-28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친구들과 모여 개표방송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이윽고 맥주를 마셨다. 평소 마시던 양을 넘었는데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명징해졌다. 


이 패배감. 내게 희망할 기운이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그래도 나는 문재인이라는 대통령을 갖고 싶었다. "제 부족함입니다. 여러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제가 패배한 것입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양산 댁으로 가셔서 예뻐하는 고양이 강아지들과 행복하세요. 대통령 후보로 나와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직은 당신같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분하지만,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난 오늘 밤, 내가 패배한 자라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저 광화문에서 박정희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자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나는 다행히 나로 자랐고, 계속 이렇게 살 거다. 앞으로 살면서 더 많은 패배와 절망을 맛보겠지만. 그렇다고 난 절망을 예측했다며 조소하지도 말고, 절망이 두려워 피하지도 말아야지. 그렇다고 그 절망에 학습되지도, 익숙해지지도 말아야지. 그냥 매번 절망하고, 매번 슬퍼해야지. 그래야지. 정말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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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12-20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동안은 아마 한국 뉴스 못 볼 듯 싶네요.. ㅠ_ㅠ

W 2012-12-20 18: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뉴스 못볼 것 같아요. 사실 원래도 볼 뉴스가 없긴 했지만.
출근길에 경향신문이 집앞에 놓여져 있는데 그것만 봐도 맘상하던걸요.

2012-12-2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위로가 되네요.ㅠㅜ

W 2012-12-20 18:39   좋아요 0 | URL
너무 속상하죠. 정말.
하루가 지났는데도 계속 속상해요.

다락방 2012-12-20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이 글보고 눈물이나요. ㅠㅠ

W 2012-12-20 18: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ㅠㅠ

프레이야 2012-12-20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눈물이 났어요. 다른일로 났었던 눈물에 겹쳐서 더더. 패배감, 분함. 밤지샜어요. 자주 보는 친구 둘에게도 실망에 좌절..

W 2012-12-20 18:41   좋아요 0 | URL
이것만 가지고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힘든 일이 있었다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ㅠㅠ

2012-12-2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12-2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W 2012-12-20 18:42   좋아요 0 | URL
ㅠㅠ 한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요.

무해한모리군 2012-12-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길에 서류 가방은 평소보다 어찌나 무겁던지요..

W 2012-12-20 18: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ㅠㅠ

blanca 2012-12-2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의 희망을 기약해 봅니다.

W 2012-12-20 18:43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2012-12-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라우니 2012-12-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고 싶지 않아서 TV를 꺼버리고 역전하는 꿈을 꾸었어요..문재인이라는 사람 덕분에 희망을 꿈꾸었는데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그분 얼굴을 볼 수가 없더군요..

W 2012-12-20 18:44   좋아요 0 | URL
저도요. 처음에는 차선인 것 같았는데, 점차 문재인이라는 사람만은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너무 좋아했는데 슬프고, 아쉬워요.

네꼬 2012-12-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내 친구.

W 2012-12-20 18:44   좋아요 0 | URL
우리 다음에도 같이 광화문 가요.

기억의집 2012-12-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대중대통령 생각하면서 역전하는 기대 많이 걸었는데, 서울 경기에서 안 뒤집어지더라구요. 오, 박그네의 국민,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W 2012-12-20 18:46   좋아요 0 | URL
저는 김대중 대통령 때는 투표권이 없었거든요. 결과만 알았었는데.
이번엔 전자개표라 개표가 너무 빨리 되서...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 이런 게 불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 너무 끔찍합니다.

2012-12-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2-12-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을 예측했다며 조소하지도 말고, 절망이 두려워 피하지도 말아야지... 저도요.
끈질기게 꿈꾸고, 기대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꿈꾸고, 기대하고, 그럴 거예요. 끝끝내.

W 2012-12-20 18:48   좋아요 0 | URL
네. 설령, 그러다 끝난다고 해도.
내가 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40~50대가 되서 기성 세대가 되면 그 땐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더 치열해지고,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

2012-12-20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12-12-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친구.......당신은 나와 같은 편. 그게 위로가 되네요.

2012-12-20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6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12-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다. 웬디양님이 우리편이라서. 응. 편가르기 할꺼에요.

W 2012-12-26 00:45   좋아요 0 | URL
레와님. 우리 다시 5년 힘내요.

카스피 2012-12-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20~30대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멘붕상태지요ㅜ.ㅜ

W 2012-12-26 00:45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멘붕 안하고 눈 똑바로 뜨고 다시 신문 보려고요. ㅎㅎ

개인주의 2012-12-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6시에 출구조사 발표되는 거 보고 채널 돌려버렸어요..-_-;;

W 2012-12-28 01:2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ㅠㅠ 저는 차마 믿을 수가 없었어요. 흙.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했어요. 미련스럽게. ㅠㅠ
 

 

금요일부터 휴가였다. 목요일엔 금요일이 휴가라고 술을 마셨고, 금요일엔 내일이 토요일이라고 술을 마셨고, 논리적으로 따지면 오늘은 술을 마시면 안되는데, 주말이 가는 게 아쉬워 또 술을 마셨다. 아. 나는 주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만세.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않은 토요일(어제)은 종일 팟캐스트를 들으며 무도를 보며 집안을 청소하고 뒹굴뒹굴거리다가 느즈막히 안양 부모님댁으로 건너갔다. 뜻한 바가 있었다. 잃어버린 두 표를 꼭 찾으리라. 나름 작전도 세워서 집으로 돌격.

 

아. 설마설마 했는데...... 이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 이젠 동네에서 가끔 할아버지, 소리도 들으신단다. 그치, 제가 시집을 갔으면 벌써 할아버지 소리 듣고 남지요 ㅠㅠ 그나마 엄마는 동안이라 아직 그런 굴욕은 안 당하신듯.) 정말 박근혜를 찍을 생각이었다. 세상에나 -_- 문제는 별 소신이나 생각 없이 그냥 박근혜를 찍을 생각이었나보다. 엄마는 여쭤보니 안철수는 좋았는데 문재인은 사람이 별로 맘에 안들어서 (이유도 없다 ;;) 싫다고 하고 박근혜는 뭐 좋지는 않은데 그냥 사람이 없으니 찍는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아... 안철수 사퇴한다고 박근혜 찍는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했는데 우리 엄마였어. ㅠㅠㅠㅠ 투표 안할까, 생각도 했었단다. "차라리 하지 말아요...." 하다가, 협박에 엄마가 혹할 협상조건을 곁들여 한표 획득 성공. (조건은 비밀, 시집갈게요 이런 건 아님. ㅋㅋ)

 

아빠는 경상도 출신이라 새누리당 하는 건 보니 아닌 것 같은데 민주당은 뽑기 싫다 주의. 새누리당은 워낙 오래전에 실망하셨고, 지난 선거 때는 '차라리' 권영길을 찍겠다며 그쪽으로 한표... -_- 어쩔 수 없이 초초 유치하게 "아빠, 근데 문재인은 아빠랑 똑같은 창녕 출신이잖아" (흑흑 이것 밖에는 방법이...ㅠㅠ) 여기에 덧붙여 "그러고보면 창녕에 참 괜찮은 사람이 많아. 박원순 시장님도 창녕 출신이고. 쬐끄만 도시에 인물이 많이 났어" 까지 덧붙였 ;;; 그러자 아빠는 박영선도 창녕 출신이고 홍준표도 창녕 출신이라며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 그닥 알 필요는 없는) 정보들을 던져주신다. 아아... 우리 어르신들의 이 고향을 향한 끈끈한 마음이란 뭔가요... 물론 아빠를 설득한 논리는 이게 아니라, 뒤에 내가 덧붙인 아빠가 혹할 희생봉사의 조건이었지만 암튼 한표 더 획득 성공 -_-

 

엄마는 그래도 안철수가 좋다며 "그럼 다음 대권엔 안철수가 나오는 걸까? 그럼 엄마는 안철수 뽑고 싶은데" 라고 말씀하신다. 거기에 내가 "음, 다음에 야권은 안철수랑 박원순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그러자 엄마는 "어머, 그럼 엄마는 박원순 뽑을 거야" 라고. 박원순 시장님이 참 잘하고 계시긴 한가보다 :) "근데 엄마, 박근혜는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게다가 바보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다 나빠서 호시탐탐 다 이용해먹을 생각만 하고 있어서 박근혜는 진짜 안되. 토론회 봤죠? 이정희가 한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 다 지들 해먹으려고 하는 거지. 절대 국민을 위할 사람들이 아니야" 라고 말하자 엄마는 "야, 이정희는 근데 말을 너무 못되게 하더라. 그래서 여론도 안좋고 욕 많이 먹잖아"라고... (오마이갓....) "엄마, 그게 다 진짜니까 새누리당이 그렇게 여론을 조작하는 거야. 그게 다 진짜라니까. 틀린 게 하나도 없어. 박근혜는 절대 절대 안돼" 라고 못을 박자 엄마는 "알았어"라고 말하고는 덧붙인다. "근데 문재인은 말도 못하더라......" 아... 제인...... 여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흙. 지금도 토론 준비에 한창일 제인.. 제인.. 내일은 잘해주세요. ㅠㅠ 아빠는 그냥 누가 되건말건, 내 협상 조건에 단박에 오케이. 아빠가 그럼 넌 오늘(토요일) 광화문엘 다녀왔느냐고 묻는다. 추워서 안갔다고 하자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욕먹었 -_- 으나, 암튼 한표는 약속 받았다. 다음주에 확인사살 들어감.

 

부모님들이야 저 멀리 있고, 다 똑같아 보이고 사실 지켜질 리 없어보이는 공약들보다는 현실적이고 가까이서 공약을 안지킨다고 구박할 수 있는 딸의 공약이 더 설득력이 있겠지. 암튼 이한몸 바쳐 나는 두표 획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처럼, 그냥 별 소신이나 생각 없이(차라리 부모님이 강한 소신이 있었다면 나는 설득하려고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을테고, 그 정치적 입장을 굳이 바꾸려 들지 않았을 거다.) 박근혜에게 그냥 당연한 듯 한표를 주는 사람이 있을테고, 그런 표들이 많을테고, 그게 많이 모여서 나라 말아먹을 놈들에게 간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

 

동생은 나꼼수를 듣는다거나, 여러 게시판 등을 전전하는 징후를 몇번 목격했으므로 굳이 물어보지 않으려 했으나 엄마가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봄. "내가 박근혜를 왜찍냐?" 아. 내동생 잘컸어. 몇년 전만해도 촛불집회에 갔다왔다는 얘기를 하자 "누나 그런 데도 갔다왔어?" 했던 동생이었다. 이쯤 되면.... 나꼼수 만세? 아니면... 가카 만세? (잡스 만세?)

 

 

나는 올림픽을 봐도 굳이 우리나라 선수 응원 안하는 사람이고, 노벨상도 고은 선생님보다는 다른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더 응원하게 되고, 우리나라가 뭐 선정됐다고 해도 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무슨 사건 터졌을 때 외신부터 살피는 건 무척 쪽팔린 짓이라고 생각하는,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라고는 평균 이하로 많이 떨어지는 사람인데.... 박근혜 앞에서 다 무너졌다. 나는 내가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으려고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 너무 너무 부끄럽다. 12월 19일에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 박근혜의 얼굴을 마주할 일이 벌써부터 두렵다. 부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굳이 2표 더 얻으려고 부모님까지 설득할 생각은 안했는데 -_- 지금은 내가 더 얻는 2표가 딱 2표의 가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나 역시 누군가의 상상 속의 누군가가 되고, 그 누군가들이 결국 모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지푸라기를 잡아서라도 꼭 막고 싶다.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러 나왔습니다" 하던 이정희의 마음에 백번 백번 백번 공감한다.

 

오늘, 안양에서 서울로 오기 전 빵 사러 잠깐 백화점 지하 빵집에 들렀는데 안철수 전후보가 유세를 왔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나는 또 추워서 찰스의 얼굴만 잠깐 보고 백화점으로 쏙 들어가버렸 ;;; 다 ;;; (제인이 함께 왔다면 견딜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추운 날 고생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그리고, 앞으로 대선은 좋은 계절에 했으면 좋겠다. 봄이나 가을에. 너무 추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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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12-12-10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인당 2명씩 책임져야... 부모, 형제자매, 왕래있는 사촌들과 이번 기회에 정치 얘기 약간씩이라도 해야겠다.

W 2012-12-10 01:37   좋아요 0 | URL
뭔가 잠재적 표가 많을 것 같은 동네. 책임이 막중하십니다 :)

Mephistopheles 2012-12-1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으로 다시 복귀하실 예정이실까요???

W 2012-12-10 01:54   좋아요 0 | URL
에이~ 설마요~

다락방 2012-12-1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반가운 글이에요. 참 잘했어요! ㅎㅎ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12-12-10 20:08   좋아요 0 | URL
역시 당신은 알라딘의 보이지 않는 손, 알라딘의 엄석대, 알라딘의 빅브라더.

W 2012-12-10 23:15   좋아요 0 | URL
다락방 / 뿌잉뿌잉~
뷰리풀말미잘 / 그럼요. 이분은 알라딘의 매출까지 걱정하시는 분이십니다.

2012-12-11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0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2-12-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다음에 연결되었던 '경실련의 후보선택도우미'를 전 팀원에게 뿌려서 한 표 획득. 그 분은 제게 '이거 문재인 지지 사이트냐?'라고 물었다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나의 말에 자신의 정책이 문재인과 맞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니까요.

W 2012-12-10 23:19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거 해봤어요! 저는 회사에서는 더이상 거둘 표가 없어요. 흙흙.
근데 문재인과 정책이 맞는 사람이 그걸 알기 전에는 박근혜를 지지할 수도 있는거군요. 좀 놀라운데요.

별족 2012-12-11 10:11   좋아요 0 | URL
안철수를 찍으려던 사람이 박근혜를 찍을 마음을 먹기도 하니까, 이상하지는 않던걸요. 정책이 사라진 선거에 이미지만 남아있어서.

LAYLA 2012-12-10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녕드립 너무 귀여워서 광대 발사 되었어요 하하하하핳

W 2012-12-10 23:19   좋아요 0 | URL
고백합니다. 저 광대 발사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봤습니다.
으흑. 굴욕의 30대 ㅠㅠ

지나던 이 2012-12-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여서 19일에 제발 가슴 무너지는 결과를 받아들지 않았으면 합니다ㅜㅠ 독재자 딸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나라에 살고 싶지 않아요...

W 2012-12-10 23: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ㅠㅠ
지나던 이, 님 가끔 또 지나쳐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wkshim99 2012-12-1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요새 단골이 된 HENS COFFEE 의 샌드위치 반쪽 + 커피 세트. 

한끼 식사로 종종 애용하고 있다. :)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각종 야채가 들어있고

커피까지 단돈 7천원! (우와~) 



짠. 술을 마시다 마시다, 난 이제 술을 생일 선물로 받는 사람이 됐다. -_-V 뭔가 어른같아요. 



오늘도 말없이 도시를 지킨다. 그대 이름은 도시의 강철 허수아비. 



꽁꽁 싸매 보낸 귀한 마음을 받았다. 멀리 강원도에서 오느라 포장이 무려 다섯겹! 



17시 00분. 300번. 어느 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뽑아 든 매입 대기표. 아. 뭔가 행운이 찾아올 것 같... (그래요, 저 이런 거 믿는 유치한 사람이에요 ㅠㅠ) 



늦잠 자느라 교회 땡땡이친 날. 어느 귀차니스트의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 



땡땡이친 덕에 오후는 여유로웠다. 홍차 마시면서 책 보면서 딩가딩가. 

여름 내 방치해둔 퍼즐은 배경으로 전락했으나, 저 날부터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  



누군가의 잉여잉여한 흔적. 가만히 읽어보면 재밌다. 옆에 틀렸다 이놈아!! 가 압권이다. 



웬디에게 피터팬 제과점에서 날아온 케잌. 나는 의미심장하다며 좋아했지만 정작 친구들은 그럴 의도는 없었다며. 그냥 우연이었을 뿐이라며.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반짝반짝 도시락 설거지 후 도시락통을 말리는 시간. 뭔가 소꿉소꿉하다. 



퇴근길 마주친 꼬마들. 바닥에 앉아 물끄러미 먼 곳을 보다가, 또 서로 장난 치다가 하던 모습이 예뻐서 몰래 찍고 도망쳤다. (미안)



오르한 파묵 책을 샀는데, 생각지도 못한 포스트잇이 들어있었다. 품질이 제법 괜찮다. 안에 캐리커쳐랑 사인도 조그맣게 인쇄되어 있고. 지금껏 받았던 출판사 포스트잇 중 제일 예쁜듯 :)  



 주말 아침, 늦잠쟁이의 아침겸 점심 올리브 야채 스파게티. 그간 마늘을 못썰어서 올리브 스파게티는 못만들었는데, 한살림 마늘가루가 나를 구원했다!



부산 영화제에 다녀온 지인들이 명란 바게트를 먹었다는 트윗을 보고 부러워서 찾아보니 그 제과점의 수도권 유일 분점이 안양에 있었다. (감동) 부모님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안걸리는 곳에!! 너무 맛있어보이는 빵들이 많아서, 간만에 빵심 돋던 날! (하지만 명란 바게트만 사서 나왔다. 나는 쿨시크하니까) 



날이 너무 좋아 집에 바로 못가고 이촌역에서 내려 한강 앞 벤치에서 잠시 책을 읽었다. 



네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나는 음악이 따로 필요치 않았지 :) 

가만히 있어도 풍경이 나를 스치던 시간. 가을이 나를 지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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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0-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웬디양님 사진들, 이제부터 더 주목해서 잘 봐야겠어요! (심상치 않아서, 음,,,,)

W 2012-10-15 00:40   좋아요 0 | URL
아. 이런...! 기뻐요 :) 고맙습니다 ^-^/

레와 2012-10-1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사진에 인화 욕심 생겨요!! (왜 내가..ㅎㅎ;)
정말 좋아용!

건조기후 2012-10-15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들 사진 완전 예뻐요!
웬디님의 토요연재 엄청 좋아하는 1인 ㅎㅎ

키치 2012-10-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참 좋네요. <소설과 소설가>를 사면 따라오는 포스트잇, 탐 납니다 ㅎㅎ

아른 2012-10-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사진들은 그윽한 커피 빛깔이에요 틈틈이 들러 마시고 가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