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모여 개표방송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이윽고 맥주를 마셨다. 평소 마시던 양을 넘었는데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명징해졌다. 


이 패배감. 내게 희망할 기운이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그래도 나는 문재인이라는 대통령을 갖고 싶었다. "제 부족함입니다. 여러분이 패배한 것이 아니라 제가 패배한 것입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양산 댁으로 가셔서 예뻐하는 고양이 강아지들과 행복하세요. 대통령 후보로 나와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직은 당신같은 대통령을 가질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분하지만,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난 오늘 밤, 내가 패배한 자라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저 광화문에서 박정희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자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나는 다행히 나로 자랐고, 계속 이렇게 살 거다. 앞으로 살면서 더 많은 패배와 절망을 맛보겠지만. 그렇다고 난 절망을 예측했다며 조소하지도 말고, 절망이 두려워 피하지도 말아야지. 그렇다고 그 절망에 학습되지도, 익숙해지지도 말아야지. 그냥 매번 절망하고, 매번 슬퍼해야지. 그래야지. 정말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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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2-12-20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동안은 아마 한국 뉴스 못 볼 듯 싶네요.. ㅠ_ㅠ

웽스북스 2012-12-20 18: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뉴스 못볼 것 같아요. 사실 원래도 볼 뉴스가 없긴 했지만.
출근길에 경향신문이 집앞에 놓여져 있는데 그것만 봐도 맘상하던걸요.

2012-12-2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위로가 되네요.ㅠㅜ

웽스북스 2012-12-20 18:39   좋아요 0 | URL
너무 속상하죠. 정말.
하루가 지났는데도 계속 속상해요.

다락방 2012-12-20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이 글보고 눈물이나요. ㅠㅠ

웽스북스 2012-12-20 18: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ㅠㅠ

프레이야 2012-12-20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눈물이 났어요. 다른일로 났었던 눈물에 겹쳐서 더더. 패배감, 분함. 밤지샜어요. 자주 보는 친구 둘에게도 실망에 좌절..

웽스북스 2012-12-20 18:41   좋아요 0 | URL
이것만 가지고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힘든 일이 있었다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ㅠㅠ

2012-12-2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12-2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웽스북스 2012-12-20 18:42   좋아요 0 | URL
ㅠㅠ 한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요.

무해한모리군 2012-12-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출근길에 서류 가방은 평소보다 어찌나 무겁던지요..

웽스북스 2012-12-20 18: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ㅠㅠ

blanca 2012-12-20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의 희망을 기약해 봅니다.

웽스북스 2012-12-20 18:43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2012-12-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라우니 2012-12-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고 싶지 않아서 TV를 꺼버리고 역전하는 꿈을 꾸었어요..문재인이라는 사람 덕분에 희망을 꿈꾸었는데 죄송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그분 얼굴을 볼 수가 없더군요..

웽스북스 2012-12-20 18:44   좋아요 0 | URL
저도요. 처음에는 차선인 것 같았는데, 점차 문재인이라는 사람만은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너무 좋아했는데 슬프고, 아쉬워요.

네꼬 2012-12-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내 친구.

웽스북스 2012-12-20 18:44   좋아요 0 | URL
우리 다음에도 같이 광화문 가요.

기억의집 2012-12-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대중대통령 생각하면서 역전하는 기대 많이 걸었는데, 서울 경기에서 안 뒤집어지더라구요. 오, 박그네의 국민,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웽스북스 2012-12-20 18:46   좋아요 0 | URL
저는 김대중 대통령 때는 투표권이 없었거든요. 결과만 알았었는데.
이번엔 전자개표라 개표가 너무 빨리 되서...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 이런 게 불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 너무 끔찍합니다.

2012-12-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2-12-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을 예측했다며 조소하지도 말고, 절망이 두려워 피하지도 말아야지... 저도요.
끈질기게 꿈꾸고, 기대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꿈꾸고, 기대하고, 그럴 거예요. 끝끝내.

웽스북스 2012-12-20 18:48   좋아요 0 | URL
네. 설령, 그러다 끝난다고 해도.
내가 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40~50대가 되서 기성 세대가 되면 그 땐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선 더 치열해지고, 더 '잘' 살아야겠다 싶어요.

2012-12-20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12-12-20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친구.......당신은 나와 같은 편. 그게 위로가 되네요.

2012-12-20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6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12-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다. 웬디양님이 우리편이라서. 응. 편가르기 할꺼에요.

웽스북스 2012-12-26 00:45   좋아요 0 | URL
레와님. 우리 다시 5년 힘내요.

카스피 2012-12-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20~30대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멘붕상태지요ㅜ.ㅜ

웽스북스 2012-12-26 00:45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멘붕 안하고 눈 똑바로 뜨고 다시 신문 보려고요. ㅎㅎ

개인주의 2012-12-2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6시에 출구조사 발표되는 거 보고 채널 돌려버렸어요..-_-;;

웽스북스 2012-12-28 01:20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ㅠㅠ 저는 차마 믿을 수가 없었어요. 흙.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했어요. 미련스럽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