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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나에게 묻는다. 나 스스로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이런 내게 자신있게 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 역시 벗어버리고 싶은 나의 모습들이 많았다. 한 때는 스스로가 밝음, 혹은 긍정성이라는 이미지로 정의되는 것이 컴플렉스이기까지 했는데, 이건 나의 이런 모습들이 세상을 향한 기만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으며, 더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자면, 그렇지 않은 모습이 더 멋져보이기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넌 밝고 긍정적이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너는 나를 몰라, 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나를 모르고 있었던 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는 내 위에 자꾸만 스스로를 덧씌우려는 노력들을 기울이는데, 가끔은 나 아닌 것들로 자꾸만 나를 설명하려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내가 그런 것들이 익숙해졌다면 그 모습을 나는 나 자신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라깡의 말처럼 나라는 주체의 본연은 나의 본질이 아닌 수없이 많은 대타자들이 형성하는 것이라면, 이제 나는 새로이 형성된 나의 모습들이 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아니면 나는 여전히 세상을 기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여전히 그 답을 모르겠다. 그러면 난 적어도 멋져지기라도 했는가. 그 역시 잘 모르겠다. 나를 좋아해주었던 사람들은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밝음, 혹은 긍정성의 빛을 발견하고, 좋아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는 그러한 타인의 시선 안에 머무른 채 내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하는건가. 아마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은 나인 동시에, 이미 내가 아니니까.

연극 속 리타는,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 문학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을 살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은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방식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결국 좀 더 나은 내가 아니라, 좀 더 나아보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스페인산 싸구려 와인을 사가서 망신당하지 않고 싶은 마음, 근사해 보이는 사람들과 멋진 대화들을 나누면서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타인의 말을 자신의 것인양 치환해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조차 어느 순간 그것을 자신이라 믿어버리는 것.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마음보다는 취향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픈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겠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사실,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설명하는 일이 더 쉽고 그럴듯하다는 이유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래왔던 것 같다. 내가 읽는 책이, 내가 듣는 음악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보다 나를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올 한해 '내가되는 꿈'을 하나의 화두로 잡았던 마음은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살아낸 것은 온전한 나 자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리타는 이제 많은 것을 알게 된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마도 그녀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삶'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토록 아이러니한 자유가 또 있을까. 불행히도 나 역시 그러한 아이러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2009 첫 연극 @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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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08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적응했어요..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전부 다 나의 모습이라고..^^

웽스북스 2009-01-08 02:21   좋아요 0 | URL
흐흐 저도 메피님의 취침 시간에 이제 적응했어요. 아함~ 졸리다~

멜기세덱 2009-01-08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연극보고시퍼요...웬지누나~~~ㅎㅎ

웽스북스 2009-01-08 02:22   좋아요 0 | URL
저를 만나시면 됩니다.
제가 거의 뭐 온몸으로 연극을 하며 산달까요. 하하하.

저를 구경하세요.

깐따삐야 2009-01-0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교수님도 리타 길들이기, 아주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지방엔 안 내려오는지.-_-
웬디양님의 이 글 참 좋은데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고민한 적이 있어서요. 메피님 경지에 오르려면 좀 더 닳아야겠죠? ㅋ

Mephistopheles 2009-01-08 17:42   좋아요 0 | URL
가만히 있어도 나이 들면 그리 됩니다..^^

웽스북스 2009-01-09 01:54   좋아요 0 | URL
아, 그랬어요? (어쩐지 막 공신력을 등에 업은 것 같고 막 ㅋㅋ) 이 글에 공감해줄 수 있고,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는 깐따님이 좋아요. 후훗.

메피님, 나이 들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 많은걸요.
 



제값을 '온전히' 치르고 티켓을 사는 일은 거의 없는 내가, 루시드폴 때문에 처음으로 콘서트 티켓을 지른 사건. 그것도 이미 두달 전에. 그러니, 얼마나 오매불망 기다렸던 날이었던가.

예전에 이승환 콘서트에서도, 윤도현밴드의 콘서트에서도, (물론 다 공짜로 티켓이 생겨서 갔던 것들이지만) 나는 적응하지 못했다. 나는 확실히 가만히 앉아서 노래와 대면하는 식의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루시드폴 콘서트의 정적은, 그래, 돌이켜보건대, 좀 많이 고요하긴 했지만 그래도 반가웠다. 재밌던 건 고요한 정적이 흐르다가 노래가 끝난 후에, 기침을 참던 사람들이 콜록 콜록 대던 순간. 기침조차 허용되기 어려운, 오로지 기타 소리와 그의 노래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메우던 공연이었다.

공연은 내가 좋아하는 '새'로 시작해 '오 사랑'으로 끝났다. (그래, 내가 좋아하는 이라는 말이 불필요하다는 건 안다. 도무지 좋아하지 않는 곡은 별로 없으니. 그래도, 저 두 곡도, 정말 너무 좋아하는 곡들이니까.)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억제가 안되지만, 억제 해야한다, 그저 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반가움을 표할 수 있을 뿐. 새가 끝나고 나의 하류를 지나,가 나오고, 풍경은 언제나가 나오니, 아이고, 좋구나.

한마디도 안하고, 쉬지 않고, 그저 민망할 때마다 레몬 꿀차를 마셔가며 부끄러운 듯 노래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참 루시드폴 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성격의 사람이니 이런 노래를 쓰겠지. 그래도 2부에서는 제법 농담을 하는데, 어라, 이건 유머 코드가! 맞는 것이지. 하하. 이번에 준비한 건 새 노래인데요, 아, 새 노래는 맨 첫곡으로 했죠. (첫곡 = 새) 니나는 아무래도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 개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성급하고 자기 중심적인, 하지만 굉장히 설득력 있는(!!! ㅋ)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맞는 말 같다 (^-^v) 그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강아지를 대상으로 쓴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가 유일하게 '사랑해, 사랑해'를 말한 노래라고 한다. 소속사 사장이 그 노래를 보더니, '야 니가 대상이 개가 되니까 이런 가사를 용기내어 쓰는구나'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하하.

암튼, 이런 순간에는 자신과 마주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가사들은 올 한해 내 모습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내고, 나의 이십대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끄집어내고, 그렇게 끄집어져 나온 내가 다시 노래와 어우러지고, 그 노래가 다시 나를 위로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건 마지막 곡인데요'는 오늘의 가장 아쉽고 당황스러웠던 대사. 그래도 마지막 곡이 '오 사랑'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계속, 너무해 너무해, 사람이었네도 안하고, 국경의 밤도 안하고, 그건 사랑이었지도 안하고,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도 안하고, 그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네도 안하고, 사람들은 즐겁다도 안했는걸. 이라 말하며 아쉬워했다. 사실 끝나면 어쩌지 끝나면 어쩌지, 아직 이것도 안나왔는데, 이것도 안나왔는데, 설마, 설마, 하던 순간들이었다. 다행히 앵콜 두곡은 국경의 밤과 사람들은 즐겁다였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물론 10집 가수가 10집에 수록된 모든 노래를 콘서트에서 다 부를 수 없듯, 그 역시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이라 여겨지는 곡들로 선곡을 했겠지만, 그럴 바엔, 게스트를 부르지 말던가. 라는 야속함까지. ㅜㅜ 우리는 우스개로, 루시드폴 너무 박하다고, 루시드박 아니냐고, 아님 박시드폴 아니냐고, 계속 아쉬움을 표했지만, 어쩌면 아쉬움을 택한 그의 전략이 훌륭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집에 와서도 계속 이렇게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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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12-2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웽스북스 2008-12-27 12:39   좋아요 0 | URL
아프님 메롱 하고 싶다. 하하하.

니나 2008-12-2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되는꿈... ㅠㅠ.... 어제 루시드폴 씨디 틀어놓고 잤어....

웽스북스 2008-12-27 12:40   좋아요 0 | URL
사실 산이 되는 꿈 다음에 나왔으니 내가 되는 꿈은 나가 아닌 냇물일거야 그치 그런데 나는 그게 자꾸만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꿈, 이라고 들리더라고.

마노아 2008-12-27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루시드 폴 공연 갔을 때 참 좋았는데 너무 조용해서 살짝 졸았던 기억이..;;;
저도 그때 공짜 공연이었거든요. 원래 공짜표로 가면 공연을 잘 못 즐기고 오는 법칙이 있대요. ㅎㅎㅎ
이번에도 브라질 노래 불렀나요? 처음 들어보는 그 낯선 언어의 노래가 참 신선했어요. 가사 어케 외웠을까 경이롭기까지 했지요.
 



사실 나는 뮤지컬을 별로 믿지 않는 인간 중 하나이다. 풍족한 볼거리, 들을거리로 빈약한 텍스트를 가리는 뮤지컬이 얼마나 많은가. 하여 나는 비교적 텍스트로 승부하는 정극 쪽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축에 속했고, 오늘 함께 '맨오브라만차'를 본 니나도 비슷한 족속이었다. 나야, 워낙 지금까지 경험해온 뮤지컬의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이겠고, 나보다 연극을 서른배쯤 많이 본 니나는 연극의 토양이 풍성했던 데 반해 뮤지컬 쪽에서는 제대로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니까, 나는, 우리의 저 생각이 깨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다. 정성화 주연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보면서. 지금까지 봤던 뮤지컬의 대부분이, 노래나 퍼포먼스가 강한 뮤지컬은 스토리가 약하거나, 혹은 다 되는데. 배우가 너무 연기를 못하거나, 하는 등, 뮤지컬에 필요한 요소 중 한두가지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연기, 배우 실력, 스토리라인, 무대,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히 정성화라는 배우를 다시금 보게 됐다. 카이스트 시절 그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음에도,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로 왠지 가볍거나, 웃기는 걸로 승부하거나, 유명세에 기대(뭐, 정성화는 유명 배우는 아니었지만) 실력은 조금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주어 고맙다. 내가 이렇게 편견으로 점철된 인간이다. 암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요즘 주변에 거침없이 추천을 날리고 다니는 중. (벌써 몇명 넘어올 것 같다. 나는야, 영업업무는 절대 못하지만 진짜 삶에 있어서는 영업 사원 마인드~)

어떤 글을 보니 이 뮤지컬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뮤지컬'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공감한다. 물론 한권의 책, 한편의 영화, 하나의 뮤지컬 등으로 자신이 바뀌었다는, 빈약한 삶의 경험과 무게를 가진 사람을 개인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보고, 자신의 삶의 자세를 반추해 보거나 다잡지 않는다면, 아마 다음 두 가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매우 '잘' 살고 있거나
매우 '잘~' 살고 있거나

개인적으로 계속 들었던 물음은 이것이다. 진실을 사는 이에게 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과, 현실을 사는 이에게 진실의 거울을 비추는 것 중, 더 잔인한 것은 어느 쪽일까.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진실의 거울'이 두려워 계속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진실의 거울을 맞닥뜨려야 할 것인가, 현실의 거울 안쪽에서 달콤한 솜사탕이나 뜯어먹으며 살아갈 것인가. (하하, 그렇다고 내 현실이 꼭 그렇게 달콤한 것만도 아닌데 말이지 -_-)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없던 고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오게 되는 건 이 작품이 가진 힘일 것이다. (하여,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징징대는 중이다.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살지, 하면서...)

생일이 되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있지만, 니나는 내게 이 공연을 '생일선물'로 보여줬다. '생일'이 단순히 태어난 날이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날,이라는 뜻에서라면, 치열하게 고민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무력한 이십대였을지언정, 이십대의 삶을 마무리하고, 삼십대에 접어들고, (아, 징그러) 이제 또, 다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나이기에, 감히 단언컨대, 올해 아마도 이걸 능가하는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나보다 며칠 앞서 태어난, 아마도 내년쯤 결혼을 할 것 같은 C에게, 남자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이 공연을 보여달라고 하라고 마구 강요했다. 이십대의 마지막 생일이자, 결혼하기 전, 마지막 함께 보내는 생일에, 이 공연을 함께 본다는 건 너와 T가 앞으로 함께할 생을 그려 나가고 계획함에 있어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자 최고의 선물이 될 거야, 블라, 블라, (아무래도 나는 의미부여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녀는 물론 한마디로 일축했다 - 어쩌지? 선물 벌써 받았는데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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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08-09-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굉장한 뽐뿌가 되는되요? 전 이런식의 추천에 굉장히 약한 편인데 (삶의 큰 의미가 될꺼야 하는..) 제 주위 지인들도 웬디양님 처럼 뮤지컬의 '빈곤함' 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편들이라서 누굴 데려가야 할지...-.-



아, 징그러.

웽스북스 2008-09-15 11:11   좋아요 0 | URL
아, 주이님, 굉장한 뽐뿌가 됐다니, 하하, 저 막 영업해놓구, 또 정작 사람들이 설득당하면 또 흔들흔들 하잖아요. ㅋㅋㅋ

뮤지컬의 빈곤함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하는 분께, 너무 큰 기대는 심어주지 말고, 한번 같이 가보심이 어떨런지요 ^_^

니나 2008-09-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

웽스북스 2008-09-15 11:12   좋아요 0 | URL
어 스페셜땡스투다 ㅋㅋㅋ
 



1

나무야 바람이 불면,을 다시 보는데
니나가 연기한 수연이 나오자마자 나는 그만 코끝이 찡해졌다

토지를 다시 보면서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그 사람의 운명이 스치고 지나가 안타깝기도 했고,
조준구에게 당하는 서희의 모습을 보면서는
괜찮아, 나중에 다 복수해, 라고 위안을 삼기도 하면서 본다고 얘기했었는데,
한 번 봤던 연극을 다시 보는 것도 비슷한 기분이구나.

처음 봤을 때는 영문도 모르고 봤던 수연이의 등장
그런데 다시 보니, 그애가 나오는 동시에 그애의 삶과, 마음이 스친다
괴로워하는 선생님의 마음도

내내,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잘 음미하면서, 그렇게 봤다
한번 더 보길 잘했구나 ^_^


2

뮤지컬 우리동네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C가, 자기는 무지 지루했다며 준 티켓이었는데
나는 예전에, 역시 니나가 연기한 작품(우리읍내)으로 학교에서 봤었고
그 때도 꽤 좋아했던 작품이었기에
기쁨으로 받아서 봤다 ^_^

그 연극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스토리가 자극적이지 않고
물흐르듯 흐르는 삶을 보여주기 때문인데,
나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이 일상을 보내는 순간부터
나는 그 순간을 나중에 그들이 얼마나 아득하게 그리게 될지를 미리 떠올린다

하루하루가 그립고 소중한 가운데,
서로 쳐다보고, 손잡고, 눈 마주치며, 얘기할 시간조차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일의 반복

그건 결국 나의 삶이고, 내 부모의 삶이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할 것이 너무나 분명하면서도
그걸 알면서도 당장 고치기 어려운 그 무엇


3

그리고 오늘, 저녁에 들어와 청소하면서 본
영화 '내사랑'

뭐 순전히 감우성 때문에 다운받아서 본 영화이긴 하지만,
그리고 스토리 좀 많이 진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았던 건
역시 감우성 때문? (하하하 -_-) 은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캐릭터들이 모두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하던 당시에
마케팅의 일환으로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해준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어머 정일우 감우성의 프리허그라니, 라며
나 당장 명동으로 달려가겠다고 오버를 하곤 했었으나,
게으름에 달려가지는 않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들을 지나면서 가끔 보게 될 때 좀 시큰둥한 편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 품에 안기는 건 어쩐지 좀... 이라는 마인드? -_-)
영화를 보다가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안아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수줍은듯 다가가는 아저씨, 그리고 꼭 안아주는 주인공 (엄태웅, 극중 프리허그 운동가)
꼭 내가 아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님에도
그런 누군가가 전해주는 온기가 필요해 누군가에게 꼭 안기고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과 마음을 내어 그런 그들을 안아주는 사람들
정말, 따뜻한 일이구나

암튼, 주말 3일 연속,
역시 바쁜 회사일 따위는 잊고,
신나게 놀고, 양껏 마음을 채웠구나

아흡, 다시 월요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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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7-1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1년전 오늘의 일기를 보니 또 혼자 막 거침없이 하이킥 보면서, 안녕 프란체스카 보면서 울던 얘기가 써있다. 원래 울보맞았구나, 기억을 못하고 있을뿐 ㅋㅋㅋㅋ (바보온달 찾아보자 ㅎㅎㅎ)

뽀송이 2008-07-1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사랑스런 울보 웬디양~~
'내사랑' 영화가 참 독특하고, 캐릭터들이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저도 감우성 좋아해요. 그 살~짝 웃는 미소가 이뿌고 그의 말투가 그냥 좋아요.
와아~ 감우성이랑 정일우가 프리허그 해줬다면 난리법석 이었겠어요.^^;;

웽스북스 2008-07-15 22:49   좋아요 0 | URL
네네 ㅎㅎ 저 이연희 도너츠먹으러 대공원 간 장면 생각하면서
막 혼자 귀여워하고 있어요

사랑스러워요 정말 ^_^
 


2005년 초였나보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를 보고,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몇달 후면 온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을 무지 보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당시 백수였던 나는 너무 비싼 티켓 값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저 손가락만 쪽쪽 빨 뿐이었다 ㅜㅜ

옆자리 소중한 사원 혜진씨가 노트르담드파리의 공연이 설 연휴 때 할인된다며 예매하는 걸 보고 나도 알았다. 같이 볼 사람을 물색하다가 메신저에 들어온 B에게 살짝 의향을 떠봤더니 흔쾌히 오케이. 10만원짜리 좌석인 S석을 5만원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5만원에 싸게 본다고 해도 덥썩 예매할 정도로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작년에 못쓴 휴가비 돌려 받은 걸로 나에게 선물한 셈 치자며 눈 딱 감고 예매버튼. 당연히 기대는 컸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는데, 어라, 어라, 세곡째 듣던 순간, 나는 B에게 속삭인다. "왜이렇게 노래를 못해?" B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음유시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음량은 풍성한데, 자꾸만 반음씩 음이 떨어진다던가, 살짝 음역이 어긋난다던가 하는 게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문제는 중요한 노래는 그 배우가 많이 부르다는 거지. 상대가 받쳐줄 때는 풍부한 성량으로 잘 부르는데, 독창을 할 때는 여지없이 음정이 불안하다. 아놔.

에스메랄다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음색은 에스메랄다의 다른 캐스트인 바다와 비슷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음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의 캐스트가 바다가 아니라며 좋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괜히 좋아한 게 되버렸다.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기대했던 음색이 아닌지라 나는 꽤나 실망. 여리고 예쁜 음성보다는 안정적이고 풍성한 음성을 기대했었다. 심지어 콰지모도 역할을 맡은 배우까지, 2부에서는 음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워낙 방대하고 스케일이 큰 곡들이어서 소화하는 데 다들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실은 지금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을 듣고 있는데, 매우 심히 차이가 많이 나는군.

세종문화회관이 공연장으로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었는데, 오늘 가보니 그 이유를 대충은 알겠더라는. 음악회를 사랑하는 E씨는 1층 가운데 라인 정도에만 앉아도 피아노 독주가 잘 안들린다며 웬만하면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피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너무 음량을 키워놔서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오래된 건물이라 시스템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은 듯. 게다가 원곡을 번역해서 가사의 분절이 부자연스러운 관계로 가사의 전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음향까지 엉망이니 가사의 30% 정도는 추론을 해야만 했다. 차라리 오리지널 캐스트 원어로 연기하고 자막을 보는 편이 전달은 훨씬 잘됐겠다, 싶을 정도. (또 오리지널 캐스트는 자막 보느라 장면 몰입이 어렵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치만 무대 연출은 참 괜찮았다. 연출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조명과 막, 그림자, 댄스 등의 적절한 활용 덕에 몇 장면들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특히 에스메랄다가 춤추며 올라가던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살짝 전율이 느껴질 정도. 그치만 연습이 부족했는지 어긋나는 몇몇 동작들과 맞지 않는 줄, 이런 게 거슬린다. 저 가운데 아저씨는 왜 왼쪽으로 치우쳐서 선 걸까, 왜 저 앞줄 두번째 댄서는 동작에 힘이 없어 보일까, 막 이런 거 -_- 그러면 안돼 얘야, 비싼 돈을 내고 왔으니 즐겁게 봐야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거슬리기 시작한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B는 심지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주는 생각할 점들도 분명 있지만, 그리고 그런 것들도 좋았지만, 그거야 원작 문학을 읽어도 충분히 아니 오히려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고, 뮤지컬을 보는 건 텍스트 이외의 요소들의 풍성함을 통해 감동을 배가하기 위함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눈에 거슬리다 보니, 10만원을 다 주고 봤으면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공연이 돼버렸다. 나는 5만원 어치는 된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버렸다. 하지만 우리 B는 그 5만원도 영 아까운 모양이다. 미안하다 친구야. 다음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자. 2개 ㅋㅋ

저녁에는 연극을 전공한 친구 (지난 번 대학로에서 마주쳤던) K를 만났다. 내가 이 얘기를 하니 안그래도 원곡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었다는 말을 전한다. 괜히 또 내가 유난히 까칠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흐흐흐.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큰맘 먹고 나한테 준 선물 치고는 실망이야. 그래서 나는 선물을 받지 않고 반품하기로 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른 선물을 준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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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려고 한 날짜에 바다 주연이어서 미뤘는데 그리고는 다시 예매를 못했어요. 세종문화회관은 소리를 한 번 삼켰다가 다시 뱉어내는 음향 체제라고 하더군요. 클래식 공연과 대중문화 공연을 접했었는데,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구요. 돈 주고 가는 공연이라면 세종문화회관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 같아요ㅠ.ㅠ 성남아트센터가 그렇게 소리가 럭셔리라던데... 거기서 위윌락유 뮤지컬 하는데, 크흑... 주머니가 넘흐 가벼워요.(>_<)

웽스북스 2008-02-07 02:2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안주무시고 계셨군요- 제돈 내고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계속 할인하던데, A석 이하로는 50% 할인가로 볼 수 있을듯 싶더라고요- 한번 알아보심이 좋을 듯 ^_^
어차피 배우들 얼굴은 잘 안보이니 멀리서 전체적인 무대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C석은 2만원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우면 망원경 빌리시면 될듯~ (아, 어쩐지 그게 더 좋아보인다 ㅜㅜ 너무 극빈한 티 내는 웬디 ㅋㅋㅋ)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구, 무대는 볼만 해요- 다른 건 모르겠구, 그랭구아르 역할은 박은태씨가 할 때 보는 게 나을 듯 해요~ 오늘 한 분은 인간적으로 음이 너무 흔들려서 흑

Mephistopheles 2008-02-07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건물이라서 음향시설이 낙후되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지어지지 않아야 할 건물이였어요. 박통때 전시행정으로 선전용으로 지어진 건물이였죠. 고로 내부는 완젼 깡통이라고 보면 속편하답니다.

웽스북스 2008-02-07 10:00   좋아요 0 | URL
흐흐 메피님 이 설 새벽 덧글은 참 특별한 느낌인데요? 안주무신 거에요? 아님 일찍 일어나신 거에요? 아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일어났더니 너무 졸려요 ㅋㅋ 세종문화회관도 선전용이었군요- 그래도 좀 개보수를 해서 좋게 고치면 안되나? 거기서 하는 공연들은 좋은 것들이 많은데, 참, 아깝네요...

Mephistopheles 2008-02-08 01:21   좋아요 0 | URL
굉장히 고루한 건물이며 그 건물관계종사자들 역시 건물의 성격과 일치할껍니다. 아마 몇년전까지 대중예술 공연은 절대 불허했었다죠..^^

웽스북스 2008-02-08 12:38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학교 다닐 때 같이 공연기획 동아리 하던 언니 한명이 그 쪽으로 입사했어요- 저는 몸만 담그고, 공연기획은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못해서 그 쪽을 잘 모르긴 하지만 말이죠 ㅋㅋ

암튼 언니랑 기회가 닿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참 경직된 집단이긴 하더라구요- 언니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인데, 합창단 쪽만 하는걸 보니 좀 답답해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언니같은 사람이 동화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주역이 되면 한층 공연 문화가 좋아질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좋은 공연을 그 시설에서 많이 하게 되면 씁쓸할 것 같기도 하고. 흠. 뭘 바라야하나 ㅋㅋㅋ

하루(春) 2008-0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연 오케스트라가 직접 와서 연주했나요? 저는 뮤지컬에 취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게 오리지널이라고 오는 사람들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지 않는 것 때문인데요. 왜 뮤지컬인데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쿄쿄쿄 할인 못 받았으면 정말 따져도 될 만한 공연이었겠군요.

웽스북스 2008-02-07 10:02   좋아요 0 | URL
MR로 하더라구요- 확실히 느낌이 다르죠- 뮤지컬은 아무래도 노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배우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중요치 않게 생각하나보죠 뭐. 그래도 나름 대형 뮤지컬이라는 고가 뮤지컬이 그러면 좀 곤란하긴 하죠-

순오기 2008-02-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이런~~ 무를수도 없는 선물이구만.^^
선물 물렀다고 나중에 자신에게 다시 선물하려는 웬디양은 자기를 너무 사랑해! ㅋㅋ
설 명절에 '~~~~~가라!'는 소리를 덕담으로 들으셨나요? ^^

웽스북스 2008-02-08 12:40   좋아요 0 | URL
제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는, 갖고 싶은 게 또 있어서 핑계를 만들어주는 거죠 ㅋㅋㅋ (이게 사랑하는 건가? ㅋ) ~~~가라, 이거 덕담 아니었어요? ㅋㅋ (흑)

푸하 2008-02-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받침은 자기 사랑이었군요. 올 한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수많은 감수성의 결들이 아름답게 주름지시길 바래요.

웽스북스 2008-02-08 13:39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자기사랑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인 거에요? 아닌데 아닌데, 어쩌다 이런 분위기가. 이게 다 순오기님 때문이에요 ㅋㅋ 저는 자학의 황제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가끔 이런 자신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푸하님은 아직 절 알려면 멀었어요 ㅋㅋ 아무래도 제가 가식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렸나봐요 흐~

Jade 2008-02-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양님과 비슷한 때에 노틀담의 꼽추 봤었어요 ㅎㅎ 전 2004년 12월. 그때 저도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온단 소리에 얼마나 보고싶던지 ㅎㅎ 세종문화회관이 그런줄 몰랐는데 새로운 걸 알았어요! 뭐 어차피 앞으로 뮤지컬 자주 보지도 못하겠지만...ㅎㅎ

웽스북스 2008-02-08 19:18   좋아요 0 | URL
오오오 정말요? 그 때 국립극장에서 했을 때였죠? 그건 본 사람 거의 못봤는데, 어쩐지 반가워요 ㅎㅎㅎ 나중에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하거든 그 때 보는게 좋을듯 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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